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89
189. 마쓰야마의 고려인(6)
타이밍 죽인다.
이 시점에 교토를 가리키는 헤이안쿄라니.
“훗, 잘 되었네요.”
한서윤이 입가에 바람을 픽 풍기며 말했다.
“그래서요?”
태영은 이야기를 계속하라는 의미로 물었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 것을 지키며, 산을 많이 개간하여 제법 풍족하게 살았는데, 우리의 풍족함과 우리말을 쓰는 걸 그들이 트집 잡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말을 잊어버리기도 했사옵니다.”
대단한 사람들이긴 했네.
한국인의 근면 성실성에 개척 정신은 알아주지.
“힘이 없었소?”
“그들이 자경단을 만들어서 압박을 해 오는 통에…….”
“그리구요?”
“칠 년 전, 2백이 넘는 기마대가 마을을 포위하고 저희들을 포박하기 시작했습니다.”
“히로시마에서 온 기마대였소?”
“섞여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고구리인들이 가진 농토를 탐내서 그런 것 같지 않았소?”
“잡혀서 끌려가기만 했을 뿐, 다른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만, 그렇게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왜구들은 참으로 짜증나는 족속들이야.
“그런데, 남자들은 히로시마에서 이리로 많이 끌려왔지만, 여자들은 히로시마에 꽤 남아 있고, 또 다른 곳으로도 많이 끌려갔습니다.
지금 여기, 이곳에 여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어디로 끌려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어딘지 아시오?”
“잘…….”
고개를 흔드는데 눈에 눈물이 어린다.
흠.
“아내는 어디로 끌려갔소?”
“…….”
태영의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을목의 눈에도 선율의 눈에도, 모두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흐윽.”
기어이 한 명, 구위라고 자신을 밝힌 남자가 입 밖으로 울음소리를 뱉어 내더니, 바닥에 앉은 채로 허리를 깊이 숙이고는, 방바닥에 이마를 붙이고 어깨를 들썩였다.
“흐으으으응, 흐으으으 으응.”
남자의 울음소리도 사람의 심장을 후벼 팠지만, 여자의 울음소리와는 다른 그 무엇이 또 있다.
죽었을지 살았을지도 모르는 어머니를 떠나보낸 아들, 아내를 다른 놈들에게 빼앗긴 남편, 그리고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메마른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울음소리이다.
다른 사람도 다르지 않다.
구위는 머리를 바닥에 대고 온몸을 떨면서 울음소리를 토해 내고 있지만, 다른 사람은 울음소리를 목 너머로 삼키고 있을 뿐이다.
그들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은, 입 밖으로 울음소리가 배어 나오지 못하도록 이빨을 앙다문 틈 사이로 흘러 들어가고도 넘쳐 바닥을 축축하게 적셔 갔다.
이곳으로 잡혀 온지 6년이 지났다고 했다.
살아 있을까?
살아 있겠지.
살아 있어도 산목숨이 아니겠지만.
이 눈물은 그동안 잊혔던, 포기하고 있던 희망을 일깨우는 생명수이고, 저 울음소리는 사라진 희망이 부활하는 외침이다.
강제로 포기할 수밖에 없던 희망.
그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비명이다.
생존과 사랑과 후대에 물려 줄 그 모든 것들에 대한 희망을 접고 살아왔던 6년이었다면, 저 울음소리와 눈물은 희망을 가리고 있던 막을 깨트리는 것이다.
이제, 생존할 수 있을 것이고, 이제 가족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고, 이제 우리를 지키며 살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겨나면서 부르짖는 외침이다.
이런 슬픔은 금방 전염이 된다.
서윤의 눈에서 흐른 눈물이 볼을 따라 흘러내리더니 기어이 몸을 일으켜서 문밖으로 나가 버렸다.
10여 분이 지났을 때, 한서윤이 방 안으로 들어왔고, 일곱 남자들도 눈물을 그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앉았다.
얼굴에 눈물의 흔적은 남아 있지만,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괜찮아?”
“네. 이제 괜찮아졌어요. 아, 그리고.”
한서윤은 태영의 어깨를 짚고 몸을 기대어 올 듯이 앉았다.
“그리고?”
“하나비, 그년이 오줌을 질질 쌌기에 옷을 다 찢어 버리고, 옆구리에 꽂힌 칼 대신 쇠꼬챙이로 바꿔 주라고 했어요. 상관없죠?”
“그럼, 내일 저들의 병사들이 어떻게 죽어 가는지 보여 줘야 하니까 얼마간은 살아 있어야지.”
“네, 그래서 바꾼 거예요.”
“어차피 며칠은 살려 두어야 하니까.”
영악하게 서윤과 태영을 죽이려고 달려들어?
“네, 이제 말씀하세요.”
“그래.”
한서윤에게 대답을 하곤 일곱 남자를 돌아보았다.
“내가.”
“…….”
“여인들을 다 구해 줄 수 있다고 말하지 못하오. 하나, 적어도 이곳 마쓰야마와 히로시마에 사는 왜구들, 무기를 들었든 아니건 상관없이 모두 죽일 것이오. 아, 노예로 부릴 일부는 살려 줄 것이오.”
말을 잠시 멈추었다.
“어떻게? 그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오. 이미 알고 있겠지만, 내 부하 병사들 4백 명 정도가 이 앞바다에서 대기 중인데, 그들은 거의 무적이오.”
“아니…….”
을목이 뭔가 말하려다가 설가의 제지를 받고 입을 다물었다.
“궁금함이 많겠지만, 내일 벌어지는 전투를 구경하시오. 여러분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이 위에서 아래를 구경하기만 하면 되오. 그러고 나면 지금 궁금해 죽을 것 같은 것들의 대부분이 해결될 것이오.”
“후음.”
다우라는 이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꽤나 길게 계속되었다.
그 중에 같은 말을 쓰는 신라인 5백 명 정도가 히로시마로 잡혀왔는데, 역시 여자들은 어디론가 보내졌다는 것이다.
고구려 유민은 자신들 외에는 본 적이 없단다.
백제인들도 꽤 많이 왔는데, 지금도 여전히 백제인으로 살고 있는 무리들도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은 왜어를 쓰고, 왜인으로 살고 있다는 것도 들었다.
이 땅으로 왔으니, 환경에 맞게 그들이 변했을 것이다.
수백만이 사는 속에 수백 명이나 수십 명이 도피행으로 왔으면, 그들에 섞여서 그들처럼 변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고, 그 변함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그 사람들은 이제 고려인이 아니라는 것뿐이다.
내 선조가 고려인이오, 라는 항변은 아무 소용이 없다.
적어도 그런 주장을 하려면, 지금 눈앞에 앉아 있는 이 사람들처럼 고려 말을 사용하고 있어야 하고, 비록 남겨진 선조의 기록이지만, 그 기록을 공부하고 배우며 후대에 전해 주고 있어야 고려인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태영의 생각이다.
21세기의 우리들은 그 사람들을 교포라 부른다.
제법 많은 정보와 그것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론은 처음 말한 내용으로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에 맞춰 태영이 마무리 정리를 했다.
“마쓰야마와 히로시마의 왜인들을 모두 죽이고, 두 곳을 여러분과 아까 신라인이라 했던 사람들에게 넘겨주겠소. 그러나 우리가 여러분들을 언제나 지켜 줄 수는 없소.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뜻이오. 무슨 말인지 알겠소?”
“네, 잘 알겠습니다. 그래 주시기만 한다면, 어떻게든 지켜 내겠사옵니다.”
설가의 대답이다.
“조건이 있소.”
“네? 네.”
조건이라 하니 깜짝 놀란다. 지킬 힘도 없는데 조건이라니.
“몇 명을 우리에게 보내서 우리의 교육 제도와 교육 방법을 배우게 하여, 그대로 이곳에 도입하고, 말과 글은 고려 말과 고려 글로 통일하시오. 그 사람들은 아주 똑똑해야 하오.”
“그, 그리하겠습니다. 꼭 그리하겠습니다.”
“우리에게 보내는 것은, 우리가 일을 마치고 나면 다시 이곳을 거쳐서 고려로 돌아가게 될 테니 그때 함께 가면 되오. 물론 나중에 데려다주는 것도 할 거요.”
“네. 그리하겠습니다.”
“일 년이나 이 년에 한 번씩 점검을 와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난 당신들을 죽이게 될지 모르오. 그 점 명심하시오.”
설가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손짓으로 모두를 일으키더니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한다.
21세기의 큰절과는 조금 다르지만, 큰절은 큰절이다.
“우리에게 궁금한 것이 많겠지만, 내일 보고 난 뒤로 하고, 이만 해산.”
얼마나 많이 궁금할까?
태영의 능력, 서윤의 무지막지한 능력, 태블릿, 니펜트, 심지어 라이터는?
기껏 몇백 명으로 마쓰야마와 히로시마의 왜구들을 전멸시켜 버리겠다 하니, 얼마나 궁금하겠어? 거기다가 전서구도 잡아 왔으니.
***
다들 내보내 놓고 태영은 태블릿의 지도를 펼쳤다.
이미지로 된 지도이기에 전에 테르에서 받던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충분히 훌륭하다.
“여기, 이 안쪽은 한번 다 쓸어버려야 할 것 같은데, 너무 많네.”
“네, 마쓰야마와 히로시마 인근에도 여기 좌우에 있는 이와쿠니〔岩?〕와 하쓰카이치〔?日市〕를 비롯해서 요시노가와〔野川〕까지 이르는 이 지역까지는 모두 쓸어야 하는데, 너무 많아요.”
한서윤이 지도에서 손으로 긋고 지나가는 지역만 해도 10개 도시가 훨씬 넘는데, 정말 많기는 하다.
이 지도는 23세기 지도인데, 지금 이 시대에도 같은 이름일까?
지명은 정말 많이 변하니까 이 시대의 지명과 같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까 말이야. 그런데 오사카〔大阪〕는 왜 빼?”
그 생각을 하면서 물었다. 그래도 이 시대는 인구가 무지막지하게 많은 시대가 아니라서 다행이지.
지금의 왜국은 인구가 5백만 정도 되려나?
아니면 그보다 좀 더 많으려나?
그래 봤자, 전부 다 합쳐도 21세기 동경 인구의 절반이다.
인구센서스 같은 것을 안 하니, 뭐 대충 감을 잡아 그 정도 될 것이지만, 지금 한서윤이 말한 지역을 모두 합치면 그래도 50만은 넘지 않을까?
“거긴 교토〔京都〕를 칠 때 가면 되지 않아요? 그리고 이왕 넘겨받을 거면 나고야〔名古屋〕에서 비파호(琵琶湖)를 가로지르는 구간으로 잘라서 그 땅의 서쪽을 모두 넘겨받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와, 욕심 봐라. 그러면 넘겨받은 땅 만 해도 고려만 한데?”
“그러니까요, 그러면 딱 좋을 것 같은데요.”
“음, 가만 생각해 보자. 그것도 참 좋은 생각인데, 그러면 천도를 하라고 해야 하잖아?”
“그야 가마쿠라〔鎌倉〕로 천도하라고 하면 되죠.”
허, 이 아줌마 봐.
“그리고 다 내쫓는 거죠. 나고야 동쪽으로 모두.”
듣고 보니 그것 괜찮네.
지도를 보니 정말 괜찮은 생각이네. 이거 고민 좀 더 해 봐야 할 것 같아.
“내가 꿈이 너무 작았네.”
“작은 게 아니라 지켜 내는 것 때문에 그러신 거 아니에요?”
“좀 그렇기는 하지. 땅은 차지하기보다 지켜 내기가 항상 더 힘들거든.”
“그거야 그렇죠.”
“관문 해협에서 딱 지키면 되는데, 나고야로 경계를 잡으면 지킬 구간이 좀 많이 넓어지잖아?”
“제가 보기에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드는데요?”
“줄어든다?”
“네, 어차피 왜국은 주로 해상으로 이동하니까, 남해도에서 바다를 통해 공격해 들어오면 서해도 동쪽 해안을 모두 경계해야 하는데, 나고야에서 비파호 북단으로 선을 죽 그으면 경계 면이 훨씬 더 작은 데요? 땅은 훨씬 넓어지고?”
정말 그러네.
바다에 연해 있다는 것과 육지를 경계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경계해야 할 길이는 훨씬 짧다.
똑똑한 마누라야.
그렇게 보면, 그날 제비골을 지나간 것은 정말 천운이었다고밖에 할 수 없다.
하필이면 걸어서, 아니 달려서 개경으로 가려 했고, 하필이면 그곳에서 쉬었고, 또 하필이면 그곳에서 낙동강을 건너려 했다.
서윤에게 일어난 불행은 참 안되었다.
태영이 그날 그 길을 지나가건 지나가지 않건 상관없이 일어날 불행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하필 태영이 지나갈 때, 그날 그 시간에 맞추어서 그 일이 일어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래서 마지막 생존자인 서윤이 죽지 않고 살아나게 되었고, 저리도 똑똑하고 예쁜 아내가 한 명 더 생긴 셈이다.
혹시, 지난번에 정하연과 함께 ‘다행이다’라는 노래를 들으며 했던 그 말이 그런 의미였을까?
아무튼, 서윤이 말한 남해도.
일본을 구성하는 큰 네 개의 섬 중에 남쪽의 가장 작은 섬.
테르에서 검색을 해 볼 수도 없으니 이제는 알아볼 길이 없다.
테르가 동작을 멈추었을까?
사포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자료 검색은 안 되었지만 살아 있었고, 채팅은 되었었는데.
***
“잘 전달되었지?”
“네, 충분히요.”
서윤은 마쓰야마 성에서 바다 멀리 보이는 해룡호와 흑룡호를 바라보며 쌍안경을 눈에 가져갔다.
그래 봐야 너무 멀어서 점으로밖에는 안 보인다.
“지도상에는 이 위치가 육지인데, 지금은 바다이구요. 황룡호는 이 위치에, 흑룡호는 이 위치에서 병력들이 상륙합니다.”
“그럼 우리도 슬슬 준비할까?”
“네.”
태영은 을목을 비롯해서 열조로 편성된 고구리인 병력들이 서 있는 곳으로 갔다.
어제, 구경만 하라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침에 무려 열네 명이 와서 아침잠을 깨웠다.
이곳의 왜인들을 몰아내고 앞으로 자신들의 터전이 될 곳이라면, 자신들도 함께 싸워서 얻어야 된다고 고집을 부려서 그러라고 했다.
그랬더니, 힘을 좀 쓸 수 있는 장정들을 12개조에 각 조당 10명으로 편성하고, 나머지 8십여 명을 성 수비조로 편성하여 무장을 했단다.
이들은 병장기를 만들던 철기 공방의 노예였으니 병기와 갑옷은 넘친다.
노인들과 무력이 약한 사람들 위주로 성을 지키는 쪽으로 편성하고, 신체 건장하고 힘을 좀 쓸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은 모두 공격조로 편성했단다.
“준비되었나?”
가장 중앙에 선 공격조 지휘관인 을목에게 물었다.
“네, 준비되었습니다.”
“의무 사항 첫 번째, 앞장서지 마라. 앞장은 내가 선다.”
“네.”
“두 번째, 절대로 전열을 흩트리지 마라.”
“넵, 알겠습니다.”
“세 번째, 전후좌우를 살피고, 적이 나타나면 즉시 모든 사람이 알아듣도록 경고하라.”
“네.”
어차피 태영이 가장 먼저 발견하게 될 것이지만, 그래도 경고는 필요하다.
“마지막.”
“…….”
“아무도 죽지 마라.”
태영의 마지막 말에 숨들을 크게 쉰다.
“그리고, 가능하면 다치지도 마라.”
“…….”
태영이 돌아섰다.
“주변에 장원을 제외하고는 병력이 없어요. 우리 배에서 공격하는 부대 때문에 모든 시선이 그쪽으로 갔습니다.”
서윤이 태블릿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을목아.”
돌아서는데 설가가 을목을 불렀다.
“네, 아버지.”
“가능한 한 우리말로 먼저 상대를 불러라. 그리고 우리말로 대답을 하면 왜군이 아닐 가능성이 높으니, 우리가 누군지를 밝히고 싸울 것인지 살피도록 해라.”
“네, 아버지.”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그렇게 멈칫거리면 죽기 딱 알맞다.
“가자.”
“네.”
태영이 앞장서고, 마쓰야마 성 전방으로 길을 잡고 내려갔다.
마쓰야마 성을 오르는 길은 두 곳, 전방과 후미이다.
성은, 남은 사람들이 두 길목을 막고 지켜 주기로 했으니 그들을 믿어야 한다.
어차피, 사포군의 상륙으로 인해 왜군 병력의 대부분은 해안 쪽으로 갔으니 성이 함락된 줄도 모르고 있을 것이고, 안다고 해도 탈환하겠다고 오기도 쉽지 않다.
해안 쪽으로 가지 않고 인근에 남은 왜군들은 어제 마쓰야마 성으로 올라올 때 보았던 꽤나 크게 지어진 장원을 지키는 병력 정도가 전부다.
후다다다닥~
다닥, 타다닥~
발소리가 요란했지만, 모두들 한 손에 도검이나 손도끼를 들었다.
긴 창을 든 사람도 있었지만, 작은 도검을 든 사람은 반드시 방패를 들게 했는데, 방패가 조금 작다.
“모두 정지.”
마쓰야마 성이 있는 산에 인접한 장원 앞에서 태영이 무리를 세웠다.
“내가 부실장과 먼저 들어간다. 호각 신호를 들으면 대문으로 오도록. 그때 대문을 열어 둘 테니, 1개조만 들어오도록.”
호각 소리는 이미 성 위에서 들려주었다.
탕, 타다당~
“공격이 시작되었군요.”
아련하게 총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들은 서윤이 말했다.
이미 꽤 오래 전부터 총소리는 들려오고 있었지만, 이제 차츰차츰 가까이 오고 있다는 말이다.
“부양하지 말고, 내가 안고 뛰어넘어 갈 테니까, 처리를 해. 왜군들은 머리 모양으로 구분되지?”
“네, 구분돼요.”
파아앙~
한서윤을 공주님 안기로 안음과 동시에 태영은 공중으로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