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90
190. 마쓰야마의 고려인(7)
마당에 왜병 스물 정도.
그 중에서 십여 명이 열린 문의 좌우에서 병장기를 들고, 진입자는 죽는다는 폼을 하고 섰다.
마루에도 한 놈이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고 서서 열린 대문을 노려보고 있다. 제법 콧방귀 뀌는 집안이라는 소리다.
그렇지만 서윤이나 태영이 대문 열어 두었다고 대문으로 들어가지는 않지. 또, 성에서 내려와서 공격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핑~
핑핑 피비비빙 핑~
아직 마당으로 착지하지도 않았는데, 쇠버리 소리가 연속으로 들리고, 마당에 있던 왜병들이 무더기로 쓰러졌다.
아, 정말 태영은 자신에게도 염력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이런 때는 더욱 간절하다. 서윤이 이렇게 처리를 해 버릴 때마다 정말 부럽다.
혹시 태영도 있으려나 해서 시도를 해 봤지만, 언제나 기대를 무너뜨렸기에 이젠 포기 상태다.
마당에 남아 있는 놈들은 서넛.
“저놈은 서방님 몫.”
마루에 폼 잡고 서 있던 놈을 가리켰다.
핑핑핑핑~
손과 시선은 마루를 보고 있는데 쇠버리는 뒤로 날아갔다.
후웅~
태영은 마루에 선 왜구를 향해 내달렸다.
푹~
태영의 빠른 속도에 그자는 반응할 틈도 없이 목에 지천이 꽂혔다.
추릿~
찌른 즉시 도를 빼내었고, 바로 피가 따라 나오지 않았지만, 잠시 틈을 두고 목에서 피가 솟구치고, 어이없어하는 왜구의 표정이 스틸 컷 움직이듯 천천히 움직였다.
입에서 검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했지만, 입에서 피 거품만 튀어나올 뿐 입 밖으로 말이 되어 나오지 못했다.
삐리릭~
태영은 지체 없이 호각을 불었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을목과 2조 조장인 선율을 위시하여 2개조 20명이 들어섰다.
“벌써 끝났네요.”
“수색, 조심하고.”
을목의 말을 뒤로하고 지시를 내렸다.
마당에 있던 왜병들이 전부일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집 안에서 칼을 감추고 기회를 노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우리말이 들리는 사람, 나와라~
그다지 크지 않은 수색조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잇, 하는 것을 보니 전투나 수색은 영 꽝이네.
아무리 고구려인이나 신라인들, 우리말을 알아듣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애를 쓴다고 해도, 만일 왜병과 함께 있으면 저 말을 들어도 나서지 못한다. 설사 나서려 한다 하더라도 나서다가는 뒤에서 칼 맞는다.
“여기 2조가 수색하고 지키라고 해.”
“네.”
조금 서툴긴, 아니 많이 서툴긴 하지만 어쩌겠어?
태영은 한서윤과 함께 다음 장원의 담을 넘어 들어갔다.
규모가 조금 작았지만, 옆 장원과 바로 붙어 있고, 쪽문을 통해 출입이 가능한지 한쪽에 옆 장원과 통하는 문이 있다.
병장기를 든 왜구는 보이지 않는다.
왜구가 보이지 않아서 착지하면서 바로 호각을 입에 가져갔는데, 느낌이 조금 이상했다.
호각 부는 것을 멈추고 장원 안의 마당을 휘둘러보았다.
무척이나 넓은 장원의 마당에는 일하는 사람 복장을 한 넷이 서 있고, 한쪽의 집 담벼락에 숨어 있는 모습을 한 사람 둘이 있었다.
왜 저리 서 있는 거지?
뭔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 묘한 위화감이다.
부엌으로 보이는 곳에서 여인이 그릇을 들고 나오다가 태영과 서윤을 보고 그대로 멈추었다.
“뭐가 이상해요?”
태영의 반응을 느꼈는지 서윤이 물었다.
“응, 잠시만.”
태영이 산성에서 달려서 내려오고, 조금 전의 전투도 있었기에 이 넓은 장원 안에서 미약한 숨소리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뭔가 모르게 거칠게 느껴지는 이 숨소리, 눈앞에 보이는 저들만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많다.
“뭐야? 여긴 왜구가 없어?”
태영은 일부러 왜어가 아닌 고려 말로 말했다.
잡혀 온 고구리인이나 백제인과 신라인들이 많다고 하니, 나름대로 구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마당에 서 있던 노인이 고개를 돌렸다.
“고려인이시옵니까?”
조금 억양이 이상하지만 분명한 고려 말로 물었다.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단 말이지. 왜 고려 말로 말하는 거지?
“누구냐? 왜인이야? 고려인이야?”
그때, 쪽문을 통해 을목을 포함하여 1개조가 들어섰다.
호각도 불지 않았는데 저놈들은 왜 들어오는 거야? 분명 호각 불면 들어오라 했는데.
“다윤 어르신?”
을목의 입에서 아는 듯한 이름이 튀어나왔다.
“을목이 아니냐? 네가 어떻게 거기서 오느냐, 그리고 저 사람은 누구냐?”
하, 아는 사람이었군.
둘이 정말 격하게 반기는데, 을목을 뒤따라오던 사람들도 모두 다윤이라 불린 사람을 아는 체한다.
“어르신, 설명을 자세히 할 틈은 없습니다. 우리는 저 성 너머에 철기 공방에 잡혀 있었고, 어제 낮에 저분이 성의 왜인들 모두를 죽이고 우리들을 구해 주셨습니다. 아버님은 지금 저 위 성에서 혹시 왜구들이 쳐들어올 것을 대비해서 수비조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 거기 그쪽은?”
턱짓으로 방금 쪽문을 통해 온 장원을 가리킨다.
“거기 왜구는 모두 죽었습니다. 지금 저분 대장님의 부하들이 이곳의 왜구들을 모두 잡고 있습니다.”
“네 처가 여기 있다. 아느냐?”
“네?”
그 말에 을목이 거의 경악한다.
처가 여기 있다고?
그럼, 산 아래쪽에는 아내가 있고, 산 위 고개 너머에는 남편이 있는데 6년 동안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는 말이다.
거리상으로는 3백 미터도 될까 말까 할 정도였다. 물론 남자는 발목에 쇠고랑을 차고 거기를 벗어날 수가 없는 노예 생활이기는 했다.
“가족 상봉의 기쁨이 무엇보다 크겠지만, 지금은 전투 중이니까 그건 나중에 시간을 내기로 하지.”
태영이 산통 깨는 소리를 하며 사이에 끼어들었다.
“여기 장원들에 고구리인이 얼마나 있나?”
“…….”
다윤이라고 했던 노인은 태영의 말에 뭔가 못마땅해하는 표정이었다.
이것 봐라?
“어른에게 하는 말인가. 그것이?”
“넌 뭐야? 죽고 싶어?”
뭔가 지금 이 분위기가 못마땅하고 느낌이 좋지 않은데, 가족 상봉 이야기를 하고 있다.
거기에, 이 급박한 상황에서 앞뒤 분간도 못 하고 어른 행세를 하려고 하자 태영의 입에서 막말이 튀어나왔다.
보이는 모습으로는 철기 공방에 있던 사람들보다 편히 있었다는 표시가 팍팍 나는데, 태영이 새파랗게 젊어 보이니, 이 상황과 관계없이 어른 대접을 받고 싶은 모양이었다.
철기 공방에 있던 저 사람들과 달리, 이 노인은 여기서도 편하게 살았다는 소리지. 그럼 답은 나왔네.
“너라니?”
역시, 다윤이란 노인의 입에서 상황 이해를 못 하는 말이 나왔다.
훙~ 푹~ 추릿~
태영이 몸을 날림과 동시에 지천이 노인의 목을 꿰뚫고 빠져나왔다.
이런 놈은 살려 둘 필요가 없다.
“아, 안 돼!”
“아악!”
뒤에서도 비명이 나왔다.
“까불지 마라. 왜군에 붙어서 편하게, 그리고 두려움 없이 살았으니 나같이 젊은 사람에게 어른 대접을 받고 싶다고? 네가 철기 공방 사람들처럼 생활해 봤나?”
태영이 몸을 돌리니 을목은 망연자실한 표정이고, 꽤 여럿이 태영을 노려보고 있었다.
“왜? 내게 달려들어 볼 거야? 그러고 싶으면 바로 행동으로 보여 봐. 다만, 난 내게 칼을 겨눈 자를 살려 준 적이 없다.”
태영이 으르릉거리며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태영이 그놈의 얼굴을 쳐다보자, 고개를 약간 숙이고 눈을 치켜뜨며 태영을 노려보았다.
하, 이것들 봐라.
구해 준 것을 바로 까먹는 놈들이네. 이제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때, 우르르 소리가 나며 2개조 정도가 더 집 안으로 들어섰다.
아, 진짜 이것들이.
태영의 표정은 싸늘히 식었다. 그렇다고 이놈들마저 죽여 버릴 수는 없다.
귓가에 총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차츰 크게 들려오고 있으니.
그런데 서윤이 가지고 있는 태블릿에 아무런 신호가 들어오지 않는 것 같으니 우리 쪽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은 모양이다.
“지금, 저 밖에서 내 부하들이 목숨을 걸고 왜구들과 싸우고 있어. 너희들 중에 고구리인이나 신라인들을 살리려고 하지 않았으면 우리는 아주 간단하게 여기를 전멸시키고, 다른 곳으로 갔을 거야. 그런데 내가 존대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나서 지금 이 전쟁 통에 그걸 따진다고? 모두 죽고 싶어?”
“그, 그게…….”
“지금 이 노인은 왜구 편에 서서 아주 편하게 산 거 같은데, 너희와 같은 상황인 줄 알아? 복장 보면 몰라?”
“…….”
그 말에는 아무도 답을 못 했다.
“내 처사에 불만이 있으면 언제든지 덤벼도 돼. 그러나 목숨을 걸어야 할 거야.”
이것들이 지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저희들이 피 터지는 전투 현장에 있지 않다고 생각이 아주 형편없다. 물론 몇 명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찌르르르~
엇, 이게 뭐야?
한동안 전혀 나타나지 않던 이 위험 경고.
아주 오랜만에 나타난,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 위험 경고였다.
그래, 그 숨소리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 내지 못했는데, 호각도 불지 않은 상태에서 저놈들이 우르르 진입해 버렸고, 서로 아는 체하는 바람에 태영도 잠시 깜빡했다.
“모두 피해.”
태영의 입에서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고, 거의 반사적으로 서윤의 몸 앞을 가리면서 집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슈아아악, 핑, 핑핑핑~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으으악~ 으악~
팍, 캉, 타닥, 파박~
태영은 날아오는 화살을 쳐 내면서 지천에 화살이 잘려서 방향이 틀어지거나 화살촉이 지천의 한 면에 튕겨 나갔지만, 다른 사람은 그러지 못했다.
마당에 비명이 난무했다.
발사된 화살은 불과 30발쯤 되어 보였지만, 피해는 상당히 컸다.
우선 태영의 가까이에 있던 을목과 이름을 들은 적이 없는 이곳 진입조의 조장이 화살에 꿰뚫렸다.
다행히 을목은 옆구리를 뚫려서 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을목의 옆에 서 있던 이조의 조장은 가슴을 꿰뚫리고 말았다.
둘러보니, 그 외에도 네 명은 가슴을, 한 명은 머리를, 또 다른 몇은 옆구리나 어깨, 그리고 허벅지를 뚫렸다.
화살을 세 발이나 맞은 한 명은 화살이 박힌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며 입에서 피를 주르르 흘렸다.
머리를 뚫린 자는 즉사한 듯 바닥에 쓰러져서 팔과 다리가 마지막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후다다닥~
타다다다닥~
집 뒤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달려 나오는 소리가 들렸고, 곧 태영의 눈에도 보였다.
지금 날아와서 피해를 입힌 저 화살은 석궁, 쇠뇌에서 쏘아진 것이리라 생각했는데, 튀어나온 왜군들 중에 몇의 등에 쇠뇌가 걸려 있는 것을 보니 맞는 듯하다.
쇠뇌.
이 시대에 사용될 왜군의 무기가 아니다.
신라나 백제, 그리고 고구려에서도 사용하던 강력한 무기이고, 당나라나 송나라에도 쇠뇌는 있었지만, 신라나 백제의 것보다 성능이 못 해서 욕심을 많이 낸 무기인데, 왜국에는 분명 없어야 하는 무기다.
그런데 왜국에서 쇠뇌가 사용되었고, 그 쇠뇌에 아군이 죽었다.
무기의 기술을 전수해 주었다는 말일 수도 있고, 직접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이것은 여러 의미를 가진다.
덜컥~
방문 열리는 소리에 그곳을 보니, 왜국 복장을 한 여인이 화려한 치장을 한 상태로 문을 열고 나왔고, 그 옆으로 시중을 드는 여인들 여럿이 함께 따라 나왔다.
그러는 사이에 집 뒤에서 튀어나온, 거의 40명은 되어 보이는 왜군이 모두 공격 자세를 잡고 칼을 겨누고 섰다.
하긴, 옆 장원의 상황을 쪽문을 통해 누군가가 봤다면,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냥 나타나지 말지, 왜 나타나?”
“너?”
을목과 그 여인.
참, 일이 재미있네.
딱 느낌만 봐도 저 여자가 을목의 처인데, 나는 잘살고 있는데 너는 그냥 어디 가서 죽어 버리지 않고 왜 눈앞에 나타났느냐, 뭐 그런 뉘앙스다.
아, 상황이 이러면 전처라고 말해야 맞나?
이곳으로 잡혀 오기 전에, 을목의 마을이 그다지 편하게 사는 곳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제, 저들이 어디에서 살았는지를 말할 때 느꼈으니까.
여기서, 정확히는 왜구의 첩이거나 그 비슷한 상황이 되어서, 이렇게 편하고 화려하게 사는 삶이 6년쯤 되었으니, 이제 그 생활에 익숙해진 모양이다.
그러니 남편이 나타나서 왜구들을 죽이고, ‘옛날로 돌아가자’라고 하면 그건 아주 싫을 터였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
아니, 절대 무죄가 될 수 없지.
“ころせ。(죽여라.)”
여자의 입에서 나온 딱 한마디다.
분명, 40명 정도 되어 보이는 왜군들을 향해 내려진 명령이다.
왜국의 병사들에게 저리 명령할 정도라면 포로가 아니고, 지위가 제법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고.
쉬쉬쉬슁, 쉬이이잉~
그 여자의 입에서 죽이라는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날카로운 파공성이 들렸고, 왜군의 절반 정도는 칼을 들고 있는 그 상태에서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칼이 손에서 마당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왜구들의 이마에 새겨진 구멍은 아직 피가 나오지도 않는다.
슈앙~
세상이 느려지고, 소리가 늘어나고 대신에 태영의 몸이 전광석화처럼 이동했다. 몸을 낮추고, 지천을 잡은 손이 위로 뻗어 올라가고, 칼날이 수평을 이루었다.
서걱~
하나.
서걱~
둘.
쇄액~ 서걱, 서걱, 서걱~
세상은 멈추어 있고, 태영이 휘두른 지천의 칼날은 햇빛을 받아 번뜩이고 있었다.
출발했던 자리에 다시 돌아오기까지 불과 수 초.
왜병들은 칼을 고쳐 잡을 틈도 없는 그사이에 제자리에 돌아온 태영은 지천을 칼집에 넣었다.
쨍그랑, 꽈당탕, 쨍그랑~
칼이 떨어지고, 몸이 넘어지면서 뒤섞이는 소리가 이제야 들려왔다.
“계속해 봐.”
뒤에서는 화살을 맞은 철기 공방 사람들의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계속 들려왔고, 을목이 고통을 참으면서 신음을 삼키는 소리도 들렸지만, 그쪽에는 시선도 주지 않고, 그 여자에게 말했다.
비웃음을 띠고 있던 여자의 얼굴이 경악으로 바뀌었다.
40명 정도의 무사라면, 눈앞의 적을 잡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거기다가 쇠뇌로 선제 공격을 해서 꽤 여럿이 죽고 여럿이 부상을 입은 상태이니 무조건 잡을 수 있으리라.
잘못된 생각은 아니지. 다만 상대가 너무 강했던 거다.
여자의 얼굴에 공포가 서리는 것을 보고, 바닥에 주저앉은 을목을 바라보았다. 죽지는 않겠군.
“보아하니, 너는 죽을 것 같지는 않다.”
을목을 보고 말했다.
“그런데, 너희는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못하고, 전장에서 상관의 명령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모르는 모양이구나. 전장에서 항명하거나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즉결 처형이다.”
쓰러져 있는 철기 공방 사람들을 죽 둘러보았다.
“다만, 저들의 공격으로 여럿이 죽었고, 너희들에게 명령을 내린 조장이 저 지경이니 남은 사람을 즉결 처형하지는 않겠지만, 이 전투가 끝난 뒤에 벌은 받아야 한다. 그리고 경고는 이것이 마지막이다. 다음부터 상관에게 대들거나 명령에 불복종하면 즉참임을 명심해라.”
을목이 아무 말 못 하고 바닥만 내려다보았다.
따지고 보면, 조장도 을목의 지시를 받고 들어왔을 것이다.
전투가 끝난 뒤에 벌을 주면?
감옥 같은데 가두어도 의미가 없고, 결국 죽이거나 아니거나 하는 것인데.
에이, 그냥 잊어버린 체해야겠다.
가슴에 쇠뇌를 맞은 사람은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화살은 뽑아내면 분명 분수처럼 피가 솟구칠 것이고, 다행히 심장을 뚫지 않았다면, 잘 치료하면 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저들에게는 응급 처치가 필요한데 사포의 의무병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저들이 살 수 있는 절대 시간이 있고, 그 절대 시간 안에 의무병이 도착해야 하는데, 지금 바깥은 전투 중이니 전선을 넘어오지 못한다.
뭐, 철갑 교위를 타고 오면 되겠지만, 무게와 크기 때문에 하역 시간이 더 많이 걸릴 수도 있으니 그건 생각할 필요도 없다.
“저 여자에 대한 처분은 네게 맡기겠다. 다만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그 책임을 네게 물을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태영은 돌아섰다.
“신무기 제조 기술을 가르치고, 전수해 준 놈들은 고구리인이건 신라인이건 백제인이건 모두 살아남지 못한다.”
중얼거리듯 말하며 한서윤을 공주님 안기로 안으며, 다음 장원으로 가기 위해 공중으로 몸을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