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91
191. 송산과 송도(1)
“충성! 마쓰야마 정복 작전 완료했습니다.”
병영에 지어진 커다란 장원, 지휘부처럼 지어진 건물 앞에서 김웅겸이 경례를 하며 완료 보고를 했다.
그 뒤에는 다른 배에 타고 있어서 후쿠오카를 출발한 이후에 얼굴을 처음 보는 곽병선 중대장이 얼굴에 튄 핏물을 손으로 훑었는지, 뻘건 자국이 남아 있는 상태로 병사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 있었다.
돌아가면 부분 조직 개편을 하고 곽병선도 승진시켜 줘야지.
“충성! 수고했네. 우리 피해 상황은?”
태영은 경례를 받으면서 물었다.
“부상 1명 외 사고 없습니다.”
“부상? 왜?”
“그게, 말 뒷발에 채여서 부상을 당했는데, 며칠 쉬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래, 말이 안 되지.
드론도 있고, 태블릿으로 전장을 살폈을 테니 쇠뇌 같은 것에 맞을 일도 없고, 왜구의 활은 고무줄 새총 수준이니 원거리 공격에 당할 일도 없다.
왜구들은 칼로 싸우니 근접전인데 반해, 사포군은 총으로 싸우는 부대라 마주 보고 칼질을 할 일이 없는데 부상이라니, 이상하다 했어.
“그래, 이곳에 고구려 유민이 왜국으로 도망쳐 와서 살다가 왜인들에게 노예로 잡혀 온 사람들이 좀 있는데, 부상이 심한 사람이 있으니 좀 살피도록 하고, 위생 상태가 돼지 우릿간 수준에서 일해서 어떨지 몰라. 그러니 의무병이 부상자 치료 끝나면 저 사람들 기본 검진을 좀 할 수 있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 사람들이 있어야 여기, 양민 포로 중에서 왜인과 아닌 사람을 고를 수 있겠습니다.”
“그래, 그런데 왜인화 된 사람들도 있어. 그들의 머릿속은 완전한 왜인이야. 그거, 왜인으로 분류해야 해.”
태영은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병사들이 왜병들을 연병장에 꿇어앉혔다.
기마 훈련을 겸하는 연병장이라 무척이나 넓어서, 포로로 잡은 왜병과 일반인, 태영이 보기에는 왜구인 사람들을 구분해서 꿇어앉혔기에 시야에 바로 보인다.
왜군의 숫자는 거의 1천 명에 이를 것 같고, 왜인과 고구리 유민이나 신라 유민을 아직 분류하지 못해서 한꺼번에 꿇어앉혀 둔 사람들의 숫자는 대충 봐도 3천은 훨씬 넘을 것 같다.
그 많은 무리들의 한쪽에 애들은 애들대로 겁먹은 표정으로 모여 있다.
사포의 병사들이 저쪽에 모여 있으라고 하는 소리를 얼핏 들었는데, 그래서 따로 모여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어이쿠, 많기도 하다.
“구위.”
“네, 대장님.”
부상당한 을목을 대신하여 철기 공방의 병력을 이끌고 있는 구위를 불렀다.
“지금부터 너희 인력은 공격 부대이니 철공 부대로 부르고, 성에 남아 있는 사람은 철공 수비군으로 부르겠다. 네가 책임지고 각 조장들에게 전달하고, 너희는 지금부터 여기 박일남 중대장의 명을 받도록.”
“네.”
“복창 안 해?”
사포의 병사들이 지시한 것에 대해 복창하는 것을 이미 봤을 터이다. 그러니 머리가 있으면 가르쳐 주지 않아도 해야지.
“넵, 이 시간부터 박일남 중대장의 명을 받고, 부대명은 철공 부대로 명명하여 부대원들에게 전달합니다.”
“그래, 그렇게 해.”
“넵, 명 받듭니다.”
박일남, 1중대 오종필 예하의 2소대장이었지만 병력이 자꾸 늘어나면서 올여름에 중대장이 되었다.
“박일남, 저 부대 네가 지휘하고, 자세한 것은 연대장에게 지시받아.”
“넵, 중대장 박일남, 철공 부대 지휘를 명받았습니다. 충성!”
짐들은 다 떠넘겼으니 이제 한숨 돌리겠네.
왜병과 왜구들의 사망과 포로는 지금부터 정리하면서 파악할 것이다.
“연대장.”
“네, 대장님.”
“저기 산성에 가면, 철공 수비대가 있고 인원이 80명 좀 넘을 거야. 1개 중대 정도하고, 여기 철공 부대 1개조 데리고 성에 올라가서 그 사람들 데리고 오라고 해.”
“넵, 알겠습니다.”
“그리고, 거기 성주 방 지하에 숨겨진 창고가 있는데, 귀중품들과 보석류가 가득 있어. 거기 내가 쇠못을 박아서 문 열지 못하도록 해 두었으니까, 병력 데리고 거기 열어서 리스, 아니 일람표 작성하라고 시키고, 그거 다 가져와서 황룡호에 실어 둬.”
21세기 현대에서 언제나 말하던 리스트가 입에 붙어서 하마터면 간만에 리스트로 말이 나올 뻔했다.
그래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네, 그리하겠습니다. 저 뒤에 대장님이 처리하신 장원에도 귀중품과 보석들이 제법 많이 있다고 하던데요.”
“이곳의 귀족 나부랭이들이 살던 곳이야. 거기도 일람표 작성하고 여기 임시 사령부로 모두 가지고 와.”
“그것도 같이 황룡호에 싣지 않구요?”
“이곳으로 잡혀 와서 철기 공방 노예로 일하던 고구리 유민의 지도자가 있는데, 이곳 마쓰야마를 그 사람에게 넘겨주겠다고 했거든, 여길 좀 부흥시키려면 돈이 좀 있어야 하니까. 일람표를 보고 얼마나 줄 것인지 정리한 후에 싣자고.”
“네, 알겠습니다.”
병사 한 명이 철공 부대원 몇을 데리고 뚝딱뚝딱하더니, 비록 간이형이지만 등받이가 있는 의자 몇 개를 가지고 와 태영의 옆에 놓아 주었다.
태영은 거기에 앉아서 병사들이 포로들을 정리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대장님.”
배에 있다가 아침에 마쓰야마 정복조와 함께 들어왔던 비서실 병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한서윤이 태영을 불렀다.
“응, 왜?”
“이 아이가 신라인이라고 하는데요?”
“그래? 이리 좀 데리고 와 봐.”
의자에 앉으니 일어서는 것이 성가셔서 데리고 오라고 했다.
“네, 그런데 왜어밖에 못 해요.”
“일단 보자구.”
열 살은 넘었으려나?
제법 똘망똘망하기는 한데, 공부를 한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なまえがなに? (이름이 뭐냐?)”
“ちょうれいです。 (조레입니다.)”
조레라고 저렇게 발음했을 떼 저게 한자로 뭐지?
아, 왜어는 진짜 헷갈려, 헷갈려.
“우리식으로 고쳐 읽으면 접려(蝶麗)입니다.”
태영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옆에서 잔디가 일러 주었다.
아름다운 나비?
이름이 묘하게 왜색이 섞인 것 같은 느낌이다.
아닌가? 중국식인가?
어찌 되었거나 잔디에게 엄지척을 해 주니 방긋 웃는다.
잔디도 정하연이 영환이 임신 후부터 제대로 나다니지 않다가, 올봄부터는 정하연과 상관없이 임무에 항상 따라붙고 있다.
쟤는 사귀는 남자가 정말 없는 거야?
정말 혼인 안 할 건가?
나이도 있는데, 21세기 현대 같으면 어린애를 벗어나지 못했고, 이 시대로 보면 노처녀 대열에 가까이 가고 있다.
아, 유시완이 대시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서윤을 통해서 듣긴 했는데 은근 슬쩍 한번 물어 봐야 할 것 같다.
“고려 말 할 줄 아니?”
두 눈을 뜨고 빤히 바라다보다가 손을 들어 조금이라는 표시를 한다.
“엄마가 고려인?”
“신라.”
아, 좀 전에 서윤이 신라인이라고 했지. 고려는 모를 수도 있고.
신라가 통일 신라인지, 그냥 신라인지는 모르지만 신라로 기억하고 있으면 최소한 몇백 년이 흘렀다는 소리인데, 미약하지만 우리말을 한다?
말을 지켜 내면서 살았다는 이야기네. 어쨌거나 장하다.
21세기 현대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야 신라와 통일 신라를 구분하기 위해 그렇게 구분해서 표시하지만, 송나라도 남송과 북송을 구분하듯이.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통일 신라나 신라나 똑같이 신라일 뿐이다.
“엄마 어디 있어?”
태영이 묻자 아이는 포승에 묶인 왜인과 비왜인으로 구분된 무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아무래도 말이 서툴다 보니, 응답이 조금 느리고, 행동으로 답을 대신하는 것 같다.
“저 아저씨랑 같이 가서, 엄마 데리고 와.”
“아버지.”
애가 다시 손을 들어 가리킨다.
아, 부모가 다 살아 있다는 뜻이군.
엄마 아버지가 포로로 한쪽에 묶여 있는데 그러려니 하고 대답하는 아이가 조금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왜인들에게 매번 당하는 일이다 보니 그런 듯 하다.
“노중근, 얘 데리고 가서 부모 데리고 와라.”
태영은 가까운 곳에서 포로를 구분 정리 중인 병사들을 둘러보다가 얼굴이 순하게 생긴 노중근 소대장에게 큰 소리로 시켰다.
“넵, 대장님. 아가야, 이리 와서 네 아버지 어머니가 누군지 알려 다오.”
“연대장.”
노중근이 아이를 데리고 포로들의 중간으로 가는 것을 보고 김웅겸을 불렀다.
“넵, 대장님.”
“지금부터 우리끼리는 여기를 마쓰야마라 부르지 말고, 우리식으로 송산으로 부르고, 저 건너 히로시마는 광도인데 송도라 부르자.”
“아, 그거 좋습니다. 모두에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저 아이, 접려의 이름을 잔디에게서 들으면서 그냥 우리식으로 바꾸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 좋네요. 송산, 그리고 마주 보고 있으니 송도.”
한서윤이 옆에서 맞장구를 쳐 준다.
“지금부터 여기는 송산이다. 모두 그렇게 불러. 그리고 저 건너는 송도다.”
잔디가 큰 소리로 외친다.
이름이 바뀐 것은 별다른 지시 없이도 병사들에게 빠르게 전파되었다.
태영은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남녀가 딸아이 접려를 사이에 두고 태영의 앞에 섰다.
“신라인이라고?”
태영의 질문에 남자의 눈이 동그래진다.
“네, 나리.”
억양이 조금 이상하지만, 발음은 정확하다.
“두 사람이 이 아이, 접려의 부모가 맞나?”
부우우우웅, 붕 부웅 부웅 붕, 부웅 부웅 붕~
그때, 길게 뱃고동이 울리더니 몇 가지 단속음으로 뱃고동 소리가 울렸다.
ㅈㅅ이면 점심시간?
태블릿을 서윤이 한 개, 진이가 한 개, 그리고 해룡호에 한 대가 실려 있어서 연락 방법이 없으니, 모스 신호로 알려 온다.
태영은 모스 신호라는 것을 전혀 몰랐었고, 태영이 있던 부대에서도 사용하지 않던 무전 신호였다.
그런데 테르에 모스 신호표가 있는 것을 알고는, 혹시나 해서 비상용으로 일단 몇 사람에게만 가르쳤고, 이름은 모자 신호라고 지었는데, 이때 유용하게 써먹는 모양이다.
“대장님, 점심 먹자는 소리 같은데요?”
옆에서 서윤이 재빨리 알아듣고 말했다.
후다닥 소리가 들려오더니 신도익이 나타났다.
“대장님, 점심시간 되었다고 알려 왔는데, 김밥을 준비한다고 했었으니 김밥 수령하러 보내겠습니다.”
“그래, 그런데 여기 왜병과 왜구들 빼고 이 사람들도 먹여야 하니까, 여기 병영에 주방 있을 거야. 누구 시켜서 거기서도 점심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
“네.”
이런 전쟁통에서도 밥 때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살려면 먹어야 하고.
“자, 두 사람은 이름이 뭐야?”
“벌도(伐道)라 하옵니다. 그리고 제 처는 화지(花枝)라 하옵니다.”
둘 다 성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성은 말을 안 한다.
고구리인이라 이야기했던 사람들도 그렇고, 이 사람들도 그렇고, 대체 이름을 어떤 식으로 지은 걸까?
참, 특이하네.
시대에 따라 이름을 짓는 유형이 있어서 그렇겠지만.
벌도를 단어의 뜻을 그대로 풀어 보면 길을 베다, 뭐 이렇게 봐야 하나?
화지는 꽃가지라고 보면 되니까, 그건 이해가 되네.
“신라인이 왜 여기 와서 사는 거지?”
“…….”
“난, 고려 사람이지만, 너희들이나 너희의 조상들이 나라를 잃고 도망쳤건, 역모를 꾸미다 도망쳤건, 살인을 하고 도망쳐 왔건, 아니면 그냥 그 고장이 싫어서 이리로 왔건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다만, 사실은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어.”
머뭇거리는 모습이 말 못 할 고민? 뭐 그런 것 같다.
“고려 조정에 충성을 약속한 호족과의 싸움에서 패해 선조들이 도망을 왔을 뿐입니다.”
“음, 너희 선조는 고려에 충성을 약속하지 않았고?”
“…….”
또 말을 안 하네?
묵비권, 인정.
까짓, 쿨하게 인정해 주지, 뭐.
“우리말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어딘가에 정착을 했다는 말인데, 왜 여기서 노예가 된 거야?”
“…….”
또 말을 안 하네.
답답해지면 열 받게 되는데.
“날 화나게 하면, 너와 네 처와 네 아이에게 해가 돌아가게 돼. 내가 이렇게 화를 내지도 않고 사실을 알기 위해서 질문하는데, 계속해서 답을 안 하면 화가 나게 되거든.”
태영은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난 왜국과 왜인들은 아주 독하게 미워하지만, 신라가 되었건, 백제가 되었건, 고구려가 되었건, 고려가 되었건 상관없이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은 미워하지 않아. 심지어 여기 송산은 우리가 다 때려잡았지만 저기 저 사람들, 고구리인들인데, 저 사람들에게 이곳을 그냥 넘겨주겠다고 했으니까.”
그러면서 태영은 철공 부대를 가리켰다.
“말씀드리세요.”
오죽 답답했으면 여자가 한숨을 푹 쉬고는 남자에게 말한다.
눈빛이 제법 강렬한 것이 체격은 보통인데 풍기는 포스는 여장부 스타일이다.
“…….”
자신의 아내를 한번 돌아본 벌도가 태영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자세한 것은 모르오나 신라가 고려에 나라를 바치기 전, 그 전에 왕위에 계셨던 분이 선조였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선친께서는 모든 것을 잊으라 선조께서 명하였다 하옵니다.”
통일 신라의 마지막 왕이 고려에 나라를 그냥 바쳤다 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렇게 배운 것 같다.
그리고 신라의 역사는 학교에서 쪼오끔 가르치는데, 왕조는 또 잘 모르지.
신라 마지막 왕은 김씨였는데, 박씨도 있고 김씨도 있지 않았나 모르겠다.
그래도 이 사람은 왕족의 후예라는 말인데, 그 왕족의 후예가 무릎을 꿇고 앉아서 간략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다 보니, 그냥 의자에 앉아 들으려니까 좀 미안하긴 하다.
“그걸, 증명할 수 있느냐?”
그냥 주장을 한다고 다 믿어 줄 수는 없잖아?
벌도가 무릎을 여전히 꿇어앉은 채 뒤를 돌아보았다.
포박되어 꿇어앉은 무리들, 왜인 외의 무리들 중에 태영과 벌도의 말이 들릴 만한 위치에 있던 스물 정도가 몸을 일으켰다.
“풀어 줘.”
태영이 지시하자, 사포의 병사들이 그들의 포박을 칼로 잘라 주었다. 그들은 모두 벌도의 뒤에 꿇어앉았다.
“저희가 증인이옵니다. 저희 모두는 그분과 함께 떠난 선친들의 후인이옵니다.”
허, 말도 당당하고 한국어, 아니 고려 말도 제법 잘한다.
현재의 한국어 어원이 신라라서 그런 것인가?
“좋다. 아이들은 더 있나?”
“네, 아들 둘이 있사옵니다.”
“왜 여기에 노예로 잡혀 왔는가?”
“저기.”
손으로 가리키는 곳이 아이들만 모아 놓은 곳이다.
조금 전, 접려라고 했던 아이가 사내아이 둘을 데리고 왔다.
큰애는 애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제법 덩치가 있는데, 이 아이가 애들 무리를 통솔했던 것 같다.
“이름이 어찌 되느냐?”
“한담이라 하옵니다. 동생은 한호입니다.”
대답하는 것으로 봐서는 제법 기상 있게 키운 것 같다.
“나이는?”
“열네 살이옵니다. 제 동생은…….”
“동생은 입이 없나?”
“……열두 살이옵니다.”
“글을 배웠느냐?”
“천자문을 떼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으로 잡혀 온 후에는 더 이상 배울 수 없었사옵니다.”
그렇겠지. 노예로 부리려면 글을 가르치면 안 되고, 글을 안다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안 된다. 그건 절대로 피해야 하는 금기 사항이다.
김밥이 오고, 병영의 주방에서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에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태영이나 서윤, 그리고 사포의 병사들까지 자신들과 같이 앉아서 같은 밥을 먹는 것이 꽤 이상한 모양이다.
선조들은 모든 것을 잊고 살라 했다지만, 그럴 수는 없었단다.
하긴, 그럴 수는 없지.
그래서 도피처로 왜국을 정하고, 도망쳐서 이들 역시 고구리인들처럼 산속으로 숨어들었고, 그곳을 경작하며 대대로 살아왔단다. 글도 가르치고 말도 그대로 이어 오고.
그러다가 6년 전.
왜군 2백여 병력이 들어와서 모조리 잡아들였단다.
이들과 고구리인들과는 살아온 방식에 아주 큰 차이가 있다.
고구리인들은 왜인들이 사는 곳에서 터를 잡고 교류하면서 살았고, 이들은 산속에 터를 잡은 후에, 외부와는 단절하고 자신들만 무리 지어 살았다.
외부와 교류는 필요했기에, 일단의 무리를 구성하여 외부의 철과 곡식의 종자와 이런 것을 몇 달에 한 번 정도 외부로 나와서 교역을 했는데, 마지막 교역을 마치고 온 후 보름 만에 그 일을 당했단다. 이건, 한마디로 하면 노리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고구리인들을 습격한 그 무리가 아닐까?
양쪽이 시기적으로 같은 해에 한 달 간격이 있는 것으로 봐서 아마 그런 듯하다.
가마쿠라에 나갔다가 부상으로 돌아온 무사의 짓?
노예로 끌려온 지역도 동일한 것을 보면, 이곳 송산과 송도의 기병이 대거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 송도를 점령한 후 이들에게 송도를 넘겨주면 되는데, 적정한 인구가 있어야 가능하다. 저렇게 스물 정도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너희 무리는 총 몇 명이나 되나?”
“인구 1천이 되었사온데, 이곳으로 잡혀온 사람들은 3백여 명, 나머지는 바다 건너 어딘가에서 노예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옵니다.”
인구 1천 명이 2백 명의 왜군에게 모두 잡혔다.
하긴, 여자 빼고 아이들 빼고, 나머지라도 남자의 숫자가 제법 되지만, 저들은 무인이 아니라 그냥 농민일 뿐이니, 싸움 자체가 안 되는 데다 싸우면 무조건 전멸이다.
그럴 바에야 포로로 잡힌 것이 차라리 다행이다.
“네가 이들의 지도자로 보면 되나?”
“그러하옵니다.”
대답은 뒤에 꿇어앉은 무리들에게서 나왔다.
“좋아, 고구리인들 남은 인원이 저 위의 성에서 내려올 테니, 그때 너희들과 함께 의논할 것이다.”
“감사하옵니다.”
“연대장.”
“네, 대장님.”
“이 사람들 밥 먹이고, 몸을 좀 씻을 수 있도록 해 줘. 저기 장원에 가면 빈집 많아. 이 사람들의 몰골이 도저히 사람이 아니어서 사람으로 좀 만들어야겠어.”
“네, 준비시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