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92
192. 송산과 송도(2)
“여기 지도상에 있는 넓은 땅은 모두 바다예요. 꽤 많은 삼각주가 있어서 농사를 짓고 있구요, 지도에 보이는 야산은 모두 작은 섬이구요.”
식사 후에, 철공 수비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니펜트를 띄워서 송도로 이름을 바꾸기로 한 히로시마 지역을 정찰하고 있던 한서윤이 말했다.
그렇겠지.
일본은 언제부터 간척이 본격화되었는지 모르지만, 바다에 접한 평지의 대부분은 간척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들었다.
잔디와 유진이가 함께 앉아서 보고 있지만, 두 사람도 지도상의 땅이 바다라는 것에 대해 별로 이상해하지 않는다. 최소한 지도가 언제 적 것인지는 아니까.
“섬이라면 포격을 하면 좋은데, 신라 사람들이 최소한 7백 명은 있다 하니, 그들을 구하려면 또 백병전을 해야 해서 어떨지 모르겠다.”
“그냥, 대장님하고 제가 힘 좀 더 쓰죠.”
“그럴까?”
“네, 어차피 총 들고 쳐들어가면, 총에 맞아 죽는 사람도 생길 테니, 그러지 말고 대장님하고 제가 가서, 대가리 몇 명 잡고, 그 가족들 포로로 잡고, 그러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자. 일단 내일까지 이곳은 정리 다 해 놓고, 내일 오후에 배로 건너가서 적당한 데서 쉬고, 모레 새벽에 시작하자.”
“또 두 분이 가시려고 하는 거죠?”
잔디가 서윤을 등 뒤에서 백 허그를 하며 물었다.
작전 회의 중이 아니라, 여담처럼 이야기를 주고받는 가벼운 대화라 행동들도 그렇게 한다.
“그래.”
“나도 그날, 부실장님하고 그곳에 갔었어야 하는데, 아깝다.”
서윤의 대답에 잔디가 몸을 좌우로 흔들며 하는 말이다.
그날 그곳.
미봉산에 피디지가 열린 그날을 말하는 것이지?
“얘가 왜 이래?”
“이러고 있으면, 혹시나 부실장님의 능력이 제게 조금, 눈곱만큼이라도 묻어나지 않을까 해서요.”
간혹 둘이 저렇게 장난을 한다.
가까운 주변에 태영과 서윤, 잔디와 유진이, 그리고 그 일행들만 있으니 하는 장난이다.
“저도, 저두요.”
유진이까지?
은초롱, 조이슬, 세잎이, 장호는 무슨 소린가 하고 눈이 말똥말똥하다.
장호는 이제 경험이 많이 쌓였지만, 대부분 초보인 저놈들이 이번 전투에서 제대로 역할을 했나 몰라.
“잠잘 때 맨날 팔베개해 주시는 대장님에게도 묻어나지 않는데?”
“그러네, 정말. 아~ 아깝다.”
“어, 실장님에게서 연락 왔어요. 테르 아직 괜찮나 봐요.”
그때 유진이가 외치듯 말했다.
“그래? 잠깐 태블릿 줘 봐.”
문자열 검색 앱을 아시나가 떠나기 전에 PC에 하나 넣어 주었다.
PC의 아주 작은 앱을 넘겨받은 후, 코드를 분석하여, 자신이 가진 능력 중에 검색 기능을 PC의 코드에 맞게 변경시켰단다.
그런 것이 가능한지 태영도 그때 처음 알았지만, PC 내부 그 어디에 있더라도 AND, OR 조건을 수없이 열거해도, 파일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검색해 준다.
태영이 21세기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검색 앱 인데, 정말 기가 막힌다.
이름을 Uni_search로 정했지만, 만능 검색 앱이다. 역시 23세기의 인공 지능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15분쯤 지났는데, 톡이 왔다. 하지만 너무 간략해서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다.
…….
…….
젠장, 먹통이네.
더 이상 반응이 없다.
서윤이나 유진이가 계속 문자를 보냈지만, 묵묵부답이다.
테르가 완전히 동작을 멈춘 건가?
아깝게도.
21세기 현대에서, 오키 섬은 왜놈들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주장하는, 선전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일본 시네마 현에 속한 섬이고, 사도 섬은 일본 니이가타 앞바다의 섬이다.
서윤이 말한 것처럼 나고야에서 비파호를 가로지르는 선을 잘라서 그 서남부를 고려에, 아니 사포에 귀속시키면 오키 섬은 고려 땅이 되고, 사도 섬은 그냥 일본 땅으로 남아 있게 된다.
“대장님, 이게 무슨 말이에요?”
유진이가 물었다.
“고려로 따지면 황실과 최충헌의 군부가 한판 붙었는데, 황실이 져서 왕족들이 모조리 귀양갔단다.”
“에? 최충헌 죽었잖아요?”
“예를 든 거다, 이놈아.”
최세헌을 예로 들 수는 없지 않니?
“그런데 그걸 어찌 아세요?”
“나도 모르지. 테르가 원래 이상한 놈 아니냐?”
얼렁뚱땅 대답해 주었지만, 뭔가 앞뒤가 안 맞는지 갸우뚱한다.
그만 물어, 이놈아. 더 해 줄 말이 없다고.
정하연이 보내온 내용이 앞뒤가 없고, 너무 간단해서 제대로 파악하긴 어렵겠지만, 그것을 토대로 유추 해석할 수밖에 없다.
저 내용대로라면, 음력으로 따지던 시대이니 5월은 7월쯤 될 것이다.
지금이 초겨울이니 그때가 지난 셈인데, 고가 미테루가 태영을 만나면서 조큐의 난은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다.
일어났다면, 고가가 후쿠오카로 태영을 만나러 오지 않았을 테니.
그러면 다케다라는 놈, 다케다야마 산에 가네야마 성 축성, 이런 것들은 어찌 될까?
별로 궁금하지는 않지만, 모레 새벽으로 예정하고 있는 전투에 참고가 될 텐데, 테르가 그사이를 못 참고 이별을 하려는 모양이다.
***
“다윤이 다우의 동생이라고?”
오전에 왜인들의 장원에서 목을 찔러 죽여 버린 다윤이 동생이란다.
“네.”
구위가 침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박일남이 함께 보고했지만, 아침에 장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구위에게 보고를 하라고 시킨 모양이다.
“왜 죽었는지는 알려 줬나?”
“네.”
“나한테 할 말 있겠네?”
“아닙니다. 그렇게 살 바에야 진즉에 죽지 왜 살아 있었느냐며 장례를 치러 줄 가치도 없으니 그냥, 야산에 던져 버리라 했습니다.”
분노를 감추어 두고 하는 말인지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이 그렇다면 나쁘지는 않다.
“자식들은 있지 않나?”
“아들 하나, 딸 하나 있었는데, 아들은 소식을 알지 못하고, 딸은 그 집에 있었습니다. 노예로.”
노예라.
그건 자의가 아닐 수도 있다.
어찌 되었거나 불행한 사람들이다.
모두가 망국의 서러움인데, 이 시대는 그런 일이 제법 많이 일어났다.
어떻게 처리했느냐고 물어보려다가 그냥 두기로 했다.
“을목은 그 여자를 어찌 처리했나?”
“발가벗겨서 나무에 매달아 두었습니다.”
돌 맞아 죽으란 소리인데, 그 이전에 얼어 죽을 것이다.
“그 외, 보고할 것 있나?”
“대장님, 모두 모였습니다.”
김처인이 문을 열고 들어와 보고를 한다.
“그래, 가자.”
아무래도 이곳이 병영으로 상당히 많은 왜병이 훈련을 받는 장소이고, 왜군의 지휘관들이 상근하다 보니 시설이 제법 갖추어져 있다.
태영이 대회의실로 만들어진 곳으로 들어서자 사포군의 지휘관들이 여섯, 비서실 병사 셋, 철공 부대와 철공 수비대를 합쳐서 다섯, 그리고 신라인이라고 했던 사람들 다섯이 앉아 있다.
“충성!”
김웅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경례를 한다.
그 바람에 앉아 있던 모두가 몸을 일으켰고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태영이 앉고, 한서윤이 그 옆에 앉고, 김웅겸이 착석하자 모두들 자리에 앉았다.
“다들, 통성명들 했소?”
네~
큰 소리로 대답을 한다.
통성명을 했으면 서로 이름만 주고받은 것은 아닐 것이니, 어느 정도 분위기가 만들어진 셈이다.
“설가.”
“네, 대장님.”
이젠 저들도 대장님이 입에 착착 붙은 것 같다.
“가마쿠라에 나가 있다가 부상당해 돌아왔다는 그 무사, 촌장의 아들인가 하는 놈에 대해서 이야기 좀 다시 해 봐요. 아무래도 저기 벌도의 마을을 친 왜병들이 그 마을을 친 왜병들 같거든.”
“이름은 카이세이, 오반야쿠(대번역: 大番役) 출신인데, 싸움의 와중에 심하게 다쳐 더 이상 무사로 살 수가 없어서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아씨, 오반야쿠가 뭐냐, 대체?
“오반야쿠는 궁성 경비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 진작 그리 말해 주었으면 좋잖아?
이 시대에 궁성 경비대였으면, 기껏 그것도 권력이라고 무지하게 폼 잡았을 텐데.
“카이세이, 들은 이름입니다. 우리 마을을 친 왜병들이 카이세이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을 들었습니다.”
벌도의 얼굴이 벌게지며 말한다.
“다리를 절고, 왼손을 사용 못 하는 사람 맞소?”
“이름만 들었을 뿐 본 적은 없습니다.”
설가가 묻고, 벌도가 대답했다.
“자부심과 자존심에 상처가 나서 비뚤어진 것 같은데, 같은 놈이 맞는 것 같소. 자, 그럼 목표가 명확해졌군.”
“…….”
다들 태영을 쳐다본다.
“우선 정리부터 하겠소. 이곳 마쓰야마는 우리말로 송산, 저 건너 신라인들의 마을 사람들이 많이 잡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히로시마는 우리말로 하면 광도인데, 여기와 이름을 맞춰서 송도라 부르기로 한다. 이게 오늘 점심 전에 통지된 내용인데 다들 인지되었소?”
예~
“그럼, 정리합시다. 송산은 이미 우리가 점령했고, 여긴 설가에게 주겠다고 했소. 그리고 지킬 힘을 기르라고 했는데, 오늘 아침 전투에 참여시켜 보니 아니더군. 전혀 전쟁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 다시 말해서 줘도 자기 땅을 지키지 못한다는 말이지.”
부상 상태로 참석한 을목이나 설가 등이 고개를 푹 숙인다.
“그런데, 저 건너 송도를 점령해서 거기는 벌도에게 주려 했는데, 송산에 비해서 송도는 주변의 적들이 송산보다 더 강한데, 지킬 수 있을까? 벌도. 대답해 봐.”
“…….”
함께 앉은 사람들이 뭔가 말을 하기는 하지만, 쉽게 답을 못 한다.
“세잎아, 저 밖에 가서 화지라고, 벌도의 처가 있는데 데리고 들어와.”
“네, 대장님.”
세잎이 재빨리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회의실 안은 적막에 감싸였고, 모두 눈치만 보았다.
삐이꺽~
문이 열리고 화지가 들어섰다.
“부르셨다 들었습니다.”
“조금 전에, 송도를 점령해서 벌도에게 주겠다고 했다. 그럼, 주변에 매우 강한 적들이 있는데, 지켜 낼 수 있나?”
“지켜 낼 수 있습니다.”
태영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답을 한다. 바로 저 성격 때문에 들어오라고 한 것이다.
“어떻게?”
“우리가 왜병에게 잡힌 것은 생존의 문제로 훈련이 충분하지 못했고, 대응할 만한 무기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 가지 조건, 송도를 점령하면 식량 조달이 쉬워서 생존을 위한 여력의 상당 부분을 훈련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그다음 철공 수비대 분들께 여쭈어보니 이쪽에는 무기가 충분했습니다. 그것을 조금만 우리가 사용하게 해 주신다면, 무기 부족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물론 무기 제공 대가는 다른 것으로 갚을 것입니다. 그리된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다만에서 말을 끊고, 태영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천천히 절을 했다. 벌도보다 더 강단이 있고,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니까.
“대장님께서 훈련 교관 몇 사람을 파견해 주시면, 승산에서 더 나아가 확신이 들 것입니다.”
몸을 일으킨 화지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아.”
설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설가는 훈련 교관 생각을 했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야기하지는 않았었다.
화지. 저 여자가 사포군의 장교들을 찾아다니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지 물어보고 다녔을 것이다.
이 사람, 저 사람 찾아다니면서 말을 붙이는 것을 봤거든.
생긴 모습은 조신한 여자인데 말과 행동은 완전히 여장부 스타일이다.
“좋다. 그렇게 하지.”
김웅겸과 한서윤 등 사포의 지휘관들 대부분이 태영을 쳐다보았다. 사전에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았으니 그런 모양이다.
“이건 명심하라. 내가 점령하는 순간부터 그곳은 어디를 막론하고 고려 땅이다.”
그 말을 하고 둘러보니 그들의 얼굴에는 약간의 희열이 느껴졌다.
분명, 이곳은 왜국인데 고려 땅이라 하니 당연한 것이다.
“비록 고려 땅이라고 하지만, 이곳을 넘겨받은 사람들이 자치권을 가지고 통치하되 고려의 간섭은 최소화할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처음 몇 년은 안정을 위해 조세를 면제해 줄 것이지만,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조세를 부과할 것이다. 그건 알고 있도록.”
“네, 당연히 납부할 것입니다. 그래도 몇 년간 유예해 주신다고 하시니 저희는 오직 감사할 뿐입니다.”
역시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도 잘 아네.
“우리는, 여러분들이 몇 년 동안 지켜 내는데 문제가 없도록 이 주변, 즉 송산을 연안으로 하여 연결된 인근 지역을 멸해 주겠다. 또한 북쪽 송도와 연결되는 해안 역시 멸해 주겠다. 그 멸한 지역에 동족들을 이주시키는 것은 여러분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때 시행하여 세력을 넓히도록.”
“그것이 가능하옵니까?”
질문은 설가가 했다.
“연대장.”
태영은 대답은 하지 않고 김웅겸을 불렀다.
“네, 대장님.”
“우리가 작전 나갈 때 설가에게서 3명, 벌도에게서 3명, 미래를 책임질 사람으로 선별해 달라고 해서 작전 참관을 시키도록 그러면 가능한지 아닌지 알게 될 것이야.”
“네, 알겠습니다.”
“고구리와 신라의 지도자에게 말하지만, 참관할 사람을 인정과 안면으로 선발하는 실수는 하지 말도록 한다.”
“네, 대장님.”
“네.”
벌도와 설가가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대장님, 해룡호, 정규하 병사로부터 연락입니다.”
그때 유진이가 자신이 들고 있던 태블릿을 태영에게 건네주었다.
앞부분에서 진이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태영이 받아 든 톡 창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태영은 서윤이 들고 있는 태블릿 번호 1번을 단체 톡으로 초대했다.
질책을 받더라도 할 일은 제대로 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인지, 호위를 막은 것에 대해 함께 말했다.
홍문공도가 왔으니 자신도 이제 사포로 가겠다고 해서 내려와서는 해룡호에 주로 승선하고 다녔는데, 이번에도 비주와 함께 상산에 갔다.
상황이 그랬단 말이지?
그리고 통신이 되는 거리에 도달했다는 말은 이미 하루쯤 전에 승선했고, 적어도 이곳과는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는 소리다.
도리가 없군.
뭔가 계산을 하겠지.
그럼, 300킬로가 훨씬 넘는데, 통신이 되었네.
역시 바다에서는 통신 거리가 길어지기는 하는 모양이다.
‘아마, 함께하기는 어려워도 선화 상단의 이름으로 복수를 해 줄 수는 있을 것입니다. 다만, 언제라고 말 해 줄 수는 없습니다.’
‘우리 호위대가 동행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겠지만, 그렇게만 해 주셔도 우린 충분합니다.’
그렇게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마쓰야마, 이곳 송산을 친다고 하니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