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94
194. 송산과 송도(4)
아직 잠이 깨지 않은 여자 둘이 추위를 느꼈는지, 잠시 몸을 오그리더니 이곳저곳을 더듬다가 마침내 눈을 뜨고 이 황당한 상황을 알게 되었다.
어디론가 사라진 이불과 발가벗은 자신들의 몸, 그리고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는 두 남녀.
발가벗은 영주만이 아니라 처음 눈을 뜬 여자도 이불이 확 날아가 버릴 줄은 몰랐던지 황당해하는 표정이 보였지만, 모두 다 손과 팔로 몸을 가린다.
몸을 덮었던 이불이 사라져 버린 상태의 실내는 벗은 몸으로 견디기에는 제법 춥다.
추위와 부끄러움을 가릴 수 있는 옷이나 이불은 멀리 떨어져 있고, 그 앞에는 칼을 겨눈 사람이 있으니 넷이 서로의 몸을 껴안듯 했다.
“모두 일어나.”
태영의 말에 네 명 모두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고, 손으로 이곳저곳을 가리면서 여전히 옷을 찾느라 이리저리 눈을 돌렸다.
그러나 그들의 주위에는 깔고 잤던 요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몸을 가릴 것이 없었다.
“그대로 꿇어앉아.”
태영은 자신의 뒤로 날아온 이불에 칼질을 했다. 묶을 줄이 방 안에 따로 있지 않았기에 이불을 잘라서 묶기 위함이었다.
아악~
영주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태영이 돌아서서 이불에 칼질을 하고 있고, 함께 선 여자는 손에 뭔가 모를 것을 쥐고 있지만, 칼도 없이 자신을 겨누지 않고 있으니 재빨리 일어나서 제압하면 되리라 생각한 모양이다.
영주가 몸을 움직이는 소리는 태영도 들었다.
서윤의 손에서 쇠버리를 여전히 좌르르 소리를 내고 있지만, 시선은 영주를 향하고 있고, 영주는 서윤을 향해 뛰어오던 자세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자신이 원래 있던 위치에서 1미터도 이동하지 못했다.
으윽~
“계속 버티면 부러질 텐데.”
서윤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뚜둑~
정강이의 중간이 바깥쪽으로 꺾어지면서 부러지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으으악~ 으윽~
비명이 나오지 않으면 이상한 거지.
그래도 외부로 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봐서 살갗이 찢어지지는 않고, 내부의 뼈만 부러진 것 같다.
태영은 비명이 들리거나 말거나 칼에 찢어진 이불자락으로 여자의 팔을 뒤로 돌려 손목을 묶었다.
악~
손목을 세게 묶었는지 비명이 나왔지만, 자연스럽게 풀리지 않도록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세 여자를 서로 등을 보게 한 뒤에 묶여진 손목을 한꺼번에 다시 묶었다.
비록 발목을 묶지는 않아도 저대로는 도망가지 못한다. 그리고 발가벗고 있는 상태이기도 하고.
그래도 줄 몇 개를 이어서 세 여자의 목을 클로버 잎사귀 모양으로 감았다. 이러면 고개를 제대로 못 움직이게 된다.
아니, 오히려 움직이면 목을 조이게 될 것이다.
“잠시만 기다려.”
“네.”
태영은 바깥방으로 나가서 책장의 얇은 기둥 두 개를 떼어 방 안으로 들어가서는 영주의 부러진 정강이 아래 놓았다.
21세기의 책장들과 달리, 이 시대의 책장은 대부분 기둥이 손에 꼭 잡힐 정도로 가느다란 나무이고, 그 위에 넓은 판을 얹는 구조이다.
끄득~
부러진 정강이를 바로 잡자 뼈가 똑바로 서면서 소리가 났지만, 정상으로 맞춰지는 것은 아니다.
아아악~
엄청나게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는데, 정말 죽고 싶을 만큼 아플 것이다.
책장 다리를 정강이의 양쪽에 대고 찢어진 이불로 다리를 감았다. 무릎 바로 아래서부터 발목까지 칭칭 동여매었다.
두 팔을 뒤로 돌린 후, 남아 있는 줄로 두 손을 묶고 그 줄을 목으로 둘러서 묶어, 팔을 움직이면 목을 조르도록 만들었다.
그래도 진짜 죽겠다고 작심하고 당기면 안 되니까 찢어진 천을 잘 말아서 선 안쪽으로 끼워, 절대로 줄을 당겨서 자의로는 죽을 수 없도록 했다.
줄을 만들기 위해 찢어 낸 부위를 제외한 천을 들어 거기에 달라붙어서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털어 낸 후, 가운데 구멍을 내고는 그 구멍으로 영주의 얼굴만 쏙 나오게 해서 덮어씌웠다.
“일어서라.”
다리가 부러진 상태로 부목을 덧대 묶고, 팔을 뒤로 돌려 묶었으니 제대로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
태영이 옆에서 일으켜 세워 주고서야 몸을 일으켰다.
모습이 제법 재미있어 보인다.
“지금부터 너와 네 가족이 죽고 사는 것은, 네가 내 말을 얼마나 잘 듣느냐에 달려 있다.”
“큭, 크윽.”
목을 묶었으니 말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알아들었으면 고개를 끄덕여라.”
벌게진 눈에 얼굴도 벌게졌지만 고개는 끄덕인다. 살고 싶기는 한 모양이다.
잘 자고 난 뒤, 잠도 깨기 전에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을 거다.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일본은 영주이거나 자신이 모시는 주군에게 목숨을 바치는 사무라이 정신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들이 간혹 나온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
한국 땅에서 조폭 영화가 판을 칠 때, 초딩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으면 조폭이라고 대답한 놈들도 있었다고 한다.
영화를 만든 미친 인간들이 영화에서 조폭을 너무 멋지게 포장을 했거든.
사회악이라고 하는 그 조폭들보다, 사회악이라는 쓰레기를 잘 포장하고 미화하는 기술을 가진 그 이상한 놈들의 머리통을 산 채로 열어 놓고 그 속을 헤집어 보고 싶다.
왜국의 무사들도 영화에서는 멋지게 그려졌고 무사도를 부르짖는 놈들이지만, 21세기에는 깡패 조직일 뿐이고, 한국의 조폭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똑같이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쨌거나 자기 목숨은 중하다.
지금은 막부와 왕실이 서로 싸우는 중이고, 막부는 막부대로, 왕실은 왕실대로 서로 자기편으로 많이 끌어들이려고 애를 쓰는 중이다.
각 지역의 패권을 가지고 있는 영주들 또한, 어떤 놈이 자기에게 부귀영화를 많이 줄 놈인지, 대대손손 잘 먹고 잘 살게 해 줄 놈인지 계산한다.
그런데 그런 부귀영화를 두고 가족들과 함께 몰살을 택할까?
절대 아니지.
문을 열고 바깥방으로 나가자, 태영이나 서윤은 느끼지 못하는 찬 바람이 온몸을 휘감고 지나가는지 몸을 바르르 떤다.
태영은 그 바깥방의 방문을 한 뼘만 열었다.
“으으음.”
휙 소리를 내듯이 차고 들어온 찬 기운에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여자들은 이리로 걷지도 못하고, 저리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서윤에게 끌려 바깥방으로 나왔는데, 영주는 홑겹의 이불이라도 뒤집어썼지만, 여자들은 발가벗은 상태라 더 추울 것이다.
“이것들도 이불 덮어 줄까요?”
“이 정도 추위로는 몇 시간 서 있어도 감기밖에 안 걸리니까, 밖에 영주 집을 지키는 왜병 놈들에게 눈요기나 좀 시켜 주자고. 그런 눈요기를 하고 죽는 것도 좋을 거야.”
“네.”
대답하는 서윤이 피식 웃는다.
서방님도 볼거리 있어서 좋아요? 하는 표정은 아니지만, 그 웃음이 뭔가 묘하다.
“왜?”
“그냥요.”
서윤의 말을 들으면서 한 뼘쯤 열린 문으로 밖을 내다봤지만, 시선에는 아무도 잡히지 않는다.
태영과 서윤이 워낙 은밀하게 움직여서 아직 전각 안에 있는 왜병들은 일어나지 않은 듯하다.
“서윤아, 저 뒤 여자들에게 이놈 호구 조사 좀 해.”
“네, 옷으로 얘들 좀 흔들어도 되죠?”
추위가 심하니 대답을 제대로 하면 옷을 주마, 그렇게 하겠다는 소리다.
이런 추위 속에서는 한 겹만 걸쳐도 정말 따뜻하다. 1분도 안 지나서 더 따뜻한 것을 찾게 되기에 결과는 똑같지만.
“그럼, 당연하지.”
서윤이 세 여자에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것을 들으니, 셋 다 첩이다. 하긴, 본처와 첩들이 그렇게 하고 자고 있지는 않겠지.
아, 왜국이지.
얘들은 뭐를 해도 비정상인데, 제발 착각하지 말자.
그런데 저 셋은 첩이라도 순서가 아주 뒤에 해당하는 첩들이다.
자식으로는 아들이 셋, 딸이 다섯, 그 중에 본처 소생은 딸 둘만 있단다.
아직 아들의 나이가 많지 않은 막내를 제외한 둘은 결혼했고, 손자가 둘, 손녀가 셋이다. 그 정도 파악했으면 된 셈이다.
아들과 손자를 잡아 놓고 죽인다고 위협하면 되니까.
“애새끼들 잡아 올게.”
“네.”
장원 안을 수색해도 되지만, 그렇게 해서 시간이 걸리는 것보다, 여기 여자들을 통해서 애들이 어느 전각에서 자고 있는지 파악했으니, 목덜미를 잡아서 끌고 오면 된다.
손자는 아들 한 놈의 자식들이니 그들이 자고 있는 전각으로 갔다.
아들 부부는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고, 그 옆에 애가 셋이 있는데, 다들 어리다.
일단, 여자는 기절시켜 버리고, 남자의 목을 눌러 잠을 깨운 후, 영주의 방에서 가지고 온 잘린 이불자락으로 등 뒤로 손을 돌려서 묶고는, 두 발도 좁은 보폭으로 걸을 수 있도록 묶었다.
그리고 어린 남자아이 둘은 목에만 줄을 감았다.
당기기만 하면 죽을 수 있도록.
“일어서라.”
“너는 누구냐?”
“궁금해하지 말고, 네 애비도 잡혀 있으니 네가 덤비면, 네 아이들이 먼저 죽고 네 애비도 죽는다. 물론 그다음은 네 차례이고.”
“큭.”
“애들 다 깨워.”
목에 줄을 감은 아이들은 그제야 잠에서 깨어났다.
아아앙~
애들은 어떤 상황인지 모르니 울음을 먼저 터뜨린다.
“조용히.”
살벌한 분위기 때문인지 애들이 곧 울음을 그쳤다.
문을 나설 때 추위 때문에 몸을 움츠렸지만, 그래도 꿋꿋이 참고 잘 걷는다.
둘째 아들도 묶어서는 아들 둘과 손자 둘만 앞세워서 영주가 있던 큰 전각으로 갔다.
이제 병사들이 깨어나서 이 상황을 봤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칼은 뽑아도 노려보기만 할 뿐 칼질을 하지는 못한다.
“그놈 데리고 나와.”
열린 문으로 서윤이 내다보고 있다가 빙긋 웃는다.
“네. 여자들도 데리고 갈까요?”
필요가 없어졌는데, 데리고 가려면 목을 감은 줄을 풀고, 셋을 묶은 줄도 풀어 주어야 한다. 귀찮은데.
“데리고 가자.”
결국은 풀어 주고, 옷도 하나씩 줘서 영주와 똑같이 머리만 꺼내 놓고 그냥 덮어씌웠다.
그러는 사이에 장원의 마당에는 잠에서 깨어난 경비 병력들이 저마다 군장을 갖추고 속속 모여들었다.
그러나 영주와 영주의 아들과 손자들 같은 실세들이 묶여 있으니 다들 어찌하지를 못하고 노려보기만 했다.
쇄액~
그때 누군가가 쏘았는지 화살이 날아왔다.
퍽~
태영은 몸을 재빨리 옮기면서 영주의 둘째 아들을 당겨서 화살받이로 썼다.
화살은 영주 둘째 아들의 어깨를 뚫고 들어갔고, 촉이 반대 방향으로 튀어나오지 않은 상태로 흔들렸다.
으윽~
태영 일행을 둘러싼 경비 병력이 혼비백산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떤 놈이냐?”
영주 아들의 신음 뒤에 터져 나온 고함 소리는 태영의 입이 아닌, 영주의 전각을 지키던 경비 병력의 입에서 나왔다.
“잡아 와.”
태영이 소리치자 경비 병력 몇이 달려갔고, 회심의 일격을 노린 궁병은 황당한 표정으로 활을 늘어뜨린 채 서 있었다.
왜병들은 태영을 죽일 듯 노려보기는 해도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는 상태이다 보니 궁병을 데리고 왔다.
폭~ 촤악~
데려오자마자 목에 구멍을 내 주었다.
궁병을 데려온 경비병은 움찔 놀랐지만, 궁병을 잡고 있던 팔을 놓았고 곧바로 쓰러졌다.
“경고하겠다. 지금부터 우리를 노리거나 우리에게 덤비면, 영주와 영주의 새끼들의 팔이나 다리를 하나씩 자를 것이다. 알았나?”
영주의 앞 세 발자국쯤 떨어진 곳에 서 있던 경비병이 고개를 조금 움직이더니 돌아선다.
“아무도 접근하지 마라. 경비 1조, 2조 주위를 경계하라. 누구도 우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라. 3조 다이나누시의 의복을 준비하라.”
경비병들을 향해 지시하는 것을 보니 저놈이 지휘관이라는 소리네.
옷을 준비하라고?
뭐 그걸 못 하게 할 필요는 없으니.
그런데 이 상황에서도 무척이나 침착하고 강단이 느껴진다.
영주 전각의 밖에 왜병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이제야 상황을 알았으니 왜병들이 몰려 들 것이다.
***
병영의 앞쪽에 무술 연습을 하는 기둥에 영주와 영주의 두 아들, 그리고 손주까지 묶었다.
영주의 전각들을 신라 유민인 벌도의 무리들에게 넘겨주려고 너무 애쓰는 것 같다.
그 전각들을 넘겨줄 일이 없으면 그곳을 그냥 공격하게 하면 되는데, 여기까지 끌고 오게 되었다.
병영에는 족히 2천은 넘을 것 같은 병력이 태영이 있는 곳을 에워싼 채 언제라도 공격하려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
영주와 영주의 가족이 저리 잡혀 있으니 공격하지 못하는 것일 뿐.
그러고도 지금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고, 몰려들기를 태영은 기다리고 있다.
카이세이라는 그놈이 와 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서.
그리고 2천.
마음만 먹으면 쓸어버리는 건 일도 아니다. 한서윤 혼자서 쓸어버려도 10분이면 충분하다.
찾으러 다니기 귀찮아서 가능하면 다 모이도록 이렇게 기다리는 중인 것을 저놈들은 알까? 그리고 조금은 살려 둬야 노예로 부릴 거니까.
“어디쯤 왔어?”
“10분 후에 상륙해요.”
“중기관총 가지고 오라고 했지?”
“네, 2정에 실탄 5천 발에 모아 탄 10기, 철위나 박격포를 내리라고 할까요?”
철위는 철갑 교위를 병사들이 줄여 부르는 이름이다.
“아냐, 그건 가마쿠라나 오사카에 가서 내리자고. 아무리 기중기가 있어도 철갑이라 내리고 올리기가 만만치 않아.”
아무래도 앞이 열리는 구조의 철선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철갑 차량 병기를 쉽게 싣고 내리려면 선수나 선미가 열려야 하고, 목선으로는 불가능하다.
“대략 3천쯤 모였지?”
“그 정도 되어 보여요. 그냥 눈대중이지만.”
하긴 오와 열을 맞추어 서 있는 것도 아니고, 앉은 번호 하는 것도 아니니 인원 파악은 불가능하다. 크게 의미도 없고.
“이젠 슬슬 구경꾼도 모이는데요.”
“여자들도 제법 구경을 오네. 애들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영주의 이런 모습을 구경하는 것.
저런 모습으로 영주가 매달려 있는 것이 정말 여기 모인 모든 왜인들에게 안타깝기만 할까?
원래 지도자가 되면 백성들은 복종하는 것이 맞지만, 당연히 반대 세력도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대 세력의 손을 들어 주어 상잔하게 만들면 좋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그때, 병영의 뒤쪽에서 철그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얼마 후, 병영의 정문에서부터 물결이 갈라지듯 왜병들이 갈라지고 사포군 백 명 정도가 수레에 중기관총과 탄약을 싣고 들어왔다.
“충성! 도착했습니다.”
김웅겸이다.
“어서 와. 송산에는 누가 남았어?”
“박일남입니다.”
“그래? 이곳도 임시로 관리할 중대장 한 명 내정해 두도록 해.”
“최을석 중대장으로 벌써 내정해 두었습니다.”
“알았어.”
최을석, 개경에서 데려온 철소의 장인 출신인데 중대장이 된 케이스다.
개경에서 데려온 걸인과 철소의 장인들 중에 벌써 네 명이 중대장이 되었다. 나이와 경륜이 충분했고, 머리도 깨어 있는 사람들이다.
그 중의 한 명은 군부에서 낭장이었고, 최충헌 일파에 찍혀서 가족 모두가 죽고 자신은 걸인이 되었던 사람도 있다.
“영주입니까?”
“맞아.”
대답을 하면서 보니, 벌도와 화지 두 사람이 꽁무니에 따라 들어온다.
사포 군복을 걸쳤는데, 처음 계획에는 저 두 사람이 오는 것이 없었다.
“봐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김웅겸이 그들에게 턱짓을 하며 말했다.
“잘했어.”
“그럼, 장치하겠습니다.”
“그러도록.”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태영의 좌우측에 중기관총을 놓고 탄약을 걸었다.
왜병들이야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니 신경 쓰지 않는다. 쓴다 한들 막을 수도 없는 거지만.
“진이야, 이 구역에서 한 명도 벗어나면 안 되니까 이탈자 추적해.”
“넵, 부실장님. 드론 2기 띄우겠습니다.”
서윤의 지시에 유진이와 장호, 조이슬이 각각의 할 일을 하고, 병사들이 크레모아 10기를 왜병들을 향해 설치했다. 여전히 이들은 이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병사들은 병영 연병장의 한쪽에 두 줄로 줄지어 말뚝을 박고 줄을 치면서 줄 좌측에 있는 왜병들을 우측으로 건너가도록 했다.
줄의 간격이 대략 3미터는 되니 줄이 양쪽으로 쳐진 공간이 생겼다. 그래도 덤비지는 못한다.
“잔디야.”
“네, 대장님.”
“그거 준비해 왔지?”
“네. 백린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용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준비는 해 오라고 했다.
“지금부터 묻겠다.”
태영은 왜병들을 향해 말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