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99
199. 백야 작전(1)
배가 이동하고, 공격 지점에서 10분간 정선.
공격이 끝나면 결과를 볼 필요 없이 이동.
병사들이 육지에 상륙할 일이 없으니 배 안에 있는 동안은 그냥 휴식이다.
11월이 지나면 좀처럼 태풍이 없지만, 태풍이 발생한다고 해도 일본 남쪽 수백 킬로 해상에서 방향을 꺾어 북태평양 복판으로 이동하다가 사라지거나, 아주 일부가 서남아시아 쪽으로 상륙한다.
그리고 다시 태풍의 계절이 오면 한반도에 상륙하거나 일본 육상이나 연안을 따라 올라가며 피해를 주지만, 그 태풍은 6월이나 7월이 되어야 시작된다.
12월의 일본 남부 해상은 비도, 바람도 없이 고요하기 짝이 없다.
이틀이 지났을 때, 북쪽 연안을 담당한 황룡호와 남쪽 남해도 연안을 담당한 흑룡호는 연안의 큰 마을을 모두 초토화하고, 오사카 앞쪽의 이와지 섬을 불바다로 만든 것으로 1차 백야 작전을 종료했다.
“지금쯤이면 교토에 있는 왜왕에게 모두 알려졌을 거야.”
이 시대에는 헤이안쿄라 불리는 교토.
시간이 제법 경과되었으니 교토에 알려졌을 것이고, 왕실에서나 고가 미테루나 모두 알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알아봐야 막을 방법도 없고, 어찌할 방안이 없겠지만.
“그럼, 다음은 어떻게 하실 것인지요?”
김웅겸을 비롯하여 사포의 중대장 이상이 황룡호에 모여 다음 작전 준비를 했다.
“오사카와 나고야는 뺀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가마쿠라로 간다.”
“여기서 가마쿠라까지 약 6백킬로입니다.”
장호가 유진이와 속닥이더니 남은 거리를 말했다.
“그럼, 천천히 가도 하루면 가는군.”
“네, 그렇습니다. 와카야마 외곽으로 돌아가는 것을 기준으로 말씀드렸구요, 직선거리로는 410킬로 정도입니다.”
“좋아, 지금 여기서 교토까지 100킬로 안 되지?”
“네.”
“드론 보내 봐. 우리는 여기서 공해로 벗어나 가마쿠라로 이동하면서, 교토 상황을 조금 지켜보자고.”
“네, 시즈오카를 지날 때까지는 드론으로 정찰이 가능하고, 시즈오카까지 천천히 이동하면, 20시간 정도 걸립니다.”
“좋아, 그렇게 해. 혹시 가마쿠라에도 알려져서 함대로 우리를 막으려고 준비할지 모르니까, 전방 감시 게을리하지 말고.”
“네, 우리와는 달리, 함대를 준비하려면 기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렇다고 해도 예의 주시하겠습니다.”
“이만 해산.”
이 시대는 21세기와 달리 함대가 출동하려면 사전에 상당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물론 21세기라고 준비를 안 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준비 자체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우선, 배가 모두 목선인 데다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같은 재질로 물통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물을 싣기 위해서는 물통을 햇볕에 충분히 말리고 물이 나무에 스며들지 않도록 방수 처리를 잘 해서 물을 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물통 안에 세균이 빠르게 번식하기 때문에 출항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물이 상해 버린다. 거기다가 물을 소독할 수 있는 소독제도 없는 시대이다.
물은 하루만 먹지 못해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생존 물품이다.
그냥 생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투를 해야 하는 병사에게는 힘을 비축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물품이다.
그렇다고 아무 섬이나 상륙해서 물을 조달할 수도 없다. 여전히 물통에는 물을 담는 것이 불가능하고, 당장의 갈증만 해결될 뿐인데, 물의 변질을 느꼈을 때는 이미 많은 병사들이 그로 인해 수인성 질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함대가 출동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물 이외에도 수많은 준비가 필요한데, 그것이 수일 만에 준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항시 전투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그리 쉽게 함대가 출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것은, 방어에 돌입하거나 역공을 하려고 한다 하더라도, 이미 출동 중인 사포군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준다.
***
마침 날씨는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바람이 고요하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인지라 햇살까지 포근하다.
“그러니까, 이게 미백용화유이고 이건 미유신수인데 사포의 모든 여인들은 이것을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네, 그렇습니다.”
아나이스가 승선한 지 제법 되었고, 가마쿠라를 앞둔 오시마 섬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기에 장사를 시작했다.
화장품이다 보니, 태영보다는 서윤이 주로 설명했다.
“오호, 정말 대단하군요. 확실히 여군들의 피부가 정말 많이 달라졌다 했는데 이것 때문이었군요.”
“그럼요, 몇 년에 걸쳐서 연구하여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인데.”
“피부를 좀 만져 봐도 되나요?”
아나이스가 앞에 줄지어 서서 자신의 피부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보여 주는 여군들을 보다가 조이슬의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네, 괜찮아요.”
조이슬의 대답을 들은 아나이스가 피부에 손을 대보고, 잡고 당겨 보고 했다.
“오호, 탄력도 좋고.”
감탄사가 연속해서 나온다.
“라일리, 이거 우리 저 사람들 발라 보라고 해도 되지요?”
“네, 그럼요. 그 대신 세안을 하고, 물기가 마르기 전에 발라야 효과가 가장 좋아요. 그러니 세안을 하고 오라고 하세요.”
“그러죠. 두 사람, 여기 병사들 따라가서 세안하고 얼굴 닦지 말고 와.”
아나이스는 먼저 얼굴을 만져 보고 보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네.”
하녀 두 사람이 재빨리 대답하고는 서여울이 여군 병사 한 명을 손짓해서 부르자 그들을 따라갔다.
“그래도 추운데.”
서윤의 중얼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나이스는 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이거, 미유신수는 몸에 바른다고 했지요?”
“그럼요, 목욕 직후에 몸에 바르면 매우 효과가 좋답니다. 다만, 미백용화유나 미유신수를 사용하려면 돈이 좀 많이 들어가지요.”
“흠, 한 병에 은자 150냥, 한 사람이 얼굴에 바르는 것을 기준으로 3개월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 그럼 송나라에서 170냥에서 200냥은 받아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들기는 하는군요. 그럼, 사포 여인들은 정말 부자인 모양이네요.”
“사포의 여인들에게는 손해를 보면서 아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답니다. 그 대신 그렇게 값싸게 살 수 있는 개수는 3개월에 딱 1개로 정해져 있지요.”
“아, 그런 방법이…….”
“네, 그래서 사포의 여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거지요. 그게 아니면 아무도 사용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때, 세수를 하러 갔던 두 하녀가 수건을 얼굴에 댄 채로 다가왔다.
“닦지 말고 오라니까.”
아나이스가 역정을 내며 말했다.
“저렇게 촉촉한 수건을 대서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하면 아무 상관없습니다.”
서윤이 그렇게 한 이유를 말해 주었다.
“아.”
곧 두 하녀는 유리병을 젖처럼 흘려서 얼굴에 발랐다. 놀라운 물건이니 놀라는 것이 당연하다.
두 하녀의 얼굴에 손을 대고 만지며, 감탄하고 긴 숨을 내쉬다가 하녀의 얼굴을 툭툭 쳤다.
“음, 우리에게 미백용화유와 미유신수를 각각 1만 개씩, 봄과 가을에 한 번씩 공급해 줄 수 있나요?”
“1만 개이면, 가능할 듯합니다, 혹시 더 많이 필요하면 미리 말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요?”
“네, 미백용화유와 미유신수는 수십 종의 약초를 재배해서 거기서 추출하는 좋은 약재들로 만들기에, 약초를 키울 시간이 주어져야 합니다.”
“어떤 약초들을 키우는지, 우리가 좀 키워도 될까요?”
“그것이 그냥 키운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왜요?”
“첫째, 토양에 따라 성분이 달라지기에 성분 분석을 다시 해야 하고, 추출 방법도 달리해야 하는데, 그것만 몇 년이 걸리는 일입니다. 둘째, 노천에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환경을 만들어 그 안에서만 키웁니다. 그 환경을 짓고, 유지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해당 전문가가 밤낮없이 교대로 감시를 해야 하는데, 송나라에는 없지 않습니까?”
“아, 그게 또 그렇군요.”
일부는 맞고 일부는 뻥이다. 약간의 진실이 가미되어 있기에 사실이라고 봐야지.
“1천 개당, 견본 5개씩 포함해 드리겠습니다. 견본으로 지금처럼 발라 보게 하면 됩니다.”
“아, 그건 정말 고맙습니다.”
150냥씩 1만 개이면, 두 종류이니 합쳐서 3백만 냥이다. 원가 은자 2냥, 1개 팔 때마다 148냥이 남는다.
유리나 쌍안경과 달리 지속적으로 소모되는 물품이고,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여자의 욕심과 그런 여자의 청을 거절하는 부잣집 남자는 없으니 이건 아주 좋은 소득원이 될 것이다.
“대장님, 화지 시장님이 뵙기를 청합니다.”
아나이스와 장사 이야기를 끝내고 왜국의 연안 풍경을 무료하게 구경하며 가는데, 화지 시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병사가 와서 진이에게 전달하더니 진이가 태영의 앞에 와서 보고를 한다.
갑판에 앉아 있는데, 뭐 뵙기를 청하기는. 그냥 오면 되지.
참관단들은 철궁병의 옆에서, 포병의 옆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병사들에게 성능이나 위력 수준에서는 말해 줘도 된다고 했다.
어차피 참관단은 송도와 송산의 지도자급 인사들이니 적정한 선에서 말해 줘도 상관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라고 해.”
“네.”
“어서 오시오.”
“질문 드릴 것이 있어서 결례를 무릅쓰고 자리를 청했습니다.”
화지가 자신의 남편인 벌도와 함께 탁자 앞에 섰다.
벌도는 화지를 시장으로 임명하자 기분이 좋지 않았던지 한동안 태영의 눈앞에 보이지 않았었다.
“앉으시오.”
“네, 대장님.”
“뭐, 궁금한 것이 많겠지만,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소. 그 점은 알고 물으시오.”
“네, 궁금한 것을 다 물으려면 끝이 없을 것 같고, 그것을 다 적기만 해도 서책 한 권에 적을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만, 사포 병사들도 말해 주지 않더군요.”
“네, 그들도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니까요.”
“그보다, 대장님의 백야 작전의 마지막은 어디까지인지요?”
“뭐가 그리 궁금하오?”
“송도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이냐에 대한 방안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또한?”
“우리가 사포에 어떤 도움을 청해야 하고, 사포에서는 어디까지 지원해 줄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런 질문을 보면, 역시 화지를 시장으로 임명하기를 잘했다.
사실상 이들은 자신들이 뭘 해야 할지, 그리고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것이 정상이다.
사포군, 그리고 태영이 진행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 여태까지 살아오던 그대로 하면 된다.
그러면 특별히 의문도 없을 것이고, 사는 것과 통치하는 것이 거의 비슷비슷하다.
그러나 사포의 사람들을, 그들이 가진 것을 봤다. 보지 않았으면 모르되, 보았으니 모르는 것이 뭐고 아는 것이 뭐냐는 의문이 드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좋소.”
“아, 네.”
“진이야, 가마쿠라까지 얼마나 남았지?”
“3시간 더 가야 합니다.”
“그래, 그럼 설가 시장과 구위 오라고 해라.”
“네, 대장님.”
“양쪽의 시장에게 따로 설명하는 것은 낭비이니, 한꺼번에 이야기하겠소. 괜찮지요?”
“네, 괜찮습니다. 설가 시장이 오기 전에 물어도 상관없는 것을 질문 드리겠습니다. 가마쿠라는 어디이며, 거기까지 3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어찌 아시는지요?”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궁금하기 짝이 없겠지.
가는데 3시간, 그건 뭐냐, 대체?
그런 의문이 들것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가마쿠라를 가는 목적의 설명이 더 필요할 것이다.
“최충헌은 아오?”
“모르옵니다. 그 사람은 누구입니까?”
참 낭패다. 이걸 어찌 설명하지?
최충헌의 무신 정권을 알면 설명이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이들은 유민이다. 고향을 떠나서 계속 떠돌면 유랑민이고, 떠나서 한곳에 정착하면 유민이다.
21세기에는 이민이라고 하지만, 유민과 이민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그 속에 담긴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송산 시장과 구위 왔습니다.”
송산 시장이 오면서 사포의 지휘관들도 함께 왔다. 이미 그들은 전체를 알고 있지만, 또 들어 두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앉으시오.”
“네, 어떤 일로 부르셨는지요?”
“송도 시장이, 백야 작전의 끝이 어디며, 작전이 끝나면 사포에 어떤 도움을 청해야 하고, 사포에서는 어디까지 지원해 줄 수 있느냐를 물어와 한꺼번에 답해야 할 것 같아 불렀소.”
“아.”
설가는 백발이 성성할 정도로 나이가 있으니 그렇다고 해도, 구위가 좀 똑똑했으면 좋겠다.
“우선, 왜국은 왕실과 막부로 권력이 나누어져 있소. 쉽게 말해 막부는 군부인데, 왕은 무늬만 왕이고, 실권은 군부가 가지고 있소.”
“아.”
“백야 작전의 2단계는 군부 권력의 핵심인 막부를 괴멸시키는 것이오. 막부의 본거지가 가마쿠라에 있어서 우린 지금 그곳으로 가는 것이고, 여기에는 왕실의 요청도 있소. 물론 막대한 보상이 뒤따르고 있지만.”
“…….”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우리는 조금 더 확대해서 산양도, 남해도, 동해도 연안을 모두 괴멸시킬 것이오.”
“산양도와 남해도, 그리고 동해도는 어디를 가리키는 것입니까?”
태블릿을 켜서 지도를 보여 주면 되지만, 그냥 설명으로 때우기로 했다.
“우리가 이동하는 연안의 남북을 포함해서 여기서부터 동쪽으로 천오백 리에 이르는 해안이오.”
“…….”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천오백 리라는 말에 어느 정도 거리인지 짐작이 되는 모양이다.
“3단계, 왕실과 가장 가까운 오사카를 괴멸하고, 왕실이 있는 교토에서 막부의 군사들을 모두 괴멸, 4단계는 왜인들을 모두 나고야와 쓰루가시라는 고려를 바라보는 해안까지 선을 그어 그 동쪽으로 밀어낸 후, 그 서쪽 지역 모두를 고려국의 영역으로 만드는 것으로 끝나오.”
“그, 그럼, 송도와 송산은 모두 고려국이 되는 것입니까?”
“그렇소.”
“아.”
“하아.”
“그렇다고 해도, 고려국이 되는 지역의 왜인들이 그것을 수긍하지 않을 것이오.”
“……?”
“이유, 그들은 전쟁을 치르지 않았고, 그러므로 싸움에 졌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오. 물론 많은 지역의 영주들이 인정하겠지만, 아닌 곳이 더 많을 것이오.”
“그 말씀은 어떤?”
“왜국은 생각보다 왕권이 강하지 못하고, 지역 영주의 세력이 강한 편이오. 그래서 왕의 명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 곳이 제법 있을 거라는 말이오.”
왜국은 전국 시대가 시작되지 않았다.
전국 시대가 끝나고 통일이 된 뒤에야 어느 정도 왕명이 먹히는 시대가 되지만, 그때도 여전히 칼 든 놈들이 힘으로 지배하는 시대다.
테르가 있고, 이 시대였기에 태영이 조금씩 찾아본 왜국의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 전에는 일본의 역사 이야기나 그런 것들을 접할 일이 많지 않았으니 잘 몰랐고, 또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영화 같은 데서 등장하는 일본의 무사도, 사무라이 정신이라고 말하는 것이 참 대단한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한마디로 소설일 뿐이라는 것이고, 실상은 쓰레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칼을 든, 뒷골목 깡패일 뿐, 그런 무도 정신 같은 것은 애초에 없었고, 사무라이 정신이라는 말이 생겨난 시기가 1899년이었다.
그것도 한 명의 소설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말이었다.
하긴, 일본의 역사는 조선왕조실록 같은 정사의 기록이 거의 없고, 설화가 바탕이었다는 것을 읽고 얼마나 놀랐던가?
설화를 근거로 기록한 때가 언제까지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설화를 근거로 했다는 이야기를 해 준 사람은 군에서 정훈 시간에 와서 교육한, 역사를 전공했다는 외부 강사의 이야기였으니까.
그 강사는 덧붙이기를 일본의 전국 시대,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 중기에 해당하는데, 전국 시대 전쟁이 끝나고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그 전국 시대의 기록조차 대부분 소설이고, 쓴 사람마다 모두 달라서 어떤 것도 역사서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설화라는 것은 노인들의 입을 통해 구전되는 사랑방 이야기이기에, 시대도 연대도 이름도 정확치 않고, 이야기하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마음대로 각색되기도 하지만, 전달되는 과정에서 더해지고 빠지는, 막말로 소설보다 못한 그냥 이야기일 뿐이다.
그 설화를 바탕으로 작성된 일본서기라고 하는 역사서가 있는데, 그 내용을 중국이나 한반도의 역사서와 비교하면, 없는 것이나 연대가 맞지 않는 등으로 인해 역사서로서의 신뢰성이 없어, 많은 역사학자들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정도는 역사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다.
그런데, 일본은 이 설화를 엮어 만든 일본서기를 역사라 우긴다고 한다.
그래서 세상은 참 웃기는 거다.
하긴 기록 자체가 그것밖에 없으니, 설화집을 역사서라고 우기는 것일지 모르지만.
“왜국에서는 가마쿠라를 괴멸시켜 주는 조건으로 서해도를 주겠다는 것까지는 동의했지만, 나고야 서쪽까지 동의하지 않았는데, 서해도를 주거나, 나고야까지 차지하거나 별 차이가 없을 거요.”
“그 말씀은?”
“우리 입장에서는 서해도만 소탕하느냐, 나고야까지 소탕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오. 그런데.”
태영이 잠시 말을 끊자 다음 말을 기다리느라 눈만 말똥말똥하다.
“나고야까지 차지하면 송도와 송산의 고려인들이 자신들의 시를 지키기가 아주 쉬워질 것이오.”
“아, 정말 그렇겠군요.”
실제 최세헌과 의논하지 않았으니 어디까지 차지하는지도, 소탕을 해야 하는 사항도 그쪽은 모르는 일이다.
초기에는 3만의 병력 지원을 요청했지만, 태영은 1만으로 줄여서 받겠다고 해 두었다.
1만 명, 지휘관들이 있으니 월봉과 유지비를 포함하여 인당 평균으로 은자 1냥 반을 잡으면, 1만 5천 냥 수준이니 연간으로 18만 냥이 나가는데, 월봉을 줄 은자는 아무 문제가 안 되지만 훈련이 문제이다.
기본 훈련을 받은 병력만, 그것도 선별해서 받겠다고 했다.
봄이 시작되기도 전에 병력을 데려오기 위해, 1개 중대가 파견되어서 선별 작업을 한다.
일정 수준 이상 되는 사람, 건강 검진에서 문제가 없는 병력만 데려올 테지만, 문제는 그들을 훈련시킬 인력도, 장소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그들이 이 시대를 기준으로 어느 정도 훈련이 된 장정들이니 체력 훈련은 별로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그 병력은 다시는 사포를 떠날 수 없기에 그중 절반 정도는 가족들이 함께 와야 한다.
도시 경영이나 국가 경영 같은 것을 교육받은 적도 없고 그럴 기회도 없었는데, 이 시대로 날아와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다.
거기다가 전쟁도 해야 하고, 군사의 관리도 해야 하고, 상단으로 장사도 해야 하고, 신기술을 가르치기도 해야 하고, 단 한 번도 접한 적이 없는 법 집행도 해야 한다.
한마디로 골 때리는 일이 되어 버린 거지.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유수의 대학을 나온 인재들이 포진한 인력 풀도 없다. 경험은 더더욱 없는데, 태영이 도입하고 있는 방식은 이 사람들로서는 상상이 안 되는 것들이다.
“1개 중대가 남아서 군사 훈련을 시켜 주시겠다 하였는데, 훈련을 받고 나면 총을 지급해 주실 수 있나요?”
총의 위력은 이미 보았으니 알겠지.
그런데 이게 문제라는 거지. 지급해 주지 못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