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0
020. 습격(1)
“전혀 뜨겁지 않은데, 어떻게 이렇게 환한 거죠?”
그렇지. 불이라면 밝아지기도 하면서 당연히 뜨겁지만 랜턴은 뜨거워지는 것이 아니니까.
“자, 군소리 말고 앞장서. 별아, 너는 들어가거라. 나는 아씨를 집에 데려다주고 올 테니. 아니다, 어쩌면 율촌의 집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올 수도 있을 것이니, 그리 알고 있어라.”
“네, 나리.”
별이는 대답을 하면서도 여전히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태영은 버튼을 눌러 랜턴을 껐다.
이걸 들고 관아의 마당으로 나가면 지금 근무 중인 가병이 있을 텐데, 랜턴을 보고 놀라는 모습을 또 보고 싶지 않으면 그렇게 해야 했다.
관아의 마당에는 몇 곳에 횃불이 있어서 랜턴을 켜지 않아도 될 것이다.
“밖에 있는 사람들 놀라니까 길을 나서거든 켜기로 하고. 자, 가자.”
정하연을 억지로 데리고 관아를 나섰다. 달도 없는 밤이어서 관아의 대문을 나서자마자 발끝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했다.
밤이 깊은 탓에 마을에는 인적이 없고 불빛도 거의 없었다.
하늘의 별빛은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휘황찬란하지만 지상에는 멀리 산등성이의 윤곽만 보일 뿐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칠흑 같은 어둠이 앞을 막아섰다.
“켜 봐.”
“네, 나리.”
딸깍 소리와 함께 랜턴이 비추는 곳이 환해졌다.
“어떻게 이렇게 한 방향으로만 환하게 밝아지고, 저기 멀리까지 보이는 거죠?”
정하연은 그저 신기하고 설레는지 가까운 곳을 비췄다가 먼 곳을 비췄다가 빙글빙글 돌려보기도 한다.
하긴 호롱불이거나 등불을 막론하고 모든 불은 그것을 중심으로 주위가 환해지지만, 랜턴이란 한쪽 방향으로만 빛이 나도록 해 둔 것이니, 랜턴을 처음 보는 사람은 신기하기 짝이 없는 물건인 것은 사실이다.
이십여 분을 걸었는데 아까부터 두 사람의 발소리가 아닌 무언가가 뒤를 따라오는 느낌이 있었다.
“잠깐, 잠깐만.”
태영은 정하연에게 속삭이듯 말하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굵은 모래가 섞인 흙바닥은 태영의 전투화가 밟을 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지금 정하연이 신고 있는 가죽 신발도 제법 크게 들리지만, 대부분의 사포 사람들이 신고 다니는 짚신은 흙을 밟는 소리가 크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발자국 소리라는 것은 가죽신을 신었다는 뜻이다.
태영은 발을 멈춘 상태에서 정하연의 허리를 잡고 옆으로 당겼다.
“왜요? 무슨 일이 있어요?”
“쉿.”
영문을 몰라 하는 정하연에게 조용히 하라고 시켰다.
“누가 따라오는 것 같아. 사람인지 짐승인지 모르겠는데, 이곳저곳 좀 비춰 봐.”
산짐승이라면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산짐승이기를 바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말했다.
시골길을 밤에 걸으면서 만나는 중에 제일 무서운 것, 간담이 서늘해지도록 하는 것은 짐승이 아니라 예상외로 사람을 만났을 때이다.
그런데 사람이라면, 왜 뒤따라오는 거지?
그것도 들키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워하는 느낌이 강했다.
태영의 말에 정하연이 랜턴으로 이곳저곳을 비추었지만, 딱히 눈에 뜨이는 것은 없었다.
두 사람이 걸음을 멈추어 서서 계속 살피는 사이에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자 뒤따르는 소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들려왔다. 조심스러운 발자국 소리였다.
태영을 뒤따라오는 발자국 소리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는 않지만, 분명 사람의 발자국 소리였다.
잠깐 소리가 멈추었다.
“뭐가 있나요?”
정하연이 태영의 옆쪽으로 바짝 붙으면서 낮게 물었다.
소총의 안전 레버를 해제하면서 가슴 앞으로 들어 올려 언제든 발사할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정하연이 빠르게 랜턴을 움직여 이곳저곳을 비추는데 움직이는 랜턴의 불빛에 무언가 검은 물체가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칼로 보이는 번쩍임이 불빛에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랜턴의 빛이 스쳐 지나가고 후다닥 뛰는 소리가 들리면서 그쪽으로 휙 돌아가는 불빛에 아까의 그 검은 물체가 눈앞에까지 쇄도하면서 칼이 번쩍였다.
“악.”
정하연이 깜짝 놀라며 태영의 뒤로 몸을 숨기면서 랜턴을 떨어트렸다.
탕, 타당~
짧은 찰나에 세 발의 총성이 울리며 밤의 정적을 단숨에 날려 보냈다.
무언가 보이긴 했는데 타깃을 정조준한 상태가 아니었기에 연속으로 세 발을 발사한 것이고, 밤이어서인지 총성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으흑.”
잠시 후, 총성의 여운이 가라앉자 된소리의 신음성이 들려왔다.
비틀거리는 발자국 소리와 또 다른 발자국 소리가 후다닥 소리를 내면서 재빠르게 들려왔는데, 그때 다시 칼이 번쩍이며 스쳐 지나갔다.
왼쪽 다리의 무릎 위쪽 허벅지에서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탕~
랜턴을 떨어트리는 바람에 목표를 비출 수는 없었지만, 랜턴의 반사광으로 인해 뿌옇게 보이는 물체가 움직이는 것을 향해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에는 정확히 방향을 가늠하고 쏘았지만, 그 모든 일은 찰나의 순간에 일어났다.
“아악.”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총소리의 여운이 가라앉기도 전에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태영은 상의 윗주머니에 작은 랜턴이 들어 있었기에 그것을 꺼내 비추고 싶었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습격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선 조금의 움직임도 주시해야 하기에 주머니로 손이 가지 않았다.
어둠이 내려앉아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슴푸레한 형체들을 구분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찬찬히 살폈다.
누군가가 흙바닥에 몸을 끄는 소리가 들려왔다.
태영은 동작을 정지한 상태로 다른 소리가 있는지 귀를 기울였다. 또 다른 습격자가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일렀다.
“으윽. 흐억.”
총을 맞은 사람에게서 들려오는 낮은 심음 소리와 거친 숨소리를 제외하면 들려오는 소리는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천천히 상의 윗주머니에 들어 있는 작은 랜턴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왼손은 랜턴을 꺼내느라 오른손만으로 잡은 총구가 흔들렸다.
이 상태로 누군가가 태영을 해치기 위해 나타난다면, 사격의 정확성이 떨어질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최대한 집중하면서 동시에 손이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했다.
딸깍~
주머니에서 랜턴을 꺼내자마자 역수로 잡고 뒤꽁무니에 달려 있는 스위치를 누르자 좁지만 환한 불빛이 비춰졌다.
랜턴을 앞 방향으로 고쳐 잡으면서 바로 총열 덮개에 붙여서 겹쳐 잡고는 총구의 방향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좌우를 확인했다.
왜구들은 모조리 소탕을 했고, 시간도 많이 흘러서 패잔병들이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태영을 습격했다고 보이진 않는데, 대체 누굴까?
사포 땅에서 태영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은 많다.
주로 박한의 가족과 박한의 총애를 받으며 권력을 휘두르던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모두 옥에 갇혀 있었다.
옥에 갇힌 사람들 중에 이렇게 대담한 짓을 할 만한 사람이 있을까?
옥을 벗어날 수도 없는데?
“이젠 없는 것 같아. 안심해.”
“네, 네.”
태영이 낮은 목소리로 안심하라고 하자 정하연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구에게 잡혀가는 것을 구해 주었을 때의 그 의연함은 어디로 가고 이렇게 불안해할까?
더 이상의 습격자는 없는 듯하여 태영이 들고 있던 작은 랜턴을 정하연의 손에 쥐여 주고, 굴러 떨어진 큰 랜턴을 집어서 길에 비추자 길 가운데에 한 명이 쓰러져 있었지만,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도 두 손으로 칼을 들고 가슴 앞에 내밀고 있었다.
복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자는 복면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두 다리를 버둥거리며 태영의 위치에서 멀어지려는 듯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의 몸 아래에는 피가 흥건하게 흘러 있었다.
밤이 깊어서 그런지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피 냄새가 풍겨 왔다.
그런데 한 명만 보인다. 분명히 공격자는 두 명이었다.
남은 한 사람을 찾아보기 위해 태영이 이쪽저쪽으로 랜턴을 비추자 논 구석에 검은 복장의 사람 한 명이 엉금엉금 기고 있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동작만 보고 총을 쏘았기 때문인지, 논 구석에 있는 사람은 치명상을 입지 않았던 모양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에 쟁기로 갈아 둔 논바닥에 파인 굴곡 때문에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었는지, 태영이 랜턴을 비추어 자신의 주위가 밝아지자 즉시 빠른 속도로 도망을 쳤다.
어디에 총을 맞은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비교적 재빠르게 논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래 봐야 자신의 몸을 숨겨 줄 곳도 없는 들판인데, 논을 갈아서 울퉁불퉁한 굴곡진 농지에서 아무리 빨라도 달려서 사정거리를 벗어날 방법은 없다. 그리고 이런 식의 습격의 대가는 죽음으로밖에 갚지 못한다.
태영은 천천히 소총을 들어 올렸다.
탕~
랜턴을 든 손으로 소총을 받치고 목표를 겨냥해서 당겨진 방아쇠에 그의 머리에서 피가 튀고 몸이 날아가듯 휘청거리며, 달리던 그대로 몸이 논바닥에 처박혔다.
“으윽. 중기, 중기야.”
길에 쓰러진 복면인이 일행이었던 사람의 머리에서 피가 튄 후 바로 논바닥으로 처박히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었다.
남을 죽이려고 습격했던 자는 그것이 실패할 경우에 자신들이 죽을 수 있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다. 그런데 절대로 실패할 수 없다는 듯 저렇게 비통해하는 모습은 뜻밖이었다.
쨍그랑~
길에 쓰러진 사람이 들고 있던 칼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돌에 부딪쳤는지 큰 소리를 내며 밤의 정적을 걷어 냈다.
태영은 천천히 다가가서 복면을 벗겨 냈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고, 이미 눈은 반쯤 흰자위가 보였다. 아무래도 피를 너무 많이 흘렸는지 죽음을 목전에 눈 상태였다.
“오중현?”
이미 코와 입에서 흘러나온 핏물이 얼굴을 적셨고, 벗겨 낸 복면에서도 핏물이 주르르 흘렀다.
“으윽. 크억.”
입이 벌어지며 기침을 하는데 입안에서 왈칵 핏물이 튀어나온다.
오중현은 온몸을 경련하듯 몇 번을 떨더니 두 팔과 다리가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피 냄새가 새삼스럽게 확 느껴지는 것 같았다.
“윽.”
태영은 오중현의 죽음을 확인하고 몸을 일으키다가 무릎 위의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극악한 통증에 잠시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앗, 나리 왜, 왜 그러세요?”
태영이 휘청거리자 정하연이 그의 옆으로 다가와 팔을 잡았다. 그러곤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통증이 심한 허벅지를 비춰 보았다.
“나리, 칼에 맞은 것 같아요. 피가 너무 많이 흘러요. 어떡해. 어떻게 해.”
정하연의 놀란 목소리와 호들갑에 조금 정신이 없었지만 내려다보니, 군복 바지가 많이 갈라졌고 그 아래쪽으로 피가 제법 많이 배어 나왔다. 군복의 갈라진 부분을 들춰 보자 상처가 꽤 심했다.
“댕기 좀 풀어 줘 봐.”
지혈을 해야겠기에 정하연의 저고리 고름이라도 떼어 내어 써 보려다가 앞가슴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댕기를 달라고 했다.
정하연이 댕기를 풀어 줄 생각은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왜 댕기를 풀어 주지 않고 있는지 표정이 궁금했지만 어두운 탓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얼른, 지혈을 좀 해야 해.”
다시 한번 채근하자 그때서야 태영을 가만히 쳐다본 뒤에 조심스럽게 댕기를 풀어서 건네준다.
결혼하지 않은 처녀들은 모두 머리를 하나로 땋아서 왼쪽 방향으로 흐르도록 해 두었는데, 머리를 땋은 끝을 빨간 댕기로 묶어 두었다.
댕기를 풀면 머리카락이 어찌 될까 하는 생각은 잠시 들었다. 댕기를 묶은 곳에 다른 줄이 묶여 있지 않다면, 머리카락의 특성상 금방 풀려서 산발한 것처럼 될 것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긴 했지만, 일단은 상처를 싸매는 것이 우선이었다.
“불 좀 잘 비춰 봐. 상처 부분이 잘 보이게.”
“네, 흐으 네. 나리.”
정하연이 목소리가 떨려 나오는 것을 진정시키며 상처 자리에 랜턴을 비췄다.
태영은 바지 위에서 그대로 댕기를 돌렸는데, 제법 긴 편인지 두 번이나 돌아갔다.
두 번 정도를 두르면 지혈은 제대로 될 테니 사포로 되돌아가 치료를 받을 때까지는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지혈을 하자 마치 시냇물이 흐르듯이 나오던 피가 이젠 살짝살짝 배어 나오는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상처 자리가 너무 컸다.
살이 심하게 갈라져 있기에 꿰매야 하는데, 이 시대에는 외상 치료로 몸에 칼을 대는 치료 개념이 별로 발달해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기에 꿰맬 수 있는 것들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오중현, 이놈의 짓거리가 사고 칠 줄 알았다. 그런데 분명 옥에 가두어 두었는데 이렇게 밖으로 나와서 돌아다니다니, 관아에 공범이 있다는 소리네.”
부호장을 지냈던 오중현이 아무리 과거에 위세가 좋았다고 치더라도 옥에 가두어 둔 놈이 이렇게 버젓이 밖으로 나와 태영을 향해 칼질을 하다니, 이런 일들은 용납할 수가 없다.
“나리, 흙으로 피를 좀 닦아 내시지요.”
“무슨 소리야? 상처에 흙이 들어가면 파상풍이 걸리는데, 왜 흙으로?”
그렇게 말해 놓고 보니 여기가 고려 시대라는 사실에 정신이 들었다.
“내가 걷기가 쉽지 않으니, 여기 있을 테니까 가서 사람 좀 불러와.”
“네? 소녀 혼자요?”
“왜 무서워?”
“그건…….”
무서운 모양이다. 특히 이런 사고까지 있었는데 무섭지 않을 리가 있나.
“그럼, 같이 가자.”
“네, 나리.”
“억.”
태영이 발을 떼려다가 허벅지에서 올라오는 극심한 통증에 푹 쓰러지며 무릎을 짚었다.
“많이 아프신가요?”
“응, 많이 아프네. 아주 죽을 것 같아.”
“소녀에게 좀 기대시어요.”
정하연이 태영에게 바짝 다가서서 팔을 들어 올리면서 어깨를 들이밀었다.
참 나, 이런 지경이 될 줄이야.
대체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이야?
“그래, 신세 좀 지자.”
태영은 어쩔 수 없이 정하연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절뚝거리면서 사포를 향해 다시 돌아섰지만, 빨리 갈 수가 없었다.
사포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저 앞쪽에 횃불 몇 개가 빠른 속도로 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곧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아 신도익을 비롯한 가병 둘, 별이와 가림이 그리고 잔디와 마주쳤다.
“나리, 총소리에 놀라서 달려왔는데, 많이 다치셨사옵니까?”
“한 칼 먹었어. 그런데 오중현이 어떻게 날 공격한 것이지?”
“오 부호장이요?”
“그래, 저 뒤에 죽어 있어. 한 놈은 모르는 놈이고, 오중현이가 중기야 하고 부르던데, 알아?”
“중기라면 오중현의 사촌입니다. 나리.”
“그래? 옥에 있어야 할 오중현이 버젓이 밖으로 돌아다니고, 형제간에 작당을 해서 날 공격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면목 없습니다. 날이 밝는 대로 엄중하게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태영은 신도익을 잠시 노려보았지만, 자신도 몰랐는데 신도익인들 알았으랴.
“누구 한 사람 먼저 가서 의원을 관아로 좀 모시고 와. 그리고 신 부호장은 날 좀 부축하고.”
“네, 나리. 세돌이는 빨리 먼저 가서 의원을 모시고 오게. 칼에 다쳐 피를 많이 흘렸다고 하고 의원에게 미리 준비 좀 해서 오라고 하고.”
“네, 그럼 명 받잡고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김세돌이 바람처럼 사라지자 태영은 다른 가병인 김인창에게 기댔다.
***
“소독약 없어요?”
“네? 소독약 그게 무엇인지요?”
이런 젠장.
고려 시대는 언제나 반복되는 전쟁과 민란으로 인해 칼에 의한 외상이 꽤 많이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소독약이 뭔지 모른다?
비슷한 약재가 있겠지만, 같은 이름으로 쓰이지 않아 무엇인지 모르는 것일 수는 있을 것이다.
태영의 나이 젊으니 쉽게 파상풍이 걸리지 않겠지만, 파상풍에 걸리면 골치 아파진다.
항생제가 없는 이 시대에 파상풍에 걸린다면, 다리를 잘라야 하는 상황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별아, 저기 내 배낭 좀 가져다주련?”
“네, 나리.”
별이는 뭐가 그리도 슬픈지 눈가에 눈물이 치렁치렁 걸린 데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마구 닦아 내어 얼굴은 얼룩덜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