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11
211. 헤이안 점령(1)
교토 외곽에는 오후의 햇살이 제법 남아 있을 무렵에 도착했다.
왕궁이 있는 도시이고, 오사카는 왕궁으로 연결되는 가장 가까운 해안 도시인 탓에 수많은 민가가 있다.
왜국의 민가는 조금 특이하다.
서민들이 사는 집은 고려와 달리 거의 마당이 없이 길가에 연해서 바로 집이 올라가 있다.
설사 마당이 있다고 해도 대문에서 마당을 통해서 들어가는 구조가 아니라 길가에서 집으로 들어가고, 다시 집에서 마당으로 나가는 구조이다.
고려의 집들은 대부분 흙벽돌로 쌓아 올리거나, 나무로 기둥을 받치고 흙을 바르는 구조인데, 이들은 모두 판잣집이다.
거기에 반해, 귀족이나 부자의 집들은 대규모의 장원 형태이고, 고려의 집보다 더 큰 집들이 정말 많다.
그런 집들은 대문을 통해 장원 안으로 들어서도 기본적으로 한두 개의 문을 지나야 본채에 도착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거기다 커다란 마당과 잘 꾸며진 정원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마사시의 집인 장원 1을 포함해서 태영이 가서 털어먹은 장원 2나 장원 3도 그랬다.
고려도 신분의 차이에 따른 격차가 크고, 그와 함께 빈부의 차이가 심하지만, 왜국은 고려보다 신분의 차이와 그로 인한 빈부의 차이가 더욱 심하다는 말이 된다.
“연대장.”
“네, 대장님.”
“장호 좀 불러. 지금 부대 이동 현황 다 확인되었을 거야.”
“네.”
김웅겸은 휘슬을 불어서 장호를 불러왔다.
“적진 정찰 다 했지?”
“네, 다 마쳤습니다.”
“평안궁까지는 거리가 얼마나 남았다고?”
“네, 14킬로 남았습니다.”
“그 정도 거리면, 시간이 애매하네.”
겨울 해는 빨리 넘어간다. 아마도 공격 가능한 지점에 도착하면 해가 넘어갈 것이다.
“적당한 곳에서 오늘 밤을 보내고 새벽에 진행하시지요.”
김웅겸의 의견이다.
“그렇게 하지. 우리 이 인원이 머물려면 오사카에서처럼 병영 하나를 차지해야 하는데, 적당한 곳이 있나?”
태영도 그게 좋겠다는 생각에 장호에게 물었다.
“네, 여기서 4킬로 전방, 우지강 건너에 있는 야산에 있는데, 태블릿의 지도상에는 후시미 성이라고 되어 있는 곳입니다만, 현재는 성이 없습니다. 그 옆에 낮은 토성으로 된 병영이 하나 있습니다.”
“좋아. 그곳으로 가자. 그쪽 병력 규모는?”
“병영의 규모로는 1천 안쪽으로 예상됩니다.”
“다른 곳에서 교토로 향하는 병력은?”
“나라에서 출발한 병력 2천 규모는 저희와 교차되어서 히라카타 쪽으로 내려가는 중입니다, 거기를 1진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모리야마에서 출발한 병력은 이미 평안궁에 도착해서 그 주변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그쪽에 모인 병력 규모는 어찌 돼?”
“가모강 동쪽에 4천이 있습니다. 병영 안에 있는 쪽을 2진이라고 하면, 4천이 있는 곳을 3진으로 하겠습니다. 3진은 모리야마의 병력을 포함한 규모입니다. 그리고 가모강 서쪽에 4천, 그쪽을 4진으로 하고, 역시 가모강 서쪽에 2천이 있는데, 그것을 5진, 5진은 4진의 전방 2킬로 지점이고 방향은 약간 동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제법 있네. 다른 이동 상황도 있나?”
“야마시나라는 곳에 5백 병력이 있는데, 6진으로 이름 붙이겠습니다. 6진은 움직이지는 않고, 히가시오미 지역 병영에 병력이 계속해서 모여들고 있는데, 거기를 7진으로 해서 아직 모이는 중이라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 2천쯤 모였는데, 저들이 여기 도착하려면 하룻길은 되는지라 아직은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 2진이 1천, 3진 4천, 4진 4천, 5진 2천, 6진 5백, 합쳐서 1만 1천5백 명, 내일 우리와 전투가 예상되는 1진이 2천, 7진이 현재까지 2천, 그렇다는 말이네?”
“네, 그렇습니다.”
모두 합치면 1만 5천5백인데, 조금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이 드론을 날려 태블릿으로 볼 수 있어서 적의 움직임을 모두 살필 수 있는 이점이다.
적어도 태블릿과 드론이 움직이는 동안에는 이런 이점을 계속 누릴 수가 있는데, 그것이 길면 2년, 아니면 1년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이 시대의 전쟁은 적의 움직임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승률이 엄청나게 높아진다.
“그럼 우리가 2진이 있는 토성을 차지하면, 거기서부터 거리가 어찌 되나?”
“1진 13킬로, 3진 8킬로, 4진 8킬로, 5진 6킬로, 6진 6킬로, 7진 45킬로입니다.”
“그럼 1진과 7진을 빼고는 모두 대철궁 사정거리가 되고, 박격포는 사정거리가 안 되네.”
“네, 그렇습니다.”
“좋아. 연대장, 다 들었지?”
“네, 대장님. 준비해서 2진을 치도록 하겠습니다.”
***
김웅겸은 흙으로 둘러쳐진 2진의 성을 철갑 교위 2대를 밀어 넣고 완전히 벌집을 만들어 버렸다.
철갑 교위를 뒤따라 3개 중대가 천천히 들어섰고, 20분도 지나지 않아 2진 토성은 왜병 생존자가 백 명도 되지 않았다.
생존한 왜병들을 동원하여 병영의 한곳을 파고, 사망한 시신은 모두 한꺼번에 묻었다.
중상자는 사망자로 분류하고, 경상자는 생존자로 분류했다고 했으니 중상자들은 아마 사망자와 함께 산 채로 묻혔을 것이다.
생매장이라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게 훨씬 낫다. 어차피 치료해 주지 않을 것이니, 시간이 경과하면서 고통의 시간만 늘어날 뿐, 죽는 것은 변치 않으니 오히려 그대로 묻어 주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나을 수도 있다.
태영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에 일어났다.
“잘 잤어?”
“네.”
“바깥에는 벌써 일어나서 준비들 하고 있는 것 같아.”
“저도 바깥 소란 때문에 일찍 일어났어요. 지금 몇 시나 된 거예요?”
“응, 네 시.”
“왜군은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네요.”
“드론을 보내 봤는지 몰라.”
태영이 숙소를 벗어나자, 무수히 켜진 모닥불 사이로 사포 병사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들 왜 이리들 일찍 일어난 거야?”
“충성! 잘 주무셨습니까?”
김웅겸이 병사들과 함께 서 있다가 인사를 했다.
“응, 그래. 왜 이리 일찍 일어나? 아직 공격 시간이 남았는데.”
“조금 전에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일부를 남기고는 준비 완료되어 갑니다.”
저벅저벅~
신도익과 권우석이 중대장들과 함께 태영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충성! 잘 주무셨습니까?”
“그래,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했어?”
“아, 예, 대철궁 조립 때문에 조금 일찍 일어났습니다.”
“적의 움직임은 어제와 달라진 것이 있나?”
“없습니다. 어제는 마침 달도 두 개가 다 뜨지 않아서 움직이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달 두 개.
태영이 자주 잊어버리는 일이다.
라일리가 말한, 다른 차원의 또 다른 지구라는 것을 신도익이 두 개의 달 이야기로 다시 일깨워 준다.
이 사람들은 달 두 개가 지극히 정상이지만, 태영은 이곳으로 온 지가 조금만 더 있으면 5년이 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색하다.
다른 차원.
태영이 그런 부분에 공부를 하지 않아서 아는 바가 별로 없지만, 라일리가 말한 다른 차원은 대체 몇 개나 될까?
그 다른 차원의 세계들은 같은 시간대일까 아니면 다른 시간대일까?
시간대가 같거나 다른지는 모르지만, 그 다른 차원은 서로 한 번씩 만나기는 하는 것일까?
아니면 영원히 평행으로 달려서 절대로 서로 만날 일이 없는 것일까?
시간축이 다른 평행의 차원일까?
그럼, 그건 어디에 있을까?
한없이 넓은 우주의 어느 구석에 있는 것일까?
“충성!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태영이 잠시 다른 차원에 대한 생각을 하는 사이에 중대장 한 명이 다가와 준비 완료 보고를 했다.
“그래. 연대장, 시작해.”
태영은 생각의 자락을 재빨리 치워 버리고 공격 지시를 했다.
김웅겸의 발자국 소리, 신도익의 발자국 소리, 그 외에도 수많은 병사들의 발자국 소리가 태영의 발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서윤의 발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저놈은 왜 저기 나와 있어?”
잔디의 옆에 앉아서 잔디를 거의 껴안다시피 앉은 박해나를 보고 물었다.
“호기심이 강한 것인지, 적극적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애가 하는 짓이 예쁘기도 하고, 잔디 옆에 저리 얌전하게 있어서 작전에 방해되지 않기에 그냥 두었습니다.”
신도익이 태영을 보고 말했다.
“저애도 혹시 나중에 목에 칼 들이대고 군인 안 시켜 주면 죽어 버릴 겁니다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 가능성이 있어요.”
태영의 중얼거림에 서윤이 대답했다.
“…….”
진짜 그러려나?
“엊그제, 제 엄마를 죽인 왜인을 처단하는 모습으로 봐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대장님도 보셨잖아요?”
“보기는 했지.”
고려 여인들을 팔아먹은 대장을 찾고, 보석류를 찾는 사이에 세잎이와 나눈 이야기가 제법 심각하더니, 원수를 갚겠다고 해서 그리하라 했었다.
자기 엄마를 죽였다는 그 왜인은 하루 동안 살아 있었지만, 그것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었다.
왜인은 비명을 지르다가 목이 완전히 쉬어 말이 나오지도 않는 상황에서, 이제 그만 제발 죽여 달라고 했을 정도일까?
그 소리도 듣기 싫다며 그놈의 입안에 나뭇조각을 끼워 넣고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했다. 옆에서 보는 사포의 병사들이 치를 떨 정도였다.
박해월도 박가비도 나중에는 고개를 돌리며 이제 그만 끝내자고 했을 때, 수직으로 도를 세워 쇠골의 사이로 칼끝을 밀어 넣어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것도 천천히 누르면서 저승에 가면 반드시 내 엄마에게 사죄하라고 했다.
그리고 한참 동안 눈물을 흘리고 서 있다가 옷자락으로 눈물을 닦고 나서 하늘에 대고 외쳤다.
“엄마, 나 갈 때까지 잘 있어. 엄마 몫까지 행복하게 살다갈게.”
독할 조짐이 있어.
왜구에게 가족을 잃은 사포의 병사들은 왜구만 보면 정말 독해진다. 특히 여군들은 더욱더 독해진다. 그들은 당한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자신을 지켜 주려다 죽어 간 아버지와 엄마, 오빠와 동생들, 그 가족들이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이거나 왜구에게 끌려가서 온갖 모진 일을 당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가슴속에 남은 왜구에 대한 원한은 말로 쉽게 풀어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아마도 그래서 그럴 것이다.
태영은 그들을 21세기 현대식으로 공부시키고, 훈련시켜서 총을 손에 쥐여 주었다.
그것으로 왜구를 잡으러 다니면서 그들의 머리가 깨어나기 시작했고, 그들의 생각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십여 년 이상 교육을 받고, 또 각종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하여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배워 온 21세기 현대인에 비한다면 아직도 한참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깨어나기 시작한 사람들이다.
암흑의 시대라고 21세기의 사람들이 말하는 중세, 힘이 지배하는 시대에 세상을 향해 소리칠 준비를 갖추어 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21세기의 현대인들은 사력을 다해 배운 지식으로, 그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능력으로 세상을 향해 소리치지만, 이들은 태영이 가르친 세상의 질서와 지식을 머리에 담고, 칼과 창과 활이 주 무기인 이 시대에, 손에 총을 들고 세상을 향해 소리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냥 소리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소리칠 준비가 되었으면, 소리치게 해 줘야지.
마음껏 소리쳐라.
“대철궁 1번 발사 준비 완료.”
“2번 발사 준비 완료.”
“3번 발사 준비 완료.”
생각에 잠긴 사이에 병사들의 복창 소리가 들려왔다.
“5진 지역에 월광 1호, 켭니다.”
장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5진에 연속 2발이다. 발사!”
신도익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투웅~퉁~투웅~
쇄애애애애액~
3기의 대철궁이 거의 시간차 없이 발사되는 탄성 음이 울리면서 백색 탄이 공기를 뚫고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대철궁을 통해서 쏘아지는 백색 탄의 탄속은 초속 120미터로 매우 느리고, 표적까지의 위치는 6킬로이니, 50초에서 60초 정도가 소요된다.
철궁을 떠날 때가 가장 빠르지만, 갈수록 속도가 떨어지고, 바람의 영향도 받기에 60초는 걸릴 것이다.
“1번, 장전 완료.”
1번에서 장전이 완료되었다는 소리가 들리자 연속해서 2번과 3번도 장전되었다고 복창했다.
재장전에 소요된 시간은 불과 30초 정도.
퉁, 투두둥~
쐐애애애액~
다시 백색 탄이 발사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5진은 현재 위치인 2진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고, 가장 적은 2천 명이 주둔하고 있다.
“여기 보세요.”
두 번째 백색 탄이 쏘아져 나가고, 서윤이 유진이로부터 태블릿을 받아 태영에게 보였다.
“명중입니다, 대장님.”
한쪽에서 장호가 연대장 김웅겸과 대대장, 중대장들에게 태블릿을 보여 주고 있는 상태에서 태영을 향해 소리쳤다.
“다음 목표 3진, 계산해 둔 각도로 위치 변경한다. 실시!”
“실시!”
신도익이 소리치고, 병사들의 복창 소리가 들려왔다.
3진은 가모강 동쪽이고, 이곳에서 8킬로 지점이다.
저벅저벅~
잔디가 해나를 데리고 오고 있었고, 그 옆에 박가비와 박해월도 있었다.
“부실장님, 얘에게 잠시만 보여 주면 안 되겠습니까?”
잔디가 서윤에게 말했다.
“그래, 지금 공격 지점 바꾸는 중이니까 잠시 동안은 가능해. 불꽃과 연기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상관없습니다.”
대답을 한 잔디는 태블릿을 받았다.
“지금 작전 중이니 오래 볼 수는 없어. 잠깐만 보고 바로 돌려 드려야 해.”
잔디가 박해나에게 태블릿의 화면이 보이도록 방향을 돌렸다.
“네, 언니.”
“여기가 백색 탄이 터진 곳, 지옥의 천사가 강림한 곳이야. 세 발씩 쏘아서 두 번, 여기 주둔한 왜병은 총 2천 명, 백색 탄 여섯 발이 터지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해, 이제 알았지?”
“네, 알았습니다. 언니. 지금 작전 중이시니 아쉽지만 이제 이해되었습니다.”
박해나는 자신이 보았던 태블릿에서 눈을 떼고는 태영에게 눈을 맞췄다.
“대장님, 최고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인다.
피 터지는 전장 속이 아니니, 뭐 이 정도 여유는 상관없다. 피 터지는 곳은 왜군의 진영이지 이곳이 아니니까.
“그래, 작전 끝날 때까지는 궁금해도 참아라.”
“네, 대장님.”
참, 고놈도.
뭔가를 쏘기는 하는데, 그게 어떤 것인지 이해되지 않겠지. 그래서 잔디에게 물었던 모양이다.
“언니, 저게 다 대장님이 만드신 거라구요?”
“그래,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무기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포의 모든 것들이 대장님이 오시기 전에는 상상도 못 하던 것들이다. 대장님이 오시고 저런 것들도 만들고, 우리는 왜구들과 싸우거나 송나라와 싸우거나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단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고.”
“와, 들을수록 정말 대단해요. 나도 꼭 군인이 되어야지.”
이곳으로 오기 전에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면서 도란도란 하는 말이지만, 역시 군인이 되려고 하고 있다.
무인의 시대.
최충헌은 이미 죽어 고혼이 되었지만, 고려도 왜국도 중국도, 또 다른 세계인 유럽 역시 암흑기의 중세인 것은 변함이 없다.
힘이 곧 정의이고, 힘을 가진 자가 곧 진리인 중세.
힘과 무력을 기반으로 하는 시대에, 여자는 신체적 조건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고대로부터 중세와 근대에 이르기까지, 여자는 이 신체적 조건의 불리함으로 인해 전장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전장 외의 부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었을 것이다.
근세에 접어들어 근접 무기에서 열병기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여자들도 전장에서 남자들과 비슷하게 싸울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신체적 조건은 불리하지만, 얼마든지 함께 싸울 수는 있게 된 것이다.
사포는 암흑의 중세에 21세기의 기술로 만들어진 열병기인 총을 소지함으로써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가장 큰 힘을 가진 집단이 되었다.
열병기는 남녀의 신체적 차이를 극복하게 해 주었고, 동시에 여인들이 차별 없이 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그런 집단에 속하게 되는 사포의 군인.
여태까지 약자로서 억압받아 왔던, 힘이 없어서 당할 수밖에 없던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군인이 되고 싶어 하는 열망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태영은 그런 욕망의 분출구를 왜구들에게 향하게 해 주고 있었다.
“봐요, 제 말 맞죠?”
서윤도 들었는지 바로 태영을 향해 확인을 해 주었다.
“그러게.”
“1번, 3진 조준 위치 변경 완료!”
태영이 대답하는 사이, 대철궁을 조작하던 병사가 조준 위치를 바꿨다고 외쳤다.
“2번, 완료!”
“3번, 완료!”
연속적으로 조준 위치 변경 보고가 큰 소리로 나왔다.
첫 번째 타깃인 5진에서, 두 번째 타깃인 3진, 세 번째 타깃인 4진까지 공격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10분 정도다.
3진과 4진은 백색 탄 12발을 보낸 것으로 아마 모두 다 탓을 것이다.
달도 없는 밤 새벽에 소리 없이 날아온 지옥의 천사는 말 그대로 그들 모두를 지옥으로 보내 준 천사였다.
“6진은 추가된 인원 없지?”
“네, 대장님.”
“대대장, 6진은 모두 태워라.”
“넵.”
“장호, 1진 상황과 7진 상황 보고해.”
“1진은 이곳으로부터 14킬로 지점에 있습니다. 군막을 치고 숙식을 해결했고, 아직 기상 전입니다. 그리고 7진은 어제 오후에 모인 인원이 총 2천5백 정도인데, 조금 더 모일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주변의 병력 이동 상황으로 봐서 5백은 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저들이 오늘 오전에 출발한다고 해도, 저녁때 이곳에 도착할 수 없습니다.”
“알았어. 그럼 우리는 독연이 좀 걷히길 기다리면서, 아침 식사를 한 후 출발하도록 하지.”
태영이 지시하는 사이 신도익은 6진 지역에 백색 탄을 날렸다.
거긴 5백 명 정도가 머무르는 수준이었지만, 면적이 넓어서 6발이나 쏘아 보냈다.
이제, 왜국의 일을 마무리 지을 시간이다.
오늘 하루 정도면 거의 다 끝난다.
“고가?”
잔디의 고개가 한쪽을 돌아가며 고가를 불렀다.
고가 미테루도 이 병영에서 함께 잠이 들었었다. 간파쿠인가 뭔가 하는 왜인과 함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고가가 물었지만, 고가 미테루는 3진부터 6진까지의 왜군을 공격한 줄 전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