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24
224. 고려령(3)
부우우웅~
한참 전에 황룡호가 돌아온다는 뱃고동을 울렸고, 배는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여 천천히 선착장을 향해 들어갔다.
“저기가 사포군요. 송나라나 왜국과는 다른 모습인데요.”
선상 갑판의 앞쪽에서 사포를 바라보며 아나이스가 감상을 말했다.
“사포만 조금 특별할 뿐입니다. 다른 곳은 모두 비슷비슷해요.”
송산을 떠나면서 면사를 착용하지 않았기에 얼굴은 모두 드러났고, 머리는 검지만 백인 특유의 하얀 피부에 오뚝 솟은 코, 그리고 깊이 들어간 눈과 짙은 눈썹이 선명하게 보이는데, 입술 또한 유난히 붉다.
누가 저 얼굴을 60이 넘은 노인이라고 말할까?
아무리 많이 봐 줘도 이십 대 중반이다.
텔로미어 이펙트, 아니 태영이 붙인 이름으로 화안력.
현재까지 밝혀진 생명에 관한 것으로 그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말이 없는 현상이다.
늙지 않는다고 생명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테르의 원주인이었던 라일리가 그랬던 것처럼.
“우와, 우와, 우와 언니 저기가 사포예요?”
박해나의 목소리다.
사포 사람들에게는 신기할 일이 하나도 없지만, 처음 오는 외부의 사람들은 신기한 모습이긴 할 것이다.
사실상 박해나 혼자 떠들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탄성도 비슷했다.
길게 뻗어 있는 방파제.
그 방파제를 돌아 들어가면 방파제 안쪽과 또 그곳에서 한참 떨어진 지역에 황룡호 같은 배가 수십 척은 접안할 수 있는 커다란 선착장과 또 작은 어선들이 배를 댈 수 있는 선착장이 있고, 그곳에는 많은 어선들이 모여 있었다.
선착장에서 눈을 돌리면 역시 긴 방파제로 막혀 있는 곳에 조선소가 있고, 그곳에서 배를 만들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사포는 이 시대의 고려나 왜국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선착장에 가까이 닿으면서 갑판에서 사포를 바라보던 송산과 송도, 그리고 평안경 쪽에서 교육을 받기 위해 온 사람들까지 입에서 감탄사가 떠날 줄을 모른다.
“실장님이 영환이랑 같이 저기 나와 있네요.”
“그러네, 추운데 영환이는 두고 오지.”
선착장에서 기다리는 정하연과 아들 영환이 보였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사포의 사람들이 선착장에서 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사카를 떠난 지 사흘 만에 사포에 도착했다.
한참 먼 곳에서 뱃고동 소리를 울려 귀환하고 있음을 알렸지만, 거리가 있으니 율촌이나 더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은 아직 도착하지 못했을 것인데도 그 넓은 선착장에 사람이 제법 많이 모였다.
“김중겸 대대장도 왔네요.”
“그래.”
김중겸이 2개 중대 정도의 병력을 데리고 선착장 한곳에 도열해 있었다.
배가 들어오고 있으니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을 알고, 병사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
“대장님.”
“이 추운데 영환이를 데리고 왔네?”
“그래도 옷이 따뜻해서 괜찮아요. 그런데 혹시?”
태영이 영환을 받아서 품에 안는데 정하연이 의문을 표했다.
“어이쿠, 이놈 봐라. 못 본 사이에 제법 컸네. 응, 왜?”
“아바 아바 빠이 와쪄.”
알굴을 손으로 만지는 영환에게 눈을 맞추며 물었다.
영환이는 말문이 트이기는 했지만, 아직 구사하는 단어가 많지는 않았다.
“돌아온 사람들 숫자가 왜 이리 적어요? 혹시 사망자가 있나요?”
“아니, 아니야. 그곳에 주둔군으로 두고 왔어. 4개 중대.”
“아, 그렇구나. 병사의 숫자가 너무 적어서 깜짝 놀랐어요.”
선착장에 와 있는 수많은 환영 인파도 자신의 가족들이 돌아오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이 있을 것이다.
그다음부터 서윤과 인사하고 뒤늦게 발견한 아나이스를 바라보았다.
정하연은 아나이스를 만난 적이 없으니 조금 놀라워했다.
“이쪽은 선화 상단 상단주 류샤오지에, 여긴 내 아내 정하연, My Emilia.”
“Nice meet you Emilia.”
“아나이스, 에밀리아는 영어를 잘 못 해요.”
“?好, 認識??高興 商團主.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상단주님.)”
태영과 아나이스가 말을 주고받는 걸 쳐다보던 정하연이 먼저 인사를 했다.
나이스 및 나이스 및, 뭐 저건 어느 나라 말이지. 그런데 에밀 뭐는 이름인가. 그럼 대장님의 본부인 성함이 에밀, 아니 에밀리아인가, 아니야 성씨가 정이라 하셨는데 에밀리아는 뭐지 하는 박해월의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젊을 때 중국과 왜국을 돌아다녔다 했으니 중국어와 일본어를 안다 해도 영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가 본 적은 없을 것이다.
오는 동안 선상에서, 함교에서 종종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아나이스가 항상 중국어로 이야기했기에 영어가 신기한 모양이다.
“네, 반갑습니다. 에밀리아. 대장님이 예쁜 부인이라고 늘 자랑하셨는데, 정말 미인이시군요.”
“네, 감사합니다.”
대답은 그리하면서 태영을 한번, 서윤을 한번 째려본다.
“대장님, 상단주는 송나라 사람 같지 않아요.”
그리스인이니 당연하지.
지금 말해 주기는 애매해서 그냥 웃고 말았다.
“충성! 돌아오셨습니까?”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인사할 기회를 노리던 김중겸이 인사를 했다.
“고생했지?”
“아닙니다. 대장님이 고생하셨죠.”
“흑룡호에 왜구들에게 잡혀갔던 여인들 293명이 있어. 그리고 황룡호에는 송도와 송산시, 그리고 평안시를 포함하여 그 인근 6개 시에서 온 대표자들 30명이 있으니까, 손님 정리를 잘해 줘. 지금 이분 일행은 영빈관 1호로 모시면 되고, 진이가 명단하고 배정표 가지고 있으니까 객관에 그대로 배정해 주고, 오후 네 시까지 본부의 좌식 대강당으로 모아 줘.”
“네, 알겠습니다.”
송도시와 송산시, 그리고 평안시, 자하시, 대판시, 영록시, 기부시, 동해시로 가능한 그 지역의 한자 이름을 그대로 빌려 왔다.
“연대장은 흑룡호에 승선 중이니까, 오는 대로 본부로 오라고 하고.”
“그리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거. 4개 중대가 왜국에 잔류했으니까, 이번에 오지 않은 사람들이 많거든. 왜 오지 않았는지 가족들이 궁금해할 거야.”
“아, 무슨 일 있는 것은 아니죠?”
“그럼, 4개 중대가 반년 동안 잔류할 예정이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 주고.”
“네, 알겠습니다.”
흑룡호가 해안에서 1킬로쯤 떨어진 곳에서 선착장으로 들어오고 있으니, 선착장에 배를 대고 하선을 시작하면 더 정신없어질 것이다.
“아나이스, 일단 우리 병사들을 따라가시고, 나중에 저녁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네, 대장님.”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아나이스 일행은 김중겸의 지시를 받은 병사를 따라갔다.
“우린 본부로 가지.”
“네.”
“또 새해를 바깥에서 보냈네. 지난해에도 그랬는데.”
평안경에서 평안궁의 창고에 쌓인 물건들을 실어 내고 있던 중에 양력으로 새해가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해가 되었는지 다들 잘 몰라요.”
하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만남을 가지는 데다, 흑룡호가 접안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이 대거 하선을 하니 모두들 바쁘다.
유시완이 잔디를 쳐다보고 씨익 웃더니 서로 달려가서 포옹을 한다.
“잘 다녀왔어?”
“응, 이번에 아주 좋았어.”
유시완이 안부를 묻자 기분이 좋아 보이는 잔디가 대답했다.
“뭐가 그리 좋았어?”
“왜국의 왕을 내 발 앞에 무릎 꿇렸거든.”
“와, 그랬단 말이야? 내가 왜 거길 못 갔지?”
“왜국은 고가로부터 시작해서 내가 담당이잖아? 내가 그 자리를 내줄 것 같아? 어림도 없지.”
그러면서 팔을 허리에 두르고 입술도 슬쩍 부딪친다.
“저 둘이 제법 진전이 되었네.”
“네, 다행이에요. 다음부터는 잔디가 간다고 하면 유시완이도 데려가세요.”
둘을 곁눈질로 잠시 쳐다본 태영이 정하연을 쳐다보며 말하자, 정하연의 대답에는 정말 잘되었다는 마음이 가득 실려 오는 것 같다.
“그래, 그러지 뭐.”
태영만 쳐다보고 오매불망하면 참 골치 아플 뻔했는데, 그래도 자기 짝을 찾아간다.
“서윤아, 어째 이번에는 좋은 소식 있을까?”
옆에서 말없이 따라오는 서윤을 툭 치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모르죠, 성님. 하늘의 점지가 있어야 한다는데요.”
씩 웃으며 대답하는 서윤의 배를 한번 스윽 만져 본다.
“성님, 잠깐요.”
서윤은 그렇게 말하고는 제법 거리가 있는 곳 한쪽에 똑바로 서서 경례 자세로 손을 올린 채 서윤을 쳐다보고 있는 한유하에게로 갔다.
아버지 한선도의 동생인 한윤도의 딸로 갑자기 사촌 여동생이 되어 버린 아이다.
“유하, 잘 있었느냐?”
서윤이 물으며 손을 올려 거수경례에 대한 답을 하자 비로소 손을 내렸다.
“네, 부실장님. 건강하고 무사하게 돌아오시기를 늘 부처님께 빌었습니다.”
“괜찮다. 내 걱정은 하지 마라.”
“무사히 돌아오신 것을 봤으니 되었습니다.”
참, 저 정도면 지극 정성이다.
있는지도 몰랐던 사촌 언니로 인해 갑자기 신분이 달라지고 사는 세상이 달라졌으니 고마움을 표시할 수는 있는데, 저 아이는 거의 절대 신앙처럼 대한다.
“자, 함께 가자.”
“아닙니다. 저는 제 일이 있으니 먼저 가겠습니다.”
“내가 걱정이 되어서 나와 본 것이냐?”
“…….”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는데 눈에 눈물이 비친다. 그만큼 걱정했고, 그만큼 반갑다는 뜻이리라.
“가자.”
서윤이 어깨동무를 하며 태영의 옆으로 데리고 왔다.
“실장님, 죄송합니다. 근무지를 이탈했습니다. 나중에 벌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가까이 다가오자 한유하가 정하연에게 말했다.
“오늘은 봐줄게. 특별한 날이니까. 대신 또 그러면 안 된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평화로운 장면들이다.
피가 튀고, 비명이 들리고, 총성이 귓속을 파고들고, 칼이 번뜩이면 목이 날아가는 전장에서 그리운 사람들이 기다리는 평화로운 곳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직도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몇몇의 파견 부대가 먼 타국에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평화롭다.
“정리가 되면, 개경에 가야 하는데 함께 갈래?”
“네, 그럼요. 군사들 데려오실 거죠?”
태영의 질문에 정하연은 한껏 업 된 톤으로 대답했다.
“응, 그거하고, 왜국에서 받아온 주문을 황실에 전하기도 해야 하고.”
“주문(奏文)?”
“그래, 주문.”
“신하가 황제에게 올리는 글이잖아요? 완전 해결하셨네요?”
“그런 셈이지. 왜국의 반을 먹어 버렸는데, 그리고 칙서(勅書)도 받아 와야지.”
“와, 대단했네요. 그런 곳에 나는 못 가고.”
“그 대신 사포를 책임지고 있잖아.”
“그래도.”
예쁜 투정이다.
“그럼 왜국에 갈 칙사(勅使)로 누군가 데려와야겠네요?”
칙서(勅書).
중요한 관원의 직책과 권한들을 적어서 황제가 내리는 서한이지만, 황제가 왕에게 내리는 서한이기도 하다.
그 칙서를 가지고 가서 전달하는 사신이 칙사(勅使)이니, 칙사는 황제의 권위를 대신한다.
“최 별감에게 말하면 똑똑한 놈으로 보내겠지.”
태영은 본부로 가는 중에, 고가의 청을 받아들여서 가마쿠라 막부를 치기 위해 진행했던 일, 그러다가 고려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된 것, 그들, 귀화인들의 말을 듣고 왜인들을 모조리 정리해서 그곳을 시로 만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가마쿠라 막부를 쳐 없애고 평안경에 도착해서 왜군을 모조리 괴멸시킨 후, 귀화인들의 세력 단위로 구분하여 여섯 개의 시로 만든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래서, 사포는 사포 광역시로 하고, 당신이나 장인어른이 시장으로 취임했으면 좋겠어.”
“시장이라구요?”
“자치권이 보장되어 있으니, 소왕국이라고 보면 되는데, 왕국이라 하지 않고, 왕이라 하지 않고, 시라고 칭하고 시장이라고 부르는 거야.”
이 시대는 시라는 개념이 없으니, 그냥 소왕국으로 비교해서 설명을 했다.
“음, 그럼 아버지께 하시라고 해야겠어요.”
“왜?”
“저기 아버지 오시네요.”
본부에 도착할 때 율촌에서 넘어온 장인 정인구가 보였다. 그리고 각 부처의 부장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태영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본부로 오는 것이다.
***
전깃불로 밝혀진 좌식 대강당.
오후 4시 이지만, 실내이기에 전깃불로 환하게 밝혀졌다.
2천 명은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어진 2개의 대강당 중에 좌식으로 된 곳이다.
이곳은 단상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의자와 책상이 없이 그냥 마룻바닥으로, 이 시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 형태다.
보일러로 돌리는 온돌로 인해 바닥은 따뜻하여 졸기에 딱 좋은 환경이지만, 아무도 졸지 않고 이 신기한 곳을 둘러보고 전등을 쳐다보면서, 무언가 알아들을 수 없는 웅성거림이 가득하다.
오디오 시설이 없어서 육성으로 해야 하기에 이 넓은 강당에서 말을 하려면 고함을 처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장내 정리를 하는 사포의 병사들을 제외하면 인원은 불과 293명이다.
“여러분 환영합니다.”
정하연이다.
배가 약간 불러온 눈이의 소개를 받고 중앙 단상에 올랐다.
단상의 뒤쪽으로는 몇 사람의 부장들이 의자에 앉아 있다.
“사포 광역시장 정하연입니다.”
장인 정인구는 딸이 훨씬 똑똑하니까 네가 시장님 해야 해 하고는 각 부처의 부장들에게 ‘반대하는 거야?’라는 협박성 동의를 얻어서 밀어붙였다. 그래서 결국, 그 짧은 시간에 정하연이 시장이 되어 버렸다.
웅성웅성, 시끌시끌.
중앙 단상에 올라서서 시장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시라는 의미는 왜국에서도 만들어지면서 그 의미를 알고 있는 상태이고, 시장이라는 직이 어느 정도인지 이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시장이 여자다.
그것도 나이 스무 살이나 될까 싶은데, 이 작은 왕국 사포 광역시의 시장이란다.
“고생이 많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젠 안심해도 됩니다.”
정하연이 다음 말을 하자 차츰 조용해졌다.
“사포시에 들어와 보니 어때요?”
웅성웅성, 시끌시끌.
모두들 한마디씩 하느라 알아들을 수가 없다.
“여러분들이 살던 곳과 많이 다르죠?”
네~
“네, 여러분들이 들어오면서 이미 느꼈겠지만, 사포광역시는 정말 다른 곳과 완전히 다르지만 동시에 아주 잘 사는 곳입니다. 반상의 구분이 없고, 노예나 노비도 없으며 누구에게나 동등한 인격과 자유가 있습니다.”
웅성웅성, 시끌시끌.
“5년 전, 우리 사포시와 율촌에 왜구들이 침입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많은 아버지들이 왜구를 막으려 하다가 죽었고, 또 많은 아이들과 많은 어머니들이 죽었습니다. 사포 시장인 저 또한 우리 시의 여러 여인들과 함께 왜구들에게 잡혀서 포승줄에 묶여서 끌려가던 중이었습니다.”
웅성웅성, 시끌시끌.
그럴 줄 몰랐다는 뜻이겠지.
“그렇습니다. 나 역시 5년 전에 여러분들과 같은 신세였습니다.”
조용.
“단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끌려가고 있던 중에 대장님이 나타났습니다.”
침 넘기는 소리, 가쁜 숨소리만 강당을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대장님은 단신으로 우리를 끌고 가던 왜구들을 모두 죽이고, 우리를 구했습니다.”
여전히 조용하다. 다만 강당 전면의 의자에 앉아 있는 태영을 돌아보는 시선이 늘었을 뿐이다.
“조금 늦긴 했지만, 그래서 여러분들이 끌려간 뒤였지만, 그래도 대장님이 여러분들을 구해 왔습니다. 맞습니까?”
와아아아아아~
맞습니다~
선동도 잘해.
“여러분은 사포에 살거나, 어느 정도의 교육과 적응 훈련을 받은 후에 고향이 어딘지 알고, 꼭 가야 하겠다고 하는 사람에 한해,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드릴 것입니다.”
웅성웅성.
그리고 지켜야 할 것들과 의무 사항들에 대한 몇 가지를 이야기했다.
2시간에 걸쳐서 수십 명 단위로 묶어, 전등의 사용 방법, 수도의 사용과 온돌의 사용 방법, 화장실 사용 등에 대한 것들도 모두 설명했다.
“사포는 정말 대단한 곳이군요. 사포에 살게 해 달라고 한 것이 정말 잘한 일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설명이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대차에 실린 음식들이 강당으로 들어올 때 곁에 온 박해월이 말했다.
삶은 돼지고기 냄새, 튀긴 닭고기 냄새, 그리고 잘 구운 생선 냄새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감사합니다. 대장님.”
박가비와 박해나가 같이 인사를 한다.
“와, 맛있는 냄새다.”
박해나는 바로 고개가 돌아갔다.
“적응하는데 시일이 조금 걸릴 거야. 그나저나 사촌 동생이 송산에 남게 되어서 서운하지 않아?”
박해인은 송산에 남았다.
설가 시장이 배운 사람이 필요하다는, 그래서 도움을 줄 수 없겠느냐는 요청에 그렇게 결정했다.
“스스로가 원하는 일이니 어찌하겠습니까? 여동생이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서운하긴 하나, 이미 스스로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것을 보여 주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아버지, 아니 대장님. 저거 고기 맞아요?”
“그래, 돼지 수육하고, 삼겹살, 그리고 닭튀김 같은 것들이 들어오네. 맛이 있을 테니 많이 먹어라.”
거의 3백 인분을 준비하느라 저 일에 동원된 사람들도 힘들었겠지만, 제법 많은 돼지와 닭이 죽어 나갔을 것이다.
“대장님, 고기를 저리 먹어도 됩니까?”
박해월이 물었다.
“일단 먹고, 그래도 되는지 안 되는지는 천천히 알아가도록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