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26
226. 분노하다(2)
태영은 스스로 걷기는 고사하고 기어가지도 못하는 놈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며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갔다.
으으으, 그으으으~
볼을 통해 입안에서 이빨 사이를 가로지르는 나뭇가지 때문에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고통의 비명은 나왔다.
이 시대는 머리를 짧게 자르지 않고 자라는 대로 놔두고 기르기에 머리채를 잡고 끌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병사들이 정하연과 영환이, 아나이스 일행과 사포재에서 따라 나온 민이와 또 다른 하인들, 서정인과 김예서까지 촘촘하게 둘러싸고 총을 전방으로 겨눈 채 사방을 경계하며 쏘아보는 모습은 마치 눈에서 불꽃이 일렁이는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영환이가 놀랐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영환이를 꼭 안은 정하연이 병사들의 머리와 머리 사이로 바깥을 노려보고 있었다.
막상 영환이는 제 엄마 품에 폭 잠긴 채로 인상을 쓰며, 답답하니까 이제 좀 놓아주세요, 하는 것처럼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의무병이나 의원들도 사포 사람이라고 방어진을 함께 구성하고 있는데, 서윤은 빙 둘러싼 무리의 중간, 상공 3m 정도의 높이에 여전히 떠 있고, 눈에서는 마치 불꽃을 쏘아 낼 듯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일부의 병사들은 태영이 던진 쇠버리에 맞은 습격자들을 끌어다 벽 쪽으로 던지고 있었고, 또 다른 병사들은 그들을 포박하고 있었다.
“한 실장, 이제 된 것 같아.”
“네.”
서윤이 대답하며 사람들을 비켜서 길바닥으로 천천히 내려섰다.
병사들은 습격자들을 던지기 전에 칼침을 한 번씩 놓아서 힘을 쓰지 못하게 처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로 인해 길바닥에는 붉은 피가 낭자했고, 피비린내마저 풍겼다.
쓰러진 놈들은 칼침을 맞았으니 고통으로 인한 비명이 골목을 가득 채웠다.
우리를 공격한 적에게 호의를 베풀 이유도 없고, 우리를 공격하면 대상이 누구든 모두 죽이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이번에는 누군가가 죽이지 말라고 지시한 모양이다.
정하연과 영환이를 포함해서 군인이 아닌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던 사포 병사들이 방어진을 풀었다.
그 가운데 파랗게 질린 서정인과 김예서가 보였다.
사포재의 하인들도 파랗게 질리기는 마찬가지였는데, 여자 하인 민이는 눈에서 마치 불꽃을 뿜어낼 듯, 벽에 던져진 습격자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Artemis Rylie.”
아나이스가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또, 아르테미스?
아나이스에게서 듣는 두 번째 말인데, 왜 자꾸 저렇게 부를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의 이름이라는 것만 알 뿐, 내용은 전혀 모른다.
테르가 살아 있을 때, 좀 찾아볼걸.
“괜찮아요? 다친 데 없죠, 성님? 영환이는 괜찮니?”
서윤은 정하연의 곁으로 가서 제 엄마 품에서 벗어난 영환이를 안아 올리며 물었고, 영환의 몸 이곳저곳을 살폈다.
“동생, 영환인 괜찮아.”
“아나이스 다치지 않았죠?”
정하연의 입에서 영환이가 괜찮다는 말을 듣고 난 뒤에야 아나이스에게 물었다.
서윤의 품에 안긴 영환이는 지금 이 상황이 어떤지도 모르고 까르르 웃고 있었다.
“네, 괜찮아요. 고려의 병사들, 아니 사포 상단의 병사들은 정말 대단한데, 대장님이나 라일리는 더욱더 대단하군요.”
아나이스가 옷을 툭툭 털면서 서윤에게 말했다.
“별말씀을요.”
정하연은 천천히 발자국을 옮겨 벽에 던져진 습격자들 앞으로 갔다.
그리고 똑바로 자세를 잡고 좌에서 우로 한번 노려보았다.
“우리를, 그것도, 감히…….”
정하연이 말을 잠시 끊고 주먹을 꽉 쥐는 자세를 보였다.
“감히 내 아들을 죽이려 했단 말이지?”
정하연의 고함 소리.
감히, 라는 단어를 정하연이 사용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감히, 라고 말했다.
“내 아들을 죽이려 한 대가를 너희 놈들의 뼈에 새겨 주마.”
그리고 이어진 정하연의 낮게 깔린 말소리는 화가 아주 많이 났음을 보여 주었다.
영환이 공격당한 것.
자신이나 사포의 병사들에 대한 걱정이 물론 있었겠지만, 태영이 막지 않았다면 아들을 잃을 뻔한 어미의 분노였다.
한 놈의 볼을 양쪽으로 뚫어 끌고 올 때부터 정하연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는데, 아무래도 죽이지 말라고 통제한 사람이 정하연인 것 같다.
정하연이 서윤으로부터 영환이를 넘겨받아 안아 들며 돌아섰다.
“이 일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 그들의 일가친척, 그리고 같은 말을 쓰는 모두가 반드시 대가를 받아야 할 것이야.”
서윤은 영환이를 넘겨준 뒤, 그들 앞에 서서 천천히 말했다.
이 시대는 연좌제다.
그것이 21세기와 다른 수많은 문제 중의 하나이다.
물론 21세기라고 그 가족들이 완전하게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법적으로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시대는 아비가 잘못하거나 어미가 잘못하면, 대부분의 경우에 온 가족이 그 벌을 감내해야 했다.
영환이가 죽을 뻔했다는 것이 정하연에게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 앞에 서서 경고를 했던 정하연의 눈에 파란 불꽃이 일렁이는 것 같았으니, 아마 저들의 가족들에게도 죄를 묻자고 할 것이다.
상대를 죽이려다 실패하면 자신이 죽는다.
그런데 영환이까지 죽이려 했으니, 자신의 가족들이 역공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거다.
“흐, 흐으, 어, 언니.”
서정인과 김예서.
김예서가 서정인의 품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서정인을 불렀다.
다른 사람들은 별문제 아니라는 듯 툭툭 털고 자연스럽게 상황 정리를 하고 있었지만, 이 둘에게는 정말 특별한 일이었다.
“흐, 언니 사포 군인들은 하, 항상 이래요?”
김예서가 서윤을 올려다보며 말을 더듬거리는 걸 보니 제법 놀란 모양이다.
혹시나 이 일이 저 혹들을 떼어 내는 데 효과가 있으려나?
“예, 예서야, 그, 그게 문제가 아니야.”
서정인이었다.
“어, 언니 왜?”
예서는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서정인에게 물었다.
“실장님 언니가, 좀 전에 하늘로 날아올랐어. 저 위에까지.”
“지, 진짜?”
둘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걸 계속 듣고 있을 수는 없었다.
“다친 사람?”
“없습니다.”
태영의 고함에 신도익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상황 보고해 봐.”
“적 총 20명, 대장님이 잡아 온 그놈까지 21명, 4명 사망, 12명 경상, 5명 중상이었습니다. 우리 쪽 사상자 전무, 찰과상 1명 있습니다.”
신도익의 간략한 보고다.
사망자를 제외한 모두를 포박해서 한쪽에 무릎 꿇려 두었다.
시장통을 벗어나 한적한 곳으로 왔을 때 습격을 받았지만, 그래도 행인들이 간혹 다니는 곳이다.
한쪽에 절을 하는 모습으로 엎드린 사람들이 꽤 여럿 보였다.
“사포재로 데려가. 그런데 몽골어를 쓰는 놈이 있었는데?”
사포재에 감옥은 없지만, 태영의 가족이 살지 않고 하인들만 사는 까닭에 물건이 쌓여 있지 않은 빈 창고가 많이 있다.
아무래도 감옥을 만들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몽골어, 이놈입니다.”
태영의 질문에 신도익이 한 명을 가리켰다.
몽골인인가?
구분이 잘 안 되지만, 고려인이거나 중국의 어느 민족 같아 보인다.
여진족, 선비족, 만주족, 한족을 막론하고 사실상 생긴 것이 비슷비슷해서 쉽사리 구분되지 않기에 어느 쪽일지는 모르겠다.
민족의 개념이나, 국가관이 어느 정도 정립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충 봐서 힘이 셀 것 같은 몽골 편에 붙어먹는 놈들이 있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다.
고려에서 그런 놈이 홍대순, 홍복원, 홍다구로 이어지는 집안이었던가?
아마 맞을 거야.
홍대순은 몽골이 강동성을 침입했을 때, 한번 싸워 보지도 않고 바로 항복해서 몽골에 붙어먹은 놈이다.
하긴 그놈의 선조는 당나라 사람이니, 그런 식으로 따지고 보면 고려에 충성할 이유가 별로 없긴 하다.
그래도 고려의 녹을 먹는 놈이니 최소한의 의무는 다해야 하는데, 바로 배신 때리고 몽골 편이 되었다.
그 아들 홍복원은 몽골이 쳐들어왔을 때, 몽골의 살례탑(撒禮塔)에게 협력했고, 나중에는 서경을 점령하고 반란을 일으켰다가 토벌되어 몽골로 도망친 놈이다.
그랬다가, 몽골이 고려로 쳐들어올 때마다 길을 안내하는 놈이다.
손자 홍다구는 쿠빌라이의 측근으로, 몽골이 고려를 침공했을 때, 앞장선 놈이고 고려의 명장 김방경을 모함하여 죽이려고도 했다.
그 경우를 보면 집안 내력이 중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역모를 일으키면 삼족을 멸하거나 구족을 멸하는 것인가 싶다.
***
태영이 안내되어 간 곳은 원덕전이다.
최세헌과 석명환 외에 네 명이 더 동행했고, 태영은 신도익과 장호, 유시완을 데리고 갔지만, 원덕전 안으로 들어간 사람은 최세헌과 태영, 단둘이다.
최세헌이 살짝 말해 준 원덕전은 군사 회의를 하거나, 고위 관리의 처벌 같은 것을 비밀리에 논의하는 장소로, 아주 중대한 일이거나 극비를 요하는 일을 처리할 때 찾는 곳이란다.
정하연과 한서윤은 강성호 의원을 필두로 주로 여인들로 편성된 의원들과 여군 의무병들과 함께 안혜 황후를 만나고 있을 것이다.
엥, 테이블과 의자?
원덕전 안에는 사포에서 쓰는 것과 비슷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는데, 황제의 자리로 보이는 곳이 신하들의 자리로 보이는 테이블보다 손가락 세 마디 정도 더 높다.
“황제 폐하 듭시옵니다.”
조선 시대 사극에서 하는 것처럼 큰 소리로 외치지 않고, 내시 한 명이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곧이어 황제가 들어섰고, 처음 보는 인물이 함께 들어섰다.
들어선 사람은 아주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황제를 뒤따랐고, 최세헌과 태영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폐하를 뵈옵니다.”
“어서들 오시오.”
최세헌의 정중한 인사에 황제가 가볍게 인사를 했다.
태영은 뭔가 어색하게 선 채 그냥 거수경례를 했다.
황제가 피식 웃으며 거수경례 흉내를 냈다.
“군인들이 하는 사포식 인사? 이거 참 좋은 것 같아.”
혹시 개경에 이런 인사 방식이 좀 퍼진 건가?
“자, 앉으시오.”
황제가 자리에 앉고 태영과 최세헌도 자리에 앉았지만, 황제를 뒤따라 들어선 사람은 자리에 앉지 않고 황제의 곁에서 적당히 떨어진 곳에 조용히 섰다.
최세헌은 태영이 건네준, 황금색 비단 주머니에 싼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렸고, 황제의 뒤에 시립해 있던 사람이 다가오자, 그에게 전달했다.
“이것이 무엇이오? 지주사는 혹시 언질을 받았는가?”
황제가 최세헌을 향해 묻고는 연이어 옆쪽에 서 있는 사람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지주사(知奏事)?
비서관 격으로 5인의 승선이 있는데, 그중에 그 책임자가 지주사로 들었다.
“아니옵니다, 폐하.”
지주사라 불린 사람이 공손하게 대답하고는 다가와서 주머니를 풀자 곳곳을 금으로 장식한 목함이 나왔다.
왜국이 원산지인 편백나무로 만든 목함에서 편백 특유의 향이 배어 나왔다.
“주문(奏文)?”
함에 새겨진 금장으로 된 글씨다.
지주사라고 하는 직함의 주(奏)와 신하국이 상국으로 보내는 주문이라고 하는 것의 주(奏)는 같은 한자이다.
황제도 지주사도, 그리고 최세헌도 태영을 돌아보았다.
왜국 정벌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자, 그것은 황제께 직접 하는 것이 좋겠다 해서 최세헌도 왜국과의 일을 전혀 모르는 상태다.
“네, 왜국의 왕이 상국의 황제에게 보내는 주문입니다.”
“하.”
황제의 입에서 나오는 감탄사.
표정이 푸근해졌다.
언제 이런 것을 받아 본 적이 있겠는가?
물론 윤관의 여진 정벌로 조공을 받은 적이 있지만, 그건 백 년도 더 지난 옛날 일이니, 고종황제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이야기다.
지주사와 최세헌도 태영을 쳐다봤다.
“이게 정말 왜국의 왕이 올리는 주문이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태영은 최세헌의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해 주었다.
놀라운 일이겠지. 개경에서는 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주문이라니.
“열어 보게.”
황제의 명에 따라 지주사가 함을 열자, 그 안에 여러 겹의 비단으로 된 받침 위에 역시 비단 끈으로 묶여서 도르르 말려 있는 두루마리.
지주사가 두루마리를 묶었던 비단 끈을 풀고 테이블 위에 얌전하게 놓은 후, 말린 부분을 손으로 약간 밀어서 한 바퀴 정도 풀었다.
그러곤 지주사가 한 발자국 정도 물러섰다.
황제가 풀리다 만 주문 두루마리를 슬슬 밀어서 펼쳤다.
“…….”
“…….”
“…….”
그것을 모두 읽을 때까지 그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에 표시된 지명을 기준으로 서쪽을 고려에 넘겨주고, 자신들은 그 동쪽으로 국경을 정하며, 영원히 상국으로 대하겠다는 것이 맞소?”
“네, 맞습니다.”
“그럼, 고려령이 되는 땅이 얼마나 되오?”
“고려 땅의 절반 정도 됩니다.”
아니다.
그보다는 훨씬 더 크지만, 꼭 그걸 꼬치꼬치 따져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으니까.
“훌륭하오. 훌륭하오, 그리고 왜국의 왕이 3년마다 직접 와서 알현하겠다?”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를 하고, 그 주문을 만들어 바쳤습니다.”
이때 삼배구고두례가 있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결국은 황제에게 그것도 설명해야 했다.
“와하하하하, 그랬단 말이지? 정말 그랬단 말이오?”
무지하게 통쾌하게 웃었다.
그렇게 기쁜 일인 모양이다.
“고려령의 왜국에 여덟 개의 자치 지역을 만들어, 그 이름을 시라고 하고, 그곳의 책임자를 시장으로 정하여 고려인이 통치하도록 하였습니다.”
“고려인? 왜국에 고려인이 있소?”
결국, 귀화인에 관한 이야기도 해주었다.
심지어 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에 관해 이야기도 했다.
뭐가 이리 설명할 게 많은지.
“하하하하하, 이렇게 경사스러울 데가 있나. 이렇게 경사스러운 일을 해 오셨으니, 상을 크게 내리고, 온 나라에 알려 잔치를 벌이라 해야겠소.”
상을 내려?
잔치를 해?
어허, 이런 정신없는 아저씨가 있나?
아, 황제에게 그런 불경스러운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건가?
에이, 21세기에서는 개시키, 소시키도 하는데, 뭐.
“한 말씀 더 드리자면, 이 일을 밖으로 알려 몽골과 송나라에 괜한 경계심을 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계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흘러나가겠지만, 그게 밖으로 일찍 새어 나가는 것은 좋지 않다.
지금 서진 중인 몽골이 당장 말 머리를 돌리는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
왜국을 점령한 고려를 자신들의 뒤통수에 두고 계속해서 서진을 하리라 생각하는 거야?
국제 정세를 이렇게 모른다.
하긴, 그 누구도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니 황제만 탓할 일은 아니다.
언젠가는 몽골이 말 머리를 돌릴 것이고, 설사 말 머리를 돌려 고려를 침공해도 막을 수가 있겠지만, 압도적인 힘으로 그것을 막아 내기에는 아직 준비가 조금 더 필요했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알릴 필요가 없다.
물론, 태영이 살던 차원의 세상과 완전하게 모든 것이 꼭 같지는 않다.
날짜와 시간 같은 것을 비교해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이 같고 많은 부분이 조금씩 다르다.
그런 차이가 있는 또 다른 차원의 평행 세계이지만, 미리 경계심을 높여 줄 필요는 없다.
“최 대장의 뜻이 그러하다면, 그리하겠소. 한데 연유를 알려 줄 수 있소?”
결국, 몽골의 서진과 관련된 이야기를 적당히 각색해서 해 줄 수밖에 없었다.
“네, 그리하지요.”
그리고 태영은 설명을 했다.
“알겠소, 그리하리다.”
많은 설명 이후에 황제가 그렇게 대답했다.
“그럼 잔치는 못 하더라도 최 대장에게 무언가 해 주고 싶은데?”
이건 노렸지.
그런데 뜸을 들여야 할까 말아야 할까?
에이, 언제 그런 거 따졌나?
“울주를 사포에 넘겨주세요. 사포 광역시로 통합될 수 있도록.”
울주.
21세기의 지명을 기준으로 울산을 포함하고 있는 제법 넓은 지역이었다.
돌개몰과 달구곶 사이의 돌산인 적바리 지역을 불도저와 포클레인 등을 이용해서 공사 진행하는 것을 확인했었다.
그런데 몽골과의 일전을 준비하는 일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도 있지만, 현재 공업 단지와 조선소로 사용하는 부지가 너무 좁다.
그러던 중에 현대 미포조선소 부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