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27
227. 분노하다(3)
태영이 살던 시대의 현대 미포조선소를 건설할 당시, 창업주의 일화는 종종 회자되는 유명한 이야기다.
5백 원짜리 지폐 속에 도안으로 들어간 거북선.
우리는 최소한 너희들보다 몇백 년을 앞선 조선 기술이 있다는 것을 오백 원짜리 지폐 속의 거북선으로 애플도어의 회장에게 선박 건조 기술이 있음을 설득했고, 그리스의 선 엔터프라이즈에서는 미포조선소 부지를 찍은 항공 사진 한 장으로 선박 계약을 하여, 영국 최고의 은행인 바클레이에 그것을 들이밀어 차관 도입을 성사시켜 만든 것이 현대 미포조선소다.
앞으로 최소한 9백 년도 훨씬 지난 이후의 이야기다.
유감스럽게 사포는 너무 작은 동네다.
그래서 울주를 관할 구역으로 만들어야 미포조선 부지가 태영의 손에 들어오고, 그곳에 조선소를 만들 수가 있다.
“사포 광역시?”
“네.”
“광역시라는 것이 왜국에 만든 시와 어떻게 다른 것입니까?”
“시는 현이나 군의 규모로 보시면 되고, 광역시는 목이나 부 정도의 규모로 보시면 됩니다.”
21세기에서 인구 2만이면 읍이나 될까 말까 하는 정도이지만, 이 시대에 2만이면 규모가 제법 된다.
그런데 부라고 하면 거의 21세기의 도의 규모가 될 것이고, 부의 수장은 부윤으로 종2품 관직이니 어마어마하게 높은 관리다.
“시라고 이름 하는 곳은, 모두 자치령이라고 하셨지요?”
“네, 맞습니다. 나라에 조세를 납부하고, 나머지는 그 안에서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럼 사포 광역시장은 누가 되는 것입니까?”
시가 반란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것은 왜국의 이야기에서 충분히 설명을 했다. 그러니 이렇게 묻는 것이리라.
“지금, 곤성전에 가 있습니다.”
“여인?”
“네.”
***
황제의 ‘그리합시다.’라는 말 한마디에 간단하게 울주가 사포의 관할 지역으로 바뀌어 버렸다.
“사포 광역시장께 인사 올리러 가겠습니다.”
최세헌이 싱긋 웃으면서 인사하러 가겠단다.
이 사람아, 별감이 사포 광역시장보다 급이 높은 거야.
총리급이 광역 시장에게 인사 올리러 가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 거야?
“더 해 줄 것은 없소?”
“몽골의 사신들을 아무도 모르게 모두 잡아가겠습니다. 그걸 눈감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몽골의 사신들을?”
“네.”
“연유를 물어도 되겠소?”
“사포 시장인 아내가 화가 많이 났습니다. 화를 풀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하, 큰일이로세.”
태영의 대답에 최세헌이 큰 한숨과 함께 중얼거리듯 말했다.
“큰일? 무엇이 큰일이란 말이오?”
최세헌의 뜻하지 않은 말에 황제가 물었지만, 대답 대신 태영을 쳐다보았다.
설명을 해 달란 말이지?
“개경에 도착한 다음 날 시장통에 나들이를 나갔다가 습격을 받았습니다.”
“최 대장 일행에게 습격을 해요? 누가 다치지는 않았소?”
“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런데요?”
“습격한 자들을 모두 잡았는데, 그중에 몽골인이 있었고, 그놈은 몽골 사신 희속불화(喜速不花)를 수행하고 온 놈 중에 한 놈이라고 합니다.”
“희속불화? 몽골 사신?”
그 이름이 나오자 황제도 조금 놀란다.
그리고 최세헌에게 시선을 주는 것을 보니 정말 맞느냐고 물어보는 것 같다.
“네, 맞습니다.”
“허, 거참. 그런데 희속불화는 돌아가지 않았소?”
다시 시선이 최세헌에게 향하며 물었다.
“네,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또 몇 명이 왔다는 말씀을 올렸지 않사옵니까?”
“그랬지. 그런데 그들은 희속불화의 일행이라 하지 않았소? 그래서 다시 나를 찾아오지 않기도 했고.”
“그렇사옵니다. 희속불화의 뒷일을 하기 위해 온 자들인데, 최 대장을 습격한 자는 뒤에 온 자들을 호위하기 위해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 나라에 와서 내 백성들을 습격하다니, 아니 팔월에는 버르장머리 없는 저고여가 그따위 행사를 하였고…….”
말을 하다가 끊고 이빨을 앙다무는 것을 보니 뭔가 모르지만, 몽골 사신이 아주 무례한 행동을 했다는 뜻인 것 같았다.
그런데 내 나라, 내 백성이라는 저 말에 아주 살짝 거부감이 들었다.
소유물이라는 뜻이잖아?
하긴, 21세기를 살아온 사람으로서는 이 시대의 저런 발상에 거부감이 당연하지만, 뭐 어쩌랴.
아무튼, 이야기를 듣고 보니 사신들이 그렇게 자주 오나 싶다.
사신이라는 것이 명칭만 다를 뿐 21세기 현대에도 많다.
다만, 이 시대의 사신과 21세기의 사신은 완전히 다르다.
이 시대에 약소국에서 오는 사신은 비교적 얌전하게 있다 가지만, 강대국에서 오는 사신들은 대부분 조공을 바치라는 강요를 하며, 무법천지이고 안하무인으로 설치고 다니는 놈들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많이 입힌다.
강대국의 사신들은 자신들의 백그라운드인 나라의 힘을 믿고, 제 마음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도 그들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
그들에게 죄를 물으면 바로 지랄 같은 요구를 해 오거나, 군사를 앞세워서 밀고 들어온다.
개경에서, 북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신경을 끊고 있었고, 별로 궁금하지 않았으니 태영이 그간의 상황을 모르는 것이 정상이다.
지금은 음력으로 윤십이월이다.
윤달이 끼어서 12월이 두 번이나 되고, 그래서 아직도 해가 바뀌지 않은 상황이지만, 양력으로는 이미 2월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그런데 음력으로 올해 시월이면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 짧은 기간에 몽골에서 사신이 세 번이나 왔다고?
그보다 더 왔을지는 모르지만, 황제와 최세헌의 이야기 속에만 세 번이었다.
많은 것을 요구하고, 그것을 꼭 받아 가려 함인데, 그런데 저고여라고?
역사에 나온, 몽골이 고려를 침략하는 단초를 제공하는 놈.
너, 죽었어.
“이유는 알아내었소?”
이번에는 태영에게 물었다.
“자신은 혹시 사포에서 대장이라 불리는 사람이 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죽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래요?”
“네, 그래서 나머지 사신들을 모두 잡아가서 문초를 했으면 합니다. 하나 이 일은 미리 말씀을 드린 후에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황제가 최세헌을 바라보는데,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최세헌은 계속 태영을 바라보았다.
그럼, 이유를 마저 설명해야겠지?
“우리가 습격을 당할 때, 우리의 가족들과 의원들, 그리고 개경의 사포재를 지키는 사람들, 송국에서 온 손님까지 있었는데, 가족이 있다 보니 아들도 있었습니다.”
“아.”
최세헌이 큰 숨을 내쉬었다.
“아내는 습격자들이 아들까지 죽이려 했다는 것에, 매우 크게 화가 났습니다.”
“그래요? 그랬다면 화나고 말구요.”
“네, 그래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하니, 몽골의 사신을 잡아가야…….”
“별감께서 큰일 났다는 것이 최 대장의 부인이 화가 났기 때문이오?”
황제는 태영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최세헌에게 물었다.
“네, 그러하옵니다. 폐하.”
“내가 우려하는 것을 말하기 전에 묻고 싶소. 그 일이 왜 걱정인 것이오?”
황제가 아직 말하지 않은 우려라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태영이 몽골의 사신들을 모조리 잡아가면, 그 뒤에 불어닥칠 후폭풍이 얼마나 거셀지 모른다.
“지금 말씀하신 최 대장의 부인이 개경에 처음 왔을 때, 최충헌의 졸개들이 부인을 희롱한 적이 있사옵니다. 그리고 최충헌 일파가 이 땅에서 사라졌습니다.”
“……뭐, 뭐요?”
황제의 놀람에 이어 잠깐 동안 또 말이 끊어졌다.
황제는 모르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 말이 정답은 아니지만, 그 일이 계기가 되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네.
“그러니까, 최충헌의 졸개들이 최 대장의 부인을 희롱한 까닭에 그것을 벌하는 과정에서, 최충헌과 그 일파들이 모조리 죽었단 말이오?”
“네, 폐하, 그렇사옵니다. 한데, 이번에는 모욕의 정도를 넘어서 아들을 죽이려 했다는 것에 화가 났으면, 앞으로의 상황이 어찌 될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일이옵니다.”
최세헌이 말을 하면서 태영을 돌아보는데, 진지한 표정 뒤에 뭔가 숨어 있는 것 같단 말이지.
그리고 그 속에 뭔가 모르게 조금 부추기는 것 같은 느낌은 뭘까?
“최 대장.”
황제가 태영을 불렀다.
“어찌…… 어찌 생각하면 되오?”
태영은 웃음이 나왔다.
“아내가 화가 많이 났습니다. 다는 아니더라도 화를 조금은 가라앉혀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태영의 말에 황제는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한참 동안.
“하, 하, 하, 이 나라의 무반들이 그 힘으로 황실을 핍박해 온 세월이 얼마이고, 황실은 물론이거니와 나라를 걱정하는 이들이 별짓을 다 해도 어찌할 수가 없었는데, 최 대장의 부인을 희롱한 것이 계기가 되어 그들이 사라졌다. 그 말이지요? 하, 하, 하.”
그리고 한참 지나고 자조적인 웃음을 웃고 난 후 하는 말이다.
그 말이 실화야? 자작 아니야? 하는 말 같았다.
그렇지.
태영이 생각해 봐도 그러니까.
수십 년을 무인들에게 눌려 지냈고, 황제의 권위 같은 것은 아예 없었다.
최고 권력을 가진 무인이 속된 말로 ‘너 황제 그만해’ 하면 그만둬야 했고, ‘야, 네가 황제 해’하면 그 사람이 황제가 되었다.
물론 왕 씨에 한해서이긴 했지만, 무인들이 온 나라를 제 마음대로 했다.
그런데 그 권력자들을 그곳이 어디인지 알지도 못하는 바닷가의 어느 작은 마을에 사는 한 여인이 자신을 희롱했다는 이유로 모조리 쓸어버렸단다.
말이 되는 소리야?
“그런데 이번에 몽골에서 최 대장의 아들을 죽이려 해서, 부인께서 화가 더 많이 났다?”
“…….”
씨, 뭐야?
이 양반은 이 상황이 재미있나 보다.
“부인께서 화가 풀리려면, 몽골이 그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 말이 맞는 것이지요?”
“…….”
태영은 황제의 질문에 웃기만 했다.
그렇지만 걱정을 덜어 주어야 하는 일이다.
사신들이 모조리 행방불명이 되면, 몽골은 이유를 떠나서 고려에 그 책임을 물으려 할 것이다.
저고여가 죽고, 그 책임을 고려에 물으려 해서 전쟁이 시작되었던 것처럼.
아니, 그건 물론 핑계에 지나지 않은 것이지만.
“1만 병력을 훈련시키고, 총을 지급하여 몽골을 막을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하자마자 최세헌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역시 이걸 원한 것이 맞는 것 같아.
지금 개경에 총을 가진 병력의 숫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도 그 정도만으로도 겁날 게 별로 없다.
그런데 만 명이라니.
크게 웃고 싶은데, 황제의 앞이라 크게 웃지도 못하고, 웃음을 참으려 애쓰는 모습이 조금은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하하하하.”
황제의 웃음소리.
속이 후련할 때나 낼 수 있는 시원한 웃음소리다.
“최 별감, 총을 든 군사 1만이 몽골과 대적하면 어찌 되오?”
“또한, 철갑 교위 세 대를 추가로 배치하겠습니다.”
최세헌이 무어라 대답하기 전에 태영이 먼저 말했다.
“철갑 교위?”
그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지. 최세헌도 본 적이 없으니.
“네.”
“그것은 무엇이오?”
“내일 보여 드리겠습니다. 벽란도에 정박 중인 흑룡호에 두 대가 실려 있는데, 그중 한 대를 일단 가지고 오라 명하였고, 야밤을 이용하여 성내에 들어올 것입니다.”
“아.”
“금오위 병영 중의 한 곳으로 보낼 테니, 어느 곳으로 보낼지는 별감께서 지정해 주면 됩니다.”
“아, 네 그리하지요.”
“내가 그걸 볼 수 있겠소?”
최세헌이 대답하자마자 황제가 물었다.
“당연히 보셔야지요. 한번 타 보셔도 됩니다.”
“그것에 탈 수도 있소?”
“네, 철갑 교위를 보시면 바로 알게 되겠지만, 간단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이 태영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어서 말하라고 재촉했다.
“반 치 두께의 철판으로 만든 마차라고 보시면 되는데, 말이 끌지 않고 내부에 장치된 기계를 사람이 조작하면 스스로 굴러다닙니다. 철판으로 된 몸체이기에 그 무엇으로 공격해도 안에 탑승한 사람이 다치는 일이 없고, 소총보다 훨씬 강한 무기로, 최 별감께서 보았던 중기관총이 달려 있습니다. 철갑 교위 한 대와 몽골의 1천 기마병과 맞붙으면, 철갑 교위는 아무런 피해 없이 반 시진 안에 1천 기마병을 잡을 수 있습니다.”
“흐흐흐흐, 그래요? 본 적이 있소?”
황제가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돌려 최세헌에게 물었다.
“아니옵니다. 설명도 처음 듣사옵니다. 다만, 반 치 두께의 철갑이라면 창칼이나 도검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괴물일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중기관총이라면 그 위력이 경천동지할 정도입니다.”
“허, 허허.”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무엇을 상상하는지 모르지만, 태영은 추가 설명 없이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그게 사람이 미는 것도 아니고, 말이 끄는 것도 아닌데, 그 안에 탄 사람이 가자고 하는 대로 굴러다닌다는 말이오?”
“네.”
잠시간의 침묵.
또 말이 끊어졌다.
“혹시 그거 세 대면, 우리가 몽골을 이길 수도 있소?”
한참 후에 황제가 입을 열었다.
“네.”
태영은 또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그 정도로 어찌 이기기야 하겠나? 그래도 대답은 그렇다고 해야 안심할 거 아닌가?
“송국은? 동진국은 어떻소?”
입꼬리가 올라가고 목소리 톤이 올라간 것을 보니 몽골을 이길 수 있다고 한 것에 신이 난 모양이다.
“그 모두를 이길 수 있습니다, 다만.”
“다만?”
“이겨 낸다고 하더라도 지키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지키지 못하면…….”
또 말이 없어졌다.
“일단, 몽골과 송국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때를 기다려 보시지요. 땅을 넓힐 기회가 곧 올 것입니다.”
“음.”
고개를 끄덕끄덕.
땅을 넓힐 기회를 정말 바라는 것일까?
속마음은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 치자.
“부탁드리자면, 몽골과의 관계는 얼마 동안만 지금처럼 해 주십시오. 힘이 있다고 내세우지도 말고, 힘 있는 척도 하지 말고. 그렇지만 적당히 애를 먹이셔도 될 것입니다.”
황제가 태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제가 때가 되었다고 할 때까지만 기다려 주시면, 그동안에 당한 것의 수십 배를 단번에 갚아 드리겠습니다.”
“…….”
황제가 손을 들어 말없이 주문이 든 상자를 가리켰다.
저 주문을 왜국에서 받아 오듯이 몽골에서도 주문을 받아 오겠느냐는 뜻이다.
“네.”
“그럼 되었소, 내 어떤 수모를 받더라도 최 대장이 때가 되었다고 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소.”
얼굴에 홍조까지 띤 것을 보면 기분이 무척 좋아진 것 같았다.
“또, 내게 할 부탁은 없소? 내 무엇이든 들어 드리겠소.”
이 정도 대답이면, 몽골 사신을 잡아가도 좋다는 말이다.
“조금 더 있습니다만, 그건 큰일이 아니기에 최 별감께 청을 드려도 될 일입니다.”
“아, 그러지 말고 짐에게 해 보시오.”
최세헌이 태영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면, 철소의 장인들 1만을 사포로 보내 주십시오.”
이곳에서 훈련할 군사 1만은 방금 이야기했고, 사포로 데려갈 군사 1만은 이미 최세헌과 이야기되어 있으니 추가로 말할 필요가 없다.
총기는 지난해 봄에 1만 정을 만들어 두라고 해서 이미 지난가을에 완성되었을 때, 혹시 모르니 예비용으로 1만 정을 더 만들어 두라고 했었는데, 정말 잘한 것 같다.
그리고 총탄은 충분한 양을 만들었다.
“철소의 장인?”
“네.”
“최 별감, 가능한 거지요?”
하긴 최세헌에게 물어봐야 하는 일이지.
“사포로 가고 싶은 철장들 줄 서 봐 하면, 전국에서 떼로 몰려들겠지만, 그러면 나라의 군사들이 사용할 병장기와 갑옷도 만들지 못하고, 아무것도 못 하게 될 겁니다.”
병장기.
사포에서 만들면 순식간에 만든다.
그렇지만 그건 그냥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도 철장들을 데려가지 못하면 태영의 계획에 많은 차질이 생긴다.
21세기 현대는 산업이 다양화되어 있고, 각 분야의 전문 회사들이 수없이 많이 있기에, 그곳에서 원하는 부품들은 사 오거나 거기에 주문하면 되지만, 이곳에는 태영이 원하는 것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직접 만들어야 한다.
적바리에 제철소와 조선소를 만들고자 했다가, 울주를 사포에 귀속시켜서 울산에 조선소를 세우려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적바리에 조선소 부지로 예정했던 곳에 작은 공장들을 만들어 태영이 계획하는 것들에 소요될 부품들을 그곳에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사포에 내려와 있는 온정 공업 단지의 철장들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음, 안 된다는 말씀이네요?”
“아, 그게 아니라 5천 정도는 가능할 것 같은데요.”
“1만이면 좋겠지만,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해결해야지요.”
그럼 철소에서 5천, 병사들 1만에 5인 가족으로 보면, 7만 5천 명 정도가 사포로 이주하게 된다.
알게 모르게 소문을 듣고, 자신이 살던 곳에서 야반도주를 해 사포로 유입되는 사람도 있으니 그 정도면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그나저나 먹여 살려야 할 입이 자꾸만 늘어나니, 기계화 영농도 생각을 해 봐야 하나.
“곤성전에 가 봅시다.”
그러면서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무슨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