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28
228. 분노하다(4)
곤성전 뜰에는 궁녀들이 바글바글하다고 할 정도로 모여 있고, 한쪽에 사포의 여군들도 보이는데 그 사이사이에 의녀들의 모습도 보였다.
아마도 궁궐 내의 궁인이란 궁인은 거의 대부분이 모인 듯했다.
곤성전의 안으로 궁녀 한 명이 들어서는 뒷모습이 보이고, 또 다른 문으로는 나오는 뒷모습이 보였다.
“황제 폐하 납시오.”
황제를 발견한 궁녀가 큰 소리로 외쳤다.
“충성, 오셨습니까?”
앞쪽에 열중쉬어 자세로 꼿꼿하게 서 있던 잔디가 인사를 했다.
그 뒤쪽에서 궁녀들을 안내하던 여군들은 일하던 그 자세로 아무런 구호 없이 손을 올려 거수경례만 했다.
일하던 중에는 상급자가 왔다고 해도 인사하느라 일을 중단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 고생 많아. 어떻게 되어 가?”
“검진은 모두 끝났고, 천연두 예방 접종도 거의 마무리되어 갑니다.”
잔디의 경례 소리를 들었는지, 한쪽에 쳐진 천막에서 강성호가 휘장을 들치고 나왔다.
강성호의 목에는 청진기가 걸려 있고, 들쳐진 휘장 안으로 여군과 궁녀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강 부장, 고생 많아.”
“네, 대장님. 이제 거의 끝났습니다.”
“최 대장, 천연두 예방 접종이란 것이 무엇이오?”
잔디의 보고 중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최세헌을 쳐다보던 황제가 물었다.
“아, 네. 마마에 걸리지 않도록 미리 면역성을 기르는 것입니다. 혹시 천연두가 창궐하더라도, 예방 접종을 한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래요?”
“아니, 그것이 가능한 일입니까?”
황제의 말에 뒤이어 최세헌이 바로 물었다.
이 시대의 천연두는 예방도 불가능하고, 치료법도 없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한번 천연두가 발병하면, 그 마을 사람의 절반 정도는 우습게 쓸어 가는 무서운 병인 데다가, 나아도 그 후유증이 심각하다.
“네, 가능한 일입니다.”
“하아, 아하. 최 대장의 말씀이니 믿지 않을 수도 없고.”
최세헌이 놀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태의감을 불러오라.”
황제가 뒤를 돌아보며 지주사에게 말했다.
“네, 폐하.”
“원덕전 앞에 대기하라 일러라.”
“네, 폐하.”
지주사는 대답하자마자 바로 물러났다.
태의감?
내의원의 어의 같은 건가?
그런데 이리 오라 하지 않고 원덕전으로?
아, 아무리 조선 시대가 아닌 고려 시대라 해도, 여긴 황후의 생활 공간이니 궁인들도 모두 여인이다.
그나저나 태의감이 혼나게 생겼군.
“안으로 드시지요.”
그때, 곤성전의 문이 열리며 안혜 황후의 몸이 반쯤 보이더니 환한 웃음으로 황제에게 들어오라고 했다.
“대장님과 별감께서도 안으로 드시지요.”
혹시 여기, 금남의 구역 아니었어?
에라, 모르겠다.
주인이 들어오라 하는데 뭐, 무슨 일이야 있겠어?
안혜 황후가 태영과 최세헌도 들어오라 했기에 황제가 태영과 최세헌을 한 번씩 쳐다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곤성전 계단을 올랐다.
방금 안혜 황후가 최세헌보다 태영을 먼저 불러서 그런가?
“허, 여긴 참으로 따뜻해.”
“네, 용포를 받아드리겠습니다.”
전각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안혜 황후가 직접 옷을 받겠다고 말했다.
난방 시설이 잘된 곤성전 안에서 용포를 입고는 더워서 견딜 수가 없다.
“아, 맞아. 내가 최 대장에게 회경전에 이런 난방을 해 달라는 청을 한다는 것이 깜빡했네.”
그러면서 히쭉 웃었다.
명하는 것이 아니라, 청을 한다는 말이다.
회경전은 대전인데, 조선 궁궐에도 대전에 난방한 곳이 있던가?
“회경전에 난방을 해 드리겠습니다.”
태영은 바로 대답했다.
“다른 곳은 더 안 되겠소?”
또 욕심부린다.
“그러려면 자재가 많이 필요한데, 충분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회경전만 가능할 것입니다.”
자재가 부족할 리가 있나.
그 정도 선에서 끊으려면 자재가 없다는 것이 최상의 변명이었다.
지금 윤점돌의 일이 넘치는데 또 이 일을 하라고 해야 하네.
하긴 꼭 윤점돌이 올 필요는 없으니.
안혜 황후의 뒤쪽에 있는 테이블과 의자에 정하연은 영환이를 안고 있고, 황자인 전이는 서윤이 품에 안고 있다가 아이를 왼팔로 옮겨 안으며 자리에서 일어서서 거수경례를 했다.
사포 사람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거수경례를 하니, 뭐 이상할 건 없다.
안혜 황후는 사포에 1년 동안 와 살며 입식 생활에 익숙해져서, 윤점돌이 와서 난방 공사를 할 때, 자신의 주 생활 공간인 곤성전에 탁자와 의자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더니 이곳저곳에 탁자와 의자가 비치되어 있었다.
그것도 일부는 푹신한 소파로.
“사포 광역시장입니다. 최 대장의 일부인이구요, 그 옆은 비서실장입니다. 최 대장의 이부인입니다.”
“반갑소이…….”
정하연과 한서윤을 쳐다보던 황제의 눈길이 반갑다는 말을 채 끝내지 못하고 어버버거렸다.
하긴 정하연도 미인이지만, 한서윤은 누구든 한번 보면 눈을 떼지 못할 정도다.
근데, 21세기에서 그리 쳐다보면 성추행이라니까.
조심 좀 해요.
까딱하면 아무리 황제라도 미투 당한다니까.
“남의 부인을 그리 빤히 쳐다보시면, 어찌하옵니까?”
안혜 황후가 살짝 소맷자락을 잡으면서 끌었다.
“으흠.”
약간은 계면쩍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로 가서 앉았다.
태영의 눈에 보이는 두 사람 사이가 사극에서나 보던 황제와 황후의 그림이 아니다.
애도 하나 있고, 나이도 좀 들었는데 사이가 저리 좋아 보이는 정도이니, 역사에 기록된 대로 평생 단 한 명의 황후만 있었을 것이다.
후궁이 있었고, 후궁에게 딸이 있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것이 안혜 황후가 죽고 난 뒤에 후궁을 들인 것인지, 이미 지금도 후궁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사포 광역시장은 경상도 지역의 율촌 호장의 장녀이며, 비서실장은 전중감을 지낸 김정래의 외손입니다.”
황제가 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 최세헌 곁에서 작은 목소리로 소개를 했다.
아, 이 시대는 조상이 누구냐가 참 중요한 문제지.
“아니, 아니 저것이…….”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궁인 한 명이 어깨를 내려 맨살을 내놓고 있고, 여의사가 소독약이 묻은 천으로 어깨를 깨끗하게 닦고는, 작은 뭉치를 들어 꾹 누르자 궁인이 인상을 쓰는데, 입으로 소리가 나오지는 않지만 ‘아야’ 하는 것 같았다.
‘아프지 않지요?’라고 작게 물으며 다른 천으로 바꿔서 거기에 궁인의 손을 가져가며 뭐라고 하는데,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저것이 천연두 예방 접종을 하는 것입니까?”
“네, 상처의 흔적이 조금 남지만, 천연두를 물리친 훈장의 자국이기도 하지요.”
***
태의감의 판사는 황제의 명에 따라 천연두 예방과 치료에 관한 것을 강성호에게 배우라는 명을 받자마자, 천연두는 예방과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라고 했다가 뒈지게 욕을 먹었다.
배움이 부족하면 배우려는 자세라도 있어야지, 너는 네 짧은 배움으로 안 된다는 말만 할 줄 아느냐? 사포에서는 예방과 치료를 한다는데, 대체 너는 태의감 판사로 할 줄 아는 것이 뭐냐고 아주 작살이 났다.
눈앞에서 그리 깨지는 것을 보니 좀 안되었기는 하다.
강성호가 비록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름도 없는 시골 촌구석의 별 볼 일 없는 의원이었겠지만, 지금은 황궁의 어의가 온다 해도 강성호와 비교할 순 없을 것이다.
이 시대 이후로도 9백 년 이상이나 이어지며,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기록된 많은 한의학과 서양 의학 서적이 활자화되어, 사포의 의원들에게 교육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 의학의 의료 지식과 기술까지 보건부에 책으로 만들어져 전달되었으니, 사포의 의원들과 의무병들이 그것을 얼마나 소화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느냐 하는 것을 빼고 생각하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나저나 가르쳐 준다고 되긴 하려나 몰라.
“오늘, 이리될 줄 알았어.”
이야기를 끝내고 나서 궁을 벗어나기 위해 이동하면서 태영이 투덜거리자 최세헌이 굽실거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리를 숙였다.
“제가 최 대장님 이야기만 나오면 폐하께 할 말이 없었는데,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여하튼, 내가 궁에 들어오지 않아야 하는데, 그 몽골 사신들 문제 때문에 말이야.”
“그나저나 한 가지 더 물어보면 좋겠습니다만.”
“뭔데요?”
“철갑 교위라 했는데, 혹시 그 위에 철갑 산원이나 철갑 별장도 있습니까?”
“철갑 낭장도 있습니다.”
“그거…….”
“더 이상 말해 줄 수 없습니다.”
“아…….”
좀 아쉬워도 할 수 없다.
“그리고 아까, 저고여 이야기를 할 때, 무척이나 기분 나빠하는 것이 보였는데,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이번에는 태영이 물었다.
“음, 그것이…….”
“……?”
태영은 대답을 기다렸다.
“지난번에, 저고여가 사신으로 와서 수달피 1만 령을 포함해서 명주와 모시, 붓과 먹, 한지 같은 것을 요구했습니다.”
몽골은 추운 지역이니 수달피로 모피 옷을 해 입으려는 것이다.
나쁜 놈의 쉐이들.
“공물로요?”
“네.”
“그래서요?”
“그놈이 우리에게 받아 갔던 명주와 모시를 품속에 넣어 왔다가, 그것을 대전에서 폐하의 앞에 내던졌습니다.”
“던져요?”
이런 개싸가지가 있나?
일국의 황제 앞에서 사신 주제에 물건을 내던졌다고?
“네.”
“개자식 같으니라고.”
“…….”
태영이 욕하는 것이 충격이었나?
아무 말을 안 한다.
“아주 싸가지가 개차반인 놈이네.”
“별감 나리, 대장님 욕 잘하시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별로 멀지 않은 곳에서 나란히 걸어 나오던 정하연이 옆에서 놀렸다.
“네, 하여튼.”
“던진 이유가 뭔데요?”
“그 전에 공물로 받아 간 것인데, 물건의 질이 나쁘다는 소리입니다. 그놈들이 와서 요구할 때마다 공물로 보낼 물건을 준비하느라, 백성들이 보통 힘든 것이 아닙니다.”
“…….”
“특히 수달피를 많이 요구하는 탓에 나라에 수달의 씨가 마르고 있습니다.”
“그 새끼들이 지네 나라는 추우니까 그걸로 옷 해 입는 거지요?”
“네.”
“개자식들.”
“지난해에도 수달피 2만을 요구했지만 1천밖에 보내지 못했는데, 이번에 또 1만 령이나 요구해서…….”
“하, 이것들이.”
오늘 밤, 심야에 몽골 사신들이 머무는 사신관을 습격해서 그곳에 있는 모두를 잡아갈 것이다.
그곳에는 고려인들도 있지만, 일단 그들도 예외 없이 모두 잡아가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사신관 안에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것을 머지않아 알게 되겠지만, 사포에서 그들을 잡아갔다는 것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가능한 막아 볼 생각이다.
지금이 1222년 연초.
몽골은 지금도 여전히 세력이 더욱더 늘어나고 있는 부흥기에 해당한다.
칭기즈칸은 중앙아시아 서부의 카스피해 인근의 어느 지역이거나, 동유럽의 어느 나라를 정복하면서 그곳의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을 것이지만, 지금은 호라즘을 공격하는 데 주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호라즘은 그렇게 만만하게 정복당하지는 않지만, 오랜 기간에 걸친 공격 끝에 멸망시키고, 수많은 사람들을 도살할 것이다.
인류 최대의 학살자의 앞 순위에 있는 칭기즈칸.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이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수천만 명을 살해한 학살자들의 집단이라면, 칭기즈칸은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 지역, 그리고 이슬람 지역의 수많은 사람들을 잔학하게 살해한 학살자다.
히틀러의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의 학살이나 스페인의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 그리고 칭기즈칸의 대륙 정벌을 통한 학살 전 중에 어느 것이 가장 잔인했을까?
아마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것이다.
“놈들이 말 머리를 돌릴까?”
태영이 정하연에게 물었다.
어제, 이 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들까지 죽이려 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는 생각보다 컸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 일에 뒤이어 닥쳐올 후폭풍에 대한 것을 다각도로 검토해 보았다.
영환이까지 공격받은 것에 대해 화가 나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몽골과 일전을 피할 수 없다는 전제가 있으니, 이 일만큼은 조정에 알리고, 최소한 묵인하거나 허락을 받은 후에 결정하자고 결론을 미뤄 두었었다.
정하연과 한서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들이기에 그 말속에 함축된 뜻을 알고 있어서 부연 설명은 없어도 된다.
태영의 질문에 정하연은 ‘허락을 받았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어떤 결론이 난 것인지 알아들었을 것이다.
“주력이 얼마나 멀리 있다고 하셨죠?”
카스피해에서 고려까지의 직선거리가 대충 5천 킬로는 되지 않을까 싶지만 길이 직선은 아니니 6천 킬로 이상이라고 봐야 한다.
“음, 대략 만오천 리?”
그 정도 될 것이다.
알타이산맥 남쪽을 통해서 타클라마칸 사막을 가로질러 고비 사막을 거쳐 오는 길을 잡으면, 뱅글뱅글 돌아서 움직이기에 그보다는 훨씬 멀다.
몽골이 사용하는 역참 제도로 만들어진 역참 간의 거리가 한참이다.
말이 지쳐서 더 이상 달릴 수 없기에 말을 바꿔 타야 하는 거리인 셈이다.
정하연의 머릿속에는 한참의 거리를 따져서, 그 많은 군사가 한참마다 말을 바꿔 타면서 만 오천 리를 달려오는 데 얼마나 걸릴까 하는 것을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몽골에서 저 멀리 유라시아까지 지령을 전달하는 방법이 바로 역참 제도에 있으니까, 그것도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만오천 리? 누가요?”
앞뒤 관계를 모르는 최세헌이 조금 멍한 눈을 뜨고 물었다.
“몽골군이요.”
태영은 그 많은 것들을 설명해 주기가 성가셔서 그렇게만 대답했다.
“돌아올까?”
“어제, 돌아오지 않을 거라 하셨죠?”
표정과 눈빛이 착 가라앉은 정하연이 대답 대신 물었다.
“쫄따구를 보낼 거야.”
아, 바른 말 고운 말을 써야 하는데, 잘 안 된다.
어찌 되었거나 몽골은 칭기즈칸이 죽었을 때 말 머리를 돌리지 않는다.
호라즘을 정벌하기 위해 가는 길목에 있는 서하를 침공하는 중에 칭기즈칸이 죽었고, 셋째 아들인 오코타이에게 칸의 지위를 승계하면서 서하인은 한 명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죽이라는 유언을 남겼다.
두 번째 칸인 오코타이가 죽었을 때, 다음 대 칸의 계승 절차를 위해 유럽 정벌을 중단하고 돌아왔을 뿐이다.
고려가 몽골 사신을 잡아가서, 지금 현시점에도 중앙아시아 지역을 공격 중인 칭기즈칸이 말 머리를 돌려 고려부터 잡겠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오코타이가 황제이던 시절에 고려를 침공했지만, 주력 부대는 여전히 동유럽을 정벌 중이었고, 고려에는 살리타이를 보냈다.
그때도 홍복원이란 놈이 배신을 때려, 그놈이 고려를 침략하는 데 앞장섰다.
그리고 그 살리타이는 고려 공격 2차에서 승려 김윤후의 화살을 맞고 죽었다.
“아마도 그렇게 하겠죠?”
질문을 하는 정하연이 피식 웃었다.
“막을 수는 있을 거야.”
고려군에서 사포의 군사들을 제외하면, 총을 가지고 있는 병력은 기껏해야 2백 명.
그걸로 어림도 없지만, 병사 1만을 주면 훈련을 해 총으로 무장시켜 주겠다고 했고, 기갑 부대를 지원하겠다고 이미 말했다.
“철갑 교위는 예정대로 세 대로 할 건가요?”
“별장 두 대 더.”
철갑 교위 세 대로는 좀 부족할 듯해서, 황제에게 약속하지 않은 전차를 추가했다.
이 정도면 일단 막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철갑 별원 셋을 추가하죠.”
철갑 별원은 중기관총 대신 대철궁을 장착하고 있다.
이번에 왜국 정벌을 할 때, 육상에서 대철궁 사용을 해 본 후에 추가한 전술용 전차이다.
김웅겸이 함께 오지 않았고, 신도익이 뒤쪽에서 병사들을 인솔하고 있었기에 지휘관들의 의견을 들어 볼 수는 없었지만, 정하연의 분석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그렇게 하고, 이왕이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 보자.”
“그럼, 안심하고 추진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정하연이 서윤을 툭 치고는 몇 발자국 떨어져 있는 잔디에게 손짓했다.
이미 모든 이야기는 다 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결정하기까지 태영도 신경을 썼지만, 정하연도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 것이다.
확 해치워 버리면 될 것을 몽골이 치고 내려올 것을 염려하고, 거기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했으니.
“계획대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서윤이다.
“그래.”
오늘 밤 사신관 내부로 누가 진입하느냐에 대한 결론이 났다.
몽골군이 세계를 정복하면서 굴복시키지 못한 유일한 나라, 고려.
그 수식어가 붙어 있긴 하다.
무인 정권은 강화도에 똬리를 틀고, 밖으로 나오지 않고 버텼다.
수군이 없고, 해상전을 할 수 없는 몽골은 자신들이 움직일 수 있는 육상에서 죄 없는 백성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그렇게 죽이고 죽이고, 또 죽여서 씨를 말리면, 강화도에서 뭍으로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죄 없는 백성들이 수없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다 못한 왕실에서 몽골과 강화 조약을 맺는 것으로 전쟁은 끝났다.
물론 강화 조약 이후에도 무신들은 여전히 반대했고, 삼별초의 난으로 이어진 굴곡진 피의 역사가 있었다.
삼별초의 난으로 쓰느냐, 삼별초의 항전으로 쓰느냐 하는 것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다르기에 생기는 논란이지만, 태영은 간단하게 구분했다.
난은 황실의 견해, 항전은 무인 정권의 견해로 보면 된다.
“거참, 간단해서 좋아.”
“뭐가요?”
“난이냐 항전이냐.”
“아.”
어제 나누었던 이야기다.
그런데 그 와중에 아무런 이유 없이 죽어 간 백성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