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30
230. 분노하다(6)
대청마루에서 불과 한 뼘 높이로 솟아올랐지만, 목이 잡힌 채로 발이 땅에 닿지 않으면, 한 뼘이나 몇 미터를 올라가나 동일하다.
홍주란의 목은 서윤의 염력이 쥐고 있을 것이다.
“너희들, 네 주인이 저 모양인데 덤벼 볼 테냐?”
서윤이 건장한 떡대들을 보고 비웃음을 띠며 물었다.
저 넷은 태영이 처리해 줄 수도 있지만, 가만히 있었다.
“이년.”
그중에 한 놈이 품속에서 칼을 꺼내 대청마루로 뛰어올랐고, 다른 셋도 칼을 꺼내려는 동작을 했다.
팡~ 콰광~
바람을 가르는 파공성과 함께 대청을 뛰어오르던 떡대가 뒤로 거세게 튕겨 나가더니 담벼락에 처박혔다.
이때 태영이 해 줘야 할 일이 있다.
“유시완.”
태영이 유시완을 불렀다.
유시완과 잔디, 그리고 유진이는 이미 손에 권총을 들고 마당 한 곳에 서 있었다.
“넵, 대장님.”
“대대장에게 전달해라. 어사대부 홍순문의 집으로 가서 그 집 식솔들을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모조리 잡아 사포재로 데려가라 하라. 반항할 시 어떤 제재를 가해도 상관없지만 살아는 있어야 한다고 전달해라.”
태영이 말하는 중에 유진이가 태블릿을 꺼내 타이핑을 하고 있었다.
태영은 말을 이었다.
“집안의 노비들이나 하인들이 앞을 막으면 모두 죽여도 좋다. 이상.”
제 애비의 권력을 믿고 저따위 짓을 하면 그 권력을 없애 버리면 된다.
“명 받듭니다. 충성.”
유시완이 복명과 함께 큰 소리로 경례 구호를 복창하며 경례를 하자마자 바람같이 달려 나갔다.
태영의 명령은 유진이가 태블릿을 통해 사포재로 이미 전달했을 것이고, 유시완은 대문간으로 가는 것이리라.
태영의 이런 단호한 명령은 김정래도, 그의 모든 식솔들도 처음 들었을 것이다.
여태까지 서윤의 외가 사람들과 만났을 때 항상 싱글벙글 웃었고, 착하고 마음씨 좋은 손녀사위였다.
“잔디야, 영환이 좀 데려가렴.”
“네, 시장님.”
정하연의 부름에 신발을 신은 채로 마루 위로 올라선 잔디에게 영환이를 넘겨주었다.
“흐으, 아아아…… 아안…….”
아이들, 아니 서윤의 사촌들이 있는 곳에서 비통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태영은 그곳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김정래를 비롯한 몇 사람이 태영을 경악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다들 태영의 명성은 들었을 것이다.
자신들에게 보여 주는 순한 표정과 말투와는 달리, 방금 내린 태영의 명령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만들어 낼지는 짐작을 할 것이다.
오직 홍주란, 저 여자만 모를 것이다.
“모두 움직이지 마라.”
정하연이 문 건너에 있는 서윤의 사촌들을 쳐다보며 손을 들어 가리키며 조용히 말했다.
“윽, 커윽.”
홍주란은 여전히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마치 목에 줄이 걸린 것처럼, 빈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때 벽에 처박혔던 떡대의 노비가 몸을 일으켰다.
“으윽, 주, 죽인다.”
그 떡대는 몸을 완전히 일으켰지만,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었고, 눈은 서윤을 향했지만 당장 달려들지는 못하는 것이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남아 있는 세 명의 노비들이 모두 칼을 역수로 잡고 고개를 돌려 방금 일어선 노비를 바라보다 다시 홍주란을 쳐다보았다.
“뭐, 뭣들 하느냐, 저년을 죽이지 않고.”
아직 자신은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지만 남아 있는 세 명에게 명령했다.
“너희들, 거기서 한 발자국만 움직이면 모두 죽는다.”
서윤의 싸늘한 목소리가 고저 없이 들려왔다.
“마님을 내려놔라.”
앞쪽의 셋은 지금까지의 상황 때문인지 조금 겁을 먹은 표정이었지만, 홍주란의 상황 때문인지 말로는 내려놓으라고 하면서도 곧바로 공격하지 않고 조금씩 다가왔다.
“너희들은 윗사람을 어려워하는 것부터 배워야겠다.”
서윤의 오른손 검지가 세 명의 노비들에게로 향했다.
으으으아아아아~
세 명의 몸이 공중에 떠오르며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세 노비의 몸은 마치 토네이도에 휩쓸린 것처럼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팡팡팡~
그럼과 동시에 토네이도에서 튕겨 나가듯 날아가서는 벽에 처박혔다.
으아아악, 크아악~
“네 이년.”
먼저 벽에 날아가서 처박혔던 떡대가 좌우를 둘러보더니 고함을 지르며 달려왔다.
“어른들에게 무척이나 불경한 너는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서윤의 말과 함께 떡대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디 갔지?~
갑자기 사라졌어~
안 보여~
문을 통해 보이는 시야는 한정되어 있었으니 순간에 사라진 놈을 찾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있었다.
슈웅. 퍽~
마당에는 사방으로 피가 튀었고 두 다리가 허공에 남았다가 옆으로 철퍼덕 넘어지며 옷과 살과 피가 섞여서 한꺼번에 짓이겨진 육편이 보였다.
“읍, 으으읍, 우웩.”
“우와악.”
“우웩.”
서윤의 사촌들이 있는 방에서 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떡대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가 머리부터 처박힌 모습은 왜국에서의 그것과 유사한 모습이지만, 더욱더 처참했다.
살갗을 뚫고 나온 뼈가 옷까지 뚫고 나와 시뻘건 모습을 보였고, 머리와 몸이 원래 어느 쪽에 붙어 있는지도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떡이 된 모습이다.
저녁때, 저녁 식사를 함께하기 위해 온 자리이고, 아직 저녁을 먹기 전이다.
그러니 저들이 토하는 소리를 내고 있지만, 목으로 넘어오는 것은 그냥 침일 뿐이다.
“으아악, 네, 네 이년, 이 이것이 무슨 짓이냐?”
홍주란의 입에서 비명과 함께 앙칼진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때 서윤이 목을 풀어 주며 부양을 해제해 준 모양인지 마루에 두 발이 닿았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대체 저 여자 홍주란은 사이코야, 뭐야?
“말을 좀 할 수 있게 해 주니, 이제 살 만하나?”
“으아아아아아, 사람 살려.”
홍주란은 짓이겨진 떡대의 모습을 한번 바라보고는 그대로 마루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도망을 쳤다.
“도망을 가?”
서윤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홍주란의 몸이 공중으로 살짝 솟아오르더니 그대로 달리는 발의 모습만 보였다.
“숙부님, 조금 과하게 손을 쓰더라도 이해하십시오. 할아버지, 할머니께 무례한 행위는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으, 그, 그으래.”
뚝, 뚜둑~
공중에 약간 떠 있는 상태에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홍주란의 종아리가 각각 바깥쪽으로 꺾였다.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저질렀을 때, 서윤이 벌칙으로 자주 사용하던 방법이다.
“이, 이게 무슨…… 으아아아악.”
홍주란의 입에서 다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러더니 몸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하나 더.”
뚝, 뚜두두둑~
이번에는 두 팔의 중간이 납득할 수 없는 방향으로 꺾였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도 부모인데, 부모에게 삿대질하는 팔은 있을 필요가 없지? 그리고, 또 하나 더.”
뚜둑~
입이 반쯤 벌어졌다.
턱이 빠진 것이 아니라 턱관절과 턱뼈를 부러뜨려 버린 것 같다.
“뚫린 입이라고 부모님에게 저질스럽게 놀린 입은 더 이상 놀리면 안 되니, 그것도 마저 분질러 준 거야. 그러니 이제라도 개과천선하고 어른에게 예를 다하며 살도록 해.”
아으, 아으아으아으~
하지만 말이 제대로 되어 나오지 못했다.
눈물 콧물로 범벅이었지만, 팔을 올려 눈물을 닦거나 콧물을 닦을 수도 없다.
또한, 땅바닥에서 몸을 일으킬 수도 없었고.
“잘했어. 그 정도로는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그냥 넘어가자.”
정하연이다.
집안의 모든 사람들, 조부나 조모를 비롯해 서윤의 외숙부나 이모, 이모부, 삼촌들뿐 아니라 사촌들마저도 모두 말을 잃었다.
일찍이 들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완전히 피떡이 돼 처박혀서 죽어 있는, 보기에도 무시무시했던 노비 한 명과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벽에 부딪혀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도 모를 세 명의 노비.
종아리와 팔뚝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있고, 말도 제대로 못 한 채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홍주란.
심지어 벌을 준다고 했던 서윤이 움직이지도 않았다.
다만 손가락이 몇 번 움직였을 뿐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용서하십시오.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 있는지도 모르셨을 테지만, 두 분 조부모님, 그리고 제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욕하는 것은 어떤 이유를 가져다 붙여도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곤 김정래와 조모를 향해 구십 도로 허리를 숙였다.
김정래도, 조모도 입을 열지 못하고 그냥 서윤을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많이 놀랐을 것이다.
서윤이 행한 일을 그들의 눈으로 직접 보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서 이해되지 않았을 테니까.
“오빠 언니들, 그리고 동생들, 소란스럽게 했던 것 미안해. 그러나 부모님을 모욕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욕하는 행위를 용서할 수는 없었어.”
그리고 또 사촌들을 향해서도 고개를 살짝 숙였다.
사촌들은 그럴 것이다.
대체 뭘 했다는 거지?
“서방님과 성님을 비롯하여 우리를 모욕하고, 우리에게 칼을 겨눈 사람들에 대한 벌은 성님이 내리실 거야.”
아무도 대답하지도, 물어보지도 않았다.
대답을 하라는 것이 아니니까.
그리고 말을 이었다.
“우린 나쁜 사람이 아니야. 우리는 우리에게 칼을 겨누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을 공격한 적이 없어. 그러나, 우리에게 칼을 겨눈 사람은 결코 용서한 적이 없어.”
서윤의 시선은 다시 김정래에게 돌아왔다.
“할아버지, 이런 분위기에서 저녁 식사는 틀린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대문간에서 대기하던 병사들 몇 명이 문밖에 도열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것들 정리해서 데려간다.”
태영은 병사들에게 지시했다.
“아, 아니 저것은 우리가 처리하겠네.”
정신을 차린 김호경이 피떡이 되어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노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때, 서윤의 사촌들이 있던 방에서 세 명의 남녀가 마당으로 나와 홍주란의 앞으로 왔다.
“어, 어머니.”
“엄마.”
장남 김동균과 장녀 김예지, 그리고 장남의 처인 박유주다.
저 아이들 밑으로도 아들 하나와 딸 둘이 더 있다.
그런데 저 둘만 나왔다는 것은 저들이 홍주란의 자식이고, 나머지는 후처의 자식이라는 말이겠지.
그런데 후처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 나중에 한 번 확인은 해 봐야겠다.
홍주란이 외부적으로는 피 한 방울 보이지 않았지만, 팔다리가 부러지고 턱관절이 깨진 극심한 고통과 충격으로 인해 이미 혼절한 상태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셋은 돌아서서 마당에 무릎을 꿇었다.
“서윤아, 이제 그만 어머니를 용서해 주면 아니 되겠느냐? 으, 흐윽.”
큰아들인 김동균은 무릎을 꿇자마자 흐느꼈다.
못된 어미라도 저리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는 건 견디기 힘들겠지.
“내 용서를 바란다면, 너희들 어미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용서를 먼저 빌었어야지. 그렇지 않아?”
서윤은 표정 변화 없이 대답하면서 물었다.
“저, 정말 안 되겠느냐?”
이번에는 언니 김예지가 눈을 살짝 치뜨며 물었다.
김예지도 혼인을 해서 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태도와 표정으로 봐서 무척이나 도전적이다.
마치 널 그냥 두지 않겠어, 같은 표정이랄까?
“방금 내 말 못 들었나? 순서와 방향이 잘못된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니 너희도 똑같구나.”
“네가 어머니한테 한 짓을 사과해야지.”
김예지가 말했다.
“정말 적반하장이구나. 내가 조금 전에 칼끝을 우리에게 겨눈 대상은 누구든 용서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텐데?”
“무슨 칼끝을 말하는 거야? 지금 무릎 꿇고 빌고 있지 않느냐?
아, 이것들은 안 될 것 같았다.
아무래도 외가 권력의 힘을 빌려 그동안 호가호위했던 모양인데, 이렇게 되면 외조부 김정래가 슬퍼할지는 몰라도 용서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며느리를 잘못 들인 결과가 손주들까지 이 지경이 될 줄이야. 이 꼴 저 꼴 안 보려면 빨리 죽어야 했는데. 큰애야, 날 안으로 데려다주련?”
조모가 탄식을 했다.
“네, 가시지요.”
김호경이 조모를 부축하자 김정래도 일어섰다.
“손녀사위를 볼 면목이 없네. 잘 가시게, 서윤아 너도 이만 가거라. 그리고 이제 개경에 오더라도 다시는 이곳에 오지 말거라.”
“네, 알겠습니다.”
김정래의 말에 서윤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래, 이젠 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부모님의 유해를 사포에 모시라고 하셨군요.”
중얼거림 같은 서윤의 말에 김정래는 아무런 표정 없이, 그리고 서윤의 말에 대한 대답은 아니라는 듯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해, 서윤이 부모님과 형제의 유해를 가지고 와서 손녀임을 밝히고 일가친척들이 가까이 있는 곳에 유해를 모시겠다고 했을 때, 김정래가 반대하며 사포에 모시라고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 두 사람의 아비인 김호경은 조모를 모시고 아무런 말도 없이 자리를 떠났다.
핏, 피빗~
작은 소리와 함께 김예지의 어깨 양쪽의 옷깃 일부가 날아가며 올이 튀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정하연의 손에 스피릿이 들려 있다.
“으으윽.”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모르는 듯 가만히 있다가 팔에 힘이 없다는 것이 이제 느껴졌던 모양이다.
“짐승도 그러지는 않아. 그래도 동생의 사촌들이라 죽이지는 않으마. 다시 볼 일 없기 바란다.”
눌려 있던 정하연의 화가 폭발할까 염려스러웠지만, 다행스럽게도 조금 참은 듯했다.
개경에 와서 화날 일이 많았지만, 많이 참는다.
스피릿의 끝이 김동균에게로 천천히 돌아갔다.
태영은 정하연의 팔을 잡아 아래로 살짝 눌렀다.
“네, 알았어요. 그만할 테니 이제 가죠.”
정하연이 품속으로 스피릿을 넣으면서 방문을 벗어났다.
서정인과 김예서가 서윤의 곁으로 다가왔다.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고, 볼에도 눈물이 흘러내린 자국이 있었다.
“사포로 데려가 주세요. 실장님 언니.”
“그래, 가자.”
홍주란의 패악질을 견뎌 내었던 저 아이들도 마음이 많이 상했던 모양이다.
그래, 까짓것 또 데려가지 뭐.
으아아아악, 어머니. 그러니까 왜 그러셨어요, 왜 왜 왜~
대문을 벗어나는데 김동균의 비명과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
9천6백 명의 병력이 군장을 짊어지고 두 줄로 줄지어 이동했다.
인원이 많아도 배로 몇 번에 걸쳐서 수송하면 되지만, 굳이 이 방법을 택한 것은, 지금 앞뒤로 또는 좌우로 함께 이동 중인 병력이 동료라는 의식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죽을 고생을 함께한 사람 사이에 생기는 깊은 유대감과 동지 의식은 매우 중요하다.
가장 빠르게 동료 의식과 유대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흔히 하는 말로 개고생을 시키면서 사포로 데려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사포에 도착하면 또 군사 훈련에 들어가게 될 것이고, 그게 끝나면 완전한 전우가 될 것이라 믿는다.
높은 산 깊은 물을 박차고 나가는~
사나이 진군에는 밤낮이 없다~
우렁찬 목청으로 소리소리 질러 대는 군가의 박자와 높낮이가 이젠 제법 잘 맞았다.
여기까지 오는 사이에 군가 세 개는 익혔다.
“군가를 제법 잘하네.”
“저도 처음 들어요, 진군가는.”
“군가는 사람을 묘하게 자극해서 의기투합하도록 하고, 힘을 내게 해 주는 능력이 있어.”
“네, 그런 것 같아요. 고려군에도 보급하면 어때요?”
“사포에서 가는 교관들에게 시키라고 해야지.”
개경을 벗어나 얼마간 이동할 때까지는 네 줄로 이동이 가능했지만, 이렇게 산 높고 물 깊은 곳은 두 줄로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긴 고려 땅에서 네 줄로 병력이 이동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다.
길이 좁아지면 2열로, 넓어지면 4열로 이동하기를 며칠이 지났다.
중간 중간에 사포의 병력이 말을 타고 행렬 속에 끼어서 저들을 다그치고 있다.
그래도 사포에서 실어 온 군복으로 갈아입고, 군화도 바꾸고, 역시 사포의 군장을 짊어지고 있다.
정하연과 영환이를 비롯해서 일부의 인원, 그리고 태의감에 소속된 황궁의 의원과 의녀들, 여군 지원자들 4백여 명은 흑룡호를 타고 갔고, 이미 도착해서 일상으로 돌아갔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병력의 가족 중에서 사포로 이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순차적으로 이주하게 될 것이다.
“두 시간쯤 행군했으니 이제 쉬도록 하죠.”
태영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말을 타고 가던 서윤이 말했다.
“그럴까?”
“네.”
“대대장, 전체 휴식.”
“넵, 대장님.”
신도익의 지시를 받은 기수병이 깃발을 펄럭였다.
그러자 100미터쯤 뒤쪽에 있던 병사 역시 깃발을 흔들었고, 2백 명 단위로 잘라서 그 무리의 선두에 선 병사들이 뒤로 계속해서 전달했다.
거의 5킬로에 이르는 장정들의 줄이다.
휴식은 또 휴식 군기라는 것이 있지만, 이들은 현대식 훈련을 받지 않은 병력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런 부분은 조금 취약해서 곧바로 군장을 벗어 버리고 벌렁 드러눕거나 군장을 멘 채로 쓰러져 버렸다.
아직 초봄이어서 날씨가 제법 추운 데다, 산골이라 강가의 언저리는 살얼음이 잡혀 있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얼굴을 물속에 담그는 병사도 보였다.
“휴식 중일 때 제비골에 잠시 다녀오면 좋겠는데요.”
“그럴까?”
여기서 제비골은 그다지 멀지 않다.
“잔디야, 태블릿 누가 하나 가지고 있지?”
“네, 유시완이 가지고 있고 후미에 있습니다.”
“그래, 잠시 다녀올 곳이 있다. 혹시 모르니 드론 띄워 두도록 해라.”
“어디 다녀오려고 하십니까?”
“응, 여기서 제비골이 멀지 않으니까 거기 잠시 다녀오려고.”
“네, 알겠습니다. 태블릿 하나를 가지고 가시지요.”
“아니야, 우린 금방금방 이동이 가능하니까 여기서 사용해야지. 대대장.”
잔디에게 말하고는 이어서 신도익을 불렀다.
“넵, 대장님.”
“우리가 합류하지 않더라도 휴식 끝나면 출발하도록 해.”
“네, 그리하겠습니다.”
태영은 서윤의 말고삐와 합쳐서 잔디의 말안장에 걸었다.
“대장님, 말 안 타고 가십니까?”
그걸 본 잔디가 물었다.
“아, 말을 가져가지 않는 게 빨라.”
“넵, 다녀오십시오. 충성.”
신도익의 경례를 받고 태영은 서윤과 나란히 어깨를 맞대며 제비골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