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36
236. 발해만의 보고
“정규하, 모두 승선했나?”
정규하는 사포 상단의 행수 자격으로 송나라를 제법 왔다 갔다 했는데, 이번 원정에 동행하게 되었고, 역시 행수 자격이면서 재정 담당이었다.
탐사대의 출발은 여름이 지나고, 그리고 가을이 지나고, 둘째인 아름이가 태어난 뒤에도 아름이와 얼굴을 익히느라 가을을 다 지내고 나서야 출발 계획을 잡았다.
그리고 태풍의 시기를 모두 보낸 뒤, 장기간의 여행에 따른 점검을 꼼꼼하게 하느라 결국 12월 초순이 되어서야 출발하게 되었다.
덕분에 정하연의 산후조리를 하는 기간 동안 오래 함께했고, 아름이의 백일잔치도 한 뒤에 출발하게 되어서 미안함이 덜했다.
“네, 대장님.”
“이번 탐사 원정은 제법 지겨운 원정이 될 텐데?”
“상관없습니다. 세계를 항해한다고 하는데 조금 지겹고 오래 여행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래, 가자. 우리 시장님 몸조심하고.”
“잘 다녀오세요.”
“그래.”
정하연과 짧은 입맞춤을 하고 몸을 돌렸다.
그걸 보고 아직도 우워~ 하는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왜? 내가 내 아내와 뽀뽀하는 거 첨 봐?”
태영이 짓궂게 질문을 하자 피식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뭘 그래?
“영환이도 아름이도 아빠 다녀올게.”
“아빠, 빠이.”
영환이는 이제 제법 말을 잘했다.
오랫동안 헤어져 있게 되겠지만, 자신과 놀아 주는 사람들이 많으니 괜찮을 거다.
아름이는 눈을 말똥말똥 뜨고 방긋방긋 웃었다.
“잘 다녀오십시오.”
“훈련 잘 시켜 두도록 해.”
김웅겸과 한규장에게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넵, 염려 마십시오.”
“사단장님이 애 많이 써 주십시오.”
태영은 장인인 정인구에게 다시 한번 부탁을 했다.
정인구는 관할 구역이 된 울주 전역을 평정시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다.
“염려 마시오, 대장님.”
“네, 믿고 염려 안 하겠습니다.”
“청천 군단은 당분간 사포에 계속 주둔할 거니까 제가 지원을 많이 하도록 하겠습니다.”
괜한 걱정을 하는 걸 들은 김웅겸이 말했다.
“그래, 많이 도와 드려.”
김처인을 비롯하여 이번 원정에 동행하는 병사들은 이미 승선해 있었고, 마지막으로 서윤과 함께 흑룡호에 올랐다.
신도익이 신병 훈련과 부대 편제 등의 정리를 위해 이번 원정에 함께하지 않고, 연대장으로 벼락 승진을 한 김처인이 동행한다.
하긴 김처인뿐만 아니다. 거의 모든 지휘관들이 대부분 벼락 승진을 했다.
부우우우웅~
사포를 출발한 흑룡호는 개경에서 철갑 교위를 비롯한 기갑 장비들을 내려 주고, 훈련시킬 교관과 병사들을 내려 주었다.
언젠가 압록강 하구에 배를 대 놓고 압록강 이북을 정찰한 적이 있었는데,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다.
날씨는 제법 쌀쌀해졌지만, 어차피 이곳은 돌아서 지나가는 곳이니 아무 상관 없다.
대련을 지나고, 요동만을 따라서 후루다오 연안을 따라 진황도 옆을 지나갈 때 누군가가 함교로 뛰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대장님, 탐사반에 한번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탐사반장 눈이의 비서 임무를 하고 있는 현소이가 함교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현소이.
모지하타의 배 안에서 왜국의 어린놈에게 강간당하고 울고 있던 아이.
아직 열다섯의 앳된 얼굴은 그대로였지만, 눈빛은 그때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왜?”
“대장님이 말씀하신 지역이 아닌데, 탄소와 수소 등 다양한 원소 기호가 나오고, 태블릿에서 추정 물질로 표시되는 곳에 원유라고 나옵니다. 그런데 그 규모가 엄청난 곳을 발견했습니다.”
“원유?”
“분명히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대장님의 확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가면 천진인데, 여기에 석유가 있나?
단둥을 지날 때, 그리고 대련을 지날 때도 매장 규모가 상당히 많은 지역을 보고 연락이 와서, 태영이 탐사반으로 가서 확인해 준 적이 있었다.
그리고 탐사반에 작은 규모의 경우는 태영에게 확인받으려 애쓰지 말라고 했었는데, 다시 달려와서 규모가 엄청나다고 하는 것을 보니 뭔가 큰 것이 있기는 있는 듯했다.
태블릿은 니펜트에서 보내온 내용을 기준으로 원소 기호와 함께, 그 원소 기호들이 복합되어 나타내는 물질의 종류를 함께 표시해 준다.
사실상 원유는 탄소와 수소의 혼합물이고, 그 외에 다른 수많은 원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거기다 원유 외에도 탄소와 수소의 혼합물의 종류는 대단히 많다.
그래서 대련을 지날 때는 역시 탄소와 수소가 주원소인 물질의 상태를 알렸고, 분석 내용으로 표시된 것은 석탄일 확률 86%였다.
단둥에서 이동하는 중에 대량의 석탄 매장지도 그것으로 찾아냈던 것이다.
“가 보자.”
탐사반까지 몇 발짝 안 되니 여유 있게 가도 되지만, 탐사반 병사는 거의 달려가다시피 했고, 태영도 바쁜 걸음으로 뒤따랐다.
“규모가 엄청나다고?”
뒤따르는 서윤의 목소리에 약간의 긴장감이 실려 있었다.
원유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아주 여러 번 했기 때문일 것이다.
탐사반.
이번 탐사 원정을 위해, 흑룡호의 작은 선실 여러 개의 벽을 허물어 40평 크기의 대형 선실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곳을 탐사반으로 이름 붙여서 지도와 관련해 눈이에게 탐사반장으로 그 책임을 맡겼다.
탐사반 안에 길이 15m, 폭이 1.5m짜리 테이블 2개를 길게 늘여 놓고, 그 테이블 위에는 한지에 세밀하게 그려 넣은 세계 지도가 올라가 있다.
무려 50장이나 되는 지도는 전 세계가 부분 부분 모두 다 그려져 있으니, 전 세계의 정밀 지도가 모두 다 있는 셈이다.
탐사반은 눈이에게 배운 병사들로 편성되었고, 탐사반장인 눈이와 비서 2명, 그리고, 21명이 3명씩 조를 이루어 7개조로 편성되어 있었다.
한 조가 하루 6시간 시간씩 교대로 흑룡호의 이동 경로에 맞춰서 니펜트가 알려 주는 광물 매장지의 위치, 매장 광물의 종류, 추정되는 매장량을 지도 위에 표시하고 있는 중이다.
각 조는 3일에 2번 투입되고, 한번 투입되면 6시간 동안 작업을 한다.
눈이가 지도를 맡아서 이렇게 일을 잘 해내는 것은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것저것 생각해 보면, 비록 전혀 다른 차원이긴 해도 태영이 이 시대로 날아온 것이 잘한 것 같기도 하다.
태영이 이 시대로 날아오지 않았으면 정하연도, 잔디도, 눈이도, 심지어 한서윤도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충성, 오셨습니까?”
“일할 때는 그렇게 경례하지 말라니까.”
탐사반에 들어서자 근무조가 아닌 병사들까지 서성거리고 있다가 눈이가 경례를 했다.
“네, 알겠습니다. 여깁니다, 대장님.”
눈이는 바로 본론에 들어가며, 지도 위에 투명한 붉은색으로 칠해진 지역을 손으로 가리켰다.
붉게 칠해진 곳 사이사이에 검은색 점이 찍혀 있고, 뭔지 모르겠지만 점 옆에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눈이가 붉게 칠한 지역은 천진항의 동쪽에 있는 육지에서부터 바다 중간까지 연 이어져 있는, 넓이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이곳이…….”
붉은색으로 칠해진, 엄청나게 넓은 지역.
“네, 맞습니다. 태블릿의 분석 내용으로는 원유가 맞는데, 저희가 탐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기도 하고, 대장님 말씀으로는 말레이시아 지역이나 아랍 지역에 가면 많이 있을 것이라 하셨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지역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발견되어서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그래, 그건 잘했어.”
태영도 21세기의 중국 땅 어디에 유전이 있었는지 알 리가 없다.
그리고 중국이 산유국이라는 것은 상상도 해 보지 않았고, 미국이 아랍 산유국의 수십 배를 능가하는 셰일 석유 매장지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물론, 중국도 미국 못지않은 엄청난 양의 셰일 석유 매장지이겠지만, 미국은 셰일 석유를 캐내서 중동을 우습게 아는 산유국이 되었고, 중국은 셰일 석유의 생산 기술이 부족하여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사포의 기술로 셰일 석유는 캐내지 못한다.
그러니 당연히 원유 시추 방법을 채택해야 하고, 원유 매장지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여기를 보십시오.”
태영은 니펜트가 비춰 준 태블릿을 쳐다보고 원유인 것을 확신했다.
“맞아.”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산출해 봤어?”
태영의 질문에 눈이는 한쪽에 있는 병사에게 손짓을 하더니 쪽지 하나를 건네받았다.
“계산식으로 산출한 양으로는 40억 톤 정도로 추정됩니다. 다만.”
40억 톤?
태영에게 보여 준 쪽지에는 종이의 절반에 이르는 계산식이 적혀 있었고, 그 한쪽에 붉은색으로 추정 매장량 40억 톤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렇다면 사우디에 안 가도 되는데.
여기를 시추하게 되면 진짜 사우디 지역에 안 가도 된다.
물론 이번 탐사 원정은 오직 석유를 캐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니펜트가 살아 있을 때, 자원 매장지도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으로 출발한 것이기에 이곳에서 유전을 발견했다고 해서 멈출 일은 아니었다.
탐사를 계속하면 사우디 지역의 원유 매장지도를 만들게 되겠지만, 굳이 멀고 먼 아랍으로 가지 않아도 고려에서 사용할 원유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다만?”
“네, 다만 쉽게 시추 가능한 양은 10억 톤으로 예상됩니다.”
아, 그 하단에 ‘쉽게 10’이라고 된 작은 글씨 메모가 있었다.
태영이 붉은 글씨만 보고 너무 흥분했던 것 같다.
그래도 충분하다.
10억 톤이라도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가장 낮은 곳, 가장 깊은 곳.”
“가장 낮은 곳은 12곳, 대부분이 바다 쪽입니다. 그리고 가장 깊은 곳은 21개 지역입니다. 지도에 표기해 두겠습니다.”
바다, 시추선을 세우면 좋지만 복잡하게 할 것 없이 매립하면 된다.
“그래, 그래. 눈아, 너 한번 안아 봐도 되냐?”
유부녀이기에 아무리 부하 병사라고 해도 허락을 받고 싶었다.
와락~
눈이가 먼저 안겨 왔다.
“맞다 하시니, 저도 가슴이 떨릴 정도입니다. 대장님.”
툭툭~
등을 한번 두드려 주고 재빨리 포옹을 풀었다.
“그리고 원유 외에 석탄, 철광석과 구리를 비롯해서 광물의 매장량도 인근에 대단히 많이 있습니다.”
“그래, 빠짐없이 표시해 둬라.”
“넵,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눈이가 구호 없이 거수경례를 했다.
착~
태영도 아무 말 없이 경례를 받았다.
“발해만의 보고(寶庫), 정말 보물 창고이다.”
“다들 일하게 우린 나가요.”
지도와 태블릿을 살피던 서윤이 태영의 말을 듣고는 태블릿을 눈이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그래, 나가야지.
그래야 이들이 편하게 일을 할 것이니까.
“그렇게 좋으세요?”
탐사반 문을 벗어나자 서윤이 싱긋 웃으며 물었다.
“그럼 좋지, 얼마나 좋은데.”
“그런데, 대장님이 이 지역에 석유가 나올 것이란 말씀을 한 적이 없어서 저도 뜻밖이에요.”
“나도 몰랐지. 석유 시추 장비로 시추해 내는 것이 가장 쉬운 곳이 말레이시아, 태국 지역, 사우디와 아랍 쪽이거든. 사우디 쪽은 노천 유전도 있으니까.”
“노천 유전이요?”
“응, 그냥 땅 아래에서 땅 위로 원유가 퐁퐁 솟아올라 오는 거야.”
“샘처럼요?”
“응, 샘처럼”
“퍼 담기만 하면 되는데, 운송비가 많이 들겠네요.”
“그건 그렇지.”
“그럼, 탐사를 중단할 건가요?”
“아니, 애초에 우리가 출발한 목적은 자원 지도를 만드는 것이니까. 탐사는 원유 확보도 있지만 다른 광물들도 있거든. 그리고 고려 땅에는 없는 아주 희귀한 과일이나 식물들을 들여오는 것도 있고.”
“고려 땅에 없는 희귀한 과일 같은 거?”
“수박.”
“수박? 수박이 뭔데요?”
“아랍에 가면 석류가 있고, 그 아래쪽 아프리카에 가면 수박이 있지. 둘 다 고려 땅에서 재배가 가능해.”
아마도 맞을 거다.
“생긴 모양은 어떤 건데요? 맛은 어때요?”
모양은 그림으로 그리면 되지만 맛을 어찌 설명해?
사우디의 좌우로 있는 페르시아만 연안국과 홍해 연안국에 가면, 석류 외에도 양파와 시금치, 무화과 같은 것이 있는데 모두 고려 땅에서 잘 자란다.
아프리카 쪽에는 수박이 있는데, 지금쯤은 아랍 지역에서도 재배를 하고 있을 것이다.
가능하면 원유 외에 그런 것들도 구해 오고 싶었다.
발해만의 유전 지대가 조금 전에 발견되었지만, 그것을 시추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사우디 지역에서 실어 오는 것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것은 매장지의 대부분이 바닷속이어서 시추선을 띄우거나 바다를 매립해야 시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점을 찍어 두고 번호를 기입해 놓은 곳이 가장 낮은 곳이라고 하면, 시추 봉을 꽂을 수 있는 곳은 대부분 바다이다.
그러니 매립은 필수인데, 매립에 따르는 시간은 지금 추산이 어렵다.
눈이나 서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숙제다.
***
천진에서 산둥반도를 따라 내려오면서 발견한 유전 지대와 석탄 매장지는 차곡차곡 기록되고 있었다.
매일 오전, 아침을 먹고 한 시간쯤 지나면, 눈이로부터 보고되는 보고서에는 어제 아침부터 오늘 아침까지의 탐사 현황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그중에서 특별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에는 붉은색으로 체크되어 있다.
천진 동쪽의 유전 지대보다 규모는 작지만 몇 곳을 합치면 그에 못지않은 규모의 유전 지대가 꽤 많이 있었다.
해주, 23세기 지도에는 연운항시(連雲港市)로 표시된 항구다.
아직 이곳은 몽골이 점령하지 못한 여진의 금나라 땅이지만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청도에 들어가려 했지만, 산둥반도는 이미 몽골이 휩쓸고 지나가서 금나라의 통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이기에 그 아래에 위치한 해주로 들어간 것이다.
어차피 몽골과는 무역이 되지 않고, 그들은 약탈만을 일삼을 것이기에 취한 조치다.
연태 상단 쩌우찌엔워이라는 발음하기 아주 곤란한 이름을 가진 상단주와 함께 자리했다.
이름이 추건위(鄒健偉)라나 뭐라나.
설령(雪玲)이라는 이름의 젊은 여인이 행수 자격으로 함께 자리해서 혹시 첩이 함께했나 했더니 추건위의 딸이란다.
한자 설령을 해석해 보면 상고대의 서리 얼음이 바람에 흔들릴 때 나는 환상적으로 예쁜 소리를 말함인데, 이름만 예쁘다.
“거울과 유리요?”
목화 이야기를 하자마자 추건위가 꺼낸 것은 거울과 유리였다.
“네, 우리가 그것을 매입하고 싶어도 금과 송이 서로 다투고 있는지라 어려움이 많이 있습니다.”
남쪽으로만 다녀서 이쪽 사정은 잘 모르니 그렇긴 하지만, 이 사람들도 유리와 거울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모양이었다.
“그건, 공급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목화를 얼마나 구해 줄 수 있습니까?”
“내년 가을에 말린 목화 백만 관을 구해 드리겠습니다.”
백만 관이면 3,750t이나 되는 많은 양인데, 그때까지 몽골에 점령당하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은 있었지만, 목화는 가능하면 많이 구해야 한다.
“그렇게 많이 재배합니까?”
“아닙니다. 올해 같으면 만 관도 구하기 힘듭니다만, 거울과 유리를 공급해 주시면, 말씀하신 백만 관은 책임지고 구해 드리겠습니다.”
평소 같으면 37t 정도도 구하기 힘든데, 그렇게 많이 구할 수 있다고?
“관에 얼마입니까?”
“은자 한 냥에 열다섯 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이게 합리적인 가격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무지하게 싸다.
상단에서 어떻게 매입해서 이 가격에 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은자 한 냥에 56킬로 정도라는 말인데, 이 시대의 노동 인건비의 수준은 21세기와 비교하면,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기에 그런 것이다.
그 가격에 목화를 대량으로 구할 수만 있다면, 상단에서 어찌하든 상관없다.
“좋소. 그럼 거울과 유리를 명주에 공급하는 가격으로 동일하게 드리지요.”
거울 5백 개, 유리 작은 것 200상자, 큰 것 200상자로 마무리가 되어 갈 때, 서윤이 추설령 앞에 미백용화유 한 병을 내려놨다.
“이것은 무엇인가요?”
“사포 상단에서 새로 내놓은 여인을 위한 물건인데, 아마 이곳 청도에서는 처음 볼 것입니다.”
명주에는 아니이스가 각각 1만 병을 싣고 갔으니, 이미 그쪽에는 많이 퍼졌을 것이지만, 이곳까지 오기는 쉽지 않지.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요?”
“이것은 선물로 드릴 테니, 잠시 세안을 하고 오시지요.”
“세안을 하고 사용하는 것인가요?”
“세안하지 않고 사용해도 되지만, 세안 후에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훨씬 좋답니다. 혹시 효과를 눈으로 직접 보고 싶으시면, 데리고 있는 사람 중에 여인을 불러 세안을 하지 않은 상태로 한쪽 볼에만 발라서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하는 것이 좋겠군요.”
추설령은 뒤쪽에 선 자기 나이 또래의 여인 한 명을 손짓으로 불렀다.
아마도 행수를 수행하는 하녀인 듯했다.
서윤이 미백용화유를 받아 뚜껑을 돌려 열고, 여인의 손에 미백용화유를 조금 흘려주었다.
“두 손바닥을 비빈 후에, 한쪽 볼에만 발라 보세요.”
하인은 시키는 대로 두 손을 비비고는 한쪽 볼에 다시 문질렀다.
미백용화유가 발라진 볼과 아닌 볼은 눈으로 보기에도 차이가 확연하게 났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찬 바람에 거칠어진 볼에 미백용화유가 스며들자 바로 촉촉하게 바뀌었다.
“오호.”
우선 눈으로 비교를 한 추설령.
“잠시 후에 물기가 마르면 같아지지 않나요?”
얼굴에 물을 묻혀도 시각적 효과는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물기는 금방 말라서, 이렇게 쌀쌀한 날씨에는 피부가 오히려 더 거칠어질 수도 있었다.
“물기가 마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로 반나절 정도 유지됩니다.”
“아하.”
“그것은 사람의 피부에 좋은 각종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서 자꾸 바르면 피부가 부드러워지고 아름다워지게 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이번에는 미유신수를 내려놓았다.
“미유신수? 이건, 어떤 것인가요?”
“미백용화유는 세안 후에 얼굴과 손에 바르는 것이고, 미유신수는 수욕 후에 몸에 바르는 것입니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