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39
239. 에도의 고려인(2)
“고가.”
“네, 대장님.”
“왕실군도 지원을 요청한 곳이 있나?”
“유감스럽게도…….”
지원 요청을 했는데 거절당했다는 소리다.
“어찌 그래?”
“…….”
할 말이 없겠지.
“적의 지원군이 두 곳에 있다.”
“네?”
화들짝 놀라는 표정과 동작으로 봐서, 네가 어찌 알았느냐는 뜻이리라.
“서쪽의 후에후키에서 출발한 병력 8백은 이틀 후에 도착한다. 그리고 북쪽의 미에바시에서는 병력이 집결 중이니, 오늘 출발한다면 사흘이나 나흘 후에 도착할 것이다.”
“아.”
“다만 그곳은 기병 2백이 있어서, 기병만 따로 출발한다면, 이틀 후에는 도착할 수도 있지만 그럴 리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지원 병력이 도착해도 휴식 없이 전투가 불가능하다고 보면,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에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네, 마, 맞습니다.”
“우린 일단 잠시 떠났다가 이틀 후에 오겠다. 거기에 맞추어서 작전 계획을 수립하도록.”
“네, 네. 알겠습니다.”
“자, 우린 가자.”
태영은 그렇게 말하고 발을 돌렸다.
서윤이 바로 따라 나왔고, 유시완과 잔디가 곧 뒤따라 나왔다.
“유시완, 잔디. 두 사람은 잠시 흑룡호에서 대기하도록 해.”
“고려인을 찾으러 가십니까?”
“그래, 무전기는 가지고 가고, 진이에게 드론으로 우리를 계속 추적하라고 해.”
“네,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급한 일이 있으면 드론으로 연락을 하도록 하고.”
드론이 저공비행을 해서 눈에 뜨이게 한 후에, 공중에 글자를 쓰면 된다.
그럼 태영은 모자 신호로 대답해 주면 된다.
“네, 알겠습니다. 다녀오십시오.”
“진이와 눈이에게 신사나 사찰 같은 곳을 좀 찾아보고, 현판에 한자로 고려라는 글자가 보이는지 좀 찾아 달라고 해서 찾으면 나에게 알려 줘.”
“넵, 알겠습니다. 이틀 안에 돌아오시는 거죠?”
“그래, 시완이나 잔디나 누구든 소총을 내게 주고 가. 가진 탄창도 충분히 주고.”
무전기도 없고, 태블릿도 없으니 소리를 낼 무언가가 필요할 듯해서 소총을 달라고 했다.
“네, 그리하겠습니다.”
배낭에 건네받은 탄창 여섯 개를 모두 집어넣고, 총을 받아 어깨에 걸었다.
왜왕의 진영을 벗어나 유시완과 잔디가 떠나고, 천천히 걸어서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한쪽에서는 전쟁 중이라도 다른 한쪽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방향을 어디로 잡을 건가요?”
들판을 이곳저곳 둘러보던 서윤이 물었다.
아직 봄이 오려면 멀었지만, 그래도 농촌 들판의 모습만 보면, 한곳에서는 전쟁이 터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이다.
“북쪽이었다고 했으니 북으로 방향을 잡아서 가 보자고.”
“네.”
“자, 안기세요.”
“업히면 안 돼요? 그게 더 좋은데.”
태영이 공주님 안기를 하기 위해 어깨를 잡자 뒤로 돌아서 업히겠다고 한다.
“가만, 저거 드론인데요?”
“드론? 아직 2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혹시 벌써 찾은 건가?”
“그럴지도 모르죠, 일단 봤다는 신호를 보내 볼게요.”
드론의 속도는 무려 시속 1,260킬로다.
속도가 빠르니 신사나 사찰 같은 특이한 건물은 많지 않기에 쉽게 찾았을 수도 있다.
서윤이 손을 흔들어 드론을 발견했음을 알렸다.
“350도 52킬로.”
드론이 공중에서 움직임으로 알려 주는 내용을 서윤이 말했다.
“그럼 가 볼까?”
“아, 잠깐요.”
“왜?”
“또 있어요. 345도 52킬로, 바로 옆인데요. 그리고 또 하나 더.”
“그래?”
“네, 거기는 350도 53킬로.”
“일단 가 보자고.”
“네.”
태영의 말에 대답하며, 배낭과 총을 앞쪽으로 옮기느라 잠시 지체하는 사이에 뒤로 돌아서 손으로 목을 감으며 가슴을 등에 밀착하자 말캉한 느낌이 양쪽 어깨에 전해져 오면서 한서윤만이 가진 그 특유의 체취가 풍겨 왔다.
때때로, 공중 부양으로 비행을 하면 얼마나 갈 수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갈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물어본 적은 없다.
그래서 태영과 함께 갈 때는 언제나 공주님 안기로 안겨 가거나 업히거나 한다.
그게 좋은 모양이다.
물론 당연히 태영도 그게 좋다.
공중 부양 외에도 염력을 통해 쓸 수 있는 힘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 하는 것도 제법 궁금하지만, 어느 정도 짐작은 한다.
이번 원정을 떠나기 전에 서윤은 철갑 교위 1대와 철갑 별원 1대를 염력으로 가뿐하게 흑룡호에 실어 올렸다.
철갑 교위가 무장으로는 포 없이 중기관총 1정이 전부이고, 이 시대에는 대 전차전을 할 일이 없고 그냥 창이나 화살만 막으면 되기에, 연비를 높일 수 있도록 장갑을 얇게 만들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육군이 사용하는 전차 무게의 절반도 채 안 되지만, 그래도 자그마치 27t짜리다.
그때, ‘두 대도 동시에 올릴 수 있어?’라고 물었더니 ‘열 대도 문제없어요.’라고 대답했었다.
열 대면 270t인데, 대체 어느 정도나 가능할까?
철선이 아닌 목선으로는 도크 구조의 배를 만들 수가 없어서, 철선의 제작이 가능하게 된 이후에 검토하기로 하고 제외시켜 두었기에 수륙 양용 장갑차를 만들라고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서윤을 믿고 만들어도 될 것 같아서, 공업부 정현에게 급하게 수륙 양용 장갑차의 도면을 넘겨주고 온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그런저런 생각을 해가며 주위에 흙먼지가 날리거나 말거나, 돌이 날리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달려서 대략 50km쯤 달리다가 작은 개천이 보이자 멈추었다.
“자, 쌍안경.”
“네.”
서윤은 쌍안경을 들고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50m쯤 솟아올라 쌍안경을 눈에 대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손으로 한곳을 가리키며 천천히 내려왔다.
“좌측은 여기서도 보이시죠?”
“저기 저 건물 말하는 건가?”
서윤이 가리키는 서쪽 방향에는 제법 높은 산비탈 위에 아주 작은 고색창연한 건물이 보였다.
실제로는 무척이나 큰 건물이지만, 거리가 있는 탓에 작아 보이는 것일 뿐, 제법 산비탈이 높은 곳에 지어졌기에 여기서도 잘 보였다.
“네, 맞아요. 거기 정문으로 보이는 큰 전각 옆에 작은 전각이 있는데, 고려왕 묘(高麗王廟)라는 작은 현판이 보여요. 그리고 북으로는 낮은 언덕의 송림 속에 사찰로 보이는 건물이 있는데, 현판이 가려져 있어서 잘 안 보이네요.”
드론으로는 사각을 비켜서 확인이 가능하지만, 여기서는 사각을 비켜서 읽을 수가 없어서 그런 모양이다.
“진이가 알려 주었으면, 우리가 발견하지 못해도 고려라는 글씨가 어딘가에 있다는 말이지?”
“네, 그럴 거예요.”
“어느 쪽이 가까워?”
“북쪽이요.”
“좋아, 가 보자고.”
“네.”
서윤을 다시 등에 없고 작은 개천을 가볍게 건너 북으로 달려갔다.
두셋이거나 대여섯 가구가 드문드문 있던 농가들이 들판에 흩어져 있고, 약간의 송림이 우거진 완만한 경사의 낮은 언덕 위에, 제법 큰 규모의 장원이 있었다.
그곳에 마치 사찰의 일주문과 비슷한 느낌이 나는 두 개의 큰 기둥 위에 지붕 대신 가로로 대가 두 개 얹혀 있다.
대들보 형식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곳에 세로로 쓴 고려신사(高麗神寺)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절인가?
현판에 절을 뜻하는 절 사(寺)가 붙은 것으로 봐서 사찰처럼 보이는데, 문제는 그 앞글자가 신령이나 귀신을 뜻하는 신(神)이라는 것이다.
태영이 불교라는 종교를 잘 몰라서 맞는지 아닌지 모르지만, 저 글자는 고려 땅의 사찰에서 본 적이 없는 글자다.
무언가 모르게 언밸런스한 느낌이다.
입구의 대문 또한 고려 땅의 사찰에서는 본 기억이 없는 것으로 보아 고대 일본식 유형인지, 아니면 현판의 글로 봐서 고구려식 유형인지 알 수가 없다.
“고려신사.”
“고려인이 있다는 것이 맞는 모양이네요.”
“그런 것 같아.”
역사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사학자들의 몫이니 태영이 신경 쓸 일도 아니고, 밝힐 일도 아니지만, 과거의 고구려가 고구려(高句麗)가 아닌 고려(高麗)를 그냥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신사라면 왜 사당 사(祠)를 안 쓰고, 절 사(寺)를 쓴 걸까요?”
“사찰에 쓰지 않는 신령 신(神)을 쓴 것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조금 다르네.”
괜한 의문을 이야기하며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제법 들어왔지만, 인적은 없다.
봄이긴 하지만, 아직 추위는 여전히 남아 있기에 그런 것일지 모르겠다.
“향냄새.”
“저쪽인 것 같아요.”
서윤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마당을 건너 있는 계단 위에 제법 우아하게 지어진 출입문 앞에 두 사람이 보였다.
그 출입문 위에도 고려신사(高麗神寺)라는 편액이 걸려 있고, 그 안쪽에 제법 규모 있게 지어진 전각이 보였다.
아마도 저 전각이 신사의 본당인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동경 지역에 대를 이어 살고 있는 고구려인이 있고, 고려신사(高麗神社)라는 곳에 가서 소원을 빌면 총리가 될 수 있다고 했던 아주 오래된 기사가 생각났다.
그 고려신사와 이 고려신사가 같은 것인가?
한글로 보면 동일한데, 한자로 보면, 딱 한 글자가 다르단 말이지.
그 고려신사는 끝 글자로 사(社)이고, 지금 이곳은 사(寺)이다.
두 글자의 의미는 완전히 다른 것이니까.
대충 보기에도 이 본당은 모든 사찰에 있는 대웅전이나 불상을 모신 그런 장소는 아니다.
그것으로 봐서 사찰은 아닌데, 사찰임을 뜻하는 글자인 사(寺)가 붙어 있다.
이 역시도 태영이 살던 평행 세계와 다른 특징인가?
그렇다면, 많은 것이 다를 수 있다.
“실례하오.”
그 사람들에게 다가가 고려말로 인기척을 냈다.
실례합니다, 하는 말은 21세기 현대식 말투인데, 이리 오너라가 맞지 않을까?
뭐 아무튼.
“なんだ? (뭐야?)”
“なんげんてるの? (뭐라는 거야?)”
태영에게 하는 말이 아닌 자신들끼리 하는 말인데,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반응이다.
그래도 싸가지 없이 뭔 말이 저따위야?
그 둘을 한번 노려봐 주고 계단을 올라가 신사의 본당으로 들어섰다.
본당 안에는 향을 피우는 사람이 있고, 두 손을 모아 비비며 뭐라고 열심히 중얼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저 사람이 이 신사 안에서 뭔가 일을 하는 사람 같아요.”
서윤의 말에 고개를 돌려 보니, 그 사람의 복장은 다른 사람의 복장과는 좀 다른 모습인데, 나이가 20대 말쯤 되어 보였다.
혹시 무용총 벽화의 복장일까? 생각하며 바라보았지만, 무용총 벽화의 복장 자체가 기억에 없다.
그 정도로 기억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실례합니다.”
태영이 그에게 다가가 고려말로 말했지만,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것 같다.
“だれをさがしますか? (누구를 찾으십니까?)”
“고려인.”
왜어로 물었지만 고려말로 대답했다.
“あ, あの……. (그…….)”
뭐라고 말을 하는데 뭔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서 답답한 듯했다.
“그 사람은 고려말을 모릅니다.”
그때, 나이 든 사람의 음성으로 생각되는 갈라진 목소리가 고려말로 들려왔다.
억양으로 봐서는 완전히 왜어이지만, 그래도 고려말은 맞다.
고개를 돌려 보니 노인 한 명이 서 있는데 젊은 사람과 비슷한 유형의 복장이다.
“あれもこれもないものだな。 ところで、 あなたはだれですか? (이도 저도 아닌 놈이군. 그런데 당신은 누구야?)”
저 노인이 고려말을 하는 것에 비해 젊은 사람이 전혀 알아듣지도 못한다는 것 때문에 기분이 확 나빠져서 이번에는 왜어로 물었다.
왜어로 말할 줄은 몰랐기 때문인지, 노인이 잠깐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본다.
“かんてらのことかんです。 (신사(神寺)의 사관(事官)입니다.)”
“여긴, 아주 웃기는 곳이네.”
이번에는 고려말로 했다.
“뭐가 그리 웃기시오?”
조금은 기분 나쁜 표정이지만 왜색이 짙은 고려말이어서인지, 말투에서 기분 나쁜 흔적인지 아닌지조차 헷갈렸다.
“고려신사(高麗神寺)라고 써 놓고, 고려말을 할 줄도 모르는 놈이 지키고 있는 데다, 절 사(寺)자가 끝에 붙었는데 사관(事官)이라니, 웃기지 않아?”
이미 기분이 나빠져 있으니, 상대의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반말이 픽픽 나갔다.
“놈…….”
놈이라 해서 상대도 기분이 나빠진 모양이다.
하긴 저 노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새파랗게 젊은 놈과 젊은 년이, 아니다, 년은 아직 입을 열지 않았으니 빼고, 반말을 찍찍해대니 기분이 나쁘지 않을 수 없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왜? 기분 나빠?”
“…….”
태영의 말에 빤히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이 벌게졌다.
“기분 나쁘면 말해.”
“기분이 나쁜 건 사실이지만, 듣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니라서 그렇소.”
“알긴 아는군.”
틀린 말 아니기는, 고려인이 올 일이 없는데 고려말을 알아서 뭐 해? 하는 생각은 잠시 들었지만, 말을 잊어버렸으면 그냥 왜인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어찌 되었거나 계속 말이 좋지 않게 나갔다.
“혹시, 저쪽으로 좀 드시겠소?”
노인은 신사로 보이는 건물의 우측을 가리켰다.
“그냥 여기서 말해. 우린 곧 나갈 거니까.”
“음…….”
뭔가 못마땅한 표정 같기도 하고, 아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려말을 하지 못한다는 젊은 남자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말을 했고, 고개를 끄덕거린 젊은 남자는 태영과 서윤을 힐끗 쳐다보다 재빨리 신사의 밖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럼 한 가지만 질문을 드리겠소. 혹시 그쪽에서 가마쿠라를 태운 것이오?”
“그게 왜 궁금한데?”
초반의 기분 때문인지 계속 말이 삐딱하게 나갔다.
사실 이런 식의 답은 질문에 대해 긍정의 의미가 실려 있는 답이긴 하다.
그런데, 대체 뭐가 궁금한 것일까?
태영이 대답을 미루고 있자 그가 말을 이었다.
“가마쿠라가 완전하게 불타고 한 달 후, 헤이안에 살고 있던 우리의 일족 중에 몇 사람이 다녀갔소.”
뭐야?
연락을 받았다는 소리야?
“말해 봐.”
조금은 흥미가 생겼다.
태영의 말에 흥미를 느꼈다는 것을 인지하였는지, 노인의 얼굴에 잠깐 미소가 번졌다가 조금 전의 표정으로 돌아갔다.
노인의 말에 태영이 낚인 것이지만, 고려인이라면 구할 것을 생각하고 온 길이니 짜증은 나더라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그들이 가져온 서찰에 전하기를 조상이 살던 옛 땅을 회복하지는 못하지만, 비록 왜국이라고 하더라도 고려인의 세상으로 살고자 한다면 그곳으로 오라 하였소.”
노인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약간 침울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또한, 우리가 그곳으로 간다면 크게 환영받게 될 것이라 했소. 그때, 서찰을 전한 이의 말이 막부를 모두 태우고 헤이안의 왜군을 모조리 참살하여, 왜왕의 항복을 받아 낸 이가 고려인이라 하더이다.”
“그래서?”
“그가 말한 고려인의 복장을 하고, 인상착의가 같은 사람이 지금 내 앞에 서 있어서 묻는 것이오.”
그럼, 이 노인은 처음부터 짐작하고 있었고, 자신이 생각한 것이 맞는지 확인한 것이로군.
“그곳으로 간 사람들이 있나?”
노인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곳에서 소식을 가지고 온 우리의 일족은 여기에서 한 달을 머물렀고, 거의 매일 그 이야기를 했소. 그리고 시라는 이름을 붙인 소왕국 여섯을 만들어 주고, 새로운 배움이 있어야 하니 그것을 가르쳐 준다며 총명한 젊은이들을 태우고 떠났다고 하더군요.”
말하는 것을 들어 보니 제대로 전달받은 것이 맞네.
“그 이후, 이 인근에 사는 일족 중에 절반은 이미 이곳을 떠났고, 지금은 아마도 그곳에 도착해서 이제 정착을 했을 것이오. 그리고 지금도 이따금 무리를 지어 떠나고 있소.”
“그래? 그럼,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왜 안 간 거야?”
태영의 질문에 노인이 신사를 한번 돌아보았다.
“조상의 유지가 남아 있고, 조상의 흔적이 깃들어 있는 곳이오. 쉽게 버리고 떠날 수가 없소.”
“그건 알아서 해. 우리는 우리에게 반항하는 자들을 모조리 태워 버리려 하는 중이야. 그 불길 속에서 여기가 안전하다고 말하지는 못해.”
표정으로는 조금 전에 말한 것 때문에 낙담한 듯 보였다.
“그것이…….”
말을 하다 만다.
그때, 신사의 바깥에서 부산한 움직임이 느껴졌고, 요란하게 달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여섯 명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밖에서 달려온 사람들은 노인에게 무척이나 공손하게 인사를 했고, 노인은 또 이들을 반겼다.
그들이 서로 간에 인사를 한 후 태영을 바라보았을 때, 노인은 태영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조상의 유지를 지키기 위한 사명으로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시고자 하는 일이 바쁘지 않다면, 저희를 위해 조금의 여유를 내어 주시기를 부탁드리옵니다.”
노인의 말투가 급 공손해졌다.
바쁘지 않다면이라.
불과 몇 분 전, 주위에 늘어선 이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에 모두 태우겠다고 했다.
그런데 심부름을 하기 위해 달려 나갔던, 고려말을 하지 못하는 젊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사람들이 더 올 것이라는 말이다.
태영이 서윤을 돌아보자, 서윤이 고개를 끄덕했다.
알아서 하세요,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이야기를 들어 보죠, 할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
“좋아, 그리하지. 그런데 저 아래쪽에 있는 고려왕 묘는 뭐야?”
노인이 우측에 있는 전각으로 안내를 하자 그곳으로 가면서 물었다.
“이곳, 고려 촌을 만드신 우리의 선조이십니다.”
“왕 묘잖아? 그럼 노인은 고구려 왕족의 후손인가?”
뚝.
노인의 걸음이 멈추었다.
도리이와 토라나: 두 개의 기둥 위에 가로 대들보 형식으로 두 개가 있는 일본식 형식을 도리이〔烏居〕 라고 합니다.
한자를 그대로 해석하면 새집인데, 모든 신사의 입구에 세워져 있다고 합니다.
그것의 기원으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중부 인도의 산치(Sanchi) 유적지에 있는 토라나(Torana)와 관련이 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것은 설이므로 확인된 사실은 아닙니다.
다만, 토라나와 사찰의 일주문, 궁이나 관아 또는 공원이나 능에 세워져 있던 홍살문, 일본의 도리이 등이 모두 2개의 기둥으로 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