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4
024. 죄송해요, 세종 대왕님
아무튼 연결된 자가 무관이라면 결국은 태영처럼 군바리라는 소리인데, 최충헌의 무신 정권 시대이니 무관에게 줄을 댄 것은 잘한 짓이라 볼 수 있지만, 정7품이 현대의 군인 계급으로 어찌 되는지는 몰라도 겨우 정7품에게 줄을 대고 있었다고?
가만, 정7품이면 간부 중에서는 중하급 간부이니까, 대위나 소령쯤 된다고 생각하면 맞나?
현대의 군 체제와는 다르니 짐작일 뿐이지만 그 정도로 보면 맞을 건데, 소령쯤 되는 군관에게 줄을 대고 있다고?
에라이.
소령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무관이 판을 치는 이 시대에서는 장군쯤 되는 사람에게 줄을 대야 하지 않을까?
***
“오서 오시게.”
비서실 직원을 시켜서 권승찬을 불러오게 했다.
“나리, 찾아 계시옵니까?”
“거기 앉게.”
“아니옵니다. 어찌 감히…….”
집무실 의자에 앉으라고 하자 눈을 내리뜨면서 조심스럽게 앉을 수 없다고 한다.
“앉아.”
태영이 약간 언성을 높였다.
권승찬의 예의 바른 행동과 말투가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 너무나 자신을 낮추기만 하는 것에 화가 나는 것이다.
“네, 나리.”
깜짝 놀란 권승찬이 의자 끝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태영이 관아에 총을 들고 처음 들어왔을 때, 죽은 아이를 부여잡고 한없이 울고 있던 권승찬의 얼굴에 드리워진 진한 슬픔과 생을 포기한 듯한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권승찬의 나이는 올해 서른아홉이고, 관아의 노비인데도 한자를 잘 알고 있었다.
아내와 아들 둘, 딸 하나가 있는데 모두 관아의 노비였고, 큰아들과 딸이 왜구에게 죽었다.
아내 역시도 딸을 겁탈하려 하던 왜구에게 달려들다가 칼에 맞아 사경을 헤매며 저승 문턱까지 갔다가 왔고, 회복은 되었지만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들었다.
“아내의 상태는 어떤가?”
“계속 치료를 하고 있기는 하오나…….”
말끝을 흐린다.
태영은 의원에게 권승찬의 아내를 무조건 살리라고 윽박지르다시피 하였고, 모든 치료비를 부담해 주고 있었다.
“그래서 우진이가 계속 수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의원은 뭐라 하던가?”
우진이는 살아남은 둘째 아들이다.
대답은 않고 고개를 숙이는데, 눈가에 눈물이 어린다.
태영도 들었다.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것을.
중요한 장기가 칼에 찔린 탓에 상처가 깊지만, 현대 사회 같으면 힘들긴 해도 치료가 가능한데, 항생제도 없고 치료약도 변변치 않은 이 시대로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아들이 한 명 남았으니, 쉽게 포기하지 말게. 아들이 보고 있잖은가?”
태영의 말에 숙이고 있는 얼굴 아래로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것을 재빨리 소매로 닦고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았다.
노비는 슬퍼할 자유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존재이며,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 있어도 내색하면 안 되는 듯이 행동한다.
“글은 어디까지 배웠는가?”
“조금 배웠사옵니다.”
“그 조금이라는 것이 어디까지인데?”
“…….”
고개를 숙인다.
“원래 양반이었는가?”
권승찬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태영과 눈이 마주치자 다시 고개를 숙인다.
몰락한 양반가의 사람이 맞단다.
제법 공부를 한 탓에 박한과 대척점에 서 있었고, 재산은 별로 없는 가난한 양반이었지만, 자존심에 무식한 박한에게 고개를 숙이지 못했단다.
수년 전, 그해 따라 흉년이 들었는데, 지금은 죽은 아들이 심하게 아파서 치료를 받기 위해 곡식과 돈이 필요했고, 아들은 겨우 나았으나 박한에게 빌린 장리를 갚지 못했단다.
장리는 곡식으로 빌리고 곡식으로 갚는 개인 간의 금융 거래 형태인데, 이율이 1년에 두 배라는 것을 정하연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박한은 집요했고, 결국은 식구들이 관아의 노비가 되는 것으로 장리를 갚았다는 것이다.
“이게 뭔지 아는가?”
태영은 서류 하나를 권승찬의 앞으로 던졌다.
권승찬이 받아서 한 장을 들춰 본 뒤에 다시 태영에게 내밀었다.
태영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라이터에 불을 붙여 서류의 끝에 불을 붙였다.
“나, 나리.”
권승찬이 부르거나 말거나 태영은 불이 손에 가까지 오지 않도록 돌려가면서 서류를 태웠다.
그렇게 권승찬과 그 식구들의 노비 문서는 재가 되었다.
“정 실장.”
불에 탄 노비 문서를 탁자의 끝에 걸쳐서 완전히 탈 수 있도록 걸어 두고 정하연을 불렀다.
“네, 나리.”
밖에 있던 정하연이 들어오고, 비서실 직원인 잔디가 따라 들어왔다.
“방금, 권승찬과 권승찬의 아내, 그리고 아들을 면천시켰으니, 모두에게 알리고 앞으로 관아의 모든 재산 관리를 맡기도록 해. 녹봉은 부호장 급으로 지급하고, 관리 감독으로 임명할 테니 권 감독이라고 부르게 하고, 재산 관리를 하는 사람들을 모두 권 감독의 휘하로 보내서 권 감독의 지시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네, 알겠사옵니다.”
정하연이 재가 되어 있는 노비 문서를 보면서 씩 웃었다.
권승찬이 자신보다 공부를 많이 했으면 했지, 자신보다 낮지 않다는 말을 정하연이 해 주었었다.
“직급은 부호장 급이야. 그렇게 모두에게 알려.”
태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권승찬이 집무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앞으로 아무에게나 무릎 꿇지 말도록.”
권승찬이 소리 없이 울면서 떨리는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것을 보고 그렇게 말한 다음, 그를 일으켜 세웠다.
***
“이제, 좀 읽을 수 있겠어?”
커터 칼을 이용해서 나무로 펜대를 깎고 있다가 정하연에게 물었다.
“네, 거의 다 읽을 수 있는데, 몇 글자 정도는 기억이 안 나는 것이 있습니다. 한번만 더 읽어 주시면,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태영이 화선지에 쓴 짧은 내용은 정하연에게, 이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여 그것을 기록한 것이다.
흔히 말하는 설화인데, 태영이 트럭과 함께 이 시대로 옮겨진 산에서 건너다보이는 큰 산의 꼭대기에 있는 바위에 대한 설화이다.
그런데 그것이 한자가 아니라 한글이다.
비서실에 소속된 아이들이나, 신도익을 비롯한 가병들에게 일을 시킬 때 구두로 하는 것 외에 글로 써서 해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우선 신도익이 한자를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고, 비서실에 있는 아이 중에 잔디는 한자를 조금 알지만, 가림이와 눈이는 전혀 모른다.
거기다가 별이도 전혀 글자를 모른다.
잔디도 안다는 수준이 그냥 몇십 자 정도여서, 글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정도도 아니거니와 관에서 사용하는 문서 같은 것은 제대로 읽고 쓸 수가 없다.
신도익이나 김중겸에게 물어보니, 사포에서 글자를 아는 사람이 채 서른도 되지 않는단다.
이 시대의 글인 한자를 가르쳐서 무언가를 시킨다는 것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세종 대왕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한글을 가르쳐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쓴 글이다.
정말 죄송합니다, 세종 대왕님.
거기다가 숫자는 모두 아라비아 숫자로 썼다.
인도에서 만들어진 아라비아 숫자가 통일 신라 후기에 들어왔을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추정하지만, 왜 사용되지 않았는지 이유도 없이 사용되지 않다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일제 시대 때부터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통일 신라 시대에 도입된 것이라면, 지금이 고려 시대인지라 일부라도 통용되고 있어야 하는데, 전혀 본 적이 없단다.
왜 쉽고 간편한 것이 수백 년 동안 사용되지 않은 채 잠자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흔히 배운 자들이 배우지 못한 자들과의 차별성을 위해 쉽고 간편한 것은 절대로 도입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양반은 글을 배우고 책을 읽을 기회가 많지만, 양민이나 노비는 그럴 시간도, 경제적 여유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양반들에게 더욱더 밀릴 수밖에.
아라비아 숫자의 사용이 잘 되지 않은 것에 대해 태영이 굳이 변명을 해 보자면, 태영이 써 보아도 아라비아 숫자는 붓으로는 쓰기가 좀 까다롭다.
붓은 가로로 긋거나 세로로 긋는 거, 멈추어서 쳐 올리는 것은 좋았지만, 아라비아 숫자의 대부분인 원을 그리기에는 참으로 성가신 일이기는 하다.
한자에는 동그라미가 들어가는 것이 전혀 없다시피 하니 붓질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 아닌가?
태영이 한글로 쓴 저 책을 기껏 세 번 읽어 주었는데 거의 다 알 것 같다면, 정하연의 머리가 꽤 좋은 것 같다. 하긴,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완성형 글자는 불과 2,350자에 지나지 않는다.
조합형으로 해도 1만 1천 자가 조금 넘을 뿐인데, 기본적인 자모와 겹자음, 겹모음까지 합쳐 봐야 개수가 몇 개 되지 않으니, 그것만 익히면 한글은 다 익히는 셈이다.
“그런데?”
“정말로 우리가 말하는 것처럼 가자, 라고 하는 글자를 가자로 쓰고 읽고 할 수가 있다니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개가 짖는 소리나 닭이 우는 소리도 다 쓸 수 있어.”
“정말 이렇게 쉬운 글자가 있었다니, 누구나 쉽게 배우고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럴걸. 자, 이제 이걸 봐.”
태영은 종이 한 장을 꺼내 주었다.
거기에는 19개의 초성 자음과 21개의 모음, 그리고 27개의 종성 자음이 별도로 써져 있다.
쌍기역이나 쌍시옷 같은 겹자음과 애나 얘, 와와 워 같은 겹모음을 모두 써 둔 종이이다. 그리고 앞장에 쓴 설화의 몇 개 단락을 쓴 글에 자음과 모음으로부터 붉은색 줄을 그어서 합쳐진 형태를 쉽게 설명해 두었다.
“우와, 이게 이렇게 되는 거구나.”
태영이 내어 준 종이를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보던 정하연이 탄성을 자아냈다.
“알 것 같아?”
“네, 알 것 같아요. 그래도 설명을 좀 해 주세요.”
태영은 자모가 구성되는 방법과 자음의 음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쉽지. 늘 쓰는 말을 글로 옮겨 놓은 것뿐인데.
“우리가 하는 말은 고려 말이라 하고, 이 글은 고려 글이라 한다.”
태영은 한글이라는 현대어 대신 시대에 맞게 고려 글이라 이름 지었다.
“고려 글을 완전히 이해하고 익힌 다음, 비서실 세 명과 별이, 그리고 창고 관리를 하는 권 감독과 일꾼들에게 모두 가르쳐.”
“네, 그리하겠습니다. 그런데 혹여 사포의 사람들에게 가르칠 생각을 하고 계신지요?”
“어? 어찌 알았어?”
“눈치채었답니다. 그럼 제가 아버님께 말씀드릴 터이니 율촌 사람들도 가르치면 아니 되겠습니까?”
“일단, 아까 내가 말한 정도만 먼저 가르치고, 사포와 율촌의 다른 사람들은 학교를, 아니 학당을 지은 다음에 하자고.”
“학당을 지으실 것입니까?”
“그래, 율촌과 사포 중간에 주택 부지 조성을 하는 이유가 학당을 지으려고 하는 거야.”
“정말입니까?”
“그럼.”
그곳에 그렇게 넓은 부지를 조성하는 이유는 학교뿐만 아니라 수공업 생산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나라에서는 소를 직접 관리하여 필요한 공업 제품을 생산했지만, 그것들이 유통되지는 않는다. 부역을 대신해서 생산 공장에 와서 일하거나, 부역이 아닌 경우에는 다른 소득원으로 만들어 주면서 생산해 내야 할 거점으로 삼기 위한 것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글을 가르치면, 너무 좋아할 것 같습니다.”
“좋아할 사람들도 있고 싫어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높으신 양반들은 절대로 안 좋아할걸?”
“왜요?”
“글은 저희들만 아는 특별한 것이라야 하는데, 천한 것들이 글을 깨우치면 안 된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노비와 하인들이 글을 깨우치면 민란이 일어난다고 생각하거든.”
“정말 그럴까요?”
“그럼. 지금 양민들이나 하인들이 모두 흰옷을 입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그야…….”
“최승로라는 벼슬아치가 황제에게 간하여 만든 법이라는 거 알고 있어?”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나, 백성은 마땅히 그리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유는?”
“그것까지는 듣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해. 감히 양반도 아닌 것들이 양반과 같이 색이 화려한 옷을 입는 것은 못 봐 주겠다. 그러니 너희는 그냥 흰옷만 입어. 그렇게 한 거야.”
“…….”
“거기다가, 왕이 신하에게 예를 다해야 한다고 하면서 양민과 노비의 신분을 엄격하게 해서 미천한 자가 윗사람에게 대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도 했어.”
뭔가 모르게 이율배반적인 이 부분에서 태영이 배울 때도 화가 치밀어 올랐던 부분이다.
결국, 아랫것들이 대드는 것은 못 봐주겠는데, 위라고 볼 수 있는 왕이 마음대로 하는 것도 못 봐주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유학을 가서 성리학을 배워 온 양반의 발상이었다.
못된 것들.
임금이 신하에게 예를 다하라고 했으면, 양반들도 양민들에게 예를 다해야 하는 거 아냐?
틀린 요구인가?
국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최승로가 주장하여 성종이 받아들인 시무 28조라는 것이 개혁이라기보다는 문벌 귀족이 등장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 아주 희한한 것이라고 했다.
문벌 귀족이란 것에 대해 태영이 이해한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나라는 망해도 자신들은 세력을 그대로 유지하며 대대손손 갑질을 하면서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사상으로 무장한 아주 싸가지 없는 족속들이다.
뭐, 그 모든 것이 선생님의 말씀이 진리로 통할 수밖에 없는 고등학생 때 배운 것이니 선생님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억울하게 노비가 된 사람들을 양민으로 되돌려준 법이 있어.”
“혹시 그것이 노비안검법이란 것입니까?”
“맞아. 억울하게 노비가 된 사람들을 양민으로 신분을 되돌려주는 법이었지.”
“그런데요?”
“이 최승로라는 벼슬아치가 노비환천법이라는 것을 만들어 노비안검법으로 양민이 된 사람들을 다시 노비로 만들어 버렸어.”
이 시대를 기준으로 무려 2백 년도 훨씬 이전에 만들어졌던 법들이지만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양민이 된 사람을 다시 노비로 만들어?
그걸 듣는 것만으로도 기가 찰 노릇이었는데, 막상 당하는 사람은 어땠을까?
“아, 그런 나쁜 사람이 있었습니까? 그런 사람이 백성들은 흰옷만 입어야 한다는 법을 만든 것입니까?”
말을 참 착하게 한다. 태영이라면 그런 나쁜 놈의 새끼는 잡아 죽여야 된다고 했을 텐데.
“그런 놈들이 생각하기에, 미천한 아랫것들이 글을 배워서 자기들의 잘못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따진다고 생각해 봐. 그놈들이 가만있을 것 같아?”
“나리, 아니 태영 씨가 막아 주실 거잖아요?”
태영이 조금은 흥분해서 격하게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정하연이 말했다.
아, 이 대목에서 왜 흥분한 것인지.
현대 사회에서의 태영은 이 시대를 기준으로 보면 평범한 양민이다. 아니, 어쩌면 노비와 양민의 중간쯤 될지도 모르겠다.
흙수저이니까.
그리고 정부나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료들 같은, 이 시대로 보면 양반인 것들의 작태에 화가 날 수밖에 없지만, 흥분하면 안 되는데.
“막아?”
“네, 이 총으로.”
정하연이 태영의 허리에 찬 권총과 제 허리에 찬 권총을 번갈아 툭툭 치면서 말했다.
“허, 그 사람들과 전쟁이라도 할까?”
“해야 한다면 해야죠. 우리가 우리 마을 사람들에게 글을 가르치는데 왜 못 하게 해요?”
어쭈, 제법 과격한 데도 있네. 권총이지만 총 몇 번 쏴 보더니 군인 다 된 것처럼 한다.
“우리 가병들, 불과 서른 몇 명으로 전쟁을 해?”
“고구려 유민들 데려올 거잖아요?”
“그 사람들 데려온 다음에 생각하자.”
그 사람들 언제 데려올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고, 또 데려와도 우리 동네 사람처럼 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그 지역 유민들을 데려오면, 이곳 사람들과 아무런 문제없이 어울리기까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사람이란 것이 기계로 찍어 내는 것이 아닌 이상, 인구 정책을 통하여 인구를 늘린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기 마련이니 유민들을 데려오면 한꺼번에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그들이 마을 사람들과 융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인구를 가장 빨리 늘리는 방법이다.
“그런데, 그것은 무엇입니까?”
설화를 써 준 종이를 놓고 읽으면서 힐끔힐끔 태영이 깎고 있는 펜대를 바라보았었는데, 이제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