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42
242. 에도의 고려인(5)
신녀들은 모두 예쁜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막부의 고위직이나 귀족들이 눈독을 들일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신사를 찾아오는 사람이 고려인도 있고, 왜인도 있어서 아이들에게 양쪽의 말을 다 가르쳤고, 신사의 특성상 교육을 제법 시킨 탓에 평안궁에 있던 궁인들 만큼이나 지식과 기본 소양이 높았다.
거기다 열여섯이면 성인인데, 열여덟이 되도록 남자의 손을 타지 않았다.
여기서는 귀족들에게 보내는 것이니, 좋은 일을 한다고 할 수도 있다. 방금 저 아이가 말한 것처럼.
아이들은 신분 상승의 기회가 되니, 따지고 보면 상부상조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다.
“소인은 그것이 싫사옵니다.”
지금 이 아이 송한이처럼 그것이 싫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왜?”
“그리되면, 고향으로는 영원히 되돌아갈 수도 없고, 설사 귀족에게 팔려 간다고 해도 왜국에서의 여인의 삶이 어떠한지 똑똑히 지켜보았습니다.”
이 상황에서도 고려 땅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왜인들이 여인을 대하는 것은 고려와는 또 다른 양상이다.
그러니 그런 생각을 하는 모양인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팔려 간 후에 버림을 받으면 어찌 될지도 모릅니다.”
흠, 그건 좀 심각한 일이네.
“어찌 될지 모르다니?”
“그 이후에 소식이 전해지는 이가 없어 아는 바가 없사옵니다.”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없단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저 아이들은 신사에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다.
이 시대에는 여인이 교육을 받아 총명해지는 것을 싫어했다.
총명해지면 마음대로 부리기가 불편해지니 당연한 것이다.
“그럼, 그렇게 될 바에야 차라리 죽음이 더 낫다?”
“네, 그러하옵니다.”
저 아이는 나름대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그리고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상대를 제대로 잡은 것이다.
서윤은 한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신녀는 여기 있는 아이들이 전부냐?”
“아니옵니다. 모두 스물한 명입니다.”
그럼, 나머지 열한 명이 더 있다는 말인데, 어떻게 할까?
“내일, 우리가 떠날 때 너희가 원하면 모두 데려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얼마간의 여행을 마친 후에 고려 땅으로 간다. 여기서 우리와 함께 가지 않을 사람은 내일 떠나기 전까지 자신의 뜻을 밝혀라. 우린 본인의 뜻대로 해 줄 것이다.”
“…….”
서윤의 말을 들은 아이들이 서윤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송한이의 눈에서 두 줄기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이곳을 떠날 때까지 신분이 이러니저러니 그런 이야기는 필요 없다.
“그리고 이미 들었겠지만, 이미 1년 전에 가마쿠라는 불탔고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대신, 왕실이 이곳에 들어와서 에도에 왕궁을 짓고 터를 잡게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그렇게 지시한 것이지, 왜국 왕실이 원한 것은 아니었다.”
***
“서윤아.”
태영은 팔베개를 하고 자신의 가슴에 한 손을 얹고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든 서윤의 볼을 만지며 불렀다.
“으응? 네?”
자신의 볼을 만지는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가져와 만지면서 대답했다.
“쉿.”
작게 대답했지만, 그래도 재빨리 손가락을 서윤의 입에 가져다 대면서 말소리를 낮출 것을 주문했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뭔가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서윤이 귓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물었다.
“쥐새끼 몇 마리가 숨어든 것 같은데.”
“인 쥐요?”
“응, 인 쥐.”
서윤은 몸을 일으키지도 않고 고개만 돌려서 조끼의 쇠버리가 든 주머니를 덮고 있는 덮개의 단추를 풀었다.
방 안에는 촛불도 켜져 있지 않고, 한밤중이라 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지만, 달빛이 창호를 넘어 들어와 약간의 부연 기운으로 희미하게 보였다.
누운 상태가 불편했는지 몸을 돌리며 태영의 몸에 반만 걸치고 엎드렸다.
“저쪽 방도 기웃거리나요?”
저쪽 방은 열 명의 신녀들이 잠들어 있다.
“아니, 우리 방만. 그리고 칼을 뽑는 소리가 들렸어.”
“우릴 죽이겠다는 뜻이네요.”
“그런 것 같아. 숨을 참는 것 같기는 한데, 제법 거칠어.”
“몇 미터쯤 돼요?”
“음, 저쪽 기둥 좌측 30센티, 우측 50센티. 각각 한 명이고, 거리는 8미터, 그리고 20미터쯤 지점에 한 명이 있는데 우측에 가렸어.”
“머리 위치가 가늠이 되죠?”
“응, 방바닥에서 1.2미터.”
핑~폭~ 피잉~폭~
태영의 입에서 높이에 대한 말이 나오자마자 쇠버리가 날아가는 소리와 동시에 창호가 뚫리는 소리가 들렸다.
쨍그랑~ 툭~쨍~
털썩~털썩~
칼이 떨어지는 소리가 먼저 들렸고, 이어서 누군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뒤쪽, 위치 이동 있나요?”
“1미터로 낮아졌고, 방향은 그대로, 숨은 거칠어졌어.”
핑~ 폭~
후두둑~
뒤쪽은 나무 옆이었던 모양이다.
칼 떨어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나뭇잎을 훑는 소리가 들린 후에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가 보실 거예요?”
“아니, 우리는 자고 있어서 아무것도 못 봤어.”
“음, 그러네요.”
두 시간쯤 지난 후에 누군가가 와서 시신을 둘러업고, 칼을 드는 소리와 바닥을 문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발자국 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
바닥을 문지르는 소리는 핏자국을 지운 것일까?
습격을 하려 한 이유는 뭘까?
궁금했지만, 칼끝을 들이밀면 죽인다는 것은 지켜졌으니 내일 떠나면 그만이다.
사람의 생각이 서도 다르듯이 태영이 본 스물한 명의 생각도 서로 달랐던 것 같다.
***
사시 정인 오전 열 시.
열 시 10분쯤 전에 태영 일행은 신사의 본당 앞에 모여 있었다.
그 전에 밖에 나갔을 때 일부러 어젯밤 습격자들이 들어오려 했던 곳을 가 보지는 않았다.
모르는 것으로 하기로 했으니까.
서윤의 옆에는 신녀들 중에 아홉이 외출 복장을 갖추고 서 있었다.
이제 그들이 이곳을 떠나면 더 이상 신녀는 아니지만, 아마도 배를 타기 전까지 왜국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그리 불리게 될 것이다.
“추운 사람은 말해. 갈 길이 머니까 따뜻하게 입어야 해.”
서윤이 한 명 한 명의 복장을 점검했다.
왜국도 목화가 들어오기 전이어서 솜옷은 없고, 짐승의 털을 넣어 누빈 옷이 그나마 따뜻한 옷이다.
“한이, 춥지 않아?”
“아니옵니다. 실장님. 춥지 않사옵니다.”
송한이는 정말 행복한 표정이다.
마치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난 사람의 표정이 저럴까 싶다.
어제저녁, 태영은 송한이와 이야기가 끝난 후 나머지 열한 명마저 불러오게 했다.
열한 명 중에 고려 여인으로 밝혀진 둘, 그리고 나머지는 애국의 여인들이었기에 혹시 이곳을 떠날 의사가 있는 사람은 이 방에 남아 있으라고 했다.
그 후에 서윤은 모두를 일대일로 개인 면담을 했다.
신녀가 되는 것이 싫다고 한 사람은 여덟 명, 모두 고려 여인이다.
그런데 왜국의 여인 중에 사야를 닮은 아이가, 신녀로 있는 것도 좋지만, 자신은 고려로 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고려말은 거의 못 할 정도였기에, 제대로 뜻을 전달하려면 누군가가 통역을 해 주어야 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게도 그 아이의 진짜 이름이 ‘사야(さや)’였다.
그냥 어릴 때부터 그렇게 불리기만 해서, 한자도 모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한자어로 사야(思若)라고 이름을 고쳐 주었다.
나이는 열여섯, 자신의 이름을 말한 적이 없는데도 태영이 이름을 불러 주자,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부모 형제도 없고,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모르는 고아다.
당연히 나이가 몇 살인지도 몰랐단다.
그걸 알 수는 없지만, 진실 여부를 캐낼 일은 아니었으니 상관없다.
“사야, 춥지 않아?”
서윤이 물었지만, 무슨 말인지 몰라서 잠시 멀뚱하던 사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사야는 먹고살기 위해 구걸을 하며 다니던 중에 신사에 와서 구걸을 하게 되었는데, 음식을 준 사람이 몇 가지를 물어본 뒤에 깨끗하게 씻겨서 신녀로 삼았단다.
신녀가 어떤 것인지도 몰랐고, 당시에는 그냥 배를 곯지 않아서 신사에 머무르게 되었고, 그것이 신녀가 된 이유의 전부였다.
열두 살부터 신녀가 될 수 있었는데, 자신은 나이가 몇 살인지도 몰랐다.
다만, 자신을 씻긴 사람이 ‘너는 이제 열두 살이다.’라고 했기에 그때부터 열두 살이 되었고, 이곳에서 4년을 보냈다는 것이다.
어제의 그 사람들이 본당 앞에서 서성이는 태영 일행을 보고 그곳으로 왔다.
어제보다 인원이 늘어서 마흔은 되어 보였고, 그중에는 여인도 있고 아이도 몇이 포함되어 있었다.
“편히 주무셨습니까?”
“아침은 드셨는지요?”
“방에서 기다리시지 않고.”
“혹시 셋은 어디에 있습니까?
질문에 대답할 사이도 없이 이 사람 저 사람이 한꺼번에 물어왔다.
“자, 중요한 용건만 정리하지.”
태영이 좌중을 향해 조금 높은 소리로 말했다.
“어떤 결정을 했는가?”
태영이 노인을 향해 물었다.
“이곳을 지키기로 결정했습니다.”
노인의 대답이었다.
“모두 다 떠나도 우리마저 떠날 수는 없어서 그리 결정했습니다.”
고진명이 말했다.
“모두 다 남는가?”
“아닙니다. 어제저녁에 집집마다 의사를 물었는데,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헤이안으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리 결정이 된 것이군.
“그럼, 남기로 했으니 이곳을 특별 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왜왕에게 전달하고, 가능한 모든 편의를 봐줄 수 있도록 말해 두겠다. 어제 말처럼 왜왕의 반대 진영에 합류하려는 군사들이 오늘 저녁 또는 내일쯤 이곳을 지나갈 수 있다. 그 점 알고 있도록.”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어제 그 여인들을 불러 개인별로 의사를 물었고, 우리와 함께 떠나겠다고 한 아홉 명은 우리가 데려간다. 이상.”
조금은 어안이 벙벙하고 야멸찬 눈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
“한이야.”
그곳으로부터 두 시간쯤 이동했을 때는 점심시간이 되었기에, 신사에서 준비해 준 주먹밥을 꺼내 점심으로 먹으면서 서윤이 송한이를 불렀다.
“네, 실장님.”
이제 저 아이가 서윤을 부르는 호칭이 바뀌었다.
그런데 대답하는 아이의 말이 떨리는 것을 보니, 그사이에 주먹밥이 차가워져서 찬밥을 먹기 때문에 그런 듯했다.
“어디 가서 더운물을 좀 구해 올 테니 아이들하고 잠시 있어.”
서윤이 송한이를 부르는 중에 태영이 말을 자르고 말했다.
“네.”
후우웅~
태영은 멀리 보이는 민가로 달려가 집집마다 다니며 솥에 물을 끓이고 있는 집을 찾아다녔다.
조금 부유한 집으로 보이는 곳에서 물을 끓이고 있는 듯했기에 다짜고짜 그곳으로 뛰어들어, 한곳에 있는 커다란 나무 물통에 물을 퍼 담았다.
그 집 안의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무 물통에 역시 나무로 만든 국자 하나를 집어넣고, 손에는 추가로 그릇을 손에 잡히는 만큼 들고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자, 솥에서 끓고 있던 맑은 물이니 먹어도 될 거야. 이거 먹고 몸을 따뜻하게 하도록 해.”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끓고 있는 물이 못 먹는 물은 아닐 것이다.
송한이가 국자로 물을 떠서 그릇에 담아 태영에게 주었다.
저희부터 먹지 않고, 태영에게 먼저 주는 모습이 대견하다 생각이 들었지만, 태영은 받아서 서윤에게 먼저 주었다.
송한이는 남아 있는 그릇 다섯 개에 물을 담아 한 명씩 돌렸다.
제가 가장 언니라 들었는데, 저는 마시지 않고 아이들부터 물을 준다.
뜨거워서 그랬는지 모두 물을 마시는 데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실장님, 아까 대장님이 따뜻한 물을 구하러 가시기 전에 왜 부르셨는지요?”
더운물을 마셔서 볼이 발개진 송한이가 입에서 김을 후 불고, 자신의 볼을 한번 비비더니 바른 자세로 서서 서윤에게 물었다.
“그래, 어젯밤에 우리를 공격하려 한 사람이 있었거든. 혹시 이유를 알아?”
“실장님을 공격하려 하였다구요?”
“응. 셋이었는데, 모두 저승으로 보내 줬어.”
“저는 전혀 몰랐는데요?”
“모두 몰랐을걸?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짐작되는 이유라도 있어?”
“음.”
송한이는 대답 대신 함께 가는 일행들을 한번 둘러보았지만, 고려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야를 제외하고는 모두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눈을 빛내고 입을 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가마쿠라에 가신으로 들어간 이들이 제법 있습니다.”
가신?
가마쿠라의 가신으로 갔다?
이들도 왜국의 실세와 타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타협인데, 그것을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
“지난번 가마쿠라를 태울 때, 가마쿠라로 간 사람들은 모두 거기에서 죽었지요. 나중에 사람들이 그곳에 가서 살펴봤지만, 백골이 된 유골이 서로 섞여 있고 그마저 모두 타서 수습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합니다. 그 일로 인해 집집마다 통곡 소리가 한참 동안 들렸었지요. 이유라면 그것이 짐작되기는 합니다.”
한이는 그 말을 하면서 한번 눈을 돌려 태영을 보기는 했다.
“그래, 왜 그랬는지 확인할 필요는 없지만, 무슨 이유인지 짐작만이라도 하고 싶었으니, 그 정도면 충분하다.”
“네, 대장님.”
“너희들 대부분 오사카나 헤이안에서 팔려 왔다고 했는데, 나중에 우리가 오사카나 헤이안에서 하루쯤 지내게 될 것이다.”
태영의 말이 끝나자, 서윤이 말을 꺼냈다.
이들은 자신들의 고향에서 잡혀 와서 오사카나 헤이안에 잠시 머물렀다고 했다.
그곳이 그곳인지 아니었는지 당연히 몰랐지만, 그것도 세월이 지나면서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곳이 오사카와 헤이안인 줄 알았단다.
그리고 꽤 많이 잡혀 온 중에 예쁜 아이들만 골라져서 다시 며칠을 이동한 곳이 이곳이란다.
“지난해에 우리가 헤이안에서 고려로부터 잡혀 온 여인 383명을 구했고, 일부는 헤이안에 남았고, 그중에 351명은 사포로 갔다.”
“남은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인지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잡혀 온 지 오래된 사람들이 많다. 이미 세월이 너무나 많이 지나서, 이제는 돌아갈 수가 없다고 하더구나. 아무튼, 내가 그 말을 하는 이유는 혹시 오사카나 헤이안에 남고 싶으면 이야기하라는 뜻이다. 남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으면 너희는 모두 사포로 가게 된다. 참고로 말하지만, 사포는 아주 좋은 곳이다.”
몇 사람이 서윤을 쳐다보았지만,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자, 힘들겠지만, 오늘 해 넘어가기 전에 배에 도착해야 한다. 그만 출발하자.”
“네, 실장님.”
이들을 데리고 바닷가까지 가려면 140리, 56킬로를 가야 한다.
바닷가에 도착해야 흑룡호가 있으니 갈 길이 제법 멀다.
태영과 서윤만 간다면, 태영이 업고 달리면 되지만, 아홉 명을 업고 갈 방법은 없으니 태영도 서윤도 이들과 함께 걸을 뿐이었다.
“대장님, 저기 드론.”
일어서려는데 창공에 드론이 보였다.
“어, 그러네.”
서윤이 일어서서 창공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가만, 드론 옆에 쪽지가 붙은 것 같은데?”
“전달 사항이 있는 모양입니다. 제가 쪽지만 떼어 오겠습니다.”
“그래.”
서윤은 몸을 부양시켰다.
창공 30미터쯤에 드론이 있기에 거기까지 올라갔다.
어? 어어어어~
하늘을 날아~
어윽~
실장님이 하늘로 날아올라~
다들 놀라는 외침과 함께 그 놀라움을 입 밖으로 내었다.
“현 위치 남쪽, 24킬로 지점, 유시완 이잔디. 무전기 보유하고 북상 중.”
드론을 움직여 공중에 글씨를 써서 전달하기는 내용이 좀 길기는 했다.
그래서 드론에 쪽지를 매달아 보낸 모양이다.
“우리가 8킬로쯤 내려왔나?”
“대략 6킬로쯤.”
“그래? 여차하면, 가다가 어딘가에서 숙박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해 넘어가기 전에 좀 쓸 만한 집이 보이면 압수하기로 하자.”
“네, 애들이라 발걸음이 느려서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오전 열 시 반쯤에 출발해서 한 시간 반 동안 6킬로를 이동했으면 느리긴 했다.
“자, 가자.”
태영의 말에 신녀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실장님, 저희도 그거 배울 수 있사옵니까?”
막 발걸음을 움직이던 아이가 물었다.
“그거?”
“하늘로 날아오르는 거 말입니다.”
“묘운아, 이건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그럼, 실장님은 어떻게요?”
“내가 조금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가능한 것일 뿐이야. 대신 사포에서 여군이 될 수는 있는데, 여군이 되면 좀 다른 걸 배울 수 있단다.”
“좀 다른 건 어떤 것인지요?”
“잠깐 기다려 봐. 대장님 소총 좀 줘 보세요.”
“그래.”
태영은 소총을 벗어서 서윤에게 건네주었다.
“자, 다들 잘 봐. 저기 나무에 새 몇 마리가 보이지?”
“네, 보입니다.”
서윤은 나무 위에 앉은 검은 새 한 마리를 겨냥했다.
탕~
으아아악, 으헉, 아악~
총소리가 들리자마자 난리가 아니었지만, 아무 일도 없자 모두들 계면쩍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