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46
246. 탐사 여정(2)
“저들이 배를 세우라는 신호를 보내는데, 아무래도 우리를 어떻게 해 볼 심산인 것 같습니다.”
뱃전에서 깃발을 든 병사가 태영도 익히 알고 있는 송나라 신호 방식으로 정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 그래 보인다. 송나라 수군 같은데.”
아직도 항구까지는 제법 거리가 남았는데, 흑룡호의 앞을 가로막는 한 척의 큰 배와 조금 작은 다섯 척의 배가 있고, 그 배에는 무장을 갖춘 병사들이 이곳을 보고 있는 모습이 쌍안경에 잡혔다.
“네, 수군 맞습니다.”
“혹시 모르니, 전투 준비 신호를 보내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네,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함장 박숙전과 연대장 김처인이 거의 동시에 대답했고 내부의 신호관을 통해 전투 준비를 알리는 신호를 타종했다.
김처인은 함교를 빠져나가며, 상황병을 불렀다.
“진이는 해안선을 따라 수군으로 보이는 것이 있는지 정찰을 해 보도록 해.”
“네, 대장님.”
“저거, 차륜선인데요.”
태영이 유진이에게 지시를 내리는 걸 기다리던 박숙전이 쌍안경에서 눈을 떼며 전방의 배를 가리켰다.
차륜선?
명주에서는 보지 못했던 특이한 모양의 병선이다.
“노가 보이지 않고, 배 옆구리에 저거 뭐야 물레방아인가?”
“네, 저 큰 배는 차륜선이구요, 조금 작은 것은 뭐라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참 재미있게 생겼다.
배 옆구리에 달린 저 물레방아, 아니 방아가 없는 물바퀴인데 철제로 보이지는 않고, 단단한 목재로 보였다.
전투에서 저것만 부숴 버리면 저 배는 그냥 떠다니는 작은 섬이 될 것 같았다.
“한데, 저 배는 병력을 많이 태울 수 있지만, 만들기가 어렵고 속도가 안 나와서 별로 장점이 없습니다.”
박숙전의 설명도 설명이지만, 정말 배는 느렸다.
저렇게 양쪽에 물레방아를 달아서 안에서 발로 밟아서 돌리는 모양인데, 저렇게 해서는 속도가 날 리가 없다.
그런데 박숙전도 수군에 근무했던 경력이 있긴 하지만, 송나라의 차륜선을 어찌 알지?
고개를 돌려 갑판을 보자, 병사들이 화살 방어막을 올리고 중기관총 사수와 부사수가 총을 가리는 뚜껑은 벗긴 상태로, 아직 천으로 된 막은 걷어 내지 않은 채 장탄을 하고 있었다.
천으로 된 막을 걷어 내는 것과 상관없이 언제라도 중기관총은 발사가 가능하다.
“대장님, 저 차륜선이라고 하는 것이 네 척 더 있습니다.”
그때 유진이의 보고가 있었다.
“그놈들도 우리 쪽으로 움직이나?”
“아직은 아닙니다.”
“다른 곳으로 연락하러 가는 배는?”
“역시, 아직은 없습니다.”
“조용히 지나갈 예정이었는데, 뭔가 시비를 거는 것 같죠?”
유진이의 대답을 들은 서윤이 가볍게 웃으며 태영에게 말했다.
“그러게, 확실히 시비를 거는 것으로 보이네. 그리고 저 정도 규모로 우리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차륜선은 항구에서 흑룡호 쪽으로 다가왔고, 흑룡호는 항구로 들어가는 길이니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속도가 빨라졌다.
명주에 처음 입항할 때는 시박에서 나와서 인솔하듯 했는데, 여긴 시비부터 걸려고 했다.
“把船停, 停船. (배를 멈춰라, 배 세워.)”
배를 세우라는 고함 소리가 들렸지만, 흑룡호의 선두에 위용을 자랑하며 까만색의 파가기가 겁이 난 것인지 그래도 배를 정면으로 막아서지는 않았다.
“세우지 않으실 거죠?”
“뱃고동 몇 번 울리고, 배의 속도를 아주 천천히 늦추면서 세우는 시늉을 해. 끝까지 따라오면 1킬로쯤 가서 세우는 거로 하고.”
“네.”
부우우우우웅~ 부우우웅~ 부우우웅~
함장이 길게 뱃고동을 세 번을 울리자 배는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흑룡호가 속도를 줄였지만, 그래도 차륜선으로서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따라올 수 없는 속도다.
인력인지 아니면 소나 말을 태워서 그들이 밟는 힘으로 차륜선의 물바퀴를 돌리는지는 몰라도 증기 터빈으로 돌리는 두 개의 초대형 스크루로 가는 배와는 비교할 수 없다.
흑룡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멈추어 섰다.
차륜선이 흑룡호의 옆으로 천천히 붙었고, 옆으로 30미터쯤 간격을 두고 배를 세웠다.
정규하가 차륜선이 가장 가까이 보이는 갑판의 난간으로 나갔고, 그 옆에는 몇 명의 병사가 호위 중이었다.
정규하가 상단의 행수 자격이니, 이런 때는 자신이 나서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앞이 유난히 높은 차륜선의 상갑판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곳에 여러 명의 수군 병사가 서 있었고, 갖추고 있는 복장으로 봐서 대부분 계급이 높은 모양이었다.
그 중앙에 방패를 사방에 에워싼 자가 가슴 위만 내놓고 있었다.
죽기 싫은 건지, 겁이 많은 건지.
송나라 수군의 편제가 어찌 되는지 모르겠지만, 주양세를 데리고 왔으면 쉽게 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어디서 오는 배냐?”
방패로 온몸을 두르고 있는 자의 앞쪽에 서 있는 여럿의 고위 무관 중의 한 명이 물었다.
흑룡호의 선고가 워낙 높다 보니, 저자들은 상갑판이라고 하지만, 정규하가 서 있는 갑판의 위치보다 한참이나 낮은 탓에 위로 올려다보고 소리치는 모습이었다.
“고려에서 왔다.”
정규하가 갑판의 가장자리인 화살 방어막 곁에 서서 송나라 수군을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며 제법 근엄하게, 그리고 고압적으로 소리치는 것이지만, 서 있는 위치가 낮은 탓에 고압적인 모습은 묘하게 개그를 하는 것 같다.
태영은 함교의 문을 열고 난간으로 나가서 함교를 등지고 기대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고려에서 이 먼 곳까지 왜 왔나?”
고려에서 여기가 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왜 왔느냐고 묻다니 미친 거 아냐?
“우리가 왜 왔는지를 묻기 전에, 너희는 왜 우리 배를 세웠느냐?”
그래, 그렇게 말하는 거야.
정규하가 행수 자격으로 송나라를 꽤 많이 왔다 갔다 하더니 이젠 제법이다.
정규하에게 말했던 무관이 방패를 넘어서 상급자에게 작은 목소리로 뭐라고 말을 하자, 상급자가 다시 한번 흑룡호의 선두부터 선미까지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 자기 앞의 무관 둘에게 큰 소리로 명령했다.
“적으로 의심된다. 추포하라, 그리고 배는 압수하라.”
추포를 해?
적으로 의심된다고?
그리고 배를 압수하라니.
이것들이 뭘 잘못 처 드셨나?
이 시대에 군부에서 저렇게 이유도 묻지 않고 추포를 하면, 없는 죄도 만들어지고, 그다음은 사형이 아닐까?
장군으로 보이는 저자가 흑룡호의 앞부터 뒤까지 시선이 스쳐 가던 모습으로 봐서는 배가 욕심나는 듯했다.
가져가 봐야 우리 사람들이 없으면 운용하지도 못할 거면서.
그 명령을 받은, 앞에 선 무관 한 명이 지휘봉을 꺼내 수평 상태로 앞으로 착 내밀더니 위로 수직으로 세웠다.
“$%”
그리고 흑룡호를 향해서 제 딴에는 지휘봉을 멋있게 뻗으며 소리쳤다.
외마디로 외치는 것 같은데, 태영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전투 용어, 뭐 그런 건가?
잠시 후 적선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활을 든 궁사들 50여 명이 뱃전에 나란히 늘어섰다.
그리고 뒤쪽에는 줄이 달린 갈고리를 든 병사들과 또 그 뒤에는 칼과 창, 메이스 비슷한 무기와 도끼 같은 것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도열했다.
“활 쏘고, 갈고리로 배를 걸어 당겨서 이쪽으로 건너온 뒤 다 죽이겠다는 거네.”
“네, 추포라고 말하고, 죽이라고 알아듣는다. 뭐 그런 거겠죠?”
태영이 학생 시절에 저런 식의 말을 들었던 적이 있어서 언젠가 한 번 써먹었더니 서윤이 그걸 흉내 내서 말했다.
궁사들이 서긴 했지만, 활에 화살을 재었을 뿐, 활을 들어 올리지 않았다.
아마도 다음 명령을 기다리는 듯했다.
틱~
“일단, 저 둘을 보내 버리지.”
태영이 엄지와 중지를 튕겨서 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잔디야 들었지?”
서윤의 말에 함교의 지붕에서 가볍게 지붕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함교의 지붕에는 저격총을 든 세 명이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딱~딱~
곧이어 소음기가 장착된 총에서 공이 치는 작은 소리가 두 번 연속으로 올렸다.
팅~ 똑또르르르~ 팅~ 또르르~
그리고 뒤이어 탄피가 튀는 소리와 함께 함교의 지붕에 탄피가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패로 몸을 에워싸고 있던 자의 몸이 뒤로 스르르 넘어지며 방패 아래로 사라졌고, 지휘봉을 들고 멋있게 폼을 잡던 자는 상갑판에서 자세가 기울어지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기본적인 생필품과 연료를 조달한 후에 조용히 떠날 예정이었기에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선이다.
그런데 추포를 해?
그래도 잠시 참기로 하고, 어쨌거나 칼을 겨누는 자를 그냥 둘 수는 없으니, 명령을 내리는 지휘관 둘을 날려 버렸다.
여기서 저들이 더 공격을 해 올 의사를 보이면 큰 싸움이 되거나 말거나 모조리 수장시킬 것이다.
다음 명령을 기다리던 수군 병사들이 상갑판에서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자를 쳐다보다가 몇 사람이 우르르 그쪽으로 갔고, 정규하에게 소리치던 수군 무관은 방패 안쪽의 지휘관이 사라지자 방패를 급히 치우며 그 안쪽으로 허리를 숙였다.
전투가 시작될 상황이 되자 정규하는 뒤로 빠지고 김처인이 그 자리에 대신 섰다.
“자, 다음을 어떻게 하는지 볼까?”
“지금 정신이 없지 않을까요?”
전쟁 중에 최상위 지휘관이 죽으면 차상위자가 바로 이어받거나 우왕좌왕하다가 괴멸되거나 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전쟁 중이 아니다.
그냥 양쪽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다.
“아, 아나이스에게 들은 이야기인데요.”
“응.”
“송나라에서는 개인이 일정 이상의 재산을 가지면, 나라에서 압수하는 제도가 있다네요.”
“그래?”
그런 것이 있었나?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의도와 상관없이 중국 역사를 조금씩 알게 되기는 해도, 방대한 중국 역사를 생각해 보면, 태영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었다.
그러니 그런 제도가 있었는지 알게 뭐람.
“네, 그래서 아나이스도 선화 상단의 주인을 여럿으로 위장하고 있다고 했어요.”
“실제로는?”
“실제로는 아나이스 개인 소유라고 해요.”
“하긴, 왕이나 황제가 다스리는 곳에서는 그곳의 땅은 모두가 왕이나 황제 거야.”
“땅문서 있지 않나요?”
“그건 점유하고 있다는 서류이지, 그 사람의 소유라는 의미는 아니야.”
“그래요? 처음 알았어요.”
“응, 그래서 나라에서 왕이나 황제가 땅 내놔, 하면 돌려줘야 해.”
토지에 대한 개인 소유권을 인정해 주기 시작한 것은 17세기에서 19세기에 걸친 긴 역사 동안 아주 천천히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들은 것 같다.
대한민국 땅에서는 유감스럽게도 일제 강점기 때, 일제가 토지를 수탈하기 위해 토지 조사 사업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다.
그전까지는 토지의 개인 소유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서류로 정리된 것들이 제대로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나라의 모든 땅은 묵시적으로 왕의 것이니, 서류에 기록된 권리자가 없으면 그건 무조건 왕의 것인데, 기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일본 놈들에게 다 빼앗겼을 것이다.
21세기의 현대에서,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토지의 개인 소유권을 인정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토지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다.
그 외에 몽골과 베트남도 역시 토지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로 알고 있다.
그곳에서는 땅을 정부로부터 사용권을 취득하여 빌려 쓰는 것일 뿐이다.
중국에서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그것은 21세기이지만, 고대의 왕정 국가와 마찬가지로 국민을 아주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이다.
토지 소유권을 주지 않으면, 말 안 듣는 사람은 살고 있는 땅 위에서 마음대로 쫓아낼 수 있고, 쫓겨난 사람은 갈 곳이 없다.
“잔디야, 아직 저 상갑판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네 명 보내라.”
태영은 적선을 계속 바라보다가 아무래도 다음 계급의 무관이 지휘를 이어받으려 한다는 생각이 들자 조용히 말했다.
“네, 대장님.”
함교의 지붕에서 작은 목소리의 대답이 들렸다.
딱, 따닥, 딱~
팅, 또르르르~
공이 소리, 탄피가 떨어지며 구르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려왔다.
그러곤 상갑판에서 무언가를 하려던 무관들이 머리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주위에 있는 작은 배들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갑자기 상갑판의 무관들이 그냥 죽어 나가자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그러게 왜 남의 것을 이유 없이 탐내는 거야?”
“진이야, 다른 움직임은?”
서윤이 함교의 안쪽으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다른 곳의 움직임은 없습니다.”
“함장, 입항하지.”
“네, 그리하겠습니다.”
부웅~부우우우우웅~
흑룡호가 긴 고동을 울렸다.
별일 없으면 가겠다는 신호 정도였지만 저쪽에서는 배 안에서만 부산할 뿐 배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정신없을 것이다.
전투가 벌어진 것도 아니고, 공격받은 것도 아니며, 공격을 하려다가 까닭 없이 수군의 지휘관급 여섯 명이 그냥 죽어 버렸으니 정신을 차리는 것이 이상하지.
잠시 후 천천히 천주 항으로 들어갔지만, 송나라 수군은 정지 신호도 없고, 뒤따라오지도 않았다.
배를 접안할 수 있는 잔교는 어디나 그렇듯이 이 시대의 주력 어선들인 0.5톤급의 소형 선박에서부터 5톤급 정도까지의 어선들은 별문제 없이 접안이 가능하지만,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큰 배는 접안할 곳이 마땅치 않다.
해안선 일부를 따라 넓게 펼쳐진 상가가 보이고 길게 뻗어 해안으로 나온 잔교는 제법 넓어서 마차 두 대가 엇갈리게 지나갈 정도로 넓었다.
역시, 중국 땅에서 이름에 주(州)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큰 도시다.
상인들이나 행인들이나 모두 물건은 쳐다보지 않고 입항 중인 흑룡호를 쳐다보기 바빴다.
부우우우웅~
흑룡호가 잔교의 끝부분에 뱃머리를 가져다 댔다.
잔교 위에 배를 고정하기 위한 나무 기둥이 서 있었다.
이만한 배가 바람에 밀리면 잔교는 그냥 뜯겨 나가 버리겠지만, 묶기는 해야 한다.
갑판원 한 명이 뱃머리에서 배를 고정하기 위해 잔교의 기둥을 향해 줄을 던졌지만, 나무 기둥에 걸리지 않았다.
잔교 위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때까지 아무도 줄을 기둥에 묶어 주기 위해 움직이지 않았다.
갑판원은 뱃머리에 있는 다른 줄을 타고 내려가더니 줄을 잡고 몸을 흔들어서 그 움직임을 이용해 뛰어서 잔교에 착지했다.
텃세가 심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 대해 인색하다는 말일 것이다.
갑판원이 잔교의 기둥에 자신이 던진 줄을 매었다.
“어디서 오셨소?”
“고려의 사포 상단이오.”
태영이 갑판에 서서 내려다보는데, 배에서 내린 정규하와 김비주가 시박에서 나온 관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정규하의 뒤에는 소대장 한 명이 병사 다섯을 데리고 호위를 서고 있었고, 박해월도 그 옆에 서 있었다.
기중기를 통해서 거울 열 상자, 200개와 큰 유리와 작은 유리가 각각 50상자 2,500개씩 해서 5천 개가 내려졌다.
곧이어 미백용화유와 미유신수도 내려질 것이다.
“단가표 줬지?”
“네, 거울은 2,100냥, 유리 작은 것 90냥, 큰 거 250냥, 미백용화유는 250냥, 미유신수 250냥 이렇게요. 이거 굉장히 비싼데, 하루 만에 팔 수 있을까요?”
이곳은 거리가 멀어 운송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모든 품목의 판매가를 높였었다.
“단가를 더 높이라고 해.”
무역항인데 외부인에게 배타적이라면, 돈이라도 더 받아야지.
사기 싫으면 말고.
뺏으려 들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만, 그럼 잘못 건드리는 거지.
그러기만 해 봐, 결과가 어찌 되는지.
“지금 이 단가도 높은데, 더요?”
“응.”
“알겠습니다. 그런데 얼마로 할까요?”
“거울 2,500냥 작은 유리 110냥, 큰 유리 300냥, 미백용화유 300냥, 미유신수 300냥.”
명주의 판매가보다 거울은 1천 냥을 높이고, 작은 유리 40냥, 큰 유리 100냥, 용화유와 신수는 두 배로 높인 셈이다.
“우와, 이렇게나 많이요?”
“응.”
“안 팔려도 상관없는 거죠?”
“미백용화유와 미유신수는 선화 상단에서 이곳까지 판매망을 넓혔는지 모르지만, 거울과 유리는 이미 소문이 났을 테니 어려움이 없을 거야. 안 팔리면 다시 싣고 가면 돼.”
서윤이 유진이를 불러 정규하에게 그렇게 전달하라고 시켰다.
정규하 옆에 서 있는 김비주가 무전기 한 대를 들고 있으니 곧바로 전달되었다.
21세기에서 이 시대로 날아오면서 함께 오게 된 5대의 무전기는 아직 동작이 잘되고, 탐사단이 3개를 들고 왔다.
“대장님.”
함교 안에서 유진이가 불렀다.
“왜?”
“좌측에서 군사 백 명 정도가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혹시, 아까 그 차륜선 곁에 있던 배들 중에 항만 안으로 들어온 배가 있어?”
“네, 그중에 한 척이 좌측의 수군 병영으로 20분쯤 전에 들어갔고, 차륜선과 주위에 있던 다른 병선들도 입항하고 있는 중입니다.”
만일 그 배의 연락을 받고 잡으러 오는 것이라면 행동이 무척 빠른 편이다.
“알았어. 한판 뜨자고 하면 한판 뜨지 뭐, 그리고 혹시 변화가 있으면 무전기로 신호 보내 줘.”
“네, 대장님.”
“제가 갈게요.”
태영이 움직이는데 서윤이 따라붙었다.
“같이 가.”
태영이 서윤과 함께 줄에 매달려서 잔교로 내려갔다.
그냥 뛰어내리면 되고, 서윤은 염력으로 자신을 부양시켜 내려가면 되는데, 잔교에 사람도 많고, 관원들도 있어서 이런 쇼맨십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에잇, 짜증 나.
서윤은 줄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이며 하선했지만, 줄에는 손가락 한 개만 걸려 있었다.
에잇, 그래도 짜증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