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52
252. 귀환(1)
이게 무슨 소리야?
수마트라에서 피디지를 만져 본 것도 아니고, 그곳에서 짐을 들고 올 때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파키스탄의 카라치에서 발견한 당근 수십 가마니와 몇 가마니의 씨앗을 사서 흑룡호에 올릴 때 염력으로 올렸다.
아랍 에미리트에서 노천 유전을 발견하여 땅에서 솟아올라 호수처럼 고여 있는 원유 호수를 부양으로 건너갔다 온 적도 있었다.
미리 준비해 두었던 기름통에 그곳의 원유를 채워 흑룡호에 실어 올린 것은 서윤이 염력을 사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중으로 몸을 띄워 올려 많은 지역을 훑어서 커피콩 나무를 발견하고, 몇 가마니나 되는 볶은 커피콩을 원주민에게서 받고, 냉장고의 바닷가재를 대신 건네주었다.
커피나무를 흙째로 이식을 위해 떠 왔고, 생 커피콩도 충분히 확보했다.
그것은 순전히 서윤의 염력에 의한 공중 부양 능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태영이 그려 준 수박 그림을 들고, 그것을 해안에서 육지로 몇 번씩 다녀오면서 결국은 수박을 찾아내었고, 지금 저온 창고에는 몇 백 덩이의 수박이 쌓여 있었다.
그것도 서윤의 염력에 의한 공중 부양 능력 덕이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도 창공으로 올라 섬 전체를 둘러보기도 했다.
서윤의 공중 부양 능력은 페르시아 일대에서도, 아프리카에서도 대단히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염력이 안 되다니.
태영은 서윤의 몸을 밀어서 얼굴이 마주하도록 돌려 앉혔다.
“진짜? 진짜 염력이 안 돼?”
“네, 갑자기 안 돼요.”
“언제부터?”
“음.”
아우, 답답하게 하네.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천천히 말하면서 어떤 감흥을 즐기려는 듯한 표정이 보이긴 하는데, 뜸을 들이니 답답했다.
“언제부터?”
“그게 정확하지는 않은데, 제가 느낀 것은 사흘쯤 전부터요.”
“이유가 뭔지 짐작이 돼?”
“네.”
“그래?”
“으응, 짐작되는 바가 있어요.”
짐작도 안 될 줄 알았는데, 짐작이 된단다.
처음부터 이유를 알고 있을 것 같다는 짐작을 했는데, 태영을 놀리면서 은근히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단 말이지.
“뭔데, 이유가 뭐야?”
태영의 질문에 서윤이 대답 대신 싱긋 웃으며 태영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태영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마침내 입을 떼었다.
“……아기.”
“……뭐?”
“아기가 찾아왔어요.”
그러면서 자신의 아랫배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염력이 안 돼요.”
태영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서윤을 힘껏 끌어안았다.
“아, 숨.”
숨이 막히는 모양이다.
“아, 그래 미안. 미안, 너무 반가워서, 그리고 너무 좋아서.”
“진짜?”
“돌아가자.”
품에 꼭 안았던 서윤의 얼굴이 보이자 태영은 한마디로 말했다.
태영은 함교 지붕 위에서 서윤과 얼싸안은 채 춤을 추고 싶었지만, 지붕인 탓에 그것까지는 차마 못 했다.
갑자기 염력이 안 된다는 것을 느낀 지 삼 일, 그래서 몸이 이상한 듯해서 진맥을 해 보았더니 임신이라고 알려 주었단다.
“너무 좋아하는 거 같아.”
서윤도 만면에 웃음을 띠고 말했다.
“그럼, 당연하지.”
“염력이 안 되는 것이 좀, 아니 많이 아쉬운데.”
“물론, 나도 아쉬워. 그렇지만 그것보다 아기가 생겼다는 것이 더 기뻐.”
“진짜요?”
“그럼. 그리고 혹시 모르잖아?”
“뭘요?”
“아기를 낳고 나면, 다시 되돌아올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혹시 돌아오지 않아도 상관없어. 애기보다 중요하지는 않으니까.”
“알았어요, 그럼 실망하지 않을게요.”
똑똑~
태영은 함교의 지붕을 두드렸다.
“대장님, 부르셨습니까?”
박해월이 함교의 난간으로 나와 함교 지붕에 턱걸이를 하며 물었다.
그 뒤에서 박해나가 얼굴을 쏙 내밀었다.
“돌아가자. 함장에게 마다가스카르 안치라나나로 항로를 바꾸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탐사반에 연락해서 이제 더 이상 작업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네, 전달하겠습니다.”
잠시 후, 유진이가 함교에서 나왔다.
“유진이, 우리가 떠난 지 며칠 지났지?”
“2차 출발일로부터 105일째입니다.”
그렇다면, 석 달 반이 흘렀다는 말인데.
맞다. 지금이 4월 초이지.
“다른 지시 사항 있으십니까?”
태영이 아무 말이 없자 유진이가 물었다.
“없다. 탐사반 가는 길이지?”
“네, 그렇습니다. 추가 지시 사항 없으면 탐사반으로 가겠습니다.”
“그래.”
대답을 하자, 약식의 거수경례를 한 유진이는 해나의 손을 이끌고 탐사반으로 달려갔다.
이미 배는 완만하게 회전하며 항로를 변경하고 있었다.
“진짜, 그냥 돌아가요?”
“응, 서윤이 아기를 가졌는데 더 이상 여행은 안 되지. 무조건 돌아가야지.”
태영이 몸을 일으켰다.
“어디 가시게요?”
“응, 기관실에. 거기 가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어.”
“가요, 그럼.”
기관실 부근에 있는 선실은 모두 기관실 병사들의 선실이다.
웅웅웅웅웅우우우웅~
기관실의 문 앞으로 오자 외부에서 듣는 것보다 큰 소리의 엔진 소음이 묵직하게 귀를 파고들었다.
기관실의 문은 반쯤 열려 있고, 전구에 불이 들어와 기관실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기관장 있나?”
기관실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어서 오십시오, 대장님.”
병사 한 명이 귀에서 귀마개를 빼내며 말했다.
“문 활짝 열고 환기 좀 시키고 살아라. 환기 안 시키면 안 된다니까.”
“네, 조금 전에 항로를 바꾸면서 반쯤 닫힌 겁니다.”
“그래, 기관장은?”
“보조 기관실에서 시험하느라 거기에 계실 겁니다.”
“그래, 알았다.”
태영은 걸음을 옮겨 보조 기관실로 갔다.
그곳에는 기관실 병사 다섯 명이 기관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장님, 오셨습니까?”
“그래, 다들 뭐해?”
“대장님이 그 원유로 시험해 보라고 하신 것이 결과가 거의 나와서 정리하는 중이었습니다.”
“결과가 어때?”
“관을 통해서 화로의 바닥에 원유를 흘려 넣고 화력 시험을 해 보니까 화력이 아주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는 말이지?”
“네, 시험한 양이 적어서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만, 기관에 원유를 흘려 넣고 태워서 그것으로 기관을 돌렸을 때, 현재 실려 있는 양으로 산정하면 5천 킬로 정도는 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게나 많이?
배에 실린 짐이 많지 않아서 그런가?
생각보다 꽤 멀리 간다.
그럼 정리를 해야겠다.
“잠시 후, 함교 앞 갑판으로 와. 의논 좀 하게.”
“네. 알겠습니다.”
기름통을 좀 많이 실을걸.
아, 실을 자리가 없었구나.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 정도로 5천 킬로를 갈수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지.
정유를 해서 경유를 때면 어떨지 모르지만, 배에는 그런 시설이 있을 리 없으니 정유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원유면 어떻고, 경유면 어떤가?
마다가스카르에서 연료를 보충하고, 물도 보충하고 바로 직선 항로를 택하면 된다.
“고설하.”
태영의 움직임을 보고 따라나선 고설하와 송한이가 옆에 있어서 고설하를 불렀다.
성이 없었기에 홍콩에 있을 당시에 고구리인이라고 했으니, 고씨로 하라고 성을 지어 주었다.
“네, 대장님.”
“강보천하고, 장규본, 전성이 세 사람 불러서 함교 앞 갑판으로 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그때 서윤이 고설하에게 귀엣말로 무언가를 시켰다.
“왜?”
“아무것도, 그냥 먹고 싶은 것이 있어서 설하에게 몇 개 가져오라고 했어요.”
“송한이.”
“네, 대장님.”
“탐사반에 가서 눈이 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대장님.”
저 둘과 박해나까지 비서실 소속이 되어서 비서실 식구가 제법 늘었고, 거의 넉 달 가까이 함께 생활하면서 이젠 비서의 역할을 제법 잘했다.
앞 갑판에 서서 함교를 보고 손짓하자, 박해월의 얼굴이 쏙 나왔다.
“함장하고, 항해사 내려오라고 해. 연대장도 오라고 하고.”
“네, 대장님.”
태영과 서윤이 먼저 갑판의 의자에 앉자 배의 후미에서, 고설하를 선두로 강보천 등이 뒤따라왔고 그 뒤에 송한이는 눈이와 유진이, 박해나가 함께 오고 있었다.
고설하의 손에는 보자기가 들려 있고, 묵직한 뭔가가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서윤이 가져다 달라고 한 것인 모양이다.
“자, 함장에게 항로 변경 지시한 것을 알고 있겠지만, 이제 돌아갈 거야.”
모두들 자리를 잡자 태영이 말을 꺼냈다.
강보천이나 전성이 등은 웬 뜬금없는 소리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태영을 쳐다보았다.
“이제 돌아가서, 몽골과 제대로 한판 할 준비를 해 보자고.”
“네?”
“놀랄 거 없어. 얼마 전에 내가 부세르라는 곳 말해 줬지?”
“네, 연료 조달이 힘들었던 곳이죠.”
그랬다.
사막으로 펼쳐진 그곳은 사람도 많지 않았고, 나무도 거의 없었다.
그곳에서 연료와 물을 조달하느라 애를 먹었다.
“몽골은 지금 부세르 북쪽까지 점령해 왔어. 동으로는 금나라를 거의 무너트렸고.”
“우리가 몇 달 동안 온 거리인데, 그럼 몽골은 그 넓이가 대체 얼마나 되는 것입니까?”
“말로 표현이 안 돼. 우리가 해상으로 다녀서 그놈들과 만나지 못했는데, 육로로 다녔으면 그들과 마주쳤을 거야.”
태영의 기억이 맞으면 몽골은 지금쯤 카스피 해 주변국을 모두 먹어 치웠을 것이다.
그들의 영토 확장 욕심은, 지키지도 못하면서 끝이 없었다.
점차적으로 영토 확장을 했지만 원(元)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기도 전에, 2남인 차카타이가 차카타이 칸국을 만들어 독립하고, 장남의 아들은 킵차크 칸국으로 독립하였다.
그렇게 각각의 지역에 무려 다섯 개로 찢어져서 나라를 세웠지만, 원나라는 그리 오래지 않아 명나라가 건국되면서 멸망했다.
일 칸국이 들어섰던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지역, 킵차크 칸국의 영역인 카자흐스탄, 차카타이 칸국의 영역인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그런 곳을 21세기에 들어서는 몽골이라고 부르거나, 몽골의 옛 영토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빼앗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정말 중요하지만, 그들은 아무도 지켜 내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곧 고려를 침공할 것이다.
“그놈들 세력이 부세르 북쪽까지 쳐들어왔을 정도로 센가요?”
“그래, 그래도 그건 중요하지 않아. 그들이 조만간에 고려를 침공할 것이고, 우린 그것을 막아 내야 한다는 것이지.”
“이번 탐사 여행의 주목적이 몽골과 제대로 싸워 보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었습니까?”
“맞아. 그래서 주목적은, 여러분들이 보았던 까만 기름인 원유라는 것, 그것을 구하기 위해서 이번 탐사 여행을 떠난 거야.”
“위치를 모두 확인했으니, 퍼 가는 것이 남았네요?”
“그래, 그래서 흑룡호보다 서너 배는 큰 철선을 만들 거야. 그러니 빨리 돌아가야지.”
“네.”
“자, 이제 하나씩 정리를 해 보자. 항해사, 바람 방향이 어찌 돼?”
“지금은 남서풍이 불고 있고, 바람은 며칠 전보다 많이 강해졌습니다.”
“보자, 지금이 4월이니 원래라면 계절풍이 북동풍으로 육지에서 바다로 부는데, 그 방향이 바뀔 시기란 말이지.”
“계절풍이요?”
“그래, 학당에서 배우지 않았어?”
“학당에 자주 결석을 했습니다.”
“돌아가면, 열심히 나가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자, 바람은 남서풍이고, 우리는 동으로 가야 하니, 바람의 도움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바람 방향이 이대로 잘 맞으면 더 빨리 갈 수 있을 거야.”
“동으로 가면 육지와 멀리 떨어진 너른 바다로 가는데, 연료 조달은 어찌합니까, 대장님.”
함장이 기관장을 한번 쳐다보고 물었다.
“잠깐, 그 전에 눈아, 마다가스카르 안치라나나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지?”
눈이가 태블릿을 펼쳐서 아래위로 이동시켰다.
“6천3백 킬로 정도 됩니다.”
“시속 40킬로로 달리면, 며칠이나 걸려?”
“바람의 문제만 없으면, 이레 정도 걸립니다.”
“기관장, 원유는 그 정도면 5천 킬로 정도 갈 수 있다고 했지?”
속도를 빠르게 하면 기름 소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만큼 물의 저항이 거세지기 때문이다.
“네, 지금까지 사용하던 장작하고 조각탄도 있으니까 자카르타라는 곳이 6천3백 킬로라면 충분히 갑니다.”
“진이야, 우리가 인도네시아 두마이에서 여기까지 얼마나 걸렸지?”
“네, 잠시만요. 66일 걸렸습니다.”
유진이가 잠시 계산을 하더니 대답했다.
많이도 걸렸다.
“마다가스카르의 안치라나나에서 연료와 물을 채운 후에 우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항로를 잡을 거야.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 두마이 남쪽에 있어. 위치 알겠지?”
“네, 대충 짐작이 됩니다.”
함장이 대답했다.
“그럼 연료와 식량, 그리고 식수를 채우는 시간 포함해서 십여 일 후에 도착이 가능한데, 가는 동안에 배를 댈 수 있는 곳이 전혀 없으니까,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 알겠지?”
다들 지리 감각이 태영 만큼은 없으니 자카르타가 어디쯤 있는지 상상이 안 갈 것이다.
“대장님, 그럼 그 이후의 항로는 올 때와 역순입니까?”
태블릿을 보고 있던 눈이가 물었다.
“태블릿 보자.”
“네, 여기.”
태영이 태블릿을 아래위로 움직여 보았다.
“자카르타에서 이틀 정도 쉬고, 거기서 브루나이로 가서 하루, 다시 필리핀 마닐라로 이동한 후에 하루, 송나라 복주로 가서 하루, 그리고 상산으로 간다.”
“대장님, 하문에 들어갈 계획은 없으십니까?”
아까부터 갑판 한쪽에서 서성거리던 김규천이 물었다.
“꼭 가야 할 일이 있나?”
“그들이 혹시 탈출을 못 했을 수도 있어서 그럽니다.”
“탈출하지 못하고 잡혔으면 죽지 않았을까?”
“그게, 해적들의 규율을 어긴 사람들을 강제 노역시키는 농토가 있습니다.”
“그래?”
“네, 그냥 죽이지 않고, 농사를 지어서 식량을 해적단에 공급하게 하고, 그들이 노역을 하다가 죽으면 그때 가서야 바다에 버립니다.”
“오호.”
“그래서, 탈출을 못 해도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좋아, 그럼 마닐라에서 복주로 갈 계획을 하문으로 변경, 연대장은 해적들을 모두 쓸어버릴 수 있도록 계획 잡고.”
“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