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53
253. 귀환(2)
“장규본.”
태영은 농업부에서 이번 원정에 동반한 장규본을 불렀다.
“네, 대장님.”
“자카르타, 브루나이, 마닐라에서는 커피나무와 수박, 당근, 석류 같은 거 모두 절반 정도 분양하고, 대신 낭까, 포멜로, 코코넛, 카람볼라, 용안, 여지, 바나나, 람부탄, 망고스틴 같은 과일들을 구할 수 있는 데까지 구하도록 해. 나무는 구해 봐야 고려 땅에 심어도 살아나지 못하니까 과일만 구해서 가도록 해.”
“알겠습니다.”
“전성이 부장은 바닷가재를 충분히 확보해. 그거 임안에 가서 비싸게 팔고, 개경에도 비싸게 팔 수 있어.”
어째 자꾸만 장사꾼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분명히 공대생인데, 왜 이렇게 바뀐 거지?
태영이 전성이에게 지시하는 중에 고설하가 작은 보자기를 넘겨주자, 서윤은 그 안에서 석류를 꺼내, 두 조각낸 뒤에 석류 알을 손끝으로 집어서 입안에 넣었다.
고려 땅에 석류가 아직 전래되지 않은 것이 분명하지만, 석류는 고려 땅의 남쪽에서는 잘 자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언젠가 마트에서 고흥 석류라고 써 붙인 팻말을 보았고, 누나가 그것을 꽤 여러 개 사는 것을 보고 ‘애 가졌냐?’ 하며 놀린 적도 있었다.
등짝에 강력한 스매싱이 작렬해도 놀리는 건 재미있으니.
저 석류는 무스카트에서 꽤 많은 양을 구한 것인데, 석류를 먹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아기를 가진 후에 신 것이 당기는 모양이었다.
“박해월.”
“네, 대장님.”
“그 믈라유 왕국에서 태웠던 통역관 두 사람한테 수고비 충분히 주고, 그들이 원하는 곳에 하선할 수 있도록 우리 항로를 대충 알려 줘.”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
가도 가도 육지는 보이지 않고, 바다는 끝이 없었다.
그렇게 이동하면서 우리의 항로에 인접한 모리셔스 빙트싱크, 디에고 가르시아 섬, 그리고 코코스 제도의 홈 아일랜드에 태영 혼자 잠깐 내려서 한글과 한자로 고려령(高麗領)과, 그 아래에 영어로 The Territory of Korea라는 글자를 큰 바위에 새겼다.
세월이 흐르면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힘으로 치우지 못하도록 아예 커다란 바위를 골라 표지 암으로 삼고 글씨를 새겼던 것이다.
정과 망치를 태영이 들고 빛처럼 빠른 속도로 두드리자 글은 순식간에 새겨졌다.
천 년 이상 비바람을 맞아도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깊고 큰 글씨로 새기자 마음도 뿌듯해졌다.
자연을 훼손하는 거?
그건 나중 문제이다.
태영이 살던 21세기라면 이 일이 범죄에 해당할 정도의 자연 훼손이겠지만, 지금 이 시대에 자연 훼손이라는 말은 사치다.
그만큼 거기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시기였으니까.
폭발물로 이 글씨를 지운다면 그건 어쩔 수 없지만, 그 정도가 아니고는 쉽게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몰디브를 찾아서 글을 새겼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 항로에 있는 섬이 아닌가 봐.”
“몰디브는 어떤 곳인데요?”
“세계적인 휴양지.”
물론 9백여 년 후의 이야기다.
“고려령이라고 새겨 두었다고 인정이 될까요?”
“상관없어. 기득권을 주장할 수 있는 흔적과 분쟁의 소지만 만들어 두면 되니까. 다음에는 서해도 남쪽부터 대만에 이르는 모든 섬들에 표지어를 새길 거야.”
세월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유럽의 해양 대국들이 신항로 개척을 하며, 바다를 누비고 다니면서 모두 자기네 땅이라고 못 박아 놓는다.
사람도 살지 않으니 권리 주장은 어렵겠지만, 저 표지 글로 분쟁의 소지만 만들어 두면 된다.
하와이가 언제부터 미국이었던가?
미국에서 하와이까지의 길이 얼만데?
깃발 먼저 꽂은 놈이 임자라는 소리다.
거기도 고려령이라고 표지석에 새겨 둘까?
태평양 지역에 있는 폴리네시아, 미크로네시아, 멜라네시아 같은 곳은 해양을 개척하고 다닌 유럽 강대국들의 각축장으로 변해 모두 그들의 식민지였다.
총도, 칼도 없이 전쟁도 모르고 물고기를 잡으며 평화롭게 살아가던 그들은 힘에서 밀려 모두 식민지가 되었고, 노동력 착취의 대상이 되었다.
세세하게 기억할 만큼 많은 관심을 기울인 곳은 아니었고, 대충 지나가는 말 정도로 들은 것이 전부인 탓에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 그랬을 것이다.
“대장님, 자바 보입니다.”
유진이가 태블릿을 들고 함교에서 내려왔다.
“자바가 맞아?”
“네, 눈이 언니에게 확인을 마쳤습니다.”
“그래? 얼마나 남았어?”
“해안까지 150킬로입니다.”
“기관실에 가서 연료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 좀 해 봐.”
“그러잖아도 설하 언니가 갔습니다. 저기 오고 있네요.”
“원유는 두 통 남기고 모두 사용했는데, 조각탄이 제법 남아 있어서 앞으로 800킬로 정도 더 갈 수 있다고 합니다.”
고설하는 묻지 않아도 궁금해 할 것 같은 내용을 모두 보고 했다.
“예상보다 많이 남았네?”
“기관장님 말씀이 계절풍이 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대만을 지날 때까지는 계절풍의 도움을 계속 받을 것 같다고 합니다.”
“와, 드디어 육지를 밟아 보겠네요.”
“함장이 육지 타령을 하면 되겠어? 신대륙에 가 보려면 육지를 밟아 보지 않고, 몇 달은 가야 할 텐데.”
“거기에는 안 가고 싶어요, 정말.”
“걱정 마. 원유를 발견했으니까, 철선에 기름으로 가는 기관을 돌리면 한 달 안에 도착할 수 있어.”
상선의 경우는 기름을 많이 먹지만, 미국까지 일주일이라고 들은 것 같다.
문제는 엔진인데, 테르에 있던 5만 마력, 10만 마력, 20만 마력짜리 디젤 엔진의 설계 도면과 공정도를 책으로 만들어 두었다.
과연 정현이 그걸 만들 수 있을까?
원자력 엔진도 아닌 디젤 엔진으로 10만 마력과 20만 마력이라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래도 10만 마력 디젤 엔진을 흑룡호에 장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철선에 2기를 탑재하면 1주일이면 갈 수 있을 것이다.
“지평선 너머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 나도 반갑다.”
***
“작전은 계획대로 진행한다. 내게 무전기 하나 주고, 진이는 드론으로 나를 추적해라.”
“네, 대장님.”
하문의 전방 10킬로 지점에서 흑룡호는 속도를 줄였다.
함포는 이미 포신을 가린 천이 걷히고, 모든 점검을 마친 상태였다.
“아, 아쉽다. 나도 가야 하는데.”
“안 되죠, 실장님. 몸을 생각하셔야죠.”
유진이와 잔디가 함께 서윤을 붙잡았다.
염력이 사라진 것은 말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아기가 생겼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기에 저들까지 나서서 말리는 중이다.
“자, 전마선 내리고, 포격 시간은 내가 신호할 테니까 그때 하도록 하고.”
탁 트인 바다이니 무전기의 통신 거리는 대폭 늘어난다. 그러니, 통신은 문제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함장이 짧게 거수경례를 했다.
상륙할 예정은 아니었기에 이번 공격은 모두 함장의 지시에 따르게 될 것이다.
“대장님, 저는 따라가야 합니다.”
김규천이었다.
해적 소굴의 지리를 잘 알고 있으니 자신이 가야 구할 수 있다는 말이었지만, 드론으로 정찰해서 이미 어디에 갇혀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해적들의 배의 위치와 두목을 포함해서 주 병력들이 있는 곳도 알고 있었다.
“자네는 방해만 될 것이라는 말 못 들었나?”
“그럼 대장님 혼자서 해적들을 상대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왜 혼자야? 이거 안 보여?”
태영이 포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대체 뭔데 그러십니까? 활도 아니고, 투석기도 아닌데, 뭐가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공격이 시작되면 저절로 알게 될 거야. 기다려 봐.”
“대장님, 전마선 내렸습니다.”
갑판 한쪽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간다.”
태영은 병사들의 거수경례를 뒤로하고, 갑판을 달려서 그대로 전마선으로 뛰어내렸다.
첨벙~
태영의 몸무게가 추가된 물리 법칙이 전마선에 가해지자 물이 출렁거리며 큰 소리가 났다.
가볍게 뛰어내린다고 했지만, 그래도 전마선은 충격이 큰 편이었던 모양이다.
노를 잡자마자 노가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힘을 주어 세차게 저었다.
조금씩 속도를 올리기 시작한 전마선은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자 빠르게 나아갔다.
해안가.
수직으로 절벽을 이룬 해적의 본거지 뒤쪽 해안에 다다르자, 태영은 세 자루의 칼과 쇠버리, 그리고 무전기를 확인한 후에 고글을 꺼내 끼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적들에게 이곳은 아무도 침입할 수 없는 험지이지만 태영에게는 최상의 공격 루트다.
드론이 상공 백 미터는 족히 넘을 곳에 떠 있는 데다, 크기가 워낙 작아서 점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타고 가야 하니, 전마선의 줄을 잡은 상태로 해안으로 뛴 후 전마선을 육지로 끌어 올렸다.
휘익, 슈우우웅~
해안의 단단한 바위에서 몸을 움츠린 태영이 절벽 위를 향해 치솟아 올랐다.
거의 오십 미터는 될 듯한 높이였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쿵~
착지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방향을 가늠한 태영은 김규천의 동료들이 갇혀 있는 지역으로 달려갔다.
해적들의 본부와는 분리된 숲 속에 지어진 몇 채의 가옥이 있지만, 가옥이라 부르기보다는 돼지우리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그렇다고 해도, 해적의 규율을 어겼을 때 죽이지 않고 노역을 시키는 것이, 그나마 저 사람들의 생명을 얼마간 연장시켜 준 것을 고마워해야 하나?
대충 둘러보니 감시 병력이 다섯이었다.
도망칠 곳이 없으니 감시병이 많지 않아도 될 것 같기는 했다.
그 중에 셋은 따로 움직이고, 둘은 마주 보고 서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나 잘났어, 하는 자기 자랑의 시시껄렁한 소리들이었다.
전에 이곳 해역을 지날 때 공격을 해 오기도 했으니 해적을 살려 둘 생각은 없다.
태영은 쇠버리를 꺼내 잘 겨냥하여 한 명에게 던졌다.
쇄액~
멀지 않은 곳에 바다가 있어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 그리고 새소리들에 묻혀서 쇠버리의 소리는 감춰졌다.
쇄애액~ 쇄액~
연속으로 세 개의 쇠버리를 날려 보내 이마에 구멍을 뚫었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서걱~ 슥~
감시병 둘의 목을 거의 동시에 잘라 냈다.
“趙良友.(조양료.)”
“헉.”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조양우의 입에서 헉 소리가 났다.
“大長.”
감시병들이 쓰러지자 이지강도 고개를 돌렸다가 태영을 본 모양이다.
발자국 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이지강이 달려왔다.
“구하러 왔다. 이 사람들 모두 가족인가?”
“다섯은 맞고, 나머지는 다른 죄수들입니다.”
“그래? 구해 갈 필요 없나?”
“저들 중에 여섯을 제외하고는 해적질이 싫어서 도망치려다 잡힌 사람들과 가족이니 데려가고 싶습니다. 여섯은 데려가지 않아도 됩니다.”
다른 이유를 길게 들을 필요는 없었다.
결론은, 구해 갈 의미가 없는 사람이 여섯이라는 말이다.
태영은 혹시 저들 중에 누군가가 고함을 쳐서 다른 해적을 부를지 몰라 쇠버리 열 개를 손에 쥐었다.
“구해 갈 사람들을 내 뒤쪽으로 불러 모아라.”
“네, 대장님.”
둘이 사람들을 행해 달려갔다.
칙~
무전기의 버튼을 눌렀다.
“내가 있는 곳을 빼고, 포격을 시작해라. 나도 곧 이곳을 벗어나겠다.”
“그래.”
무전을 하는 사이에 조금 다르다고 말한 여섯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그 중에 장비 수염이 나 있는 한 명이 아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아이의 목을 팔로 감았다.
아이를 인질로 해서 뭔가 협박을 할 모양인데, 상대를 잘못 골랐다.
쇄액~
쇠버리 한 개가 날아갔고, 아이의 목을 팔로 감았던 장비 수염의 머리에 구멍이 났다.
왜 여기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건방지게 태영의 앞에서 인질을 생각해?
태영은 이어서 쇠버리 다섯 개를 날려 보냈다.
쇄애애애애액~
이마에 구멍을 뚫지는 않았지만, 몸속에 쇠버리 한 개씩 꽂아 주었다.
쇠버리가 몸을 뚫고 뒤로 빠져나올 정도는 아니어서, 몸속에 넣고 살아야 한다.
외과 수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이니, 쇠버리를 빼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운이 좋아 몸속에서 녹슬지 않으면 살아가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지만, 아니면 그리 오래 살지 못하리라.
꽈광~
자주포의 포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며, 땅이 우르르 울렸다.
사람들을 데려오던 이지강과 조양우가 깜짝 놀라며 멈칫거렸다.
“빨리 움직여라, 여기도 곧 포격이 시작된다.”
“네? 네.”
포격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대답은 잘도 한다.
“날 잘 따라오도록.”
태영이 앞장서며 숲 속으로 들어갔다.
절벽의 끝에 섰다.
절벽 아래 바다에는 태영이 타고 온 전마선이 파도에 출렁거리고 있었다.
“자, 일단 저 아래로 내려가야 하니까, 두 명씩 내게 매달리도록.”
그렇게 말한 태영이 열두어 살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그 아이의 동생으로 보이는 여아의 몸을 안았다.
그리고 바로 몸을 날렸다.
으아아악~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절벽을 뛰어내리니 죽는 줄 알았을 것이다.
태영은 절벽을 몇 번 차서 속도를 늦춘 후에, 해안의 바위 위에 가볍게 착지했다.
흐윽~
아이 둘이 정말 놀란 것인지 몸을 후들후들 떨고, 여아는 콧물이 입까지 흘러내려 왔다.
태영이 큰 바위들로 가려진 조금 오목한 곳으로 둘을 안은 채 이동하여 내려놓았다.
그러자마자 아이 둘은 혼이 반쯤 나간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자, 이젠 다른 사람들을 데려오마. 여기서 움직이지 말고 있어라.”
“…….”
대답도 못 하고, 놀라서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태영은 열 번이나 절벽을 오르내렸다.
태영이 타고 온 전마선에 23명이 탈 수는 없었다.
그 중에 애들이 일곱이 있다고 해도 23명이 타면 가라앉을 터였다.
배를 구해야 해.
“이지강, 조양우.”
“네, 대장님.”
“저 배로는 다 못 가니까, 내가 좀 더 큰 배를 구해 오겠다. 여기는 바다로 오는 것을 제외하고는 올 수 있는 길이 없는 것 같으니, 다들 잘 숨어 있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쉬아아아앙~
태영은 다시 절벽 위로 솟구쳐 올랐다.
***
태영과 조양우, 이지강을 비롯해 배에 승선한 사람들이 노를 저어 흑룡호 앞으로 왔을 때, 이미 사다리 계단이 바다를 향해 내려져 있었다.
“자 겁먹지 말고, 천천히 올라가.”
태영이 아이들을 향해 말했지만 아이들은 선뜻 사다리 계단에 발을 올리지 못했다.
이지강과 조양우는 이미 타 본 적이 있는 배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상상이 가지 않는 큰 배를 보고 놀라 입만 벙긋거리고 있었다.
“지강! 양우!”
뱃전에서 바다를 내려다본 김규천이 큰 소리로 자신의 동료들을 불렀다.
꽝, 꽈광~
그때, 박격포 발사 소리가 연속으로 들려왔고, 동시에 흑룡호 옆에서 진동으로 인한 파문이 일었다.
고개를 돌려 해적의 본거지를 보니, 이미 거의 모든 지역에 불꽃이 피어올라 활활 타고 있었으며, 연기도 자욱했다.
“규천.”
이지강이 김규천을 불렀고 서로 아래위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애들 중에 몇이 김규천을 아는지 삼촌이라고 소리치며 사다리 계단에 발을 내딛고 오르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흑룡호에 오르자, 태영도 배 뒤에 달고 온 전마선의 끈을 흑룡호에 걸어 주고, 타고 온 배는 버렸다.
“감사합니다. 대장님.”
배 위에 올라서자 김규천이 거의 달려오다시피 와서 인사를 했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장님.”
이지강과 조양우를 비롯해, 해적의 노역장에서 구해 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인사를 해 왔다.
“갑판장, 우선 깨끗한 화물칸 하나 배정해 줘.”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게, 저게 그렇게 대단한 무기인 줄 몰랐습니다.”
김규천이 태영의 옆에 서서 감동한 얼굴로 포신을 닦고 있는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포를 쏘았으니 포신을 닦아 내야 하기도 했지만, 바다이니 기름칠도 부지런히 하고 잘 닦아 주어야 녹이 슬지 않는다.
“저거 몇 번 쏘아 보냈는데, 해적들 소굴이 완전히 불바다가 되다니요. 대장님이 만드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상산에 가면, 고려령의 마을이 있어. 고려 사람들이 살지는 않지만.”
“네.”
“저 사람들 상산에 내려 주고, 농토를 줄 테니 거기서 농사짓고 살라고 해. 그리고 세금은 내야 하는 거 알지?”
“네, 잘 알고 있습니다.”
“한규장은 지금쯤 왜국을 평정하고 있을 거야.”
“한 낭장께서도 저 포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습니까?”
“당연하지. 만일 한규장에게 합류하고 싶으면 사포에 가서 훈련을 받는 것이 우선이야.”
“네, 일단 가족들의 생사만 확인한 후에, 훈련받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그보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어.”
“우선적이라 하시면?”
“네가 알려 준 사람들 명단 작성한 거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찾을 거야. 그리고 본인들이 원하면 모두 현직으로 되돌려줄 거고. 동시에 가장이 죽거나 해서 생계가 곤란한 사람들을 찾아서 보상해 주고, 공신의 반열에 올려 주는 작업. 자넨 그 일을 먼저 해야 해.”
“아, 대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가 사포에 도착하면, 곧바로 배편이 개경으로 갈 것이야. 그 배에 함께 가도록 해. 그리고, 명단을 최 별감에게 주고, 전국을 이 잡듯이 뒤져서 찾아내라고 할 거야. 그때, 자네의 가족도 찾아.”
“네, 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