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54
254. 귀환(3)
“힘들지 않아요?”
이젠 전투를 벌일 일은 없으니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면 되었다.
지난번에 임신 소식을 전한 이후로, 서윤과의 데이트에 종종 함교의 지붕이 이용되고 있었다.
4월 중순이긴 하지만, 남쪽이어서 날씨도 제법 후덥지근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새벽에 잠을 이루지 못했기에, 둘이 함께 함교의 지붕으로 올라왔다.
두세 시간 지나면 동이 트고, 얼마 가지 않아서 상산에 도착할 것이다.
서윤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이유는, 부부간의 사랑 나눔을 못 한 지 기간이 제법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서윤이 임신했다는 말을 전한 그날 이후로 태영은 서윤을 품에 안고 잠만 잤을 뿐 몸을 건드리지 않았다.
“힘들지만, 임신 초기에 부부의 사랑 나눔을 하면 안 된다고 들었어.”
힘이 들지만, 참을 건 참아야지.
“음, 지난번 그 이야기인데요.”
서윤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뭐? 아, 하지 마.”
태영이 무슨 이야기인지 짐작하고 말을 막으려 했다.
“이거,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야기잖아요? 그리고 다른 이들 있는데, 이야기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
태영은 말없이 어두운 바다를 바라보았다.
“설하, 받아들이면 안 돼요?”
“…….”
“그리고 한이도.”
뭐?
하, 정말 미치겠다.
“아니, 그런 마음을 가지고 내게 접근하는 사람이 있으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 주어야지, 막지 않고 거꾸로 나한테 받아들이라고 하냐? 서윤은 여자 아니야? 질투도 나지 않아?”
“질투, 저도 여자 맞아요. 그런데 저도 성님이 온전히 가지고 있는 자리에, 서방님과의 만남으로 인해, 죽었을 목숨을 구한 제가 반을 차치하고 들어왔으면서, ‘나는 되어도 너희는 안 돼.’라고 하는 것은 너무 이상하지 않아요?”
죽었을 목숨?
그건 맞다.
태영이 거기를 지나지 않았으면, 그리고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에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면 죽었을 목숨인 것은 틀림없으니.
제가 그랬으니 남들을 말릴 수 없다고?
그래도 그렇지, 뭐 그런 이상한 논리가 다 있어?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아내가 많을 수밖에 없지 않나요? 그것이 흉도 아니고.”
“…….”
시대가 그러하니, 흉은 아니다.
그래도 여전히 21세기 식 사고가 지배하고 있다보니, 솔직히 거부감이 들면서 자랑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지금도 벌써 아내가 둘인데, 고설하와 송한이를 받아들인다고?
이러다가 정말 태영이 마구 욕했던 사람 중에 한 명이 되는 거 아닐까?
최충헌을 때려잡을 때, 아내가 넷이나 되는 것을 알고 무지 욕을 했었다.
그런데, 둘을 어쩌라고?
“시간이 넘쳐 나는 여행이어서 설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서방님에게 입은 은혜가 목숨보다 큰데 다른 생각을 하며 살 수 있겠느냐며 눈물만 흘리더라구요.”
진짜, 이 시대 사람들의 생각은 21세기를 살아온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21세기 현대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너무 쉽게 만나고, 너무 쉽게 헤어지고, 여자는 남자를 비방하고, 남자는 여자를 비방하고, 이별은 톡으로 통보하고.
그것이 21세기의 사랑법이고, 전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
이 시대로 날아와 5년이 지나고 6년째에 접어들었지만, 그래도 태영은 21세기의 사람이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고, 거기에서 교육받고, 상식으로 알고 행동하던 것이 이 시대로 왔다고 그리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그래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야.”
“설하, 예쁘죠, 마음씨 착하죠, 목소리는 또 얼마나 고와요?”
“그것과 무슨 상관이 있어?”
“상관은 없어요. 그러다 보니 마음에 두고 말을 거는 병사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다른 병사들이 관심을 보이면, ‘대장님에게 입은 은혜로 살아난 목숨이고, 온 가족이 대장님으로 인해 살아났으니, 평생 대장님께 그 은혜를 갚으며 살기로 맹세한 몸입니다. 그러니 제게 마음을 내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면서 바로바로 자르더라구요.”
“아, 그래. 그건 그렇다고 해도…….”
그 마음을 어찌 받아들이느냐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뒷말은 서윤이 입을 막는 바람에 말하지도 못했다.
21세기에 가면, 지금 이 상황도 돌 맞아 죽을 일인데, 거기에 더?
그리고 목숨을 구해 주었다고, 그래서 태영 바라기 한다고 해서 다 받아들였으면, 지금쯤 아내가 수십 명은 될 거다.
아니, 어쩌면 칭기즈칸처럼 5백 명은 아닐지라도 백 명은 가뿐하게 넘어섰을 수도 있다.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잔디나 김윤경도 오래도록 태영 바라기 하다가, 마음을 돌려서 제짝을 찾은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데.
“아마 설하는 서방님이 받아들여 주지 않으면, 혼인 안 하고 저렇게 홀로 살다가 죽을 거 같아요.”
“그걸 내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아?”
“탓이라고 하지는 않죠. 그렇지만 혼인하지 않고 혼자 살다가, 외롭게 죽어 가는 여인이 얼마나 불쌍할지 한번만 생각해 보세요.”
21세기 현대라면, 비혼주의도 많으니 혼자 사는 것에 대해 전혀 대수롭지 않게, ‘그게 뭐?’라고 할 것이지만, 이 시대는 조금 다르다.
모든 시대는 그 시대에 해당하는 가치관이 있고, 법이 있으며, 규범이 있다.
21세기의 규범과 법과 가치관은, 아주 많은 부분에서 이 시대의 것과 다르다.
어떤 가치관이 옳다거나 틀리다거나 하는 개념이 아니라, 시대에 맞는 가치관이 있어서 뭐라고 말은 못하겠다.
그런데 그 책임을 왜 떠넘기느냐고?
스스로 해결해야지.
“한이, 한이도 그래요. ‘지금부터 네 목숨은 내 것이다. 알겠느냐?’라고 물었을 때, 대답을 하면서, ‘이제 내 목숨은 이분의 것이다. 그리고 이분이 불러 주든 아니든 상관없이 이분의 곁에서 남은 생을 살 것이다’ 라고 맹세했답니다.”
“내가 실수한 거네.”
“당시의 한이에게는 그만큼 중요한 일이고, 절실 했으니까요.”
여자들에게 매정하지 못하고 단호하지 못한 성격이 이런 문제들을 만들었다.
그나저나 돌겠군.
진짜 돌겠다아~
정하연이 곁에 있었으면 막아 주었을까?
아니, 아닐 것 같다.
서윤을 받아들일 때 자신도 죽었을 목숨이었는데, 태영이 살려 준 목숨이라 하면서 함께 하게 되어서 오히려 좋다고 했었다.
“…….”
“설하도 설하지만, 한이는 더해요. 한이는 아마도 서방님이 아닌 다른 남자는 절대로 마음에 담지 않을 것이고, 눈길도 주지 않을 거예요.”
“그런 것을 알고 있으면 서윤이 혼을 내서 그리 못 하게 해야지. 그렇지 않아?”
”’네 목숨은 내 것이다.’라고 하신 분은 서방님인데요?”
“하아, 참. 참. 참.”
할 말 없게 만든다.
그날 대체, 왜 그랬을까?
물론 그 상황은 다 기억이 난다. 생각해 보면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받아들이시면 돼요. 제가 서방님의 아내로 두 번째 자리에 왔을 때, 성님이 따뜻하게 반겨 주셨듯이 저도 저 아이들을 따뜻하게 반겨 줄게요.”
“그런데, 정말 그렇게 해서 저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혼잣말로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듯 서윤에게 물었다.
21세기 현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이 시대이기에 용납이 된다고 하더라도, 정말 그럴까 하는 마음이다.
“네.”
“왜?”
“기간이 짧건 길건 상관없이, 자신이 사랑하는 분의 사랑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저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여인의 마음을 태영으로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완전하게 다른 세계이니까.
한 가지 걱정이 또 있다.
수마트라에서 그 일이 있었을 때, 당돌하게 물었던 박해나가 잠시 떠올랐다.
“대장님,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박해나는 이곳의 상황이 그러하니 이곳을 벗어날 동안 나와 혼인한 척하자. 그렇지 않으면, 저기 저 장군이라는 놈이 여자를 교역품에 포함하자 한다더라고 했을 때 태영에게 확인하듯이 물었다.
“뭐를?”
“저와 혼인한 것으로 하자고 말씀하셨다구요.”
얘가 왜 이래?
“혼인한 척이라고 했지, 언제 혼인한 것으로, 라고 했어?”
“그럼 혼인하지 않았다고 하겠습니다. 그래도 되는 거지요?”
아니, 얘가 진짜 뭐라는 거야, 대체?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하고 싶었다.
“그냥 그랬다고 해 주세요. 여기만 지나가면 되는데.”
서윤이 옆에서 거들었다.
“그래, 그랬다. 인마.”
“분명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그랬다고.”
“나중에 다른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그렇게 다짐을 하고서야 물러섰다.
벼랑 끝 전술.
물론 그 뒤로는 태영에게 특별하게 접근한 일은 없고, 그 전과 다르지 않게 행동했다.
그런데 지금 고설하와 송한이 이야기를 하자, 그 일이 불현듯 떠올랐다.
아직 어리기에 혼인할 나이가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혹시 열여섯이 되면?
뭔가 모르게 무지 섬뜩하면서 뒷머리가 조여드는 기분이다.
그런데 지금 저 아이의 나이가 열여섯이 맞지?
오사카에서 저 아이를 구했던 때가 2년 전 겨울이었고, 그때가 열 네 살이었다. 그러니 지금이 열여섯인데, 조용하다.
수마트라에서 그렇게 다짐을 하고 따지듯 달려든 것은 별 이유 없이 그런 것인가?
휴~ 적잖이 안심이 되었다.
그렇다고 그때 무슨 마음이었어? 라고 확인차 물어보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할 일이다.
***
“저기, 사포가 보입니다.”
선수 갑판에 유시완과 잔디가 나란히 서서 사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서 감회가 어린 듯 묵직한 목소리로 보고를 했다.
탐사 원정대로 이름을 올렸던 거의 모든 사람들 대부분이 갑판에 나와서 멀리 보이는 사포의 해안으로 시선을 주고 있었다.
“그래, 그러네.”
“이제 정말 돌아왔네요.”
태영의 말에 나란히 선 서윤이 말했다.
서윤의 옆에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있는 송한이와 고설하도 있다.
뒤쪽으로는 유진이와 은초롱을 비롯하여 비서진들, 또 안쪽으로는 김처인을 비롯해 창해 사단 2연대 1대대 병사들이 까맣게 탄 얼굴로 역시 해안을 바라보고 섰다.
“각 부서장들도, 연대장도 고생했다.”
“대장님, 고생하셨습니다.”
길고도 긴 여정의 끝이다.
처음 사포를 출발했을 때를 기준으로 본다면 반년이나 지났다.
“의원들, 모두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감사합니다. 대장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눈이도 고생했다.”
“대장님과 부실장님도 고생하셨습니다.”
모두들 고생했지만, 서로 고생했다며 그간의 고생에 대한 노고에 치하해 주는 시간인 셈이다.
도착하면, 상여금을 듬뿍 줘야지.
부우우우우우웅~
뱃고동 소리가 길게 울렸다.
작은 전마선 몇 척이 흑룡호를 마중하듯 바다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몇 사람은 노를 젓고, 몇 사람은 뱃전에 서서 두 손을 올려 크게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연락할 길도, 방법도 없이 전혀 연락이 되지 않은 채 반년이 흘렀으니, 어찌 보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몰랐던 셈이다.
흑룡호는 천천히 속도를 줄였고, 마치 사포의 선착장에서 반겨 주며 손을 흔들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환영 인사를 즐기듯 여유롭게 들어섰다.
“왜 이제 오셨어요.”
투정하듯, 반가움이 가득 스민 정하연의 목소리에는 습기가 촉촉했다. 눈가에는 눈물마저 맺혀 있었다.
“너무 늦지 않았지?”
“아이들이 많이 보고 싶어 했어요.”
정하연에게 안겨 있는 아름이, 그리고 태영을 올려다보고 있는 영환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빠~”
“오냐, 영환이 많이 컸네.”
태영은 영환이를 안아 올렸다.
“성님, 저 왔습니다.”
서윤이 정하연에게, 아름이까지 두 팔을 크게 벌려 안으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잘 다녀왔어?”
“네.”
“많이 탔네. 그 고운 얼굴이 까맣게 되었어.”
뒤쪽으로 신도익을 비롯한 사포군의 병사들이 보였고, 장인 정인구와 장모 박신아도 태영을 보고 있었다.
정하연이 데리고 일을 하는 한유하와 그 가족들도 뒤쪽에 서서 눈물이 글썽한 얼굴로 서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유하는 마치 서윤에게 달려가 안기고 싶은데 정하연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것을 방해할 수 없어 그 반가움을 미루고 있는 듯 초조함마저 보였다.
정하연과 가족들만이 아니다.
탐사 여정에 함께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가족들이 선착장을 가득 메우고 무사 귀환했음을 알리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눈이는 남편인 장한두와 함께 여정을 마치고 왔기에 마중 나온 장한두의 가족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고, 김처인도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있으며, 유시완도, 유진이도 모두들 반가워하고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저희들도 다녀왔습니다.”
정규하가 김비주와 나란히 서서 인사를 했다.
태영은 탐사 원정에 참여했던 그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다시 만나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있는 소리를 들었다.
탐사 원정에 간 사람도 많았지만, 훨씬 더 많은 가족들이 선착장에 나왔고, 가족들이 아니어도 원정에 다녀온 사람들을 환영하기 위해 나와 있었기에 선착장은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고개를 돌리니, 저 뒤쪽에 김규천 혼자 서서 어쩔 줄을 모르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는 길에 후쿠오카에 가서 한규장과 김규천이 상봉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마침 한규장이 헤이안에 가 있어서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저놈도 돌아왔으니 가족을 찾을 수 있어야 하는데.
“김웅겸은?”
눈을 돌려도 보이지 않기에 정하연에게 물었다.
“산둥에 있지.”
대답은 정인구가 했다.
“아, 일은 잘 되었습니까?”
“내게 듣는 것보다는 마침 오종필 사단장이 와 있고, 지금 동래에 가 있으니, 내일 본부로 불러서 들어 보세나.”
“네, 그러지요. 그런데 동래에는 왜요?”
“거기 세력 중에 일부가 반발을 해서 나 대신 제압하러.”
“아, 그런데 아직 반발하는 지역이 있어?”
정하연에게 물었다.
“이제는 반발하고 싶어도 못 하는데, 그쪽 호족들 중 일부가 노비를 면천하지 못하겠다고 해서 압력을 가했더니 세력이 큰 몇 놈이 뭉쳐서 반발을 하더라구요.”
“그래?”
“네, 그래서 부시장님이 가려고 했는데, 모처럼 사포에 와서 힘쓸 일이 생겼으니 자신을 보내 달라고 하기에 보냈어요.”
“내쫓아 버려.”
“네, 그러라고 했어요. 항복하면 토지의 반을 몰수하고 용서해 주지만, 계속 반발하면 모두 압수한 뒤에 내쫓으라고 했어요.”
어디로?
그건 물을 필요가 없다.
“정규하.”
“네, 대장님.”
가족들과 돌아온 기쁨을 나누던 중에 태영의 부름에 빠르게 답했다.
“탐사 원정대 해단식을 할 거니까, 정 시장에게 준비해 달라고 해.”
“유하와 의논하면 돼. 잠깐, 비주 너?”
태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하연은 규하에게 말하더니 김비주의 팔을 잡아서 슬그머니 당겼다.
“네, 시장님.”
“진찰받아 봤어?”
뜬금없이 무슨 소리?
“네.”
“임신이지?”
“네.”
조금은 부끄러운 표정이었다.
그나저나 어찌 바로 알았지?
함께 탐사 여정을 다닌 태영이나 서윤도 하루에 몇 번씩 얼굴을 보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바다에서 임신이 되었으니, 바닷사람이 되겠네.”
그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서윤이 아기 가진 거 알아?”
태영은 정하연의 귀에다 입을 대고 작게 말했다.
“그럼요, 배가 나왔는데요. 바로 알았지만, 그건 우리끼리 있을 때 나중에.”
정하연 역시 태영의 귀에다 대고 작게 말했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서윤아.”
장모 박신아가 서윤의 이름을 부르며 군복 위로 배를 살짝 만졌기 때문이다.
“네, 어머니.”
“맞아?”
앞뒤 다 자르고 그렇게 물었다.
“네, 맞아요.”
“아, 이런 경사가 있나.”
장모 박신아가 반가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방방 뛰다시피 했다.
“대장님, 다녀오셨습니까?”
그때, 선착장 뒤쪽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윤점돌의 목소리였다.
사람이 많이 모여 있었지만, 그 사이를 헤치고 건설 부장 윤점돌, 과학부 권승찬, 해양 조선부 김하석 등, 시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수많은 간부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저 많은 사람들 사이를 밀고 들어온다고?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대단하고, 온다고 바로 비켜 주어서 마치 바닷물이 갈라지듯 길을 내어 주는 사람들도 대단했다.
어차피 해단식 할 때 부를 텐데, 그리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정 시장의 말을 잘 듣고 제대로 일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만날 텐데, 저기를 뚫고 들어왔다.
보나마나 공업부에도 연락이 되었을 테니, 그들도 오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