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58
258. 충의지인(4)
날아가요? 하고 물어오는 질문이라.
다른 사람들은 날아간다고 해도 크게 놀라지 않지만, 박진하는 놀라 뒤집어지기 직전이다.
“그리고 아까부터 시속, 시속 하는데 그건 뭘 말하는 것이며, 미터라는 말을 쓰는데, 그것은 무엇입니까?”
대답하기도 전에 박진하의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박진하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오고 가니, 이는 마치 외딴 섬에 와 있는 기분일 것이다.
“시속 430킬로는, 반 시진 동안에 천 리를 간다는 거요.”
태영이 대답해 주었다.
“반 시진에 천 리?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문 장군님, 최 대장님 말씀은 그대로 믿으셔야 합니다.”
석명환이 태영을 대신해서 박진하에게 대답했다.
“하…….”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곳 사포, 자신으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다.
반 시진에 천 리를 간다는데, 이게 무슨 말이 되는 소리야?
벽란도에서 사포까지 배타고 하루 반 만에 온 것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그 어처구니없는 말을 과거에 자신이 부하로 데리고 있거나, 다른 부대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그대로 믿으라 한다.
거기에다 새도 아닌 것이 새보다 훨씬 빠르게 날아간단다.
날아가?
그게 무슨 말이야, 방귀야?
그리고 저기에 정말 미인으로 도도하게 앉은 여인이 시장이라고 하는데, 자신의 눈으로 목도했지만, 고려에서 황제 바로 다음인 교정별감도 저 여인에게는 쩔쩔맨다.
시장의 옆에 앉은, 임신을 해서 배가 부르기는 하지만, 마치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 것처럼 예쁜 여인은 대장 비서실장이라고 부르는데, 교정별감은 저 여인에게도 슬슬 긴다.
더 말이 안 되는 건, 대장님이라고 부르는 저 청년이다.
이제는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 있을 자신의 아들보다 더 어린, 새파랗게 젊은 사람인데, 노장인 자신도 저 청년 앞에 서면 고개를 숙여야 했다. 아니, 저절로 숙여졌다.
“얼마나 멀리까지 갑니까?”
“항속 거리는 휘발유를 가득 채웠을 때 4,200킬로이니, 후쿠, 아니 복강 시에 몇 번을 다녀오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후쿠오카의 이름이 한자어 발음 그대로 복강으로 바뀌었지만, 아직 익지 않아서 태영도 후쿠오카라고 할 뻔했다.
휘발유는 액화 석유 추출 기술을 이용해서 나오는 기름을 간이 작은 정유 시설을 갖추고 그곳에서 정유해 낸다.
그렇게 휘발유와 경유 등을 추출하는 사이에 만들어 낸 콜타르로 사포와 율촌의 중요 도로들은 대부분 아스팔트 포장을 했을 정도니까.
“우와~ 그 속도면 한 시간에 복강으로 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이군요. 그리고 휘발유 한번 가득 채워서 여러 번 다녀도 되구요?”
놀랍기는 하겠지.
그런데 이들은 휘발유 가득이면 1,200리터가 들어가는지는 모른다.
“그것은 언제 완성됩니까?”
한규장의 질문인데, 박진하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해 있고, 한규장은 자신이 궁금한 것을 추가로 물어왔다.
“공업부에서 시제기가 두 달 뒤에 완성된다고 한다. 그 시제기가 시험 비행에 성공하면, 현재의 설비로 한 달에 두 대씩 생산이 가능하다. 부품 생산 공장을 확대할 계획인데, 한 달에 다섯 대의 생산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야.”
“열 대 정도 가지면 세상에 겁나는 것이 없겠네요. 혹시 예전에 비행 전대를 말씀하신 것은 호버리를 염두에 둔 것입니까?”
“맞다. 호버리는 첫째 임무가 병력의 수송, 둘째가 적진 정찰 및 공격 지원이기 때문에 육군과 해군에 함께 보급이 될 것이다.”
“대장님.”
송복기다.
“왜?”
“우리 해군 함선에 싣고 다닐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현재의 함선에는 굴뚝과 돛대 때문에 착륙이 쉽지 않을 것이다. 아까 본 상륙함에 실을 수 있고, 철선이 만들어지면 굴뚝과 돛대가 사라지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
화력으로 증기 터빈을 돌려서 추진력을 얻는 현재의 배는 굴뚝이 대단히 크기에 호버리가 착륙할 공간이 애매하다.
전방 갑판에 호버리가 착륙할 공간이 충분하기는 하지만, 호버리가 앉아 있으면 자주포가 포격을 할 때 시야를 가리게 된다.
그러나 원유를 실어 오기 시작하면, 모두를 디젤 엔진으로 바꿀 예정이기에 굴뚝은 사라질 것이다.
동시에 철선은 처음부터 디젤 엔진이 올라갈 예정이다.
“육군에 보급이 되면 가장 먼저 비호 군단에 보급해 주십시오.”
틈을 타고 한규장이 자신의 요구를 말했다.
“철갑 교위 운전 자격이 있는 병사를 대상으로 호버리 조종 훈련을 할 예정이다. 조종사의 훈련은 철갑의 운전 경력자를 기준으로 최소 3개월의 조종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것을 감안하고 계획을 잡도록.”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석 장군은 개경에 복귀하는 대로 최 별감에게 말해서 치안 유지군으로 양성할 병력 10만을 사포로 보내도록 하시오, 월봉은 사포에서 지급할 테니까.”
10만을 그냥 보내라고 하면 보나마나 월봉 줄 것이 없어서 못 한다고 할 것이다.
먹여 살려야 할 사람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네, 그리하겠습니다.”
“단지, 10만 명의 월봉은 우리가 빌려 주는 거요. 그것도 분명하게 전하시오.”
그 대신 공짜는 아니라는 것을 처음부터 말 해 둬야 하고, 말 안 해 두면 공짜인 줄 안다.
“그것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자, 다음.”
“대장님, 혹시 우리에게도 호버리를 보내 주실 것입니까?”
석명환이 그 좋은 호버리를 저희들에게는 주지 않을까 봐 은근히 걱정하며 물었다.
“당연한 말씀, 그런데 그것도 외상으로 보내는 거니까 그리 알고.”
“그건 한 대에 얼마나 하는 것입니까?”
외상이라 하니 얼마인지 알아 두려고?
엄청나게 비싸다는 것을 알려나?
21세기 화폐 가치로 따져서 한 대 값을 이 시대의 재화로 바꾼다고 가정하고, 고려를 팔면 한 대를 살 수 있을까?
“그건 최 별감에게 말할 테니, 석 장군은 모르는 것이 건강에 좋을 거요.”
“네, 알겠습니다.”
“시장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회의가 마무리될 때, 석명환이 정하연에게 질문이 있단다.
“네, 석 장군님.”
“사실, 이 질문은 최 별감께서 하시는 질문입니다.”
“그럼, 주민패 때문이군요.”
“네, 맞습니다.”
“사포에서는 출생 1개월 이내에 반드시 출생 신고를 해야 합니다. 출생 신고를 하면, 확인을 하고 동전 1천 원을 지급합니다. 그리고 시에서 주민패라는 것을 발급합니다. 작은 쇳조각인데 출생 연월일과 남자, 여자, 그리고 이름이 들어갑니다.”
주민패.
호패 비슷한 것이지만, 군에서 사용하던 인식표의 형식을 빌렸고 재질도 같은 것이다.
“출산 중에 산모가 죽기도 하지만, 아이가 죽기도 합니다. 한 달이라는 여유는 그것 때문입니까?”
아, 맞다.
이 시대에는 출산 중에 산모나 아이가 죽는 일이 허다했다. 거기다 출생하고 돌을 넘기지 못하는 아이가 정말 많았다.
“대장님이 오시고, 의술이 진일보한 이후에 출산 중에 산모나 아이가 죽는 일은 사포에서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습니다.”
정하연의 그 말에 박진하를 비롯한 개경의 장군들은 제법 많이 놀랐다.
“그래요?”
“네, 동시에 출생 후 1년 안에 세상을 떠난 아이도 없습니다.”
“하, 그 의술을 개경에도 도입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잖아도 태의감에서 파견된 의원들이 사포 종합 병원에서 실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 아직 1년도 되지 않아서 개경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1년의 가르침 후에 시험을 봐서 합격하면, 졸업을 하고 개경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면 한결 나아질 겁니다.”
석명환은 한참 동안 한숨을 쉬다가 태영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냥 웃어 주기만 했다.
“아까, 출산 장려금으로 1천 원을 준다고 했는데, 동전 1천 원은 가치가 얼마나 됩니까?”
“은 한 냥입니다.”
은 한 냥이면, 고위직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는 한 달 월봉보다 많다.
“많이 주는군요. 그럼, 그걸 지급하는 것은 주민의 출생 신고를 신속히 하도록 하기 위함입니까?”
“그러기도 하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들어 본 적이 없는 지원을 많이 하는군요. 양민들은 은 한 냥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라도 출생 신고를 꼭 하겠군요.”
“맞습니다. 지원을 하는 것은 대장님의 지시이기도 합니다.”
정하연의 그 말에 석명환이 태영을 한번 쳐다봤다.
“주민패를 보여 주실 수 있습니까?”
그 질문에 정하연은 뒤에 서 있던 비서를 불렀고, 한유하가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교육용 주민패를 전달했다.
“만일 올해 11월 5일에 태어나면 03061105라고 기록되고, 그 뒤에 위조 방지 숫자, 다음 줄에 남, 여라는 글자가 들어가서 남녀를 구분하고 출생지의 지명에 해당하는 고유 번호와 혈액형, 다음 줄에 이름이 들어갑니다.”
출생지의 지명은 지명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PC에 있던 우편번호부에서 따온 것이다.
“0306은 무엇을 뜻합니까?”
“고려 건국 년도를 0001로 보고, 올해가 고려 건국일로부터 306년 되는 해입니다.”
“아하, 앞의 숫자가 가지는 의미가 그거였군요. 그리고 위조 방지 숫자라.”
“패 자체도 다른 곳에서 쉽게 만들지 못하지만, 비슷하게 만든다 해도 위조 방지 숫자가 들어가서 그것을 복제해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럼, 사포시의 모든 주민은 반드시 소지해야 하는 것 입니까?”
“맞습니다. 집 밖으로 나오면 반드시 소지해야 합니다. 그것을 쉽고 편하게 하도록 하기 위해 목걸이 형태로 제작된 것입니다.”
석명환은 주민패를 만져 보다가 옆의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주었다.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조직이 있고, 경찰은 주민패를 제시하라는 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주민패가 없으면 일단 경찰서로 연행되고, 신분이 증명되면 방면됩니다.”
정하연이 마저 설명을 했다.
그 이후로 이것저것 물었지만, 나라 전체에 도입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하는 것이었다.
태영은 광물 탐사반에서 조사해 온 것 중에 선 처리할 것으로 서해도인 규슈 지역의 철광과 금광, 이와미 은광의 채광, 21세기에서 군함도라고 불린 하시마 섬의 석탄 채굴 등에 대해 지시했다.
산업부, 공업부 그리고 건설부에서 동행해 가서 방법을 찾으라고 시켰다.
왜국을 평정하면서 왜인들 노예는 넘쳐난다.
조선인들의 강제 노역과 착취의 장소였던 군함도의 탄광 개발을 왜인 노예들로 시작하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시마 섬 외에도 앞으로 무궁무진하다.
***
충의지인을 찾고, 복권시키고 정리를 하는 일에 몇 달이 흘러 해가 바뀌었다.
1224년이 시작된 것이다.
태영은 김규천에게 년 말까지 모든 것을 정리하고 마무리 지으라 지시했기에 몇 개월간의 충의지인 수색 작업이 일단 마무리되었다.
이런 일에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는 것이 맞지만, 기준 일을 정해서 조사단의 공식 활동은 마무리되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충의지인 관련 결과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래.”
“조사된 인원 1,136명, 당시를 기준으로 가족까지 합치면 6,816명입니다만, 끝내 찾아내지 못한 사람이 있어서 정확한 숫자는 아닙니다.”
당사자가 죽고, 가족도 죽었으면 찾아낼 수가 없으니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망명길에 올라서 흔적 자체가 사라져 버린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말이다.
“생존한 사람은 얼마나 돼?”
“생존자 327명, 사망 641명, 행방불명 168명입니다.”
“충의지인 한 명당 가족이 6명쯤 되는 거네?”
“네, 그렇습니다.”
“계속해 봐.”
“당사자가 생존한 사람의 가족 1,958명, 당사자는 사망했지만 가족이 살아 있는 사람이 1,218명, 당사자가 행방불명인 사람의 가족은 135명입니다. 그렇게 해서 충의지인 생존자 중에 사망 가족은 911명, 사망자 중의 가족들 사망은 2,603명, 행방불명자 중에는 902명이 사망한 것으로 최종 집계되었습니다.”
“본인 사망이나 행방불명인 경우에 가족이 죽은 숫자가 더 많네?”
“네, 그렇습니다.”
김규천의 보고로 보면, 당사자가 생존한 경우에는 가족이 평균 3명 이상이 살아 있었다.
그에 반해 당사자 사망인 경우, 가족들의 생존이 1.9명으로 생존율이 확 떨어졌고, 행불자의 경우는 0.8명 수준에 그쳤다.
“못 찾아낸 사람은 얼마나 될 것 같아?”
“추정킬로 백 명 전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만, 말 그대로 추정일 뿐입니다.”
“사망한 가족이 많네.”
“네, 무려 4,416명이나 됩니다.”
“그들의 처우는 지시한 대로 했나?”
“지시하신 대로 개경에 살 사람들은 개경에 집을 마련해 주고, 충의지인 당사자 기준으로 은자 100냥, 생존 가족은 인당 30냥, 사망 가족은 인당 50냥을 생존한 사람에게 지급했습니다. 그리고 가족 당 매월 은자 석 냥씩 15년간 주는 것으로 했고, 고려글을 익혀서 성인이 되어 관직에 들고자 하면 바로 임용이 가능하도록 해 두었습니다. 사포로 오고자 하는 사람들은 사포에 집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동일하게 은자를 지급했습니다.”
“전체 얼마나 나갔어?”
“기본 보상비 438,080냥, 앞으로 15년간 지급할 은자 613,440냥을 합쳐서 1,051,520냥입니다.”
제법 나갔군.
벌어들이는 것에 비하면 큰돈은 아닐지라도 많기는 하지.
“그래, 개경 남쪽에 부지를 확보해서 충의지인 추모원을 세우고, 생존자 사망자 구분 없이 추모비에 이름을 새겨서 세우도록 해.”
“사망자는 묘비가 되겠군요.”
“그래.”
“그런데 사망자는 유해가 없는 상태로 세웁니까?”
“추모원이니까 유해가 있든 없든 상관없어. 개인별로 의사를 물어서 유해를 그곳에 안장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해 줘.”
“네.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사망한 가족도 포함합니까?”
“맞아. 그렇게 해 줘. 그리고 추모원 관리소를 두고 담당관을 배정해서 그곳에 상주시켜, 가족을 못 찾은 사람이나 행방불명자 신고는 거기서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것을 모두 마치면 충의지인 조사단은 해산하고, 충의지인 관리단을 꾸려서 관리소에 상주할 수 있도록 하고, 관리 단장은 교정별감이 임명하라고 해. 그러면 품계도, 인원 선정도 알아서 할 거야.”
“넵.”
“그리고 관리단에서 계속 신고를 받고 보상을 해 주라고 해. 그걸 대비해서 보상 예비비를 관리단에 남겨 두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조사단이 그동안 얼마나 썼어?”
“신고 포상금 20만 냥, 조사단의 활동비 8만 냥을 사용했습니다.”
크게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네.
“추모원 예상 건립비와 조사단에서 사용한 비용에 예비비까지 모두 합쳐서 교정별감에게 서류 보내고, 그거 사포에서 선 처리해서 빌려 준 거니까 나중에 다 갚으라고 해. 그리고 관리단 유지비는 그쪽에서 직접 지불하라고 하고.”
“아, 이건 국비로 지불해야 하는 것이지요.”
“맞아. 신고 포상금으로 나간 20만 냥은 그 안에 포함시키지 말고.”
“알겠습니다. 추모원 건립하면 5만 냥은 더 들어갈 것입니다.”
“그것까지 우리가 빌려 주면 돼.”
“죄송한 질문입니다만, 이거 국비로 갚을 수 있는 수준인가요?”
“못 갚아. 이미 나라에서 내게 진 빚이 천만 냥이 넘어. 앞으로 몇 백 년이 흘러도 다 못 갚아.”
“사포에서 내는 세금으로 갚을 수 없는 겁니까?”
“그거, 다 나라를 위해서 쓰는데, 추가로 또 낼 세금이 어디 있어?”
“하아~”
김규천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생각해 봐도 대책이 안 서겠지?
“일 마무리하면 자넨 어디로 가고 싶어?”
“박 장군님 훈련이 끝나면 장군님과 함께 한 군단장님에게 가서 경험을 쌓고 싶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해.”
“충성.”
김규천이 경례를 하고 집무실을 떠났다.
똑똑~
김규천이 떠난 뒤에 바깥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송한이가 집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얼굴에 환한 웃음이 어려 있다.
“왜?”
“대장님, 실장님이 방금 쌍둥이를 순산하셨다고 합니다.”
“응? 예정이 내일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리고 나한테 연락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며 물었다.
출산 때는 곁을 지켜야 하는데, 이거 평생토록 원망 듣는 거 아닌가?
아, 시대가 다르구나.
21세기에는 드라마의 영향인지 평화시기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병원 복도에서 남편은 안절부절못해야 하는 것이 일상으로 그려져서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 시대에는 산모가 아이를 낳는데 부근에서 얼쩡거리면 쫓겨나는 것이 정상이다.
무스카트에서 구해 온 석류는 다 떨어졌고, 석류나무 묘목과 씨앗으로 심은 것들은 겨우 살아 있는 정도에 불과한데, 석류 먹고 싶다고 해서 아주 혼이 났었다.
석류 대신 제주에서 감귤을 계속해서 실어 날랐고, 그 바람에 사포에서는 감귤이 유행되기도 했었다.
“갑자기 병원으로 가자고 하셔서 모시고 갔는데, 도착해서 1시간 만에 출산하셨답니다.”
허, 뭐야? 애를 그리 쉽게 낳아?
“그런데 병원 갈 때 연락하지 않고 왜 이제야 한 거야?”
“그게, 실장님께서 예정일이 내일이니 좀 기다려 보라고 하셨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구성이 어찌 돼?”
쌍둥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딸, 아들인지 아들만 둘이거나 딸만 둘인지 궁금했었다.
의사의 진맥으로 대략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것은 태어나 봐야 아는 일이었다.
“따님과 아드님입니다. 따님이 5분 먼저 태어났습니다.”
문밖으로 나서며 송한이가 대답했다.
21세기 같으면 공주님과 왕자님이라고 표현했겠지만, 이 시대에 그리 표현하면 역모다.
“온실에 장미꽃 피어 있지?”
“네.”
“가자.”
장미꽃 한 다발을 만들어 병원으로 가니 수많은 사람들이 병실 앞에 있었다.
태영이 들어서니 길을 비켜 준다.
“축하드립니다. 대장님.”
아직 서윤의 얼굴은 보이지도 않는데, 병실 앞을 지키고 있던 비서실 병사들과 간호사가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래, 고마워.”
“산모는 건강하십니다. 따님과 아드님도 건강합니다.”
병실 문을 나서는 여의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수고했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