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63
263. 송한이(3)
송한이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방문 밖으로 나오지 않은 상태로 눈을 껌벅거렸다.
“하니…… 하니, 네가 정말 하니가?”
그렇게 물으며 천천히, 그러나 유심히 송한이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열두 살에 왜구에게 끌려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딸이, 자신에게 이름이 한이라 하며 자신을 어머니라 불렀다.
스무 살. 살아 있으면 스무 살이 되었을 것이다.
어둑한 실내에서 환한 바깥을 조금은 눈이 부셔서 제대로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정말 죽었다 생각한 딸이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어머니, 이제야 돌아왔습니다. 으 흐으윽.”
송한이의 입에서 또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어머니.”
살아서 돌아왔다.
그래, 그 말이 맞지.
태영의 앞을 막아서며 ‘나리’라고 부르며 시작된 그 당찬 행동이 아니었으면, 살아서 이 땅을 다시 밟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 틀리지 않은 말이다.
아씨, 그런데 왜 이리 눈가에 습기가 차는 거야 대체?
아까부터 시작된 이런 감동에는 역시 내성이 없네.
고개를 흔들어 재빨리 평정심으로 돌리며 정신을 차렸다.
“한이야, 모친이 몸이 불편하신 것 같다.”
눈가를 훔쳐 눈물을 닦아 내며 어미와 눈을 맞추는 한이에게 그 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의무병 데리고 오겠습니다.”
마치 태영의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래, 데려와라.”
“넵,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타다다다닥~
곧바로 달려가는 군화 소리가 들렸고, 그사이에 송한이는 마루 끝에 걸터앉아 자신의 군화 끈을 풀고 군화를 벗었다.
“어머니, 엄마. 아파요? 현이야, 엄마 어디가 아파?”
군화를 벗어 던지자마자 방으로 뛰어들며 동생에게 물었다.
“아푸재, 그때 왜구 놈들한테 칼 맞아 가지고, 왼팔을 제대로 몬 쓰는 기라. 그라고 배를 한번 찔릿는데, 깊이 안 찔리서 돌아가시지는 않았지만, 간혹 한 번씩 저리 아푼데 약을 제대로 몬 썼다 아이가, 근대, 올해는 유독 심하내.”
“아버지는? 그리고 오빠는?”
“아버지는 그때, 엄마를 끌고 갈라꼬 하는 왜구를 막다가 애놈들한테 칼 맞아서 돌아가시 삐릿고, 큰오빠도 죽었다.”
왜놈들을 애놈들이라 표현하는 것도 이 지방 억양이나 사투리 같았다.
“뭐?”
“큰오빠는 언니가 애구한티 끌리갔다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언니 니 이름을 부르먼서 띠 나갔는데, 나중에 찾아보이까 죽어가꼬 밭고랑 새 처박히 있더라.”
말은 험하게 하고 표정이 담담했지만, 두 눈에서는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래전의 이야기이어서 많이 슬픔이 가라앉았기에 저렇게 담담하게 말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그 아픔의 흔적이 지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언니도 죽은 줄 알았는대, 살아서 돌아오이 얼매나 좋나? 아부지하고 오빠는 이 세상 사람이 아이니깐 인자 마 이자 뿌라.”
“이 나쁜 놈들, 이놈들을 모조리, 모조리…… 으흐흐흑.”
이빨을 빠드득 가는 송한이의 말과 이어진 울음소리가 심장으로 날아들어 왔다.
“준일이는?”
손으로 눈물을 닦아 내고 마른세수를 하면서 울음소리를 털어 낸 송한이가 다시 물었다.
“오빠는 수자리 갔는데, 올 때가 지난는대 안 오내.”
이 시대에 피해 갈 수 없는 3가지 역무 중에 하나인 수(戍)자리.
수역(戍役)이라고도 부르는 군역이 바로 수자리다.
북방에서는 수역이 맞지만 이런 남쪽에서는 그냥 군역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무보수 노역이다.
거기에다 부역(賦役)이라는 이름의 무보수 의무 노역도 군역과는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21세기 현대에서 태영이 군에 간 것도 군역이지만, 이 시대의 군역과는 그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직업 군인이 아니라면, 단 한번으로 끝나는 21세기의 군역과 달리, 이 시대에는 군역이 시작되면 3년에 한번 꼴로 59세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가야 한다는 기록이 있다.
사포에는 이미 직업 군인 형태가 자리를 잡아서 많이 다르기에 그 기록이 맞는지 아닌지는 태영도 알 길이 없지만, 아마도 맞을 것이다.
전시가 아닐 때에 수자리 가면 대부분 성을 쌓는 중노동이 기다리고 있고, 그러다가 꽤 많이 죽기도 했다.
기중기 같은 것도 사용하지 않고, 지게차 같은 것도 당연히 없으며, 모두 다 인력으로 하다 보니 성을 쌓는 돌에 깔려서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죽는 일도 흔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전시에 수자리 가면, 전쟁터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그렇게 죽으면 시신도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전시 상황에서는 어찌하는지 자세히 모르겠지만, 비전시의 군역 기간 중에는, 입고 먹는 비용을 나라에서 부담해 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사포와는 달라서 태영이 확인하지는 못했다.
“얼마나 되었는데?”
“어, 일 년 반. 그러니까 올 때가 반년이나 지났다 아이가, 그런데 안 오내.”
그런데, 한 집안에 환자를 포함해서 여자 둘만 달랑 남아 있는데 군역을 보내고, 군역을 갔는데 오지 않는다고?
병역 비리는 이 시대에도 있고, 21세기에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심하지 않나?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군역 갔다가 혹시 죽은 것인가?
전쟁이 없는 상태에서 죽을 일은 좀처럼 없을 텐데, 성을 쌓는 일에 투입되었다가 돌에 깔려 죽었거나, 아니면 죄를 지어 갇히기라도 한 것인가?
여기서 군역이면 진주 목사 관할의 영선현인데, 속현이었던가 아닌가?
인접 지역이 아니니 그것까지 기억나지 않지만, 현청으로 가 봐야겠군.
고개를 돌려 찾아봤지만, 유진이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보상해 주기 위해 밭주인을 찾느라 늦는 모양이다.
유진이에게 영선현을 찾아보라고 시켜야 할 것 같았다.
“환자가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타다닥 거리는 군화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소대에 포함된 의무병 둘과 다른 병사 둘이 더 달려오며 말했다.
“방 안의 환자를 좀 보도록 해.”
“네, 대장님.”
민초현이 바로 방문 앞으로 달려갔다.
민초현은 제비골에서 서윤의 친구, 설이를 살려 낸 그 의무병이다.
“초현아, 우리 어머니, 우리 엄마야.”
“부실장님, 걱정 마십시오. 제가 바로 좀 보겠습니다. 유 상병, 실내가 어두운데 비상 발전기 좀 부탁해.”
“네,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병사가 다시 부지런히 달려갔다.
“이게 무신 소리야. 의원이 같이 왔다꼬?”
“엄마가 아픈 걸 우찌 알고 같이 왔는대?”
“그런데 의원이 여자가?”
“내는 의원 한티 줄 기 음는대, 우짜꼬?”
송현이는 긴장해서 모친을 보고 있는 언니 송한이에게 쉴 사이 없이 궁금한 말을 쏟아 내며 물었다.
의원에게 줄 것이 없다는 말은 치료비를 말하는 것이리라.
집안에 하나 있는 남자는 군역을 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으니, 저 아이가 모친을 부양하며 살고 있던 모양인데, 돈이든 뭐든 의원을 불렀을 때,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서 그런 모양이다.
송한이는 민초현이 자신의 어머니를 진찰하는 걸 보면서 동생이 쏟아 내는 이야기를 한 귀로 흘리며, 함께 온 다른 의무병 김석산이 남자이기에 자신이 민초현을 거들어 주고 있었다.
“현이야, 가만 좀 있거라. 그런 걱정 하지 말고.”
“그래, 고마 알았다. 걱정이 되어 싸서 하는 말 아이가.”
정신없이 굴었음을 자신도 아는지 입을 삐죽거리며 대답했지만, 진찰하는 모습을 봤다가 자신의 언니를 봤다가 했다.
“발전기 왔습니다.”
병사의 외침이 들렸다.
“여기 이쪽으로 등 주고, 발전기 돌려.”
백열전등 몇 개쯤 켤 수 있는 이동용 소형 발전기다.
철망과 갓으로 둘러싸인 전구가 방 안으로 전달되며 전선이 펼쳐졌고, 병사 한 명이 줄을 잡아 발전기를 당겼다.
푸등, 푸드등, 푸드드드등~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정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자, 딸깍 하고 병사가 스위치 올리는 소리가 들렸다.
실내가 환해졌다.
“옴마야, 언니야, 이기 머꼬?”
“이기 먼데 이리 환한 기가?”
송현이의 놀람으로 인한 소란이 또 시작되었다.
“부실장님.”
환한 전등 아래서 진찰을 하던 민초현이 송한이를 불렀다.
“응, 말해. 상태가 어때?”
“팔은 목숨과는 상관이 없는데, 수술해서 원래대로 되돌아올 수 있을지는 병원으로 후송해서 원장님이 좀 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배에 난 칼자국, 이 부분도 확인은 해 봐야 하겠지만, 지금 당장 급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되고, 다른 잔병도 있지만,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이 심합니다. 폐렴은 신속하게 조치해야 하니 바로 후송해야 합니다.”
사람이 숨을 쉬지 못하면 수분 이내에 사망한다.
폐렴은 숨을 쉬기 위한 유일한 장기에 염증이 발생한 것이니, 그것을 방치하면 오래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정도는 태영도 안다.
“대장님.”
민초현의 말을 듣자마자 송한이가 태영을 불렀다.
“후송 준비해.”
태영은 뒤에 선 병사에게 시켰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환자를 이송할 준비를 갖추어 오겠습니다.”
병사들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현이야.”
“어, 언니.”
“어머니를 사포로 모실 거야.”
“와, 엄마가 위험하나?”
“그래, 그대로 두면 어머니가 돌아가실 거야. 그래서 사포의 병원으로 후송해서 입원시킬 거니까, 너도 함께 갈 수 있도록 준비해.”
“머? 병원? 후송? 그기 먼대?”
“나중에 설명할 테니 준비를 먼저 하자.”
“머? 머를 준비하모 되는디?”
“그냥, 집 안에 중요한 거 있으면 그것만 가져가면 돼. 나머지는 내가, 아니 네 형부가 다 처리해 줄 거니까.”
“그래, 알았다.”
송현이가 집 안으로 들어가서 이것저것 챙기고, 보자기를 꺼내 옷가지를 싸는 사이에 병사들이 들것을 가지고 왔다.
송한이는 어머니에게 사포로 가야 하는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했고, 확인을 한 뒤에 군화를 다시 신은 후 대문 쪽으로 갔다.
“순녀야.”
대문 바깥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밭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여인을 불렀다.
“네, 아씨. 마님이 몸이 마이 안 좋지예?”
“그래, 그래서 어머니를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있는 의원으로 모셔야 해서, 같이 이야기하는 건 다음으로 미뤄야 될 것 같다. 이해해 줄 거지?”
“그라믄요, 걱정하지 마이소. 그래도 꼭 다시 와 주시야 됩니더.”
“그래, 고맙다. 다음에도 내가 올 때는 아까 그거 타고 올 거니까, 내가 오는 줄은 알게 될 거야.”
송한이는 순녀라는 여인과 손을 잡고 작별을 고하며 꼭 오겠다는 약속을 거듭했다.
현이도 함께 갈 것이니 그사이에 집이나 좀 잘 봐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그사이에 송한이를 아씨라고 부르는 여인들이 몇 명이 더 왔고, 송한이는 그들과도 반가운 만남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한꺼번에 했다.
남동생도 있고, 사는 모습으로 봐서 재산은 거의 없는 것 같았지만, 정리할 것도 있을 테니 다시 오긴 와야 한다.
모친과 남동생과 여동생이 고향을 떠나서 살 것이냐 하는 문제도 있으니 그건 나중에 확인하면 된다.
“대장님, 밭주인에게 은자 스무 냥 보상해 주었습니다.”
유진이었다.
“그래, 좀 더 주지 그랬어?”
“주인이 착합니다. 닷 냥만 달라고 했는데, 종종 와서 저 밭에 농사를 망쳐 놓을지 모르니, 그리 알라고 하면서 스무 냥 주었습니다.”
저놈은 태영의 성격을 알아도 너무 잘 아는 것 같았다.
상대가 착하고 겸양을 하면, 가능한 한 많은 보상을 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 모친이 아파서 후송할 거니까 준비하고, 영선현을 좀 찾아봐라.”
“네, 이야기 들었습니다. 바로 찾아보겠습니다.”
한쪽에서 후송 준비를 하고, 유진이는 태블릿으로 지도를 찾다가 드론을 띄워 올렸다.
“대장님, 지도에 영선현이라는 지명은 없지만, 현이 있을 만한 곳을 드론이 확인했습니다.”
한참을 찾아보던 유진이가 태블릿을 내밀었다.
“그래. 보자.”
들것이 병사들의 손에 들려졌고 모여든 군중을 헤치며 호버리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태영은 이동하면서 유진이가 찾아 준 곳을 확인했다.
“태블릿과 드론은 내가 가져가마.”
“함께 안 가십니까?”
“방금 찾으라고 했던 곳을 좀 가 봐야 할 것 같다.”
“네, 대장님.”
태영 일행이 도착했을 때, 이미 호버리의 블레이드는 돌기 시작하고 있었다.
들것을 든 병사들이 들어가기 위해 작은 트럭 정도는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뒷문이 열리는 중에 모두들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조종석 뒤쪽의 문도 열렸다.
호버리를 둘러싼 이곳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리는데, 그 군중들 속에서 ‘누야’라는 아이의 외침이 들려왔다.
누나를 부르는 이 지방의 사투리인 듯했다.
“누야, 나도 데꼬 가 주라.”
돌아보니 열 살이 채 안 되어 보이는 아이가 눈물을 손으로 문질러 닦으며 군중들이 서 있는 몇 발자국 앞쪽에 서 있었다.
“언니야, 승욱이 자 좀 델꼬 가모 안 되나?”
“승욱이? 저 애가 승욱이라고?”
아는 모양이다.
“그래, 작년에 승욱이 아부지가 죽어서 인자 아무도 없는 기라. 하이튼 좀 복잡한대, 승욱이 엄마는 팔 년 전에 언니가 잡히 갈 때, 애놈들 한티 잡히 가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리고, 그때 자 아부지가 애놈들한태 칼 마자서 골골하다가 작년에 죽고 난 뒤에는 동네 사람들하고, 내가 간혹 조깨씩 거디 믹있거든.”
송한이의 시선이 태영에게 돌아왔다.
그 와중에 고아가 된 아이까지 거두어 먹였다고?
생각보다 착하네.
“태워라.”
태영이 병사에게 고개를 돌리며 아이를 태우라고 지시했다.
“넵, 명 받듭니다.”
대답을 한 병사는 바로 달려가서 아이를 번쩍 안아 들고 호버리에 탑승했다.
“현이 아씨, 가모 인자 안 올 낍니꺼?”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송현이와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정님아, 초리야 엄마 좀 나시모 빨리 돌아오깨, 울 집이나 종종 들리 주라.”
“그래예, 꼭 와야 됩니더.”
“그래, 그래. 여가 우리 집인대 오디로 갈끼고? 꼭 와야재.”
그들의 대화를 들으니 신분의 차이와 상관없는 이웃 같았다.
“이거 내 집무실에 가져다 놓고, 거기 내 총 주고, 탄창 다섯 개만 날 줘.”
태영이 호버리의 계단에서 장도인 지천을 풀어서 안으로 넣어 주고, 소총을 달라고 했다.
쇠버리가 든 조끼는 걸치고 있으니 소총과 탄약만 챙기면 된다.
쓸 일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가지고 있기는 해야지.
“대장님은 지금 안 가십니까?”
송한이가 민초현과 함께 모친의 상태를 보고 있다가 물었다.
“영선현에 좀 가 보고 뒤따라갈게.”
“동생을 찾을 수 있을까요?”
영선현에 가겠다는 이유를 짐작한 송한이가 촉촉하게 젖은 눈을 들고 물었다.
“지금으로서는 찾아보겠다는 말 외에는 할 수가 없다. 최대한 찾아보마.”
“네, 알겠습니다.”
“오디 가서 찾을 긴디? 오디 있는 줄 알고?”
송현이가 역시 모친의 곁에 앉았다가 요란하게 물어왔다.
“잘 다녀오세요.”
송현이의 손을 잡고 살짝 끌어내리며 태영에게 인사를 했다.
“그래.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
호버리의 문이 닫혔다.
훙훙훙훙~
블레이드의 회전 속도가 빨라지자 태영도 그곳에서 물러나서 밭 언저리로 나갔다.
두두두두두두~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천천히 떠올랐다.
창문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형체만 어른거렸지만 곧바로 동체를 돌린 호버리는 바다 쪽으로 진로를 잡았다.
바닷가 쪽으로 갔다가 사포로 방향을 잡을 것이다.
블레이드의 굉음이 차츰 멀어졌고 하늘에서 점이 되어 눈앞에서 사라져 갔다.
“그럼, 서윤이 가장 외로운 건가?”
혼자 생각이 중얼거림이 되어 입 밖으로 나왔다.
쌍둥이를 낳고 아이 둘을 돌보느라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기는 했다.
정하연은 부모 형제가 모두 다 잘 있고, 고설하는 부모 형제가 비록 왜국에 있긴 해도 모두 살아 있으며, 지금은 그때의 고생이 무색할 정도로 잘 있다고 했다.
송한이는 아버지와 오빠를 잃었다는 사실을 조금 전에 알았지만, 어머니와 두 동생이 살아 있다.
서윤에게도 사촌은 있지만, 부모도 형제도 없다.
“미안하다. 그날 내가 5분만, 아니 1분만이라도 빨리 갔으면 아버지를 구할 수 있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