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64
264. 송한이(4)
“여기가 영선현청인가?”
영선현 관아의 정문을 지키는 두 명의 관졸이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고 있다가 태영의 질문에 깜짝 놀란 듯 자세를 바로잡았다.
“웬 놈이냐?”
웬 놈이라.
상대가 양반이 아니면 일단 큰 소리부터 치고 보는 관졸의 위세다.
척 보니 태영의 복장은 이 시대의 양반 복장이 아니고, 하인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온 것도 아니니 이리 대하는 것이리라.
묻기 전에 누군지 밝히지 않았으니, 누구냐고 역으로 물어오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지만, 대뜸 욕을 하니 기분이 나빴다.
혼내 줄까?
이놈들은 8년 전에도 관졸이었을까?
왜구를 막으려 애를 쓰긴 했을까?
별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여기는 해안에서 거리가 제법 되니, 왜구의 약탈을 받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넌 웬 놈이기에 칼을 차고 있느냐?”
눈을 부라리며, 그 중에 한 명이 다짜고짜 태영의 허리에 달려 있는 월랑을 잡으려 손을 내밀고 물었다.
칼 차고 있다고 시비를 거는 놈은 처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가오는 손을 피했다.
어찌 되었거나 사포에서 경비병이 이따위로 검문하면 바로 군기 교육대였다.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라. 이놈들아.”
다시 손을 뻗어 오는 관졸을 피해 또 옆으로 비켜섰다.
“이놈이 죽을라꼬 환장한 놈 아이가.”
관졸 한 명이 뒷걸음을 쳐서 창 길이를 가늠하여 거리를 맞추더니 바로 태영에게 창을 겨누었다.
? 서걱~
태영은 월랑을 뽑아 창날 부분을 잘라 내고, 월랑을 칼집에 넣자마자 관졸이 들고 있던 창대를 잡아채니 아무런 저항 없이 딸려 나왔다.
“어? 어어?”
깜짝 놀라긴 했을 것이다.
워낙 빠른 움직임이었으니 눈앞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는 것을 알았겠지만, 창날을 잘라 낸 후 창대를 빼앗아 갔다는 것을 몰랐을 뿐이다.
태영은 창대를 거꾸로 들어 눈앞에 들이밀었다.
이들을 죽이지 않으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가 현청이냐고 묻는데, 대답이나 하지 웬 말이 그리 많으냐?”
탁~
관졸의 손이 창대를 잡으려 올라오는 것을 툭 쳐 냈다.
그리고 그대로 창대를 내려 허벅지 사이에 밀어 넣고 두세 번 좌우로 흔들었다.
전시 상황도 아니고, 변방도 아닌 후방인 데다, 관졸들이니 갑옷 같은 것은 당연히 입지 않았다.
설사 입었다고 해도 허벅지 안쪽을 가려 주지는 않으니 때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으악, 으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허벅지 안쪽을 이렇게 창대로 치면 무척이나 아픈 자리다.
“이런 망할 놈.”
옆에 있던 관졸이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창을 겨누었다.
“너도 이렇게 되고 싶어?”
태영이 손에 들린 창대로 관졸의 창날을 걸어서 그대로 내리눌러 땅바닥에 꽂히게 하고는 발로 밟았다.
그리고 창대를 턱 아래에 받치고 밀어 올렸다.
“헉.”
관졸은 창을 놓치고 반쯤 얼어붙은 얼굴이었다.
“뉘, 뉘시온지?”
그때서야 상대가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안 것인지 창대에 고개를 들린 채로 약간 떨면서 물었다.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말고, 여기가 영선현 현청인지 아닌지 답을 해라.”
“마, 맞사옵니다.”
그 대답 한번 하기가 그리 어려운가?
“그래?”
태영이 알기로는 속현으로 알고 있는데, 맞는지 모르겠지만 현령의 일을 하는 누군가가 있거나 호장이 있을 수도 있었다.
“현령이 있나?”
“아, 그, 아, 그, 호장 나리가 계십니다요.”
“그래? 호장 이름이 뭐냐?”
“서, 성한준 나리입니다요.”
“그래? 혹시, 아 아니다.”
관졸에게 송준일이란 아이가 있느냐고 물으려 하다가 관두었다.
그리고 정문을 지나, 마당 저편에 있는 제일 큰 건물로 가서 열린 문안으로 발을 들였다.
“누구냐?”
문이 열려 있는 데다 제법 큰 창이 있어서 그다지 어둡지 않은 실내의 정면에는 큰 의자에 폼을 잡고 앉은, 화려한 복장의 뚱보 한 명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쪽 좌우에 독서대 크기만 한 작은 탁자를 놓고 앉은 두 사람이 있다가 그중 좌측에 앉은 사람이 일어서서 물었다.
“성한준 호장 있는가?”
“이놈, 어느 분의 이름이라고 함부로 부르느냐?”
음, 이쪽이 누구인지도 알려 주지 않고, 이름을 마구 부르는 것이 잘못이긴 하지.
그래 미안, 그래도 이해해라.
이 시대로 와서 확실히 무데뽀가 좀 늘기는 했다.
아무래도 워낙 큰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생긴 현상인 것 같긴 하다.
“그런데, 네가 성한준이야?”
이놈이라고 했던 그놈에게 물었다.
“이놈이 감히.”
삿대질을 하면서 태영의 앞으로 나서는 좌측 사람의 이마를 창대로 콩 찧고는 머리가 흔들리는 틈에 그대로 목 아래의 울대에 창대를 대고 살짝 밀었다.
밀기만 해도 무지 아픈 자리다.
“대답을 먼저 해라. 네가 성한준이냐고 묻는 거잖아?”
“이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면서 중앙의 뚱보를 힐끗 쳐다보는 걸 보니 화려한 복장의 뚱보가 성한준이 맞는 모양이다.
물론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일부러 이렇게 하는 것이다.
“네가 성한준이냐?”
“니, 니는 누구냐?”
바로 이놈 저놈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위험한 상황을 인지한 것인지, 원래 성격이 소심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워낙 뚱보이다 보니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만으로도 숨을 가쁘게 내쉴 정도였다.
운동이란 것은 평생토록 해 본 적이 없는 놈 같은데, 호장이라는 것이 지방 호족이기에 대를 물려 호장을 하니, 저놈도 그런 놈 중의 한 놈이 아닐까 싶었다.
“네가 성한준이냐고?”
태영이 창대를 돌려 바로 뚱보의 눈앞으로 가져갔다.
“이…….”
“맞고 답할래? 맞기 전에 답할래?”
“마, 맞다.”
“맞다?”
“마, 맞습니다.”
반말에 그놈을 노려보며 되묻자 한참을 씩씩거리더니 존대가 나왔다.
“앞으로는 묻는 말에 즉각 대답해라.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으면 오늘 조금 괴로울 거야.”
“먼 일 있십니꺼?”
그때 뒤쪽에서 우렁우렁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발자국 소리는 이미 듣고 있었고, 발소리의 수로 보아 장정 여섯 명인데, 그 중에서 허리에 찬 칼이 옷에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있었다.
“어이, 들어들 와.”
태영은 몸을 돌려 옆으로 살짝 비켜서며 밖을 보고 말했다.
목소리에서 이미 알았지만 태영보다 훨씬 키가 큰 관졸 하나가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다른 관졸들은 창을 들었고, 이자는 빈손에 허리에는 칼을 차고 있는데, 칼 길이가 장난 아니게 길었다.
태영이 21세기에는 보통 키에 지나지 않지만, 이 시대를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큰 편인데, 그런 태영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체격으로 봐서는 힘깨나 쓴다는 것 같은데, 얼굴에 나타난 지식의 축적도가 이 시대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보통의 양민들 수준인 듯하니 글을 아는 것은 아닌 듯했다.
“웬 놈이고?”
덩치에 걸맞은 소리가 나왔지만 그리 듣기 좋은 목소리는 아니었다.
“일단 욕부터 하고 보는구나. 모두 다.”
“니는 웬 놈인데…….”
거한의 손이 칼의 손잡이로 가는 것을 본 태영이 말을 잘랐다.
“그 칼 뽑으면 죽는다. 이건 경고야.”
죽이지는 않을 것이지만 경고이니까.
“머이라?”
챙~
태영의 경고에 아랑곳없이 칼은 집을 벗어났고, 뒤쪽의 두 명이 창을 비스듬히 고쳐 잡고 안으로 들어섰다.
실내가 그리 넓지 않아 밖에 있는 관졸들이 다 들어올 수는 없으니 둘이 들어선 모양이었다.
퍽~
뚱보의 눈앞으로 향해 있던 창대의 방향을 바꾸어 거한의 명치를 쿡 찔렀다.
“컥.”
죽이지 않으려면 힘 조절을 해야 하기에 태영으로서는 살짝 친 거지만, 거한에게는 죽음의 문턱을 바라볼 정도의 타격일 것이다.
거한은 그대로 선 자세로 얼굴과 눈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코에서 콧물이 나와 풍선을 만들었고, 입에서는 침이 주르르 흘렀다.
에이, 더러워.
거한은 몸을 비척거리더니 그대로 앞으로 쿵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너희도?”
태영이 창대 끝을 돌려 한 명의 얼굴로 향하자 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렇게 쓰러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은 말만 해. 창을 겨눠도 좋고, 그럼 바로 저리 만들어 줄 테니까.”
“…….”
못 하겠지.
“뚱보, 네가 호장이라고?”
“…….”
뚱보에게 뚱보라고 부르면 욕인데, 그건 상관없다는 듯, 대답 대신 고개를 부지런히 끄덕거렸다.
거한이 창대 끝에 한번 찔리고는 저 모양이 된 것을 보니 달려들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모양이다.
“대답.”
“흐, 네.”
“그래 그렇게 해. 그리고 송준일이라고 군역 나온 지 1년 반이 지났는데 아직 집에 오지 않았다니까, 한번 찾아봐.”
“네? 네, 네.”
대답은 우측의 관인이 했다.
그리고 자신의 뒤쪽에 있는 서가에서 책 한 권을 빼내더니 여러 장을 넘기고는 손가락으로 훑어 가가다 손이 딱 멈추었다.
“아, 거, 그기.”
“왜?”
“지끔 노역 나가 있십니더.”
노역?
군역 나온 사람이 왜 노역 중인데?
“왜? 이유가 뭐야?”
태영이 묻는데 관인이 성한준을 잠시 쳐다봤다.
“성한준, 네가 대답해 봐. 왜?”
“…….”
성한준은 대답 대신 콧김을 불어 내며 관인을 쳐다보는데, 눈빛이 ‘이 눈치 없는 놈’이라는 표정이었다.
그사이에 사람을 찾으러 왔다는 것을 알았단 말이지?
그러면 좀 뻗대도 될 것 같다, 뭐 그런 생각이 든 모양이다.
관인이 성한준의 눈치를 보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호장이라는 이 뚱보의 정신을 좀 빼 놔야 할 것 같았다.
“아까 뭐라고 했어? 즉각즉각 대답하라고 했지?”
태영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창대로 사타구니를 살짝 올려 쳤다.
“흐윽, 으으으으으윽.”
남자의 치명적인 급소를 살짝 쳤지만 숨을 쉬지 못하고 데굴데굴 굴러야 할 정도로 아플 것이다.
성한준은 그대로 무너져 옆으로 굴렀고, 두 손을 사타구니에 가져가서는 가쁜 숨을 쌕쌕 내쉬었다.
“커윽, 흐으윽.”
“대답 안 하지?”
절대로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태영이 다시 창대를 들었다.
“저, 지가 말씀 드리것심니더.”
눈치 빠른 관인이 고개를 숙이고 성한준을 힐끗 보더니 말했다.
“말해 봐.”
“거, 수자리가 끝날 때, 쌀 한 섬을 바치야 되는디 그냥 갈라 캐서…….”
“뭐?”
“…….”
관인이 대답 대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전역 비?
수자리가 끝나서 돌려보내 주는 거니까 뭐든 내놔라, 그게 쌀 한 섬이다?
이건 전역 뇌물이라는 말인데, 이건 보나마나 성한준 저놈이 착취하는 거다.
중앙의 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이런 시골 촌구석에서 호족들이 제 입맛대로 저지르는 비리라니.
쌀 한 섬 바치지 않으니 몸으로 때우고 있는 중이고.
“아, 그렇구나.”
잠시 생각이 났다.
최충헌 일가가 제 마음대로 차지한 봉토가 진주목 관할 구역인데 최충헌이 그냥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주인이 사라져 버린 곳의 땅 처리 문제를 최세헌이 어찌했는지 모르겠지만, 막대한 권력이 사라진 무주공산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 이런 놈들이 제 마음대로 횡포를 부리는 거지.
“너희 둘, 가서 송준일 데리고 와.”
태영은 거한의 뒤를 따라 들어왔던 두 명의 관졸에게 시켰다.
“저, 그기, 좀 먼데예.”
“하아, 씨바. 이기 머꼬.”
그때, 거한이 조금 정신을 차렸는지 몸을 꿈틀거리며 일어서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중얼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넌 좀 더 혼나야겠다.”
태영은 창대 끝으로 거한의 명치를 다시 한번 푹 찌르고는 고개가 숙여지는 틈에 옆으로 돌면서 목 옆 부분을 툭 쳤다.
태영으로서는 툭 친 것이지만, 이들에게는 몽둥이를 휘둘러 맞은 것보다 타격이 더 심할 것이다.
“컥.”
거한은 낮은 비명과 함께 바로 정신을 잃었다.
거한이 다시 쓰러지자, 관아의 바깥에 있던 관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기다리고 서 있었다.
“멀다고?”
“네.”
“너희 둘, 앞장서라. 가 보자.”
그들의 걸음걸이로 40분을 걸어서 산을 깎아 내리는 노역 현장에 도착했다.
산과 산 사이의 완만한 비탈진 그곳에는 50명은 될 듯한 사람들이 산을 깎고 바닥을 고르는 일을 하고 있고, 창을 손에 든 관졸 여덟이 주위에 적당히 흩어져 바닥에 앉아 있었다.
앞장서서 길을 안내한 관졸이, 일하는 무리 한쪽에 있는 책임자로 보이는 관졸에게 뭐라고 하니까, 그가 태영이 있는 방향을 한참 쳐다봤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들어 볼 필요도 없이 무력을 행사해서 쫓아낼지, 아니면 송준일을 잠시 보여 줄지 가늠을 하는 것이리라.
척 보기에 체격이 좋고, 운동을 많이 한 단단해 보이는 몸이다.
태영을 보고 한번 씩 웃은 그는 일하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을 불러냈고, 불러낸 사람을 데리고 태영의 앞으로 왔다.
관졸이 데리고 온 청년은 다리를 절뚝거렸고, 얼굴은 맞아서 생긴 듯한 상처 자리가 있는데 피딱지가 앉아 있었다.
저런 모습이라니.
“네가 송준일이냐?”
주위의 관졸들에게는 신경을 끊고, 바로 물었다.
“…….”
성격이 좀 센 모양이다.
태영의 질문에 고개를 들어 태영을 노려보는데, 눈에 맺혀 있는 분노가 보통이 아니다.
송준일이 맞으면, 아픈 어머니와 여동생을 집에 남겨 두고 여기서 이런 상태로 잡혀 있는 것이 얼마나 분할까?
그는 그 상태에서 입을 꼼지락거리더니 태영을 향해 침을 탁 뱉었다.
물론, 침이 태영에게까지 오진 못했다.
넌 또 뭔데? 나한테서 뭘 더 뜯어먹을 것이 있다고? 그런 표정인데 쉽게 대답할 놈이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입을 열게 하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지.
“네가 송준일이 맞으면, 송한이의 소식을 알려 주마.”
“뭐?”
태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치 눈에 불꽃이 튈 듯이 눈을 뜨더니 태영에게 달려왔다.
옆에 있던 관졸이 막자 몸을 휘저으며 달려오려 했지만, 막혀서 잠시 휘청거렸고 다가오지는 못했다.
“누야, 누야가 살아 있나?”
어디서 그런 힘이 났을까 싶을 정도로 큰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지, 왜구에게 끌려가고 8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와 형도 왜구에게 죽었는데, 누나가 살아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일까?
몸을 좌우로 움직여서 부축하고 있는 둘을 털어 냈다.
“그 말에 대답하기 전에 네가 송준일이가 맞느냐고 물었다.”
“맞다. 내가 송준일이다. 인자 됫나? 그라모 대답해라, 누야가 살아 있냐고?”
대답을 하고 큰 소리로 다시 물어오는 송준일의 눈에 벌써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반말로?”
“아, 씨바. 좋다 그래. 내가 송준일 맞소. 아니 맞심니더. 누야는 살아 있십니까? 그러는 니는, 아, 아, 아니 그러는 나리는 누군기요?”
거의 정신이 없을 정도로 몰아 부친다.
관졸들을 힘으로 어찌 할 수 있으면 모조리 때려 높잉 기세다.
“그래, 송한이, 살아 있다.”
“그래요? 살아 있다꼬? 그라모 누야 어딧는데? 응? 누야 어딧냐구요?”
“한 시진 전에 너희 집에 있었고, 지금은 네 어머니 모시고 의원으로 갔다.”
“…….”
태영의 말을 들은 송준일은 뒤를 돌아보고 자신을 불러내었던 관졸에게 시선을 주었다.
“누야를 만나고 와서 쌀을 주던 멀 주던 할 테니까, 일단 내는 좀 나가야겠다.”
역시, 전역 비를 받는 것이 맞군.
“쌀 줄 필요 없다. 이놈들을 살려 두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 그러니 기다려라.”
태영은 태블릿을 꺼내서 지금 사포에 있을 정규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태블릿에서 나온 빛을 모두들 깜짝 놀라 쳐다보았지만 아무도 말을 걸지는 않았다.
준비를 갖추고 오려면 20분에서 30분은 걸릴 터였다.
“그란데, 눈교? 진짜 누군교?”
태영이 태블릿을 끄고 조끼 윗주머니에 집어넣자 송준일이 다시 물어왔다.
조금 전에도 물었지만 태영이 무시해 버렸으니 더 궁금한 모양이다.
“네 매형이다.”
“머? 머라카요? 매혀엉?”
놀란 표정은 도저히 표현이 안 될 정도로 바뀌었다.
“그래, 궁금한 것이 많겠지만, 누나한테 들어라. 조금 기다리면 널 데리러 누군가가 올 테니까.”
태영은 일하는 무리들과 그들을 지키는 관졸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 중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관졸에게 시선을 주었다.
“너는, 성한준에게 가서 수자리 온 사람들에게 네 마음대로 거둔 쌀, 모두 돌려주라고 해라. 안 그러면 내가 다시 돌아와서 성한준이와 너희들 모두를 죽이게 될지도 모른다.”
태영의 위세에 겁이 난 것인지, 태영을 안내해 온 관졸이 한 발자국씩 물러섰다.
그렇지만, 노역 중인 사람들을 지키던 관졸들이 몸을 돌리는 모습을 보니 네가 누구이길래? 네가 뭔데? 라는 생각을 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머이라? 새끼가 골이 빗나, 니 지금 머라 했나?”
역시 책임자로 보이는 관졸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어졌다.
“쌀, 머라? 그라고 누구 맘대로 델고 간다꼬? 야, 이 새끼야, 니 누고? 죽고 잡나?”
그 말을 끝으로 책임자는 손짓을 하더니 노역하는 사람들은 관졸 둘에게 맡겨 두고 여섯이 태영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어쭈, 한판 해 보자 이거지?
“아 씨발, 누야가 살아 있다는 소식 금방 들었는디, 그래서 만나로 갈라 카는데 암만 캐도 제대로 몬 가지 시푸내. 좋다 씨발, 죽든지 살든지 함 해 보자.”
송준일의 목소리다.
태영은 그들을 바라보면서 조끼 주머니의 쇠버리를 잠시 손에 쥐었다가 그냥 두고 끝이 잘려진 창대를 앞으로 뻗었다.
총이 좋기는 한데, 처남을 이렇게 매질한 놈들이니 분풀이부터 좀 해야겠다.
“송준일, 넌 저 뒤로 빠져 있도록.”
그러면서 송준일을 뒤로 끌어당겼다.
“혼자서 이 많은 놈한테 머를 우짤라고요?”
“시키는 대로 해라.”
눈을 노려보며 말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뒤로 물러났다.
“나한테 덤비면, 몇 달은 못 일어나거나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일단 알고 덤벼라.”
태영은 다가오는 여섯 명을 향해 비웃듯 웃으면서 말했다.
“웃음이 나온단 말이가?”
책임자로 보이는 관졸이 칼을 뽑는 대신에 등에 멘 몽둥이를 꺼냈다.
척 보기에도 제법 튼튼해 보이는 데다 사람을 패는데 아주 적당한 용도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저걸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했을까?
그래, 오늘은 네가 좀 맞아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