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65
265. 송한이(5)
훙~
바람을 가르는 몽둥이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딱~ 쉭~ 퍽~
창대를 들어 몽둥이를 비켜 친 후에 몽둥이가 밀리는 틈에 바로 오른쪽 어깨를 가볍게 내려쳤다.
태영의 기준으로 가볍게 내려친 것이다.
“으악.”
퍼벅~ 퍽~
연속해서 왼쪽 어깨, 오른쪽 옆구리, 왼쪽 옆구리, 허벅지를 창대가 치고 지나갔다.
워낙 빠른 속도이니 상대가 피하거나 막을 방법이 없다.
창대는 좀처럼 부러지지 않는, 단단하고 탄력 있는 재질이기에 매질을 하는 용도로 아주 최상이다.
“으아아악, 컥.”
그리고 군화발로 사타구니를 살짝 걷어찼다.
“컥, 으으으으으.”
가장 앞에서 위세 좋게 덤벼들었던 책임자가 옆으로 픽 쓰러졌다.
사타구니를 창대로 쳤으면 힘 조절이 쉬웠겠지만, 군화는 발의 감각을 조금은 무디게 하기에 힘 조절에 실패한 것 같다.
넘어진 관졸은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고, 눈물 콧물에 입에서는 침을 질질 흘렸는데, 눈이 거의 튀어나올 정도다.
사타구니를 맞을 때 입에서 나온 비명 이후에 숨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저러다 죽지 않을까 싶을 정도지만, 다른 문제는 생길지 몰라도 죽지는 않을 것이다.
고개를 들자 태영에게 덤비려던 다섯 명의 관졸이 주춤거렸다.
그렇다고 봐주지는 않지.
시작된 것이니 끝을 봐야 한다.
이들을 죽일 필요까지는 없으니, 매질이 최상의 방법이다.
퍽~
가장 앞쪽에서 역시 몽둥이를 들고 있던 관졸부터 매질이 시작되었다.
팍~
“으아악.”
? 퍼벅~
“으아아아아아아.”
도망 못 간다. 도망간다고 놓칠 태영이 아니다.
“내게 덤비면, 어디 한곳은 부러질 각오를 해야 한다고 분명 미리 말했었다.”
뻑~
“으헉.”
관졸들의 어깨, 등짝, 허리,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구분 없이 마구 매질을 해 댔다.
산적 수염의 관졸이 피하려고 했지만, 다른 사람들 같으면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태영의 매질을 피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빠악~ 빠박~
“큭, 으헉.”
태영이 매질을 할 때마다 비명은 계속되었고, 쓰러질 틈도 주지 않았다.
태영이 제대로 때리면 단 한 대에 죽을 것이지만, 지금은 오직 고통을 주기 위한 매질이어서 아프기만 하고 죽지는 않을 것이다.
매질을 마쳤다.
마침내 여섯 모두가 흙바닥에 굴렀고, 모두 신음을 흘리며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오늘 이 정도 하는 것을 다행으로 알아라.”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너희도 좀 맞아야겠다. 이리 와.”
태영은 노역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있다가, 공포에 젖어 이쪽을 보고 선 관졸 둘을 창대로 가리켰다.
그 중에 한 명이 몸을 돌려 도망치려는 모습을 보였다.
“도망치면, 더 심하게 맞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 명이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을 쳤다.
태영은 따라잡을까 하다가, 공포를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주어진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어깨에 크로스로 멘 소총을 끌렀다.
철컥~
탕~앙앙앙앙앙앙앙~
종아리에 한 발, 딱 한 발이면 충분한데, 산골짜기이기에 메아리가 길게 울렸다.
“으아, 으아아아악, 아악.”
도망치던 관졸이 종아리를 부여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노역하던 사람들이나 쓰러져 있는 관졸들까지 모두 난리가 났다.
다시 소총을 어깨에 크로스로 걸고는 도망치지 않은 관졸이 다가오자 명치끝을 창대로 쿡 찔러서 주저앉혔다.
숨도 못 쉴 것 같겠지만, 그 고통은 잠시면 지나간다.
“어이, 거기. 저놈 끌고 와. 그리고 다들 이리 모여.”
노역하던 사람들은 황당한 표정을 짓고 서서 어버버하고 있었다.
“와, 쎄네. 진짜 쎄네. 대체 멀 무모 그리 쎄짐니꺼? 그라고 그건 멈니꺼?”
송준일의 감탄이다.
세지, 이놈아.
무엇을 먹으면 그리 세어지냐고?
마지막에 울린 총소리 때문인지 총을 손끝으로 가리키더니, 기어이 총으로 다가왔다.
“위험한 물건이다. 손대지 마라.”
“아, 알았심더.”
“여기 너처럼 억울하게 끌려온 사람들 있나?”
“있십니더, 근디요, 진짜 매형 마자요?”
믿을 수가 없는 상태여서 그냥 확인하고 싶은 것이리라.
“넌 속고만 살았나? 아니면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너를 왜 찾아왔으며, 네 누나 송한이와 네 동생 송현이를 어찌 알며, 네 모친이 지금 중병이라서 의원에게 데리고 간 걸 어찌 아나?”
사실 그것만으로는 믿을 수는 없지.
그런데 안 믿으면 지가 또 어쩔 건데?
“글키는 하네예.”
“억울한 사람 없는 거지?”
“아 맞다, 억울하게 쩌거서 부역하는 사람들 마는데요. 구해 갈 수 있십니꺼?”
“네가 보기에 몇인데?”
“아홉이요.”
쉰 명 정도 중에 아홉이라. 진위를 가릴 형편도 아니고 그럴 시간도, 필요도 없다.
이놈의 대찬 성격으로 봐서 쓸데없는 거짓말을 할 것 같진 않으니 그냥 믿어 주는 수밖에.
그렇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은 뭐지?
“다른 사람들은?”
“딴 사람들은 부역 기간 중이거나 죄진 사람들이라예.”
“지금 부역하는 곳은 누구 땅이야?”
“누구 땅이기는예, 저래 가꼬 호장이라는 놈 땅이 되는 거지예, 그리고 지가 소작 놓는 기지요.”
부역은 마을 사람 전체를 위한 공공사업에 사람들이 참여하여 진행하는 무상 노동인데, 산을 개간하여 자신의 재산으로 만들어 소작을 놓는다고?
적의 침입을 방비하기 위한 성을 쌓거나, 도로를 닦거나, 마을 공동이 사용하는 우물을 파거나, 수해 예방을 위한 방축을 쌓거나 하는, 개인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하는 무보수 노역이 이 시대의 부역이다.
그런데, 자신의 수익을 위한 일에 부역을 시킨다고?
아씨, 짜증난다.
확 가서 그놈을 죽여 버리면 좋겠는데.
그래도 간섭하지 말자.
어디 이런 부조리가 여기만 그럴 것인가?
고려 땅 곳곳을 돌며 오지랖 부리려면 한평생을 해도 모자란다.
그사이에 노역 중이던 사람들이 슬슬 모여 들었고, 종아리에 총을 맞은 관졸도 질질 끌려왔다.
“도망을 쳐?”
“지, 지송함니더. 겁이 나가꼬예.”
그 관졸은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시늉을 했다.
“죽이려다가 말았다. 앞으로 말 잘 들어라.”
“네, 네. 알았심니더.”
종아리에 피가 줄줄 흐르는 것을 부여잡고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는데, 겁이 나서 도망치려 했다는 말은 맞는 것 같아서 안쓰러웠다.
“송준일, 얘 다리 묶어서 피 안 나게 해 줘라.”
“네, 알것심니다요.”
대답을 한 송준일이 종아리에 총 맞은 관졸의 다리를 묶어서 지혈을 해 주었다.
“그리고 아홉 명은 이쪽으로 이동하라고 해.”
“네, 그라지요.”
대답과 함께 송준일은 아홉 명을 자신의 뒤쪽으로 불러냈다.
푸다다다다다다~
그때 호버리 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나?
태영은 배낭의 붉은 깃발을 하나 꺼내 창대 끝에 매달고 흔들었다.
호버리 착륙이 가능할 정도로 여기가 넓고, 가옥이 없어서 안심하고 내려도 되지만 흙밭이라 벌써 흙이 날리는 듯했다.
푸다다다다다다다다~
호버리가 내려앉으면서 흙먼지가 뽀얗게 날리며, 땅바닥의 흙이 마치 사람을 후려치는 것처럼 날려갔다.
노역을 하던 사람들의 놀란 표정이 볼 만했다.
훙훙훙훙~
블레이드의 회전이 느려지며 요란한 소리도 점점 줄어들었다.
덜컹~
“충성.”
옆문이 열리자 계단으로 된 문이 반쯤 열리며 유진이의 얼굴이 보였고, 바로 인사를 했다.
“그래, 고생했다. 잘 찾아왔네.”
“네, 대장님. 제가 찍어 드렸던 곳 부근이라 찾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 몇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충성.”
뒷문으로 나오는 병사를 보니, 뜻밖에 이건삼이 가장 앞에서 걸어왔다.
얼마 전 중대장으로 승진을 했는데, 이곳으로 처음 올 때는 다른 중대였지만, 그사이에 임무를 바꾼 모양이다.
이제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 제법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왔다.
신도익에게 듣기로는 천운이 어미가 죽던 그날, 같은 날에 남편을 잃은 한 여인이 여태 홀로 살다가, 얼마 전에 이건삼에게 천운이 엄마가 되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교와 성리학이 나라의 근간이 되어 치세학으로는 뛰어났는지 몰라도, 그로 인해 여성들의 지위가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조선 시대와 달리, 고려 시대는 재혼을 이상하다 생각하는 사람도 없고, 여자가 프러포즈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었다.
누가 먼저 프러포즈했느냐 하는 것보다, 세월이 제법 흘렀으니 옛 아픔은 지우고 새로운 연을 만드는 것이 좋지.
“그래, 어서 와. 저기 저 애들 좀 태워.”
태영은 송준일이 따로 구분해 놓은 아홉을 가리켰다.
“넵, 명 받습니다.”
노역 중이던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한지, 이 상황에서 질문조차 못 하고 그냥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태영은 이건삼의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하니, 병사들이 수없이 늘어나면서, 유난히 태영의 눈에 들어왔던 사람들조차 어느 부대에 편성되어 있는지, 어느 부서에 있는지 이제는 기억할 수조차 없다.
제주에서 온 아이들, 모지하타에서 구해 온 아이들, 와카마쓰를 포함해서 왜국에서 구해 온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개경에서 내려온 걸인들과 전국 각 지방의 철소에서 온 수많은 장인들.
그들은 모두 군에 있거나 온정 공업 단지, 조선소, 학당, 병원, 농장 등 요소요소에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 이렇게 이건삼과 마주치듯이 이렇게 봐야 비로소 잘 있는지 알게 된다.
언젠가 작심하고 찾아가서 한 번씩 만나 봐야겠다.
“그놈들을 보고 갈까.”
소이와 이미설이 영선현이었는데, 소이를 비롯해서 제법 많은 아이들이 사포에 남았지만, 이미설을 포함해서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가족들에게 돌아갔다.
그들을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아서라.”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다면, 그들의 삶에 끼어드는 것이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다.
지금 송준일 외에 아홉 명의 삶에 끼어드는 것조차도 망설여야 하는 것이었지만, 애들의 상태로 봐서, 그냥 방치하면 그 중에 몇은 죽을 것 같으니 데리고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곳 영선현까지도 관할 구역으로 넘겨받는 것은 곤란하다.
느낌만으로도 조져 버려야 할 성한준이지만, 제주에서 만났던 양무위 같은 사람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관여하지 않는 것이 맞다.
“그리고 저놈, 종아리에 총 맞았으니까 총탄 박혀 있는지 확인하고, 치료해 주도록 해.”
총탄이 관통한 부상을 치료해 주지 않고 그냥 떠나 버리면, 분명 나중에 다리를 자르게 되거나 더 큰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다.
“네, 총탄 박혀 있으면 데리고 가고, 아니면 치료 후에 약을 주고 가겠습니다.”
***
“이기, 머임니꺼?”
호버리에 태워진 아이들이 겁에 질려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한쪽 구석으로 몰려서 오들오들 떨고 있지만, 송준일은 태영의 옆에서 연신 밖을 내다보았다가 태영을 보았다가 한다.
호버리는 조종석에 두 개의 의자, 조종석 뒤에 두 줄로 열 개의 의자가 넓게 배치된 것을 제외하고는 화물칸처럼 그냥 비어 있다.
대신 동체의 벽에 붙은 간이 의자가 있어서, 그것을 당겨 사람이 앉을 수 있도록 장치가 되어 있고, 동체에 붙은 안전벨트를 당겨서 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일어서면 잡을 수 있는 손잡이로 만들어진 긴 파이프가 두 줄로 동체 전체에 이어져 있고, 고리 형태의 줄이 많이 나와 있어서 몸을 지탱하기 위해 무언가를 잡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의 장치들이 충분히 구비되어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그냥 쓰러져 있을 뿐이다.
병사들은 간이 의자를 당겨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겁에 질린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웃고 있었다.
저 병사들도 처음에 그랬던 경험이 있으니까.
“저기가 너희 집이다. 보이나?”
그나마 용기를 내어 일어서서 창밖을 내다보는 송준일에게 집을 가리켰다.
“예, 보임니더. 그런대…… 아, 참 나중애 누야 한태 물으라 캣재. 알았심더.”
신기하지.
하늘을 날고 있으니.
호버리가 사포까지 가는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병원의 헬기장에는 이미 꽤 여러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고, 천천히 착륙하는데 창밖으로 송현이의 얼굴도 보였다.
덜컹~
“오빠야?”
문이 열리는 소리와 거의 동시에 송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고? 혀이가?”
다른 아이들도 부스럭거리며 일어섰고, 그 중에 셋은 거의 기절한 듯이 누워 있다.
곧이어 뒷문이 열리고 의료진들이 뒷문으로 들어섰지만, 그사이에 송현이와 호버리에서 뛰어내린 송준일이 서로 손을 붙잡았다.
21세기처럼 부둥켜안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으헝, 오빠야. 언니가, 하니 언니가 살아서 돌아왔다 안카나.”
“그래, 들었는대, 누야, 누야는 어딧는대?”
오누이의 상봉을 바라보는 태영은 저 억센 사투리와 억양이 와 닿지 않아서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태영도 천천히 호버리에서 내렸고, 그사이에 다른 사람들도 다 내린 듯했다.
이름이 승욱이라고 했던 아이는 송현이의 뒤쪽에서 두 사람의 상봉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어미는 왜구에게 끌려가고, 그것을 막으려던 아비는 칼에 찔려 고생하다가 죽고, 의지할 곳 하나 없는 몸으로 세상에 내팽개쳐진 아이다.
그래도 같은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서 살아남아,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사포에 왔으니, 이제 고아원으로 보내질 것이고, 부모와 사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배를 곪거나 서러움을 받지 않고 살 순 있을 것이다.
“잘 다녀오셨습니까?”
승욱이의 환한 웃음을 밀어내고 고설하가 일행들 앞쪽에서 인사를 했다.
“응.”
“5층에 있습니다.”
“그래? 알았어.”
“대장님, 저희는 돌아가겠습니다.”
그때 뒤에서 이건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수고했다.”
“진료 중인가?”
고개를 돌려 고설하에게 물었다.
“네, 5호실에 입원을 시켰고 조금 전에 원장님이 보고 갔는데, 폐렴 치료가 가장 시급하다고 합니다.”
“가 보자.”
“네.”
사포의 병원은 5층으로 지어진 현대식 건물인데, 엘리베이터까지 있고, 5층은 거의 태영과 그 가족들 전용 공간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그렇게 정하지 않았음에도 다른 사람들은 5층에 입원하지 않으니까.
“현이는 오빠 데리고 따라오너라. 네 오빠는 오는 동안에 의무병이 잠깐 살폈는데 큰 상처는 아니어서 치료는 천천히 받아도 될 것 같다.”
“네, 대장님. 오빠야 가자. 따라와라. 승욱아, 니는 오데 가지 말고 누야 옆에 잘 붙어 있어라.”
어? 저 애는 벌써 태영을 부르는 호칭을 바꾸었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저를 믿고 따라온 아이를 챙겼다.
“근데, 여는 누구 집인데 이리 크고 좋나? 혹시 매형 집이가?”
“아이다 오빠야. 여긴 의원이란다. 여서는 병원이라 부른다 카네.”
“먼 의원이 이키 큰기가? 그란데 여거 무슨 이런 동내가 다 있나? 아까 우리 태아 갔고 하늘을 날라온 그거는 대체 뭐꼬?”
“그거 내도 다 모린다. 내도 지끔 궁금해 죽것는기라. 나중에 언니한태 다 물어보자.”
뒤따라오면서 송준일과 주고받는 이야기가 거의 고함을 치는 수준이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자 문이 열려 있는 엘리베이터 안에 운전자가 대기 중이었다.
전자 제어가 아닌, 스위치를 조작하여 움직이기에 엘리베이터에는 운전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반드시 승강기 운전자가 조작을 해야 문이 열리거나 닫히고, 가야 할 층수를 조작하면 전기의 힘으로 엘리베이터가 움직여 준다.
엘리베이터는 환자를 제외한 일반인들을 태워 주지 않지만, 오늘은 특별한 경우다.
“대장님, 저는 본부로 돌아가겠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고설하가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시장인 하연은 정말 바쁘고, 서윤은 쌍둥이에 매여 있고, 송한이도 여기 있으니 설하라도 본부에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 고생했어. 자리 지키느라.”
“아닙니다. 그럼.”
고설하가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5층으로 보내 줘.”
“넵, 대장님.”
문이 닫히자 송준일은 놀란 시선을 어느 곳에 두어야 할지 몰랐지만, 송현이는 벌써 적응한 모양이었다.
“오빠야, 가마 좀 있어라, 가마 이시모 이기 5층으로 델다 주끼다.”
안절부절못하는 송준일에게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괜찮으셔?”
5호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 있는 모친과 그 옆에 의자를 놓고 모친을 살피는 송한이의 모습, 그리고 간호 도우미 두 사람이 보였다.
파리한 모습의 모친의 팔에는 링거가 꽂혀 있고, 무언가 송한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모양이다.
“네, 대장님, 원장님이 보고 가셨는데, 다른 병보다는 폐렴이 심하다 합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치료하면 나을 수 있다고 합니다.”
“어서 오시오. 대장님.”
송한이의 모친이 태영을 보고 한 첫마디다.
“병원장이 보고 갔다니까, 알아서 잘 치료해 줄 겁니다. 걱정 말고 편히 쉬면서 몸을 회복하십시오.”
“고맙심니더. 대장님, 죽었을 기라 생각하고 있는 내 딸을 애놈 손에서 구해 와서 부인까지 삼았다 카니 인자 죽어도 여한이 업심니더.”
장모라는 것을 뻔히 아는데 하대하지는 않는다.
“죽었을 것이라는 딸이 살아 돌아왔는데, 이제 돌아가시면 안 되지요. 이제부터라도 편안하게 살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네, 그라겠심니더. 그라고 말고요.”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흘러 베개를 적시고 있었다.
“병원장 좀 만나고, 갈 테니 편히 쉬십시오.”
“네, 바뿌신대 가서 일보이소.”
태영이 모친과 작별을 하고 병실 밖으로 나오자 송한이가 따라 나왔다.
그 뒤를 송준일과 송현이도 따라 나왔다.
“누야, 진짜 누야 맞나?”
송준일이 송한이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보면서 기쁨에 들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