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66
266. 송한이(6)
“그래. 맞다. 준일아.”
“이분, 이분이 매형이고, 누야 서방님 맞고?”
이놈은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을 반복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제 딴에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겨서 그런 모양이다.
왜구에게 끌려가서 죽은 줄 알았던 누나가 이렇게 버젓이 살아서 돌아온 데다, 혼인을 해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이상한 것을 타고 자신까지 구하러 왔으니 믿을 수가 없지.
그럼, 이놈아 볼을 꼬집어 보든지.
그래도 아프기만 하겠지만.
“그래, 맞다. 내가 왜구에게 잡혀가서 어딘지 모르는 이상한 곳에 하인으로 있었는데, 대장님이 오셔서 구해 주셨다.”
“와, 시상에 그런 일이 다 인내. 혀이야 니는 이야기 좀 들었나?”
“그래, 오빠야. 대장님은 진짜 대단한 대장님인기라. 내가 언니한태 들은 거 천처이 이야기 다 해 주꾸마.”
“내도 쪼꼼은 밧다. 무시무시하더라. 누구든 걸리모 아작 나것더라.”
관졸들 매질하는 모습을 보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한이.”
“네, 대장님.”
“난, 이만 갈 테니까. 동생들하고 모친하고 함께 지내. 며칠 안 나와도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네, 오늘 밤에는 여기서 어머니와 함께 자겠습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래, 오늘 밤만 아니고, 며칠 있어도 되니까 염려 말고.”
“고맙습니다, 서방님. 서방님이 베풀어 주신 이 은혜를 언제 다 갚을 수 있을는지요.”
그러면서 송한이 품으로 폭 안겨 들었다.
“남편에게는 은혜라고 말하는 거 아니라고 했지?”
태영은 송한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방님이 늘 그리 말씀하셔서 말로는 알고 있습니다만, 마음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제 마음을 말리지는 말아 주세요.”
“그래, 알았어. 아무튼 이제 갈게.”
“네.”
송한이가 품을 벗어났다.
뒤에서 우웨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송현이다.
까불고 있어, 짜식이.
태영은 원장실로 향했다.
“강 부장, 상태가 어때?”
“네, 대장님. 영양실조가 심하고 체력이 워낙 저하되어 있어서, 체력 회복이 최우선이구요. 자잘한 병들도 거의 종합 병원 수준이지만, 그건 별문제가 아닌데, 폐렴이 심해서 조금 오래 입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을 수는 있는 거야?”
“그럼요. 치료하는데 시간이 조금 많이 걸릴 뿐입니다.”
“다행이네. 팔하고 칼에 찔렸다는 배는?”
“팔은 근육이 잘렸는데, 너무 오래되어 근육이 당겨져 들어갔기에 원상회복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최대한 애를 좀 써 보겠습니다. 그리고 배의 상처는 그 이후로 다시 곪거나 덧난 적이 없다는 것으로 봐서 내상은 없는 것 같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검사는 해 보겠습니다.”
“그래, 팔을 어떻게 하든 좀 쓸 수 있도록 해 줘 봐.”
“네, 그리하겠습니다.”
태영의 가슴 한곳에 못내 아쉬움으로 남아 있던 것 중의 하나가 이것으로 해결된 것 같다.
아니, 대부분 해결된 것 같으니 이제는 가슴 아픈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태영이 1층으로 내려오자 장호와 유시완, 잔디, 그리고 유진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유시완.”
“네, 대장님.”
“너희 부부는 애 안 가져?”
“잔디가 애는 좀 천천히 가지자고 해서요.”
태영이 기억하는 잔디의 나이는 서윤과 동갑으로 알고 있으니 올해 스물한 살일 거야 아마.
“잔디야.”
“네, 대장님.”
“왜?”
“아, 그게 그냥 좀, 그렇습니다.”
태영이 물끄러미 쳐다보자 쑥스러운 듯 먼 산을 보는 모습이라니.
“알았다. 뭔가 생각이 있겠지.”
“대장님,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쑥스러운 듯했던 표정을 바로 지우고 물었다.
“응, 뭔데?”
“혹시 북방의 싸움은 언제로 예정하고 있으십니까?”
아, 이것 때문이었구나.
자신이 임신 중이거나 애가 너무 어릴 때, 몽골과의 전쟁이 벌어지면 자신이 참전할 수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아직 몇 년이나 걸릴지 모르는데.
몽골 지역의 대평원으로 가면, 고려군이 아무리 기마술을 훈련하고 있다고 해도 몽골의 궁기병과 기마병을 상대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물론, 화력 차이가 월등하기에 전투에는 이길 것이지만, 고려군의 희생도 발생한다.
고려군의 희생이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고려군이 사용하는 무기들이 적의 손에 넘어가게 될 것이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것을 보고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어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주게 된다.
그건, 절대로 금해야 한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 고려군의 희생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그보다 우선하는 지역, 여진이 있고, 몽골과 부딪치기 전에 전투 스타일이 비슷한 여진과 한판 붙어서 연습을 해 둘 필요가 있다.
생각대로 될는지는 모르지만, 최대한 애 써 봐야지.
***
밖에서 우렁찬 구령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연병장에서 대강당으로 들어가는 고위급 장교들의 외침인데, 장인이며 사포 부시장인 정인구 해치 사단장이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고급 장교 훈련 과정의 교관은 창룡 사단장 박준환이었지만, 김웅겸, 정인구, 신도익, 그리고 한규장이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시간제 교관으로 참여해 주었다.
피교육생은 박진하와 석명환 장여상 등 고려군의 장군급 지휘관들 72명이며, 오늘은 그들의 고위 장교 특별반 졸업식 날이다.
“다들 잘 견뎌 냈다면서요?”
정하연이 훈련소 3층의 접견실 유리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다가 태영에게 물었다.
“응, 다들 잘 견뎠지. 뭐 좀 봐주긴 했지만.”
“많이 굴리지는 않으신 것 같던데요?”
“그렇지. 아무래도 고급 장교 과정 훈련이어서 뛰고 구르는 것보다는, 무기에 대한 이해 하에 군을 지휘하는 전략 전술 교육이 위주였으니까.”
병사들과는 교육 과정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랐다.
열병기와 기갑 부대를 운용하는 부분은 여태까지 그들이 해 왔던 전략 전술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들은 모두 장군급 이상에 일부의 중낭장과 낭장이 일부 포함된 고위급 지휘관들이었기에, 사관 학교처럼 4년을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거기다가 일반 병사들처럼 교육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아서, 장교 교육 과정을 3개월 만에 끝내는 속성 과정 특별반을 편성했었다.
“그래도 한 군단장이 제법 고생시킨 것 같던데요.”
“한 군단장이야 왜국을 완전하게 정복하면서 직접적으로 작전 수행을 했으니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그러니까 제식이나 사격 같은 것을 제외하고, 매복, 근접 전투, 피신과 도주같이 몸으로 직접 움직여야 하는 것을 제대로 가르쳤을 거야.”
“다들 연세가 있어서 고생했겠네요.”
“맞아.”
“이제 개경으로 돌려보내실 거죠?”
“개경으로 보내긴 하겠지만, 기초 훈련이 끝났으니 실전 훈련을 생각하고 있어.”
“어디로 보내실 건데요?”
이번에는 두 아이를 쌍둥이 유모차에 눕힌 채 보고 있던 한서윤이 질문했다.
“동진과 동요. 다만, 우리가 준비되기 전에 몽골이 들어오면 안 되니까, 시기는 조절해야 해.”
테르에서 건져 내어 PC에 저장된 자료들 중에 동북아시아의 역사 기록 일부가 남아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아니지만, 몇 년도에 누가 어떻게 건국했으며, 어떻게 멸망했다 하는 정도였다.
두 나라는 21세기 기준으로 랴오닝성에 해당하는 요동 반도에 있다.
거란족의 야율유가가 몽골의 지원을 받아서 1213년에 동요(東遼)를 세웠고 1269년 몽골에 흡수될 때까지 몽골의 제후국이었다.
그리고 대진(大眞)국은 야율유가가 금나라를 배신하고 몽골의 지원으로 동요를 세우자, 그를 처단하기 위해 여진족인 포선만노를 보냈다.
그러나 포선만노는 동요와의 싸움에서 대패하는 바람에 패잔병을 이끌고 동쪽 끝으로 가서, 1215년에 대진(大眞)이라는 나라를 세웠다.
대진을 대하(大夏)라고 바꾸고 몽골에 저항했지만, 1233년에 몽골에게 멸망된다.
대진은 동하(東夏)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조선에서는 여진족이 세운 나라라고 해서 동진(東眞)으로 불렀다.
“대장님 말씀은, 몽골의 뒤통수가 간질거려서 조만간에 그쪽을 정벌할 것이라 하셨는데, 조금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준비가 되기 전에 우리와 몽골과 부딪치는 것 아닌가요?”
“지난번 사신들 거처를 습격해서 모조리 잡아 온 후에, 사신단이 몽골로 돌아갔다고 했지만, 믿지 않고 조사단을 보내겠다고 하는 모양이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서 사신단이 오가는데 몇 달은 걸리고, 통신 또한 발달하지 않아서 이런 이야기는 그때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들려온다.
“당연히 그렇겠죠?”
“그래서 국경을 봉쇄하고 사신단의 왕래를 막으라고 했어.”
“그런데 왜 몽골은 만주 지역의 여진족을 그냥 두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어요.”
“지금 호라즘을 공격하느라 주 전력이 그쪽으로 가 있어서 그래.”
“호라즘?”
“전에 우리가 석류를 구할 때 거쳐 갔던 페르시아라는 곳 기억해?”
“네, 기억하죠.”
“아, 그때 나도 갔어야 하는 건데, 그 넓은 세상을 나만 빼고 다 구경하고 왔다는 거잖아?”
정하연의 투덜거림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여기서는 정하연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그곳에 가 보았다.
비록 더워서 고생은 했지만.
정하연이 저렇게 아쉬워하니, 다음에 모두를 데리고 삿포로 겨울 온천을 다녀와야겠다.
그 전에 미리 그 지역에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숙소와 온천을 지어 두어야 하겠지만.
“그 페르시아의 북쪽 땅이 호라즘이야.”
생각은 삿포로 온천에 가 있고, 대답은 호라즘 이야기로 막았다.
호라즘.
21세기 기준으로 이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지역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을 지배하는 왕국이다.
테르에서 PC로 옮겨져서 살아남은 자료 속의 역사 기록을 살펴본 결과, 그 내용대로라면 이 시점에 서요(西遼)는 멸망했고, 서하와 호라즘 왕국을 치다가 잘 안 되어서 재정비를 위해 몽골로 철군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올해가 1224년이니까, 태영이 살던 차원과 이곳의 차원이 달라서, 역사의 시점 차이가 얼마나 있을지 몰라도, 아마 맞을 것이다.
“육로로 거기까지 가려면 정말 먼 길인데요.”
“맞아, 거기 공격하다가 잘 안 되어서 지금 철수 중이야. 다시 병력을 모아서 가겠지만 2년은 걸릴 거야.”
“철수 중이라면 동요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을까요?”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역사…… 아니 예상대로라면 내후년에 서하를 공격하는데 총력전을 벌일 거야.”
비서진들이 있어서 역사대로라고 말할 뻔했다가 말을 고쳤다
비서진들도 태영이 미래에서 왔음을 상당 부분 눈치는 채고 있겠지만, 태영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말과는 달랐다.
“서하가 어디쯤인데요?”
“호라즘의 동쪽. 몰골과 호라즘의 중간에 있는 나라.”
거기가 투르크 아니었던가?
“위치가 거기라면, 몽골이 호라즘을 치기 위해 가는 길목에 있는 서하를 먼저 멸망시킨다는 말씀이군요.”
“맞아. 그런데, 우리는 여진을 쳐야 하는 이유가 또 있어.”
“청나라.”
내용을 한번 들었던 서윤이 대답했다.
왜국에서 왜왕이 삼배구고두례를 했을 때, 청나라의 황제가 조선의 왕에게 삼배구고두례를 시킨 것을 말해 주었었다.
그 청나라를 세운 자가 여진족, 아니 기록에는 만주족이라 되어 있어서 그렇게 알고 있는 거지만, 만주족이나 여진족이나 모두가 다 그쪽 땅에 살던 사람들이다.
그 만주족이 고구려의 후손들일 수도 있지만, 이미 시대는 달라졌고, 조선에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주었다.
그러니, 지금의 여진을 쓸어버리는 것이 맞다.
“청나라가 어디인데요?”
왜국에 함께 가지 않았던 정하연이 그 내용을 몰랐기에 의문을 표했다.
“나중에 말해 줄게.”
조선 16대 왕인 인조, 병자호란, 홍타이지 청 태종, 삼배구고두례.
수많은 사람이 전사했고, 수많은 사람이 끌려갔는데, 청나라에 끌려간 사람이 기록으로 남겨진 숫자만 60만 명이 넘는다.
끌려가고도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은 사람 숫자는 알지 못하고, 전사한 병사의 숫자도 모른다.
고설하나 송한이에게도 미래에서 왔음을 이미 말해 주었으니, 그 피의 역사, 치욕의 역사를 말해 줘도 되겠지만, 비서진들이 이곳에 함께 있다.
“그거 미리 막으려는 거죠?”
서윤이 다시 물었다.
“그래, 다시 일어날 수 없도록 해야 해.”
“네, 저도 도울게요.”
그러면서 손을 들어서 벽 한쪽에 걸려 있는 도검 한 개를 반대편 벽으로 날려 보냈다.
쇄액~쇄애액~ 차착~
거의 천장에 닿을 위치로 날아갔고, 수차례 회전하다가 되돌아와 검집에 다시 꽂혔다.
검집에 다시 꽂는 저것이 어려운 것인데.
“어, 칼이 그렇게 움직이니까 공중에서 움직여도 무섭네. 그런데, 돌아온 거야?”
태영이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정하연이 먼저 물었다.
방금 이런 모습은 정하연의 말을 떠나 태영이 봐도 살 떨릴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네, 성님.”
“그래? 언제부터?”
“알게 된 건 이틀 전이에요.”
“와~ 그럼 앞으로 부탁할 거 많아.”
“그 전보다 훨씬 더 능력이 증가한 것 같고, 굉장히 미세하게 제어가 가능하니까 말씀만 하세요.”
허, 저번보다 능력이 훨씬 증가했다고? 그리고 미세하게 제어가 가능해?
대체 능력이 어디까지 발현될까?
태영은 궁금했지만, 질문 대신 손을 내밀어 엄지척을 해 주었다.
“얼마나 미세한데? 방금 칼집에 칼 그냥 꽂는 거?”
정하연이 물었다.
“잠깐만요, 별이야.”
“네, 실장님.”
별이 저 아이는 처음 율촌에 왔을 때 정인구가 거주하라고 준 집의 하인의 이름과 같은데, 고려 신사에서 데려왔다.
“밖에 나가서 버려도 되는 도검이 있으면 도집째로 하나 달라고 해.”
“네, 실장님.”
김별이가 밖으로 나갔다.
“한 실장은 앞으로 애들을 유심히 살펴봐.”
“왜요?”
“유전학 배웠지?”
유전학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단순히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생물적 특징이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유전되는 것에 대해, 한 시간에 걸쳐서 맛보기 정도로 가르치는 수준이다.
그래도, 그 정도만으로도 농업 부장 김경환은 몇 년 되지 않았는데도 많은 품종을 개량해 내고 있으니까.
“네, 배웠어요. 혹시 유전될 것 같아서요?”
“응, 아직은 아니겠지만, 커 가면서 발현될지 모르니까.”
“와, 그거 영현이나 아윤이에게 유전되면 정말 대단할 거야, 그치?”
“성님도,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요?”
“그야 모르지. 나도 유전학을 배웠으니까, 그 기준으로 보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정하연의 표정에 일순 부러움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긴, 정하연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 능력이 부럽지 않으면 이상하지.
“그럼 좋기는 하겠죠.”
그때 김별이가 도검 한 자루를 가지고 들어왔다.
“이리 줘 봐.”
“네.”
스릉~
서윤은 김별이가 가져온 칼을 받아 칼집에서 빼냈다.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칼이고, 몇 곳에는 녹이 슨 것이 보이기도 했다.
“보셨지요?”
“뭘 보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칼에 녹이 많이 슬어 있다는 것은 봤어.”
정하연의 말에 서윤은 미소로 대답하고 김별이에게 다시 건네주었다.
“저기 벽에 있는 못에 잠시 걸어 봐.”
“네, 실장님.”
김별이는 벨트에 매는 끈을 잡아 벽에 나 있는 못에 걸고는 자리를 비켰다.
뚝, 뚜둑~
김별이가 한 발 정도 물러서자 곧바로 서윤이 손끝으로 칼을 가리켰고, 칼은 망치로 치는 듯한 묵직한 소리가 들리면서 조금 흔들거렸다.
“별이야, 칼집을 잡고 거꾸로 뒤집어 쏟아 봐.”
“네, 실장님.”
투둑~ 투두둑~
김별이가 칼집을 거꾸로 뒤집자 5조각이 난 칼날이 우수수 쏟아졌다.
거기에 조각난 칼날의 크기도 일정하고, 부러진 각이 일정했다.
“하.”
정하연의 입에서 나온 탄성이었다.
태영도 깜짝 놀랐다. 저게 정말 가능한 거야?
“우와, 실장님 이거 어떻게 한 거예요?”
송한이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비밀, 알지?”
“흐, 네, 알아요.”
“별이야, 칼집 이리 줘 봐.”
태영은 김별이에게 손을 내밀어 칼집을 달라고 했다.
“아마 칼집에는 아무런 손상이 없을 거예요.”
서윤이 태영이 말하는 것의 의미를 짐작하고 말했다.
이곳저곳 만져 보고 움직여 보았지만, 정말 칼집에는 아무런 손상이 없다.
“이게 가능한 거야?”
“네, 저도 몰랐는데, 가능하더라구요.”
저 칼이 비록 그다지 좋은 칼은 아니라고 해도, 칼집 없이 칼날을 망치로 두드려도 한두 번에 두 조각으로 부러뜨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칼을 칼집에 넣어둔 채로 집은 아무런 손상 없이 날만 다섯 조각을 내어 버리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