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70
270. 전진 기지(1)
“별일 없었죠?”
서윤이 묵고 있는 항주 선화원의 봉선관에 들어서자 서윤이 환한 얼굴로 반겼다.
“응 별일 없었어.”
“뭐 쓸 만한 것이 있었나요?”
“무전기 8개하고 다른 것이 좀 있었는데, 무전기가 가장 반갑네.”
플라즈마 포와 노트북 이야기는 천천히 하면 된다.
“동작돼요?”
“일단, 흑룡호에 주고 충전을 하라고 했으니까, 나중에 확인해 봐야 해.”
“아, 되면 좋겠다.”
사실상 무전기의 발견이 가장 좋았다.
무전기가 동작을 할지 아닐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동작이 가능하다면, 본부에 이동 무선 기지국 놓고, 최전방 공격 부대가 기지국 한 대 들고 다니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즉시즉시 확인이 가능하다.
“나도 그래.”
“그건 통신 거리가 얼마나 되는데요?”
작은 무전기를 사용할 때나, 태블릿을 사용하면서 통신 거리 이야기를 워낙 많이 해 준 탓에 바로 통신 거리를 물어왔다
“육상에서 60킬로라고 되어 있는데, 확인을 못 해 봤으니 알 수가 없지만, 해상에서는 육상의 두세 배 정도 되지 않을까?”
“아, 그거 좋은데요.”
“아나이스 건강 검진 결과는 어때?”
태영이 자리를 며칠 비울 동안 데리고 온 의사와 의무병들이 건강 검진을 했을 것이다.
“의사 말로는, 아나이스의 말 그대로 노환이에요, 몸이 정상인 곳이 별로 없다고 하네요.”
“본인에게 알려 주었어?”
“아뇨, 그렇게는 말을 못 했고, 그냥 나이 들어서 생긴 병이 많다고만 말해 줬어요.”
“그래? 안타깝네. 얼마나 더 살 수 있을 것 같다는데?”
“음, 의원들 말로는 올해를 넘기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해요.”
3년을 살아 있으면 고향인 테살로니키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는데, 그것은 불가능할 모양이다.
첨단 의료 장비를 동원한 진단조차도 생존에 대한 의사의 예측은 맞지 않을 수 있는데, 첨단 장비가 없는 상태이니 꼭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어찌 되었건 죽음이 안타깝기는 해도, 나이가 들어서 떠나게 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그나저나 축하 사절은 왔다 갔어?”
“아직요. 다만 백화 상단과 기화 상단은 내일 오겠다는 전갈을 보내왔어요.”
“혹시 그 사람들 모아서 잔치하거나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
“네, 그런 건 아니구요. 혹시 사포에 빨리 가야 해요?”
“아니, 급할 건 없어. 왜?”
“아무래도 상단주가 하던 일을 인수하고, 각 분원의 점주들도 교대로 와서 인사한다고 하고, 전체적인 현황을 파악하려면 한 달 정도 머물러야 할 것 같아요.”
한 달, 한 달이라.
그런데 상단주가 고려에 머물고 있으면서 송나라에 있는 상단의 통제가 가능할까?
은행을 설립하면 서윤에게 맡기려 했는데, 뜻하지 않게 선화 상단을 서윤이 맡게 되었으니 누구에게 은행을 맡기지?
“그리고…….”
잠시 은행을 생각하는 사이에 서윤이 말을 잠시 늘어뜨렸다.
“그리고?”
“그 후에는 사포에서 한 달, 이곳에서 한 달 정도로 지내야 할 것 같아요.”
일리가 있는 말이다.
상단주가 되어서 멀리서 지시만 할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런데 그 정도로 상단이 유지되는데 문제가 없을까?
이곳에 체류하는 기간이 더 길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았다.
“사단장.”
“네, 대장님.”
신도익은 태영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 못내 서운하다 했지만, 서윤을 호위하라고 했으니 태영을 따라올 수가 없었다.
“한 실장 이야기 들었지?”
“네, 그렇지 않아도 대장님이 자리를 비우셨을 때, 호위대 구성 계획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단지, 제대로 호위 업무를 하려면, 사포에서 인력을 조금 더 데려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황룡호가 언제 올 계획이지?”
“나흘 후에 올 것입니다.”
대답은 설하가 했다.
그럼 그 배로 잠시 사포에 다녀오면서 병력을 일부 데려오고, 아직 철선이 만들어지기 전이지만, 목선 고속정 몇 척 가지고 와야 할 것 같다.
“우리 휘발유 보유량이 얼마나 돼?”
“약 22만 킬로리터입니다.”
“저유조 한 개가 5만 킬로지?”
“네, 호버리 연료용 열 개 저유조 중에 다섯 번째를 채우는 중입니다.”
호버리에 가득 채우면 1,200리터가 들어가고 4,200킬로를 비행한다.
22만 킬로리터이면, 18만 회 정도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이 정도면, 사우디 쪽에서 기름 퍼서 날아오지 않아도 전쟁을 치르는 것에는 문제가 없지 않을까?
다만, 치안 유지군의 징집과 모병이 얼마 전부터 시작되어, 훈련이 개시된 지 오래지 않아서 이들을 양성하는데 얼마간의 기간이 걸리고, 고려군 지휘관들이 실전 경험이 부족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10만의 치안 유지군 중의 절반 이상이 올해 중에 훈련을 마칠 테니 내년 봄에 시작한다.
마음속으로 그렇게 시기를 정했다.
그 전에 송나라의 대산도와 상산에 군 기지를 만들고, 저유조를 만들어서 휘발유와 경유를 채워 둔다.
그리고 벽란도와 개경의 중간 지점, 평안북도 철산군 해안 쪽에 배가 들어올 수 있을 만큼 수심이 깊고, 물살이 빠르지 않은 곳에 군사 기지와 저유조 시설을 만들어 그곳에 기름을 채운다.
휘발유는 호버리, 경유는 기갑 장비와 화물차, 그리고 고속정의 엔진에 사용하는 기름이었다.
“그럼, 나는 다녀올 데가 있어.”
“어디 가시는데요?”
“호장고를 좀 확인하려고.”
“아, 네.”
테르를 가져온 곳이 호장고라는 것을 서윤은 알고 있었다.
장군부의 호장고를 털고 난 후, 황궁 호장고를 가 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4년 만이었다.
주양세가 보석이나 서책류 등이 황궁으로 간다고 해서, 별 필요도 없는 물건은 공들여 가져와 봐야 쓸모없다 생각하다 보니 차일피일 지체되었다.
수많은 전각들 중에 고(庫), 료(寮), 장(藏)의 글씨가 한자라도 있는 전각, 그리고 아무런 표시가 없는 전각을 합쳐서, 니펜트를 띄워서 원소 기호를 확인하여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전각이 이 8개, 당연하게도 호장고(壺漿庫)라는 이름을 가진 전각은 없었다.
“같이 안 가도 돼요?”
“혼자 다녀올게.”
***
“김하석 대목장은?”
“꼭 보고 싶어 하시는데, 고 대목장이 모시러 갔지만 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김하석이 데려온 장덕호 대목장의 대답이다.
고인철 대목장이 총괄을 했는데, 김하석을 데리러 가서 눈에 보이지 않은 듯했다.
하긴, 고인철에게 김하석보다 더 소중한 사람은 없다.
김하석이 사포에 오고 이듬해에 거제 전역을 수소문해서 데려온, 병선 건조에는 일가견이 있는 대목장이다.
김하석은 자신의 모든 것을 가르쳤고, 또한 자신을 아버지처럼 대하는 후계자이어서 데려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던 이야기를 들었었다.
김하석 대목장의 몸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많이 쇠약해져서, 직접 몸을 움직여 배를 만드는 일에는 참여하지 못한 지 제법 오래되었다.
주위에는 백경 사단장 송복기를 비롯하여 해군의 지휘관들도 도열하고 있고, 창천 군단 김웅겸과 비호 사단 한규장을 비롯한 군부의 지휘관들 일부, 그리고 온정 철소에서 정균을 포함하여 몇 사람이 진수 과정을 보기 위해 와 있었다.
“대장님.”
석이의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커다란 휠체어에 반쯤 누워서 몸을 기댄 김하석의 모습이 보였다.
석이의 옆에는 고인철이 함께 휠체어를 밀고 있었다.
“그래, 어서 오너라, 석아. 어서 오시오, 대목장.”
“제가 몸이 불편해서 이리 누워서 대장님을 뵈옵니다.”
“괜찮소. 그나저나 찬 바람 쐬어도 괜찮소?”
“네, 괜찮습니다. 드디어 진수식을 하게 되었군요.”
김하석이 진수를 기다리는 철선 백상 1호를 바라보았다.
봄에 시작해서 반년 만에 최초의 철선이 만들어졌다.
함정용으로는 만들어진 1,200킬로와트 급, 1,600마력의 디젤 엔진을 장착한, 선체 길이 55미터의 철선이다.
21세기로 보면 연안 경비정 수준이지만, 이 시대로 보면 전 세계의 어느 함대라도 감당이 불가능한 함정이다.
아직 제철소가 완공되지 않아서 충분한 양의 철광을 모아 두었지만, 필요한 양의 후판을 양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철판의 사용처는 무수히 많기에 소형의 고로에서 용해해 내는 생산 라인에서 생산해 낸, 두께 5밀리의 철판으로 철선을 만들었다.
그래서 철판의 크기가 작았고, 그로 인해 용접을 하는데 온정 공업 단지의 기술진들과 조선소의 기술진들이 고생을 했지만, 철판을 용접하는 기술은 충분히 습득되었을 것이다.
“철로 배를 만들다니, 내가 조금만 더 젊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김하석의 한탄이지만, 아쉬워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님을 태영은 알고 있다.
“김 대목장님, 진수하면 승선해서 한번 돌아오시지요.”
송복기의 말이다.
“그래, 그럽시다. 사단장님.”
“지금부터 백상 1호 진수식에 앞서서 기본적인 사양을 알려 드리고, 해군 인도를 겸한 진수식을 진행하겠습니다.”
발표자는 해조부의 정무감이다.
“백상 1호는 선체 길이 55미터, 폭 9.3미터, 배수량 530톤으로 3,480마력의 경유 추진 기관을 탑재하고, 4기의 밀물 개비를 장착하였기에 순항 속도는 시속 65킬로입니다. 경유를 만재하였을 경우, 순항 항속 거리 6천 킬로미터입니다, 그래서 왜국 전역, 그리고 송나라의 이주를 지나 홍콩까지 연료의 추가 보급 없이 작전 반경에 들어옵니다.”
이주(夷洲), 21세기의 대만을 말하는 이 시대의 지명이다.
짝짝짝짝~
박수 소리가 들렸다.
“지금 말씀드린 사항이 기본 사양입니다. 질문 있으면 중간에 하셔도 됩니다.”
“시속 65킬로가 흑룡호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나 되나요?”
정무감이 질문해도 된다는 말을 하자마자, 온정 공업 단지 기술진 중에 한 명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흑룡호 속도의 2배로 보면 됩니다.”
“와, 빠르구나.”
“계속 설명하겠습니다. 백상 1호의 무장으로는 사정거리 16킬로의 야포 2문, 중기관총 6문, 그리고 대철궁 2기가 장착되어 있어서 어떤 적이라도 보이는 즉시 침몰시킬 수 있으며, 현재로서는 작전 반경 안에서 대적 가능한 적은 없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당연히 없지.
아편 전쟁 당시, 중국을 박살 낸 영국의 네메시스호가 길이 56미터에 60마력 증기 터빈 2개를 탑재했었다.
거기에 비해서 백상 1호의 엔진 출력은 무려 3,480마력이다.
물론, 네메시스호가 탑재한 무기의 개수는 월등히 많았지만, 그 모든 무기들로 화력을 집중한다고 해고, 백상의 야포 2문과 중기관총 6문이면 대적하고도 남는다.
“안전도 측면에서는 총 15개의 격벽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에 5개 격벽은 출입이 불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출입 불가능하다는 것은, 선체를 조선소에 끌어 올려서 작업하는 경우에만 출입이 가능한, 평소에는 완벽하게 빈 공간이라는 의미이다.
정무감이 설명하지 못하는 첨단의 기술로 만들어진 도료는 통상적인 철선의 한계 수명을 2배 이상으로 늘려 주는 23세기의 도료 기술이 적용되었기에 아마도 수십 년 동안 끄떡없을 것이다.
“이제부터 진수식을 진행하겠습니다.”
몇 가지 추가적인 이야기가 끝나고, 정보감이 시작을 알렸다.
기껏 초계함 한 척의 진수식이기에 큰 행사를 벌이지 않았지만, 최초의 철선이다 보니 조금 거창해지긴 했다.
“백상 1호, 병사들 모두 승선.”
건조 부두 안의 사다리가 백상 1호에서 치워지기 전에 해군 병사들이 승선했다.
그때 석이가 김하석 대목장이 탄 휠체어를 밀고 백상 1호에 다가갔고, 해군 병사들이 힘을 합쳐 휠체어를 끌어 올렸다.
“수문 개방.”
사다리가 치워지고 마침내, 건조 부두의 수문이 열렸다.
쏴아아아~
건조 부두 안으로 바닷물이 밀려들어 왔다.
밀려드는 바닷물의 양을 조절하느라 적당히 개방한 수문으로 인해 물소리가 거셌다.
그렇게 밀려든 바닷물은 선체의 하단부터 차오르기 시작했고, 백상 1호가 둥실 떠오르면서 물살에 따라 선수와 선미에 매어진 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건조 부두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던 백상 1호가 마침내 바닷물과 수평을 이루자, 건조부두를 가득채운 바닷물이 부두의 한쪽 부분에 크게 부딪치며 파도가 친 후에 잔잔해졌다.
백상 1호에 탄 해군 병사들이 갑판에 도열했다.
배의 중간 부분은 모두 철판으로 가려져 있고, 선두와 선미 부분만 개방된 구조여서 선미 쪽으로 3면이 개방된 갑판에 모두 도열한 모습이다.
구령이 들리자, 본부를 향해 모두가 경례를 했다.
태영이 경례를 받고 손을 내리자, 병사들은 곧바로 움직이며 자신에게 배정된 자리로 돌아갔다.
우우우웅~
곧이어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다지 큰 소리는 아니다.
함정을 잡고 있던 닻줄이 풀어지고, 곧이어 초계함 백상 1호는 유연하게 건조 부두를 빠져나갔다.
짝짝짝짝~
모두의 손에서 박수 소리가 울렸다.
시운전으로 바다를 한 바퀴 돌아서 이곳 미포에 와서 보고를 한 뒤에 사포로 가게 될 것이다.
푸다다다다다다다다~
“대장님, 실장님 오시는 모양입니다.”
호버리의 블레이드 소리에 뒤이어 송한이의 목소리에 하늘을 보니, 동체의 바닥에 21이 커다랗게 새겨진 호버리가 날아오는 게 보였다.
저 번호의 호버리는 서윤의 전용기로 대산도에 헬기장이 있는데, 송나라에서 여기까지 배로 오지 않고 호버리를 타고 온 모양이다.
하긴, 호버리로 대산도에서 여기까지 오면 2시간 반이면 오는데 비해, 배로 오면 하루 반이 걸린다.
“그러네, 꽤 오랜만에 오는데.”
“네, 두 달 만입니다. 대장님.”
보통은 태영이 한 달에 한번 대산도에 가고, 또 서윤이 한 달에 한 번씩 사포에 왔고, 오면 일주일 정도 머물다가 송나라로 갔는데, 이번에는 두 달 만에 오는 것이다.
“백상 1호의 진수식에 참석해 주신 귀빈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블레이드 소리가 조용해지자 고인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선소 식당에 식사가 준비되어 있으니, 그곳으로 이동하시지요.”
진수식에 모였던 군중들이 조선소 식당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방금 초계함을 진수하느라 바닷물이 들어온 건조 부두의 수문이 닫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 왔어요.”
식당 앞에는 서윤이 서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대장님.”
그 옆에는 유모차에 쌍둥이를 태운 한설과 현소이가 서 있다가 인사를 했다.
“그래, 어서 와. 이번에는 꽤 오랜만이었네.”
“충성.”
김처인이 병사 몇 명을 데리고 뒤에서 차렷 자세로 서면서 경례하는 것을 보니, 신도익이 상산을 지키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 고생 많아.”
김처인과 병사들에게 악수를 한번씩 하고는 서윤의 앞으로 오자, 아윤이 방긋방긋 웃는 모습이 보였다.
“이것저것 좀 바쁜 탓에 그리되었어요.”
“아빠, 안녕.”
아윤이 태영을 쳐다보면서 이제는 제법 제대로 된 발음으로 태영을 부르며 인사를 했다.
하긴, 이제는 말이 제법 익숙해 질 때도 되었지.
“아빠.”
영현이도 방긋 웃으면서 두 손을 흔들어 태영을 불렀다.
“아윤아, 영현아. 오랜만이지?”
태영은 쌍둥이 두 녀석을 한 번에 안아 올렸다.
“으응, 아빠 안녀하제요.”
제법 문장이 될 정도로 말하는 것을 보니 말이 제법 늘었다.
하긴, 두 달 전에 돌잔치를 했다.
쪽~
두 녀석은 태영의 볼과 귀를 붙잡고 볼에다 입을 맞췄다.
쪽~ 쪽~
태영도 둘의 볼에 한 번씩 입을 맞추었다.
“무섭지 않았어?”
호버리를 타고 온 적이 처음이라 물었다.
물론 대답할 것이라 생각하고 물은 것은 아니다.
“으응, 아무셔쪄요.”
말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태영의 질문에 반응해서 제법 의사 표현을 하고 있다.
쪽~
두 아이의 사이로 서윤이 얼굴을 들이밀고 살짝 입을 맞췄다.
웨~ 하는 야유 비슷한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내밀어 보니, 한설의 뒤쪽에 송현이가 삐딱한 자세로 서 있었다.
“넌, 왜 따라왔어?”
“제가 뭐, 대장님 보고 싶어서 왔나요? 실장님이 사포에 온다 하시니 올 수밖에 없지요. 온 김에 언니도 좀 보고, 뭐.”
여하튼 말괄량이 저놈은 말을 저리 삐딱하게 하는 데다 여전히 한마디를 안 진다.
송현이는 서윤의 전용기 부조종사로 송나라에 나가 있다.
처음 만나자마자 호버리를 타고 사포로 왔기 때문인지 호버리 조종사가 되겠다고 했다.
기본 군사 훈련 후에 조종사 적격 시험을 치르고, 지금은 부조종사로 근무 중이니, 서윤이 호버리로 이동하면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 맞다.
이제부터 모두들 시끌벅적한 안부 인사가 시작될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인사는 둘러선 사람들이 많으니 길기도 했다.
조선소의 많은 사람들, 그리고 온정 공업 단지와 군의 수많은 사람들이 오래간만에 본 서윤과 인사를 나누느라 왁자지껄했고, 일일이 인사하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조금 전에, 건조 부두에서 빠른 속도도 달려 나간 그것이 새로 만든 철선이죠?”
마침내 인사를 끝낸 서윤이 영현이를 받아 안으며 태영에게 물었다.
“그래, 맞아.”
“굉장히 빠르던데요. 대산도에도 보내 주실 거죠?”
“아직 한 척이어서 지금 보내기는 어려워. 몇 척 더 나오면 보내 줄게.”
“저도 지금 보내 달라는 것은 아니에요. 하늘에서 조선소를 내려다보니 장관이던데.”
“그렇지?”
“네, 그런데 모든 건조 부두가 아니고, 일곱 개 건조 부두에서 만드는 중이던데요?”
“그래, 한 달 뒤에는 그 중에서 다섯 척이 나올 거야.”
“소형 세 개, 중대형 부두는 1개만 있고 나머지는 비어 있던데?”
“제철소가 아직 완공되지 않아서 철판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온정 공업 단지에 있는 작은 용광로에서 나오는 정도로는 항상 부족해. 그래서 소형 초계함 위주로 먼저 건조에 들어간 것이고.”
그 작은 용광로 2곳에서 나오는 철로 쓸 곳이 정말 많았다.
철갑 교위를 비롯한 기갑차량들을 만들어야 하고, 호버리를 만들어야 하고, 제철소 시설도 만들어야 하고, 총기류도 만들어야 하다 보니 거의 쉴 사이가 없다.
“제철소는 언제쯤 완공돼요?”
“올가을이면 시운전 가능해. 철광석은 충분하니까, 제철소만 완공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야.”
“그럼, 반년 정도는 있어야 숨통이 트인다는 말이네요.”
“그래, 일단 한 달 뒤에 다섯 척 나오면, 두 척을 보내 줄게.”
“배 속도는 얼마나 나와요?”
“순항 기준으로 시속 65킬로 정도.”
“우와, 그 정도면 상산과 대산도, 그리고 항주 간 이동하는데 시간이 별로 안 걸릴 것 같은데요. 천주나 그 아래 하문 정도까지는 하루 안에 갈 수 있을 것 같네요.”
“8백 킬로쯤 되나?”
“네, 거기도 거기지만 항주와 명주 사이 왕래도 남들 눈 때문에 호버리를 타고 다닐 수가 없으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답답해요.”
“날아다녀.”
“그래서, 주로 밤에 이동을 많이 하고, 그때는 공중 부양으로 다녀요.”
대산도의 헬기장은 태영이 직접 장소를 선정해 주었다.
명주의 동쪽 해안 끝 절벽을 끼고 있는 곳에 만들어 보려고 했다.
육지에서는 접근이 매우 어렵고, 해상에서도 접근이 불가능한 절벽 끝의 장소가 있었지만,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대산도 동쪽 해안의 끝에 사람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곳을 선정해서 헬기장을 만들고 군사들이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