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71
271. 전진 기지(2)
“고려 말 가르치는 건?”
“일단 배우겠다고 하는 사람들 기준으로 잘 따라와요.”
대산도와 상산의 사포 땅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고려 말을 배우라고 했다.
고려 말을 할 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과의 품삯과 소작료에 2배의 차등을 두는 것으로 구분했다고 했다.
당연히 고려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이전과 별 차이가 없지만, 고려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은 풍족해졌으니 기를 쓰고 고려 말을 배우려 할 것이다.
“아직 강제 시행은 하면 안 돼.”
“네, 자유의사에 맡기고 있어요.”
말이 생각을 지배한다.
같은 말을 쓰는 사람은 비슷하게 생각하고, 동질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 태영이 갖는 언어에 대한 생각이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미국의 언어학자 에드워드 사피어(Edward Sapir)의 논리를 접목할 필요조차도 없다.
당나라와의 싸움으로 흩어진 고구려의 유민들이 중국에 흡수되어 중국인이 되어 버렸고, 자신들을 뒤쫓는 당나라군을 피해 왜국으로 도망친 수많은 백제와 고구려의 유민들이 왜인이 되어 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역사 속에 수없이 명멸해 간 각국의 귀족들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죽음을 피해 한반도로 피했고, 왜국으로 피했고, 남아시아로 피해서 도망친 후에 그 지역의 사람들이 되어 버렸다.
태영은 그 모든 것이 말, 즉 언어와 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거점으로 지정된 전진 기지에서 고려 말을 가르치라고 했지만, 고려 글을 가르치는 것은 아직 미루고 있었다.
태영이 생각하는, 강제적인 언어 전환과 고려 글을 가르치는 시기는 옛 땅의 수복과 때를 같이할 것이다.
***
“이번에는 며칠이나 있을 거야?”
식사를 하고, 사포로 이동하기 위해 호버리로 가면서 물었다.
“오래 못 왔으니, 서방님 사랑을 듬뿍 받아 가야지요. 그래서 오래 있을 예정입니다. 한이야 그래도 되지?”
그리 대답하면서 송한이에게 물었다.
“그럼요.”
송한이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아는 탓에 싱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참, 명주와 임안에 은행 만든 거, 그거 아주 좋아요.”
“그래?”
“네, 사포 은행장이 교육을 잘 해 주기도 했지만, 6개월이 된 시점에서 보면 오히려 상단보다 수익이 더 나은 거 같아요.”
서윤이 아나이스로부터 상단을 물려받은 후에, 경제부시장으로 임명한 정규하를 사포은행장으로 삼고, 박해월과 김비주를 부행장으로 정했다.
이 시대에 처음 들어서는 은행이어서 관치금융의 틀을 벗어날 수도 없지만, 동전의 배포와 환전 업무등 경제 전반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기에 경제부시장이 은행장을 겸할 수밖에 없다.
사포 은행은 개경에도 진출을 했다.
사포의 은행은 수익을 목표로 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수익이 많이 발생했다.
그런데 명주에서는 상단보다 수익이 더 높다고?
“은행이 왜 상단보다 수익이 높지?”
“그 사람들 도박을 너무 좋아해요. 은행에서 돈 빌려서 도박에 탕진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도 있고, 사실상 송나라 조정에서 밀염이나 비단, 차 같은 것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기에 그런 것 같아요.”
“거기 행장은 누굴 시켰어?”
“아나이스를 수발하던 진령이라고 기억해요?”
“응,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아나이스의 일을 대신했다는 사람.”
“네, 행장은 제가 맡고, 그 진령에게 부행장 겸 임안 지점을 맡겼는데, 거기가 수익이 더 높아요.”
“호, 그래?”
“네, 생각보다 더 잘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제 경험이 많이 쌓여서 그 아래쪽 태주와 온주, 복주에 지점을 내고 확장하려구요.”
점점 확장되어 가는군.
아나이스는 지난해 가을에 이 세상과 작별했다.
자신이 가졌던 그 모든 것을 서윤에게 넘겨주고, 자신을 따르던 네 사람을 보살펴 달라는 말을 남기고, 그렇게 떠나갔다.
“며칠 후에 철산 기지 점검하러 갈 건데 함께 갈까?”
“네, 좋아요. 그렇지 않아도 한번 가 보고 싶었어요. 언제 완공돼요?”
21세기의 철산은 평안북도에 위치해서 태영이 가 볼 수 없는 땅이지만, 지금 이 시대는 고려 땅이다.
해안에 접해 있는 기봉리 일대, 해안에서 8킬로 지점까지의 지역을 모두 일반인 출입 금지 구역으로 정하고, 그 지역에 살던 사람을 모두 이주시킨 후에, 그곳에 군사 기지를 만드는 중이다.
“중장비를 많이 투입했으니까, 아마 내년 봄까지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도는 모두 완공될 거야.”
“그런데 그 지역이 몽골의 사신들에게 발견되지 않나요?”
“아, 그곳은 의주 쪽에서 남하하는 경로가 아니야. 바다 쪽으로 약간 튀어나온 반도형 지형이어서 일부러 들어오지 않는 한 볼 수가 없어. 그리고 이미 몽골과 국교 단절하고, 사신 왕래도 금지시킨 데다가, 몽골군 침입이 예상되는 경로에 모두 철조망을 바닥에 깔아서 기초 방어진을 구축해 두었어.”
창날처럼 생긴, 종아리 높이의 철책을 무수히 박고, 그 철책 위에 철조망을 깔아서 그 폭이 50미터가 되도록 했기에 절대로 말을 타고 내려오지 못한다.
그 지역에서 말을 달리면 그곳을 통과하기 전에 절반은 죽는다고 봐야 한다.
설사, 죽지 않고 통과해도 대부분은 중상자가 된다.
조선 시대 세종실록에 의하면 ‘우리 고황제는 만 리를 밝게 보시어 요동의 동쪽 180리 연산파절(連山把截)로 경계를 삼으셨으니’라는 구절이 나온다.
고황제는 명나라 주원장을 지칭하는 말이고, 연산파절이라는 곳이 명나라와 조선의 국경인데, 그 위치가 논란이 많다.
많은 역사 지도에서 연산파절의 위치는 중국 랴오닝성의 안산시(鞍山市) 지역을 가리키고 있는데 21세기에서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 땅 심양에서 요동만을 향해 45도 사선으로 줄을 그으면 바다와 심양 중간지점이다.
그러나 그것은 조선 시대의 이야기이고, 지금은 고려 시대이고, 그 지역을 동요(東遼)가 차지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압록강 남단을 따라 동서에 걸쳐 3백 리에 이르는 말을 달릴 수 있는 지역에 철조망을 깔았다.
“그래요?”
“응, 거기는 박진하의 3군단이 막고 있지.”
“압록강 지역을 모두 군이 나가 있어요?”
“아니야, 만포에 4군단, 해산에 5군단, 그렇게만 나가 있어.”
“아, 그럼 말씀하신 저고여는 어떻게 되는데요?”
“고려가 국교를 단절해서 저고여가 고려에 입국하지 못했으니, 돌아가다가 죽는 것이 핑계가 되는 일은 없겠지만, 오다가 죽을 수는 있겠지.”
“오다가…… 그럴 수도 있겠네요. 다음 수순은 정해졌다고 봐야 하겠네요.”
“다음 수순? 그건 어찌 되는데요?”
서윤의 말을 받아서 송한이가 물었다.
역사대로라면, 1225년 1월, 아니 음력으로 따진 것이니까 2월이나 3월쯤에 고려에 왔다가 자국으로 되돌아가던 저고여가 압록강 북방에서 살해당한다.
이것을 빌미로 계속해서 고려를 압박하면서 전쟁 명분을 만들어, 고려로 쳐내려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기에, 묻는 것이다.
이 일로 몽골이 고려를 계속해서 압박하자 몽골과 국교를 단절한다.
사실상, 국가와 국가 간에는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명분으로 자국의 국민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작극을 많이 벌인다.
저고여의 피살 사건이 몽골의 자작극이라는 분석도 있고, 몽골의 제후국을 자처한 동요가 벌인 일이라고 하기도 한다.
지금이 1225년 3월인데, 이미 오래전에 고려가 몽골과 국교를 단절했기에 저고여가 입국하지 못했다.
“고려로 군사를 밀고 내려올 거야.”
“고려와 몽골 사이에 대진(大眞)과 동요(東遼)가 있는데요?”
“맞아, 고려로 군사를 밀고 내려오려면, 동요(東遼)를 지나야 하는데, 동요는 몽골의 제후국이어서 같은 편이라고 봐야 해. 그러니 동요와 힘을 합쳐서 같이 내려올 수도 있고.”
“아, 그렇게 되는구나.”
“그래, 그리고 한이가 말한 대로, 내려오는 길목의 동쪽에 있는 대진(大眞)과 서쪽에 있는 서하(西夏)와 금나라를 먼저 치고 난 뒤에 내려올 거야.”
알고 있는 역사의 흐름이 그렇다.
사실상 21세기에 살 때는,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몽골 침략 역사를 알지 못했다.
오히려 이 시대에 와서 테르에 있는 자료를 검색하면서 알게 된 내용이 대부분이다.
어떤 누구들은 징기스칸을 세기의 영웅이라고 칭송한다.
몽골 인이라면 그래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지만, 대한민국 사람이 그런 생각을 가졌다면 그건 이완용과 비슷 한거지.
그런 내용들을 확인하는 과정에 의외로 관심이 갔던 부분은 칭기즈칸의 죽음에 대한 부분이다.
사실상 소정방의 죽음만큼이나 미스터리한 부분이었다.
징기스칸이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 확인하던 중에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했다.
여러 설이 있지만, 정사라고 볼수 있는 역사 기록으로는 낙마설이다.
사망 당시의 나이가 67세이니 말을 달리다가 낙마를 했다면, 그로 인해 죽었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그 나이가 되어서도 말을 달렸을까? 하는 의문과 동시에 전통적인 기마 민족이고, 몽골의 세계 정복 역사가 뛰어난 말과 함께했다는 측면에서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때, 찾아낸 것이 있었다.
비사의 기록에도 나오지 않고, 단지 외 몽고인들에게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칭기즈칸이 서하를 공격하는 중에 아름다운 여인, 서하 왕비가 포로로 잡혔다.
이 시기에 몽골에서 여인은 전리품이면서 재물로 인식되어 있었고 몽골은 유독 그것이 심했다.
거기에 무너뜨리려는 적국의 왕비이고 보니, 당연히 징기스칸이 취해야 하는 재물이다.
칭기즈칸은 여인이라는 재물을 끝없이 모아서 이미 500명에 이르는 첩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서하 왕비를 첩으로 만드는 절차가 진행되었다.
첩이 되는 것을 거부하면 기다리는 것은 죽음이다.
왕비는 자신의 남편을 죽인 원수의 첩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원수를 갚겠다고 다짐했다.
마침내 시침을 드는 그날 밤에, 자신이 가진 유일한 무기인 이빨로 칭기즈칸의 남성을 물어뜯어 버렸다.
당시의 의료 기술로는 중상을 입은 그 치명적인 급소에서 발생한 출혈을 잡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수혈도 불가능한 시대다.
21세기에서도 과다 출혈은 위험한데, 출혈을 멈추기 어려운 신체 부위에서 과다 출혈이 발생했다면 이건 치명적이다.
즉사하지는 않았지만, 그로 인해 병이 깊어졌고, 마침내 사망했다.
그러나, 부끄러운 일을 그대로 발표할 수 없어서 낙마로 인한 출혈로 병이 깊어 사망했다고 외부에 공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여러 사망설도 있지만, 이쪽이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 이유는, 이 일로 인해 칭기즈칸은 서하의 풀뿌리 하나도 남기지 말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죽이라는 유언을 남겼다.
서하는 칭기즈칸의 유언대로 되었다.
그 유언과, 유언이 실제로 집행되었다는 것과의 관계를 미루어 짐작해 보면, 구전되어 오는 그 사망설이 맞다고 생각하게 한다.
물론 밝혀진 것은 없다. 남겨진 기록은 승자의 것이니까.
“국교를 단절한 것에 대해 억하심정을 가지고 있을 거야.”
칭기즈칸 죽음에 대한 생각 끝에 그렇게 말했다.
바로 괘씸죄다.
그리고 그로 인해 몽골이 고려를 침공하는 시기가 달라질 수 있어.
그 생각은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뒤통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 서하와 금나라를 치기 전에는 고려로 치고 내려오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태영이 탄 호버리를 1호기, 정하연의 11호기, 그리고 한서윤의 21호기 세 대의 헬기가 이륙해서 사포를 향해 날아갔다.
***
“와, 어마어마하게 넓군요. 성님은 와 보셨어요?”
서윤이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철산 기지를 보고 정하연에게 물었다.
“으응, 지난달에 와 봤지. 상산에도 부지가 이만큼 넓지 않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고려 1군단, 2군단이 같이 있으니까, 거기에 해군도 있으니 상산의 세 배는 될 거야.”
넓다는 것에 대한 대답은 태영이 대신해 주었다.
“1, 2군단이면 창천 군단은 산둥에 그대로 있어요?”
“응, 지금 거기는 선착장 공사가 한창이야.”
“아, 거긴 그런 것이 좀 필요하긴 할 것 같던데요.”
“군항이니까 시설이 아주 좋아질 거야. 사포에서 가는 상품들이 쉽게 가고, 목화도 쉽게 실어올 수 있게 되면 좋지.”
산둥반도의 오합지졸인 홍천군(紅?軍) 정도는 쓸어버리고 고려로 편입시켜도 되지만, 김웅겸에게 얼마간은 서로 간에 전투를 벌이지 말라고 했다.
“해안은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고 뒤쪽을 공사 중이구나. 앗, 근데 저거 뭐예요?”
태영은 서윤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새도 아닌 것이 새처럼 날고 있는 물체 네 개가 보였다.
“아, 시완이하고 잔디 일행이네.”
“아, 시완이와 잔디, 그럼 둘은 누군데요?”
비행 날개는 수마트라에서 건져 온 장비들이다.
비행 슈트는 비행 날개로, 헬멧은 보호 모자로 이름을 바꿔서 사용 중이고 몇 사람을 선별해서 연습시키고 있다.
“대충 체격을 보니 송준일과 김별이네.”
“송준일?”
서윤은 송한이를 돌아보았다.
“네, 맞아요, 성님. 제 동생.”
“저거 겁이 없어야 되는데?”
“네, 겁이 없나 봐요. 거기다 별이까지.”
“혹시 김별이가 왜국에서 구해 온 아이인가?”
“네, 맞아요.”
“혹시 둘이 사귀는 사이?”
“응, 맞아. 바로 알아채네.”
이번 대답은 태영이 했다.
“느낌 팍. 그럼 그렇게 네 명이요?”
“아니야, 정원근이라는 병사와 신유진, 그리고 한이까지.”
태영의 말에 서윤이 송한이를 쳐다보았다.
“설하는요?”
“고소 공포증이 있어서 사용할 수가 없어.”
“고소 공포증이 심해요?”
설하를 안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소변까지 지렸다는 것은 태영 외에 그 누구도 모르지만, 그 정도로 고소 공포증이 극심했었다.
“응, 후보자로 20명 정도 지원을 받아서, 내가 먼저 연습을 좀 한 뒤에 한 명씩 안고 비행을 해 봤는데, 고소 공포증 아니면 조작 미숙으로 대부분 탈락하고, 여기 한이를 포함해서 일곱 명은 잘 적응하기에 그 사람들만 비행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야.”
“고소 공포증은 어쩔 수가 없죠. 저도 지금은 아무렇지 않지만, 처음 부양을 했을 때는 정말 놀랬으니까요.”
서윤이 대답하면서 얼굴을 창으로 바짝 붙이더니 밖을 바라보고 거수경례를 했다.
밖을 쳐다보니 호버리와 속도를 맞춘 네 명이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저렇게 속도를 맞추면서, 거수경례를 할 정도이면 비행 날개의 조종 수준이 거의 완벽해졌다는 말이다.
“저 보호 모자를 쓰면, 모자 안에 있는 무전기로 지상에서는 30킬로인데, 공중에 올라와서 가리는 것이 없으면 거의 백 킬로는 통신이 되는 것 같아.”
“아, 그거 좋네요. 철산 기지 본 후, 그다음에 북방 정찰 가실 거라구요?”
“그래, 맞아. 몽골 지역은 혹독하게 춥기도 하고, 가을 추수가 시작될 시기에 침공을 하면 식량 조달에 문제가 없기에 그때 공격을 시작하거든.”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식량이다.
아무리 뛰어난 전략 전술과 훌륭한 무기를 가지고 있어도 식량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몽골의 1차 고려 침공이 8월이다.
음력으로 8월이니 양력으로 환산하면 대충 9월에서 10월쯤 된다.
북방 지역은 남쪽보다 추수가 빠르기에, 이때가 추수하는 시기에 해당하고 식량을 약탈하면서 침공하기에 가장 적절한 때다.
그 뒤로 2차부터 7차까지 모두 음력으로 7월에서 9월 사이였고, 오직 8차가 5월, 9차가 4월이었을 뿐이다.
그런 것들로 미루어, 침공을 해 온다면 당연히 가을 추수가 시작되는 시점을 전후해서 온다고 봐야 한다.
그 외에, 고려에 공물로 바치라고 요구한 것 중에 수달의 가죽이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 것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털옷을 해 입기 위한 것이다.
착륙장에 호버리가 착륙하자 유시완과 잔디를 포함해서 네 명이 먼저 착륙해서 비행 날개를 벗어 놓고 호버리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충성.”
“충성, 비행은 잘하던데. 연습 많이 했어?”
유시완이 인사하자 경례를 받으면서 물었다.
“이제는 아주 자유롭게 비행이 가능합니다. 물론 잔디는 여전히 저보다 훨씬 뛰어나고요.”
“다른 사람들은?”
“정원근 1급, 신유진 2급, 송준일 1급, 김별이 1급, 유진이 2급입니다.”
신사에서 데리고 온 김별이는 송준일과 커플인데, 송준일도 미녀에게 꽂힌 것이겠지만, 접점은 송한이로 인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래도 신사에서 구해 온 아홉 명은 서로 간의 공감대가 있기에 자주 만나는데, 그 자리에 심부름을 간 송준일이 어떻게 김별이와 연결된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장님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유시완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왜?”
“아침에 북방 지역으로 정찰 나간 3군단의 호버리 한 대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래?”
유시완이 보고는 하지만, 이유는 모를 것이다.
그건 물어보나마나이다.
추락하지 않았다면, 이 시대에 호버리를 격추시킬 수 있는 무기는 고려군이 아니라면 없다고 봐야 했다. 그런데 돌아오지 않았다고?
“네, 그래서 오늘까지 기다려 보고 대장님이 오시지 않으면, 밤에 사포로 가서 보고 드리거나 아니면, 후 보고하기로 하고 내일 새벽에 정찰조에서 수색을 가려던 중이었습니다.”
정찰조.
태영과 송한이를 제외하고, 유시완과 잔디, 그리고 유시완이 말한 다섯 사람을 포함하여 7인이 정찰조로 편성되어 있고, 지원을 받아서 능력을 검증한 남녀 21명을 뽑아서 구성된 타격조가 함께 있다.
“그래? 아침 몇 시에 나갔어? 언제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태영이 시계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오전 8시 반에 출발했고, 2시까지 귀환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이 오후 4시 20분, 2시간 이상 지연되었으면 사고가 있다고 봐야 하네.”
“네, 그렇습니다.”
“정찰 방향을 어디로 잡은 건가?”
“파림에서 적봉을 지나 승덕에 이르는 구간을 정찰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정찰 구역 지도가 있습니다.”
파림과 적봉은 23세기 지도 기준으로 내몽골 지역이고 승덕은 하북성이다.
“그럼, 20분 안에 타격조 준비시키고 1호기는 여기 두고 타격조가 이용하는 3척으로 수색 나갈 테니까, 지시해 두고. 자네는 상황실로 와서 현황 보고하도록 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진이가 본부 상황실에 있으니까 그쪽으로 가시지요. 거기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3군단쪽은 추가로 들어 온 정보가 있나?”
“진이가 정보 교환을 위해서 3군단과 교신 중일 겁니다.”
그 말이 끝났을 때, 뒤쪽에서 빠른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대장님.”
뒤늦게 착륙한 김웅겸이다.
“3군단에서 정찰 나간 호버리 한 대가 귀환 예정 시간에서 2시간 지났는데 아직 미귀인 모양이야. 김 군단장은 복귀해서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를 하도록 해.”
창천군단은 산둥반도에 있기 때문에 혹시 문제가 생겼을 때, 군단장이 자리에 없으면 혼란이 생길 수 있어서 보내는 것이 옳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1시간 반쯤 뒤에 해가 넘어가는데, 지금 수색을 나가서 현장에 도착하면 밤이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텐데 너무 늦지 않았습니까?”
3월이어서 6시가 지나면 해가 넘어간다. 그러니 틀린 말이 아니다.
지금 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비행시간을 포함하면, 해는 넘어간 뒤라 전방 식별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파림 서남쪽 산악 지대에서 오늘 밤을 보낼 테니까 야영 준비하도록 하고.”
“넵, 알겠습니다. 산악 지역에서 야영하려면 준비가 조금 더 필요합니다. 40분 주십시오.”
“알았어, 40분.”
마음이 약간 조급해졌다.
호버리의 안전성은 완벽하고, 4개의 블레이드로 인해 난기류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이 시대의 그 어떤 무기로도 호버리를 격추시킬 수 없다.
그런데 미귀라니.
태영이 정하연과 한서윤을 쳐다보니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두 사람은 들었겠지만, 갑자기 긴급 사안이 생겨서 어찌 될지 모르니까, 오늘은 내 숙소에서 자고, 내일 사포로 가도록 해. 여기 일 끝나면 사포에 가서 보기로 하고.”
“네.”
“음, 그럼. 저도 따라갈게요.”
정하연은 그러겠다고 했지만, 서윤이 동행하겠다고 했다.
동행하면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지만, 유모차에 쌍둥이가 있다.
“애들은 어떻게 하고?”
“명주에 있을 때는 항상 나하고 설이가 데리고 자니까, 이삼 일 정도는 없어도 괜찮아요.”
“그래? 위험할 텐데.”
“요즘은 스릴, 아니 긴장감이 없었는데, 함께 가서 팽팽한 긴장감을 좀 느껴 보죠.”
“대장님.”
본부 쪽에서 1군단장 석명환이 2군단장 장여상과 함께 걸어오면서 태영을 불렀다.
“3군단에서 정찰보낸 호버리 한 대가 아직 귀환하지 않았다다는데 혹시 아는바 있습니까?”
두사람이 이미 알고 있을수도 있지만, 두 사람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연락은 받았는데, 3군단 쪽에서 아직 방향을 정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대답을 하는 모습에 초조함이 약간 깃들어 있지만, 어차피 군단이 다르고 명령권이 없으니 초조해 봐야 방법이 없을 것이다.
“3군단에 연락을 하고, 지금 정찰조와 타격조 데리고 수색 나갈 테니까, 이곳에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연락해요.”
“대장님이 직접 수색을 가신다구요?”
“네, 그게 가장 나아 보입니다.”
칭기즈칸의 죽음에 대한 부분은 “ana-morna” 블로그의 “칭기즈칸은 어떻게 죽었는가?”의 내용을 참조했습니다.
당시 서하 왕비의 이름은 고이백륵진곽알합둔(古爾伯勒津郭斡哈屯)입니다.
엄청 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