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73
273. 미래와의 조우(2)
“이글라.”
의문을 가지고 조금 더 둘러보자, 그 뒤쪽의 소형 트럭에는 트럭 지붕 위로 반쯤 머리를 내밀고 있는 휴대용 대공 미사일 이글라가 보였다.
태영이 군 생활 당시에 현역에서 사용 중인 무기들은 거의 대부분 기억하고 있다.
이글라는 러시아에서 개발된 휴대용 대공 미사일로 저공비행을 하는 항공기를 격추시키기 위한 무기다.
저런 것도 가지고 있다고?
어쩌면 호버리가 저기에 당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글라에 당해서 로터 한 개만 손상을 입고 비상 착륙을 했을 정도이면 다행이라고 봐야 하는가?
사람들의 생김새와 복장을 유심히 봤다.
아무리 봐도 21세기에서 TV화면이나 뉴스에서 보아 왔던, 전형적인 이슬람 무장 단체의 복장이 맞았다.
그때, 유시완의 음성이 들려왔다.
태영은 유시완의 말을 듣고 무기와 적들의 모습을 관찰하던 정신을 수습했다.
“네 명 중에 둘이 보이고 둘이 보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둘은 대체 어디 있는 거지?”
“어딘가에 숨어 있기를 바라야지.”
조종사와 부조종사는 조종석에 앉아 있었으니, 저렇게 호버리의 로터 한 개만 부서진 상태에서 이상 없이 착륙시켰다면, 탈출하지 못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 않으면 호버리 기체에 손상이 없는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이 시대에 21세기 무기의 공격을 받으리라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니.
“분위기상 둘은 저놈들에게 잡히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유시완 무전기 딸깍해 봐.”
지금은 헬멧의 무전기로 소통중이기에 핸드무전기를 이용하면 들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전기의 누름 소리에 응답을 한다면, 탈출해서 숨어 있다는 말이 된다.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다행이다. 위치는?”
태영의 질문에 유시완이 곧바로 핸드 무전기를 통해 질문한 것이 헬멧의 통신으로 같이 들려왔다.
저들이 하는 말이 전체에게 들리는 것은 아니니, 유시완이 중계를 해 주는데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게 맞을 것이다.
“우리가 공중에 떠 있으니까, 위치 표시등을 껐다 켰다 하라고 해. 그럼 우리가 확인해서 찾겠다고.”
이곳은 지영적으로 빗물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구릉이 많은 황무지여서 지상에서 본다면 제법 깊이 파인 굴곡 너머에 직접 수색을 나가기 전에는 보이지 않는다.
구릉에 제법 깊게 갈라진 곳들이 있고, 키가 크지 않은 나무들이 줄지어 있으니 그런 곳에 잘 숨었으면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다.
역시 그들에게 전달하는 말소리가 헬멧 통신으로 들려왔다.
태영이 고개를 돌리는데 서윤이 헬멧을 툭툭 치면서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예요.”
서윤의 목소리가 들렸고, 태영이 바라본 그곳에는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붉은색의 위치 표시등이 깜박거리고 있었다.
지상에서는 보이기 힘든 위치, 완만한 구릉 너머의 나무들이 우거져 있는 곳으로, 지상에서는 발견하기 힘들겠지만 공중에서는 볼 수 있는 위치였다.
“지금 저들이 들고 있는 거, 정총이죠?”
서윤이 물었다.
“맞아.”
모닥불을 중심으로 둘러선 무리의 무기는 이미 확인했다.
다만 AK-47과 AK-102는 외견상으로는 목재 재질의 개머리판 외에는 외형이 아주 유사하다.
사용하는 총탄만 다를 뿐.
“저기 가 계세요. 저는 저곳을 좀 더 정찰해서 알아보고 갈게요.”
“위험해. 저들은 총을 들고 있어.”
“방어막 치면 정총 정도는 쉽게 막아 내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총탄을 막아 낸다고?
태영은 깜짝 놀랐다.
3년 전, 개경에서 몽골인들이 고용한 자객들의 습격을 받았을 때, 왜국에서의 일이 생각나서 얼떨결에 방어막이라고 외쳤던 적이 있었다.
그때, 태영이 처리하지 못한 석궁 화살 2개가 서윤이 펼친 방어막을 뚫지 못한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총탄을 막을 수 있다니.
“그럼, 나도 같이 가지.”
“비행 날개는 소리가 작을 뿐이지 안 나는 건 아니지 않아요? 비밀리에 접근하려면 저 혼자 가는 것이 나아요.”
그렇다. 서윤이 유영하듯 움직이면 소리가 전혀 나지 않지만, 비행 날개는 작은 소리지만 소리가 난다.
소음이 크지 않아서 일상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이렇게 사위가 고요한 밤에는 충분히 사람들에게 들릴 터였다.
“아니, 그래도 안 돼. 나하고 같이 가거나 아니면 안 가거나.”
아무리 능력을 믿는다고 해도 아내를 혼자 적들이 떼거리로 있는 곳에 보내는 것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에이, 그럼 할 수 없네요. 쌍안경으로 보니 저들이 포로를 당장 죽일 것 같지는 않으니까, 일단 숨어 있는 사람들 쪽으로 가죠.”
“그래, 잘 생각했어. 일단 가자.”
두 사람이 숨어 있는 방향으로 이동하며 생각해 봤다.
저놈들은 대체 어디에서 온 놈들일까?
들고 있는 무기로 봐서 분명 20세기나 21세기에서 온 자들이다.
그렇다면, 이 인근에서 피디지가 열렸다는 이야기이고, 저들이 피디지를 통해서 자신들도 모르게 이 시대로 건너온 것이리라.
그런데 저렇게 무더기로 왔다고?
레이더에서 보이는 기준으로 병력은 대충 봐서 5백 명도 넘고, 지프와 트럭들의 숫자가 수십 대다.
병력의 숫자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전력 면에서 저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저들이 포로로 잡고 있는 조종사와 부조종사를 구해 와야 하니까 전투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이 이 시대의 기준에 맞게 13세기의 냉병기를 가지고 있다면, 적과의 전투에 거리낄 것이 없겠지만, 21세기의 열병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병력이 저 정도 규모라면 문제가 크다.
저들이 21세기식 무기들을 소지한 이상, 아무리 태영이 신체능력이 뛰어나도 함부로 상대할 수가 없고, 지금 와 있는 타격조나 정찰조 병력이라도 함부로 맞붙으면 안 된다.
거기다 저들이 이슬람 무장 단체가 맞으면, 실전경험이 아주 풍부한 자들이기에 단순하게 맞붙으면 우리 쪽이 불리한데다, 인원규모 면으로도 상대가 안 된다.
호버리에 실려 있는 플라즈마 포를 사용한다면, 우리 쪽에는 아무런 영향 없이 적을 섬멸할 수 있지만, 아군이 포로가 되어 있으니 사용할 수가 없다.
일단 두 명의 포로를 구하는 것부터 먼저 생각하자.
두 사람이 숨어 있는 장소에는 금방 도착했다.
크레바스와는 다르게 구릉지가 침식되어 형성된 깊이가 낮은 골짜기의 나무로 가려진 곳에 두 명이 몸을 숨기고 있었다.
날씨가 제법 추운데도 옷이 따뜻해서인지 떨고 있지는 않았다.
“이름이 뭔가?”
소리 없이 거수경례를 하는 것을 보면서 바로 이름을 물었다.
“최석윤 소위입니다. 그리고 윤수한 하사입니다.”
고려군의 편제는 그대로 두고 계급을 사포처럼 고쳐졌기에 저들은 사포의 병사들처럼 말한다.
“어떻게 된 거야?”
“저희 정찰 지역은 파림에서 적봉을 지나 승덕에 이르는 구간입니다.”
“그런데?”
“파림에서 적봉을 지나, 승덕 북서쪽 130킬로 지점으로 이동하면서 정찰 중이었고, 30분 후에는 귀환해야 하는데, 북쪽 방향에 이상한 빛이 보였습니다.”
“이상한 빛? 까마득히 먼 곳인데 그게 보였다고?”
“네, 낮이긴 했지만 그 빛이 워낙 밝고 커서 그 정도 거리에서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공중에서는 구름이 아니면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으니, 밝은 빛이라면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래? 계속해 봐.”
“네, 둥그런 형태의 빛이었는데 그곳이 정찰 지역이 아니긴 하지만, 비정상적인 것이 발견되면 확인을 해 보라는 규칙이 있어서 그곳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 빛 속으로부터 사포에서 보았던 자동차들과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리는 같은 편은 아닌지 쏟아져 나오면서도 총격전이 있었습니다. 인원이 좀 적은 무리가 다른 방향으로 도주를 했는데, 저희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사람과 자동차들만 남기고 빛은 사라졌습니다.”
피디지가 맞구만.
하긴 그것 말고는 21세기의 열병기와 지프차, 그리고 트럭 같은 것들을 설명할 길이 없지.
그런데 그 빛 속으로부터 쏟아져 나와?
200킬로 이상의 거리에서도 보일 정도였고, 사람과 자동차가 쏟아져 나올 정도라면 얼마나 규모가 컸다는 의미일까?
“빛의 크기가 어느 정도나 되었나?”
“거리가 있어서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생각해 보면 직경이 수백 미터가 넘을 것 같았습니다.”
그 폭이 수백미터가 넘어?
그 정도 크기라면 여태까지 미봉산에서 봤던 수준이 아니다.
수백 미터이면, 몇 개 중대는 통째로 통과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다.
자신도 그 정도 크기의 피디지를 통과했나?
깨어나 보니 숲 속이었던 것 외에는 기억이 없어서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사람과 자동차가 쏟아져 나왔는데, 왜 자신이 이 시대로 올 때 자신과 트럭 이외에 아무도 없었던 것일까?
그런데, 태영이 생각하는 피디지가 열렸을 때, 항상 태영의 몸에서 어떤 신호가 있었다.
여기에 그렇게 큰 피디지가 열렸는데도 불구하고 태영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거리 때문인가?
“뭔가 모르게 이 인근에서 복잡한 문제가 생긴 듯한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태영이 중얼거리자 다들 태영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일단, 적인데 한곳의 피디지를 통해서 올 수 있었다는 것부터 복잡한 문제였다.
혹시,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다른 무리가 서남쪽 20킬로 지점의 산악 지형에 몸을 숨긴 그들이 아닐까?
그런데, 잠깐.
혹시 저곳을 통과해 오면서 태영이나 서윤이 얻은 것 같은 이상한 능력을 얻은 사람이 없으려나?
그런 능력을 얻은 사람이 있으면 좀 더 골치 아파진다.
생각을 좀 해 보자.
“하루 반, 그리고 사흘.”
태영이 이 시대로 날아 왔을 때는 몇 일만에 깨어났는지 전혀 모른다.
다만 무지하게 배가 고파서 아무것이나 찾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 후, 개경으로 가기 전, 그러니까 태영이 기억하는 처음, 피디지의 충격에 정신을 잃었을 때는 하루 반 뒤에 깨어났다.
그리고 두 번째는 눈을 뜨지는 못해도 3일 만에 깨어났다.
그때, 서윤은 무려 7일 후에 깨어났다.
깨어난 뒤에도, 처음에는 그런 불가사의한 초능력을 얻었다는 것을 전혀 몰랐었고, 그 능력을 제대로 쓸 수 있기까지는 제법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피디지의 규모가 크긴 해도, 아직 하루가 지나지 않았을 테니, 설사 누군가가 그런 능력을 얻었다고 해도 아직 본인이 자각하지 못했을 것이고, 제대로 사용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능력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더 해 보자.
“7일.”
지금 서윤이 보여 주는 그 어마어마한 능력과 7일이나 기절해 있다가 깨어난 것과 상관관계가 있나?
그것에 대한 의문을 가져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런데 저렇게 많은 인원이 통과하면서 그런 초능력이 누군가에게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데서 갑자기 생각이 난 것이다.
서윤이 피디지와 접촉한 것은 단 한 번, 그리고 염력.
태영이 피디지와 접촉한 것은 세 번이다.
이 시대로 날아온 것이 첫 번째라고 보고, 그 첫 번째는 며칠간 기절해 있었는지 모른다.
주위에 아무도 없었고, 그 누구도 알려 주지 않았으니.
그리고 위험을 인지하는 능력과 뛰어난 신체적 능력은 느낌상 하루 반을 기절해 있었던 두 번째의 접촉에서 얻어진 것이라고 가정해 보자.
서윤이 빛에 휩싸이는 것을 보고 그 힘에 튕기듯 날아간 것을 세 번째로 보면 혹시 첫 번째와 세 번째는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나?
이건 정말로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일단 지금 그것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 시간을 두고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 보자.
“그럼, 호버리는 어떻게 된 일이야? 날개 한쪽이 부서져서 비상 착륙한 것 같았는데, 둘은 어찌 탈출하고 둘은 어떻게 포로가 된 거야?”
“한 무리가 우리를 발견하고 바로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본 하 소령님이 ‘비상, 조심해’라고 소리치면서 호버리의 방향을 두 번 꺾었는데, 두 번째 꺾었을 때 ‘쿵’ 소리가 들리면서 충격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몰랐지만, 곧바로 기체가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이글라.”
“네?”
“아니, 계속 말해 봐.”
이글라로 공격해 왔는데, 그것을 보고 기체를 돌려서 피했지만, 완전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로터 하나를 내주고 비상 착륙한 모양인데, 만일 몸체에 맞았으면 호버리는 폭발하고 네 명 모두 사망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하 소령님은 그때 저희 두 사람에게 미리 뒷문을 열어 두라고 한 뒤에, 비상 착륙을 하게 될 것이니 저희 둘은 먼저 탈출해서 본부에 알리라고 했습니다. 호버리가 지면에 닿을 듯 고도가 낮아졌을 때, 저희 두 사람이 뒷문으로 탈출해서 숨을 곳을 찾아서 달렸고, 달리면서 보니까 호버리는 저희들과 제법 멀리 떨어진 지역에 비상 착륙했습니다.”
“제대로 된 판단을 했네. 그런데 저들이 너희를 쫓아오지 않았어?”
“네, 쫓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저희들이 내린 것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 그리고?”
“그 후, 저희는 어둠이 내릴 때까지 숨어서 기다리면서, 본부에 알릴 방도를 찾았지만, 사실상 길이 너무 멀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한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적처럼 대장님이 나타나신 것입니다.”
기적?
맞지.
이곳에서 3군단까지의 거리가 8백 킬로는 될 것이다.
거기에다 가는 길이 직선이 아니어서 물과 산을 피해서 지형을 따라 이동하면, 실제로 1천 킬로는 넘는 길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는 길에는 수많은 적들이 있고, 이들은 지리감각이 없다.
어쩌면, 고려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살아있는 동안 계속해서 중국 땅을 돌아다녔을 수도 있다.
“좋아. 일단 아침이 되면 상황이 어찌 될지 모르니까, 새벽에 둘을 구출할 수 있도록 계획을 잡아 보기로 하고, 일단 야영지로 돌아가자.”
“네, 대장님.”
“최석윤은 날 붙잡고, 윤수한은 송준일을 붙잡아. 날아갈 거니까 놀라서 고함치지 말고.”
유시완이 데리고 갈 두 사람을 지정하고, 태영은 유시완으로부터 무전기를 넘겨받고, 송준일의 철궁은 서윤이 넘겨받았다.
“두 사람 놀랄 거니까 천천히 가.”
으읍~
호버리를 타고 공중을 날아가는 것과 맨몸으로 날아가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비행 날개를 사용하는 7인 정찰조는 맨몸으로 비행하는데 익숙해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오, 살아 있었네.”
야영지에 도착하자 타격 대장 조현태가 최석윤과 윤수한이 똑바로 서기도 전에 놀리듯 말했다.
타격조는 태영의 직할 부대이고, 방금 구해 온 둘은 3군단 소속이지만 호버리를 타고 정찰을 하기에 서로를 잘 아는 사이인 모양이다.
그래서 익히 알고 있기에 두 명이 돌아온 것을 격하게 반기는 시간을 가졌다.
“나머지 둘은요?”
송한이는 태영에게, 이잔디는 유시완에게 거의 동시에 물었다.
“둘은 포로로 잡혀 있고 살아 있어. 큰 모닥불 옆에 꿇어앉혀 둔 것을 보니 추위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아. 새벽에 구하러 갈 거니까 일단 저녁을 먼저 먹고 생각하자고.”
“네.”
***
식사를 마치고 적진의 상황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태영은 서윤만 데리고 호버리 서쪽 20킬로 지점의 무리들이 있는 곳을 정찰하기로 했다.
태영은 비행 날개를 착용한 후에 소총과 철시를 X자로 등에 메고 철궁을 어깨에 걸었다.
서윤은 쇠버리 조끼만 입고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상태라 마스크 고글을 덮어썼다.
“사용하지 않더라도 비행 날개 차고, 비행 모자를 써.”
“왜요?”
“비행 모자는 야간 투시경 기능이 있어. 비행모자는 비행날개에서 전기를 공급받으니까 입어야 하고.”
“아하, 그렇구나.”
그리고 헬멧으로 통신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것저것 설명해 주었다.
태영이 비행 날개의 스위치를 넣는 순간 서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헬멧의 무전을 통해 서윤이 물었다.
내몽골 지역은 긴 지명을 사용했기에 앞 글자 2자만 떼어서 사간이라고 불렀다.
“아니.”
21세기라면 또 어떨지 모르지만, 이 시대에서 21세기의 열병기로 무장한 무리들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사간 쪽의 무리가 있는 곳으로 예상되는 지점 전방 1킬로까지 왔지만, 호버리를 공격했던 무리들과 달리 전혀 불을 피우지 않은 모양이다.
출발하기 전에 분명히 레이더로 확인했으니, 10분도 걸리지 않을 시간에 어디로 갔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불을 피우지 않고 숨어 있다는 뜻이다.
“불 피우지 않으면 꽤 추울 텐데.”
“인원에서 밀려서 그런 모양이야. 저쪽은 인원이 많으니까 맞붙으면 이긴다 생각해서 불을 피우는 것 같고.”
“여긴 60명 정도 되는 것 같았지?”
병력 규모의 차이가 컸다.
“비행 모자 눈 옆에 스위치 만져지지?”
“그거 켜면 야간 투시경 동작해. 낮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선명하니까 켜 봐.”
기술이 좋아져서 그런지, 야간 투시경 성능도 21세기의 것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그렇지?”
“그래, 느낌상 미군 같아.”
복장에 미군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들고 있는 무기와 복장의 특징으로 봐서는 미군이 분명했다.
미군이라는 말을 하면서, 지금 야영지에 있는 누군가가 헬멧을 쓰고 태영이 하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그냥 말하고 말았다.
그래봐야 유시완이나 잔디 중에 한명, 그리고 송한이 정도일 가능성이 높다.
정찰을 위해 움직일 때, 헬멧을 만진 사람이 잔디와 송한이 였으니까.
“응, 미군. 21세기에서 세계 최강국. 그리고 우리와는 우방인 나라.”
이 시대에서까지 우방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다.
“나도 모르지. 이 부분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니까.”
“논리적으로는 맞고, 잘하면 같은 편이 될 수 있을 텐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럴 거야. 지금 저 사람들은 자신들이 13세기로 날아온 것을 모르니까.”
당연히 모를 것이다.
그것을 알기까지는 꽤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으면서, 그에 상응하는 시간을 보낸 후에 알게 될 것이다.
태영도 처음에 스마트폰에 시그널이 잡히지 않고, GPS 신호가 전혀 없는 것 때문에 얼마나 황당해했던가?
지금 저들도 그때의 태영과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네.”
“저들을 적으로 봐야 할까 우방으로 봐야 할까, 하는 문제야.”
냉병기 시대에 저렇게 최첨단의 열병기를 소지하고 우주의 시간을 건너뛰어 이 시대로 날아온 것이라면, 태영의 입장에서 본다면 모두 적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런 것을 한마디로 단순하게 정의할 수는 없다.
이곳 이외의 그 어느 지역에 21세기나 또는 그보다 더 미래에 살던 어떤 사람들이 이 시대로 날아왔을 수 있다.
태영이 이 시대로 날아온 것이나, 저들이 저렇게 무더기로 온 것처럼.
거기에 태영은 혼자 와서 사포와 고려를 이렇게 바꾸어 놓았지만, 저들은 저렇게 무리 지어 왔는데, 비록 군인일지라도 각각의 전공 분야가 있을 것이다.
사회적 경험도 없고, 학생 신분의 공대생 한 명이 가진 지식과는 비교가 안 되는 일이다.
저들과 적이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는데, 몇 년 후, 저들이 가진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과학 기술이 발전했을 때 어떻게 변화될까?
이 생각을 서윤에게 말해 주고 싶었지만, 그냥 참았다.
또 누군가가 듣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모두가 적이 맞다.”
그렇게 정의해야 했다.
이슬람 반군과 미군이 서로 싸우도록 해야 한다.
어차피 저들은 이곳으로 오면서도 전투를 했다고 했으니, 태영의 생각과 상관없이 저들을 이미 서로에게 적이다.
그러니 양쪽이 서로 죽고 죽이도록 만드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저들은 상대와 평화 협정이 불가능한 대상이니까.
이제, 둘을 구출하고 미군과 이슬람 반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지게 할 작전을 세울 타이밍이다.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