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75
275. 미래와의 조우(4)
“서방님. 미군이 맞을까요?”
다들 막사를 떠나고, 3개가 나란히 펼쳐진 야전 침대 위의 침낭에 몸을 눕혔을 때, 침낭 안에 쏙 들어가서 얼굴만 내놓은 서윤이 물었다.
이제 보는 사람도 없고, 셋만 있으니 그리 불러도 아무 상관없다.
“미군요? 거기는 어느 군인데요?”
미군을 모르는 한이가 질문을 했다.
그런 아까 둘이서 정찰할 때 통신 내용은 듣지 않은 것인가?
“아, 한이야. 저들은 서방님이 살았던 그 시대의 사람들 같아. 그리고 그 시대의 제법 큰 나라의 아주 강력한 군인들 같다는 것이 서방님 말씀이야.”
“그래요? 그런데 우리와는 달라요? 아까 조 소령이 그 사람들은 우리와 생김새가 다르다고 하던데.”
“응, 달라.”
“아, 나도 성님 같은 능력이 있으면 좋을 텐데, 위험하다고 여기 야영지에만 있어서 돌아가는 상황을 눈으로 보지 못하고 있으니까 답답해요.”
송한이가 야전 침낭의 지퍼를 휙 열고는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어허, 저애는 또 왜 저래?
한시도 태영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아무리 위험한 곳이라도 따라붙는데, 야영지의 막사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니 답답하긴 했겠다.
“나도 좀 나눠 주고 싶어. 그런데 안 돼.”
“잔디도 부러워 죽겠다고 하던데.”
“나눠 주지 못하는 대신 오늘은 좁은 침대지만 서방님 팔베개는 한이에게 양보할게.”
야전 침낭이 작아서 그 안에 둘이 들어갈 수가 없으니, 양보해 준다고 해도 각각의 침낭 속에 들어가서, 1인용의 좁은 침대에 두 개의 침낭으로 누우면, 그 안에서 움직일 수가 없으니 옆구리만 아플 것이다.
태영에게는 한마디 대답도 듣지 않고, 둘이서 이야기하다가 몸을 일으켰던 송한이도 침낭 속으로 쏙 들어갔다.
***
긴 막대기에 하얀 천을 묶은 후, 좌적의 방향으로 태영 혼자 갔다.
적들도 이 시간이면 아침은 먹었을 것이다.
레이더 상으로 봤을 때, 위치는 바뀌지 않고 사람들의 이동이 잡혔던 것으로 봐서, 경계조가 교대를 하고, 또 아침을 준비하고 서로의 상태를 점검하느라 움직인 듯했다.
펄럭~
흰색 천을 묶은 막대기를 흔들었다.
태영의 어깨에 멘 총은 K2C, 다섯 개의 탄창과 단심을 허리에 차고, 무전기를 옷 한쪽에 넣은 후에 쇠버리가 든 조끼를 입었다.
시선에 가장 먼저 보이는 좌적은 태영이 흰색 깃발을 들고 움직이자, 2명이 나무 뒤에서 모습을 보였고, 사막 작전에 참전하는 미군이 주로 입는 삼색 립스탑 군복을 입었다.
눈에 그들이 소지한 무기가 들어왔다.
M4A1소총은 총구가 태영을 향하도록 들고 글록을 허리에 차고 있는데, 수류탄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또 한 명은 M27 경기관총을 들었다.
둘 다 적당히 짙은 색의 선글라스에 한 명은 방탄 헬멧 대신 천으로 된 모자를 썼다.
M27이라.
태영의 기억으로, 미 해병이 독일에서 개발한 M27을 채택한 것은 태영이 살던 21세기를 기준으로 전후 10년 안쪽일 것이다.
우측 전방에도 두 명이 총을 이쪽으로 겨누고 있는데, 한 명은 M27에 붙어 있는 조준경으로 봐서 M38이라는 광학 스코프가 붙어 있는 모델이고, 다른 한 명은 소총에 M203 유탄 발사기가 결합되어 있다.
역시, 태영의 짐작대로 21세기에서의 전형적인 미 해병대의 무기와 복장이었다.
“Drop your weapon.(무기 버려.)”
예상했던 말이 그들의 입에서 나왔다.
영어, 복장과 소지한 무기로 이미 확인되었지만 영어로 무기를 버리라고 하는 말은, 정확하게 자신들이 미군임을 알려 주고 있는 것이다.
태영은 K2C 소총을 풀면서 총신은 잡지 않고 끈만 잡고서 천천히 팔을 뻗었다.
너희들에게 공격 의사가 없다는 표시다.
허리에 차고 있는 무전기가 총에 잠시 걸렸지만, 무전기를 비껴서 소총의 끈을 왼손에 쥐고 쭉 뻗었다.
소총은 뒤집힌 채로 총구의 방향이 사람들이 없는 쪽으로 향했고, 여전히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리게 한 채로 그들을 쳐다봤다.
하지만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표정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뭘 겁내?
소총을 이렇게 들고 있는데도 겁을 내는 거야?
“I am not enemy.(나는 적이 아니다.)”
적일지 아닐지 솔직히 아직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은 적이 아니었다.
그리고 일부러 not your enemy 라고 하지 않고 중간에 your를 빼먹었다.
“Your enemy.(네 적은.)”
그렇게 말하고 한 박자 쉬었다.
“Twenty kilometer northeast.(북동쪽 20Km 지점.)”
그리고 가능한 중요한 단어로만 말해서 의사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 짧게 끊어 말하면서 손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Who are you? How do you know the location of the enemy?(너는 누구냐? 너는 어떻게 적의 위치를 알고 있느냐?)”
수염이 덥수룩한 군인이 물었다.
헬멧을 쓰고 있지만, 계급장은 보이지 않았다.
“Korea. Do you know?(코리아, 아는가?)”
“코리아? 당연히 알고 있다. 3년 전에 거기에서 근무하기도 했으니까.”
그건 정말 다행이네.
“총은 내리지 않아도 좋소. 나는 콘라드 대위요.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코리아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인지, 그가 한국에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어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총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그것도 다행이었다.
그런데 영어권 사람을 두 번 만났지만, 영어로 된 이름은 생각도 해 보지 않았었다.
잉글랜드의 자작인 조나단 스미스를 만났을 때, 태영이라는 이름을 불러 주었는데, 아무리 불러 줘도 발음을 하지 못해서 ‘미스터 최’라고 부르라고 했고, 그것조차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었다.
그 뒤에 케네스를 만났을 때도 미스터 최라고 부르라고 했었다.
그때처럼 그냥 ‘미스터 최’라고 할까 하다가, 즉흥적으로 이름에 적당한 단어를 떠올렸다.
“에뒨.”
동양인은 발음하기 어려울 것이지만, 영어권 사람들에게는 별문제 없을 것이니 Edwin으로 사용하면 될 것이다.
“제너럴.”
이름을 말하고 잠깐 동안 호흡을 끊었다가 계급을 말했다.
“제너럴?”
놀란 모양이다.
서양인이 동양인의 얼굴로 나이를 짐작하지 못하기는 하지만, 이 사람은 한국에 근무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으니 나이 판별이 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태영은 계속 동안인 상태였기에 수염을 적당히 길러 나이를 감추려는 꼼수를 쓰고 있긴 하지만, 스물세 살의 나이에 이 시대로 왔을 때의 얼굴에서 변한 것이 없다.
그런데 대장, 4성의 대장이라니.
“맞아요. 제너럴 에뒨 최.”
콘라드는 한참 동안 태영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아무런 구호 없이 살짝 경례를 했다.
각 잡힌 경례가 아니라 그냥 악수 내신 반가움을 표현하는 수준이었다.
한국에 파견되어 얼마간 근무했기에, 대장으로 그냥 인정해 주겠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태영 역시 아무 구호 없이 경례를 받았다.
“제너럴 에뒨, 한 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여기서는 GPS가 안 되는데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또 위성 통신도 되지 않는데.”
그래, 많이 답답했을 거다.
보나마나 밤새도록 이걸로 끙끙거렸을 것이지만, 한 가지를 물어본다더니 두 가지를 동시에 물어왔다.
“여긴 GPS가 안 돼요. 당연히 위성 통신도 되지 않아요.”
여긴 1225년의 또 다른 지구이니까, 라는 뒷말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믿지 않을 것이고, 그것을 설명하기에 너무 많은 노력을 들여야 했다.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아니, 그전에 제너럴 혼자 이곳에 온 것입니까?”
이제야 일행이 있느냐고 물어오는데, 이 사람은 항상 두 가지를 동시에 물어보는 것이 습관인가?
“혼자가 아니오. 내 일행이 저 뒤쪽에 있소. 그런데 콘라드 대위가 부대의 리더입니까?”
“아닙니다. 에이든 대령이 지휘관입니다. 함께 에이든에게 가지요. 그런데 일행이 많습니까?”
“여기에 와 있는 일행은 많지 않소. 그렇지만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 6개 군단을 가지고 있소.”
여기 와 있는 인원수를 알려 주려고 하다가 조금 뻥을 치기도 했고, 코리아에 있다고 하지 않았다.
아, 그리고 군단이라는 의미가 가진 숫자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들이 생각하는 군단, 즉 Corps는 2만에서 8만 명 규모의 중간 어디쯤을 말하지만, 태영이 말하는 군단은 아주 작은 사단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말로만 군단일 뿐, 규모가 조금 큰 연대 급 정도라고 봐야 하는 것이 맞다.
오해를 하거나 말거나.
“6개 군단이라고 했습니까?”
“맞아요.”
“나는 묻고 싶은 것이 아주 많습니다.”
“부대의 리더가 있을 때 같이 이야기하면 안 되겠소?”
그렇게 말했지만, 콘라드는 이동하는 중에 계속해서 이것저것을 물었고, 대충 얼렁뚱땅 대답해 주었다.
이동하면서 보니 낮은 구릉의 골짜기에 감추어진 JLTV가 보였다.
눈에 뜨인 JLTV만 해도 몇 대는 되는 듯했다.
험비를 대체하는 새로운 전술 차량으로 얼핏 보면 둘이 비슷해 보이지만 기능면에선 월등하다.
저 차랑은 태영이 살던 시대의 미군이 활용하는 대표적인 전술 차량이니 제대로 만난 것 같았다.
비록 나라가 다르고 말도 다르지만,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했다.
10분쯤 걸어서 낮은 능선과 협곡 사이에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천막으로 임시 막사를 꾸며 둔 곳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약간의 제지가 있었지만, 콘라드가 뭐라고 하자 기다리지 않고 통과했다.
막사 안에는 편의점 앞에 파라솔과 함께 내어 놓은 테이블과 비슷한 것이 펼쳐져 있었지만 의자는 없고 네 명의 군인이 서 있었다.
“대령님.”
“들어와. 깃발을 흔든 사람인가?”
거기까지는 보고가 된 모양이니, 무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동하면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았지만,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였을 뿐, 태영에게 적대한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래서 고민이다.
양패구상을 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느낌이 이런 상태라면 그렇게 하기에 조금은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비록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21세기의 현역에 있을 때 미군들과 함께하는 작전에 태영이 참가한 적도 있었다.
“제너럴 에뒨 최, 코리아에서 왔다고 합니다.”
에이든 역시 놀란 표정이었다.
새파란 놈이 제너럴이라고 하니 놀랍기는 할 테니 그건 인정.
그리고 제너럴쯤 되는 사람이 깃발을 흔들고 올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을 테니, 그것도 놀랄 일이지 뭐.
“에이든 베넷 대령이오.”
태영을 뚫어지게 쳐다보기는 했지만 콘라드와 달리 경례는 하지 않았다.
에이든, 미국에서 가장 흔해 빠진 이름 중 하나다.
서울에서 사람이 아주 많은 곳에서 ‘김 사장님’ 하고 부르면 수십 명이 돌아볼 수 있는 것처럼, 뉴욕의 번화가에서 ‘에이든’ 하고 부르면 수십 명이 돌아볼 것이다.
“제너럴 에뒨 최요.”
“여기는 테오, 데릭, 콜튼이라고 합니다.”
계급장이 보이지 않아 계급은 모르겠지만, 이들이 참모일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제 오후 이후에 사령부와의 모든 통신이 단절되었고, 어떤 정보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여기가 어디쯤 되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거두절미하고 다짜고짜 도움부터 청했다.
그렇지, 군인들이야 돌려서 말하지 않는다.
“그전에, 궁금한 것이 있소.”
“물어보시오. 다만 군사 기밀이라 말해 줄 수 없??부분도 있소.”
군사 기밀 같은 소리 하고 있네.
21세기의 미군이 13세기에 와서 군사 기밀이라니.
말 되는 소리를 해야지.
“지금이 몇 년이오?”
그래도 웃을 수는 없기에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요?”
태영이 앞뒤 설명 없이 묻자 이해되지 않는 질문인지라, 여전히 짧고 거친 말로 되물었다.
하긴 제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지금이 몇 년이냐고 물어보진 않을 것이다.
“그냥, 몇 년이었는지 궁금해서. 나는 세월을 잊고 살았거든.”
“2019년이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대답은 했다.
2019년이면 태영이 살던 시대가 맞다. 물론 2019년은 태영에게도 지나간 과거이다.
태영이 이 시대로 날아온 시기와 몇 년의 차이가 있긴 해도 그 몇 년이란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저들이 가진 무기가 2010년 이후의 미군의 주력 무기와 장비들이었으니 2010년에서 2030년 사이가 아닐까 짐작하고 있었다.
“어디에서 작전 중이었소?”
“군사 기밀.”
군사 기밀 같은 소리 또 하고 있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것들이.
“그것까지 말하면, 그게 군사 기밀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려 주겠소.”
“…….”
에이든이 콘라드를 잠시 바라보았다.
어디서 이따위 놈을 데려왔느냐 하는 질책이겠지.
“이라크 북부, 거기까지만 말해 주겠습니다.”
대답은 콘라드가 했다.
그렇겠지, 이라크는 남북한을 합친 대한민국의 2배가 넘는 면적인데, 거기서 북부라고 말한다고 해도 워낙 넓은 곳이어서 짐작할 수가 없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면 군사 기밀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애매할 것이다.
에이든은 ‘이제 네가 말해줄 차례야’ 라는 표정으로 태영을 바라 봤다.
“GPS도 잡히지 않고, 통신도 되지 않는 것에 대한 궁금함이 많을 것이오. 그런데 왜 GPS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요? 그리고 왜 당신들이 가진 무전기 간에는 통신이 되는데, 위성 통신을 이용한 사령부와의 통신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요?”
태영의 질문에 에이든은 야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콘라드를 돌아보았다.
에이든에게 가장 궁금한 것이겠지만, 방금 저 새파란 제너럴이 말한 중요한 기밀을 네가 말했느냐 그런 뜻이리라.
서로 쳐다보기만 할 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지금 그 상태가 이 사람들의 현재 상태인 셈이다.
“당신들은 이라크 북부에 있었다고 했소. 맞지요?”
“그렇소.”
그때서야 에이든이 대답했다.
“이곳은 내몽골, 중국의 수도인 북경으로부터 북쪽 3백 킬로 지점이오.”
“뭐?”
인상을 험악하게 찡그리면서 한 단어로 의문을 표시한 사람은 콜튼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테오라고 말해 주었던 미군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GPS가 안 되는 이유는 뭐겠소?”
“혹시…….”
콜튼과 달리 에이든과 콘라드는 침착했고, 에이든이 의문을 표시했다.
“네, 혹시?”
에이든의 혹시라는 질문에 태영이 말꼬리를 물었다.
“GPS 위성이 없다?”
“맞소. 지금 이곳 시간으로 1225년이오.”
“헉.”
“뭐?”
“뭐라고?”
다들 깜짝 놀란 듯, 제법 크게 소리를 질렀다.
“장난치는 건가?”
이번에는 에이든도 말이 짧아졌다. 물론 놀라서 그렇겠지만.
“장난이라니? 내가 당신네들에게 이런 것으로 장난쳐서 얻어지는 것이 뭐가 있겠어?”
저들의 말이 짧아지자, 태영의 말도 함께 짧아졌다.
그나저나 어젯밤에 달이 제대로 보였었나?
아니야, 달빛이 없어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었다.
달이 두 개였다는 것을 눈으로 봤으면, 지금 태영이 하는 말을 좀 더 쉽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 말을 지금 믿으라는 거요?”
하긴, 태영이라도 못 믿겠다.
“대령님.”
그때 막사 밖에서 몇 사람의 요란한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큰 소리로 에이든을 불렀다.
에이든이 데릭에게 눈짓을 하자, 데릭이 막사 밖으로 향했지만, 그보다 빠르게 미군 병사가 막사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적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타이밍 한번 참 기가 막힌다.
제대로 뭔가를 알려주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그 시간에 이슬람 반군 세력이 치고 들어오냐?
“그래?”
보고를 하는 병사에게 돌아갔던 시선이 태영에게 돌아왔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을 전혀 믿을 수 없지만, 우리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를 만들어 다시 하는 것이 좋겠소.”
에이든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중에 기회가 생길지 아닐지는 몰라도 적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고 하니 그게 맞는 말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되는군요. 연락할 방법이 있겠소?”
“무전기 하나 드려. 자, 또 봅시다.”
콘라드에게, 그리고 태영에게 연속적으로 말하고는 바깥으로 바로 달려 나갔다.
태영은 병사가 건네주는 무전기 한 개를 받아 주머니에 넣고는 그들과 함께 막사 밖으로 나왔다.
태영은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달리며, 고려군과 통하는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구출조 들리나?”
잔디였다.
“한 실장에게 탐지기 켜서 어제 북쪽으로 도망친 병력들, 이동 현황 확인해 보라고 해.”
태영이 연락할 때까지 웬만하면 무전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태영에게서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린 모양이다.
“그래? 말해 봐.”
움직임이 그렇다면, 양 진영이 한판 할 모양이다.
하긴, 어젯밤에는 어둠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그런 상황에서 전투를 벌일 필요는 없었지만, 지금은 환한 낮이니 상황이 다르고, 그쪽이 병력도 월등하게 많다.
“음, 그리고?”
방향을 수정하는 것을 보니 북쪽으로 많이 치우친 모양이다.
“5만 규모?”
북서쪽 500킬로 지점이면, 지도상에서 위치확인을 하지 않아도 몽골 내륙이 맞다.
그런데, 거기 사막이 아닐까? 그냥 사막을 횡단해 오는 중인가?
몽골에서 중국을 침공하건 한반도를 침공하건 가장 가까운 길을 택하려면 고비사막을 건너야 하고, 중국 쪽은 고비사막을 건너자 말자 또 하나의 장벽인 만리장성을 넘어야 한다.
그런데, 말을 먹이면서 이동해야 하기에 사막을 건너기보다는 우회해야 한다.
“그게 병력인지는 어떻게 알아?”
혹시나 야생동물들이 무리지어 움직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해서 물었다.
그건 맞네. 야생돌물들이 풀 대신에 금속성분이 포함된 무언가를 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동 방향은?”
말을 마치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잔디로부터 무전기를 넘겨받은 모양이다.
“그래.”
합치면 8만, 그 정도면 제법 대군이다.
잠깐, 그런데, 5만이나 3만이 모두 병사일까?
몽골군은 말 4마리를 기본으로 끌고 다닌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맞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그리 따지면 생체 신호 다섯에 병사 1이라고 봐야 한다.
그리 따지면, 병력의 숫자는 2만이 안된다고 봐야 맞지 않을까 싶다.
몽골은 고려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1차 침공 시에 3만의 병력으로 고려를 쳤는데, 저 정도의 규모라면 송나라나 금나라를 치기 위한 병력 규모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동 속도는 어때?”
걷는 수준이라.
그 정도의 무리라면 피디지를 통해서 이 세계로 온 또 다른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몽골군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는 말이지?”
“확인이 필요하지. 지금 가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이쪽 진영만 벗어나면 속도를 낼 수 있으니까.”
무전으로 이야기하는 중에 미군 진영을 거의 벗어났다.
“응, 왜?”
“당연히 해야지.”
“그건 좋은데, 호버리에 매다는 중에 적이 들이 닥치면 별로 좋지 않아.”
어 그런 방법이 있나?
“그게 가능해?”
하긴, 서윤이라면 야영지까지 옮기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야영지에서 호버리에 매달아 보내면 된다.
“알았어. 미리 가서 주변 정리해 둘게. 통신 끝.”
후우우웅~
태영은 무전을 종료하자마자 추락한 호버리를 향해 속도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