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79
279. 미래와의 조우(8)
태영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른 생체 신호와의 거리가 50미터라고 했다.
시야에 잡히는 작은 움직임을 확인하고 그곳으로 가기 전에 잠시 고개를 돌리니, 저격총 때문에 엎드려 있던 서윤이 사태가 수습된 것을 알고 공중 부양으로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낮춰.”
목소리는 들리지 않겠지만, 소리치면서 손을 펴서 바닥으로 내리는 시늉을 했다.
그것을 본 서윤의 몸이 수평으로 기울어지더니 바닥에 거의 붙은 종이비행기처럼 날아왔다.
“마지막 생존자.”
가까이 오자 손을 들어 한곳을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마지막 생존자를 발견한 것 같은데, 그것 때문에 이곳으로 온 모양이다.
끄떡~
태영은 고개를 한번 끄덕여 주고, 움직임이 보였던 곳에 시선을 두고 지그재그로 달려서 목표물의 인근으로 달렸다.
“Conrad.”
얼굴과 몸에 피를 뒤집어쓴 콘라드의 모습이 보여서 소리를 질렀다.
어디에 총을 맞았는지 모르겠지만, 태영을 바라보는 눈 한쪽이 피에 젖어 있었다.
태영을 향하고 있던 M27 경기관총의 총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E…… Edwin.”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 듯 거칠게 숨을 쉬었다.
“허윽, 헉, 크르럭, 퉤.”
태영이 가까이 걸어가자 피를 주르르 토해 내고는 마지막에 입안에 남은 것을 뱉어 내었다.
그러곤 엎드린 몸을 아주 힘겹게 옆으로 돌렸다.
몸 아래쪽은 콘라드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흙바닥에 다 스며들지 못할 정도로 흥건했다.
몸이 반쯤 돌아가서 경사를 이루었는데, 주머니 한곳의 지퍼를 열더니 지갑처럼 생긴 작은 수첩을 꺼냈다.
감기려는 눈을 억지로 치뜨며 까무러칠 것 같은 정신을 잡는 것 같았다.
손에 들린 밤색의 작은 수첩은 이미 콘라드의 손에 붙은 피가 엉겨 붙었지만, 언제나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는 느낌이 풍겼다.
꽤나 낡은 것이다.
그 수첩을 바닥에 내려놓고 목을 더듬더니 인식표를 잡고 힘껏 당겼다.
투둑~
“으윽.”
인식표의 줄이 목을 쓸며 떨어져 나와 콘라드의 손에 쥐어졌다.
그런데, 대체 죽어 가면서 뭘 하려는 거지?
“Need…… favor……. (청이 있어.)”
말하기가 힘든지, 모든 수사를 접어 두고 가장 필요한 두 단어만을 말하고는 희미한 눈을 들어 태영을 바라보면서 수첩과 인식표를 손에 잡았다.
“C…… Cincinnati, Saint Bernard, Ohio…… (신시내티, 세인트 버나드, 오하이오)”
말이 완전하지 않고 띄엄띄엄 건너뛰면서 느려졌다.
“I’m listening.(듣고 있어).”
“Pass this…… m…… my…… da…… daughter…… w…….(이것을 전해 줘, 내 딸에게…….)”
끊어져 버린 말이 아내인 것 같은데 말이 되어 나오지 못했다.
“Please…….”
그리고 Please라고 했을 것이 분명한 마지막 말은 입 밖으로 바람 소리가 되어 나왔을 뿐이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이 소원은 들어줄 수 없을 것이다.
13세기에서 21세기로 가는 국제 특송이나 택배가 있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어찌 전해 주나?
그런 것이 있으면 태영이 박스 속에 몸을 숨겨서 택배로 보냈지.
여기가 13세기라고 말한 태영의 말을 콘라드가 믿었다면, 할 수 없는 부탁이다.
몇 개의 차원이 있는지도 모르고, 돌아갈 수 있는 방법도 모르는데.
이 수첩이 콘라드의 딸에게 돌아갈 수 있는 확률은 1도 없다.
그래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비록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것이지만, 죽어 가는 사람의 마지막 소원이니 편안히 가도록 해 주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이제 더 이상 말은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여 주자 콘라드의 얼굴에 나타난 편안해 보이는 웃음.
생의 마지막 미소였다.
뭐가 들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을 전해 주고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생명의 불꽃이 꺼져 가는 중이었다.
그래도 미소를 보이는 것을 보니, 자신의 아내와 딸에게 자신의 수첩과 인식표가 전해질지 아닐지도 모르면서 마음은 편안해진 모양이다.
불가능한 소원인 줄을 알면서도 부탁한 것이리라.
그래도 그런 부탁을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콘라드는 마치 작별 인사로 손을 흔들고 싶어 하듯 힘겹게 손을 들어 올리려 했지만, 시늉으로 끝났다.
툭~
그의 고개가 손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으흠.”
아까부터 태영의 옆에 서 있던 서윤의 시선이 하늘로 향하면서 헛기침을 했다.
태영은 수첩과 인식표를 들어 올려 수첩의 첫 장을 넘겨보았다.
세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의 얼굴이 수첩 첫 페이지 안쪽의 비닐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이는 엄마로 보이는 여인이 안고 있는데, 아내이리라.
마지막 순간에 아내에게 전하고 싶은 말, 그리고 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겠지만, 결국 전하지 못하고 수첩을 전해 달라는 말로 대신했다.
“딸과 아내?”
“그런 것 같아.”
서윤의 질문에 대답을 해 주었지만, 수첩을 더 이상 넘기지 않았다.
“안되었어요.”
“그래, 안됐어. 이렇게 멀고 먼 땅에 와서…….”
몸에서 힘이 쫙 빠진 듯 허탈한 기분이었지만, 할 일은 해야 했다.
고개를 한번 털었다.
“다른 데는 어찌 되었는지 물어봐.”
태영은 수첩 사이에 인식표를 끼운 후 주머니에 넣고는 서윤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마지막 생존자였어요.”
그렇게 말하며 무전기를 들어 보였다.
태영이 콘라드의 말을 듣는 사이에 서윤이 무전으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정리가 끝났다는 통신이었던 모양이다.
“우리 쪽 피해는?”
“없어요.”
“일단 모두 한이가 있는 곳으로 모이라고 해.”
“시신은 어떻게 해요?”
풍장.
그것 외에는 답이 없다.
몽골의 장례 풍습은 풍장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땅에 묻지 않고, 들판에 버려두어 시신이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도록 한다고 본 것 같았다.
사실 확인 여부에 상관없이 이런 황무지에서는 그보다 더 적당한 방법이 없다.
그런 풍습을 떠나서라도 이 시대에 전쟁이 나면, 아마도 시신은 그냥 자연이 알아서 하라고 그냥 남겨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옷을 벗겨 내고, 신발도 벗긴 후에 시신만 그냥 버려두고 싶지만 옷까지 벗기기는 너무 없어 보일 것 같았다.
그래도 신발은 벗겨서 노획물로 잡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인데, 그것도 참기로 했다.
다만, 몸에 지니고 있는 물건들은 챙겨서 전리품, 아니 노획물로 봐야 할 것 같다.
이들은 이 시대에 절대로 구할 수 없는 21세기의 전자 장비들을 가지고 있을 터이니 주머니를 뒤지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
“시신을 묻어 주는 것이 맞겠지만, 너무 많기도 하고…….”
“그냥 둘 건가요?”
“아니, 그게 아니라 이 지역의 풍습은 풍장으로 한다고 본 것 같아. 그리고 이런 황무지에서는 풍장이 맞아.”
“네, 그럼 그냥 두는 것으로 알고 있을게요.”
아직 이곳은 낮에도 영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밤에는 심각할 정도로 춥다.
그러니 자연이 이들을 흙으로 데려가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시신을 노리는 짐승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늑대 무리나 그런 거로 짐작되는 생체 신호는 레이더 상에 없었지?”
200킬로 지점에 있었던 생체 신호가 생각나서 물었다.
“없었어요.”
“한이 있는 곳으로 가자. 그리고 3군단에서 오기 전까지 장비 회수는 좀 해야지.”
이슬람 무장 세력들의 영역에는 플라즈마 포를 쏘아 버렸으니 건질 것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플라즈마 포를 사용하지 않고 끝까지 버틴 것인데, 결국 사용해 버렸다.
태영은 콘라드의 주머니를 뒤져서 안에 있던 물건들과 탄창 같은 것들을 모두 꺼내 배낭에 밀어 넣었다.
콘라드가 가지고 있던 조준경까지 장착된 M27을 들어서 서윤에게 건네주었다.
“총이 좋아 보이네요. 조금 더 무겁고.”
“그래, 좀 더 좋은 총이야.”
“서방님이 메고 있는 그 총이 정말 좋아 보이는데요?”
“이거, 아까 그 저격병이 쏘던 총, 바렛이야.”
“우선 크기만으로도 엄청나네요.”
“그래, 보나 마나 잔디가 욕심을 낼 것 같은데, 여자가 쓰기에는 제법 무리가 따를 거야.”
“그렇게 보여요.”
태영은 대답을 하면서, 콘라드가 메고 다닌 것으로 보이는 배낭도 어깨에 메었다.
그러고 보니 짊어진 배낭의 숫자만 3개나 된다.
“가자.”
태영은 한서윤과 함께 송한이가 있을 집결지로 이동했다.
***
“무사히 돌아오셨습니까?”
집결지로 돌아오자 송한이가 웃는 얼굴도 아니고, 우는 얼굴도 아닌 애매한 표정으로 반겼다.
“고생했다. 다른 사람들은?”
“오고 있어요. 곧 도착할 거예요.”
호버리의 파공음이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하는 것으로 봐서 두 대의 호버리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오고 있는 듯했다.
태영은 저격병과 콘라드의 부근에서 가져온 배낭들을 한쪽에 툭 던져 놓고, 그 위에 바렛을 걸쳐 놓았다.
위잉~
7인 정찰조로 비행 날개를 차고 있던 네 명이 황혼을 배경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도착했다.
벌써 저녁때가 되어 힘겨운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무사히 귀환했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왜구들같이 원한에 사무친 대상이 아닌 다음에야, 사람을 사냥하고 오는 길이다 보니 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적을 모두 제압하고 우리 쪽의 손실은 전혀 없는데도 다들 약간은 침중했다.
“이거 무슨 총인가요?”
배낭에 걸쳐 있는 바렛을 본 잔디가 질문했다.
“바렛이라고, 저격총 중에 최상급에 해당하는 기종이야.”
“혹시 제가 써도 되나요?”
“그거 너무 무겁고 반동이 워낙 심해서 잔디는 사용하기 힘들 거야, 한번 들어 봐.”
무게를 비교하면 K2C 네 정을 들고 다니는 무게와 비슷하다.
“……무겁네요. 들고 다니다가 지치겠어요.”
태영의 말에 수긍하는 듯 총을 들어서 두 손으로 움직여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지간한 사람은 그 총을 쏘면 어깨뼈가 다 나가.”
“그렇게 보여요.”
총을 들어 봤기 때문인지 깨끗하게 포기하는 것을 보니 예상에서 한 치도 빗나가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 모습을 본 한서윤이 태영을 보고 웃었다.
“좌적들이 소지하고 있던 총 가운데 M27이라는 경기관총이 있어. 총을 바꾸고 싶으면 그걸로 해.”
독일에서 개발되었지만 미 해병대가 채택한 뛰어난 무기로 돌격 소총이고, 기관총이면서 동시에 저격소총이기도 하다.
“아, 혹시 이건가요?”
잔디는 그렇게 물으면서 송준일에게서 총 하나를 받아 태영에게 보여 주었다.
그 와중에 총을 제법 챙겨 온 모양이다.
하긴 총을 유심히 봤으면 탄창 삽입구 좌측에 제법 큰 글씨로 새겨진 ‘M27’이 보일 테니, 숫자 27은 읽었을 것이다.
송준일은 여섯 정이나 되는 M27을 넘어지지 않도록 세우는 중이었다.
그 옆의 유시완도 몇 정을 들고 엉거주춤 기다리며 송준일이 총을 마저 세우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송준일이 세우는 몇 정에는 광학 스코프가 붙은 것을 보니 M38이다.
그리고 또 꽤 많은 총에는 소음기가 장착되어 있었다.
“맞아. 꽤 괜찮은 총이지.”
K2C도 나름대로 명기 반열에 드는 총이지만 M27은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왠지 보는 순간에 탐이 나더라구요.”
모두들 웃지 않고 있었는데, 새로운 총을 가진 것이 좋은지 잔디의 얼굴에 미소가 보였다.
유시완이나 송준일의 얼굴도 조금 밝아졌고, 송준일이 잔디를 향해 엄지를 올렸다.
저놈도 이젠 제대로 된 군인이 된 것 같다.
“저 총은 본 적이 없어?”
태영이 바렛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거, 모르겠는데요. 오는 길에 대충 좋아 보이는 것을 몇 개만 집어 온 것이라서.”
하긴.
어차피 좌적들이 사용하던 모든 무기와 일상용품, 그리고 JLTV를 포함하여 자동차까지 모조리 회수할 거니까 그때 챙겨 오라고 하면 된다.
“자, 이제 적도 없으니 편안하게 저녁 먹고, 내일은 일어나면 호버리가 추락해 있던 지점으로 자리를 옮겨서 노획물들을 정리할 거니까, 그렇게 알도록.”
적이라고 볼 수 있는 모두가 소탕되었으니 지금부터 할 일이다.
“유 대위가 이쪽으로 오는 것 아닙니까?”
송한이의 의문이었지만, 유진이가 이쪽으로 찾아오는 것은 맞을 터였다.
“무전으로 이동 지점을 연락하면 되고, 노획물 수거하려면 여기는 너무 멀어. 가까운 곳이 좋아.”
“아, 그렇겠네요.”
“네, 그럼 다들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
***
다음 날.
아침을 먹은 후에는 추락한 호버리가 있는 지점으로 모두 옮겨서 그곳에 야영 준비를 다시 했다.
야영 장비를 걷고 펴는 것이 조금 번거롭기는 했지만, 이동 거리가 짧아져야 하기에 어쩔 수 없다.
“편성 다 된 건가?”
“네, 대장님과 실장님, 부실장님 제외하고 4개조입니다.”
비행 날개를 착용한 사람을 기준으로 4개조를 편성되었다.
태영과 한서윤, 송한이가 추가로 1개조가 되어서 모두 5개조가 된다.
호버리 2대는 먼 곳에서 여기까지 수송 지원을 하기로 하고, 전리품을 거두어들일 범위도 정했다.
플라즈마 포의 범위에 들어왔던 곳은 건질 것도 없고, 나중에 움직여도 되니까 그대로 두고, 좌적인 미군 영역과 조금 전에 남은 적을 소탕하고 온 지역으로 한정했다.
“좌적들이 몰고 다니던 자동차가 있어. 그것을 먼저 확보해서 거기에 노획물을 싣도록 해. 모두 운전할 줄 알지?”
“네, 대장님.”
가장 먼저 작전 차량으로 제 이름이 변경되어 버린 JLTV부터 확보하라고 시켰다.
“한 사람은 운전, 비행 정찰조에서 공중에서 시야에 보이는 대상 물품의 위치를 알려 주고, 다른 사람이 수거해서 차량에 싣도록 한다. 질문?”
“보이는 것은 모두 다입니까?”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수거하고, 특히 좌적들이 메고 다니던 등 가방은 하나도 빠트리지 않도록 해. 그리고 조금 불편하겠지만 시신의 주머니도 확인해서 그 안에 있는 소지품들도 빠트리지 말고 모두 수거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주머니 속에 있는 것들까지 확인하라는 것은, 이들이 21세기에서 왔기에 스마트폰이 배낭보다는 주머니에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배낭이나 차량에는 충전기와 보조 배터리, 그리고 또 다른 첨단 전자 장비들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런 것들은 이 시대에서는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는 장비들이다.
어차피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고 받는 용도로는 사용하지 못한다.
그러나 군사용으로는 이미지 지도를 폰에 복사하여 휴대용 지도로 사용하기에 최상이다.
폰과 폰은 블루투스 통신으로 연결이 가능하니 지도를 다운로드해 주면 된다.
일반용으로는 음악을 넣거나 영상을 넣거나, 또 참고할 만한 중요한 정보를 넣어 두고 사용하면 된다.
정하연이 음악 플레이어로 사용 중인 스마트폰이 있다.
배터리의 배가 불러서 배터리를 빼서 버리고, 보조 배터리를 줄로 묶어서 사용 중이니, 새것을 하나 주면 아주 좋아할 것이다.
서윤도 음악 플레이어와 지도용으로 폰을 가지고 싶어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숫자가 적어서 배정받지 못했다.
이번에 많이 구해지면 줄 수 있을 것이다.
“자, 출발.”
태영의 출발 소리가 나기 전에 이미 움직이는 조가 있었고, 공중 정찰을 할 비행 정찰조는 JLTV를 찾기 위해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각각 다른 곳으로 빠르게 이동해 갔다.
태영도 송한이와 함께 이미 공중에서 날고 있는 한서윤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실장님 조에 속하니까, 손을 댈 일이 별로 없겠는데요.”
태영과 서윤과 함께 같은 조가 되어 따라 나서서 JLTV를 운전하던 송한이가 공중을 쳐다보면서 소리쳤다.
“그래, 운전만 열심히 해.”
서윤은 공중에 부양한 채, 눈에 보이는 대로 염력을 사용하여 장비를 회수해서 JLTV에 실었다.
서윤은 시신의 주머니를 털어 소지품을 챙겨 오는 것까지 손도 대지 않고 털어 냈다.
운전은 송한이가, 노획물 수거는 태영이 해야 하는데, 서윤이 발견과 수거를 함께하고 있어서 태영은 JLTV를 뒤따라 걸어가며 빠트린 것이 없나 확인하는 일이 전부였다.
어제도, 오늘도 거의 공중에 떠 있다시피 하면서 노획물들까지 옮기는데도 전혀 피로한 기색이 없는 걸 보니, 염력을 쓸 수 있는 절대량이 무척이나 많이 늘어난 모양이다.
아니다. 어젯밤에 업고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이 들기는 했다.
“한이야, 운전은 서방님께 맡기고 공중에서 구경 좀 할래?”
“그럼 좋기는 하지만, 실장님이 너무 힘들잖아요. 그냥 이거 몰고 갈게요.”
송한이는 여전히 하늘을 보며 소리쳤다.
“그래, 알았어.”
한 지점에 도착하자 태영은 JLTV를 툭툭 쳐서 정지시켰다.
그리고 차량에서 삽을 꺼냈다.
“왜요? 저 사람 묻어 주게요?”
송한이가 차에서 내리면서 물었다.
“응.”
태영이 주머니에 든 작은 수첩을 옷 밖에서 만지며 대답할 때쯤, 태영의 행동을 알아차린 서윤이 옆으로 내려섰다.
“그래서 삽을 챙기셨구나.”
“맞아.”
“부탁을 들어줄 방법이 없잖아요.”
“무슨 부탁이요?”
서윤과의 대화에 송한이가 끼어들며 물었다.
“작은 수첩을 하나 건네주면서 딸에게 전해 달라고 했는데, 그 사람은 서기 2019년에서 온 사람이야.”
대답은 서윤이 했다.
아까 콘라드의 부탁을 받은 후에 되돌아가면서, 백기를 들고 이들의 진지로 갔을 때, 이들이 서기 2019년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던 것이다.
“대장님이 올해가 고려력, 아니야 서기 1225년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부탁을 들어줄 방법이 없다는 거지.”
“그러네요.”
둘 다 태영의 과거를 잘 알기에 나눌 수 있는 대화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콘라드를 묻어 줄 땅에 삽질을 했지만, 땅을 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나저나 에이든은 어디에서 죽어 있을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콘라드와 에이든은 묻어 주고 싶은데, 콘라드는 여기 있지만 에이든은 찾을 수가 없다.
찾으려면 찾을 수는 있겠지만, 시신을 모두 찾아다니며 몸을 뒤집어 얼굴을 확인해야 한다.
그것이 내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