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82
282. 몽골군(2)
목이 부러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강하게 부딪쳤는데, 비명이 나오는 것을 보니 부러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둘 다 충격으로 인해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하지만, 공중에서 팽이처럼 돌았기에 아마 어지러워서도 일어나진 못할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놀라서 옆구리에 칼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손을 그쪽으로 가져갔지만, 이미 칼은 없다.
“이, 이게 대체…….”
태영의 뒤에까지 다가온 박진하의 놀란 목소리와, 멍하게 서윤을 바라보는 박진하의 옆에 있는 부관의 놀란 숨소리가 들려왔다.
박진하는 서윤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벽면의 의자 하나를 끌어당겨서 털썩 주저앉고는 시선을 태영에게 돌렸다.
설명 못 해 주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시라니까.
“묶어. 몸수색하고.”
노끈을 들고 기다리던 송준일이 한 명에게 달려들었고, 정원근도 다른 한 명에게 달려들어서 몽골군 둘을 안쪽으로 끌어들였다.
두 사람이 각각 한 명씩 줄로 포박을 하는 사이 잔디가 중기관총을 잡고 총격 위치로 당겼다.
철컥~
탄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렸고 기관총을 툭툭 쳤다.
“무기는 압수다.”
몽골군을 포박한 두 사람은 큰 소리로 말하고는 둘의 몸을 뒤졌다.
허리, 등, 발목 등 무기를 가지고 있을 만한 부위를 모두 뒤져서 무기라고 생각되는 것을 빼앗았다.
서윤이 무기의 대부분을 떨어트렸는데도 불구하고 단검이 세 개나 나왔다.
송준일은 동물의 털가죽으로 만들어진 갑옷을 벗겨 내어 뒤로 손을 묶은 곳까지 당겨 꼼짝하지 못하도록 했다.
저 둘의 갑옷의 바깥쪽은 가죽으로 보이는데 안쪽은 동물의 털이 그대로 있었다.
아무래도 추운 지방에 살기에 그런 듯하다.
다만, 태영이 그림으로 보았던 몽골군은, 얇고 작은 철 조각들을 갑옷에 붙인 것으로 보였는데, 갑옷의 어디에도 철 조각은 보이지 않았다.
순수한 가죽이라는 말이다.
“대장님, 시원하게 고려의 콩 맛을 좀 보여 주겠습니다.”
조현태와 송준일이 몽골군을 무장 해제시키고 더욱더 단단하게 포박하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잔디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태영의 대답을 듣자마자 조종간을 잡은 잔디가 나비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렸다.
뚜두두두두두다다다다당~
중기관총의 총신이 덜덜덜 떨림에 따라 잔디의 어깨도 떨리며 요란한 총소리가 울렸다.
막힌 공간인 탓에 호버리 안쪽으로 울리는 총성은 훨씬 더 요란하게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일부는 재빨리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x$%^&x$”
몽골군 둘이 뭐라고 고함을 치며 바락바락 악을 썼지만, 총탄 소리 속에 묻혔다.
탄피는 비가 쏟아지듯 떨어져 내리며 역시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10발.
중기관총이 1초 동안에 쏟아 낼 수 있는 총탄의 숫자다.
그 어마어마한 총성도 나비 방아쇠에 잠시 동안 두 번 정도 손을 올렸다 떼었을 뿐이다.
따다따다따다다다당~
뒷문이 열린 공간에서 잔디와 중기관총의 틈새로 보이는 대지 위에는 말과 사람이 동시에 피를 뿌리며 온몸이 터져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참혹했다.
그렇지만, 그 모습을 아무 감정 없이 바라보았다.
머릿속으로는 ‘그래도 돼’ 라고 하면서.
뚜다다다다당~
잠시 멈추었던 총성이 이어지는 중기관총의 사격에 몽골군은 몸이 두 토막이 날 정도로 터져 나갔고, 말의 머리가 통째로 사라져 버렸다.
“하아.”
박진하의 긴 숨소리가 잠시 멈춘 총성 사이에 들려왔다.
중기관총의 사격 훈련을 박진하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저렇게 많이 무리 지어 있는 적을 향해 난사한 적은 당연히 없다.
호버리가 저들의 머리 위를 지날 때, 말들이 블레이드 소리에 놀라 우왕좌왕하며 도망을 치긴 했다.
그러나 몽골군은 이동 중이었고, 비록 대열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뭉쳐 있었기에 그 피해는 엄청나게 컸다.
호버리는 거의 정지 상태와 비슷하게 천천히 이동했고, 잔디는 탄통에 든 총탄을 모조리 적을 향해 쏟아부었다.
“어마어마…….”
뚜두두둥, 뚜두두두두두둥~
몽골군이 많이 뭉쳐 있는 곳을 물색하느라 잠시 멈추었던 중기관총이 다시 불을 뿜었고, 박진하의 놀란 목소리는 총성에 묻혀 사라졌다.
도망가야 소용이 없다.
K6 중기관총의 유효 사거리는 1.8킬로미터.
유효사거리는 총탄에 맞으면 죽는 거리다.
아무리 빠른 말이라도 그 거리를 도망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몽골군의 수많은 말들과 자신들의 동료가 뭉쳐 있었다.
총소리가 들릴 때마다 찢어지고 토막 나서 넘어지고, 엎어졌다.
거기에 도망가다가 넘어진 자신의 동료들이 도망치려는 동료들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었다. 그러니 도망은 불가능했다.
무엇보다도 저들은 왜 자신들이 죽는지, 무엇에 맞아 죽는지를 모른다.
거기에다 무엇이 자신들을 공격하는지도 모른다.
말과 사람이 한꺼번에 터져 나갔고, 뿜어진 피가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모습이 호버리 안에서도 보였다.
“정말, 정말 무섭군.”
서윤이 몽골군 둘을 끌어 올릴 때부터 입을 쩍 벌리고, 서윤과 포로와 태영을 번갈아 보면서 놀람을 감추지 못하던 박진하의 입에서 이제 제대로 된 말이 나왔다.
아니, 이제야 제대로 들렸던 것이다.
몸을 일으켜서 잔디의 뒤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더 넓게 시야에 들어온 참극의 현장을 보았다.
“장군님, 한번 잡아 보겠습니까? 탄통 갈아 드리겠습니다.”
잔디가 박진하를 향해 물었다.
“그래 주게. 나도 이 총의 위력을 직접 느껴 보고 싶었네.”
박진하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잔디가 비켜 주는 중기관총의 손잡이를 잡았다.
“총열 바꾸지 않아도 되나?”
태영의 질문에 잔디의 손이 총열을 쓸어 가듯 재빨리 지나갔다.
“아직 괜찮을 것 같습니다. 송준일, 탄통 갈아.”
아직은 총열을 갈아야 할 정도도 열이 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넵.”
짧게 대답한 송준일이 이정석에게 손짓하며 둘이 힘을 합쳐 새 탄통을 중기관총에 연결했다.
“선회.”
호버리가 다시 마구잡이로 도망치고 있는 몽골군들 중에 제법 큰 무리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전방 공격합니까?”
부조종석에 앉은 서정인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는 제법 군인 티가 나는 서윤의 이모 김유선의 딸이다.
그날의 그 사건 이후에 사포에 와서 군인이 되었고, 호버리 부조종사가 되었다.
딸이 보고 싶어서 사포에 다니러 왔던 제 엄마에게 사포에 오기를 정말 잘했다고 큰소리 뻥뻥 친 놈이다.
“아니야. 아직 아니야. 잠시 동안 놔둬 봐 기회를 줄 테니까.”
“넵.”
전면에 중기관총 2문이 장착되어 있어서 전방 공격을 시작하면, 총탄이 떨어질 때까지는 그 누구도 살아서 도망갈 수 없다.
“이 기회에 갈아 마셔 주어야 하는데.”
서정인의 혼잣말이 블레이드 소리와 바람 소리로 인해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해도 태영에게는 들렸다.
어째 적들을 보면 다들 저렇게 아드레날린이 치솟나 모르겠는데, 서정인은 그날 자객들이 석궁으로 공격할 때 현장에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적개심이 상당히 높다.
뚜다다다다다다다당~
그때 중기관총의 총성이 들려왔다.
잔디가 가리키는 대로 박진하가 몽골군을 향해 중기관총을 난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잔디와는 달리, 중기관총을 처음 쏘아 보기에 제대로 적을 맞히지 못하고 있었다.
하긴 장군급의 고위직이 중기관총을 직접 쏘아 볼 일이 없긴 하다.
그래도 그 눈먼 총탄에 죽어 나자빠지는 몽골군이 제법 있었고, 말들도 픽픽 쓰러져 나갔다.
“허, 이 총이 사람 차별하네.”
“총열이 너무 뜨거워져서. 이제 그만 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잔디가 역시 스치듯이 총열을 손으로 닦고 지나가며 말했다.
“송준일, 총열 갈아.”
“넵, 총열 교환합니다.”
대답한 이정석과 송준일이 재빨리 총열을 갈고 뒤로 물러섰다.
“이 새끼가.”
포로로 잡힌 몽골군 둘은 손과 두 발이 묶여서 호버리 벽면에 주저앉힌 상태로 다시 두 손이 벽에 묶인 상태다.
그런데 총열을 갈고 뒤로 움직이는 송준일의 발에 몽골군의 발이 걸린 모양이다.
송준일이 몽골군의 발목을 한번 콱 밟아 주었다.
“$%x@***&$x.”
비명을 지르더니, 이번에는 송준일을 노려보면서 뜻도 통하지 않는 말로 바락바락 악을 썼다.
“새끼 봐. 뜨거운 맛을 보여 주지.”
그러면서 총열을 갈아 끼우느라 끼었던 장갑을 다시 끼더니 빼놓은 총열의 총구를 몽골군의 종아리에 가져다 대었다.
치이이이이~
“으아아아아”
살 익는 냄새보다 옷이 눌어붙는 냄새가 먼저 나오기는 했지만, 몽골군의 비명이 호버리 안을 울렸다.
몽골군은 호버리 안으로 얼굴부터 내팽개쳐졌기 때문에 얼굴이 바닥에 쓸려서 불긋불긋 피가 배어 있었고, 코도 반쯤 뭉개진 상태다.
방금 총열로 문지를 부분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모르지만, 눈물 콧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지금의 몽골군은 자부심이 대단할 것이다.
서유럽까지 공격해 들어갔고, 세상을 거의 다 먹어 치운 막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자신들을 감히 포로로 잡다니. 뭐 그런 것도 있을 거다.
“$%x@*$*&$x.”
자신을 쳐다보며 웃는 송준일을 향해 다시 무슨 뜻인지 모를 고함을 질렀다.
아마도, 처음에는 대체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이냐는 듯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익숙해진 모양이다.
말을 알아듣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자신들의 동료들이 무수히 죽어 가는 모습도 봤을 것이다.
“눈 깔아, 이 새끼야. 어디서 눈을 치뜨고 지랄이야?”
몽골인이 뭐라고 고함을 지르자, 이번에는 조현태가 몽골군을 보고 고함을 쳤다.
그래 봐야 서로가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동문서답하는 꼴이다.
호버리 안에는 몽골어를 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 어떤 것이든 알고자 한다면, 철산 기지로 가야 한다.
“$%***&$$%x@***&$x.”
조현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몽골군이 계속해서 험악한 인상으로 사람들을 노려보며 또 뭐라고 소리쳤다.
눈이 완벽하게 세모꼴로 변한 것을 보니 제법 독종인 모양이다.
저놈들은 그렇게 인상을 일그러뜨리고, 눈을 세모꼴로 모으고 노려보면 상대가 무서워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저 새끼가.”
몽골군이 자신을 노려보며 알아듣지 못하는 욕을 퍼부었지만, 조현태가 끼어들어서 잠시 가만히 있던 송준일이 중얼거리며 몽골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몽골인의 바로 앞에서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새퀴가 포로로 잡혔으면 바짝 엎드려서 살려 줍쇼 해야지, 눈깔을 부라리고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냐, 죽을라고.”
그리고 손가락으로 눈을 쿡쿡 찔렀다.
“$%***&x@***&@$x.”
눈을 찌르자 고개를 홱홱 돌려서 피한 몽골군은, 눈에 상당한 충격이 있었는지 고개를 여러 번 휘저어 돌리며 침을 퉤 하고 뱉어 내고는 송준일을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다시 고함을 쳤다.
“에잇 디러, 뉘들 목욕도 안 하고 양치질도 안 하지?”
양치질?
단연히 안 하겠지. 세수할 물도 제대로 없는 곳에 사는 놈들인데.
“너거는 칼질 안 하고, 몸띠에서 나는 썩은 냄새하고 입 냄새만으로도 전쟁에서 이기겠다.”
그 말을 듣고 다들 웃었다.
아마 그들도 느끼고 있어서 그렇겠지만, 저놈들을 호버리로 끌어 올린 후부터 나는 냄새를 태영도 이미 느끼고 있을 만큼 독했다.
그게 목욕을 안 해서 몸에서 나는 짐승 냄새인지, 입 냄새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썩은 냄새가 진동을 했다.
“냄새가 진짜 사람 잡것네. 니 평생 한 번도 양치질이란 걸 안 해 봤재?”
무슨 말인지 모르는 몽골군은 씩씩거리며 노려보기만 했다.
말은 알아듣지 못해도 저를 놀리는 줄은 아는 모양이다.
“그런 썩은 주뎅이로 고함을 치고 지랄이냐, 지랄이.”
짝짝짝짝~
그렇게 소리를 치더니 좌우 연타로 싸대기를 갈겼다.
두 뺨을 워낙 세게 때린 탓에 타격이 컸던지, 몽골인의 입에서 피가 주르르 흘러나왔다.
입술은 터져 나갔고, 입을 오물오물하더니 이빨 두 개를 핏물과 함께 뱉어 냈다.
“$@x@xx***&%$.”
다시 눈을 부릅뜨고 고함을 질렀지만, 여전히 그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새퀴 봐.”
그렇게 말하고는 유시완의 방향으로 돌아섰다.
“조장님, 이 새퀴들 어디 한 군데 뿔라 삐리도 됩니까?”
유시완과 태영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제 직속상관에게 물으면서 동시에 태영에게 허락을 구하는 모습이었다.
말이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그래도 고향에서만 사용하던 특유의 사투리와 억양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왜?”
유시완이 이유를 물으며 태영을 돌아보았다.
허락해 줄까요? 뭐 그런 의미일 것이다.
“훈련소 교관님이 교육 중에, 이놈들이 몇 년 전에 고려에 쳐들어와서, 고려 사람들을 무지많이 죽였다 카더라구요. 그라믄, 요놈 새끼들도 왜구들하고 똑같은 족속들 아닙니까? 그러니, 미리 쪼곰만 복수하모 안 됩니꺼?”
왜구에 대한 송준일의 분노는 만만치 않다.
아버지가 왜구에게 죽었고, 형이 죽었고, 어머니는 팔을 쓰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다쳤다.
그리고 누나는 왜구에게 끌려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8년이 지난 후 어느 날, 왜구에게 끌려갔던 누나가 돌아오기까지 왜구에 대한 분노가 가슴속에 응어리져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몽골군과 왜구를 동일 선상에 놓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 분노는 그대로 몽골에 향할 것이 뻔했다.
“그래. 대신, 죽이면 안 돼.”
태영은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허락했다.
“네, 감사합니다. 대장님.”
퍽~ 뚜둑~
송준일은 대답과 동시에 바로 소리를 지르던 몽골군의 발목을 밟았다.
으아아악~ 으악~
통증이 극심한지 비명을 질렀다.
“어? 뼈다구가 제법 야문가? 안 부러졌네.”
발목이 부러지지 않은 것을 본 송준일의 얼굴에 악마의 미소가 스쳐 지나가며 중얼거렸다.
“뼈다구가 좀 단단하다 그 말이재? 그럼 방법을 달리해야지.”
마치 다들 들으라는 듯이 그렇게 말한 송준일은 호버리 벽면의 홈 속에 들어가 있는 야전삽을 고정시키는 고리를 벗기고 그것을 꺼내 들었다.
철썩철썩~
야전삽의 넓은 바닥면을 자신의 손바닥에 몇 번 두드리며 소리를 냈다.
그리고 넓은 면을 그대로 몽골군의 정강이를 향해 내리쳤다.
훙~ 빡~
으아아아아~
야전삽을 휘두르는 바람 소리와 정강이에 부딪치는 타격 소리, 또 비명의 삼박자가 호버리 안쪽을 울렸다.
저 정도면 정강이뼈가 박살이 났을 것이다.
비록 정강이를 가리는 보호대인지 각반인지 모를 가죽이 감겨 있기는 했지만, 가죽 정도로는 그 타격을 막아 낼 수 없다.
“뉘들이, 그렇게 사람들을 많이 쥑이고 다닌다매. 근데, 발모가지가 이래 가꼬도 사람들을 직이고 다닐 수 있을 라나 모리것네. 그리고 이기 끝이 아인기라. 한 가지 더 남았는데, 이번에는 진짜 아플 끼야.”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몽골군의 정강이를 밟았다.
팍~ 빠각~
야전삽으로 맞아서 이미 종아리뼈가 박살이 나 있을 몽골군의 정강이가 기이한 각도로 꺾였다.
크아~ 크아아아아아악~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처절한 비명이 튀어나왔는데, 비명 소리는 국적을 불문하고 다 비슷한 모양이다.
송준일은 옆에서 발을 오므린 채 눈을 감고 죽은 듯이 앉아 있는 다른 몽골군을 바라보았다.
“니는 뭐 몽골군 아이가? 니는 와 이라고 앉아 있는데?”
그러면서 야전삽으로 오므리고 있던 다리를 끌어냈다.
후웅, 빡~
크아아아악~
그리고 다시 정강이를 힘껏 내리쳤고, 그 역시 죽을 만큼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그놈의 정강이 역시 밟아서 분질렀다.
저놈은 제대로 분풀이를 하고 있고, 주위에 앉아 있는 그 누구도 송준일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마치 잘한다, 잘해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아아악, 카아아악~
두 다리를 모두 분지르지 않고 한쪽만 분질렀지만, 두 몽골군의 입에선 비명이 끝도 없이 터져 나왔다.
x@$%^x%~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며 고함을 치던 용맹한 전사의 모습은 사라지고, 온몸을 파고드는 고통에 울부짖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만 보였다.
“송준일, 저놈들 재갈 물려.”
너무 시끄러워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태영이 지시했다.
송준일은 재빨리 작은 막대기의 끝을 줄로 묶더니, 줄 반대쪽의 막대기부분을 몽골인의 입안으로 밀어 넣고, 줄을 머리 뒤로 돌려서 바로 꽁꽁 묶었다.
“컥, 컥.”
짝~
작은 막대기가 목 안쪽을 찌르는지 마치 토할 것처럼 컥컥거리자, 다시 싸대기를 올렸다.
“너무 세게 묶으면 입 찢어진다.”
“말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박장현, 몽골군 중심으로 한 바퀴 선회해.”
송준일의 대답을 듣고 조종사에게 지시했다.
“넵.”
“이제 전방 공격해도 됩니까?”
박장현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바로 눈치를 챈 부조종사 서정인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큰 소리로 물었다.
“그래, 그러라고 선회하는 거야. 그러니 싣고 있는 탄약 모두 쏟아부어도 돼.”
중기관총에 연결된 총탄은 제법 되지만, 조준 사격이 아니니 적을 맞히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다.
탐지기를 보고 예상한 3만 중에 실제로 병력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어차피 셀 수 없었으니까.
전방에 거치된 중기관총에 연결된 탄띠의 총탄을 모두 쏟아부어도 지금 보이는 몽골군에게 입히는 피해는 정말 조족지혈이라고 할 만큼 경미할 것이다.
그래도 서정인이 말한 것처럼 갈아 마시는 통쾌함을 줄 수 있으면 된다.
투다다다다다다다당~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전방에 비치된 2정의 중기관총이 쏟아 내는 총탄은 불꽃이 되어 날아갔다.
중기관총이 장착된 곳은 격벽으로 방음 처리가 되었기에, 쉴 새 없이 쏘아 대는 총소리임에도, 뒷문 쪽에서 쏘아 대는 소리보다는 작게 들렸다.
다만, 호버리 몸체를 가볍게 흔들게 할 진동만이 느껴졌다.
“으, 으흡”
“으으으으”
호버리의 진행 방향에 따라, 열려진 뒷문으로 보이는 광경은 처참하다 못해 지옥과 다름없었다.
몽골군과 말들이 마치 개미 떼를 밟고 지나간 듯 줄지어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 와중에도 부러진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서 보려는 말들과, 멀리 도망치는 말들이 마구 뒤엉켜 있고, 쓰러진 말을 뛰어넘으며 스스로 쓰러지기도 한다.
으, 으으으으~
포로로 잡힌 몽골군 두 명이 고개를 돌려 그 상황을 보고 비명을 질렀지만, 재갈을 물려 두어서 그냥 큰 숨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또 다른 차원 세계의 역사이긴 하지만, 너희들이 서하에 사는 모든 생명의 씨를 말릴 때, 그리고 고려 땅에서 거의 100만에 가까운 양민들을 살육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왔는지 아느냐?
너희를 막지 않으면 이 차원의 세계에서 앞으로 너희들이 벌일 행동이잖아?
너희가 다른 민족들에게 그리하는 것은 정당하고, 다른 민족들이 너희들에게 그리하는 것은 잘못된 거냐?
그러니 원망 같은 거 하지 말고 죽어 가라.
총탄이 다 소진되었는지, 더 이상 총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뒷문 쪽에 거치된 중기관총에는 총탄이 아직도 남아 있을 것이고, 소총에는 총탄이 가득 들어 있는 탄창이 많이 있다.
그걸 몽골군에게 쏟아부어도 별로 의미가 없다.
“돌아가자.”
“넵, 철산으로 방향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