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94
294. 고비를 건너(2)
저 여러 가지 색상의 바늘 깃발을 준비하느라, 철산 기지의 민간 일꾼들에게 별도로 은자를 주고 주문했다고 들었다.
“굉장히 많네? 색상은 어떤 기준으로 나누었어?”
“우리가 호버리로 가는 경로에서 10킬로 안쪽의 지역은 적색, 50킬로 이내는 황색, 같은 50킬로 정도라도 제법 높은 능선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멀리 떨어진 것과 동일하면 백색입니다.”
“흠, 유진이 네 생각을 말해 봐.”
이 부분은 유시완도 레이더 영상의 판별을 할 수가 없으니 의견을 물어볼 수가 없어서 유진이에게 물었다.
“적색 깃발 지역은 무조건 잡아야 합니다. 황색 깃발 지역은 적색 지역으로 몰아서 같이 잡는 방법이 좋습니다.”
“백색은?”
“거기는 내버려 둬도 될 것 같은데, 이것은 대장님이 어떤 결정을 하시면 그대로 진행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 말을 하면서 유시완을 바라봤다.
“보자. 이게 게르 같은데. 그렇지?”
태영이 레이더의 영상을 보면서 송한이에게 물었다.
“네, 게르가 맞을 것입니다.”
대충 눈으로 살펴보니 게르가 그다지 많지는 않다.
한 지점에 적으면 3~4개, 가장 많은 곳이 20을 넘지 않는다.
“게르 1개를 한 가족이라고 보면, 작은 곳은 3가족, 많은 곳은 20가족인데…….”
그 외에 게르가 2개 보이는 곳도 있는데, 이들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유진이가 말하는 무조건 잡는다는 것이 죽이자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모두 포로로 잡아서 적당한 지역으로 소개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박 장군님 오셨습니다.”
밖에서 비서병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때, 송한이가 레이더 안테나는 불러들이지 않은 상태로 레이더의 영상을 최소화했다.
“들어오시라고 해.”
“네, 대장님.”
대답이 있자, 박진하를 위시해서 3군단 참모들 몇이 본부 막사로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전깃불이라는 것이 참 기가 막힙니다. 이렇게 바람이 부는 야전에서도 이리 환하게 불을 밝힐 수 있다니.”
본부 막사에 들어선 박진하가 전깃불을 보며 또 감탄을 했다.
전깃불이 아직도 여전히 신기한 듯했다.
유진이를 시켜 간단하게 진행 방향을 설명했다.
“이곳 만달고비에서 후군을 기다렸다가 쿠절트라는 곳을 공격 거점으로 삼는다는 것이지?”
유진이의 설명이 끝나자 박진하가 물었다.
“네, 맞습니다.”
“길은 어떤가?”
“여기서부터 황무지와 초지가 적당히 반복되는데, 높은 산이 없으니 기갑 차량으로 이틀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호버리로 길을 탐사하고, 기갑 차량 두 대 정도를 미리 보내서 현장 답사를 하고 좋은 길을 고르면 하루만에도 가능할 것입니다.”
“팔백 리 정도 된다고?”
쿠절트까지 직선거리로 따지면 300킬로.
길도 없고 포장도 되어 있지 않아서 가기 좋은 곳을 택하면 8백 리는 될 것이다.
“네, 맞습니다.”
구릉 지대이지만, 평지가 대부분인 데다 땅이 그다지 무르지 않아서 차량으로 이동하기에 나쁘지 않았다.
보병은 모두 호버리로 실어 나르고, 일부는 기갑 차량에 동승하면 이곳에서 쿠절트까지 하루면 가능할 것이다.
지도상으로 보이는 쿠절트는 카라코룸의 곁을 비껴 흐르는 오르혼강의 지류에 있어 수원이 풍부할 것으로 생각되니 야영지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주의할 것은?”
“네, 그것 때문에 박 장군님 오시기 전에, 우리가 여기서 쿠절트라는 곳까지 가는 경로 주변 조사를 좀 했습니다. 그 경로를 중심으로 백 리를 전후해서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 17곳이 있습니다.”
“그래?”
3군단 참모 중에 한 명이 손을 들었다.
“네, 질문 있습니까?”
“그곳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압니까?”
참모의 질문에 비서실과 타격조 병사들, 그리고 정찰조 병사들은 모두가 의미 있는 웃음을 띠었다.
전쟁에서 우리 쪽의 전력은 물론 당연히 알아야 하지만, 적진의 동태와 전력, 그리고 이동 상황 등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군단장님은 아시지요?”
유진이가 대답 대신 박진하를 향해 물었다.
“어, 사실 나도 잘 몰라.”
“네? 모르신다구요?”
모르지.
이 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 레이더를 본 사람들은 비서실, 정찰조와 타격조 정도인데.
“나는 대장님과 대장님이 데리고 다니는 병사들이 말하면 무조건 믿기는 하지만, 유 대위가 말하는 그런 정보들을 어떻게 얻어 내는 것인지는 잘 몰라.”
음, 그 말이 이해는 간다.
박진하는 태영에게 시선을 한번 주었다.
“대장님에게는 그런 것들을 탐지할 수 있는 장치들이 있는 것은 아시지요?”
“그래? 대장님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을 사는 분이니, 그 장치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지. 그게 무엇인가?”
질문은 유진이에게 했지만, 시선은 태영을 바라봤다.
“저기.”
유진이의 손이 송한이의 앞에 있는 레이더를 가리켰다.
레이더의 영상은 보이지 않지만, 레이더가 들어 있던 가방은 펼쳐져 있다.
“부실장님께서 오늘, 저 장비를 사용하여 여기에서 우리가 공격 거점으로 예정하는 지역 사이의 경로를 모두 조사했습니다.”
우와~
모두 조사했다는 것이 신기한 것일까?
입에서 감탄사가 나오며, 모두의 시선이 송한이에게 돌아왔다.
송한이는 접이 탁자 위의 레이더를 조작했다.
영어로 메시지가 방송되었다.
송한이가 키보드를 두드리자 아무 소리 없이 영상이 나타났다.
“어흑.”
“귀…… 귀신…….”
“허윽. 이거, 이게, 이이이…….”
반응이 재미있다.
이는 모두 3군단 병사들의 입 밖으로 나온 말들이다.
송한이가 3군단이 앉은 방향으로 화면이 보이도록 돌렸지만, 아무 설명 없이 그냥 화면을 돌려놓기만 했다.
박진하를 포함하여 3군단 병사들의 시선이 화면을 향했지만, 그 화면을 보고 그 안에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분간해 낼 수 있는 사람들이 3군단에는 없다.
유진이가 레이더 영상을 가리키며 잠시 섰다.
“이것을 보아도 몇 분을 제외하고는 보이는 모습이 무엇을 뜻하는지 구분해 내지 못합니다. 상당한 교육과 훈련 이후에 이것을 보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저 역시 이것을 보고 구분해 내지 못합니다.”
거기까지 말한 유진이가 화면을 다시 돌려놓고 말을 이었다.
“부실장님은 고려 땅에서 이 장비를 통해서 살아 있는 생명체의 움직임을 포착해 낼 수 있는 세 분 중에 한 분이라는 것을 알려 드립니다. 그러니 우리는 부실장님이 알려 주는 정보를 참고하여 작전 계획을 짜는데 참고하면 됩니다.”
거기까지 말한 후에 지도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3군단 비서병들의 시선이 영상에서 유진이에게 옮겨 갔다.
“자, 질문하시기 전에 하던 설명을 이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유진이는 박진하가 오기 전에 태영에게 설명했던 부분까지 이야기했다.
“우리가 공격 거점으로 예정하고 있는 지역까지 가는 경로 위에 양민들, 또는 잠재적인 적이라고 볼 수 있는 민가가 6곳 있습니다. 참고로 박 장군님을 포함해서 몽골을 공격하는 3군단에는 몽골군의 특징이나 공격 성향, 그리고 양민들의 유형들에 대한 교육은 이미 있었습니다.”
“그렇지.”
“그걸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잡아야 합니다.”
“흠, 우리, 잠시 쉬었다가 점심 후에 다시 시작할까?”
박진하의 제안으로, 설명이 한꺼번에 이어졌으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하시지요. 그럼 점심 식사 후에 다시 모이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
점심 식사를 마치고 본부 막사에 다시 모였다.
“내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지금 우리에게는 6대의 호버리가 만달고비에 남아 있지?”
“네, 1호기, 71호기와 72호기, 73호기, 그리고 301호기, 311호기 이렇게 있지요.”
301호기는 군단장기, 311호기는 1사단장 호버리다.
그렇게 공격 거점으로 정한 쿠절트까지 가기 위한 기본 작전 회의가 시작되었다.
그 사이에 있는 양민들의 거주지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고 보니, 아까 회의 중간에 송한이가 백고은과 함께 밖으로 나갔는데,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회의는 계속하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태영은 막사를 벗어났다.
저 멀리서 송한이가 백고은, 민초현, 송준일과 김별이가 함께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태영의 모습을 발견한 송한이와 송준일이 달려왔다.
“왜?”
왜 나와서 들어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이면서 무언가 할 일이 있었느냐 하는 물음이다.
“여기 화장실은 만들었는데, 목욕을 할 수 있을 만한 곳이 있는지 좀 찾아보느라고 다녔는데, 적정한 장소를 찾지 못했습니다.”
송준일의 대답이다.
“아.”
송한이를 비롯해 사포의 여군들은 사포에서 늘 하던 습관대로 매일 샤워를 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철산 기지 역시 그런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만달고비에 도착한 지 이틀이 되었으니 샤워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목욕할 수 있는 곳을 지정해 두기는 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물속에 몸을 담그는 것은 쉽지 않다.
거기에다 6월이라고 해도 물이 찼다.
“송준일.”
“네, 대장님.”
“3군단에는 여군이 몇 명 없기는 해도 그쪽도 목욕이 불편할 거야. 그러니 여군 전용 목욕 막사를 하나 만들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봐.”
송한이를 바라보니 입 모양으로 ‘감사합니다, 서방님.’이라고 했다.
“그리고 부실장.”
“네.”
“저녁에 광역 통신할 때, 정 시장에게 목욕을 할 수 있는 대형 수조와 양수기, 그리고 온수 설비를 좀 보내 달라고 해.”
“아, 그거 있을까요?”
“정 시장에게 말하면, 공업부에 말해서 무언가 방법을 찾아 줄 거야.”
“네, 알겠습니다.”
대답은 알겠다는 정도였지만, 표정은 환하게 바뀌었다.
유진이를 포함한 다른 여군들의 얼굴에도 환하게 웃음이 피어났다.
태영은 본부 막사로 들어갔다.
막사 안에는 여전히 작전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렇게 오후를 모두 소비해서 계획이 수립되었다.
결론은 공격 거점으로 가기 위한 경로상의 양민들을 모두 포로로 잡고, 그들을 한곳으로 모으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되었다.
몽골 지역의 지명은 고려의 병사들에게 발음이 어렵고 기억도 하지 못해서, 또 1번부터 17번까지 번호를 매겼다.
쿠절트까지의 경로상에 근접해 있는 3번, 7번, 9번, 11번, 12번으로 다른 외곽 지역의 사람들을 모으고, 13번 지역은 카라코룸으로 가는 길에 있으니 후일에 처리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이틀 후.
만달고비에 도착한 지 4일 차 되는 날이다.
병력 수송 4회와 기갑 장비 수송 3회 중에 병력 2회, 기갑 1회의 수송이 끝나고, 오늘은 병력 수송 3회 차가 되는 날이다.
“편성은 다 되었습니까?”
이곳 만달고비에서 쿠절트 사이의 경로상에 있는 양민들을 모두 포로로 잡을 수 있도록 부대 편성을 하여 오늘 실행한다.
“네, 다 되었습니다.”
어제, 하루 동안 부대 편성을 하고 도상 훈련을 통해서 작전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를 갖추었다.
군장을 제외하면, 호버리 탑승이 42명 수준이니 4대의 호버리에 40명씩 태워서 경로상의 양민 거주 지역으로 보내서 모두 포로로 잡고, 반항하면 사살한다.
잡은 포로는 모두 한곳으로 옮길 것이다.
“자, 1차 지역 정해진 구역대로 모두 탑승.”
4대의 호버리가 대기했고, 중대장 급이 책임자가 되었다.
훙후후후후후훙~
호버리가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1지역, 2지역에는 게르가 각각 2개와 3개밖에 없어서 금방 정리가 되겠네요.”
“그럴 것입니다. 1번부터 4번 사이는 모두 3번 지역으로 모아서 그 위쪽이 정리되면 위쪽으로 이동시키면 됩니다.”
3번 지역은 단 2개의 게르가 있는 곳이지만, 쿠절트로 가는 경로상에 있다.
1번 지역에서 호버리에 태우지 않고, 도보로 가면 3일은 걸릴 것이다.
이 지역 사람들이 기르는 양과 염소들은 버리더라도, 말을 이동시키려면 도보로 가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푸다다다다다~
출발한 지 20분도 되지 않아서 호버리 한 대가 돌아왔다.
거리가 가까우니 그런 것이다.
4대의 호버리가 움직이자 몽골 양민들을 잡기 위한 작전을 실행한 지 하루 만에 모든 지역으로 병력을 보냈다.
“자, 그럼, 소개시키는 것의 마무리는 2사단에 맡겨 두고, 전진 기지로 계획된 곳으로 가시지요.”
어째, 박진하가 무거운 짐을 털어 낸 표정이었다.
***
“바람이 제법 있네.”
몽골 도착 5일 차.
오늘은 쿠절트 접수 작전을 진행하는 날이다.
바람은 항시 예측할 수 없기는 하지만, 계절별로 불어오는 방향이 있는데, 이곳은 짐작이 안될 정도로 제 마음대로다.
아무래도 대평원이어서 그런 듯 하다.
그래도 호버리는 안정적으로 날아갔다.
산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봉우리와 골짜기가 있으니 산이라고 봐야 하는 나지막한 산악 지대를 지났다.
“게르가 사라졌네.”
“네, 벌써 모두 포로로 잡고, 게르는 철거한 것 같습니다.”
300킬로 정도.
이미 만달고비에서 쿠절트 사이의 직선 경로상에서 내려다보는 지역은 게르가 보이지 않았다.
“저기입니다.”
부조종사 정기수의 뒤쪽에 앉은 설가빈이 눈에서 쌍안경을 떼어 내며 손을 들어 가리켰다.
“게르가 제법 있습니다.”
쌍안경을 눈에 대고 조종석 너머를 보자 설가빈의 말처럼 게르가 보였다.
제법 넓은 간격을 두고 대충 세어 봐도 30개는 넘었다.
만달고비의 호수보다 폭이 더 넓은 호수가 있는 것이, 강이 흐르다가 넓게 물이 고여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긴 호수의 양쪽 언덕에 게르가 제법 많았다.
“염소, 양, 말, 낙타도 있군.”
호버리에 탄 사람들이 모두 밖을 내다보았다.
“염소와 양이 무척이나 많은 것 같습니다. 수천 마리는 되어 보이는데요.”
그랬다.
여러 짐승들이 있지만, 유독 염소와 양의 무리가 떼를 지어 있다.
다만, 달리는 염소의 하얀 털이 바람에 날릴 듯 너풀거리는 모습이 고려 땅의 흑염소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바깥의 풍경을 보며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기도 전에 호버리는 호수처럼 넓은 지역의 위를 날았다.
“저곳에 착륙하겠습니다.”
조종사 최성해가 손으로 적정한 위치를 가리켰다.
“그래.”
“박 장군님, 들립니까?”
태영은 조종사에게 답을 하고 무전기로 박진하를 불렀다.
어차피 동일 채널이어서 모두가 들을 것이다.
“우리는 강 북동쪽에 착륙할 테니, 강 북서쪽에 착륙하세요.”
“71호기 남서쪽 평지. 72호기 동남쪽 평지 착륙. 73호기 동쪽, 이곳 주민들을 몰아서 박 장군 쪽으로 데려가라.”
“반항하면 사살합니다.”
대답을 듣고 최종 지침을 알렸다.
여몽 전쟁 때 몽골군도 고려 땅에 들어와 수십만 명의 고려 양민들을 마구 학살하고 다녔는데, 양민이라는 점을 내세워서 연연해하지 말자는 생각을 다시 가다듬었다.
박진하의 301호기에는 몽골어를 하는 병사가 탑승해 있었다.
몽골어라고 해도 이 넓은 몽골 땅의 언어들이 통일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과 말에 차이가 나서 일부는 알아듣지 못할 수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말에서는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x$%^&***$”
이미 착륙한 박진하 쪽의 병사가 몽골어로 소리치는 모습이 보였다.
태영과 1호기의 호위대 병사들 일부, 그리고 정찰조 병력들이 게르가 보이는 곳으로 이동하며, 주민들에게는 고함을 치며 손짓으로 한곳의 게르를 가리켰다.
컹컹컹컹~
개 짖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요란하게 들리는 것을 보니 개들을 이용하여 양떼와 염소 떼의 몰이를 하는 모양이다.
“설가빈, 뭐라는 건지 알아들을 수 있어?”
“너무 멀어서 잘 들리지 않습니다. 좀 가까이 가면 알아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긴 멀기는 멀다.
그러니 태영의 신체 능력으로 판단하면 안 되지.
강 건너편을 보자, 몽골어를 하는 병사는 두 명인데, 세 명씩 조를 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타격조 조현태 쪽은 몽골어를 하는 사람이 없으니 손짓으로 몽골인들을 한곳으로 몰고 있었다.
이곳의 몽골인들은 활은 소지하지 않았는데, 칼이나 창 같은 무기들 중에 한 가지는 모두 다 지니고 있고, 단검도 소지하고 있다.
몽골어로 소리치는 병사들의 고함 소리에, 거부의 몸짓을 보이는 사람, 순순히 말을 듣는 사람, 그리고 이도저도 아닌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어린아이와 함께 있는 여인들은 순순히 말을 듣는 부류다.
“x$%^&***$^&***($%^&***%$%^&”
한 명이 칼을 뽑아 들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몽골어를 모르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뭐라는 거냐?”
“뭐하는 놈들이냐? 물러나라. 그런 뜻입니다.”
설가빈이 재빨리 대답했다.
휘익~
몽골인이 손을 입에 가져가 휘파람 소리를 내자 한곳에 뭉쳐 있던 말들 중에 몇 마리가 그에게 달려갔다.
몽골의 말들은 아주 훈련이 잘 되어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정말인 모양이다.
“사살.”
띠딕~?
태영의 입에서 명령이 떨어지자 1호기 병사 중 한 명이 총을 쏘았다.
소음기가 장착되어 있었기에 총소리 대신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만 났다.
소리를 질렀던 몽골인 남자가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