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298
298. 회군 저지(2)
무료한 시간이 흘러갔고, 한낮의 햇살이 제법 따가울 때 몽골군이 보였고 유시완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리는?”
“3킬로 정도 됩니다. 아직 사정거리 밖입니다.”
3킬로 밖에서도 보일 정도로 시야는 완전하게 뚫려 있다.
앞을 가리는 장애물이 전혀 없는 것이 이런 때는 장점이고, 몸을 피할 때는 단점일 것이다.
“그래, 1.5킬로 안으로 들어왔을 때 시작하자고. 그런데, 그 거리에서 여기까지는 말로 달려서 2분이면 도착하니까, 탄창 2개를 비우면 무조건 지점 이동을 하도록 해.”
뭐 들켜도 크게 상관없긴 하지만.
“네.”
“자, 서로의 방향은 잘 인지했지?”
세 사람이 바렛을 들었기에 서로 저격 방향을 구분했다.
“네, 인지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말을 쏘지 말라고 하셨지요?”
“그래.”
태영은 배낭을 돌려 가슴 앞으로 오도록 매었다.
그것이 혼자 움직이게 되었을 때 배낭에 있는 탄창을 꺼내기 쉽기 때문이다.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습니다.”
유시완의 목소리다.
태영은 조준경에 눈을 가져갔다.
총구 앞에 가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완벽하게 개방된 개활지.
숨을 곳도 없는데, 특정의 대상을 가릴 것도 없으니 누구든 맞히면 된다.
타아앙~
누군가의 총에서 먼저 발사되었다.
기껏해야 총 한 방인데 땅이 흔들리는 느낌에 총소리 자체의 묵직함과 울림이 심장으로 파고드는 듯했다.
타아아아앙~
태영도 방아쇠를 당겼다.
역시 묵직한 울림으로 온몸을 덮쳐 왔다.
총탄은 2초도 걸리지 않아서 목표에 맞았고, 조준경 안에서 누군가가 말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저들에게도 총소리가 들렸겠지만, 그것이 무기인 줄은 모를 것이다.
타앙~
다시 총성이 울렸다.
조준하는데 1초에서 2초, 방아쇠를 당기고 다시 조준점을 옮겨서 조준하는데 3초도 길다.
목표물이 무리를 지어 있으니 조준점을 옮겨 가는데 시간이 거의 걸리지 않는다.
타아아앙~
앞서 발사한 총탄이 적에게 맞기도 전이지만, 태영의 총구는 다른 곳으로 향해 방아쇠가 당겨졌다.
말들이 뛰기 시작했다.
투다다다다다다~
말발굽 소리가 몽골의 평원에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리의 바깥쪽에 있는 말들일 뿐, 무리의 가운데 있는 몽골군은 여전히 무엇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타아앙~
타아아앙~
타앙~
“먼지가 납니다.”
송준일의 목소리다.
세 명이 쏘아 대는 바렛은 돌이 많은 이곳에서도 땅을 풀썩거리며 먼지를 일으켰다.
유시완과 송준일은 쌍안경 없이 우리 주변의 변화를 알려 주기로 되어 있다.
“아직 저쪽에서 우리를 발견하지는 못한 듯합니다.”
철컥~
탄창이 비었다.
탄창을 빼자마자 송준일이 새 탄창을 넘겨준다.
철컥~
노리쇠를 당김과 동시에 다시 조준경 안에 보이는 몽골군의 머리를 조준했다.
다다다닥 다다다닥 다다다닥~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말이 뛰고 있었기에 달리는 말 위에 있는 몽골군 대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몽골군이 저격 대상이 되었다.
타아앙~
태영이나 이병준이나 한유상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말을 할 틈이 없다.
말을 하면 호흡이 흐트러지고, 호흡이 흐트러지면 타깃을 조준하여 방아쇠를 당기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처음 약속한 대로, 비행 날개를 착용한 네 사람은 적의 상황을 쌍안경으로 보면서 계속해서 중계해 주고 있다.
“우리 쪽으로 몇 마리의 말이 달려오고 있습니다. 일부가 발견한 것 같습니다.”
태영도 그 좁은 시야의 조준경 안에서 움직임을 봤다.
타아아앙~
이쪽으로 달려오는 몽골군의 머리에서 피가 튀어 오르면서 말 뒤로 날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타아아아앙~
연속해서 이쪽으로 달려오는 목표물에게 총을 쏘았다.
철컥~
다시 탄창이 비었다.
“두 사람, 2지점으로 이동.”
태영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두 명이 뒤로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비행 날개의 작은 소음이 태영의 귀에 들려왔다.
타아아앙~
타앙~
철컥~
연속으로 발사하자 세 번째 탄창의 총탄이 떨어졌다.
탄창을 갈아 끼우면서 몸을 뒤로 물렸다.
유시완의 목소리가 무전기를 통해서 들려왔지만 태영은 헬멧을 쓰고 있지 않았다.
무전기를 들어서 대답해 줄 수 있는 수초의 시간도 아까웠기에 탄창을 든 손을 살짝 올렸다가 내렸다.
저격 위치로 잡은 곳의 전방 5백 미터 정도는 굴곡이 심해서 몽골군들이 말을 달려오기는 힘든 지역이다.
타아아아앙~
타아앙~
구릉의 언덕을 힘겹게 올라선 몽골군 둘을 날려 버렸다.
바렛에 사람이 선 채로 몸에 맞으면 수 미터 뒤로 날아간다.
미군들같이 체격이 큰 사람들도 그렇게 날려 가는데, 이 시대의 사람들처럼 체격이 작으면 더 멀리 날려 가는 데다, 말 잔등 위에서 맞으면 그보다 훨씬 멀리 날려 간다.
태영은 그 모습을 한번 바라보고 비탈진 언덕의 9부 능선을 달려서 유시완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달리다가 흔치 않게도 키가 작은 나무가 보이기에 그 뒤쪽으로 몸을 숨겼다.
적들에게는 총이 없으니 엄폐는 필요 없고, 은폐만 이루어지면 된다.
나무 사이로 몽골군을 보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하는 것처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 옆으로 몽골군을 겨누고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타아아앙~타아아아아아앙~
다시 여러 발의 총탄이 발사되었다.
철컥~
왜 이리 총탄이 빨리 떨어질까?
탄창에 10발밖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이런 때는 불편했다.
다시 새 탄창을 꽂고 노리쇠를 당겼다.
이병준과 한유상의 총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보니 잠시 저격을 멈춘 것 같았다.
저격을 멈추고 자리를 이동하는 바람에 자신들을 저격한 대상을 찾지 못한 듯했다.
유시완의 목소리가 무전기를 통해 다시 들려왔다.
타아아앙~타아앙~
바렛의 총성이 연속적으로 울려 퍼졌다.
타아앙~
다시 총소리에 뒤이어 유시완의 목소리가 들렸다.
총을 무기로 사용하지 않는 세상에서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알아야 몸을 숨기든지 말든지 하지.
그것도 엄폐물은 없으니 말의 몸 뒤에 몸을 숨겨야 하는데, 적들은 총을 모르니 어디로 몸을 숨겨야 하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리고 총소리에 대한 의문이 있을 것이다.
총탄은 음속의 3배에 가깝다.
한 명의 머리에, 또는 가슴에, 어깨에 피가 튀고, 말에서 굴러떨어지고 나면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이병준이나 한유상은 5초에서 10초 사이에 한 발을 쏘았지만, 태영은 거의 2초나 3초에 한 발을 당겼다.
철컥~
다시 탄창이 비었다.
타아아앙~타아앙~
총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누군가가 죽어 가는 것과 소리가 거의 동시에 느껴졌을 것이다.
2초에 1명 정도가 계속해서 쓰러져 나갔다.
워낙 많은 병력인 데다 세 사람이 저격의 방향을 이미 정하여 방향이 겹치지 않는 탓에 몽골군은 2초 정도에 한 명씩 죽어 나가는 것조차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타아아앙~
바렛의 총소리에 뒤이어 주변이 펄썩 뛰는 듯, 몇 보이지도 않는 잡풀들이 바람에 날리듯 휘어지고 먼지가 날리는 중에 유시완의 음성이 들려왔다.
태영은 다시 손을 들어 알았다는 신호를 대신했다.
조준경을 눈에 대고 좁은 시야를 보는 태영보다는 넓은 시야로 적진을 살피는 유시완과 정찰조의 판단이 무조건 맞다고 봐야 한다.
철컥~
다시 탄창을 갈았다.
내가 탄창 몇 개를 쓴 거지?
계속 이동하면서 저격하는 탓에 사용한 탄창의 개수를 잊어버렸다.
이동하면서 배낭 안에 손을 넣어 탄창을 만지며 무게를 가늠해 보니 4개가 남아 있다.
그동안에 10개를 사용하고, 1개는 총에 꽂혀 있는 것이다.
태영은 손을 들어 올려 손가락 5개를 모두 펴고 오므리기를 세 번 반복했다.
이제 철수 준비를 할 테니 탄약 상황을 말하라는 신호다.
많이들 쏘았네.
확률이 90프로이면, 둘이서 90명쯤 사살했다는 말이다.
태영은 단 한 발도 놓치지 않았으니 100명이 죽었을 것이다.
손가락 하나를 펴서 높이 올려 한 바퀴를 돌렸다.
지금 꽂혀 있는 탄창만 쏘고 그만하라는 신호였다.
타아아아아앙~타아앙~
태영이 신호를 마치자마자 바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타아아앙~
태영은 총에 꽂힌 탄창의 총탄을 모두 소모하고는 유시완이 있는 지점으로 바로 달려갔다.
이미 총성은 멎어 있었다.
“철수, 일단 저 산에 올라간다.”
“넵, 준비되었습니다.”
산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높이를 가진, 이곳에서 불과 2킬로쯤 떨어진 낮은 산의 고지대로 보이는 지점이지만, 이 인근에서는 비교적 높아서 지정한 곳이다.
비행 정찰조가 각각 담당하기로 한 저격병의 어깨 아래에 팔을 넣고 날아올랐다.
그들보다 태영이 더 빠르게 뛰어서 협곡을 지나 약속 지점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도 나무는 없고, 협곡 지점과 달리 민둥산이었다.
다만, 몽골군의 시야에서 멀어졌을 뿐이다.
무전기의 훅을 누르는 소리다.
무전기에서 유진이의 음성이 들려왔는데,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중간 중간 음이 잘렸다.
레이더를 보고 무전을 한 모양이다.
“몽골군이 돌아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유시완이 보완 설명을 했지만, 태영의 시야에도 몽골군의 뒷부분부터 되돌아가기 시작한 모습이 보였다.
오는 것은 그렇게 천천히 오더니 되돌아가는 것은 동작이 무지하게 빨랐다.
그래, 그럼 된 거지.
이번 저격의 목적은 기갑 사단이 쿠절트에 도착할 때까지 1진의 발을 묶어 놓는 것이니까,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것 같다.
“일단, 대답은 해 줘. 우리는 조금 더 추이를 본 후에 철수하겠다고.”
“네, 알겠습니다.”
유시완이 훅을 잡고 대답했지만, 저쪽에서도 비슷하게 반만 알아듣게 될 것이다.
태영은 쌍안경을 들어 몽골군들이 철수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주었다.
이 위치로부터 저들이 잠시 체류했던 그곳까지는 능선으로 보일 수 있는 지형이 전무했다.
단 한곳도 적당히 솟아올라 시야를 가릴 수 있는 지형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래서 이곳을 저격 지점으로 잡기는 했는데, 되돌아가는 적들의 발목까지도 묶어 둘 수 있는 적당한 지점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무전 상태가 좋지 않으니 궁금한 것을 물어도 뜻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유시완.”
“네, 대장님.”
“정원근 중위하고 둘이 여기서 저쪽, 100도 방향으로 정찰을 좀 해서 우리가 저격했던 지점과 비슷한 지점이 있는지 확인을 좀 해 봐.”
무전이 잘 터지면 송한이에게 물어보면 되는데, 감도가 약해서 통화가 안 되니 한번 다녀와 보면 된다.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오히려 훨씬 정확하기도 하고.
“네, 다녀오겠습니다.”
“너무 멀리 가면 안 돼. 멀리 가면 우리가 공격하려는 목적지에 가까워지니까. 그리고 공중으로 올라가면 시야가 트여서 무전이 될지도 몰라. 되면 유진이에게 좀 물어보고.”
“네, 정원근 가자.”
유시완은 정원근과 함께 100도 방향으로 날아오르며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이병준은 등을 흙바닥에 눕히고 손으로 눈 위를 가리며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있고, 송준일은 쌍안경을 눈에 대고 몽골군을 뒤쫓고 있었다.
신유진과 한유상은 작은 목소리로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태영의 귀에 들려왔다.
저놈들은 태영의 신체적 능력이 보통의 사람들과 달라서 저렇게 속삭여도 다 듣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쌍안경을 눈에 대고 몽골군의 뒷모습을 쫓으면서 둘의 이야기를 들었다.
‘넌 좋겠다, 인마. 맨날 함께 있어서.’
‘좋지.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살았는데, 대장님이 가빈이를 이곳으로 데려올지 내가 알았나?’
‘몽골어를 잘한다면서?’
‘그래, 지리 담당이면서 몽골어를 할 줄 알아서 발령을 냈다고 하더라고.’
‘참, 운도 좋아. 사포에는 소문이 파다했었는데.’
‘그게 다 거짓말이었다는 것 아니냐?’
‘아, 나는 언제쯤 그렇게 예쁜 여인과 혼인을 하게 될까?’
‘1호기에 있는 사람들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 없어?’
‘짝이 있거나, 짝이 없는 사람은 나에게 관심이 없어.’
‘민 대위님이나, 조 중위는 어때?’
‘민 대위님은 일과 관련되지 않은 것으로 말을 걸면 찬바람이 쌩쌩 돌잖아? 그러니 감히 어떻게 관심을 기울여 볼 엄두가 안 나고, 조 중위는 다른 사람을 쳐다보고 있어.’
‘그래? 난 몰랐네.’
‘너는 인마 설 소위만 보고 있어서 네 눈에 다른 사람은 아무도 안 보이잖아?’
‘아, 그랬나? 미안.’
‘설 소위는 얼굴도 예쁘고, 이름도 예쁘고. 부럽다, 부러워.’
전쟁 중이라도 이렇게 한가한 시간이 주어지면 역시 여자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어려도 남자는 남자다.
여자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래서 사람이 사는 세상인 것이지만.
그런데 민초현은 업무 관련 일이 아닌 것으로 말을 걸면 찬바람이 쌩쌩 불 정도라고?
조금 뜻밖이다.
의무병으로 시작해서 의료 장교가 되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웃는 얼굴인데.
위이이잉~
비행 날개로 이동하며 바람을 헤치고 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좀 어때 보여?”
“여기서 16킬로쯤 가면 이곳과 비슷하게 나지막한 산이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42킬로쯤, 여기에서 따지면 58킬로쯤 가면 비슷한 지형이 있습니다.”
“그래? 58킬로면 카라코룸에서 아주 가까운데?”
“네, 그곳에서 동쪽으로는 산 하나 보이지 않는 완전한 평원인데, 수많은 말들과 염소들이 무리 지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게르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그럼, 이곳을 놓치면, 여기서 우측으로 16킬로 지점에서 다시 공격이 가능하다는 말이지?”
“네, 그럴 것 같습니다.”
“저놈들은 완전히 방향을 돌린 것 같은데, 알톤이라는 곳에서 남쪽으로 강의 지류가 연결된 곳이 있었던 것 같아. 그 강이 보이는 곳으로 이동해서 조금 더 보도록 하자.”
“탐지기로 안 보시구요?”
“탐지기 지형보다는 우리 눈으로 보는 지형이 더 정확하잖아?”
“네, 알겠습니다.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쪽의 지류를 따라 남하하면, 나중에 산을 넘어 오르혼강으로 연결되는 길로 들어와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
그래도 자신들의 진로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제법 많은 병력이 죽었으니 이동 방향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몽골군이 이동 방향을 바꾸는 걸 확인하는 정도는 레이더로 가능하지만, 지형을 살피는 것은 역시 눈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