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02
302. 후방 섬멸(4)
타앙~
태영의 바렛에서 총성이 울렸다.
가장 선두에 오던 몽골군이 말 잔등에서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불편해.”
엄청난 충격으로 주위에 먼지가 풀썩거리고 강 언덕의 흙이 무너져 내릴 것처럼 우수수 소리를 냈다.
히히히히힝~
총소리에 놀란 말들이 엉키기 시작했다.
총소리에 훈련되지 못한 말들이 보이는 반응이기에 단 한 발의 총성에 강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이곳의 강은 구불구불하여 강바닥에서 보면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곳이다.
첨벙~첨벙~ 푸다다다닥~
몽골군들이 강물에 빠져서 몸을 일으키는 깊이를 보니 깊은 곳은 허벅지, 낮은 곳은 종아리 위치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그 강물 속에서 말들이 마구잡이로 달리며 잔등에 실린 몽골군을 떨어트렸다.
방향 감각을 잃고, 앞뒤를 분간 없이 달리면서 강물 속에 떨어진 몽골군을 마구 밟았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태영은 바렛이 너무 길어서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냥 M27 정도를 들고 나올 것을.
타아아아아아앙~
다시 한 발을 쏘아 내자 강물 위를 따라 울리는 소리가 긴 여운을 남기는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이 엄청난 굉음이 들리는 곳은 전방인데, 무엇이 자신의 몸을 치고 지나간 것인지 모르는 몽골군이 뒤로 날려서 강물에 처박혔다.
“@x$%^&*x$”
그 와중에 강물에 떨어진 몽골군이 뭐라고 소리치며 태영이 있는 곳을 향해 칼을 내밀었다.
그 소리에 여러 명의 몽골군이 태영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하나같이 창과 칼을 들며 달려왔다.
그러나 강물 속에서 달리기가 되나?
언덕으로 올라서야지.
무전기에서 유시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 가운데서 서쪽으로 도망치는 몽골군과 접전 중이다.”
태영은 여유 있게 무전기를 들어 대답해 주었다.
적들은 쓰러진 동료와 마구 날뛰는 말들로 인해 태영이 있는 곳까지 오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얼마간 무전에 응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정리는 되어 가는가?”
태영의 시선에 완만한 강 언덕으로 기어오르는 몽골군 몇 명과 그들을 부르는 몽골군이 보였다.
“너희들부터.”
무전기를 내리고, 바렛의 총구가 그들 쪽을 향했다.
타아아아앙~ 타아아아앙~
연속적으로 발사하는 충격으로 태영의 주위에 있는 풀들이 날리고, 먼지가 화악 소리를 내듯 날렸다.
푸스스스~
태영의 몸을 받치고 있는 강 언덕의 윗부분 흙이 흘러내렸다.
***
강으로 도망치는 몽골군과의 전투는 거의 일방적인 학살이다.
어차피 전쟁이란 것은 네가 안 죽으면 내가 죽는 것이다.
태영이 혼자 움직였기에 포로로 잡아가는 방법은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지만, 그래도 무기를 던져 버리고 두 손을 높이 쳐드는 몽골군을 죽이기는 좀 그렇다.
총소리도 잦아들었기에 강 언덕으로 모두 올라오게 했다.
“수십 명이네.”
숫자를 세기도 성가셔서 그대로 서로를 묶도록 시켰다.
어차피 말이 통하지 않으니, 손짓과 발짓이다.
“이렇게 묶으면 풀고 도망치라는 말이지?”
적당히 느슨하게 묶어서 조금만 움직이면 쉽게 풀리도록 해 둔 모습을 칼끝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태영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것이기에 칼끝을 줄에 끼워 슬쩍 들어 올려 보여 주었다.
몽골군은 태영을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꼬우면 니가 묶으면 될 것 아니냐?’ 뭐 그런 뜻인지 모르겠다.
서걱~
묶는 역할을 했던 몽골군의 목을 날려 버렸다.
항복한 적이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목을 날릴 수밖에 없다.
“x$%^&*$%^&%^”
머리가 사라진 몸이 그대로 서 있는 상태에서 핏줄기가 솟구치고 주위에서는 비명이 난무했다.
피비린내가 화악 소리를 지르듯 풍겨 왔다.
천천히 몸이 쓰러졌고, 몸을 잃고 떼구루루 굴러간 머리를 품에 안는 몽골군이 보였다.
지위가 높나?
아니면 씨족 사회 단위로 부대가 편성되니, 혹시 저놈의 씨족 중에 한 명인가?
“내가 너희 말을 알아듣지 못하듯, 너희도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항복했으면 최소한 적의를 내비치지는 말아야지.”
태영은 지천을 앞으로 내밀고 머리를 부여잡은 채 울고 있는 몽골군에게 다가갔다.
“@x$%^&*”
그러자 시선을 태영에게 향하며 뭐라 소리를 질렀다.
“너희 말은 못 알아듣는다고. 내가 알아듣게 말을 하든가.”
그건 승자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다.
?쇄애액~
태영이 지나간 뒤쪽에서 바닥에 내려두었던 칼을 집어 든 몽골군이 공격해 오는 바람 소리가 들렸다.
항복 후에 자신의 곁을 지나간 뒤에 가하는 기습.
시간차가 거의 없이 세 명이 동시에 칼을 들고 태영의 뒤쪽에서 칼을 휘둘렀다.
그들이 보기에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자신들의 사이로 지나갔기 때문이리라.
“상대…….”
채앵~챙~ 쇄애애애애액~ 서걱~서걱~
기습한 자들의 칼을 쳐 내며 바로 목을 날려 버렸다.
몽골군 셋의 목이 동시에 공중으로 날았다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를 봐 가면서…….”
이런 정도의 기습에 당할 수준이 아니지만, 기습을 당했으면 기습자의 주변까지 살려 두면 안 된다.
일벌백계의 의미는 아니라도, 기습을 하면 주변에 있던 자들은 기습의 동조자로 분류하여 모두 죽이겠다는 의미를 선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특히 태영이 혼자 있기에 더욱더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후웅~ 새애액~ 서걱~서걱~
후우우우웅~ 서걱~
“……기습을 해야지.”
태영의 말이 끝났을 때는 기습자의 주변에 서 있던 몽골군 일곱의 목이 날아갔다.
“다시 기습하면 모두 죽인다.”
알아듣거나 못 알아듣거나 상관없다.
항복을 받아 주었더니 기습을 했다는 것은 처음부터 그런 의도로 항복했다고 봐도 된다.
말들은 멀리 가지 않았다.
이것이 훈련된 말들의 특징인 모양이다.
총소리에 놀라 주인을 떨어트려 버리고 도망갔던 말들이 자신의 주인이 있는 곳으로 슬금슬금 걸어왔다.
몇 명씩 줄로 다시 묶어서 서로 보조를 맞추지 못하면 도망치지 못하도록 만든 후에, 이들이 야영을 하던 곳으로 이동했다.
***
“모두 몇 명이나 돼?”
포로들을 끌고 유시완이 있는 곳으로 가자 공중에서 주위를 둘러보던 유시완이 내려왔다.
“아직 파악이 제대로 안 됩니다. 부상자와 사망자를 합쳐서 대충 절반 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 같은데, 그래도 수천 명은 되는지라 오늘 중에는 파악이 다 안 될 것입니다.”
정말 그래 보였다.
이 많은 포로들을 다 어떻게 하지?
모두 사살할 수도 없고, 모두 파묻어 버릴 수도 없고, 노예로 만들기 위해서 모조리 고려로 끌고 갈 수도 없고, 그냥 풀어 주면 또 칼 들고 덤빌 것이고.
“골치가 아프겠군.”
정말 진퇴양난이었다.
전투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포로의 처리 문제라니.
그냥 끝까지 항전하여 모두 사살했으면 고민할 필요가 없는데, 중간에 항복이라니.
다시는 칼을 들지 못하도록 오른손을 잘라 버릴까?
아, 진짜 고민된다.
“네?”
태영이 생각하는 상황을 모르는 유시완이 반문했다.
“포로들을 처리하는 문제 말이야.”
“저도 사실 그것이 큰 걱정입니다. 시장님은 모조리 잡아가 노예로 만들자고 했지만, 이놈들을 고려로 다 끌고 갈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거기까지 길이 너무 멀기도 하고, 호버리로 실어 나를 수도 없고…… 골치 아플 것 같습니다.”
호버리로 실어 나르지 않고 고려까지 끌고 가려면 3개월은 잡아야 한다.
겨울이 되기 전에 도착은 하겠지만, 어느 부대는 포로를 데리고 그 먼 길을 걸어가야 한다.
다만, 태영은 ‘아휴’ 할 뿐, 이 시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 아무튼 우리 쪽 피해는?”
“두 병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왜?”
“놈들이 항복하니까 안심했던 거죠. 철갑에서 나와 포로를 묶으려 하다가 칼에 맞았습니다.”
“칼질한 놈은?”
“마침 땅에 내려놓은 칼을 드는 모습을 제가 봤기에 사살했는데, 시간차가 나서 부상을 입었습니다.”
“항복한 적이 기습하면, 주변에 있던 놈들도 같이 사살해 버려. 대들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죽는다는 인식을 주도록 강하게 대처해.”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기갑병들에게 전달하겠습니다.”
대답을 한 유시완이 공중으로 올라가 소리를 질렀다.
“일부 몇 명이 도망을 갔는데, 그건 어떻게 하죠?”
공중에서 내려오며, 신유진에게도 조치 방안을 전달한 유시완이 물었다.
“그래? 놓치면 안 되지. 어느 쪽인데?”
다른 곳으로 도망가는 것은 상관없지만, 카라코룸으로 도망가서 전달을 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꼭 안 될 것은 없지만, 가능하면 차단하는 것이 좋다.
“저쪽인데, 워낙 산발적으로 도망쳐서 사정거리를 벗어날 때까지 잡지 못하고 놓쳤습니다.”
“몇 명이나?”
“놓친 쪽은 두 방향인데, 저곳은 3명, 저쪽은 대략 10명 정도 됩니다.”
10명이 도망쳤다는 방향이 북쪽, 3명이 도망친 방향은 동남 방향이다.
태영이 강을 따라 도망치는 적을 잡기 위해 서쪽으로 간 사이에 북으로 도망친 모양이다.
“신유진에게 무전 해 봐. 그쪽도 놓친 것이 있는지.”
“확인했는데, 북쪽으로 20명 정도가 흩어져서 도망갔다고 합니다. 다른 곳은 없습니다.”
“전투 끝난 지 아직 1시간 안 지났지?”
“네, 그렇습니다.”
“여기서 카라코룸까지 평원으로 달리면 90킬로쯤 될 거야. 말이 죽을 때까지 달리면, 어쩌면 말이 죽기 전에 도착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한 시간 반은 걸려. 그리고 도망친 방향이 평원이 아니고, 구릉 지대이니까 두 시간 이상 걸릴 거야. 그러니 여긴 신유진에게 맡기고 우리는 그놈들을 잡으러 가자.”
“네, 신 중위에게 무전하겠습니다.”
“그래, 유 중령이 동남으로 도망친 셋을 잡아. 내가 북으로 도망친 놈들을 잡을 테니.”
“넵.”
바렛이 불편했지만, 지금 총을 바꾸기는 애매하다.
후우우우웅~
탄창에서 소모된 총탄은 이미 채워서 배낭에 넣어 두었다.
태영은 동쪽으로 달리면서 조끼, 매낭, 허리에 매달린 칼을 손으로 만져 보았다.
모두 이상 없이 잘 있었다.
“드론이 있으면 좋을 텐데.”
생각만 해도 아쉽다.
태영은 달리는 것을 멈추고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한이 들리나.”
뭐라고 말을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무전기의 통신 거리 때문에 그런 모양이다.
카라코룸 방향으로 달리면 쿠절트와도 가까워지니, 조금 더 가면 통신이 될지 모르겠다.
후우우우우웅~
3분 정도 달렸다.
최대 속도를 내지 않고, 속도를 줄였다고 해도 카라코룸에 가까워졌을 것이다.
“한이 들리나?”
다시 무전기를 들었다.
역시, 조금 가까워진 모양이다.
“1진의 위치로부터 카라코룸 사이의 동쪽과 북쪽에 생체 신호가 있는지 확인 좀 해 줘.”
태영은 무전기를 들고 천천히 걸으면서 대답을 기다렸다.
“이동 속도는?”
“그래, 내가 있는 위치 확인되지?”
“그럼, 내 위치로부터 아까 말한 그 무리들 위치에 대해 설명을 조금 더 해 줘.”
“알았음, 통신 끝.”
위치 대중이 안 되긴 하지만, 어차피 구릉으로 형성된 평원에 나무도 풀도 없어서 시야가 탁 트여있다.
적당한 높이의 언덕과 침식지가 반복되고, 침식지의 깊이도 깊지 않아 멀리서 보면 보이지 않지만, 가까워지면 모두 보인다.
침식지 협곡에 들어가 봐야 이동 방향이 뻔하니, 언젠가는 언덕 위로 올라오거나 평원으로 나올 것이다.
후우우웅~
태영은 언덕의 정상 부분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북쪽 지대는 습기도 없고, 풀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모래흙이어서 태영의 발이 바닥에 닿으면 푹푹 파여 나갔다.
아마도 뒤쪽으로 먼지가 자욱할 것이다.
“셋.”
태영이 달리는 언덕의 오른쪽 아래 평지로 말을 달리는 세 명이 보였다.
“아니.”
잠시 총을 생각했지만, 때때로 견착하고 조준하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
어차피 저들과 태영의 속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후우웅~
귓가로 스쳐 가는 바람 소리.
쇄애애애애애앵~
지천을 뽑아 드는 순간, 태영이 달리는 속도와 지천이 뽑혀져 나오는 것까지 합쳐진 속도로 귓가에는 바람을 가르는 금속성이 요란하게 울렸다.
달려가는 속도 그대로 공중으로 몸을 살짝 띄웠다.
“하…….”
서걱~
“……나…… 둘…….”
두 번째 목을 날려 버린 몽골군의 말 엉덩이를 발로 차며 방향을 바꾸었다.
퍽~ 쇄액. 차아악~
“……셋.”
히이이이잉~
뒤늦게 말의 울음소리가 요란했다.
주인을 잃은 말이 달리는 속도를 늦추었지만, 태영은 그들을 타고 갈 생각이 없다.
몽골군의 사망을 확인할 필요가 없도록 목을 뎅겅뎅겅 잘라 버렸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언덕 위쪽으로 달려갔다.
“다섯.”
눈앞에 다섯의 몽골군이 도망 중이었지만, 말이 적당히 지친 것인지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
“한이 들리나?”
무전기를 들었다.
말이 선명치 않은 것을 보니 거리가 제법 멀어져 통신 거리가 아슬아슬한 모양이다.
쿠절트 방향으로 몸을 돌려 1분쯤 달렸다.
“들리면 응답 바람.”
중간에 조금 치직거려도 거의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혹시 내가 놓친 쪽이 있나?”
“알았음. 혹시 더 빠진 곳은?”
레이더로 태영이 달려가는 곳이 확인되었을 테니, 그곳에 생체 신호가 계속 잡히면 그것은 말일 가능성이 높다.
태영이 가지 않은 곳이면서 생체 신호가 잡히는 곳이 도망간 몽골군이다.
하늘을 쳐다보고 방향을 가늠했다.
GPS가 없다는 것, 드론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답답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저쪽이 동쪽이지.”
동쪽에서 북으로 치우친 곳이라면 거의 동쪽이니 동으로 달려갔다.
지금 있는 위치가 어디쯤인지는 몰라도 분명 카라코룸 방향으로 이동하기 위해 우회하는 몽골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