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04
304. 후방 섬멸(6)
“도망을 간다고?”
공포에 질린 몽골군의 일부가 태영의 시야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태영 혼자 있는 것을 보고 쉽게 생각했을 것이지만, 단 한 명의 적에게 당해서 차근차근 죽어 가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일 터였다.
세계 최강 몽골군.
산을 이룬 동료들의 시신을 남겨 두고 병사들 몇 명이 태영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려 기를 쓰고 달아났다.
도망치는 적을 따라가는 것이 성가셔지기 시작했지만, 이곳은 산에 나무가 제법 있어서 나무에 은신하면 찾아내기도 귀찮아진다.
바렛을 풀면서 보니 온몸에 피가 묻어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철컥~
노리쇠를 당기면서 지금 산등성이에 올라서는 몽골군의 등을 겨냥했다.
타아아아아앙~
산골짜기 때문인지 메아리가 유난히 길었다.
타아앙~ 타아아아앙~
순식간에 도망치는 다섯 명의 머리에 구멍을 내주었다.
히히히히힝~
총소리에 놀란 말들이 다시 제멋대로 뛰기 시작했다.
태영과 제법 먼 곳에 떨어져 있던 말들도 자신의 잔등에 앉아 있던 몽골군을 떨어트려 버린 채 산비탈을 달리거나, 뒤쪽으로 달려 나가며 서로 부딪쳤다.
타다다다닥~ 히히히히힝~
말과 몽골군이 섞이고, 말의 발길에 채어 날아가는 몽골군이 보이고, 등자에서 발이 빠지지 않아서 그대로 끌려가는 몽골군도 보였다.
말들이 저렇게 놀라서 잔등에 있던 병사를 떨어트리고, 떨어진 몽골군을 짓밟고 다니면, 태영이 달려가서 목을 치지 않아도 죽거나 병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하, 직접 죽이러 다니는 것보다 이게 훨씬 더 효과적이네. 그럼 몇 발 더 쏴 볼까?”
잠시 총구를 하늘로 들고 있던 바렛을 수평으로 잡았다.
“x$%^$%.”
태영의 앞으로 몽골군 한 명이 칼을 던져 버리고 달려오며 고함을 질렀다.
그 고함 소리가 제법 커서 골짜기를 울릴 정도였고, 고함 후에 몽골군들의 행동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그 말을 들은 일부의 몽골군이 그 혼란의 와중에도 취하고 있던 방어 자세 또는 공격 자세를 풀기 시작했다.
“x$%^&%$%^&$%.”
또 뭐라고 고함을 치는데, 이번에는 몽골군을 향해 질렀다.
그 고함 소리에 몽골군들이 칼을 던지기 시작했다.
챙그랑~
투툭~ 쨍그랑~
칼과 창들이 바닥에 버려지고, 일부는 칼을 흙바닥에 꽂기도 했다.
“x$%^&$%%^&.”
몽골군들이 주위를 향해 뭐라고 크게 소리치자 일부의 말들이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많은 말들이 계속 달려 나갔지만, 또 많은 말들이 달리기를 멈추었다.
“x$%^$%.”
처음 태영의 앞으로 달려오며 크게 소리쳤던 말을 반복하며 태영의 앞으로 가까이 왔다.
오전에 1진 쪽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렇게 가까이 와서 기습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죽음을 재촉할 뿐이다.
이놈이 했던 말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분위기로 봐서 항복, 뭐 그런 뜻 같다.
적들이 칼을 버리기 시작하자, 태영 역시 더 이상 칼질을 계속할 수가 없다.
이놈들이 서아시아 지역의 어느 마을, 어느 나라를 휩쓸어서 수백이나 수천을 죽이고 왔을 것이지만, 그래도 항복하는 놈들을 죽이는 것은 기분상 영 아니다.
“그래, 그래야지.”
칼질을 멈추자 자신들이 항복함으로써 더 이상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는지, 태영의 가까운 쪽부터 몽골군들이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산비탈을 오르던 몽골군도, 말안장 위에서 어찌해 보려던 몽골군도 말에서 내려섰다.
그리고 죽어 넘어진 말 뒤에 숨어 있던 몽골군, 멀리 모퉁이를 돌아서려던 몽골군들 모두가 칼을 던지고 무릎을 꿇었다.
슈우웅~
태영이 몸을 낮춘 후에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혹시 이 와중에도 시선에 가려진 사이로 도망치는 몽골군이 있을까 해서다.
짧은 체공 시간 동안 이곳저곳을 훑어보니, 역시 그들이 왔던 오르혼 강의 남쪽으로 달려가는 수십 마리의 말이 보이고, 몽골군들도 보였다.
그쪽은 중간에 어디론가 빠지지 않는 이상 2연대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게 될 것이지만, 오르혼 강 북쪽의 끝은 워낙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어서 마주치지 않을 수도 있다.
에이, 도망가라고 놔두지 뭐.
어차피 지금 이 정도면 말이 지쳐서 얼마 달리지 못할 것이다.
쿠우웅~
태영이 착지하면서 땅이 울리는 소리 이후에 자욱하게 흙먼지가 날렸다.
“에이, 이놈의 흙먼지.”
무전기를 빼 들었다.
“송준일. 정원근 들리나?”
“혹시, 남쪽과 서쪽으로 간 병력들 소식 있나?”
“항복하지 않은 모양이지?”
도망가면 모두 죽는다는 것을 잘 알았을 텐데, 왜 항복하지 않았을까?
지휘관이 항복을 거부한 것인가?
아, 공중에서 공격을 하니 어찌할지를 몰랐을 수도 있다.
이 시대에 항공기란, 그 어떤 지식으로도 납득이 불가능한 이상한 괴물이고, 또한 어찌해 볼 수 없는 상대다.
저들의 머릿속에는 전설 속에 나오는 용일 수도 있을 터이다.
몽골의 전설에도 용이 등장하는지 모르지만, 자신들이 어찌해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에, 끝없이 도망갔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결과는 전멸이다.
“서쪽은?”
숨을 곳이 없는 몽골의 대평원이니, 공중에서 자신들을 쫓는 적을 따돌릴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그것을 방어할 수단이 없으니, 그쪽도 전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알았다. 이쪽은 항복한 병력이 천 명은 넘는 것 같은데, 연대장에게 호송해 갈 병력을 보내 달라고 해.”
“그 와중에도 도망치는 병력이 몇 십 명 있는데, 거기서 부지런히 출발하면 마주치게 될 거야. 연대장에게 그렇게 전달해.”
“그래, 통신 끝.”
태영이 특이한 물건을 들고 말을 하자, 가까이 있던 몽골군들은 그 물건에서 말이 들려오자 눈동자가 요동을 쳤다.
놀랍겠지.
놀라울 것이다.
무전기라는 것을 알 리가 없는 몽골군이다.
자신들을 잡초 썰듯이 쓸어 가서 항복을 했는데, 주먹만 한 돌에게 말을 하기에 미친놈인 줄 알았을 것이다.
한데 그 돌이 대답을 하고 있는 이 괴상한 현상을 보고 있는 꼴이다.
저 표정을 해석해 보자면, ‘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야?’ 그런 거다.
“아이고, 쫓아다니기 성가시기도 하고…….”
태영도 조금 지쳐서 몸에 힘을 뺐다.
“항복한 놈들, 귀찮기만 한데…… 정리는 해야겠지?”
아까 이동 중에 육포 먹은 것으로는 체력 회복이 안 된다.
“에이 지치는데…… 일단 뭐든지 좀 먹자.”
구시렁대며 한쪽에 퍼질러 앉았다.
배낭에서 미군 전투 식량 MRE 한 개를 꺼냈다.
피가 낭자한 시신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먹으려 하면 비위가 상해 제대로 넘어갈지 모르지만, 체력이 달리는데 어떻게 해?
태영의 행동을 보는 몽골군들은 ‘대체 저놈이 뭐하는 거지?’라는 듯 바라보고 있다.
“18번 메뉴? 비프 라비올리?”
비프라고 쓰인 것을 보니 소고기 메뉴가 맞지만, 소고기 만두의 이태리 버전이다.
봉지를 뜯어서 이것저것 꺼내자 무슨 봉지가 이렇게 많은지.
잡다한 것들이 들어 있는 중에 커피라고 되어 있는 것이 제일 반가웠다.
발열 팩을 뜯어서 배낭의 물을 부은 후, 메인 요리와 겹쳐서 끼웠다.
음식이 익으려면 제법 기다려야 한다.
발열 팩으로 음식이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가만있을 수 없으니, 한쪽에 내려놓았다.
그러곤 조금 전에 큰 소리로 항복하라는 말 비슷하게 해서 이놈들을 모두 항복하게 한 놈 앞으로 가서 섰다.
그 몽골군이 무릎은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마음으로 항복한 것은 아닌 듯 눈이 번들거리며 태영을 따라 움직였다.
하긴 마음으로 항복이라니, 그런 것을 바랄 수는 없다.
지천을 끌러서 칼집으로 턱을 들어 올렸다.
“넌, 계급이 뭐야?”
갑질을 시작했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데 질문을 하고, 대답하지 않으면 매질을 시작할 거니까 갑질 중에도 최고의 갑질이다.
퍽~
당연히 못 알아들으니 답을 못 할 것이고, 대답하지 않는다고 칼집으로 어깨를 내려쳤다.
주위에 있던 몽골군들이 노려보고 있었다.
“이것들이 말을 우습게 아네.”
조끼에서 쇠버리 한 주먹을 꺼냈다.
그리고 노려보는 놈들의 어깨를 향해 날려 주었다.
픽~피비빅~
으윽, 으으윽~
아악~ 아아악~
쇠버리는 사정없이 몽골군의 어깨에 파고들었고 어깨로 다른 손이 올라갔다.
비명은 만국 공통이다.
“이름이 뭐야?”
이렇게 하는 것도 발열 팩과 함께 끼워 둔 전투 식량 MRE가 익을 때까지 벌이는, 말도 안 되는 고문이다.
어차피 태영의 말을 저들이 알아듣지 못하듯, 저들이 무언가를 대답해도 태영은 알아듣지 못한다.
그리고 무언가 답을 하라는 의미도 아니었다.
태영이 칼집을 일직선으로 흔들었다.
“줄지어 앉아.”
말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행동에서 무엇을 뜻하는지는 안다.
꿇어앉은 무리의 중간으로 가서 툭툭 쳐 위치를 이동하라는 신호를 보내며 칼집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줄지어 앉으라고.”
퍽~ 퍼퍼퍽~
그렇게 시키면서 줄에 맞지 않는 몽골군을 두들겨 패기 시작하자, 그놈이 몸을 움직여서 줄을 맞추었다.
그다음부터는 뒤쪽도 알아서 정리가 되었다.
“너 일어서.”
한 명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고삐를 잡아서 옆에 있는 말의 안장에 묶고는 이렇게 하라는 신호를 했다.
“너, 너, 너, 너도 일어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놈들은 추가 설명 없이 즉각 칼집으로 두들겨 팼다.
그렇게 시작하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은 바로 사라졌다.
역시 매질에는 장사가 없다.
매질을 시작하면 말을 알아듣거나 못 알아듣거나 움직임은 있다.
뒤쪽을 칼집으로 가리키자 몸을 일으켜 태영이 시키는 대로 했다.
전투 식량이 익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다 익은 전투 식량을 뜯어서 안을 보니 파스타 같다.
꿀꺽~
음식 냄새가 풍기자 꿇어앉은 몽골군들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저 상태가 되어서도 배는 고픈 거지.
이건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태영이 배가 고파서 시신이 산처럼 쌓여 있고, 피가 강처럼 흐르는 이곳에서 미군의 전투 식량으로 식사 준비를 했지만, 저들도 이 와중에 목으로 침이 넘어가고 있었다.
꿀꺽~
침을 삼키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참 안되어 보이지만, 냄새는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거의 모두의 콧속으로 스며들어 자극하고 있을 것이다.
우르르르르르~
함께 포장되어 있는 식빵에 라비올리를 올려서 식사를 거의 끝낼 즈음 철갑의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철갑 교위 2대가 오고 있었다.
몽골군들은 철갑 교위가 오는데 지장이 없도록 자리를 이동해서 한쪽으로 비켜나서는 다시 꿇어앉았다.
“충성.”
“그래, 어서 와. 식사들은 했나?”
태영이 전투 식량으로 배를 채운 후, 마무리 단계이기에 물었다.
“네, 저희는 그쪽에서 정리하면서 교대로 식사를 했습니다. 한데, 이놈들이 줄지어 앉아 있네요?”
“줄지어 앉으라고 시켰지. 그나저나 잡았나?”
“네, 교위에게 창을 던지기에 모두 사살했습니다.”
“누가 몽골어 하는 사람이 있나?”
“여기에는 오지 못했습니다.”
“그래? 아무튼 이놈들 모조리 묶어서 끌고 가.”
“네, 알겠습니다.”
줄로 묶는데도 시간이 한참 걸릴 것이다.
레모네이드 분말을 섞은 음료를 비닐봉지에 넣고 흔들어 마무리를 하자 입안이 깔끔한 느낌과 함께 배가 불렀다.
인스턴트커피만 제외하고는 모두 18번 식량 봉지에 그대로 담아서 흙을 툭툭 차서 구덩이를 만든 후 그곳에 넣고 다시 흙으로 덮었다.
쉽게 상하지 않을 물건이지만, 오랜 세월 지나다 보면 자연이 해결해 줄 것이다.
몽골군은 이미 항복을 했기 때문인지 고분고분하지는 않아도 고려군의 지시에 따라 서로를 묶었다.
“그래 들려, 말해.”
“남쪽으로 간 72호기 통신 연결되나?”
“그럼, 거기도 복귀하라고 하고, 조 소령도 복귀하도록.”
***
태영은 밤늦게 2연대가 2진 지역의 몽골군을 포로로 잡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도망치는 몽골군을 잡은 곳에서 2연대가 있는 곳까지의 거리는 강줄기를 따라 40킬로미터, 백 리 길이다.
2연대의 병사들은 철갑 교위에 타고 이동했지만, 도망을 치느라 지치고, 전투를 하느라 더욱더 지쳐 있는 몽골군 포로들은 그 길을 걸어서 이동했다.
말은 말끼리 줄로 연결해서 이동시키고, 몽골군 포로는 두 손을 앞으로 묶어서 걷게 했다.
당연히 중간에 쉬지 못하게 했고, 조금의 휴식도 없이 강행군을 한 탓에 모두들 곤죽이 되다시피 했다.
몽골군 포로들을 끌고 오던 2연대 병사들은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하는 낙오자들의 줄 밖으로 빼내서 목을 잘랐다.
태영은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군사들에게 그렇게 교육되어 있는데, 태영이 끼어 있다고 해서 교육받은 것과 다르게 지시하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슴이 아프네.’
21세기의 대한민국과 몽골은 그다지 사이가 나쁘지 않다.
몽골이 고려를 침략해서 수없이 많은 양민을 죽이고, 끌고 가고, 공녀와 공물을 바쳤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상처의 자국은 희미해져 갔고, 그 위에 또 다른 상처가 생긴 탓이다.
그렇게 지나간 상처의 자국은 인간이 가진 그 특유의 회복력으로 흔적을 지워 가는데, 새로운 상처가 생기며 그 상처로 인한 아픔으로 과거의 아픔이 옅어져갔기 때문일 것이다.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왜인들에게 그 아픔의 기억이 옮겨 갔고, 다시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청나라에게 그 아픔에 대한 한이 넘어갔다.
일제 강점기라는 고난의 세월과 동족 간에 벌어진 남북 전쟁이라는 이름의 처절한 아픔을 겪고 지나면서 적이라고 할 수 있는 대상이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그건 그때의 문제이지 지금 생각할 일은 아니다.
정신 차리자.
지금은 몽골을 때려잡아야 하는 때다.
태영은 잠시 동안 2연대장과 이야기를 나눈 후, 쿠절트로 이동했다.
“고생하셨어요.”
밤이 늦었는데도 태영의 직할 호위 부대인 이들은 모두 잠들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환하게 전깃불이 켜진 게르 안에는 송한이가 여군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고생은 무슨.”
태영을 뒤따라 들어온 유시완과 조현태에게 손짓으로 앉으라 하고는 송한이를 쳐다보았다.
“시키실 일이 있으세요?”
“응, 사포에 연락해서 사흘 후나 나흘 후에 오라고 해 줘.”
잡은 포로들을 모조리 죽이지 않는다면, 이곳 쿠절트로 이동시켜야 한다.
1진 지역인 알톤에서 쿠절트까지 직선으로 오는 것이 아니다.
강줄기를 돌고 돌아서 오면 대략 150킬로미터이니 줄에 묶인 포로들이 걸어서 오려면 4일에서 5일은 걸린다.
2진이 임시로 모여 있는 곳에서 쿠절트까지는 70킬로미터이지만, 강을 여러 번 건너야 하는 길이다.
그 길을 예상해 보면 포로들을 쿠절트까지 데리고 오려면 아무리 강행군을 해도 3일에서 4일은 걸린다.
보병 수송을 완료하는 날짜가 모레.
카라코룸 점령 작전은 그 후에 시작될 것이니, 그때쯤 오면 시기적으로 적절할 것이다.
“시장님하고, 실장님 두 분 다 오시는 거죠?”
“응, 맞아.”
“오늘 통신은 시간이 지나갔으니, 내일 아침에 전달할게요.”
“응, 그리고 확성기 여분 있으면 하나 좀 가져오라고 하고.”
확성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몇 번 했지만, 쿠절트에 많은 병사들이 모이니 더 필요한 장비이기도 했다.
“네, 그러겠습니다.”
정하연이 오는 때가 나흘 뒤라고 생각하니, 왜 시간 여유가 이리 생겨 버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할 일이 없었나 하다가 좋은 방안이 생각났다.
“유시완.”
“네, 대장님.”
“여기 카라코룸 점령 작전이 시작되기 전에 여유 시간이 삼사일 있으니까, 여기는 3군단에게 맡겨 두고 4군단과 5군단 지역 좀 돌아보고 오도록 하자.”
그쪽에는 지침이 별로 없어서 한번 보고 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네, 그렇지 않아도 그쪽이 궁금했습니다. 오는 길에 1군단이나 2군단도 보고 오실 거죠?”
“모두 돌아볼 수 있으면 좋고, 아니면 가능한 수준에서 보고 오도록 하자. 이동 순서를 동북에서 서남 방향으로 잡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네, 그렇게 방향을 잡으면 5군단, 4군단, 창천 군단으로 갔다가 올라오면서 1, 2군단을 거쳐서 오는 것으로 잡으면 됩니다.”
“그래, 정 시간이 안되면 1군단과 2군단은 무전으로 상황을 들어도 되니까.”
“네, 그렇게 잡아 보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유 대위와 설 소위와 함께 맞춰 보겠습니다.”
“그래, 4군단이나 5군단의 진행하는 점령 순서는 알고 있나?”
“4군단과 5군단 지역은 세세히 명시하지 않아서 돌아가는 상황을 확인해 봐야 하니까 부실장님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그쪽은 큰 성 몇 개의 위치만 말했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러니 유시완의 말은 레이더의 힘을 빌리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