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05
305. 포선만노(1)
“일단 가 보자고. 중간 중간 무전하고, 아니면 잠시 내려서 탐지기 돌려 보고.”
다른 군단이 어떻게 진행 중인지 많이 궁금하던 참이다.
“네, 출발은 내일 언제쯤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쪽의 사정이 있는데, 그냥 두고 가 볼 수는 없다.
후방은 정리되었으니, 카라코룸으로 공격해 들어가기까지 정비를 하고, 기본적인 계획을 수립해 두고, 돌아보러 간다.
“아침에 박 장군과 카라코룸 점령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좀 나누어야 하니까, 그 이후에 출발하지. 가능하면 빠른 점심을 먹고 출발해도 되고.”
“네 대, 모두 가는 거죠?”
“그래, 맞아.”
“그럼, 이곳으로 올 때, 시장님과 실장님이 함께 오시는 것으로 일정을 잡으시면 어때요?”
곁에서 듣고 있던 송한이의 말이다.
“그럴까?”
가만 생각해 보니 그게 좋을 것 같다.
“네, 그럼 사흘 후에 창천 기지에서 만나는 것으로 연락을 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준비해 줘.”
***
“단둘이 있을 때 드릴 말씀이 있어요.”
태영과 송한이가 숙소로 삼고 있는 게르에 침구를 깔고 나란히 누워 있을 때, 송한이가 가슴 위로 고개를 올렸다.
그래 봐야 게르 안쪽은 어두워서 서로의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뭔데?”
“카라코룸 작전 끝나면, 저는 사포로 돌아가겠습니다.”
태영의 곁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고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리고 언제나 곁에 붙어 있으려고 했는데, 웬일?
“왜?”
“…….”
송한이는 대답은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태영의 팔에 머리를 기대고 반듯하게 누운 후, 태영의 손을 잡아서 자신의 아랫배에 가지고 갔다.
뭐지?
그때, 태영의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그 무엇이 있었다.
“정말이야?”
“네.”
태영이 환하게 웃으며 묻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얼마나 되었는데?”
태영은 송한이를 어깨를 잡아당겨 품 안으로 꼭 안아 들였다.
“한 달 반요.”
“그래, 가만. 그러면 여기 있으면 안 되잖아? 몸조심해야 하는데.”
역시, ‘지금부터 네 목숨은 내 것이다.’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그 말을 이유로 언제나 태영의 곁에 있었지만, 엄마가 된다는 것은 또 다른 모양이다.
“그래서 시장님이 사포로 가실 때 함께 가려구요.”
“그건, 잘 생각했어. 그런데 정 시장 갈 때 가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 가면, 아예 사포에 가 있어. 그게 좋겠다.”
“그건 안 돼요. 몽골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들어 태영의 입을 막았다.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말라는 뜻이다.
송한이.
대단히 순종적인 듯하면서 자신의 뜻을 관철시켜야 할 때는 꼭 그렇게 하는 이상한 아이다.
“그리고, 시장님 오실 때 설하와 함께 오라고 할게요.”
“왜?”
“누군가가 대장님 곁에서 수행해야 하잖아요?”
“허.”
아니 얘들이 왜 이렇게 계속 교대로 이러나?
아니, 아니다.
교대를 해서 누군가가 곁에 있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것 같다.
태영의 곁에 서윤이 있거나 송한이가 있을 때, 다른 여군들이나 여인들이 태영 바라기로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부 몇 명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하든 핑계를 대서 접근하고 싶어 하는 모습과 언행이 자주 감지된다.
‘부하 병사가 아닌 여인으로 다가선단 말이지.’
태영이 아무리 둔감해도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둔하지는 않다.
정하연이 있을 때도 그랬다.
아직도 여전히 태영 바라기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태영이 기억하는 한, 누군가가 곁에 있으면 그리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이러는 것도 이 시대의 가치관이어서 접근을 막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그들의 생각이 바뀌지는 않으니.’
그게 문제다.
‘내게 이미 아내가 있다는 것이, 그들이 여인으로 접근하고자 할 때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뜻이니까.’
그런 생각이 더 큰 문제다.
‘송한이가 사포로 돌아갔을 때 고설하가 곁을 지키고 있으면, 여인들의 접근이 조금이라도 더 어렵게 된다는 점에서 조금 안심해도 될까?’
이건 스스로를 정당화시키고 합리화시키는 것이라고 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알았다. 그렇게 하자. 그런데 정 시장과 설하가 한꺼번에 사포를 비워 놔도 되나?”
“부시장이 두 사람이나 있잖아요? 거기에 유하가 있으니까요.”
법제와 치안, 그리고 군사력에 관련한 모든 것을 담당하는 부시장이면서 장인어른인 정인구, 경제 부시장 정규하가 있다.
그리고 한유하.
“유하?”
공식 직함은 시장 수석 비서이지만, 정하연이 처리해야 할 수많은 일들을 대신한다고 알고 있다.
“네, 성님 말씀이, 시기를 봐서 유하를 행정 부시장으로 임명하겠다고 하던데요?”
“행정 부시장?”
사포가 울주 지역을 흡수하면서 관리 지역이 넓어졌을 때, 조직 이야기를 하면서 시장을 보좌하는 역할로 두세 명의 부시장 직을 만드는 것도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한유하는 태영이 봐도 정말 똑똑하고 일처리를 잘한다.
그럼 정하연이 설하와 함께 얼마간 자리를 비워도 될 것 같기는 하다.
***
“대장님, 30분 후면 회령부, 아니 하얼빈 부근에 도착합니다.”
블레이드 소리를 뚫고 설가빈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냥 지도에 있는 지명으로 말해. 우린 그게 알아듣기 쉬우니까.”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 시대의 지명으로 하면 지도에 있는 지명과는 달라서 늘 헷갈린다.
그리고 고려군 역시 일부를 제외하고는 중국 땅의 이 시대 지명이나 23세기 지도의 지명이나 동일하게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지도에 있는 23세기의 지명이 말하기 쉽고 이해하기 빨라서 좋은데, 그것도 한 가지 단점이 있다.
이 시대에 성이 있는 곳이 23세기 지도에는 그냥 시골이어서 대표 지명으로 불리지 않기에, 간혹 위치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진이야. 큰 지도 노트북 펼쳐 봐.”
“네, 대장님. 가빈아, 노트북 보고 있지?”
“네, 여기 있습니다.”
“아, 진이와 가빈이 교대하기로 했는데, 내가 습관적으로 진이를 찾네.”
“함께 오래 다녀서 그렇습니다. 대장님, 앞으로 저보다는 가빈이를 더 많이 찾아 주십시오.”
“노트북이 지금 어디어디에 가 있지?”
태영은 노트북을 받으면서 물었다.
“시장님, 실장님, 경제 부시장, 공업부, 과학부, 그리고 지금 대장님 가지고 계신 것 해서 모두 6대입니다.”
수마트라의 피디지를 통해 이 시대로 온 물건들 중에 대표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들이다.
딱 필요한 부서에서 사용 중이다.
시에서는 노트북이 없으면 시정 처리에 지장이 발생하고, 서윤이 명주에서 상단 운영과 은행 업무 처리에 사용한다.
정규하는 시의 경제 관련 일과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과학적인 계산을 많이 해야 하는 공업부와 과학부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21세기의 사람이 아니어서 PC 친화적이 아니라고 해도, 워드와 스프레드시트 정도만 사용해도 충분하니까.
“한 대쯤 빼서 이번 작전 진행 동안 사용하려 했는데, 빼내지 못하겠네.”
이미 노트북에는 지도가 떠 있고, 하얼빈이 보였다.
“하얼빈 지나서 송화, 경안, 철력, 이춘, 가목사로 갔다가 거기서 꺾어서 칠태하로 내려가면서 강줄기를 따라 연길로 내려가는 방향을 잡으라고 해. 가면서 그사이의 상황은 어떤지 보면서 가자고.”
그렇게 길을 잡으면 하얼빈 동북 지방을 훑어 내려가게 된다.
“넵, 전달하겠습니다.”
태영이 방금 지시한 경로에 역사적으로 뭐가 있는지 찾아보고 싶지만, 노트북을 앞에 놓고도 구글링 같은 것이 안 되니, 찾아볼 길이 없었다.
“우리가 몽골에 간 지 오늘로 며칠 차이지?”
몽골로 간 날짜와 전쟁을 시작한 날짜가 동일하기에 전쟁 개시일이라는 말보다는 몽골에 간 날짜로 말하는 경우가 더 많다.
“오늘로 13일 차 되는 날입니다.”
“우리가 처음 7일 동안 모든 호버리를 사용했고, 다른 군단에 그 이후에 호버리 정비를 한 후에 시작되었다면, 그쪽은 작전 시작이 사흘에서 나흘 전후이겠군.”
“네, 그럴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고비 사막 남쪽으로 넘어온 이후에 점령지 표시는 아직 없었습니다.”
점령지 표시.
영문 C 가운데 점을 찍는 형태의 표시인데, 특별한 의미는 없이 점령지라는 비문이다.
“이은아, 지금 대장님 말씀하신 방향으로 경로를 잡겠다고 타격조 호버리에 전달 좀 해.”
잔디가 무전기를 들고 있는 1호기의 호위대 박이은 소위에게 지시했다.
“넵, 그리하겠습니다.”
“여기는 1호기, 타격조 순서대로 응답 바람.”
타격조가 탑승한 호버리의 응답 끝에 갑자기 웬 511호기?
“511호기면 박득분 장군?”
“네, 맞습니다. 대장님.”
역사 속에서 귀주성 전투에 참전했던 사람인데, 까놓고 말해서 이름도 몰랐다.
몽골과의 일전을 준비하며 테르에서 찾다 보니 알게 된 역사 속의 인물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이름만 기억에 있을 뿐,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모른다.
“지금 우리 위치 설명해 주고, 어딘지 확인해 봐. 공중에 있으니까 통신 거리가 아주 길어져서 들릴 수도 있어.”
“네, 확인해 보겠습니다.”
“여기는 1호기, 우리는 회령부를 향해 가고 있다. 511호기는 어디쯤 있나?”
“지금 저희가 지나는 곳이 조원 남쪽인데, 산에 점령 표시 보입니다.”
설가빈의 목소리다.
멀지 않은 곳을 비행 중인 모양인데, 설가빈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밖을 내다보니, 이미 점령하고 비문까지 만들어 두었는지 산 중턱에 점령지 비문이 보였다.
“5군단 전체가 어디로 가는지 물어봐.”
“5군단은 어디를 공격 중인가. 이상.”
태영의 말에 박이은이 물었다.
“무전기 이리 줘 봐.”
중계를 하려니 답답해서 무전기를 넘겨받았다.
“사령관이다. 몰고 있다니, 누구를 어디로 몰고 있는 것인가?”
몰이?
몰이가 가능할 수도 있나? 있겠구나.
이 시대의 사람들은 새가 아니면서 하늘을 날아다니면, 거의 신에 필적하는 대상으로 생각한다.
그것이 태영이 살아오던 21세기와 차이 나는 대표적 일 중에 하나이다.
샤머니즘의 시대이냐 아니냐 하는 것과 상관없이 절대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의 자세로 바뀐다.
호버리가 공중을 날았을 때, 고려 땅에서도 그것을 처음 보는 군사들이나 양민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잘 안다.
그런데 이곳 동하 지역에서 하늘을 휘젓고 날아다니는 괴물이 나타난다면, 그건 공포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리라.
그 괴물들이 하늘 위에서 병사들을, 그리고 지휘관들을 사살하고 다니면, 몽골에서 몽골군들이 호버리를 보고 놀라고, 총소리에 놀라서 혼비백산한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 어디로 몰고 있는 것인가?”
“군단 전체의 진행은 모르고 있는가?”
“그럼 대흥부로 가기 이전의 최종 목적지가 그 두 곳인가?”
노트북의 지도를 움직여서 회령부와 연길, 장춘의 위치를 보니 삼각형의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그럼, 그 천왕인가 하는 놈의 종적은?”
“회령부는 언제 공격할 예정인가?”
회령부와 가까운 곳에 있기에, 혹시 내일쯤 공격해 들어가면 힘을 보탤 생각에 물었다.
뭐야? 회령부 인근인데 보름 후라고?
“다른 계획이 있나?”
“알았다. 지금 군단장의 위치는 어디쯤인가?”
“알았다. 더 알려 줄 것이 있나?”
“포선만노를 잡았다는 소식을 기다리겠다. 혹시 4군단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아는 바 있는가?”
지금은 오후의 중간 정도 시간대.
여름이기에 낮 시간이 길어서 아직도 몇 시간이 지나야 저녁이 된다. 오늘 장춘을 쳤다면 지금은 모든 정리가 끝났을 수 있다.
장춘과 길림은 100킬로 정도이니 공중에 있으면 무전이 될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소식을 들었던 모양이다.
“알았다. 통신 끝.”
“5군단이 처리한 일, 다들 들었지?”
무전으로 교신을 하면 주변에서 다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최단 시간에 점령 작전을 끝낼 심산이네요.”
유시완이 작전을 꿰뚫어 보고 말했지만,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호버리가 공중에 떠서 각 읍성을 돌고 있으면, 주민들은 거의 혼이 나갔을 거야. 그리고 공포 분위기가 만들어졌겠지.”
“네, 그랬을 겁니다.”
“머리는 잘 썼네.”
“그런데, 포선만노가 누구입니까?”
포선만노, 모르나?
하긴 모르는 것이 정상이다.
태영의 머릿속에 있는 포선만노는, 금나라에서 요동 선무사로 임명해서 보냈더니 몇 번의 전투에서 지고 난 뒤에 배신을 때리고 나라를 세운 여진족이다.
그리고 칭기즈칸이 서쪽으로 진격하는 사이에 고려를 꽤 많이 습격한 놈이지만, 인구가 적어서 군사를 많이 늘리진 못했다.
아무튼, 나중에 청나라를 세우지 못하도록 하려면, 인구를 더 줄여 주어야 하고, 고려 말과 글을 가르쳐서 고려화 시키고, 영원히 고려에 귀속되어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동하의 왕 이름이 포선만노야.”
“아~.”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착륙해서 탐지기 좀 보고 움직이도록 하자.”
“네, 그게 좋겠습니다. 지금처럼 저렇게 갑자기 마주칠 일도 있겠지만, 미리 알고 움직이는 것이 좋죠.”
“그래, 적당한 곳에…… 아니다, 저기가 좋겠다.”
적당한 곳에 알아서 착륙하라고 하다가 밖을 내다보는 시선에 강 가운데 형성된 삼각주가 있고, 그 삼각주에는 키가 큰 나무들이 많은데, 민가가 보이지 않기에 그곳을 지정해 주었다.
아직은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만주 벌판이어서 호버리가 눈에 띌 염려는 없지만, 그래도 나무들이 우거진 곳에 착륙하면 더 좋다.
여름으로 가고 있는 계절이기에 풀이 많아서인지 호버리가 착륙을 해도 흙먼지가 거의 날리지 않는다.
“잠시요.”
착륙하여 호버리에서 내리자마자 송한이를 포함하여 여군들은 일거에 나무들 사이로 사라졌다.
“응.”
남군 병사들이 호버리에서 탁자와 의자를 꺼내 바닥에 놓았고, 레이더를 탁자 위에 올렸다.
“아유, 뻐근해. 근데 내리자마자 다들 어디 간 거야?”
조종사 최성해가 조종석에서 나와 유시완의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아무리 군인이라고 해도, 여인들 아닙니까? 다 볼일을 보러 갔죠.”
“아…… 아하, 그렇군.”
호버리를 타고 고속으로 이동하면서 레이더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해서 레이더를 켜 보자고 했지만, 태영이 굳이 이곳에 잠시 멈춘 것은 생리적인 볼일들을 보고 오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아니나 다를까, 남군들 몇몇도 숲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몇 분의 시간이 지나자 송한이를 필두로 여군들이 모두 나타났다.
“대장님, 오늘 탐지기 조작은 가빈이에게 좀 맡겨 두겠습니다.”
“교육 많이 했어?”
“네, 제가 함께 있을 동안에 가능하면 충분히 터득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 그래 봐.”
레이더의 영상을 보고 구분해 내는 것은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기에 경험이 쌓여야 한다.
몽골에 있으면서도 설가빈을 불러 계속 가르치며 사용했으니 이제 혼자 사용해 보라는 뜻이다.
설가빈이 레이더를 켜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조작했다.
“오, 이제 제법 하는데?”
한유상을 포함해 3분조 몇 명이 이쪽으로 이동해서 설가빈이 레이더를 조작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가까운 곳에만 살펴봐.”
“네, 알겠습니다.”
“빨리 점령을 해도, 교육청에서 진입했을 때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평정해 두고 가려면 시간이 제법 소요되겠죠?”
설가빈이 레이더로 이곳저곳을 살피는 중에 유시완이 물었다.
“그럴 거야. 후속 조치는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수십 배는 더 큰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거든.”
동하의 땅은 만주 벌판을 가운데 두고 남과 북은 긴 산맥이 누워 있어서 고려 땅처럼 산과 골이 많다.
그래서 관리하기가 쉽지 않지만, 호버리가 있으니까.
“가만, 장춘보라고 그랬지?”
“네, 그랬습니다.”
태영의 질문에 유시완이 ‘뭐가 문제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눈빛에 담아 대답했다.
태영의 기억이 있는 대도시 장춘과 장춘보의 이질감 때문이었다.
장춘을 장춘보라고 불렀다면, 군사가 적으면 수십 명에서 많으면 몇 백 명 수준일 것이다.
이 시대에 군사 시설의 규모를 지칭하는 진(鎭)과 보(堡), 그리고 돈대(墩臺)의 차이는 크다.
군사용으로 만들어진 시설 중에 가장 작은 규모가 돈대이고, 경계 근무를 하기 위해 적당한 높이로 쌓아 올린 경계 초소 정도의 수준이다.
21세기의 강화도에 가면, 몽골군을 피해 강화도로 도망쳐 들어간 무신 정권, 그리고 병자호란을 겪은 조선에서 서해를 건너 조선으로 건너올 수군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 둔 수많은 진과 보와 돈대를 볼 수 있다.
성(城)이 가장 큰 규모의 시설이지만, 그것은 민간을 포함한 지역이다.
군사 시설만 놓고 보면 진(鎭)이 가장 크고, 진과 돈대의 중간을 보(堡)라고 부른다.
돈대는 별도의 시설로 있기도 하지만, 성곽이나 진 또는 보의 끝에 붙은 상태로 있기도 하는데, 마치 교도소의 망루 같은 개념으로 망루보다는 규모가 훨씬 크다.
간혹 태영이 잊어버리는 것이 있다.
태영이 살던 21세기는 약 80억 명 정도의 사람이 살고 있어서, 어지간한 오지가 아니고는 사람이 살지 않은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시대는 아마도 전 세계 인구가 2억에서 3억 명 그 사이 어디쯤일 것이어서 21세기와는 달리 사람이 사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21세기에 이름난 큰 도시가 이 시대로 보면, 아직은 황무지일 수도 있고,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이 살고 있을 갓이다.
다시 말해서 장춘이 아주 작은 마을인데, 큰 도시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지도에는 장춘이 워낙 큰 지역이니까 4군단도 그랬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보 수준이면, 호버리 한 대만 가도 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