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12
312. 누구? 홍복원?(2)
군단장 집무실 옆에 있는 회의실로 들어서기도 전에 김웅겸이 물었다.
“대장님, 혹시 왜 그러시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궁금했을 것이다.
이걸 뭐라고 말해 주지?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지.”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 그렇게 말을 돌렸다.
홍복원.
태영이 기억하는 한 고려 시대의 한반도에서 가장 대표적인 배신의 아이콘이다.
매국의 아이콘 이완용 외에 악인의 아이콘들은 수없이 많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악인인 최충헌은 비록 악인이기는 해도, 배신을 밥 먹듯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저놈의 아비 홍대순, 저놈 홍복원, 그리고 저놈의 아들 홍다구, 손자 홍중희까지 대를 이어 역신 집안이다.
저놈의 아비인 홍대순은 몽골이 쳐들어오자마자, 싸움도 해 보지 않고 무조건 항복했다.
더 나아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적극적으로 몽골을 도왔다.
그리고 홍복원 역시 몽골의 1차 침입 때 무조건 항복했고, 아비처럼 몽골군을 도와 고려를 침공하는데 앞장섰다.
그 후에 반란을 일으켰다가 패하자 몽골로 도망쳐 고위 관리가 되었다.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듯, 이 시대의 전장에서는 싸움에서 질 수도 있고, 지면 어쩔 수 없이 투항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항한 후에 바로 배신을 때리고, 적군의 앞잡이가 되어 지금까지 아군이던 대상을 공격하는 놈을 어찌 용서해?
절대로 저놈은 용서할 수 없다.
아직 그런 죄를 짓기 전이라고?
“응? 뭐라고?”
김웅겸이 뭐라고 했는데, 생각에 빠져 있느라 듣지 못했다.
“아, 훌륭한 청년들 아니냐고 말씀드렸습니다.”
“왜?”
“자신들도 고려군으로 함께 싸우고 싶다고, 타국에서까지 지원을 해 온 걸 보면 대견하게 봐야 할 것 같아서??”
‘대견하지 않아. 배신 때릴 놈이야.’ 이렇게 말해야 하는데, 그저 웃기만 했다.
그런데 고려의 사람이 왜 산둥성에 나타난 거지?
멀리서 보긴 했어도, 아직 여물지 않은 얼굴의 20대 초반으로밖에는 볼 수 없었는데, 혹시 벌써부터 몽골의 첩자 노릇을 하는 것인가?
“설가빈, 인주가 어디야?”
회의실에 자리를 잡고 앉을 때, 인주 도령이라는 말이 기억나서 물었다.
도령(都領)은 그 지역의 토호로서 해당 지역의 군을 통솔하는, 전방의 접경 지역에만 있는 특이한 형태다.
“현재의 의주 지역에 있는 작은 고을입니다. 대장님.”
유진이와 설가빈이 마주 보더니 유진이가 대답했다.
김웅겸은 병사 한 명에게 태영이 시킨 것을 지시하고 나서 인주는 왜 물을까 하는 의문을 담아 태영을 바라보았다.
“김 군단장.”
“네, 대장님.”
“의주 지역이 터전인 사람이, 왜 여기에 와서 사포군에 입대하겠다고 할까?”
“누가요? 아까 그 고려인들이요?”
“응.”
21세기처럼 교통이 원활한 시대가 아니다.
의주에서 이곳 산둥성으로 오려면, 발해만을 따라 빙글빙글 돌아야 하기에 길이 3천 리가 넘는다.
호버리로 이동하는 것도 아니고, 백상 같은 철선으로 이동하는 것도 아니기에 이 시대의 목선으로 바다를 건너온다면, 서해를 건너는데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 험난한 길을 따라 왜 하필 산둥성까지 와서 입대를 희망하는 거지?
“아, 그건 좀 이상하네요.”
“도망자일까요? 아니, 도망자이면 군문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아야 정상인데, 정말 이상하네요.”
옆에 앉은 창룡 사단장 박준환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문을 표했다.
“그렇지?”
“혹시, 아까 그 무리들 중에 아는 얼굴이 있었습니까?”
김웅겸이 그리 물으니, 대화의 방향을 틀려고 했던 것이 어째 더 꼬이게 된 느낌이다.
“아까, 그 사람들을 좀 주의 깊게 관찰하라는 이유가 그거 때문이니까, 그 이야기는 관찰한 내용을 가지고 다시 하지.”
“네, 알겠습니다. 창천 군단 진군 계획 보고는 언제 드리면 되겠습니까?”
“지난번의 내용 외에 바뀐 것이 많은가?”
“큰 차이 없습니다. 웨이팡이나 밀주 지역에 정찰을 보내서 그쪽 상황이 어떠한지 조사를 좀 했고, 세부적인 부분은 그 내용을 기준으로 사단장들이 알아서 하도록 했습니다.”
“그럼, 알아서 해. 지금처럼 사단장들에게 자율권을 충분히 주는 것도 좋아.”
“네, 그리하겠습니다.”
“그런데 5군단에서 말이야.”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거기는 우리 생각과는 조금 다르게 진행을 하더라구.”
똑똑~
“들어와.”
누가 왔는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회의를 하는 것이 아니기에 들어오라고 했다.
“충성.”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창천 군단 상황실 책임자인 손동기와 낯이 익은 얼굴 두셋이 함께였다.
“잔디 언니.”
경례를 마치자마자 반갑게 잔디를 부르며 달려가는 저 녀석은 채민이다.
월이의 편지를 받고 진상 조사를 하러 간 향촌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총으로 그곳의 가병을 죽인 후에 온몸을 떨며 눈물을 흘리던 그 아이인데, 이젠 어른이 된 것 같다.
“정보 1과장이 채민이었어?”
“네, 대장님. 벌써 저 아이가 군문에 들어온 지 벌써 7년째입니다. 그리고 똑똑하고 상황 분석이 뛰어나구요.”
태영이 기억하는 채민이 월이의 고향인 향촌에 갔을 때가 16세였는데, 그렇게 보면 올해 23세이니 여전히 어리지만, 군 생활 7년이면 베테랑이다.
그래서 그런지 얼굴에 나이에 따른 성숙미와 단단한 군인의 면모가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부실장 언니.”
송한이에게 거의 달려가 안기다시피 포옹을 하는 저 아이는 박가을이다.
신사에서 송한이와 함께 구해 왔는데, 고향이 여수 인근 어디라고 했던 것 같다.
“그래, 가을아, 너무 반가워.”
송한이가 반갑게 맞으며 포옹을 했다.
창천 군단이 산둥반도에 자리 잡은 지가 2년이 지났고, 그 후로는 자주 볼 수가 없었을 테니, 반갑기는 할 것이다.
유시완과 이잔디 둘이서 5군단이 그 지역의 여진 군사들을 몰아 정리해 가는 것에 대한 설명을 했다.
창천 군단의 모두는 그 방법이 일리가 있다며 수긍했다.
“그런데, 백상 4척이 보이던데?”
“아, 그 중에 2척은 창해 사단 쪽에 주둔하는 초계함인데요, 신도익과 송복기 두 사람이 송나라 북부 해안의 수군과 해적 현황 조사를 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초계함 2척이 명주에서 해안을 따라 이동하면서 조사를 하고, 어제 이곳에 기항했습니다.”
“아, 그래?”
신도익과 송복기가 송나라의 북부 해안 지역을 어떻게 점령할지에 대한 준비를 시작한 모양이었다.
남부 해안의 상황은 한서윤이 오면 대략 들어 볼 수 있겠지만, 급할 것은 없다.
***
“대략, 어떻게 편이 되는지 확인을 해 봤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 김웅겸을 포함해 몇 사람만 앉아서 낮에 본 고려인 입대 희망자들에 대해 채민에게 물었다.
“네, 전체 12명인데, 다섯, 둘, 둘, 셋 이렇게 무리 지어 있고, 다섯은 무력이 제법 출중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섯?”
“네, 그 다섯이 이루는 무리에 홍복원이라는 젊은이가 있습니다.”
“각각 이름들이 어찌 돼?”
“대장님.”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고 약간 굳은 얼굴로 태영을 불렀다.
“저희가 고려의 양민을 구금한 상태인데, 입대 신청을 받아 주든지 아니면 내보내 달라고 소리소리 지르고 있습니다. 무언가 조처가 필요합니다.”
말은 저리하지만, 입대하겠다고 찾아온 고려의 양민들을 아무 이유 없이 구금했으니, 이제 풀어 주면 어떠냐는 의견을 내는 것이다.
“그래, 알았어. 그런데 홍복원 말고 나머지는 이름이 어찌 돼?”
“음.”
채민의 의사에 상관없이 다시 물어보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폈다.
“홍백수, 진정래, 변제동, 왕광진. 이렇게 5명입니다.”
어? 홍복원이라는 이름에 늘 따라다니는 필현보가 없다.
그리고 왕씨라니, 왕광진이 혹시 고려 황실과 핏줄의 한 가닥이라도 까마득히 먼 곳에서 연결된 놈일까?
“혹시 필현보라는 이름은 없었나?”
“없었습니다.”
거 좀 이상하네.
이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해.
“다른 자들은 조금 더 그대로 두고, 방금 호명한 다섯은 옥에 가둬. 반항하면 사살해도 좋아.”
“네?”
“즉시.”
“넵, 알겠습니다.”
태영의 단호한 말에 회의실에 앉은 몇 사람은 다들 놀란 표정이다.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어서 조금의 보충 설명이 필요해 보였다.
“홍대순이라고 알아?”
지시를 받은 채민이 회의실을 벗어나기 전에 태영이 물었다.
“……?”
질문을 받은 채민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표정으로 그 사람이 누구인데요? 하고 물어왔다.
알 리가 없지.
“김 군단장이나 사단장들은?”
“……?”
이들도 당연히 모르지.
1군단이나 2군단처럼 고려의 전방에 배치된 고려군에서는 알 수도 있겠지만, 창천 군단의 병력은 모두 사포와 율촌, 또는 그 인근 출신이다.
거기에 사포군에 들어오기 전에는 고려 정부군과 조금도 접점이 없었으니, 전방 지역의 인물들을 알 리가 없다.
“고려를 배신하고 몽골에 붙어먹은 놈.”
더 이상 궁금증으로 목이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말을 했다.
“홍복원과 홍복수는 몽골의 앞잡이인 홍대순의 아들이야.”
“아…….”
그때서야 다들 납득이 간다는 표정들이다.
“그런 아비에게 배울 것은 뻔하겠군요.”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말을 한 사람은 채민이 가장 먼저다.
저 대답은 연좌제에 대한 이 시대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 주는 것이지만, 사실상 대를 물려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것이 21세기와는 다른 점이다.
이 시대에 와서 살면서 태영이 많이 놀라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21세기에서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나?
“그러네. 의주 지역이 터전인데 여기 와서 입대 운운하는 것은, 음…… 첩자질을 하려는 것이네.”
김웅겸의 언성이 살짝 올라갔다.
“채민, 꼭 살려서 포박해.”
“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섯 모두.”
김웅겸의 지시에 채민이 대답하고 밖으로 나갔지만, 김웅겸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장님, 그놈들 낯짝을 좀 봐야 하겠습니다.”
“그래, 가 보자고.”
사실상 태영이 뒤따라가면 살리니 죽이니 할 것도 없다.
대기실로 만들어진 강당에 장정 12명이 의자에 앉아 있다가 채민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험악한 얼굴로 일어섰다.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오? 우릴 가두어 두다니.”
문이 열리자마자 낯선 얼굴의 20대가 노한 음성으로 소리를 질렀다.
목소리가 탁하면서 도망치는 쥐의 찍찍거리는 소리 같은 느낌인데, 상당히 귀에 거슬렸다.
“그 입 다물어라.”
채민이 들어서자마자 억양의 고저 없이 평범하게 말했다.
“뭐요?”
“왜 우릴 가둬 놓는 것인데?”
“야!”
“계집년이.”
다들 한마디씩 내뱉었는데, 마지막 말이 귀에 거슬린 듯 채민이 권총을 뽑아 들었다.
얼굴이 까맣고 새 눈처럼 작은 눈에 입이 촉새처럼 생긴 자다.
조금 전에 문을 열고 들어설 때 소리치던, 귀에 거슬리던 그 목소리다.
철컥~
권총의 슬라이드를 당겨 장전하는 소리가 들렸고 총을 들어 올렸다.
“변제동, 그 말, 다시 한번 해 봐.”
그리고 계집년이라고 말한 자의 눈앞으로 총구를 돌리며 낮게 말했다.
하, 안 본 사이에 채민이 많이 강해졌는데.
“뭐라? 이 계집년이.”
그자가 품 안으로 손을 넣어 단검을 꺼내 들며 네까짓 것이 하는 표정으로 소리치며 단검을 검집에서 뽑아냈다.
탕~
채민이 태연하게 그자의 눈을 보고 있는 상태로 발등에 총을 한 발 쏘았다.
“으악, 으아아아아악~”
무슨 소리인지를 모르는 강당의 사람들은 귀를 막으며 비명을 질러 댔다.
“으아아아아.”
발에 총을 맞은 자는 그제야 느껴지는 고통에 몸이 뒤로 넘어지며 발을 잡고 굴렀다.
“이 안에서는 말을 조심해라. 너희들이 살던 곳과는 다른 세상이다.”
그렇지.
살고 있던 세상이 다르다는 저 말이 딱 맞다.
“뭐시라.”
총을 맞은 자의 주위에 있던 다른 자들이 눈을 맞추더니 품속에서 다들 단검 하나씩을 꺼내 들었다.
모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새파란 애송이들이다.
아니, 태영의 시각으로 그럴 뿐, 이 시대에 20대 초반이면 무력으로 날리는 나이이기도 하다.
“칼을 뽑으면 모두 죽여 주마.”
철컥~철컥~
강당 안에서 이들을 지키던 병사들이 진총의 노리쇠를 당겨 그들에게 총구를 돌렸다.
그때쯤, 강당 안에 피 냄새가 확 번져 올랐다.
“으아아아, 이게, 이게 뭐? 이게 뭐야?”
쓰러진 자가 자신의 발에서 흘러나온 흥건한 피를 그제야 제대로 본 모양이다.
“뇌성후필사(雷聲後必死). 천둥소리가 들리면 한 명이 죽는다.”
그때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강당에 대기하고 있던 12명 중 한 명이 했는데, 상당히 묵직하게 들렸다.
한자어로 말한 단어에 한 명이라는 말을 대신하여 반드시, 라는 뜻이 들어 있는데, 죽는다는 것에 방점을 두고 한 말이리라.
태영이 그쪽을 돌아보자 3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그러나 복장으로 봐서는 걸인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을 만큼 남루한 옷을 입었다.
그나마 옷매무새가 단정하고 머리를 말총머리로 깔끔하게 묶고 있어서 걸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정도다.
“이름.”
그를 쳐다보며 태영이 물었다.
“이태경이라 하옵니다.”
하, 말투 봐라.
저자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게 왠지 평범하지 않다.
“이태경, 박중로. 그리고 김우택 세 사람은 일행입니다.”
채민의 그 말에 이태경이 채민에게 시선을 주며 의아하다는 표시를 했다.
네가, 우리 셋이 일행인 것을 어찌 아느냐 그런 의미 같기도 하다.
“고려의 남쪽에서 왔다 하여,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와 보았는데, 우리를 받아들일 마음이 없는 모양이니, 이만 가도 되겠소이까?”
이태경의 무리 끝에 서 있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람이 물었다.
채민에게서 이름이 불린 세 명 중 한 명이다.
“안 돼.”
“……?”
질문을 했던 사람은 채민의 그 말에 왜? 하는 의문을 눈빛에 실어 보냈다.
“그대들의 과거 조사가 필요하다. 그런 후에 결정하겠다.”
“그와 상관없이 꼭 나가고 싶은데.”
“가능해. 다만 목은 내놓고 가야 될 거야.”
별로 큰 소리는 아니지만, 채민의 거역할 수 없는 목소리다.
하, 진짜 강하게 바뀌었네.
잔디에게 안겨 들며 보여 주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한마디 한마디가 똑 부러졌다.
“아까울 것도 없는 목숨이오. 그렇다고는 해도, 그리 쉽게 목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니 각오해야 할 거요.”
그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역시 품속에 숨겨 두었던 단검을 꺼냈다.
고저가 많지 않은 침착한 목소리에, 조금 전 총소리와 함께 발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것을 보았음에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한번 붙어 보겠다는 행동이었다.
아까울 것도 없는 목숨?
저 단어를 어떤 의미로 입 밖에 꺼냈을까?
이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 갔다.
몸에서 풍기는 잘 단련된 움직임은 평범하게 농사를 지어 온 사람들이나 상인들이 아니라고 말해 주고 있기도 했다.
그렇다면?
“박진하, 그리고 한규장.”
태영이 조용하게, 그러나 모두가 들릴 만큼의 톤으로 말했다.
“…….”
단검을 꺼냈던 자가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태영을 바라봤다.
“…….”
“…….”
“그분…… 그분을 알고 있습니까?”
이태경이 태영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이태경이 말하는 그분이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장님, 혹시 왜 그러시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군단장 집무실 옆에 있는 회의실로 들어서기도 전에 김웅겸이 물었다.
궁금했을 것이다.
이걸 뭐라고 말해 주지?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지.”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 그렇게 말을 돌렸다.
홍복원.
태영이 기억하는 한 고려 시대의 한반도에서 가장 대표적인 배신의 아이콘이다.
매국의 아이콘 이완용 외에 악인의 아이콘들은 수없이 많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악인인 최충헌은 비록 악인이기는 해도, 배신을 밥 먹듯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저놈의 아비 홍대순, 저놈 홍복원, 그리고 저놈의 아들 홍다구, 손자 홍중희까지 대를 이어 역신 집안이다.
저놈의 아비인 홍대순은 몽골이 쳐들어오자마자, 싸움도 해 보지 않고 무조건 항복했다.
더 나아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적극적으로 몽골을 도왔다.
그리고 홍복원 역시 몽골의 1차 침입 때 무조건 항복했고, 아비처럼 몽골군을 도와 고려를 침공하는데 앞장섰다.
그 후에 반란을 일으켰다가 패하자 몽골로 도망쳐 고위 관리가 되었다.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듯, 이 시대의 전장에서는 싸움에서 질 수도 있고, 지면 어쩔 수 없이 투항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항한 후에 바로 배신을 때리고, 적군의 앞잡이가 되어 지금까지 아군이던 대상을 공격하는 놈을 어찌 용서해?
절대로 저놈은 용서할 수 없다.
아직 그런 죄를 짓기 전이라고?
“응? 뭐라고?”
김웅겸이 뭐라고 했는데, 생각에 빠져 있느라 듣지 못했다.
“아, 훌륭한 청년들 아니냐고 말씀드렸습니다.”
“왜?”
“자신들도 고려군으로 함께 싸우고 싶다고, 타국에서까지 지원을 해 온 걸 보면 대견하게 봐야 할 것 같아서요.”
‘대견하지 않아. 배신 때릴 놈이야.’ 이렇게 말해야 하는데, 그저 웃기만 했다.
그런데 고려의 사람이 왜 산둥성에 나타난 거지?
멀리서 보긴 했어도, 아직 여물지 않은 얼굴의 20대 초반으로밖에는 볼 수 없었는데, 혹시 벌써부터 몽골의 첩자 노릇을 하는 것인가?
“설가빈, 인주가 어디야?”
회의실에 자리를 잡고 앉을 때, 인주 도령이라는 말이 기억나서 물었다.
도령(都領)은 그 지역의 토호로서 해당 지역의 군을 통솔하는, 전방의 접경 지역에만 있는 특이한 형태다.
“현재의 의주 지역에 있는 작은 고을입니다. 대장님.”
유진이와 설가빈이 마주 보더니 유진이가 대답했다.
김웅겸은 병사 한 명에게 태영이 시킨 것을 지시하고 나서 인주는 왜 물을까 하는 의문을 담아 태영을 바라보았다.
“김 군단장.”
“네, 대장님.”
“의주 지역이 터전인 사람이, 왜 여기에 와서 사포군에 입대하겠다고 할까?”
“누가요? 아까 그 고려인들이요?”
“응.”
21세기처럼 교통이 원활한 시대가 아니다.
의주에서 이곳 산둥성으로 오려면, 발해만을 따라 빙글빙글 돌아야 하기에 길이 3천 리가 넘는다.
호버리로 이동하는 것도 아니고, 백상 같은 철선으로 이동하는 것도 아니기에 이 시대의 목선으로 바다를 건너온다면, 서해를 건너는데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 험난한 길을 따라 왜 하필 산둥성까지 와서 입대를 희망하는 거지?
“아, 그건 좀 이상하네요.”
“도망자일까요? 아니, 도망자이면 군문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아야 정상인데, 정말 이상하네요.”
옆에 앉은 창룡 사단장 박준환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문을 표했다.
“그렇지?”
“혹시, 아까 그 무리들 중에 아는 얼굴이 있었습니까?”
김웅겸이 그리 물으니, 대화의 방향을 틀려고 했던 것이 어째 더 꼬이게 된 느낌이다.
“아까, 그 사람들을 좀 주의 깊게 관찰하라는 이유가 그거 때문이니까, 그 이야기는 관찰한 내용을 가지고 다시 하지.”
“네, 알겠습니다. 창천 군단 진군 계획 보고는 언제 드리면 되겠습니까?”
“지난번의 내용 외에 바뀐 것이 많은가?”
“큰 차이 없습니다. 웨이팡이나 밀주 지역에 정찰을 보내서 그쪽 상황이 어떠한지 조사를 좀 했고, 세부적인 부분은 그 내용을 기준으로 사단장들이 알아서 하도록 했습니다.”
“그럼, 알아서 해. 지금처럼 사단장들에게 자율권을 충분히 주는 것도 좋아.”
“네, 그리하겠습니다.”
“그런데 5군단에서 말이야.”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거기는 우리 생각과는 조금 다르게 진행을 하더라구.”
똑똑~
“들어와.”
누가 왔는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회의를 하는 것이 아니기에 들어오라고 했다.
“충성.”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창천 군단 상황실 책임자인 손동기와 낯이 익은 얼굴 두셋이 함께였다.
“잔디 언니.”
경례를 마치자마자 반갑게 잔디를 부르며 달려가는 저 녀석은 채민이다.
월이의 편지를 받고 진상 조사를 하러 간 향촌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총으로 그곳의 가병을 죽인 후에 온몸을 떨며 눈물을 흘리던 그 아이인데, 이젠 어른이 된 것 같다.
“정보 1과장이 채민이었어?”
“네, 대장님. 벌써 저 아이가 군문에 들어온 지 벌써 7년째입니다. 그리고 똑똑하고 상황 분석이 뛰어나구요.”
태영이 기억하는 채민이 월이의 고향인 향촌에 갔을 때가 16세였는데, 그렇게 보면 올해 23세이니 여전히 어리지만, 군 생활 7년이면 베테랑이다.
그래서 그런지 얼굴에 나이에 따른 성숙미와 단단한 군인의 면모가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부실장 언니.”
송한이에게 거의 달려가 안기다시피 포옹을 하는 저 아이는 박가을이다.
신사에서 송한이와 함께 구해 왔는데, 고향이 여수 인근 어디라고 했던 것 같다.
“그래, 가을아, 너무 반가워.”
송한이가 반갑게 맞으며 포옹을 했다.
창천 군단이 산둥반도에 자리 잡은 지가 2년이 지났고, 그 후로는 자주 볼 수가 없었을 테니, 반갑기는 할 것이다.
유시완과 이잔디 둘이서 5군단이 그 지역의 여진 군사들을 몰아 정리해 가는 것에 대한 설명을 했다.
창천 군단의 모두는 그 방법이 일리가 있다며 수긍했다.
“그런데, 백상 4척이 보이던데?”
“아, 그 중에 2척은 창해 사단 쪽에 주둔하는 초계함인데요, 신도익과 송복기 두 사람이 송나라 북부 해안의 수군과 해적 현황 조사를 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초계함 2척이 명주에서 해안을 따라 이동하면서 조사를 하고, 어제 이곳에 기항했습니다.”
“아, 그래?”
신도익과 송복기가 송나라의 북부 해안 지역을 어떻게 점령할지에 대한 준비를 시작한 모양이었다.
남부 해안의 상황은 한서윤이 오면 대략 들어 볼 수 있겠지만, 급할 것은 없다.
***
“대략, 어떻게 편이 되는지 확인을 해 봤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 김웅겸을 포함해 몇 사람만 앉아서 낮에 본 고려인 입대 희망자들에 대해 채민에게 물었다.
“네, 전체 12명인데, 다섯, 둘, 둘, 셋 이렇게 무리 지어 있고, 다섯은 무력이 제법 출중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섯?”
“네, 그 다섯이 이루는 무리에 홍복원이라는 젊은이가 있습니다.”
“각각 이름들이 어찌 돼?”
“대장님.”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고 약간 굳은 얼굴로 태영을 불렀다.
“저희가 고려의 양민을 구금한 상태인데, 입대 신청을 받아 주든지 아니면 내보내 달라고 소리소리 지르고 있습니다. 무언가 조처가 필요합니다.”
말은 저리하지만, 입대하겠다고 찾아온 고려의 양민들을 아무 이유 없이 구금했으니, 이제 풀어 주면 어떠냐는 의견을 내는 것이다.
“그래, 알았어. 그런데 홍복원 말고 나머지는 이름이 어찌 돼?”
“음.”
채민의 의사에 상관없이 다시 물어보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폈다.
“홍백수, 진정래, 변제동, 왕광진. 이렇게 5명입니다.”
어? 홍복원이라는 이름에 늘 따라다니는 필현보가 없다.
그리고 왕씨라니, 왕광진이 혹시 고려 황실과 핏줄의 한 가닥이라도 까마득히 먼 곳에서 연결된 놈일까?
“혹시 필현보라는 이름은 없었나?”
“없었습니다.”
거 좀 이상하네.
이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해.
“다른 자들은 조금 더 그대로 두고, 방금 호명한 다섯은 옥에 가둬. 반항하면 사살해도 좋아.”
“네?”
“즉시.”
“넵, 알겠습니다.”
태영의 단호한 말에 회의실에 앉은 몇 사람은 다들 놀란 표정이다.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어서 조금의 보충 설명이 필요해 보였다.
“홍대순이라고 알아?”
지시를 받은 채민이 회의실을 벗어나기 전에 태영이 물었다.
“……?”
질문을 받은 채민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표정으로 그 사람이 누구인데요? 하고 물어왔다.
알 리가 없지.
“김 군단장이나 사단장들은?”
“……?”
이들도 당연히 모르지.
1군단이나 2군단처럼 고려의 전방에 배치된 고려군에서는 알 수도 있겠지만, 창천 군단의 병력은 모두 사포와 율촌, 또는 그 인근 출신이다.
거기에 사포군에 들어오기 전에는 고려 정부군과 조금도 접점이 없었으니, 전방 지역의 인물들을 알 리가 없다.
“고려를 배신하고 몽골에 붙어먹은 놈.”
더 이상 궁금증으로 목이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말을 했다.
“홍복원과 홍복수는 몽골의 앞잡이인 홍대순의 아들이야.”
“아…….”
그때서야 다들 납득이 간다는 표정들이다.
“그런 아비에게 배울 것은 뻔하겠군요.”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말을 한 사람은 채민이 가장 먼저다.
저 대답은 연좌제에 대한 이 시대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 주는 것이지만, 사실상 대를 물려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것이 21세기와는 다른 점이다.
이 시대에 와서 살면서 태영이 많이 놀라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21세기에서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나?
“그러네. 의주 지역이 터전인데 여기 와서 입대 운운하는 것은, 음…… 첩자질을 하려는 것이네.”
김웅겸의 언성이 살짝 올라갔다.
“채민, 꼭 살려서 포박해.”
“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섯 모두.”
김웅겸의 지시에 채민이 대답하고 밖으로 나갔지만, 김웅겸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장님, 그놈들 낯짝을 좀 봐야 하겠습니다.”
“그래, 가 보자고.”
사실상 태영이 뒤따라가면 살리니 죽이니 할 것도 없다.
대기실로 만들어진 강당에 장정 12명이 의자에 앉아 있다가 채민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험악한 얼굴로 일어섰다.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오? 우릴 가두어 두다니.”
문이 열리자마자 낯선 얼굴의 20대가 노한 음성으로 소리를 질렀다.
목소리가 탁하면서 도망치는 쥐의 찍찍거리는 소리 같은 느낌인데, 상당히 귀에 거슬렸다.
“그 입 다물어라.”
채민이 들어서자마자 억양의 고저 없이 평범하게 말했다.
“뭐요?”
“왜 우릴 가둬 놓는 것인데?”
“야!”
“계집년이.”
다들 한마디씩 내뱉었는데, 마지막 말이 귀에 거슬린 듯 채민이 권총을 뽑아 들었다.
얼굴이 까맣고 새 눈처럼 작은 눈에 입이 촉새처럼 생긴 자다.
조금 전에 문을 열고 들어설 때 소리치던, 귀에 거슬리던 그 목소리다.
철컥~
권총의 슬라이드를 당겨 장전하는 소리가 들렸고 총을 들어 올렸다.
“변제동, 그 말, 다시 한번 해 봐.”
그리고 계집년이라고 말한 자의 눈앞으로 총구를 돌리며 낮게 말했다.
하, 안 본 사이에 채민이 많이 강해졌는데.
“뭐라? 이 계집년이.”
그자가 품 안으로 손을 넣어 단검을 꺼내 들며 네까짓 것이 하는 표정으로 소리치며 단검을 검집에서 뽑아냈다.
탕~
채민이 태연하게 그자의 눈을 보고 있는 상태로 발등에 총을 한 발 쏘았다.
“으악, 으아아아아악~”
무슨 소리인지를 모르는 강당의 사람들은 귀를 막으며 비명을 질러 댔다.
“으아아아아.”
발에 총을 맞은 자는 그제야 느껴지는 고통에 몸이 뒤로 넘어지며 발을 잡고 굴렀다.
“이 안에서는 말을 조심해라. 너희들이 살던 곳과는 다른 세상이다.”
그렇지.
살고 있던 세상이 다르다는 저 말이 딱 맞다.
“뭐시라.”
총을 맞은 자의 주위에 있던 다른 자들이 눈을 맞추더니 품속에서 다들 단검 하나씩을 꺼내 들었다.
모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새파란 애송이들이다.
아니, 태영의 시각으로 그럴 뿐, 이 시대에 20대 초반이면 무력으로 날리는 나이이기도 하다.
“칼을 뽑으면 모두 죽여 주마.”
철컥~철컥~
강당 안에서 이들을 지키던 병사들이 진총의 노리쇠를 당겨 그들에게 총구를 돌렸다.
그때쯤, 강당 안에 피 냄새가 확 번져 올랐다.
“으아아아, 이게, 이게 뭐? 이게 뭐야?”
쓰러진 자가 자신의 발에서 흘러나온 흥건한 피를 그제야 제대로 본 모양이다.
“뇌성후필사(雷聲後必死). 천둥소리가 들리면 한 명이 죽는다.”
그때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강당에 대기하고 있던 12명 중 한 명이 했는데, 상당히 묵직하게 들렸다.
한자어로 말한 단어에 한 명이라는 말을 대신하여 반드시, 라는 뜻이 들어 있는데, 죽는다는 것에 방점을 두고 한 말이리라.
태영이 그쪽을 돌아보자 3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그러나 복장으로 봐서는 걸인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을 만큼 남루한 옷을 입었다.
그나마 옷매무새가 단정하고 머리를 말총머리로 깔끔하게 묶고 있어서 걸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정도다.
“이름.”
그를 쳐다보며 태영이 물었다.
“이태경이라 하옵니다.”
하, 말투 봐라.
저자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게 왠지 평범하지 않다.
“이태경, 박중로. 그리고 김우택 세 사람은 일행입니다.”
채민의 그 말에 이태경이 채민에게 시선을 주며 의아하다는 표시를 했다.
네가, 우리 셋이 일행인 것을 어찌 아느냐 그런 의미 같기도 하다.
“고려의 남쪽에서 왔다 하여,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와 보았는데, 우리를 받아들일 마음이 없는 모양이니, 이만 가도 되겠소이까?”
이태경의 무리 끝에 서 있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람이 물었다.
채민에게서 이름이 불린 세 명 중 한 명이다.
“안 돼.”
“……?”
질문을 했던 사람은 채민의 그 말에 왜? 하는 의문을 눈빛에 실어 보냈다.
“그대들의 과거 조사가 필요하다. 그런 후에 결정하겠다.”
“그와 상관없이 꼭 나가고 싶은데.”
“가능해. 다만 목은 내놓고 가야 될 거야.”
별로 큰 소리는 아니지만, 채민의 거역할 수 없는 목소리다.
하, 진짜 강하게 바뀌었네.
잔디에게 안겨 들며 보여 주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한마디 한마디가 똑 부러졌다.
“아까울 것도 없는 목숨이오. 그렇다고는 해도, 그리 쉽게 목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니 각오해야 할 거요.”
그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역시 품속에 숨겨 두었던 단검을 꺼냈다.
고저가 많지 않은 침착한 목소리에, 조금 전 총소리와 함께 발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것을 보았음에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한번 붙어 보겠다는 행동이었다.
아까울 것도 없는 목숨?
저 단어를 어떤 의미로 입 밖에 꺼냈을까?
이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 갔다.
몸에서 풍기는 잘 단련된 움직임은 평범하게 농사를 지어 온 사람들이나 상인들이 아니라고 말해 주고 있기도 했다.
그렇다면?
“박진하, 그리고 한규장.”
태영이 조용하게, 그러나 모두가 들릴 만큼의 톤으로 말했다.
“…….”
단검을 꺼냈던 자가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태영을 바라봤다.
“…….”
“…….”
“그분…… 그분을 알고 있습니까?”
이태경이 태영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이태경이 말하는 그분이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