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13
313. 누구? 홍복원?(3)
“그것이 궁금하면, 무기를 거두고 기다려라. 저들이 먼저다.”
태영은 홍복원 일행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아느냐고 묻는 그분이라는 사람이 박진하가 맞으면, 지금 몽골을 정벌 중이고, 한규장이라면 왜국을 정벌 중이다.”
이태경이 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김웅겸이 했다.
태영이 입 밖으로 낸 이름 앞에 저들이 보여 준 아주 작은 행동에서 무언가를 느꼈던 것이다.
“하.”
“하아.”
“아아.”
세 사람의 입에서 탄식이 비슷한 시간에 흘러나왔다.
그래, 역시 맞았어.
찾아내지 못한 충의지인들 중에 보나마나 저들의 이름이 있을 것이다.
상당히 많은 숫자가 송나라나 금나라, 동하와 동요 등으로 도망갔을 것이라 짐작하기는 했다.
그리고 전장에서 류공진을 만났듯이 이렇게 만나질 수도 있다.
태영은 홍복원의 표정을 살폈다.
놀라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지만, 몽골을 정벌 중이라는 말에 표정이 확 바뀌었고 풍기는 기세도 완전히 달라졌다.
‘예상이 맞았군. 저놈은 아직 발아하지 않은 역신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어.’
품에서 칼을 꺼냈던 자가 다시 품속으로 칼을 갈무리했다.
“기다리겠습니다.”
박진하와 한규장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저렇게 재빠른 태세의 전환이라니.
“저 다섯 포박해. 몽골의 간자 혐의다.”
태영은 채민의 옆에서 진총으로 다섯을 겨누고 있는 병사들에게 지시하고 말을 덧붙였다.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
몽골의 간자 혐의라고 하니 주위의 다른 사람들이 슬금슬금 그들을 피해 이동했다.
‘어 그럼, 우리가 지금까지 몽골의 간자들과 같이 있었던 거야?’
‘젊은 놈들이 적국에 나라를 팔아먹어?’
‘휴, 진즉에 밝혀져서 다행이야.’
같은 수군거림이 들렸다.
병사들이 칼을 버리고, 엎드려 같은 고함 소리와 함께 다섯이 포박되었다.
“대장님, 옥에 가두어 두겠습니다.”
“그래, 사다리 묶기로 묶어 둬.”
“사다리 묶기. 네, 그리하겠습니다.”
채민이 씩 웃더니 대답하는 말끝에 입모양으로 ‘너흰 죽었어.’라고 했다.
사다리 묶기.
긴 장대에 발목을 묶고, 손을 머리 위로 올리도록 한 뒤에 손목을 묶는 방법이다.
사람이 사다리의 기둥 사이를 걸치는 발받침이 되는 모습.
장대의 양쪽 끝에는 역시 장대로 발받침을 묶어 두어서 팔을 내리거나 다리를 오므리지 못하도록 하여, 꼼짝달싹 못 하게 하는 포박 방법이다.
“고생 좀 하겠군.”
강당 벽에 기대선 김웅겸이 중얼거렸다.
고생?
고생이라는 말 정도는 아주 사치스러운 것이라는 걸 조만간에 가르쳐 줄 건데 고생이라니.
“정보과장.”
“네, 대장님.”
창천 군단의 병력이 아닌 민간인들이 있어서 이름을 부르지 않고 직책으로 불렀다.
“저 세 사람은 회의실로 데리고 갈 테니, 남은 네 사람은 각각 신상 확인을 하라고 하고, 회의실로 오도록.”
“넵, 알겠습니다.”
“세 사람, 따라와.”
세 명은 말없이 태영 일행을 뒤따랐다.
“앉아.”
대회의실에 도착하자 세 사람에게 자리가 만들어졌다.
세 사람은 어떻게 보면 당당하고, 또 어떻게 보면 뭔가 모르게 위축된 모습이 혼재되어 보여서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
“박진하 중낭장께서 몽골을 정벌 중이라구요? 어떻게 몽골을 정벌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입니까?”
“이름이 뭔가?”
“전 용호군 교위 김우택이라 하옵니다. 그리고.”
신분을 노출해도 괜찮다고 판단한 것인지 태영의 질문에 이전의 소속을 말했다.
“전 용호군 대정 이태경입니다.”
“전 응양군 대정 박중로입니다.”
두 사람이 각각 자신의 전 소속과 이름을 말했다.
“고초가 많았을 것이라 짐작되지만, 왜 이런 모습인지 설명해 봐.”
세 사람의 이야기가 두서없이 나왔고, 류공진의 이야기나 박진하의 이야기와 비슷한 통한의 아픔을 지닌 이야기들이다.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은 순전히 홍복원 때문이란다.
상단에서 일을 하던 중에 우연한 기회에 고려 말을 하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그것이 어제.
고려군은 아닌데, 고려 말을 쓰는 군부가 있으니, 지원해 보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고려군이 아니라면 자신들의 과거가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도피의 심정으로 오늘 찾아오게 되었다는 것이 이 사태에 대한 전말이다.
참으로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지만 잘 찾아온 것이다.
“개경으로 돌아가도록 해. 군단장은 누구 시켜서 이 사람들 내일 개경으로 데려다주고.”
“네, 그리하겠습니다.”
“대장님.”
김우택이 간절한 눈빛으로 태영을 불렀다.
“왜?”
“충의지인 말씀은 너무나 감사하옵니다. 다만, 우리 셋 중에 한 명만 개경으로 돌아가서, 충의지인 관련 일과 가족을 찾는 일을 하고, 둘은 박진하 중낭장을 뵈었으면 합니다.”
“그들은 지금 몽골에 있어.”
“몽골을 가다가 죽어도 좋습니다. 그분을 만나 뵐 수만 있다면.”
세 사람이 간절한 눈으로 태영을 쳐다보았다.
참, 목숨을 쉽게 던진다는 생각이 또 드는 이유는 뭘까?
“대장님.”
태영이 대답을 하지 않고 망설이자 유시완이 불렀다.
“그렇게 하시지요. 이들에게는 박진하 3군단장을 만나는 일도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좋아. 그렇게 하지.”
유시완의 말을 듣고 간단하게 결정을 내렸다.
“대신, 해결해 줘야 할 일이 있다.”
“네, 말씀하십시오.”
“박진하의 아들 박지석이 살아 있다는 것을 전 안북 도호부 송기주 낭장으로부터 들었다.”
“네?”
“그것이 정말입니까?”
“그래, 지금은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지만, 누구든 개경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박지석을 찾아. 내가 별감에게 보내는 서신을 써 줄 테니 별감에게 주면 모든 지원을 해 줄 것이야. 그리고 류공진을 만나서 의논을 좀 해 보도록 해.”
그렇게 일단락이 되었다.
똑똑~
“들어와.”
“충성, 정보 2과 최치규, 홍복원 일행 문초 결과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래.”
문초와 심문은 사실상 같은 의미이지만, 문초라고 하면 고문이 포함된 것 같고, 심문은 어감상으로는 고문을 하지 않을 것 같은데, 뭐가 다를까?
“홍복원과 그 일당은 몽골의 고위직을 탐내어, 우리 측 정보를 몽골에 넘기기 위해 입대하고자 한 것이 맞습니다.”
“몽골 쪽과 사전 교감이 있었나?”
“그것이, 동요의 요양부에 체류 중인 몽골 사신 중에 한 명과 약조가 되었다 합니다.”
어떤 놈과 그따위 약속을 했는지 모르지만, 양쪽 다 끝났군.
“그리고?”
“영성 기지에서 모든 정보를 넘기고, 이들 중에 셋은 몽골군이 고려를 공격하는 시점에 맞추어 탈영 후, 몽골군에 합류키로 되어 있다고 실토했습니다.”
그럴 것 같더라.
“그럼 둘은?”
“둘은 영성 기지에 계속 남아 이후의 정보를 넘기기로 했다 합니다.”
진위는 중요하지 않다.
설사 심문을 하는 중에 고문을 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고문을 해서 밝혀냈다고 해도 상관없다.
역사 속에 몇 번이나 언급된 배신자인데, 죽여 버릴 핑계만 있으면 된다.
***
“대장님, 시장님하고 실장님께서 오고 계십니다.”
다음 날 아침 식사 후에 김웅겸과 사단장들이 앉아서 담소 중인데, 설가빈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래? 아직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네, 100킬로 전방이라고 했습니다. 곧 도착하실 것입니다.”
영성 기지는 바닷가에 있어서 무전기의 통달 거리가 상당히 길다.
설가빈이 전달하러 온 시간도 있으니, 100킬로라고 해 봐야 10분 안에 도착할 것이다.
“나가 보실 거죠?”
“그래야지. 금방 다시 출발할 거지만.”
푸다다다다다~
헬기장으로 가고 있는데, 벌써 호버리의 블레이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헬기장에는 3군단의 호버리가 질서 정연하게 줄지어 서 있는데, 그 중에 한 대가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서 있고, 병사들이 부근에 서 있다.
이태경과 박중로, 그리고 김우택이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충성.”
태영과 김웅겸 등이 오는 것을 본 병사들이 경례를 했다.
“개경, 아직 출발하지 않았나?”
“네, 군단장님. 곧 출발할 것입니다.”
김웅겸의 질문에 한 명이 대답했다.
“왜 아직?”
“넵, 저 세 사람의 작별이 좀 길었습니다. 그리고 호버리에 타는 것에 겁을 먹은 것도 있고, 이게 뭐냐는 질문이 많아서 좀 늦어졌습니다.”
그가 가리키는 사람은 김우택 무리다.
하긴 하늘을 날아가는 것에 대한 공포는 적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푸다다다다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 11호기와 12호기, 21호기와 ⑤01호기와 ⑤02호기다.
호버리 식별 부호를 붙이다가 정규하의 실수로 만들어진 촌극이었지만, ①②③④⑤ 등으로 시작하는 번호는 모두 사포군에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1자리 숫자는 태영이 사용하고, 2자리 숫자는 모두 사포 광역시에서 사용하는 번호이다.
“대장님.”
정하연이 호버리 입구에서 고설하와 나란히 걸어오고, 그 뒤를 나이 어려 보이는 비서진과 정규하까지 따라왔다.
“어서 와. 애들은 데리고 오지 않았네.”
정하연과 가벼운 포옹 후, 고설하와도 포옹을 했다.
“저도 왔습니다.”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한서윤이 보이고, 뒤에는 언제나 함께 있던 한설을 대신하여 처음 보는 얼굴 한 명과 이전부터 데리고 있던 아이가 보였다.
역시 쌍둥이는 데려오지 않았고, 그 둘은 한설이 보고 있는 모양이다.
“어서 와.”
“네.”
한서윤은 태영의 품에 폭삭 안겼다가 떨어졌다.
“어서 오십시오, 시장님. 실장님.”
“반가워요, 김 군단장.”
김웅겸의 인사에 정하연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정규하, 너도 왔어?”
“네, 대장님. 저는 여기에서 돌아갈 겁니다.”
하기야 사포에서 오건, 명주에서 오건 호버리로 이곳까지 오면 1시간 30분이다.
“대장님, 저희도 왔습니다.”
그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원년 멤버인 눈이와 가림이가 12호기 쪽에서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설마 너희들, 몽골에 따라가겠다는 건 아니지?”
“그럼요. 저희는 시장님이 장도에 오르는 것을 환송하러 왔으니, 규하와 함께 여기서 사포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 뒤쪽으로는 신도익을 위시하여 창해 사단의 간부들 몇이 보였다.
“충성.”
“어서 와.”
“장도에 고생이 많으십니다, 대장님.”
“자, 들어가지. 그렇지 않아도 그쪽의 이야기를 좀 듣고 싶기도 했어.”
개경으로 출발하는 호버리가 이륙하고, 사포와 상산에서 온 사람들이 대회의실로 들어갔다.
대회의실이 크긴 하지만, 거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사람이 많다.
***
“여기 일몰이 사포의 일몰과는 또 다르네요.”
떠들썩한 하루가 지나고 저녁 식사까지 끝이 나서야 조용해졌다.
숙소의 거실에 다섯이 자리했다.
거실의 창으로 보이는 일몰 풍경이 제법 장관이다.
“일출이 더 좋아.”
“오늘 아침 사포의 일출은 정말 장관이었어요.”
태영의 대답에 한서윤이 황혼에 젖어 가는 창밖을 보면서 말했다.
전쟁을 하러 가면서 이렇게 한가로운 모습이라니.
이렇게 다섯이 한꺼번에 함께 있는 일은 많지 않은데, 이번에 정하연과 한서윤이 몽골 전에 참여하겠다고 하면서 전체가 한자리에 모였다.
“우리 다섯만 있을 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어.”
“어떤 이야기인데요?”
“여진과 청나라.”
“아, 저는 아직 그쪽까지는 공부를 못 했어요.”
태영의 말에 송한이가 계면쩍은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맨날 서방님 곁에 그렇게 따라다니느라 공부할 시간이 있어야 말이지. 언제쯤 공부를 좀 할 거야?”
정하연의 핀잔이지만, 나무라는 것은 아니다.
“걱정 마. 앞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될 거야.”
“어떻게요? 저렇게 서방님에게 찰싹 붙어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데.”
“이번에 설하를 오라고 하고, 수행원을 두셋 정도 데리고 오라고 한 이유가 뭐겠어?”
“왜? 뭔데요?”
정하연의 질문에 송한이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랫배를 살짝 문지르고는 자리에 앉았다.
“어?”
“정말이야?”
아직 2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니 표시도 나지 않지만, 방금 한 행동에서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자자,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여진과 청나라 이야기로 돌아가자.”
태영이 소란을 정리했다.
“송국이 멸망 후에 몽골의 원국, 그리고 그 후에 건국된 명국이 망하면서 여진이 청국을 건국하고, 고려의 후신인 조선에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고통을 주었지요.”
고설하의 말이다.
“맞아. 역사 공부 많이 했네?”
“네, 둘째 성님이 정리해 둔 극비 등급 역사서에 있었습니다.”
극비 등급 역사서.
사실상 태영이 21세기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 네 사람이 아니면 그 누구도 봐서는 안 되는 책이다.
사포군의 많은 사람들, 비서실과 사포의 각 부처의 많은 사람들의 공부가 늘어나면서, 미래를 미리 알고 대처해 나가는, 이해할 수 없는 태영의 능력에 대한 의심을 하고 뭔가 유추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태영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유추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유추하는 것과 기록을 보고 유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다르다.
“그래, 동요에서 이리로 오던 중에 요약된 기록을 보다 보니 이런 기록이 있었어.”
“네. 어떤?”
“1234년 금 멸망, 개봉부에서 최후, 4천만 명 학살.”
“사천만 명?”
태영의 말에 모두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고려의 인구가 얼마나 됩니까?”
정하연의 질문이다.
“대략 3백에서 4백만 명 사이.”
인구 센서스 같은 일을 하지 않으니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하는 것은 어차피 대충이다.
“고려의 인구를 4백만으로 잡았을 때, 4천만이면 10배인데.”
“금 멸망은 누가 한 일인데요?”
“몽골.”
“그럼 몽골이 여진인 4천만 명을 죽인 것입니까?”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