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19
319. 내가 수부타이다(2)
“네?”
태영의 한마디에 설가빈이 돌아보는데, ‘그놈이 누구인데요?’ 하는 표정이다.
발음이 수보테 같기도 하고, 수부테이 같기도 하고, 수베테 같기도 하다.
묶여 있어서 발음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각국의 언어는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고, 그것을 변환하거나 번역하는 과정에서 발음이 이상해지거나 표기가 이상해지는 일은 흔히 발생한다.
일본 사람에게 ‘I’m 32 years old.’를 읽어 보라고 하면, ‘아이무 싸티츠 이아즈 오르도’라고 발음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영어인데, 영국 사람이나 미국 사람은 절대로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물론 한국 사람도 알아듣지 못하고, 오직 일본 사람만 알아듣는 영어다.
‘Game’은 ‘게무’, ‘Brother’는 ‘부라쟈’라고 말하는 것처럼, 몽골어와 중국어 사이에도 있을 것이다.
그런 차이를 감안하고 들었을 때, 저놈이 수베테라고 말한 이름이 수부타이라면 이건 대박이다.
“수베테이, 수보테이, 수보타이, 수부타이?”
설가빈은 태영을 쳐다보면서 비슷하게 발음이 가능한 말을 했다.
그렇게 약간 말을 늘이니까 수부타이라는 이름과 정말 유사하게 들렸다.
“수베테가 어떤 부분에서 나온 말이야?”
“너희 지휘관이 누구냐는 질문에서 여러 이름이 나왔는데, 그 중에 하나입니다.”
설가빈의 대답이다.
“그래, 맞네.”
이 당시에 몽골족의 글자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후세의 사가들은 한자로 기록했을 것이다.
몽골어 수베테라는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기 위해 가장 유사한 속불태(速不台)로 기록했을 것이고, 속불태를 한어로 발음하면 수부타이가 된다.
그것을 한국어로 그대로 기록했으니,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
“*&%$%^$.”
설가빈이 포로들과 나누는 몽골어가 귓전에 빙빙 돌았다.
수부타이가 호라즘을 정벌하러 갔다가 혹시 회군 중인가?
칭기즈칸이 세계 최강의 학살자라면, 수부타이 또한 그에 필적하는 놈이다.
몽골의 입장에서는 명장이면서 영웅이지만, 다른 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학살자 군대의 수장이다.
실제로 수부타이는 32개의 나라를 정복하고 멸망시켰으니까.
“젤메가 수베테의 형이냐고 물어봐.”
설가빈이 몽골어로 몽골군에게 묻는 중에 생각나는 이름이 있어서 확신을 갖기 위해 말해 주었다.
“네, 대장님.”
“%&*&%**젤메$%$”
“$%*$”
다시 무슨 소리인지 모를 대화가 몽골군 포로와 설가빈 사이에 오갔다.
유진이를 서윤의 곁에 보내서 영어를 배워 두라고 한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였다.
그래서 몽골어를 배운 저 아이가 지도 담당 비서관으로 오게 된 것이다.
“저러미, 자륵메, 젤메. 비슷한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설가빈이 서로 발음이 상이한 부분을 이리저리 발음해 보고는 맞다고 했다.
“수부타이 맞네. 그럼, 이놈은 반드시 잡아야 해.”
“반드시 잡아야 한다구요?”
옆에서 염소의 가죽을 벗기고, 불을 피우고 통구이를 할 준비를 하던 조현태가 태영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래.”
“그리 대단한 놈입니까?”
대단, 그래 아주 대단한 놈이지.
몽골의 세계 정복사를 말할 때, 수부타이를 빼놓고 말할 수가 없으니.
“몽골군에서 수부타이를 잡으면 몽골군 절반을 잡은 것과 비슷해.”
“와, 그 정도입니까?”
물론 뻥이 조금 과하게 들어가 있었지만, 그 정도 뻥이야 뭐.
태영이 테르에서 찾은 자료 중에서 4준4구(四駿四狗)라는 글자를 본 적이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네 마리의 충성스러운 개와 네 마리의 말인데, 말은 친구를 말함이고 개는 부하를 말한다.
칭기즈칸이 살아 있을 때 나온 말은 아닐 것이니, 후세의 역사가들이 붙였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네 마리 개새끼라니.
그 네 마리의 충성스러운 개에 수부타이와 수부타이의 형인 젤메가 있다.
다른 이름들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고려 침공 이전에 모두 죽고, 수부타이만 살아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
“그놈들 풀어 주고 왔습니다.”
쿠절트에 있는 본부에 도착했을 때는 73호기로 필현보와 그 일당을 고비 사막에 내려 주기 위해 사막으로 갔던 유시완이 도착해 있었다.
“고생했어.”
“그런데, 대장님. 사막에 사는 동물 중에 곰도 있습니까?”
“곰? 사막에 곰이 어디 있어? 그런 거 없어.”
“캬, 대장님도 모르시는 것이 있네요. 저기 한번 보십시오.”
‘야 이놈아, 난들 세상을 다 아냐?’
“뭐를?”
유시완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3군단 병사들이 빙 둘러선 중에 병사들의 사이로 황색 털을 가진 무엇인가가 흙바닥에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뭐지?’
유시완이 저리 말하는 걸 보면 곰을 잡아 온 것 같기는 하다.
“저거, 곰입니다.”
“곰이라고?”
그 말을 들은 태영은 병사들이 둘러선 쪽으로 갔다.
“진짜 곰이네.”
대충 2미터쯤 되어 보이는 몸길이에 황소처럼 누런 털이 제법 길어 보이는 몸체다.
“저런 놈이 사막에 있었다고?”
“네, 귀환하는 중에 조 중위가 쌍안경으로 앞을 보다가, 바위산이 있는 곳에 이상한 것이 움직이는 것 같다고 하기에 가 봤더니 저놈이 있지 뭡니까? 여러 마리 있었는데, 한 마리만 잡아 왔습니다.”
“총으로 잡았지?”
“네, 곰은 좀 위험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쐈습니다.”
“다녀오셨습니까?”
곰을 중심으로 둘러선 사람들 중에 박진하와 채송년도 있다가 태영에게 물었다.
“네, 잠시 후에 작전 회의 좀 하시지요. 중요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하시지요. 곰 구경도 다 했으니.”
태영의 말에 바로 시작하자고 한다.
내일 카라코룸을 포위하고 진행할 작전 계획은 모두 수립되어 있는 상태인데, 다시 작전 회의를 하자고 하니 뭔가 싶은 모양이다.
***
“모든 비행 전대, 준비 상황 보고하세요.”
잔디가 무전기를 들었다.
가장 먼저 301호기에서 답이 왔다.
수부타이 포획 작전에는 5사단과 기갑 사단의 호버리와 사포에서 온 11호기, 명주에서 온 21호기를 제외한 모든 호버리가 동원되었다.
3군단에서 동원된 병력의 숫자는 462명.
5만을 상대하러 가는 숫자로는 터무니없이 적다.
그러나 결코 적지 않다.
태영의 직할인 타격조를 제외한 3군단의 호버리에는 정원 42명 중에 호버리 운영 요원 3명을 포함하여 33명이 타고, 중기관총을 추가로 2대씩 더 실어서 모두 중무장을 했으니 충분히 할 만하다.
중무장한 3군단의 호버리 14대, 태영의 1호기를 비롯해 4대가 추가되어 총 18대가 동원된 대규모 작전이다.
거리상의 문제가 있어서 기갑 사단은 이번 작전에서 제외되었다.
순차적으로 각 사단의 호버리가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 저 뒤쪽에 신호용 깃발을 들고 호버리의 뒷문을 닫고 있는 341호기가 보였다.
무전기의 숫자가 충분하지 않아서 사단별로 1개씩 무전기를 가지고 있기에 사단장의 부근을 벗어나면 통신이 되지 않아 취하는 조치다.
“설가빈, 목적지 20킬로 전방에서 모두 분산 포위할 거니까, 위치를 잘 알려 줘야 해.”
“네, 걱정 마십시오.”
유진이도 그랬지만, 지리 부분에서는 설가빈이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아서 안심이 된다.
“자, 우리도 탑승.”
“잘 다녀오세요.”
이번 출정에는 한서윤만 동행하기로 했기에, 나머지는 모두 이곳 쿠절트에 남아 있다.
“김별이, 통신 잘 안 되면 상공으로 2~3백 미터 정도 올라오면 통신이 될 거야.”
“넵, 걱정 마십시오.”
송한이가 조작하는 레이더를 통한 정보 전달은 정찰조의 한 명인 김별이가 남아서 통신을 하게 될 것이다.
1호기를 시작으로 모든 호버리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수부타이라는 놈하고, 그 참모들만 잡으면 끝, 맞아요?”
“맞아.”
1호기가 이륙하자 서윤이 다시 한번 물었다.
“전투가 벌어지면 이거 부족할 수도 있겠는데요. 좀 더 가져올걸.”
호버리 한쪽에 놓인 쇠버리 봉지를 가리켰다.
“몇 개나?”
“저거 5만 개인데요.”
모자랄 수도 있겠다.
“내게 3만 개 정도 있으니까, 모자라면 그걸 사용하지 뭐.”
“그럼, 안심하고 뿌릴게요.”
“그래.”
“5분 후, 목적지 전방 20킬로 지점에 도착합니다.”
그때, 설가빈과 계속해서 얼굴을 맞대고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던 잔디의 목소리가 울렸다.
쿠절트에서 3진의 이동 지점인 바얀의 동쪽 위치까지는 직선거리로 160킬로.
호버리가 비행을 시작하면 20분 거리다.
출발 전에 3진이 이동 중인 위치는 쿠절트에서 레이더로 확인하였고, 비행 시간 20분 동안 몽골군이 전력으로 달리지 않는다면 이동 거리는 뻔하다.
“무전으로 모두 알려 줘.”
“넵.”
대답을 하는 잔디가 무전기를 들어 올려 보여 주었다.
아예 무전기 훅을 누르고 동시에 말한 모양이다.
“여기는 1호기, 작전 시작합니다. 각 전대 회신 바람.”
잔디의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311호기로부터 응답이 왔다.
북쪽을 맡은 1사단과 서쪽을 맡은 2사단이 먼저 편대 이탈 보고가 들려왔다.
“1사단, 무운을 빈다. 2사단 역시 무운을 빈다. 이상.”
다른 호버리에서도 무전이 연속으로 들려왔다.
박진하 군단장은 태영이 이동하는 방향으로 함께 갈 것이다.
“1호기, 동에서 3진의 전방으로 들어감. 이상.”
무전기의 훅을 누른 상태로 말을 마친 잔디는 창을 통해 각각의 호버리가 이동하는 것을 지켜보고는 쌍안경을 눈으로 가져갔다.
태영과 함께 적진을 누비고 다닌 기간이 오래된 잔디이기에 척하면 착이다.
“대장님, 전방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좋아, 다른 호버리들은 정지 상태 체공 요청하고, 1호기는 주위로 선회한다.”
“넵, 전달합니다.”
호버리 소리에 말들은 제멋대로 뛰고 달리고 넘어질 것이다.
아무리 몽골군이 말 훈련을 잘 시켰을지라도, 총소리와 호버리 비행 소리 같은 것은 들어 본 적이 없고, 대응 훈련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의 모든 몽골군들과 몽골의 말들은 예외 없이 호버리 소리에 모든 질서를 잊어버렸으니 동일할 것이다.
설가빈이 다시 무전기를 잡았다.
“타격조와 301호기, 302호기는 전방 3킬로까지 이동 후, 좌우 간격 100미터 유지하고, 고도 50에서 전방을 향해 체공 바람. 1호기는 적들의 가장자리 1회 선회 비행 시작함.”
‘라져’라고 답하는 저놈은 송준일이다.
대체 언제 저 말을 했을까?
분명, 태영이 저 말을 했으니 배워서 따라 하는 것일 텐데.
1호기가 선회 비행을 하는 가운데 밖을 보니 5만이라고 했던 무리답게 수많은 말들과 몽골군이 개미 떼처럼 깔려서 이동 중이다.
“와, 많다.”
저 넓은 황무지를 가득 메울 정도의 몽골군이 이동 중인데, 그 숫자는 셈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다.
처음에, 3진의 생체 수를 5만 정도 될 것이라 예측했지만,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많아 보인다.
이곳의 환경은 부레그 캠프 지역과는 완전히 다르다.
나무는 전혀 보이지 않고, 낮은 언덕에 간간히 잡초들이 눈에 들어와 초록색을 보이는 외에 시야에 보이는 모든 곳이 누런 황토 흙이다.
자세히 보면 자잘한 폐석이 섞인 황토 흙인데, 그곳을 5만 이상의 말과 사람이 이동하다 보니 뒤쪽으로 흙먼지가 가득하다.
“자욱하네.”
그 황토 흙 위에 수만 필의 말들과 몽골군의 모습이 마치, 시골의 어느 집 마당에 검은콩과 노란 콩을 뒤섞어서 가득 쏟아 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일으키는 흙먼지가 뒤쪽을 덮고 있으니 자욱하다는 말이 한 치도 틀리지 않는다.
“뒷문.”
태영의 말이 떨어지자 뒷문이 열리기 시작했고, 몽골의 사막 더위가 훅 치고 들어왔다.
푸다다다다~
블레이드 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었지만, 태영은 열리고 있는 뒷문 앞에 섰다.
그 옆으로 서윤이 다가와 섰다.
“저희도 준비하겠습니다.”
그 말을 한 박도원이 역시 1호기의 호위조인 강이찬에게 손짓했다.
두 사람은 각각 양쪽의 호버? 몸체에서 몸을 매다는 줄을 빼내서 자신의 벨트에 걸었다.
그리고 중기관총을 끌어내고 탄통을 툭툭 쳤다.
“준비~ 끝났습니다.”
“확성기 준비되었습니다.”
전화기를 개량한 확성기.
태영의 요청으로 정하연이 오면서 하나 싣고 왔다.
전화기의 송화기는 마이크, 수화기는 스피커로 사용하는 지극히 아날로그식 확성기다.
스피커에 해당하는 수화기 앞에 커다란 혼을 붙여 음을 증폭시키는 것이기에 앰프로 만든 확성기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효과는 상당하다.
“불러 봐.”
“넵.”
설가빈이 마이크를 잡고 으흠으흠 하고 목청을 가다듬더니 마이크 아래쪽의 스위치를 올렸다.
수보테이~
수부타이 에니헨베~
태영은 잘 모르지만, 저 말이 ‘수부타이 누구냐’라는 말이라 한다.
발음이 달라서 못 알아들을 수도 있으니 수베테, 수베테이, 수보타이, 수부타이를 모두 불러 보겠다고 했었다.
누구냐는 발음도 이 지역에서 사용되는 발음이 맞는지는 모르겠다고 했었다.
몽골은 지역이 워낙 넓은 탓에 발음이 제각각이어서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이 설가빈의 설명이었다.
확성기를 통해서 호버리의 밖으로 말이 울렸다.
수부타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부타이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여기다 총격을 해서 수부타이를 그냥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몽골군의 영웅이라면, 몽골의 사기를 꺾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저들이 항전하거나 도망가거나 해서 저곳에 중기관총으로 총격을 시작하면 대부분은 죽는다.
말이 죽으면 아깝다.
너무 비인간적인가?
훙훙훙훙훙훙훙훙훙훙훙~
블레이드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지만, 1호기는 몽골군의 가장자리 부분을 아주 천천히 이동했다.
사람이 걸어가는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가면서 아주 낮게 날았기에 바닥의 흙먼지가 극심하게 날렸다.
호버리의 소음으로 인해 말들이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히히히히힝~
다다다다닥, 다그다다다닥~
열려진 뒷문으로 보이는 풍경은 이전에 몽골군 진영의 위로 호버리가 날아갈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히히힝~
말이 날뛰면서 수십 명의 몽골군들이 말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고, 말들은 주인의 통제를 무시하고 달렸다.
그 와중에 말에서 떨어지는 몽골군과 서로 부딪치는 병사들로 아비규환인데, 한편으로는 말에서 내려서 말고삐를 잡고 당기기도 한다.
말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쓰다가 말이 진정하지 않자 말의 잔등에 올라타려다가 등자에 발이 걸려 질질 끌려가기도 했다.
수부타이 에니헨베~
설가윤은 다시 한번 수부타이를 불렀다.
“$%^* 수보타 &%$$$*&^&&$$$***
열린 호버리의 뒷문으로 블레이드 소리와 말의 울음소리, 말의 발자국 소리, 몽골군의 비명이 쉴 새 없이 들려왔다.
“응? 뭐지?”
그 사이에 누군가가 지르는 고함 소리가 들려오는데 그 속에 수부타이라는 이름이 붙어 왔다.
수부타이~
설가윤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한 듯 소리쳤고, 스피커에서 다시 크게 울려 나갔다.
“설가빈, 잠시 조용. 저기 고함치는 소리 들리지?”
“아, ‘내가 수부타이다.’라고 소리칩니다.”
귀를 기울여 듣던 설가윤이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