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20
320. 내가 수부타이다(3)
“그거 발음을 고친 거지?”
“네, 대장님이 말씀하신 기준으로 수부타이로 통일했습니다.”
태영의 눈에 열린 뒷문으로 수부타이라 외친 몽골군이 말 위에서 칼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복장에서 무언가 다른 특징이 있다.
여름이어서 덥기도 하고, 전투를 할 일이 없는 행군이기에 간편한 복장을 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래도 다른 몽골군 병사들과는 차이가 있다.
“저놈 말은 가만있네.”
“그렇습니다. 앞뒤로 왔다 갔다 하지만 그래도 가만있습니다.”
수부타이가 탄 말은 대체 훈련을 어떻게 했기에 이렇게 정신없이 혼란한 와중에도 뛰어나가거나, 앞발을 들어 올려 놀람을 표현하거나 하지 않았다.
거저 주춤주춤 앞뒤로 움직이며, 자신이 지금 매우 불안하고 두렵다는 표시만을 내고 있다.
“한 실장, 저놈.”
이제 한서윤이 본격적으로 활약할 시간이다.
“네, 잡아 올리죠. 조종사에게 저쪽으로 선회하라고 해 주세요.”
서윤의 말에 부조종사 뒤에 앉은 병사가 소리쳐서 갈 곳을 일러주었고, 호버리는 천천히 선회했다.
“저 한 놈만 잡을 거 아니죠?”
“대장님, 전방에 궁수들입니다.”
서윤의 말에 태영이 대답을 하기 전에 부조종사 정기수의 외침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쌍안경으로 보니 수백 명의 궁수들이 말에서 내려 말의 옆구리에서 활과 화살통을 빼내는 모습이 보였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누군가의 지휘를 받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미 현에 화살을 걸고 있는 몽골군도 있다.
하필, 저공비행에 속도 또한 느린 상태다.
화살이 안으로 뚫고 들어오지는 않겠지만, 저 수많은 화살을 맞으면 호버리 바깥의 동체에 구멍이 송송 뚫릴 수가 있다.
수백 발의 화살이 블레이드에 집중되면 추락 가능성도 있다.
“고도 상승. 전방 사격.”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지시를 내렸다.
저들이 진영을 갖출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화살을 현에 걸고 쏘아 낼 수 있는 그 짧은 시간을 놓치지 말고 적들에게 기선 제압을 해야 한다.
투다다다다다당~
투다다다다다~
중기관총 소리가 묵직하게 들려오며 호버리의 몸체가 더욱 진동했다.
병사들은 자신의 총에서 탄창을 점검하고 툭툭 치면서 낮은 숨소리를 토해 내며 전투 준비 모드에 들어갔다.
아아악~으아아악~
히이이잉~히히힝~ 따가닥딱다닥~히히힝~
으아아악~
묵직하게 울리는 중기관총의 총성이 잠깐씩 멈출 때마다, 몽골군의 처참한 비명 소리와 말들이 제멋대로 뛰고 달리며 내는 소리가 혼재되어 들려왔다.
“흩어졌네.”
동료들이 마구 죽어 나가지만, 왜 죽어 나가는지 알 수 없다.
하늘에 떠 있는 저것이 자신의 동료들을 죽이고 있는 것 같은데, 칼로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다.
분명 적은 적인데, 하늘에 떠 있는 저 적들을 공격하지 않을 수도 없고, 공격을 하자니 날개가 없다.
활로 공격하려 하는 사이에 자신들이 당했고, 그사이에 공중으로 솟아 올라가 버렸다.
“왜 여진과 다르지?”
태영은 다른 의문이 생겼다.
5군단이 공격하는 지역은 하늘을 날아가는 대상을 감히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했다.
하늘이 노하거나 귀신의 조화라고 치부했다.
‘그런 기대를 좀 했는데, 전혀 아니네.’
심지어 동하의 왕이라고 하는 포선만노도 그랬는데, 이들은 왜 역으로 공격을 할까?
“자, 정리를 좀 해야지.”
공격 시도를 했으니 상응하는 대가를 돌려주어야 한다.
“잔디, 모든 전대에 3분간의 공격 명령을 내려. 다만 우리가 있는 이곳은 제외하고.”
“넵, 대장님. 기다리던 바입니다.”
5만 이상의 말을 타고 있는 병력들이니 그 범위가 대단히 넓다.
이곳에 동원된 호버리 18대 중에 1호기를 제외한 17대가 3분간 공격하면 절반은 죽을 것이다.
상관없다.
“각 전대 들어라.”
태영이 대충 생각하는 사이에 무전기를 든 잔디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부터 몽골군을 공격한다. 말은 빼고 몽골군만 잡으면 좋겠지만 구분할 필요는 없다. 공격 시간은 3분, 공격 시작 3분 후 중단한다. 뒷문을 열고 무리에서 이탈하는 자도 잡도록. 이상.”
311호기부터 명령을 받았음을 알려 왔고, 71호기의 응답이 왔을 때는 이미 총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재앙이 내리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목소리.
그 말처럼 몽골군에게 재앙이 내리기 시작했다.
투다다다당~
중기관총 소리가 북소리처럼 들려왔다.
제법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렇게 들리는 것뿐이다.
투다다다당~투다다다다다~
으아아아악~
히이이이이잉~히히이이이이~
다가닥, 다다다닥~
사방에서 중기관총의 총성이 들려왔고, 비병 소리와 말울음 소리와 말 발자국 소리가 뒤엉키며 들려왔다.
“가빈아, 어떤 놈이 수부타이야?”
다른 곳은 시끄러웠지만, 총을 쏘지 않고 있는 1호기 안에는 블레이드 소리만 들릴 뿐인데, 서윤의 외침이 들렸다.
“고도가 높아지는 바람에 놓쳤습니다. 다만 저기 저쪽 무리 중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한곳을 가리켰지만, 그곳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무수히 많은 몽골군들이 뒤엉켜 있다.
“저기도 제멋대로들 움직이는데.”
“네, 복장이 조금 다르기는 했는데, 워낙 말들이 날뛰고 있어서 다 섞여 버렸고, 그래서 구분이 안 됩니다. 지금은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구요.”
태영도 궁수들을 돌아보느라 시선이 돌아간 사이에 놓쳐 버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활의 사정거리를 벗어나느라 고도는 이미 200미터쯤 올라와 있어서 태영의 육안으로도 보이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은 말하나 마나이다.
“아무래도 숨어 버릴 것 같은데. 내려가 봐요.”
서윤이 태영을 향해 소리쳤다.
“일단, 정리가 끝나면 고도를 내려서 다시 불러 보자.”
“네.”
3분간의 총격 시간이 끝났다.
이미 중기관총 소리는 멈추었고, 블레이드 소리만 요란한 상태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개미 떼처럼 움직이는 몽골군들이 중구난방으로 말을 달리고 있어서 흙먼지가 자욱했다.
드문드문 붉은 흙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몽골군들이 흘린 피가 미처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은 것 같았다.
수많은 몽골군의 시신과 말의 시신이 흙먼지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도 여전히 달리고 있는 주인 잃은 말들.
탕~
무리를 벗어나려는 누군가를 향해 쏘는 총소리가 들려왔다.
“어쩔 수 없지.”
말고삐에 발목이 묶였는지, 등자에 발이 끼었는지 제 주인을 매달고 마구잡이로 달리는 말들, 말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쓰는 몽골군들이 뒤섞여 있는 땅 위의 모습을 보니 인상이 찡그려졌다.
태영이 내린 명령으로 도출된 결과다.
“설가빈, 지금부터 우리를 공격하려 하면 모두 죽이겠다고 방송해.”
“넵, 대장님.”
대답을 한 설가빈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
“$%*%^&*%^&%$%^***%%%$.”
호버리는 천천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고, 그사이에 설가빈은 같은 말을 몇 번 반복했다.
타당~탕~
탕~
총소리는 가까운 곳에서 연속적으로 울려왔다.
중기관총의 총소리와 호버리의 소음에 놀란 말을 진정시키지 못해서 계속 죽어 나가는 모양이다.
수부타이 에니헨베~
설가빈이 공격 시의 대응에 대한 경고 이후, 다시 수부타이를 찾는 방송을 시작했다.
수부타이~
호버리가 천천히 선회하면서 계속해서 불렀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수분이 흘렀다.
천천히 이동한 거리가 제법 되었지만, 비명과 말 울음소리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자신이 수부타이라고 말한 몽골의 병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죽지는 않았을 텐데.”
궁수 부대를 처리하기 전에 자신이 수부타이라 외쳤던 그쪽으로 총격을 가하진 않았다.
그러니 죽었을 리는 없고, 군사들 속에 숨어 버렸다는 말이 된다.
“안 나타나면 전체를 놓고 협박을 하죠.”
잔디의 의견이다.
그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
“넵, 가빈아.”
태영이 승낙해 주자 곧바로 설가빈을 불렀다.
“네, 중령님.”
“수부타이가 나올 때까지, 방송 한 번에 백 명씩 죽이겠다고 해.”
백 명?
셀 수는 없으니 중기관총으로 대충 날려 버리겠다는 뜻이다.
나비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리면 초당 7발에서 10발이 발사되는데 평균 8발이라고 보자.
20초 동안, 아니 뒷문 열고 2정의 중기관총을 거치했으니 10초만 얹으면, 160발이 나간다.
지향 사격임을 감안하더라도 그 정도는 죽는다고 봐야 한다.
몽골이 고려를 침공했던 때, 강화에 들어앉은 황제와 무신 정권을 향해, 너희들이 나오지 않으면 고려 백성들을 모두 죽이겠다고 했던 것과 같다.
“넵,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x$%^&*%^&%^^&**&*&*$$”
대답을 한 설가빈이 방송을 시작했다.
“박, 강. 두 사람 지금부터 내가 손을 한 번씩 뻗을 때마다 10초간 적을 사살한다. 실시.”
잔디의 손이 열려진 뒷문에서 몽골군들이 흩어져 있는 곳을 향해 직선으로 뻗었다.
태영의 직속 부대 소속의 병사들은 태영으로부터, 몽골군이 진격하면 그 마을에는 어린아이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몰살시키는 경우가 다반사이니, 그놈들을 죽이는데 조금도 망설이지 말라는 교육을 수시로 받아 왔다.
그래서 몽골군에게 총격을 가하는 것에 조금의 망설임도,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실시.”
중기관총을 잡고 대기 중이던 박도원과 강이찬, 두 사람의 복창 소리와 동시에 총구가 몽골군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투다다다당~투다다다다다~
으아아아악~
히이이이이잉~히히이이이이~
총소리와 비명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저공비행을 하고 있으니 눈앞에 죽어 가는 몽골군의 모습과 그들이 죽어 가면서 안개처럼 피어나는 붉은 피가 선명했다.
수부타이~
총성이 멈추자 설가빈이 마이크를 잡고 다시 수부타이를 불렀다.
타다다다당~ 타다다다다다당~
잠시 기다리던 잔디의 손이 올라가자, 곧바로 총성이 울렸으며, 비명 소리가 난무했다.
저들로서는 대적할 방법이 없다.
한곳에서 활을 준비하여 공격하려던 무리들은 화살 한번 날려 보지 못하고 전멸을 당했다.
어떻게, 왜 죽었는지도 모른 채 산산조각이 나며 죽어 갔다.
다섯 번.
“수부게테이~”
수부타이가 나오지 않으면 한번 찾을 때마다 백 명씩 죽이겠다고 선포를 하고 중기관총을 난사하기를 다섯 번.
몽골군 무리 한가운데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 그놈 맞아?”
“복장과 모자로 봐서 맞는 것 같습니다.”
태영의 질문에 대답은 한서윤으로부터 들려왔다.
확인할 필요?
맞겠지.
“끌어 올립니다.”
“응.”
수부테이라고 스스로 큰 소리로 외쳤던 몽골군과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던 몽골군 여럿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대충 보니 여덟 명의 몽골군이다.
아무 이유 없이 공중으로 떠오르자, 팔다리가 허공을 허우적거렸다.
으아아아아~
아아아, 크어어어~
저들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자신들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비명을 질렀다.
“포박 준비.”
수부타이를 비롯한 몽골군이 온몸을 허우적거리며 1호기로 날아오는 모습을 보고 유시완이 내부의 병사들에게 준비를 시켰다.
지금은 71호기부터 73호기까지 모두 이 작전에 참가했기에 1호기에는 1호기의 기본 편제 10명에 태영을 포함하여 5명이 추가 탑승하고 있다.
그렇게 15명만 탑승한 상태여서 저들을 싣기에는 충분한 공간의 여유가 있다.
1호기 요원들이 포박을 위해 노끈을 준비했고, 몽골군은 허공을 뒹굴듯이 좌우로 상하로 마구 돌면서 천천히 1호기로 다가왔다.
“일부러 천천히 데려오는 거지?”
“네, 공포를 극대화하는 거죠.”
태영의 질문에 서윤이 대답했다.
그러다가 한 명이 마치 땅에 거꾸로 처박힐 듯, 머리부터 급강하하다가 땅에 닿기 직전에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에잇, 저놈 오줌 쌉니다.”
박이은 소위가 소리를 질렀다.
그 말에 몽골군을 보니, 빙글빙글 도는 중에 두 놈의 몸에서 물줄기가 마구 뿌려지고 있었다.
그럼, 박이은의 말처럼 오줌 싸는 것이 맞을 거다.
공중에서 저리 정신없이 돌려지니, 지난번에 몽골군을 잡아서 정보를 캐내기 위해 고문했던 상황이 생각났다.
그때는 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몸 밖으로 쏟아 내고서 실토를 했고, 내려 주었을 때에도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었다.
아무리 날고 기는 무적의 몽골군이라도 저렇게 공중에서 팽이처럼 집어 돌리면 제정신 갖고 있기 힘들다.
“저것들 싸기까지 하는 거 아니야? 그대로 여기 태우면 냄새가 심할 텐데.”
서윤이 몽골군을 허공중에 잠시 정지시켰다.
날아오면서 소변을 지리는데, 쌀 수도 있지.
“토할 수도 있어.”
“으흑. 쿠웩.”
태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공중에 정지된 상태의 몽골군이 입을 벌리고 몸 안에 든 것들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토해 내는 소리가 블레이드의 소음을 뚫고 들려올 정도로 요란했다.
“아, 진짜.”
바지는 젖어 들고, 입으로는 먹은 것을 토해 내는데 다들 정신을 거의 잃은 것 같다.
그 아래쪽의 몽골군은 자신의 머리로 마구 떨어져 내리는 오줌과 입에서 토해 내는 것들을 피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저것들은 지들도 입만 열면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하면서.”
동료가 쏟아 내는 오물을 피하는 몽골군을 본 잔디가 말했다.
동료가 죽어 가는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오물을 뒤집어쓰는 것은 싫은 거다.
“에이, 앞으로 공중에서 저렇게 토하게 하면 안 되겠다. 가빈아, 부근에 호수 없어?”
“호수 대신에 강이 있습니다. 물이 깊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 그래도 상관없어. 저놈들 물속에 좀 집어넣어 헹굴 수 있도록 그쪽으로 가자.”
태영이 생각하기에도 그게 나을 것 같다.
“넵.”
대답을 한 설가빈이 조종석으로 향했다.
“조종사님, 저쪽에 낮은 언덕을 넘어가면 강이 있습니다. 아까 위로 올라갈 때 혹시 못 보셨습니까?”
“봤어.”
정말 별짓을 다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디, 우린 저놈들 잡아서 뭐 좀 물어볼 것 있으니까, 301호기에 후속 작전 진행하라고 해.”
“네, 대장님.”
“여기는 1호기, 301호기 응답하라. 이상.”
“2차 작전 진행 바람.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