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23
323. 내가 수부타이다(6)
“이제, 숨이 많이 죽었네.”
잔디가 자백 틀에 매달려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네 명의 몽골인 앞에 가서 한 명 한 명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대들더니.”
철썩~철썩~
수부타이의 앞으로 가서는 뺨을 소리 나게 몇 번 쳐올렸다.
정하연이 오면서 한 박자 쉬는 사이에, 잔디는 정하연이 당부했던 것을 조금이라도 보여 주려는 모양이다.
“네가 수부타이라고? 나도 대장님에게 들었는데, 너 아주 나쁜 놈이라면서?”
나쁜 놈?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고, 32개의 나라를 멸망시키고, 수천만 명을 죽였다고 했다.
그랬더니 머릿속에 나쁜 놈으로 자리 잡게 된 모양이다.
수천만 명을 죽인 것은 조금 전에 설가빈도 이놈들에게 말했지만, 태영의 측근들은 다 알고, 고려군의 지휘관들도 다 안다.
“우리에게 대들면 다 죽어. 그러니 우리가 하라고 하면, 그게 뭐든지 고분고분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 알아?”
그렇게 말하고는 뒤로 물러서며 설가빈과 뭔가 신호를 주고받았다.
“가빈아, 일단 너희는 누구, 병력 숫자는 어찌 되는지, 어디로 가는지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좀 물어봐.”
잔디가 설가빈에게 요약해서 몇 가지를 시켰다.
“네, 중령님.”
그때 무전기에서 301호기 무전병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는 1호기 말하라. 이상.”
“제대로 된 판단인 것 같아.”
태영은 무전을 듣자마자 그렇게 말해 주었다.
1사단부터 4사단까지는 내일 날이 밝으면 카라코룸을 포위하기 위해 출발한다.
카라코룸 쪽으로 왔다 가는 모든 이동이 차단된 것을 눈치챈 황도에서 정찰조를 밖으로 내보내기 시작했으니,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카라코룸 포위 공격을 하면 당분간 휴식이 없지만, 5사단은 쿠절트를 지키기 때문에 돌아가며 휴식이 가능하다.
“알았다. 대장님은 좋은 계획이라고 말씀하신다. 이상.”
수부타이를 심문하려 할 때마다 그것을 중단시키는 일이 계속 발생하였는데, 이제 안심하고 진행해도 될 모양이다.
설가빈과 잔디가 주도하는 심문이 시작되었다.
몇 명이냐는 질문에 대해 수부타이는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
“대장님, 차라리 그냥 죽이라고 버티는데요.”
“목이 매달렸을 때는 무슨 말이든 할 것 같더니, 버티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인데?”
“네, 갑자기 태도가 많이 변했습니다. 할 테면 해 봐, 뭐 그런 투입니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의리 싸움을 좀 더 시켜 봐.”
“네.”
21세기에서 세계 최고의 명장들 중에 한 명으로 꼽히는 수부타이다.
이 시대의 세계 최강 몽골군인데, 그리 쉽게 꺾이면 재미가 없지.
어깨 근육이 잘리고, 목에 줄이 묶인 채 여태까지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와 목숨을 건 내기에 동원되었지만, 쉽게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소리다.
태영의 지시에 설가빈과 잔디가 계속 심문을 했지만, 별로 소득이 없다.
“x$@(*%@x*^&”
“x@^%@%*&*&$$”
몽골 말이 들리기는 하는데, 설가빈이 가만히 있는 것을 보니 우리와의 대화가 아니라 저희들끼리 대화하는 거다.
“여전해?”
“네, 대장님.”
“제법 용기 있는 지휘관인 척하는 거군.”
“네, 그래 보입니다. 대장님.”
“방법이 있지.”
“……?”
자존심이 걸린 문제는 어찌해야 답이 나오는지 이놈들보다 태영이 더 잘 안다.
21세기식 교육을 받은 사람이, 책 한 권 제대로 봤는지 의심스러운 이 시대 몽골군과의 심리 싸움에서 좀 더 우위에 있지 않을까?
장담은 못 하겠지만.
수부타이가 아무리 명장이라고 해도, 이 시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지 21세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태영의 생각이다.
거기다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갑인데.
“좋아, 갑질 한번 제대로 해 보자고.”
“갑질요?”
“이런 놈들은 본인을 조지면 입을 다물어 버리니까, 친구와 동료를 조져야 입을 열어. 조금 기다려 봐.”
“네.”
“유시완.”
“네, 대장님.”
“1호기에 조종사, 부조종사 포함 4명하고 나, 한 실장, 유 중령 이렇게 잠시 다녀오자.”
“더 잡으러 가십니까?”
“맞아.”
“공간이 많이 필요하겠군요. 아예 21호기도 가면 어떻습니까?”
“시간 걸려. 한 대면 충분해.”
“네, 가시지요.”
서윤도 대충 알아듣고 따라나섰다.
“금방 다녀올 테니, 기다려.”
“네.”
유진이가 대표로 대답을 했고, 태영 일행이 1호기로 갔다.
조종사와 부조종사, 그리고 남자 승조원 중에 완력이 조금 더 좋은 박도원과 강이찬 그리고 태영과 한서윤, 유시완이 탑승했다.
후우우우우웅~
이륙하자마자 박진하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았다.
시야를 가리는 곳이 없어서 높이 날면 어디든 보이니 찾기는 쉽다.
뒷문을 열고 멀어져 가는 산하를 바라보며, 그 아래쪽에 수많은 몽골군의 죽음이 보였다.
“301호기 응답하라.”
“심문을 하는데, 몽골군 고위직이 좀 더 필요하다.”
“알았다. 혹시 여인도 있나?”
“유 중령, 가서 판단하지. 옷 입은 것으로 구분이 될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박진하가 있는 곳의 상공에 도착하니, 지휘관으로 보이는 몽골군과 병사로 보이는 몽골군이 분리되어 포박되어 있고, 또 포박 중이다.
타당~
총소리가 들렸다.
포박된 자들과 포박을 대기 중인 자들도 무기는 대부분 회수되어 한쪽에 쌓여 있다.
한쪽에는 총을 들고 조금이라도 위험하게 행동하면 그냥 두지 않겠다는 태세의 병사들이 포박 중인 병사들보다 많다.
탕~
총소리가 들렸다.
몽골어를 하는 병사가 몽골어로 저들 스스로 포박하도록 시키면서 말을 안 들으면 즉시 사살하는 중이다.
적에게 단호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죽을 수 있으니 지극히 정상적 행동이다.
탕~타다당~
태영이 바라보는 중에도 꽤 여럿의 몽골 병사가 사살을 당했다.
어쩔 수 없다.
그것은 전장에서 승자의 권리이니까.
포박의 수준이 팔을 뒤로 돌려서 묶고, 허리에 다시 묶은 정도로 걷거나 움직이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팔이 저리 묶이면, 달려서 도망을 칠 수는 없지만, 어깨로 고려군을 들이받을 수는 있을 것 같다.
“여기는 1호기, 어느 쪽이 지휘관들인가?”
무전기를 통해 들려오는 대답, 그리고 깃발로 일부의 몽골군을 가리켰다.
“알았다. 거기서 30명을 이곳에 태울 것이다. 그리 알기 바람.”
태영이 열린 문으로 그곳을 보니, 20여 명의 여인들이 역시 남군들처럼 포박되어 있는데, 화려한 차림은 없다.
“여자들 빼고 가지.”
“네.”
“저놈들 서른 정도 끌어 올리면 되죠?”
“그래.”
포로들은 당연히 무장 해제되어 있고, 몸에 걸친 옷 이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휘이익~ 쿵~
한 명이 날려 올라왔고, 호버리 바닥에 떨어지며 뒹굴었다.
그놈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자신이 어떻게 하늘을 날아왔는지 놀란 듯 정신이 없다.
“x$x$&^&^%$%”
뭐라고 말을 했지만, 설가빈이 없으니 알아들을 사람도 없다.
“발목 묶어.”
“네.”
그때부터 한서윤은 끌어 올리고, 세 사람은 발목을 묶는 작업을 했다.
쿵~
“커걱~”
몽골군이 호버리 바닥에 처박히며 비명을 질렀다.
“이놈까지 서른입니다.”
“자, 그럼 돌아가자.”
마지막 서른 번째의 몽골군을 포박하면서 수부타이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갔다.
“에이, 꼬랑내.”
서윤이 코를 손으로 막았다.
“좀 참아. 금방 도착하니까.”
동물들을 오랫동안 목욕시키지 않으면 나는 노린내 비슷한 꼬랑내가 제법 났지만, 뒷문을 열어 두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이놈들은 오줌을 싸거나, 또 다른 것을 싸지는 않은 듯, 입 냄새와 몸에서 나는 꼬랑내를 제외하고는 지린내가 나거나 변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착륙을 하기 전에 5미터쯤 높이에서 서윤을 시켜 몽골군들을 지상으로 떨어트려 버렸다.
툭~투두두~ 쿵~쿠더덕~
으악, 우아아악~
비명이 난무했다.
어딘가 부러질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다.
태영도 그들 사이로 뛰어내려 강가로 갔다.
그러곤 대여섯 정도를 묶을 수 있을 만큼 키가 큰 나무를 찾아서 잘랐다.
“거기 비켜, 던진다.”
가지를 쳐 낸 나무를 수부타이가 매달려 있는 옆으로 던졌다.
그렇게 7개를 던진 후에 수부타이가 매달려 있는 곳으로 왔다.
태영이 그곳으로 다시 와서, 병사들과 힘을 합쳐 나무를 몽골군의 허리에 묶어서 6명이 되도록 했다.
“꿇어앉아, 이놈들아.”
뭔 말인지 모르겠지만, 노려보는 것은 잊지 않는다.
순식간에 새로 잡아 온 서른이 6명씩 허리 중간에 나무 기둥이 묶였다.
“봉체조 모습이네.”
봉체조 대형의 몽골군을 적당히 배치해서 그 안에서 누군가가 움직이는데 문제가 없도록 적당히 배치를 바꾸었다.
“설가빈.”
“네, 대장님.”
“지금부터 저자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하지 않거나 딴소리하면 손을 들어.”
“네, 대장님.”
“강이찬은 설 소위가 손을 들 때마다 한 놈의 목을 날려 버려.”
“넵, 명 받습니다.”
강이찬이 자신이 애용하는 긴 도를 꺼내 들었다.
강이찬은 체격이 좋아서 제법 묵직한 도를 좋아했는데, 그 날카로움은 태영도 이미 알고 있었다.
강이찬이 한번 휘두르면 몽골군의 목 정도는 가볍게 떨어질 것이다.
수부타이를 비롯한 몽골군들이 이 무슨 짓을 하느냐는 듯 바라봤다.
여기 잡혀 온 몽골군 중에 고려군이 직접 죽인 몽골군은 없는데, 강이찬이 도를 꺼내는 모습에 긴장하는 것 같다.
“%xx&%@$$@”
설가빈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손.
쉬익~ 서걱~
꿇어앉은 몽골군 한 명의 목이 잘려 나갔다.
x@$x@%$^@$x&$^&x%$x^%$@x@~
꿇어앉아서 그 상황을 망연하게 바라보던 몽골군의 말소리가 커다란 함성이 되었다.
“%$%x@xx@”
다시 질문.
그리고 손.
쉬익. 삭~
다시 한 명의 목이 잘려 나갔다.
목에서 피를 뿜어내며 번져 오는 비릿한 피 냄새에 고설하가 잠시 고개를 돌렸지만, 다시 똑바로 보고 섰다.
왜국에서 사포로 온 이후에 이런 일을 본 적이 없으니 그럴 것이다.
$x@%$^@$x&$^&x%$x^%$@x@~
계속해서 들려오는 몽골군의 목소리가 이젠 고함에 가까웠다.
“으, 으흡.”
몽골군의 고함 소리에 뒤이어 여태까지 동요를 보이지 않던 수부타이의 신음이었다.
그럼, 그렇지.
함께 전장을 누비며 생사를 같이하던 동료의 목이 잘려 나갔고, 잘려진 목에서 피를 쏟아 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6명씩 나무에 묶여서 꿇어앉은 상태라 목이 떨어져 나간 몸이 넘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피를 쏟아 냈다.
이대로 가면 자신의 수족들과 형제들이 모두 죽는다는 것을 수부타이도 알 것이다.
“설가빈, 우리가 질문하는 것에 대해 수부타이가 대답하지 않아서 목을 자른다는 것을 알려 줘.”
“네.”
“$%^$x&@^&x%%x@%@%@x$$@*@*”
긴 설명이 이어졌다.
설명하는 중에도, 몽골군의 시선이 수부타이에게 돌아갔다.
그것은 원망이다.
이렇게 되면 심리전에서 무조건 이긴 거다.
확실한 갑질과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심리전.
“%$@”
질문을 했고, 수부타이가 뭐라고 소리쳤다.
다시 손.
쉬익. 싸각~
“으하아아압. 하압.”
고통이 동반된 신음이 길게 나왔다.
수부타이는 목에 줄이 걸린 상태에서도 몸을 부르르 떨었다.
$x@%$^@$x&$^&x%$x^%$@x@~
꿇어앉은 몽골군들의 고함 소리가 수부타이에게 향했다.
그에 수부타이의 시선이 설가빈에게로 향했다.
“%$x$x$x$$**&%”
“말하겠답니다.”
역시 매에는 장사가 없다.
서른이나 잡아 왔고, 꽤 많은 몽골군이 죽어야 심적으로 항복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겨우 세 명의 목을 자르는 것으로 수부타이의 정신이 무너졌다.
그때부터 순순히 말하기 시작했다.
대충, 세 아르밧 정도 된다고 한다.
“3만 정도.”
더 될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고 한다.
21세기에서 세계 최고의 명장들 중에 한 명으로 꼽히는 수부타이지만, 동료의 목숨을 댓가로 버티기는 쉽지 않다.
이런 대규모의 무리가 몇 개나 되느냐고 물으니 5개라고 한다.
고려군에서 구분한 것으로는 이들이 3진이기에 1진과 2진을 비교했는데, 1진과 2진은 5개 속에 포함되어 있다.
나머지는 이곳에서 3개월 거리, 4개월 거리에 있는데, 당장 돌아올 계획은 없다고 한다.
“칭기즈칸에 대해서 물어봐.”
칭기즈칸의 이름이 나오자, 줄에 묶여 있는 상태에서도 저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적어도 저들에게 칭기즈칸은 신적인 존재라는 말이다.
“그 정도에서 끝내자. 그리고 쿠절트로 수송하자고.”
“네, 대장님.”
“대장님, 제가 이자에게 볼일이 좀 남았습니다.”
잔디는 설가빈이 심문한 것을 간단하게 요약하여 전달받은 후에 태영에게 넘기면서 말했다.
“왜?”
“시장님도 오셨는데, 이놈들에게 맛을 좀 보여 줘야죠. 아까 심문 때문에 참았던 것을 좀 풀어야겠습니다.”
“알아서 해. 죽이면 안 돼.”
“당연합니다.”
대답을 한 잔디가 수부타이의 앞으로 갔다.
“내가 정말 화나는 건 말이야.”
탄띠에 차고 있던 단검을 빼내며 수부타이에게 말을 시작했다.
“너희들은 침략을 하면, 그곳 사람들 씨 몰살을 시킨다면서?”
“…….”
잔디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데, 무슨 말을 하라고?
“$@x*&%x$x@$$**&**”
옆에 서 있던 설가빈이 통역을 해 주었다.
“한 명도 안 남기고 모조리 다 죽인다고? 애들까지?”
“%$x*&*&$x$$**&%”
그리고 단검의 끝을 얼굴에 대고 슬슬 움직이자 피가 엷게 배어났다.
제법 따가울 것이다.
“전쟁 중에 적을 죽이는 것은 어쩔 수 없어. 그런데 너희들에게는 갓난아이가 적이야?”
“%$*&%$x$x$x**&*&*$x@$**&^x$x$x$$**&%”
설가빈이 통역을 해 주는 사이에 단검을 똑바로 들어 눈앞을 겨누었다.
“갓난아이가 적이냐고? 이 개새끼야.”
잔디의 질문은 거의 발악이었다.
그래, 맞아. 갓난아이가 적은 아니지.
“&%$x@$%^%^^&**&$x”
한참 머뭇거리던 설가빈이 다시 통역을 해 주었다.
“우리 대장님이, 우리가 왜구에게 끌려가는 것을 구해 주신 후에, 왜구라고 하면 인정사정이 없으시지만, 그래도 애들은 죽이지 않아.”
“x$x$$*&%$x$x$x**&*&*$x@$**&^x$$**&%”
눈앞에 칼을 흔들었다. 마치 찌를 것처럼.
수부타이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그런데 너희 놈들에게는 걷지도 못하는 아이가 적이야?”
“%$@*&%$$x@x?”
“이제 통역하지 마.”
“네.”
잔디의 요구에 설가빈이 한발자국 물러섰다.
“여태까지 통역해 준 정도만으로 이놈들은 알 거야. 지금부터 내가 이놈들에게 하는 일이 무엇을 말하게 하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