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28
328. 내가 수부타이다(11)
착~
차차착~
칼을 뽑는 것이 신호였는지, 이번에는 3명이 칼을 뽑아 들었다.
뒤이어 3명이 창을 겨냥했고, 또 다른 셋이 활에 화살을 재는 것이 보였다.
“사망 각이군.”
그래, 일반적인 경우라면, 사망 각이다.
칼을 든 4명, 창을 꼬나 쥔 3명, 그리고 3개의 활을 마주했으니 결과는 보나 마나다.
가장 앞쪽에 검병 둘, 비슷한 위치에 창병 하나, 그리고 그 뒤에 두 명의 검병과 두 명의 창병.
그 뒤쪽으로 세 명의 궁병이다.
수부타이가 매달려 있는 형틀을 등지고 있어서 그런지 포위 자세가 아니었다.
“&x$%x”
가장 먼저 칼을 뽑아 들었던 자가 수부타이를 가리키며 뭐라고 말했다.
“난 못 알아들어. 뭔가 말을 하고 싶으면 고려말로 하든지.”
비아냥거림의 말이지만 저들도 알아듣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후웅~
태영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몸을 날려 가장 앞쪽에 선 검병의 말 어깨에 손을 짚으면서 야전삽으로 목을 쳤다.
퍼억~
파각~
회전력을 이용하여 몸을 돌리며 그 옆의 검병을 때렸지만, 목이 아닌 어깨에 맞았다.
“…….”
“끄아아악.”
목을 맞은 검병의 머리가 잘려 공중으로 날아가며 피를 뿌렸고, 어깨를 맞은 검병의 비명이 뒤늦게 터져 나왔다.
창병이 창을 드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태영의 시야에는 한없이 느려 보이는 창을 움직이는 속도.
어깨를 맞은 검병의 말 머리를 감아 돌며, 역시 야전삽으로 창병의 목을 쳤다.
퍼억~
“…….”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 창병의 머리가 날아가며 피를 뿌리는 것을 피해 한쪽에 착지했다.
창병이 떨어트린 창을 왼손으로 낚아채서 지그재그로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화살을 올려 둔 궁병이 겨냥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검병의 뒤쪽에 있는 궁병의 시야를 막으면서 공중으로 살짝 뛰어오르며 창으로 검병 두 명을 후려쳤다.
퍼억~퍽~
“끄아악.”
“으아아악.”
비명 소리와 함께 둘은 말에서 굴러떨어졌고, 둘을 후려친 창을 돌려 잡으며 궁병에게 던졌다.
퍽~
“크억.”
가슴팍에 창을 맞은 궁병이 비명을 지르며 창과 함께 뒤로 날아갔다.
남은 몽골군은 궁병 둘과 창병 둘.
창병이 각각 창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중 한 명의 창 찌르기를 옆으로 슬쩍 비키며 창을 잡아당기자 확 딸려 오며 태영의 앞을 가렸다.
퍼벅~
그사이에 화살 2개가 딸려 온 창병의 등에 꽂혔다.
“아악.”
자기편을 쏘게 된 궁병의 놀라는 모습을 보자마자 딸려 온 창병의 창을 빼앗아 옆쪽의 창병을 향해 던졌다.
퍽~
창병의 머리에 꽂히며 뒤로 날아갔다.
창날의 끝이 반대편으로 반쯤 튀어나온 창병이 말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것을 곁눈으로 보면서 궁병에게 몸을 날렸다.
둘은 다시 활을 쏘겠다는 생각으로 화살통의 살을 오른손으로 잡았지만, 아직 화살을 뽑아내지도 못했다.
“이런 때는 활을 버리고 칼을 잡아야지.”
미련함을 질책하며 야전삽을 휘둘렀다.
퍼억~
궁병 한 명의 목을 지나감과 동시에 그다음 궁병의 어깨 부위에서 팔 하나가 날아갔다.
“으아아아악.”
머리가 잠시 떠오른 궁병의 목에서 피가 솟구치며 비린 피 냄새가 다시 뿌려졌다.
모두 전투 불능이었지만, 다섯은 즉사했다.
야전삽에 목이 잘린 셋과 창에 가슴을 관통당한 궁병, 머리를 관통당한 창병.
“으으으으.”
“흐으으으읍.”
부상자 넷은 몸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화살 두 발을 맞은 창병이 몸을 일으켰다.
궁병이 들고 있던 활을 손에 쥐면서, 궁병의 말안장에 매여 있던 화살통을 끌러 어깨에 크로스로 걸었다.
“$%^%$%$x”
뭐라고 말을 하는데 못 알아들으니 무슨 말을 하건 상관없다.
화살 하나를 현에 걸어 당겼다.
활의 탄성이 무척 좋은 것으로 느껴졌지만, 태영의 힘에는 아주 가벼웠다.
?
야전삽에 어깨를 맞고 넘어져 있는 검병의 머리를 겨냥하고 현을 놓았다.
퍽~
화살이 머리를 관통해서 뒤쪽으로 반쯤 튀어나왔다.
“%$x*&%$”
아무 말 없이 부상당한 동료를 죽여 버렸기 때문인지, 팔 한쪽이 어깨부터 잘려 나간 궁병이 뭐라고 소리쳤다.
“그냥 죽어라. 그래도 화살에 맞아 죽는 것이 좋을 거다.”
칼로 목을 베는 것과 야전삽으로 목을 자르는 것의 차이는 별로 없다.
다른 사람이라면 야전삽으로는 목을 자르지 못할 것이지만, 태영은 강한 힘과 빠른 속도로 휘두르기에 잘린 부위가 조금 거칠 뿐이다.
죽는데 거칠면 어떻고, 매끈하면 어떻다는 거야?
죽음은 똑같지.
? 퍼억~
다시 한 발의 화살이 팔이 없는 궁병의 머리를 관통했다.
이제 창으로 맞아서 뼈가 부러졌는지 움직이지 못하는 검병 둘과 동료의 화살에 맞은 창병이 남아 있었다.
“좀 더 처참해 보이도록 만들어야지.”
이왕 겁을 주려면 그게 좋을 것이다.
방금 활로 쏘아 죽인 궁병이 입은 가죽옷을 칼로 찢어 긴 줄을 만들어서 허리띠처럼 묶었다.
검병의 가슴에 가죽 줄을 돌려 걸고, 어깨를 잡고서 그대로 점프하여 수부타이가 매달려 있는 왼팔 끝의 나무에 줄을 걸었다.
“큭.”
뿌드득~
나무가 부러질 듯 소리를 냈지만, 약간 기울어지는 모습을 보인 뒤에 그대로 매달려 있었다.
제법 굵은 가지를 사용했기에 한 사람의 몸무게는 충분히 견딜 수 있을 터이다.
이 몽골군은 높이를 모르겠지만,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지면 죽는다는 것 정도는 알 것이다.
다시 한 명의 가슴에 줄을 둘러서 수부타이의 오른쪽 팔을 묶은 나무 끝에 줄을 걸었다.
빠아아, 뿌득~
그 나뭇가지도 부러질 듯 소리를 냈지만 크게 휘청거린 후에 그대로 지탱했다.
“한 명 남았네. 너도 저기 걸려야지.”
화살 두 발을 맞은 창병이었다.
다시 매듭을 만든 가죽 줄을 가슴에 돌려서 그대로 당겨 점프해서는 수부타이가 발을 받치고 있는 굵은 가지에 그 줄을 걸었다.
“이제 서로 알 테니까 이야기 좀 해 봐. 아, 못하는구나. 재갈을 물렸지.”
넷을 올려다보았다.
“으흐으으으.”
새로이 매달린 셋의 입에서 낮은 비명이 나왔다.
천하의 몽골군도 저 높이에 매달리니 겁이 나는 것일까?
태영은 활을 꺼내 들었다.
수부타이의 발아래 쪽에 매단 창병은 비록 화살을 맞았지만, 형틀의 기둥에 붙어 있어서 기둥을 타고 내려올 수가 있었다.
그리고 좌우에 매달아 둔 검병도 형틀의 안쪽으로 이동이 가능하기에 이동하기만 하면 충분히 내려올 수 있었다.
수부타이를 알아볼 수 있기에 구해서 내려올 수도 있다.
팔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x$x$x$.”
수부타이의 좌측에 매달린 검병이 수부타이를 알아본 듯, 뭐라고 말을 했다.
매달린 위치가 1미터도 안 되기에 달빛에 눈이 익으면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거리다.
“읍, 흐읍.”
그러나 재갈을 물린 수부타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xx@x@x*&*&”
“x$@x@x*&”
우측의 검병도 뭐라고 말을 하는데, 발 쪽에 매달린 창병이 또 대답을 하고는 고개를 돌려서 확인하려고 애를 썼다.
그럴 줄 알았지.
현에 화살을 재고 좌측의 검병부터 어깨를 겨냥했다.
쉭~ 픽~
화살은 정확히 왼쪽 검병의 좌측 어깨에 꽂혔다.
“으하아아악.”
화살에 맞자마자 비명을 질렀지만, 틈을 주지 않고 다시 한 발.
“크아아악.”
우측 어깨에도 화살이 꽂히자 좌측의 검병은 팔을 움직이는 것을 포기했다.
각각 한 발로는 부족한 듯하여 세 명 모두의 좌우측 어깨에 서너 발을 꽂아 주었다.
“$%^x&*&x$”
“%$xx*x@x*@*&”
“x$@x@x*&”
“%$xx*&*&”
무슨 소리인지는 몰라도 목소리에서 배어나는 느낌으로 애통하고, 분통 터지는 소리라는 것은 안다.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의미도 들어 있을 것이다.
“너희는 다른 나라를 멸망시키면서 모두 다 죽이지만, 최소한 우리는 아이와 여자는 죽이지 않는다.”
대륙을 휩쓸어 가면서 대항하는 많은 병사를 죽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변명거리 하나는 있어야지.
화살이 꽂힌 어깨는 더 이상 팔의 역할이 끝났다.
환한 달빛이지만, 어깨에서 흐르는 피는 검은색으로 보였다.
“아, 다리도 못 쓰게 해야 하네.”
다시 활을 들어 각각 허벅지와 무릎에 화살 몇 개씩을 꽂아 넣어 주었다.
“으으으윽.”
“크아아아악.”
화살을 뽑아내지 못하니 출혈이 심하지는 않을 것이고, 그 상태로 내일까지는 살아 있을 것이다.
형틀에 매달린 넷의 비명을 들으면서 말들을 줄로 연결했다.
혼자 뛰면 쉽고 간단하지만, 이들을 카라코룸으로 되돌아가도록 하면 안 되기에 죽이는 것보다는 성가시더라도 끌고 가는 것을 택했다.
“수부타이.”
태영은 말을 모두 묶은 후에 형틀에 매달린 수부타이를 불렀다.
수부테, 수베테, 수보테. 태영이 어떻게 부르든 몽골의 발음은 아니다.
“흐으으읍, 흐으읍.”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말을 하려 했다.
재갈을 풀어 줘도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그냥 두었다.
또 달빛이어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눈에서 흐르는 것이 검은 것으로 봐선 피눈물이 분명했다.
“네가 명장인 거 알아.”
못 알아듣지만.
“내가 살던 차원 세계에서 그래.”
이 차원과 태영이 살던 차원은 다르니까.
“한데, 이 차원에서는 명장으로 남지 않을 거야. 여기서 그렇게 죽을 것이거든.”
태영이 말에 올랐다.
“새벽에 우리 병력이 모여들어 너희를 어떻게 하는지 눈 뜨고 잘 봐 두도록. 그리고 몽골이 너희를 어찌 처리할지 궁금해.”
뒤꿈치로 말을 차자 말이 이동을 시작했다.
“아, 그리고 가능하면 살아 있어라. 너와 칭기즈칸, 그리고 칭기즈칸의 아들들을 고려로 끌고 가야 하거든.”
“읍, 흐으읍.”
재갈을 물린 입으로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태영은 저 말이 수부타이를 처음 만났을 때, 설가빈이 해 주었던 말.
‘내가 수부타이다.’라고 외치는 소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을 말해 줄까?
그렇게 역사에 남을 명장이라면, 자신이 누구와의 싸움에서 패하는 바람에 죽게 되었는지는 아는 것이 좋을지도.
“나는 최태영이다.”
***
오르혼강의 본류에서 쿠절트 방향으로 접어들어 쿠절트의 임시 기지가 보이자 기지 이전을 하는 호버리의 엔진음과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이전 준비를 하느라 곳곳에 작은 짐이 뭉쳐져 있었지만, 대부분을 실어 나른 듯 텅텅 비어 있는 임시 기지에 전등을 달기 위해 세워 둔 기둥에 켜진 전등과 발전기들만 보였다.
한쪽에서는 호버리에 짐을 싣고 있고, 또 날아가고 있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병력의 말소리와 고함 소리도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이사는 그만큼 번거로운 일이다.
거기에 공격 준비까지 하고 있으니 쿠절트 전체가 시끄러웠다.
“잘 다녀오셨습니까?”
경계병으로부터 태영이 오고 있다는 보고를 들었는지 박진하가 본부 게르로 가는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네.”
대답을 하고 보니, 익숙한 얼굴 둘이 태영을 보고 있다.
홍복원과 함께 있다가 여기까지 따라온 이태경과 김우택이다.
“두 사람은?”
“아직, 우리 무기와 전투 방식에 적응하지 못해서, 무기는 사용하지 말고 그냥 따라다니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전쟁이라고 해도 지금까지 살아온 상식을 뒤엎어야 하는 일이니, 하루 이틀에 바뀔 수는 없을 것이다.
“별일 없어 보입니다. 대장님을 어찌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별로 늦지 않았는데 걱정되어서 기다린 건가?
아, 말을 끌고 오느라고 시간을 지체해서 그런 모양이다.
“네, 염려 마십시오.”
그들을 뒤로하고 본부 게르가 있던 곳에 도착하니 그곳에도 아무것도 없었다.
“별일 없었죠?”
정하연과 고설하가 기다리고 있다가 물었다.
“별일 없지. 날 어찌할 수 있는 사람이 없잖아?”
“말은 뭐예요?”
카라코룸 앞에서 이곳까지 뛰어오느라 지쳐 기진맥진한 말 10마리가 비틀거리면서 태영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수부타이를 매다는 자리에 나를 공격하러 온 몽골군이 있었어. 그들 말이야.”
“이젠 말 숫자도 너무 많아. 말들까지 생각하면 여기보다는 울사로 옮기기를 잘한 것 같아요. 거긴 초지가 많아서.”
“그래. 맞아.”
“보시겠습니까?”
게르가 없이 기다란 나무를 세워서 전등을 매달아 둔 곳.
원래 본부 게르가 있던 곳에 직할 병사들 일부가 모여 있고, 그 가운데 있던 설가빈이 레이더를 가리켰다.
태영이 해 놓고 온 조치의 결과가 어떤지 알고 싶지 않느냐 하는 거다.
이사 준비를 하느라 본부 게르까지 접어서 이제는 그냥 노천이다.
“발견되었어?”
“아직은 그대로입니다.”
“우리 쪽은 짐을 다 옮겨 갔나 보네?”
“네, 대부분의 짐은 갔고, 한 실장에게 송 부실장을 데려가라고 했어요. 여기 탁자 몇 개와 의자 몇 개만 남았으니까 우린 이것들만 싣고 가면 돼요.”
사령부 소속은 타격조 병력도 몇 사람만 눈에 보였다.
“자, 그럼 우리도 가지.”
“대장님은 출정하는 것 보신다고 하지 않았어요?”
“3시에 출정하기로 했으니 10분 전에 뛰어오면 돼. 가자.”
“네, 가시지요.”
울사 상공.
쿠절트에서 울사까지는 불과 16킬로미터밖에 되지 않는 아주 가까운 곳이다.
울사의 제법 넓은 지역에 전등이 환하게 켜져 있고, 곳곳에서 게르를 세우느라 부산스러웠다.
저 정도면 기지 이전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잘된 것 같다.
“설가빈, 여기 면적이 대략 어찌 돼?”
“산 안쪽만 따지면 1천5백만 평 정도 되는 평원입니다. 저 위쪽 울틴까지 합치면 3천만 평 규모입니다.”
평원으로 그 정도라면 아주 넓군.
거기다 강을 끼고 있다.
처음부터 이곳에 터를 잡았다면 어땠을까?
어차피 그렇게 많은 적들이 죽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쿠절트이건 여기였건 기지 이전은 피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저기, 저 자리가 사령부 자리입니다.”
설가빈이 가리키는 곳은 오르혼강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
“살아 있을지 궁금하네요.”
단상에 서서 출정을 위해 대열을 갖추고 있는 병력을 바라보던 박진하가 무심결에 중얼거렸다.
발가벗겨서 하의 속옷만 남긴 후 고비 사막에 던져둔 8명의 배신자에 대한 것이다.
“며칠 동안 살아 있을지 모르지요. 기온이 높아서 얼어 죽을 일은 없지만,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면 탈수 현상으로 며칠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한밤중에도 영상 17도 전후였으니, 그 정도에 얼어 죽지는 않는다.
당연히 저 체온으로 죽을 일도 없다.
“망할 놈들.”
“…….”
“고려에서 녹봉을 받고 몽골을 위해 일하다니.”
박진하는 사막에 풀어 주기 전에, 고려로 압송해서 공개 처형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다만, 태영이 사막에 버려두어서 벌을 받게 하자는 의견을 말했을 때,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또 어디인가에 누군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마저 잡아야 하는데, 홍재성이 눈치채고 도망가지 않겠지요?”
“연락해 줄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였기에 사람이 가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전달할 수단이 없다.
홍재성은, 필현보가 그 상황에 처해진 것을 까맣게 모를 것이기도 하지만, 설사 안다면 3군단 내부에 간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오히려 홍재성이 도망치면, 내부에 간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지만, 간자로부터 듣는다고 해도 3군단이 고려로 돌아가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그렇기는 하군요. 자, 준비가 거의 끝난 것 같습니다.”
“네, 보내시죠.”
한밤중에 이루어지는 아주 간단한 출정식.
이미 철산 기지에 고려의 황제가 참석한 출정식을 했기에 박진하가 하는 것은 몽골 황도에 대한 공격 명령이다.
“4연대 준비 완료.”
기갑 4연대장의 부관이 지르는 고함 소리가 들렸고 기수병이 깃발을 흔들었다.
태영을 포함해 지휘부의 꽤 많은 인원이 높이 10미터 위에 만들어진 단 위에 서서 3군단 병력이 대오를 정렬하고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4연대, 출발!”
박진하의 옆에 선 부관이 큰 소리로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