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31
331. 이제부터 시작이다(3)
“어떻게 할 건데요?”
공중으로 던져진 탓에 만신창이가 된 몽골군 셋을 가리키며 서윤이 물었다.
“기다려 봐.”
태영은 중기관총에 기대 놓은 야전삽을 들어 보여 주었다.
“아, 파묻으려고요?”
“심어야지. 잘 자라라고.”
“물도 좀 주구요?”
조크도 제법 늘었어.
야전삽으로 형틀의 앞쪽에 사람의 몸통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구덩이를 파냈다.
파는 김에 수부타이 형틀을 중심으로 지름 40미터는 될 정도의 원형으로 참호를 파기 시작했다.
폭이 거의 4~5미터는 될 정도로 넓어서 도움닫기로 뛰면 건널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냥 뛰어서는 건너뛰지 못한다.
깊이는 3미터 이상으로 파서 일단 빠지면 쉽게 나오지 못한다.
“이 정도면 되겠는데. 이 정도를 참호라고 해도 되나 안 되나 모르겠네.”
“깊네요. 물이 많이 배어드는데요?”
오르혼강이 가까워서 그런지 물이 배어 나오는 양이 제법 되었다.
“우물에 물이 차는 것과 비슷한데, 오르혼강이 가까워서 그럴 거야.”
“저 정도로 물이 배어 나오면, 며칠 후에는 가득 차게 될 것 같은데요.”
태영이 봐도 그랬다.
이 정도면 거의 해자라고 봐도 된다.
“이거 흙을 멀리 보내 버릴 수 있지?”
“앞을 막지 않도록 해요?”
“응, 저들을 묻은 후에 집어넣고 다질 만큼만 남겨 두고.”
말이 떨어지자마자 서윤은 파낸 흙은 멀리 날려 보내서 흩어 버렸다.
구덩이 세 곳에는 옷을 벗긴 몽골군 셋을 던져 넣고, 손을 내리게 한 뒤에 어깨가 보이는 수준까지 흙을 덮고 잘 다져서 꼼짝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흙구덩이 밖으로 나온 것은 어깨 윗부분이 전부이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머리밖에 없다.
“외나무다리를 만들어야 하니까 나무 하나 베어 올게.”
“네.”
강가에는 굽은 나무들이 꽤 많다.
그곳에서 제법 굵은 나무 한 개를 잘라 와 가지를 모두 쳐 내고는 카라코룸 방향으로 향하도록 걸쳐 놓았다.
다리를 건너오면 이쪽 편 언덕에 올라서지 못하도록 잘라낸 나뭇가지를 이용해서 나무창을 잔뜩 만들어 꽂았다.
끝을 날카롭게 다듬었기에 찔리면 중상이다.
“아, 근데 왜 이렇게 안 와?”
모든 것을 정리하고 한가롭게 앉아 있는데, 협상단이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서윤이 손으로 하늘을 반쯤 가리고, 이제는 들판에 가득한 햇살을 바라보며 말했다.
몽골군이 달려간 지 제법 시간이 흘렀을 것이라 생각하고 하는 말이지만, 아직 1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말이 없는 상태로 달렸으니, 사람의 걸음으로는 전력 질주를 해서 카라코룸까지 가는데도 30분 이상 걸린다.
그곳에서 상황 설명하고, 의사 전달된 후에 이곳으로 올 무리를 선별하는 것만 해도 시간은 많이 걸릴 것이다.
태영은 잘라 온 나무에서 외나무다리로 사용하고 남은 나무둥치를 가리켰다.
“파라솔을 가져왔으면 좋았을걸.”
“그 정도는 괜찮아요.”
서윤은 나무둥치에 앉았고, 태영은 구덩이에 집어넣기 전에 벗겨 둔 옷을 조각조각 찢어서 밧줄이 되도록 만들었다.
“으으흡…… 으읍.”
수부타이의 신음에 올려다보니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입안으로 들어간 나뭇조각 재갈이어서 입을 움직일 수 없기에 나타나는 현상인 듯했다.
몽골군을 잡아서 고려로 끌고 갈 때, 혀를 깨물지 못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은 송준일이 만든 방법인데, 아주 효과 만점이었다.
“&$x@x$$*.”
흙 속에 파묻힌 몽골군이 뭐라고 하는데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아쉬울 때는 단점이지만, 아쉬운 것이 없을 때는 단점이 아니다.
수부타이를 매단 형틀의 양쪽에 매달린 몽골군은 기절을 한 것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가슴이 살짝살짝 움직이는 것으로 봐서 숨은 쉬고 있다.
“칭기즈칸이 널 구하러 올까, 오지 않을까?”
수부타이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흐읍.”
“온다고 해도 직접 오지는 않겠지? 그럼 몇 명이나 보낼까?”
“……으으.”
태영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반응은 있다.
태영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비명을 지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유진이의 목소리다.
“본부 말하라.”
“그렇게 하라고 시켰으니까. 가능하면 이곳으로 몽골군 협상단을 불러내는 것이 계획이야. 그런데 2천이면 많다.”
“그건 걱정하지 말고, 그 숫자면 협상단이라 볼 수 없으니 손을 좀 봐주면 돼. 311호 쪽으로 가던 2명의 몽골군은 어떤가?”
뭘 이리 꾸물거리지?
태영이 21세기에 살다가 온 물이 빠질 만큼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시간 개념은 빠지지 않은 모양이다.
“311호는 그 둘이 고려말을 하지 못하면 사살하도록.”
수부타이가 기둥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갔으니, 이미 이쪽으로 시선이 돌아섰겠지만, 먼저 출발한 협상단인지, 아니 다른 것인지 둘은 상황을 모른다.
“저기.”
무전의 내용을 듣고는 형틀보다 더 높이 올라간 서윤의 말에 카라코룸을 돌아보니 2천 기 정도는 되어 보이는 말들이 들판에 깔리기 시작하는 모습이 점으로 보였다.
“시간이 부지하세월이네.”
“그러게요. 생각보다 느려 터졌어요.”
사포의 사람들은 태영이 움직이는 21세기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콘셉트 중 하나인, ‘빨리빨리’라는 것에 적응이 되어 있어 항상 재빠른데, 저들은 정말 느려 터졌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2천 기의 말이 이동하는 속도도 느렸다.
태영은 중기관총의 뒤에 가서 섰다.
흰색 깃발을 흔들고 올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깃발 유무에 상관없이 저 많은 병력이 이곳을 에워싸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쌍안경을 들어서 몽골군을 보았다.
“깃발 없지?”
“네, 깃발 없는데요.”
“시작해야지. 깃발이 없으면 모두 죽는 거야.”
철컥~
탄을 다시 점검하고 전방을 바라보았다.
“아, 저기 깃발이요. 이제 들었어요.”
서윤의 말에 쌍안경을 들고 그쪽을 바라보니, 가운데에 제법 복장을 갖추고 있는 폼 없는 폼을 다 잡고 있는 무리가 보였다.
“그러네. 이제야 깃발을 드네.”
“중간 일부를 제외하고 좌우로는 모두 중무장했어요.”
좌우로는 전투 복장을 제대로 갖춘 몽골군이 창과 칼을 꼬나 쥐고, 일부는 활을 들고 있는 모습이 태영에게도 보였다.
“그럼 깃발 부근만 남겨 두고 정리를 좀 해야지.”
“본부, 나와라.”
어떻게 태영이 알고 싶어 하는 바를 저리 정확히 꼭 찍어서 말해 줄까?
“알았다, 본부.”
유진이는 무전으로 상황을 알리면서 북쪽의 상황을 추가로 알렸다.
몽골인들은 시력이 좋지.
“변화가 있는가?”
“알았다. 참고하겠다.”
태영은 중기관총을 사용하려 하던 걸 멈추고 중기관총 옆에 나란히 서서 M27을 옆구리에 끼웠다.
기다림에 지칠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 말을 탄 1백 명 수준의 사람들이 태영의 전방 30미터까지 왔다.
그들이 멈춘 곳은 참호를 파 둔 곳의 끝에서 불과 20미터쯤 되는 곳인데, 참호 안에는 물이 제법 차올라 있다.
태영은 M27을 만지작거렸고, 서윤의 주위에는 쇠버리가 빙빙 돌면서 소리를 냈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수부타이를 바라보았다.
몽골 제국의 가장 위대한 명장이라고 불리며, 사준사구의 한 명인 수부타이가 저리 매달려 있는데 눈에 보이는 것이 있을까?
이해한다.
“&^*%$x$%$.”
가운데 말 위에 앉은 몽골인은 복장으로 봐서 제법 고위직으로 보이는데, 뭐라고 말을 하자, 뒤쪽에 선 몽골군 복장의 사람들이 앞으로 나왔다.
“%$x&*&**$%$.”
땅속에 묻힌 몽골군들이 고함을 질렀고, 앞으로 나온 둘은 외나무다리를 건너려고 했다.
“건방지구나. 거기에 가려면 먼저 내 허락을 받아야지. 물러나라.”
그러나 좌우로 흔들리는 몸의 중심을 잡으며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옮겼다.
“한 발짝만 더 움직이면 죽는다. 경고했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경고가 소용없겠지만, 그건 태영이 상관할 문제가 아니다.
따닥~ 쇄액, 쇄액~
앞선 둘이 아무 소리도 못 하고 그대로 참호 속으로 떨어졌다.
이 정도 거리라면, 태영의 감각으로 조준경에 눈을 대지 않아도 머리에 구멍을 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첨벙~첨벙~
물이 차 있어서 물속으로 처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x$$x$.”
누군가의 고함 소리, 그리고 참호 속을 내려다보며 손으로 가리키고, 다섯이 참호 속으로 뛰어들었다.
첨벙~첨벙~첨벙~
참호로 뛰어든 몽골군의 무릎이 보이는 정도까지 물이 들어차 있다.
“$%x!@x$%*&*&$$x.”
“$xx$*&%x$x$.”
참호 위에서 누군가가 소리치고, 다시 참호 안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대충, 어떤 상태이냐 하고 묻고, 죽었습니다. 그런 말일 것이다.
키가 그다지 크지 않은 이 시대의 사람들이니 3미터 높이를 뛰어 올라오지 못한다.
아래쪽에서 셋이 받치고, 둘이 위로 올라오려는 모습이다.
“그곳에 들어갔으면 나오면 안 돼.”
딱~딱~
“으아아아.”
아래에서 발을 받쳐 주는 동료의 몸을 밟고 벽을 기어오르던 몽골군 둘의 머리에서 피가 터지며 참호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비명은 동료를 받치던 몽골군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xx$.”
챙~채채채챙~
중간에 폼을 잡고 선 한 명이 소리를 지르자 뒤쪽의 몽골군들이 일제히 칼을 뽑았다.
수부타이의 목숨이 아깝지 않나?
태영이 수부타이를 죽일 수도 있는데.
아, 저렇게 매달아 놓고, 사람을 보내서 알려 온 것은 죽이지 않으리라 믿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건 맞는 말이기도 하고.
“모두 죽고 싶다는 뜻이지? 모조리 죽여 주마.”
그러나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고함을 지르며 중기관총의 손잡이를 잡았다.
모조리 죽여 버리면 다른 행동을 할 것이다.
“잠깐. *&%@x$xx@$.”
그때, 몽골군 무리 속에서 고려말이 들려왔다.
그리고 뒤이어 몽골어가 제법 한참 동안 들렸다.
“잠깐이라고? 고려말을 할 줄 알아? 어느 놈이야?”
*$%x@$%$%$x%^%^&$%$x$%^%$%^&$%^~
%$x%$%$$&$%^~
*%@$%$x%^%^&$%%$~
$@$%$x%^%^&$x$%^%$%^~
그러나 그쪽에서는 태영의 고함 소리에 대한 답은 없이 소란이 계속되었다.
아, 시끄러운 것들.
“서윤.”
태영이 서윤을 불렀다.
탕~
서윤의 M27에는 소음기가 없다.
싸아~
일순간에 소란스러움이 사라졌다.
이게 무슨 소리지? 어디서 왜 벼락 치는 소리가 들리는 거지?
뭐 그런 표정으로 두리번거렸지만, 그것이 총에서 나온 소리라는 것을 인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고려말, 누구야. 나와.”
잠깐의 정적이 흐르자 몽골군의 복장이 아닌, 잘은 모르지만 몽골 궁궐의 복장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 앞으로 한 발짝 나섰다.
“너야?”
“위대한 왕 알탄우룩을 모시고 있는 비치크치로 고려 이름은 진균이라고 합니다.”
태영의 질문에 이름을 밝힌 자의 헛소리가 들려왔다.
“알탄우룩이 무엇인지 모르니까 지랄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제대로 된 고려말로 해.”
“위대한 알탄우…….”
“한 번만 더 괴상한 소리 지껄이면 너부터 죽인다.”
“미천한 우르스…….”
뭔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또 뭐라고 말을 하는데 짜증이 확 돋았다.
딱~ 퍽~
M27로 왼쪽 어깨를 뚫어 버렸다.
“끄아아아아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감을 잡지 못한 진균의 비명이 뒤늦게 들려왔는데, 그 뒤쪽의 누군가가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M27이 몸을 맞춘 것이 아니라 어깨를 스치듯 관통한 것이어서, 총탄에 남은 힘이 뒤쪽의 몽골군 병사의 가슴에 박힌 모양이었다.
어찌 되었거나 뒤쪽에서 총탄을 맞은 몽골 병사는 재수가 없어도 더럽게 없는 거다.
그 몽골군을 향해 또 다른 몽골군이 소리소리 질렀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았다.
“으하아아아. 흐으.”
비명을 지르는 진균의 어깨에서 피가 흘러나와 옷을 적시는 모습이 보였고, 제 어깨를 손으로 더듬지만, 피는 손가락 사이를 마구 흘러내렸다.
“널 죽일 수 있나 없나 시험해 보고 싶으면, 헛소리를 더 해 봐. 죽여 줄 테니까.”
몽골어를 알아듣지 못하니 몽골군들이 하는 말은 그냥 소음일 뿐이다.
“으아아아.”
총을 맞은 자는 고통을 참으려 비명을 질렀지만, 태영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흐압, 흐아아아.”
하, 비명을 오래도 지르네.
뒤에 선 몽골군들이 움직이려 하자, 그 와중에도 손을 들어 제지했다.
거참, 별나네.
“그 입 다물지 않으면 이번에는 머리를 뚫어 줄 거다. 셋을 세겠다.”
“흡.”
머리에 구멍을 내준다고 하니 겁이 나나 보다.
얼굴에는 여전히 통증이 남아 있었지만, 비명을 멈추었다.
“넌, 고려인이야? 그리고 네가 통역이야?”
“…….”
대답을 안 해?
“대답을 않겠다는 거지? 셋, 둘…….”
“지금은 역인으로 비치크치이지만, 장차 고려의 노얀이 될…….”
둘까지 세었을 때 말을 했지만, 역시 주어와 목적어 같은 것은 몽골어다.
이런 인간들은 맛을 더 봐야지.
딱~ 퍽~
그자는 말을 마저 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이번에는 왼쪽 허벅지를 뚫어 주었기 때문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아.”
그자의 비명이 귀청을 뚫을 듯이 울림과 동시에 그 뒤쪽의 몽골군 하나가 바닥을 뒹굴었다.
허벅지를 관통하고 뒤쪽의 몽골군의 다리에 꽂힌 듯했다.
“흐압, 끄아아합.”
진균이 한 손으로 허벅지를 붙잡고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알아듣게 고려말로 하라고 했지?”
대체 알탄우룩은 무엇이며, 비치크치는 또 무엇이고, 노얀이 어떤 것인지 알 게 뭐야?
힘의 우위에 있는 사람이 못 알아들으면 갑질을 하면 된다.
“흐으읍.”
“네가 네 뒤의 몽골군을 믿고 자꾸 헛소리하는 모양인데, 한마디만 더 하면 네 뒤에 있는 그놈들부터 모조리 죽여 놓고 시작하지.”
말이 통하는데 죽여 버리면 설가빈을 불러와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른다.
사실상, 이곳으로 올 때 설가빈을 데려오지 않은 것은, 저렇게 수천 명의 몽골군이 떼거리로 덤빌 때를 대비해서다.
행여 실수로라도 설가빈을 보호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 태영이 적과 싸우는 사이에 눈먼 화살이라도 날아오면 골치 아프다.
태영이나 서윤을 제외하고 날아오는 화살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일어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