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33
333. 원하는 것은(1)
“$x@*&^%$x@.”
중추원에서 나왔다는,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의 입에서 드디어 말이 나왔다.
여태까지 거의 말을 하지 않고, 마치 저는 이 싸움과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웬일이지?
“&@x$xx*%$%.”
“$x*$**$%.”
“**$x$$x*%$%.”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태영이 당장 공격하지 않을 걸 아는지 그리 급하지 않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충 봐서 얼굴은 30대 후반, 아니면 40대 초반.
이 시대의 사람들, 특히 남자는 얼굴에 무언가를 바르거나 하지 않고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얼굴이 검고 상당히 노안이다.
21세기를 기준으로 보면 50대 초반으로 보이지만, 그런 것을 감안해서 10년 이상 줄여 본 것이다.
“우르츠사하리?”
그들의 소란스러움 중에 진균이 이름을 말한 것이 생각났다.
태영의 중얼거림은 워낙 작아서 저쪽에서는 듣지 못했을 것이다.
“예뤼추차이.”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마자 한어로 크게 불렀다.
몽골에서도 그렇게 불리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불리고 있건 상관없다.
그리고 발음이야 조금 차이가 나겠지만, 제 이름이면 알아들을 것이다.
“…….”
대답은 없었지만, 대답을 대신하여 지금까지 나누던 이야기를 중단하고 고개가 홱 돌아왔다.
맞았어.
야율초재, 금나라에 멸망된 거란, 요나라 황족의 후손이다.
자신의 나라를 멸망시킨 금나라를 정벌하던 몽골의 칭기즈칸에게 발탁되어 측근이 되었다.
아주, 워낙, 무지하게 똑똑했거든.
야율초재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요나라는 멸망했고, 금나라나 몽골이나 거기가 거기다.
만일 고려로 데려가면?
에이, 그 생각은 말자.
“내가 그자에게 요구한 것을 들었는가?”
야율초재(耶律楚材)라는 것을 안 이상 중간에 통역은 필요 없다.
그냥 한어로 하면 된다.
발음 차이는 되물어서 해결하면 되고, 그래도 안 통하면 필담을 하면 된다.
“맞소, 내가 야율초재요.”
질문은 그것이 아니었는데, 자신의 이름이 맞다고 인정한다.
“그런데 그 모두를 오늘 정오까지 불러올 수는 없소이다.”
제법 점잖은 목소리였지만, 듣기에 따라서 아주 강경하고 시건방진 목소리다.
“아, 이해를 잘 못 한 것 같은데, 내가 말한 것은 통고이지 가능하냐고 물어보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
“경고이기도 하고, 통첩이기도 해.”
“그 말씀은?”
“나는 정오까지 그들을 데려오지 않으면, 저 뒤에 있는 사람들 절반을 죽이겠다고 통고했고, 너는 그것을 네 눈으로 보게 될 거야.”
손을 들어 카라코룸을 가리켰다.
“…….”
워낙 충격이 컸기 때문일까?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다.
“그럴 수 있느냐고?”
“…….”
야율초재가 대답하거나 말거나 태영은 말을 이었다.
“조금 전에 봤지?”
“…….”
“다시 보여 줘?”
대답을 않고 놀란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는 야율초재, 그리고 경고를 거듭하는 태영이다.
“…….”
“아, 참고로 아무도 도망가지 못해. 카라코룸 주변은 우리 군사들로 포위되었으니까.”
“하나 물어보겠소.”
“물어.”
야율초재는 워낙 똑똑하다고 소문났으니 말려들지만 않으면 된다.
“고려군이라 하시었소?”
“맞아, 고려군.”
“고려에서 이 멀고 먼 땅까지 왔을 때는 원하는 것이 있었을 것이오.”
“당연히 있지. 잊지 못할 것도 있고.”
“그 먼 곳에서 어떻게 군사를 끌고 왔소?”
하, 웃기네.
묘하게 중요한 논점을 꺼내 놓고 질문은 살짝 비껴간다.
물론, 고려에서 이 멀고 먼 땅으로 어떻게 왔는지 궁금할 수는 있다.
무려 6천 리를 군사를 끌고 왔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지금 이 마당에 그게 궁금한 것은 아니지 않아?
실제 질문하고 싶은 것은, 방금 말을 꺼내고 덮어 버린,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거 아니야?
“네가 궁금한 것은 그게 아닐 텐데?”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물었다.
“그중에 하나요. 그럼 다른 것을 묻겠소. 혹시 이 부근을 모두 막은 것이 보름쯤 되오이까?”
하, 진짜 여유 만만하네.
좋아, 조금만 더 참아 주자.
“그래. 그때부터 막았지.”
“정말 이상하다 했소. 귀환해야 할 부대가 귀환하지 않고, 외부로 전령을 보냈는데도 도무지 답이 없어서 궁금해하던 차였는데, 이제야 알게 되었구려.”
“자, 이제 질문 끝. 이번에는 내가 하나 물어보지.”
“네, 하시지요.”
질문 끝, 할 때 살짝 아쉬운 표정이 들긴 했는데, 태영의 빠른 감각이 아니었으면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 완벽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노얀이 무슨 의미야?”
“음, 몽골을 섬기는 작은 나라, 속국 또는 조공국의 왕을 이르는 공통적인 말로 들으시면 되겠습니다.”
“틀림없어?”
“네, 그렇습니다.”
진균, 장차 고려의 노얀이 되겠다고 했었다.
꿈이 무지하게 야무지네.
고려의 왕이 되고 싶다고?
몽골에 살살 비벼서, 몽골이 고려를 먹으면 제가 고려의 왕이 된다, 그런 개꿈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개꿈은 확실하게 개꿈이라는 것을 알려 줘야 하는데, 저 물건을 어떻게 해야 잘했다고 하게 될까?
“자, 이제 서로 할 말은 다 했고, 시한은 정해져 있고, 지금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다. 명심해.”
“…….”
하늘을 한번 바라봤다.
저들은 시계 대신 게르의 가운데 뚫려 있는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의 방향으로 시간을 산정한다고 했던가?
“마지막으로 한두 가지 남았소.”
“한 가지만.”
“저분을 풀어 주시오.”
저분이라고 하고, 손짓도 하지 않으면서 눈길만 수부타이에게 보냈다.
그래, 수부타이 이야기를 언제 꺼내나 했다.
야율초재가 한두 가지라고 했던 것은 실제 두 가지일 것이고, 원하는 것이 뭐냐 하는 것과 수부타이를 풀어 달라는 말일 터였다.
“수부타이?”
“네.”
“교대자가 오면 풀어 줄 수 있는데, 지명이야.”
“지명이라구요?”
약간의 기대감이 어린다.
“오고타이와 교대 가능해.”
“…….”
약간의 기대를 했다가 태영의 말에 완전히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이제야 포커페이스가 풀어진다.
망할 놈.
칭기즈칸의 셋째 아들인 오고타이와 수부타이를 어찌 맞교환해?
죽을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도 꺼내지 말아야 하고, 머릿속으로 생각을 해도 안 되는 일이다.
주치의 출생의 비밀과 관련해서 주치와 차가타이의 격렬한 다툼이 시기적으로 언제 발생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둘은 이미 후계 구도에서 제외되었다.
언제쯤, 오고타이를 후계로 정해 두었는지 모르지만, 절대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가능해?”
이곳에 야율초재를 제외하고 한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려나?
아무래도 야율초재의 측근은 있을 것이고, 그들은 알아들었을 것이다.
“…….”
고개를 도리도리할 듯하다가 포커페이스로 돌아갔다.
“요구한 것에 대해서, 내가 이 자리에서 그것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은 알 것이오. 이름을 물어도 되겠소?”
“최태영.”
“최태영. 기억하겠소.”
“그래, 잘 기억해 두는 것이 좋을 거야.”
그런데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저것도 똑똑하다고 소문난 인간의 전략인가 싶을 정도다.
“다음 요구를 하겠다고 하셨는데, 혹시 무엇인지 알 수 있겠소?”
남은 패를 까라네.
그럼 게임이 재미없지.
“조금 전의 요구가 해결되면 알게 될 거야.”
“언질이라도 좀…….”
“아 참, 잊었는데, 너는 수하 한 명만 데려가고, 이 앞쪽은 모두 거기 남아 있어야 해. 내 말을 어기면 시신으로 남아 있게 된다는 것을 네 눈으로 보게 될 거야.”
“…….”
대답 대신 그들을 한번 둘러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영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기 죽어 있는 시신들은 저 뒤의 군사들에게 시켜서 모두 가지고 가라고 해.”
그리고 가라는 손짓을 했다.
태영의 말이 허풍이 아님을 알 것이다.
“아, 명심해. 정오까지야.”
***
야율초재가 단 한 명의 수하를 데리고 떠났다.
떠나기 전에, 태영의 요구로 너희들을 데려갈 수 없다는 의미의 말을 전했는지, 함께 왔던 백여 명의 사람들 안색이 어두워지는 것이 보였다.
뒤쪽의 몽골군들이 슬금슬금 이동하면서 시신을 치우는 시늉을 했지만, 그냥 두고 떠났다.
이들은 시신을 치우지 않는 풍습이 있는 것이 확실한 듯했다.
시키는 것을 듣지 않았는데, 총질 한번 더할까?
“301호 들리는가?”
박진하가 직접 무전을 받았다.
“그쪽으로 몽골군이 대규모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에 맞춰서 준비하십시오.”
“내가 협박을 심하게 했습니다.”
“칭기즈칸의 본처 이름, 자식들과 손자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죽을 수도 있다고 했거든요. 그러니 분명 피신을 시킬 겁니다. 방향은 북쪽이 될 것이구요.”
“네, 말씀하세요.”
그냥 좀 넘어가지, 그걸 뭘 궁금해하고 그래?
“여기 온 협상단을 협박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협상단이 바보라고 해도 협박한다고 칭기즈칸 본처의 이름을 대는 것이 가능한 이야기야?
그냥 넘어가 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알았다고 한다.
“이사할까?”
무전이 끝나고 물었다.
사방에 피 냄새가 가득하고, 벌레들도 모여들기 시작했다.
바람이 제법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벌판에서 피 냄새가 사라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금도 치우지 않은 시신에서 계속해서 흘러나오기에 어쩔 수가 없다.
그것은 참을 수 있지만, 벌레들이 덤벼드는 것과 그 처참하게 죽어서 흉한 모습을 계속 보는 것은 별로였다.
“좌측으로 1킬로 정도 옮기지요.”
좌측으로 그 정도 옮겨 가면 오르혼강과 조금 더 가까워진다.
“그래, 저들 좀 묶고.”
“네.”
건너편에 남아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몽골군, 아니 일부는 호위를 해 온 몽골군이 맞고, 또 일부는 병사가 아니었다.
야율초재가 군부와 상관은 없어도 제법 고위직이었을 것이니, 분명히 행정 조직의 인력들이 상당히 많이 왔을 것이다.
“진균, 모두들 옷 벗으라고 해.”
“네, 네? 네? 네?”
귀가 먹었나?
아니면 정신이 어찌 된 건가?
옷 벗겨서 뭘 할 거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아무것도 아니거든.
그냥 그 옷을 찢어서 너희들을 묶을 포승줄을 만들 거거든.
***
카라코룸으로 돌아가는 길.
야율초재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찌하실 것이온지요?”
자신의 뒤를 따르는 수하가 질문을 해 왔다.
자신이 몽골의 칸에게 거두어질 때, 자신을 따라온 수하다.
많은 수하들이 있었지만, 조금 전에 모두 잃었다.
다시는 그들이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것은 안다.
수하의 말을 들으면서 칸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자신은 칸의 조언자이면서 칸의 명을 전하는 사람이지,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자신의 주장에는 항상 한계가 따랐다.
거기에 몽골 사람도 아니다.
건방지게 네가 뭔데? 라는 시선을 보내는 수많은 장수들이 있고, 대놓고 그렇게 말하기도 한다.
다만, 그들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것은, 오직 칸이 자신을 곁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 천둥소리가 무엇인지 짐작이 가느냐?”
“…….”
“그래, 그렇겠지.”
“…….”
“세상에 모르는 것이 많지 않다 생각했느니라.”
“…….”
“오늘,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음을 뼈저리게 느꼈느니라.”
“…….”
“나도 그러할진대, 너는 다르겠느냐?”
“…….”
“…….”
투둑, 투둑.
흙을 밟고 풀을 차는 말발굽 소리만 들려왔다.
칸을 설득시키고, 장수들을 설득시켜서 최태영이라는 고려인 장수가 원하는 바를 이행하려면 부지런히 돌아가야 하는데, 그 발길이 무거워서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모르겠사옵니다. 다만.”
“다만?”
“최태영이라 불린 고려인. 그는 자신이 한 말을 지킬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그렇게 보았느냐?”
“네.”
“…….”
이번에는 야율초재가 할 말을 잃었다.
자신도 그리 느꼈고, 세상에 두려움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
칸?
위대한 칸에게서도 느낄 수 없었던 섬뜩한 공포가 자신을 억눌렀었다.
그 공포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의 얼굴에 어려 있는 침착함, 평온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무서운 공포였었다.
그 공포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지만, 고려의 장수는 자신을 어린아이 다루듯 했다.
작은 꾀를 내어 봤지만, 먹혀들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 그런 사람도 있다니.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의 요구를 들어줄까?”
서로의 말이 다르지만, 몽골의 황도에 있는 칸의 측근들이 결코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말은 요구라고 했지만, 고려의 장수는 굴복과 복종을 원했다.
“아닐 것이옵니다.”
“그렇겠지?”
“대항하면 모두 죽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몽골은 이 땅 위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수하의 말은 분명히 대항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 그래도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조금 전, 고려의 장수가 했던 요구는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만, 혹시 생각이 다르신지요?”
“…….”
대답을 못 했다.
할 수가 없다.
자신도 그리 느끼고 있으니까.
지금 받은 치욕은 치욕의 수준에 들지도 못할 것이다.
“저고여 공에게서 소신이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
“고려 황제의 어전에서 공물로 보내 준 것을 집어 던졌다고 했습니다. 고려 황제는 얼굴만 벌게져서 아무 말도 못 했다는 이야기를 아주 자랑스럽게 하더군요.”
“그래?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더냐?”
“네, 오늘 이름을 말하지 않는 고려인 네 명을 제외하면, 가장 먼저 저고여 공의 이름을 말했습니다.”
“또 생각나는 것이 있느냐?”
“두 번째 이름 푸타우 공은 고려의 강동성을 점령한 바 있습니다.”
“아하…….”
“그 뒤에 불린 이름의 의미는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만, 고려와 접점이 있는 사람은 그 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
“그런데, 그의 입에서… 어찌 이름을 아는 것일까요?”
“…….”
짐작도 되지 않는다.
수부타이를 취조했을까?
그래서 알게 된 이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