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37
337. 원하는 것은(5)
그럼, 여기 끝도 없이 널린 몽골군의 시신은 3연대가 정리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연대 병력은 연대장을 포함하여 481명.
빈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신이 널린 이 현장의 뒤처리를 하기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포위가 우선이다.
아무래도 이곳을 떠나기 전에 태영이 조금은 도와줘야 할 것 같았다.
“72호, 현황 보고 바람.”
“71호, 원대 복귀하라. 73호 임무 현황 보고 바람.”
“알았다. 73호.”
2사단의 병력이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길을 재촉하지 않고 시신을 질질 끌고 움직이거나 생존자의 목에 총검을 찔러 넣는 것은 3연대 병력이다.
“대장님.”
참호 건너편에서 이곳의 정리를 맡은 2사단 3연대장이 태영을 불렀다.
“왜?”
“여기 시신들, 저 안으로 던져도 되겠습니까?”
참호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렇게 해.”
“넵, 감사합니다.”
시신을 파묻을 수도 없고, 파묻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크고 넓게 파인 참호를 이용하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이다.
“들린다. 말하라.”
“아직은 없다. 지금 이쪽은 아직 전투 중이기에 그곳으로 가서 맞이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려 주고, 그쪽, 전진 기지 정리를 좀 하라고 해.”
예상보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굴삭기가 도착할 예정이란다.
“굴삭기요? 힘들었을 텐데. 잘 도착했네요.”
“그래.”
태영과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정찰조의 정원근이 날아와 태영의 옆에 내려섰다.
“2사단 포위 업무를 계속 지원하겠습니다.”
“그래, 마저 수고해.”
“나, 의자가 필요해요.”
“하나 만들지 뭐.”
이제 와서 서윤이 의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언제든 상관없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의자가 필요하다고 하는 걸 보니, 염력의 사용이 많아서 잠시 쉬려는 것으로 생각되어 쉽게 답해 주었다.
잠시면 만들어지고, 이곳에 버리고 가도 상관없으니까.
“피곤하지?”
“심한 것은 아닌데, 좀 앉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태영은 몽골군이 건너오려고 걸쳐 두었던 사다리를 당겨 왔다.
“저거만 좀 건져 올려 줘.”
“네.”
서윤은 참호 속에 빠진 사다리를 모두 건져 올려 태영의 옆에 놓았다.
착~차차차착~
순식간에 나무를 자르고 홈을 파내고 끼우고 해서 메뚜기 의자 2개를 만들고, 작은 테이블도 하나 만들었다.
참호에 걸쳐 있어서 물에 젖지 않은 나무는 받침용으로 가지런히 홈을 파서 끼웠다.
“와, 순식간이네요. 아주 괜찮은 모양의 의자인데, 머릿속에 몇 가지나 가지고 있어요?”
“수백 개?”
“보자. 아후, 편안하네.”
서윤은 메뚜기 의자에 앉으며 다리를 쭉 뻗어 테이블 위에 올렸다.
하긴 오늘 아침부터 뙤약볕이 내리쬐는 이곳에서 계속 전투를 했으니 조금은 피곤할 것이다.
“이제, 대질심문을 좀 해야겠다.”
“진균?”
“그래.”
“제가 도와 드리지 않아도 되죠?”
“그럼, 진균 하나 뽑아 오는데 뭐.”
“그건 그렇구요. 이제, 성님 오시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 앞에 저렇게 몽골군 시신이 깔렸는데, 거북하지 않을까?”
2사단의 나머지 병력이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 어지러웠다.
병력이 무기를 버리고, 포로가 된 몽골군을 묶는 작업을 하는 한편, 가까운 곳의 시신들을 참호로 끌고 가서 밀어 넣고 있다.
“성님은 이미 좀 익숙하지만, 막내도 좀 익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해서요. 서방님 따라 전장에서 계속 움직이려면.”
막내.
고설하는 이런 전쟁터에 있어 본 적이 제대로 없긴 하다.
그런 면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천천히 익숙해지면 돼. 일단 진균을 뽑아 오기 전에 저기 시신 치우는 것을 먼저 좀 도와주는 것이 좋겠다.”
“네, 저는 좀 쉴게요.”
“그래.”
참호를 건너뛰었다.
획~ 수웅~휙~부웅~
몽골군 시신이 손에 잡히는 대로 참호로 던져 넣기 시작했다.
태영의 힘으로 백 미터 정도 던지는 것은 일도 아니면서 정확성이 아주 높으니 던지는 대로 참호로 떨어졌다.
“대장님.”
태영이 달리며 시신을 집어 던지는 옆에서 3연대장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불렀다.
저건 부르는 것이 아니지만.
“빨리 정리해야 할 것 아닌가? 내가 도와주면 빨리 끝나지.”
“하아, 그게 아니라 너무 엄청나서요.”
고려군, 정규군은 태영의 힘과 속도를 본 적이 없다.
심지어 3군단에서는 군단장인 박진하조차도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 연대장들이 볼일은 없었을 것이다.
“병사들에게 항복한 포로들 묶고, 전리품을 수거하라고 해.”
“네, 그리하겠습니다.”
“부지런히 전리품 수거하지 않으면, 내가 모두 던져 넣어 버릴 수 있어. 서둘러야 해.”
“넵, 알겠습니다.”
슥~ 부웅~척~쉬익~
양손으로 손에 잡히는 대로 던지면서 이동하자 어느덧 참호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졌다.
“거기, 누구 시켜서 야전삽 좀 구해 와.”
누군지도 모르는 병사에게 삽을 구해 오라고 시켰다.
“네, 알겠습니다.”
세 곳에 시신 구덩이를 파고, 그곳까지 시신을 던져 넣었을 때, 포로로 잡은 몽골군을 제외하고는 시선에 보이는 시신이 거의 없었다.
“1시간이나 걸렸네.”
워낙 사망한 몽골군이 많기에 시간이 많이 걸린 것뿐이다.
“고생하셨습니다, 대장님.”
“감사합니다, 대장님.”
3연대 병사들의 큰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저 병사들은 태영이 어떻게 참호를 파고, 어떻게 몽골군 시신을 던져 넣는지 보았으니.
저들 481명이 저 시신들을 모두 정리하려면 내일까지 해도 불가능하다.
“자, 흙으로 덮는 것은 여러분들이 하고, 마저 고생들 하자고.”
“넵, 대장님.”
참호를 파면서 던져둔 흙이 옆에 언덕을 이루고 있으니 그것으로 시신이 쌓인 참호를 덮으면 된다.
태영은 그들의 대답을 들으면서 처음 있던, 수부타이를 매달아 둔 토성이 있는 참호로 달려갔다.
“벌써 다 끝내셨네요.”
“힘을 좀 썼지. 진균 데려올게.”
“네.”
토성으로 올라갔다.
토성의 상부, 태영이 있는 위치의 반대편에 나무 기둥에 묶여 있는 야율초재의 모습은 반쯤 정신이 나가 있다.
온몸을 파르르 떨고 있는 것이 멀리서도 보였다.
자신의 눈앞에서 이곳으로 왔던 1만의 몽골군이 거의 전멸했다.
아니, 일부는 무기를 던지며 무릎을 꿇고 항복을 해서 살아남았지만, 그리 많진 않았다.
얼마나 죽었는지 감도 잡히지 않을 것이다.
고려군의 전사자?
아직까지 전사 보고는 없었다.
그리고 사망한 몽골군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뭐, 괴물이라고 상상을 하건 어찌 되었건 상관없다.
태영은 토성의 안쪽에 묶여서 찡그리고 있는 진균의 입을 봉하고 있는 재갈을 제거했다.
“대, 대장님. 흐윽.”
울려고 하는 진균이 묶여 있는 기둥을 뽑았다.
이놈은 토성 안쪽에 있어서 시야가 차단되었기에 바깥의 참상이 어떤지 모를 것이다.
그런데 이놈의 신음도, 몸에서 풍기는 냄새도 이상했다.
초원에 벌레도 많고, 또 흙구덩이를 파서 거기에도 벌레가 있지만 이런 냄새를 풍기지는 않는데.
“뭐야? 너 쌌어?”
“흐윽, 그…… 그것이 무, 묶여 있어서 그랬습니다.”
진균을 토성 안에 가두어 둔 지가 제법 오래되긴 했지만, 묶여 있어서 그렇다고 하기보다는 워낙 총성이 심하게 울렸다.
그리고 여러 대의 호버리가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총을 난사했으니 놀래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에이, 더러운 자식 같으니.”
그래도 진균의 머리채와 나무 기둥의 끝을 함께 잡아서 질질 끌고 서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아, 그. 뭐예요? 냄새.”
옷이 젖어 있고, 냄새가 나니 더러운 꼴을 서윤이 바로 알아차렸다.
“아주 더러운 놈이야. 고려를 배신하고 몽골에 붙어먹은 놈이 이런 것까지 지저분해.”
“흐윽. 죄, 죄송하…… 합니다.”
“물속에 좀 처넣었다가 건져 내는 것이 좋지 않아요?”
서윤이 잠시 코를 잡았다가 인상을 찡그리며 놓았다.
“아니야, 바람도 있고 햇빛도 좋으니 냄새는 금방 날아갈 거야. 이런 지저분한 놈은 지저분하게 살라고 그대로 두자고.”
“크, 그럼 그래요.”
태영과 서윤이 주고받는 말에 세상이 다 끝난 것 같은 표정의 진균이 자포자기로 고개를 푹 숙였다.
“너 말이야.”
“네…… 네, 대장님.”
“누가 너보고 날 대장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어? 죽을래?”
“합, 아 아닙니다.”
“너 반역자 아니냐?”
“…….”
“어? 대답을 안 해?”
“마, 맞습니다.”
“반역자의 끝은 뭐라고?”
“주, 죽음이……라……고…….”
저도 제 생의 끝을 추측하니 슬퍼지는 모양이다.
어이구,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라니.
“너, 살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면?”
“하, 하겠습니다.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기둥에 묶인 상태로도 연신 고개 숙여 절을 했다.
“대신, 요만큼이라도 나를 속이거나 하면, 그건 바로 없었던 일이 된다. 알지?”
“넵, 넵. 알고말고요. 조금도 속이지 않겠습니다.”
“좋아, 믿겠어.”
믿기는 무슨.
반역자의 말을 어찌 믿어?
너 같으면 믿겠냐?
노인 5명이 갇혀 있는 구덩이 앞으로 끌고 가서 가장자리에 기둥을 박았다.
“너, 저기 있는 사람들, 순서대로 이름을 말해 봐.”
야율초재는 멀리 떨어진 토성 위에 있어서 진균에게 눈치를 주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안심하고 시켰다.
“네, 네?”
“저기 있는 놈들 이름 몰라?”
“저, 전혀 모……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정말이야? 제대로 봐.”
“아, 저기 한 사람은 마장에서 일하는 노인입니다. 이름은 모릅니다. 나머지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알았어.”
아이들이 갇혀 있는 구덩이에서도 아무도 모르겠다고 했다.
태영이 이름을 불러 줬던 몽골 장수들의 자식들은 나름 귀족층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모르겠다고 한다.
속일 것이라 짐작은 했다.
무장을 해서 던져 넣은 4명의 몽골인이 있는 구덩이에서도 아는 사람은 없다.
마지막으로 11명이 갇혀 있는 구덩이 앞에 꽂았다.
여기는 무언가 다른 분위기의 사람이 한 명 있다.
태영에게 묘한 느낌을 주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인물.
진균이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살피는 중에 태영 역시 한 명 한 명을 찬찬히 살펴보았는데, 무언가 좀 달랐다.
“저들은?”
“저……들도 처음 보는데, 저 뒤에 셋은…… 고려인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
“네. 마, 맞습니다.”
“이름은?”
“저하고는 다른 곳에 있어서 이름은 모릅니다.”
“서로 교류도 없었다고?”
“…….”
배신자들, 아니 반역자 놈들은 주제도 모르고 서로 경계하는 모양이다.
“그래, 알았다.”
“그, 그럼, 저, 저는 이제 풀어 주는 것입니까?”
태영이 알았다고 하자 조금 전에 말한, 살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것을 모두 얻었다 생각한 모양이다.
“지금, 방금 그거로 네 목숨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네 목숨의 가치가 겨우 그 정도밖에 안 돼?”
“아…… 그…….”
“말해 봐. 겨우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야?”
“아…… 아닙니다.”
“고려의 노얀이 되겠다는 놈의 가치가 그렇다는 말이지? 완전히 똥개 털 값도 안 되네.”
“아.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우리가 몽골을 떠날 때까지야.”
“넵, 알겠습니다.”
어쭈, 화색이 돌아온다.
대체 이놈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
태영은 11명이 갇혀 있는 구덩이 안의 고려인이라고 말했던 3명과, 묘한 느낌을 주는 30대 후반의 행색을 다시 바라봤다.
다른 몽골인들은 모두 태영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 사람은 마치 태영의 시선을 피하듯 등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가능하면 눈에 뜨이지 않으려 애쓰는 것 같은데, 그것보다 태영의 눈길을 끈 것은 겉옷 안에 감춰져 있어서 목 부분 위로밖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옷의 모양이다.
비록 목 부위와 앞가슴 일부밖에 보이지 않지만, 저 옷은 이 시대, 특히 몽골인의 옷이 아니다.
여름이기에 옷을 동여매지 못하기에 발견했을 것이다.
한참 동안 서서 바라봐도 조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조금, 아니 많이 이상해.’
“왜요?”
그 사람을 유심히 보는 것을 옆에서 보던 서윤이 물었다.
“조금 이상해서.”
“누구요? 아, 저기.”
서윤 역시 모두들 이쪽을 보고 있는데 등을 보이는 사람이 이상한 모양이었다.
“저 사람 알아? 등을 보이고 있는 사람.”
이번에는 진균에게 물었다.
“……아뇨. 모릅니다.”
“저쪽에 셋이 고려인이라고 하는데, 건져 올려 봐.”
“네.”
태영의 말이 끝나자 셋이 훨훨 날아 위로 올라왔다.
“헙, 흐윽.”
셋은 주변에 보이는 참혹한 모습에 놀라 손으로 입을 막고 비명을 질렀다.
그러면서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면서 주위를 둘러보기도 했다.
이들이 구덩이로 날아갈 때는 전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만에 달하는 몽골군이 말을 타고 그 웅장한 기세를 자랑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시신이 되어 있다.
“너희들, 각자 자기소개를 해 봐.”
이 시대에도 그런 거 하나 몰라.
21세기에는 아주 흔하게 하는 일인데.
“…….”
뭐 하는 소리냐는 듯 멀뚱멀뚱 서로를 쳐다보다가 태영을 보다가 했다.
태영은 의자를 만들고 남아 있는 나무 중에 매질하기에 적당한 것 한 개를 손에 들었다.
“이것들이.”
빡~빡빡~ 퍽퍽퍽~
흐윽 컥악~
모두의 머리를 한 번씩 공평하게 까고, 허리를 한 번씩 공평하게 후려쳤다.
이들은 몽골군 포로들처럼 포박을 하지 않아 몸이 자유스럽기에 맞은 머리를 문지르고 허리에 손을 올려 아픈 부위를 문질렀다.
“똑바로 서.”
대한민국 군대의 참맛에 추가해서 주먹 세계의 구타와 폭행의 맛을 보여 주지.
퍽~
“끄억.”
허벅지를 맞은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또 쓰러졌다.
“앞으로 쓰러지거나 주저앉는 놈은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도록 다리를 분질러 주지. 즉시 일어선다. 실시.”
태영의 말에 셋이 발딱 일어섰다.
퍽퍽퍽~
“으악, 아악, 악.”
다시 몽둥이로 한 번씩 후려갈겼다.
“지금부터, 내 말의 끝말은 반드시 따라서 복창한다. 알았나?”
“알겠습니다.”
그래도 알았다 하고 반말하는 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