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38
338. 원하는 것은(6)
좀 맞고 나더니 빠릿빠릿해졌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름.”
“조, 조숙창이옵니다.”
“전여한이옵니다.”
“유, 윤비인이옵니다.”
“유 씨야, 윤 씨야?”
“윤 씨이옵니다.”
“발음 똑바로 못 하지?”
“…….”
“이것들이. 모두 성이 제대로 있는 것을 보니, 양반집 새끼들이잖아?”
“…….”
퍽퍽퍽~
“대답을 안 해? 맞아, 안 맞아?”
다시 몽둥이로 매질을 가했다.
“으윽, 으으음, 마, 맞습니다.”
다리를 분질러 놓겠다는 엄포 때문인지 쓰러지지 않으려고 기를 썼다.
“마, 맞습니다.”
“좋아. 그렇게 재빨리 대답하라고. 대답이 늦으면 늦을 때마다 맞을 거니까. 알았어?”
“네, 넵.”
퍽퍽~
“복창 안 하지?”
“알았습니다.”
퍽퍽~
“너는 왜 대답 안 해?”
“넵, 앞으로 곧바로 하겠습니다.”
역시 매질에는 장사가 없지만, 이런 반역자 놈들은 마구잡이로 두들겨 패야 하는데, 핑계가 아주 제대로다.
“넷이라고 들었는데, 왜 너희 셋만 왔어? 나머지 한 명은 이름이 뭐야?”
“바, 박무의이옵니다.”
대답은 윤비인이 했다.
둘이 짝짜꿍이 잘 맞는다는 말이겠지.
“박무의는 어디 있어?”
“…….”
“또 답을 안 하겠다는…….”
“수, 숨었습니다.”
몽둥이를 든 태영의 손이 올라가자마자 바로 나왔다.
“숨어?”
“네, 넵. 숨었습니다.”
“하, 요 쥐새끼를 봤나? 찾아내면 살아 있는 것을 후회하게 해 주지.”
그러는 사이에도 2사단의 병사들은 부지런히 몽골군 시신으로 가득한 참호를 흙으로 메우고 있었다.
굴삭기 불러와서 흙으로 덮으라고 할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가장 힘이 많이 드는 작업은 태영이 해 주었다.
저 흙들을 다 덮고 나면, 항복한 포로들의 정리만 남는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어차피 성문 앞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저놈 좀 이쪽으로 잡아 와 줘.”
고려인 셋을 그대로 두고, 이상하게 보이는 사람을 올려 달라고 서윤에게 말했다.
“네.”
대답을 한 서윤이 그를 끌어 올렸다.
툭 떨어졌지만,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인데 몽골 복장 안에 절대로 이 시대의 옷으로 볼 수 없는 형태의 옷을 입었다.
비록 언제쯤 빨래를 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때가 묻어 있었지만, 분명 이건 21세기의 옷 같다.
“저…… 고려인이 정말 맞사온지요?”
아주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윤비인이 물었다.
“그럼, 넌 내가 누구로 보여?”
짝~
질문을 하면서 귀싸대기를 한 대 날렸다.
“큭, 으으윽. 죄, 죄송합니다.”
“너흰 까불지 말고 얌전히 있어. 나중에 박진하 군단장에게 너희 처분을 맡길 거니까.”
“바, 박진하 중낭장……?”
놀라는 모습이라니.
역시 이놈들에게는 중낭장으로 기억되고 있는 박진하인데, 죽은 줄 알았겠지.
박진하가 그렇게 유명 인사였나?
최충헌의 가병들에게 쫓겨 다니기는 해도, 박진하라는 이름은 개나 소나 아는 체를 한다.
이런 놈들은 적 편에 붙어서 간첩질을 하다가, 전쟁이 벌어지면 바로 아군 진영에 총질을 할 놈들이다.
아무리 최충헌이 악당이라고 해도 그 최충헌보다 이놈들이 더 나쁜 놈들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서윤이 건져 올린 의문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반쯤 돌려 숙이고 시선을 맞추지 않는다.
“Head up. (머리 들어.)”
벼락같이 고함을 질렀다.
알아들은 것 같다는 느낌?
확신은 없었는데, 알아들을 것 같다는 말이지.
깜짝 놀란다.
맞았어.
이 시대의 몽골 땅에서 자신에게 영어로 말하는 사람이 있으리라곤 생각조차 하지 않았겠지.
머릿속으로 고개 들어, 라는 말의 영어를 여러 버전으로 생각했지만, 강한 어조의 느낌이 나는 단어를 선택한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자는 놀라지 않은 척했지만, 이미 들켰다.
“Look at me. If you don’t, I could kill you. (날 똑바로 봐. 아니면 널 죽일 수도 있어.)”
서윤의 시선이 이쪽으로 휙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Where are you from? tell me who you are. (너 어디서 왔어? 네가 누구인지 말해 봐.)”
“You don’t look like an Englishman. (영국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데.)”
태영의 말끝에 서윤이 한마디 했다.
“…….”
그런데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있다.
“Won’t you answer? I know you can speak English. (대답 안 할 건가? 난 네가 영어를 할 줄 안다는 걸 알아.)”
“…….”
“If you don’t answer, or if you don’t speak English……. (네가 대답하지 않거나, 네가 영어를 할 줄 모른다면…….)”
거기까지 말하고,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You know what I mean? (무슨 의미인지 알지?)”
죽고 싶으면 버티면 돼.
그럼 목을 날려 버리면 되니까.
“That’s right. I’m Thai. And an American. (맞습니다. 나는 태국 사람입니다. 그리고 미국인입니다.)”
이제, 드디어 입을 열었다.
태영이 이 시대로 날아온 것처럼, 라일리, 아나이스, 영국인 케네스 그리고 얼마 전에 그렇게 많이 왔던 사람들 중에 미군인 콘라드와 에이든 같은 사람들.
태영의 손으로 모두 쓸어버린 이슬람 반군들.
그리고 태영이 사용 중인 그 많은 미래의 장비들은 남겨 주었지만, 이 차원으로 날아오자마자 죽어 간 수많은 사람들.
군대 후임인 김정표와 그 트럭에 함께 타고 있던 오석훈, 주양세의 목에 인식표로만 남아서 태영과 만난 조창현, 그리고 신용 카드 위의 이름 박상진.
모두 죽었지만, 이 사람은 그래도 살아 있다.
“무슨 뜻이에요? 타이? 그리고 미국인이라니.”
태국인이면서 미국인이라고 하니 의문이 생긴 모양이다.
“태국 사람인데,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그곳에 정착한 사람 같아.”
그것도 아니면 공부하러 가서 눌러앉았을 수도 있고.
“What’s your name? (이름이 뭔가?)”
“David Patterson. (데이빗 패터슨.)”
태국에 그런 성씨가 있나?
없는데? 그럼 입양된 것인가?
“When did you get here? (여긴 언제 왔나?)”
“It w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