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41
340. 칙서(2)
“칙서로 볼 수 없다?”
“고려가 몽골에 조공을 바치는 나라입니다. 그러니 칙서라는…….”
“그래?”
“…….”
말을 자르고 물었는데 입을 다물었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다.
지금 태영이 군사들을 이끌고 와서 몽골을 압박하고 있지만, 국교를 단절하기 전까지는 고려가 몽골에 조공을 바치는 나라가 맞다.
“그럼, 우리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먼저군. 네가 그런 형식을 지켜 주기를 바라다니,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
더 죽어야 정신을 차릴 건가?
태영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그것이었지만, 말은 다르게 했다.
“…….”
“유시완.”
“네, 대장님.”
“2사단이 잡은 포로들은?”
“거의 정리가 끝나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밖에 나가서, 박 장군하고 3사단장, 참모들 좀 오라고 해.”
“넵.”
유시완이 사령부 바깥에 서 있는 타격조 병사에게 지시를 하고 잠시 기다리자 박진하가 참모들을 데리고 왔다.
“할 이야기가 있으시다구요?”
“이놈이 과거에 고려가 몽골에 조공을 바쳤으니, 몽골이 고려의 상국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관계부터 정립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지금 2사단이 잡은 포로가 좀 있을 것입니다. 그놈들을 모두 호송해 와서 카라코룸으로 돌려보내려 합니다.”
“그리고요?”
“나머지는 호송한 후에 이야기하죠.”
“네, 일단 3사단 절반쯤 보내서 데리고 호송해 오라고 하겠습니다.”
“네.”
그곳에서 여기까지 거리는 2킬로도 안 된다.
“그리고 나도 이만 돌아갑니다.”
“네, 알겠습니다.”
박진하가 김추경에게 지시를 하고, 3사단의 3연대와 4연대가 포로를 호송하기 위해 떠났다.
박진하도 북쪽의 4사단 지역으로 되돌아갔다.
***
“수부타이는 어때?”
여유 시간에 민초현을 불러서 물었다.
“오래 매달려 있고, 먹은 것이 없어서 지쳤을 뿐입니다.”
“죽지는 않겠네?”
“네, 괜찮습니다. 그런데 음식을 입에 대려고 하지 않습니다.”
“설가빈.”
태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설가빈을 불렀다.
“넵, 대장님.”
“우리 진영에 몽골 여인들이 좀 있지?”
“민 대위님 의견도 그 여인들을 데려와서 뭔가를 좀 해 보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가서 거기 몽골 여인 둘만 데려와 저놈이 뭘 좀 먹도록 해 봐.”
“그리하겠습니다. 지금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태영은 설가빈이 71호기를 타고 울사 기지로 떠나는 것을 보고 발을 돌렸다.
“데이빗.”
“Yes, sir.”
“Follow me. (따라와.)”
“Yes.”
2층으로 올라갔다.
자연스럽게 유시완과 잔디, 그리고 유진이가 뒤따랐고, 여군들 일부도 따라 올라왔다.
정하연을 비롯하여 2층에 있는 모두는 ‘왜 저 사람을 데리고 올라오지?’ 하는 표정인데, 송한이가 레이더를 켜 둔 채 보고 있었다.
단지 서윤은 웃고 있다.
“이 사람과 이야기 좀 해 봤어?”
서윤에게 물었다.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사람이니까.
“아뇨, 안 했어요. 궁금한 것이 있긴 했지만, 뭐 그냥요.”
“Tell me about you. (네 이야기를 좀 해 봐.)”
서윤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데이빗에게 말했다.
“I don’t know where to begin.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nything. Whatever comes to mind. (뭐든, 생각나는 대로.)”
서윤이 주위의 사람들에게 통역을 해 주기 시작했다.
“뉴멕시코주의 앨버커키에 있는 윌스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이름이 태국식 이름이 아니던데?”
“어린 시절 부모님과 산타페 관광을 마치고, 이동하던 중 노상강도를 만나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다고 하더군요. 앨버커키의 클리프스 놀이공원에서 근무하던 양부께서 휴무일을 맞아 산타페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던 중에 당시 6세인 저를 구해 주셨습니다.”
“…….”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이민국으로 보내질 저를 데려가신 분이 경찰에 알리신 분이고, 양부입니다.”
미국에 관광 갔다가 노상강도를 만나 부모가 죽고, 그것을 발견하고 신고한 사람이 자신을 입양했다는 그런 이야기다.
기구한 운명이긴 한데, 그건 태영이 궁금한 사항이 아니다.
그리고 뉴멕시코주가 어디인지, 앨버커키가 어디쯤 붙어 있는지도 모른다.
“여긴 어찌 오게 되었는데?”
“이유는 모릅니다.”
“몰라?”
“앨버커키와 산타페 중간 지점에 카사카투텐트록스라는 곳이 있습니다. 국가에서 국가 기념물로 지정할 만큼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이지요.”
“그런데?”
“저는 혼자 산악투어를 자주 합니다. 주말에 그곳을 여행했는데, 계곡의 허공에 아주 특이한 빛이 나타났습니다. 그 빛은 너무나 신비했고, 저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지요.”
“그곳으로 들어간 것인가?”
이 척박한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혼자 다닌 산악 여행 경험 때문일 것이다.
“들어간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 신비한 모습에 이끌려 가까이 다가갔을 뿐인데, 어느 순간, 감전된 것처럼 짜릿한 충격을 받은 후 정신을 잃었고, 정신을 차려 보니 이곳이었습니다.”
“여기가 어디인지는 알지?”
“제가 역사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서 잘은 모릅니다만, 몽골 지역이고 14세기 전후가 아닌가 짐작하고 있습니다.”
“도착한 곳이 이곳인가?”
“아닙니다. 제가 정신을 차린 곳은 사막에 가까운 황무지였고, 남쪽이라 생각되는 방향으로 정처 없이 움직이다가 강줄기를 발견했습니다. 그 강을 따라 걸었는데, 어느 날 저를 발견한 몽골 기병이 붙잡아서 이곳으로 왔습니다.”
“기간은?”
“정신을 차리고 깨어난 이후, 몽골 기병을 만날 때까지 45일 정도 걸렸습니다.”
45일을 걸었으면 식량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을 테니 끼니를 해결하면서, 사막인 것까지 계산해서 걸으면 7백 킬로에서 8백 킬로 정도 이동이 가능했을 것이다.
말을 타고 온 기간이 있어서 거기까지 따져 보면, 좀 더 멀 수도 있지만, 강은 꼬불꼬불 흐른다.
“어떻게 살아남았나?”
“벙어리, 귀머거리에 바보 흉내를 냈습니다. 그리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그래서 내가 물을 때 답하지 않은 것인가?”
“……네.”
“이곳에 도착한 지 얼마나 된 거지?”
“79일 되었습니다.”
지금이 6월 말이니 4월 초에 이곳에 도착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 옷을 입고도 살아남았군.”
“네, 맞습니다. 그리고 앨버커키는 이곳과 환경이 많이 닮았습니다.”
“사막 지대? 황무지?”
“네, 뉴멕시코주는 사막 지대인데, 앨버커기는 대부분이 황무지와 산악 지대입니다.”
데이빗은 그냥 몽골인들처럼 대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대장님, 궁금한 것이…….”
“물어봐.”
“대장님이 소지한 무기와 장비는 대부분 21세기나 그보다 더 이후의 것들입니다.”
“맞아.”
“저 헬리콥터는 본 적이 없는, 그러니까 제가 살던 그때의 치누크 헬기는 저것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릅니다.”
“더 미래에서 왔느냐고?”
“네.”
“많이 알면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는 것 알아?”
이 정도 말하면, 더 미래에서 왔음을 눈치는 채겠지?
“…….”
“그건 중요한 거야.”
“그, 그럼, 혹시 돌아가는 방법은 알고 있습니까?”
“알면, 내가 이러고 살겠어?”
서윤이 웃었다.
다른 사람은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 서윤이 통역해 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전부였으니, 일부는 통역해 주지 않고 건너뛰기도 했다.
그리고 알아도 돌아가지 못한다.
네 명의 아내를 데리고 21세기로 돌아가면, 중동 지역으로 가지 않는 한 돌 맞아 죽는다.
“후…… 없다는 거군요.”
“맞아.”
호버리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71호기가 돌아오는 모양이다.
“You go to the first floor. (너는 1층으로 가.)”
데이빗을 내려보냈다.
“이상하단 말이야.”
데이빗과 이야기하면서 야율초재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많아 계속 그 생각을 했었다.
“뭐가요?”
정하연이 물었다.
“야율초재의 행동이.”
“저도 정말 이상해요, 시장님.”
태영의 대답에 뒤이어 의문을 제기하는 서윤이었다.
“성님, 뭐가 이상한데요?”
“…….”
송한이의 질문 뒤에 눈을 빛내며 서윤을 바라보는 고설하까지.
수행원들의 표정도 뭔가 말해 주기를 기다리는 눈치다.
야율초재가 아침부터 보여 준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는 사람은 태영과 서윤이기에 다른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아까 칙서 이야기 들었지?”
“네, 여기서도 아래층의 이야기는 다 들리니까요.”
정하연이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야율초재와 태영은 한어로 말했으니 다 들었을 것이다.
“그게, 아침에 수부타이를 구하려고 2천 정도의 병력이 왔는데, 거의 다 죽었어요.”
정하연을 바라본 서윤이 설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리고 오후에 1만 병력이 와서 거의 절반 이상이 죽었어요. 대략 7천 정도 죽었다고 하던가 그래요.”
“많이 죽었네.”
“네, 성님. 야율초재는 그 두 번 모두 현장에 있었고, 그들이 죽어 가는 것을 모두 보았어요.”
“그래?”
“네.”
“잠깐, 생각을 정리해 보자. 그리 많은 병력이 죽었는데도 야율초재의 행동에 몽골군이 죽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 같다. 그런 거지?”
정하연이 서윤의 설명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의문점을 서윤에게 물었다.
“네, 맞아요. 더 죽어도 상관없다, 아니면 더 죽어라. 그런 느낌?”
“차도살인지계.”
정하연이 내린 결론이다.
그래.
바로 태영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상한 느낌이 바로 이거였다.
“네, 그 생각이 들게 만들어요.”
“성님, 그럼 야율초재가?”
송한이가 질문을 하려 말을 꺼냈다가 중단했다.
“우리가 몽골을 멸망시키러 왔으니, 가만두어도 몽골은 멸망할 거야. 그지?”
“네.”
“그런데 말장난으로 대장님의 화를 돋우었거든.”
“아.”
“전멸, 전멸을 바라는군요.”
고설하가 이 의문에 대한 답을 말했다.
“그래. 모두, 전멸. 몽골의 씨를 말리기를 바라는 거야.”
“대장님, 야율초재와 몽골 간에 원한이 있나요?”
서윤이 물었다.
“글쎄, 원한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야율초재는 거란, 멸망한 요나라의 황족이야.”
“황족이요?”
“황족이라니, 생각도 못 했는데요.”
“멸망한 나라의 황족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 있을까요?”
저마다 한마디씩 의문을 이야기했다.
“그 요나라를 멸망시킨 곳은 금나라이지만, 지금의 몽골이 차지하고 있는 땅은 대부분 요나라의 영토였어. 몽골과 거란은 동일하게 유목민이기도 하고.”
“그런데 왜?”
“유목민은 산 너머에 누군가가 살고 있으면, 그들을 피아로 구분해.”
“무슨 그런 이상한 논리가 있어요?”
“유목민의 특징 중에 하나지. 그리고 거란의 패잔병들을 끝까지 쫓아가서 거의 몰살을 시킨 것, 그 부분은 기억이 선명하지 않은데, 아마도 몽골군이 맞을 거야.”
“어차피 뺏고 뺏기는 건데.”
정하연의 말이 맞다.
시대적으로 보면 어차피 힘센 쪽에서 빼앗고, 힘이 없으면 빼앗기는 시대다.
“굳이 이유를 떠올려 본다면, 그것일 것이라는 거지. 특별히 의미를 둘 필요는 없어.”
말은 그리했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이야기이다.
야율초재가 무슨 생각을 하든, 몽골이 멸망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몽골을 멸망시키기 위해 이 먼 곳까지 왔으니까.
다만, 야율초재의 생각을 헤아려 보면, 몽골이 멸망하면 대륙을 차지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슈퍼 파워가 일거에 사라진다.
힘의 공백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 힘의 공백기에 작은 힘들이 기지개를 켤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고, 기회를 이용해서 요나라를 재건하는 꿈을 꾸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야율초재는 황족이니까.
남북조 시대가 그랬고, 당나라가 멸망한 힘의 공백기에 5대 10국 시대가 시작되고 거란, 여진이 있었고, 송나라가 통일을 이루기까지 거의 1백 년에 이르는 혼란기가 있었다.
태영이 야율초재의 뜻대로 놀아 줄 생각은 없지만, 결과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 화가 났다.
그럼, 분풀이라도 해야지.
거란, 너희들도 절대로 일어서지 못하도록 밟아 주마.
“3사단, 응답 바람.”
태영은 무전기를 들고 김추경을 불렀다.
“알았어.”
“거기, 포로 수송을 1차, 2차나 아니면 3차까지 나누도록 합시다. 일단 지휘관급으로 1백 명 정도 추려서 지금 보내 주고, 나머지는 절반씩 나누어 2차와 3차로 구분합시다.”
30분. 거리가 대략 2킬로이니 지금 출발하거나 아니면 달려야 한다.
시계를 봤다.
오후 5시 20분.
밤은 오후 8시 30분경에 시작된다.
아직 3시간 정도는 밝을 때 활동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누가 게르에서 노끈을 좀 찾아와 줘.”
“네.”
태영은 사령부 막사를 나와 줄을 찾으라 시켜 두고 야전삽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파인 구덩이에 여태 수부타이를 매달아 두었던 형틀을 세웠다.
“매다실 겁니까?”
민초현이 수부타이를 매다는 줄 알고 물었다.
“매달기는 할 건데, 대상이 바뀌었어.”
“아.”
수부타이 쪽을 쳐다보니 몽골 여인 둘이 붙어서 먹을 것을 입안에 떠 넣어 주고 있었다.
반은 감긴 눈으로 맥없이 앉아서 떠 넣어 주는 음식을 소여물 먹듯이 씹어서 목으로 넘기고 있다.
“저 정도면 죽지는 않겠군.”
인질은 인질로서의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리 쉽게 죽으면 안 되지.
게르 몇 곳을 뒤져서 찾아온 노끈을 양손으로 당겨 봤다.
이 정도면 튼튼하다.
“왜? 왜 그러시오?”
야율초재의 앞으로 가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는 것인지 제법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지만, 팔을 잡아 노끈으로 묶기 시작했다.
양손을 적당한 간격을 벌려서 중간 부분이 여유가 있도록 팔목을 묶었다.
그리고 목에 노끈을 둘러서 목이 졸리지 않을 정도로 올가미를 만든 뒤에, 등 뒤쪽으로 돌린 후, 여러 개를 이었다.
뒤에서 잡아당길 수 있는, 그래서 당기면 목이 제대로 졸리는 형태다.
“자, 너는 아침에 내가 불러 준 이름 중에 데려온 사람이 모두 가짜였어. 지금부터 나를 속인 벌을 받아야 해.”
야율초재의 속내를 눈치챘다는 것은 표시하지 않았다.
“무, 무슨 소리요? 칙서를 가지고 가야…….”
“칙서 아니라면서?”
“아, 그, 그것이…….”
태영은 야율초재의 두 팔을 묶은 가운데를 잡고 공중으로 솟구쳤다.
쉭~
수부타이의 형틀, 발을 밟을 수 있는 자리에 두 팔을 묶은 줄을 걸었다.
“으윽. 이, 이게 뭐 하는 짓이오?”
“머리가 좋은 줄로 알고 있는데, 기억력이 나쁜가 봐. 금방 잊어 먹네. 조금 전에 날 속인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으윽, 으으윽.”
수부타이를 매달 때와 달리 야율초재의 발아래에는 발 받침이 없어서 두 팔을 묶은 줄에 온전히 체중이 실렸다.
노끈으로 묶인 손목 부분이 금방 시퍼렇게 변하는 것을 보고 땅으로 내려섰다.
발 받침으로 만들어 끼운 나무는 굵은 나무 기둥에 끼워 넣느라 사이가 Y자로 벌어져 있어서 조금 흔든다고 빠져나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설사 빠져나온다고 해도, 바닥으로 추락하면 중상을 면치 못한다.
“나를 속이면 어찌 되는지 기대해.”
“으윽, 푸, 풀어 주고 이야기를 다시 합시다.”
놀고 있네.
땅에 굴러다니는 아이 머리통만 한 돌을 찾아서 목에 걸린 줄 끝에 묶었다.
그리고 돌을 놓았다.
“윽.”
돌의 무게로 인해 등 뒤로 넘어간 줄이 목을 조르자 된소리를 냈다.
돌은 땅에서 1미터 정도의 높이에서 멈췄다.
돌의 무게가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목을 조르지는 않으니까, 고통스럽기는 해도 죽지는 않을 것이다.
“이놈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숨소리 빼고 모두 거짓말이니까, 누구든 이 부근을 지나면 이 돌을 한 번씩 흔들어 줘.”
“네, 알겠습니다.”
병사들이 장난스레 웃으며 대답했다.
“컥, 커윽.”
야율초재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빨리 걸어라, 이놈들아.”
뒤쪽에 포로들을 끌고 들어오면서 재촉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하의만 입은 몽골군이 등 뒤로 팔을 돌려 묶인 채 줄을 지어 오고 있었다.
고려말로 하면 알아듣지 못하는데.
“%x$%$%%$x$%^x@x@$$$$**.”
몽골어를 하는 병사가 소리소리 지르면서 긴 막대기로 어깨와 머리를 후려쳤다.
퍽~뻑~뻐벅~
맞을 때마다 머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피가 튀어 올랐지만 아무도 쓰러지지는 않았다.
“x$%$$$*&.”
몽골어를 하는 병사가 크게 소리를 지르자 앞에서부터 줄줄이 꿇어앉았다.
포로를 끌고 오면서 4열 종대로 줄을 세웠는지 비교적 줄이 바르다.
비록 포로가 되었지만, 저런 경험을 해 봤을까?
“대장님, 지휘관으로 생각되는 포로 1백 명입니다.”
3사단의 중령 계급장을 단 누군가가 보고를 했다.
“알았네. 사단장은?”
“남은 포로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잠시 후에 출발할 것입니다.”
“설가빈, 이리 와서 통역.”
‘네, 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