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52
351. 에필로그(2)
“계? 무슨 의미이죠? 그리고 리버타임?”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에서 뱅뱅 돌았지만, 두 가지를 먼저 물었다.
“네, 리버터(Revert)와 타임(Time)이 합성된 이름입니다.”
“무슨 뜻이지요? 시간 여행?”
“맞습니다. 정확하게는 시간을 되돌려 처음으로 간다는 뜻이지요.”
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시간 여행, 그것도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하겠다는 뜻이겠지.
“우선, 한국인가요?”
모두 한국어를 사용하니 진짜 의문이 들어서 물었다.
“우리가 있는 장소를 말하는 것이라면, 네팔의 카트만두 지역, 국가 이름을 말하라고 하면 지구 연방입니다.”
“지구 연방?”
그 말에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어 버렸다.
“네, 궁금한 것이 많겠지만, 질문하셨던 것 중에 New Age라는 연호는 제12 은하와의 전쟁에서 그들이 물러간 날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그 간호사에게 한 질문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보고되었다는 뜻이겠지.
“은하 전쟁? 우주 전쟁?”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었던 거야?
“네, 제12 은하에 있는 행성 Q에서 지구를 침공해 와 지구 인구의 절반이 사망했을 때, 공동 대응을 위해 지구 연방이 결성되었고, 제12 은하 Q행성이 물러갔을 때는 지구 연방 인구의 98프로가 사망했습니다.”
“98프로?”
제12 은하가 어디인지 모른다.
아니, 태양계나 은하와 같은 것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
다만, 우리가 속한 은하를 갤럭시라 부르고, 바로 옆 동네인 은하를 안드로메다라고 부른다는 것이 우주에 대해서 아는 전부다.
그러니 아는 것이 없다.
그런데 지구 인구의 98프로면, 21세기 당시에 80억 명 수준이었는데, 그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78억 이상이 죽고 1억 6천만 명 정도가 살아남았다는 뜻이다.
21세기 이후, 제12 우주와의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인구가 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이 정도 수준이면 거의 전멸이다.
“네, 그 이후 지구 연방을 그대로 존속시키기로 결의하면서 그때부터 지구의 유일한 정부로 지구 연방 정부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진짜 의문점이 생겼다.
2프로만 살아남았다는 데서 생긴 의문이다.
모두가 한국어를 사용한다는 부분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된 질문인데, 그건 뒷전으로 밀려났다.
“리버타임 연구소라는 이름, 그 연구를 시작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짐작하셨습니까?”
역으로 물어왔다.
“인구 때문에?”
“그 이유가 가장 중요했지만…….”
“그럼?”
“제12 은하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무기와 병력을 전쟁 시작 전으로 보내기 위한 연구였습니다.”
“하…….”
이 시대의 무기를, 우주 전쟁이 시작되기 전 시대로 보내기 위해?
“…….”
질문 있으면 더 하라는 뜻인지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럼, 물러가긴 했지만, 패배해서 물러난 것이 아닙니까?”
“반반이죠.”
“반반?”
“전쟁 중에 우리는 전 세계의 모든 과학자들을 총동원하여 그들을 물리칠 첨단 우주 무기 개발에 매진했습니다. 마침내 완료하여 그들을 물리쳤을 때, 지구에 1억 정도가 살아남았습니다.”
“지구 재건에 시간이 많이 걸리겠군요.”
갑자기 슬퍼졌다.
아니, 탄식이 나왔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네, 맞습니다.”
암담할 것이다.
태영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날려갔던 13세기의 지구 인구보다도 적다.
사포에 처음 도착했을 때, 인구를 늘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심을 했던가?
“지구 이외의 다른 행성에 사람을 보내지 않았습니까?”
지금이 28세기이니 기술의 발전을 유추해 보건대 그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물었다.
“은하 전쟁 이전에 아주 많이 보냈지만, 전쟁 중에 그들은 전멸했습니다.”
“전멸?”
“지구 방어에 전념하느라 그쪽을 방어해 줄 여력이 없었습니다.”
“…….”
지구를 방어하느라, 지구 방어에 전념하느라.
그래, 머리로는 이해가 된다.
여기도 살아남아야, 아니 여기야말로 반드시 살아남아야 했을 테니까.
“24세기부터 지구와 동일한 환경을 가진 다른 12개의 행성으로 이주한 지구인이 40억 명에 이르렀습니다.”
12개나?
“그들 중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슬퍼지는 얼굴.
이해가 된다.
그 정도면, 과거로 무기를 보낼 연구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이것과 비교하면, 몽골 제국이 한 짓은 새 발의 피네.
“그…….”
무언가 화를 내야 정상인데,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
“몇 개의 차원이요?”
하루가 지나갔다.
다음 날에도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이 상황에 대해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태영은 그렇다고 해도, 이들이 왜 태영과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들었지만, 이곳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그런 질문은 단 한 줄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리버타임 연구를 하다가 대단히 많은 물리 이론, 우주 과학 이론이 나왔고, 그래서 수많은 차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밝혀진 차원의 수는 256개입니다.”
“그게 리버타임 연구를 하다가 확인된 것이라구요?”
“네, 그렇습니다.”
“더 있나요?”
“아마도…….”
“그럼, 여기는 몇 차원인데요?”
“이름 붙이기는 베이스 제로입니다.”
“베이스 제로?”
“네, 그렇습니다. 여러 차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처음에는 각 차원에 이름을 붙여서 사용했지만, 그것이 16개를 넘어서면서 모두 번호로 바꿨습니다. 바꿀 때, 우리를 기점으로 번호를 매겨 나갔기에 베이스 제로로 하기로 했습니다.”
개수가 늘어나면 이름이 혼동될 수도 있다.
“그럼, 내가 있던 1225년의 지구는 몇 차원입니까?”
“모릅니다.”
“그럼, 내가 태어나서 살던 21세기의 지구는?”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지구의 인류가 거의 전멸하다시피 하여 1억 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서, 처음에는 안됐었고, 한편으로 애통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21세기에 살고 있어야 할 태영을 13세기로 날려 보내 버린 것이 이들이다.
그곳에서 다시 28세기로 날려 보냈다.
대체 누구의 허락을 받았는데?
여태, 그에 대한 사과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태도를 봐서 사과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아 보였다.
처음부터 사과를 받거나 할 마음은 없었지만, 태영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런 짓을 마구 저질러 놓았던 것이다.
그렇게 보면, 태영의 입장과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다.
책임을 물을까?
“그것도 모릅니다.”
하, 짜증.
태영이 주먹을 한번 쥐었다 놓았다.
주먹을 쥐었다 놓으면서, 침대의 구석에서 확인했던 것을 떠올렸다.
잃은 능력이 무엇인지 확인해 봤지만, 확인이 불가능한 세 가지가 있다.
‘영원한 젊음, 위험 인지 능력, 그리고 피디지를 인식하는 능력.’
이것 세 가지는 시간이 흐르거나, 계기가 만들어지거나 해서 확인하지 못했지만, 뛰어난 신체적 능력은 유지되고 있다.
추가로, 한 달이나 기절해 있었던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서윤이 가진 것과 같은 염력을 얻었다.
염력은, 서윤과 비교해서 어느 수준이 되는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태영의 신체 능력, 염력 중 어떤 것을 사용하든 저 다섯 명 정도는 일거에 목을 따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천장에 처박아서 절편처럼 만들어 버리거나, 더 심하면 잘 말린 조각 김처럼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또 얻어진 다른 하나, 사이코메트리.
간호사의 손이 스쳐 지나가면서 살짝 부딪치는 순간에 그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으니까.
다른 물건에서 그 물건을 만진 사람의 생각을 읽었으니까.
그러니, 화를 좀 누르자.
이들이 가진, 필요한 정보들이 너무 많다.
사이코메트리 능력으로 뭐든지 확인 가능하겠지만, 그건 저들이 이 방을 떠나고 난 이후에 진실을 판별하는 데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원래 내가 살던 21세기는 달이 1개였는데, 내가 나도 모르게 날려 간 차원의 13세기에는 달이 2개였습니다. 같은 차원에서 과거로 되돌아가려는 연구 아니었습니까?”
“맞습니다. 지금까지 29개 팀을 보냈는데, 아무도 돌아오지 못한 이유가 아마도 그것 때문이 아닐까 하는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설명을 제대로 좀 해 보세요.”
“음.”
서로 마주 보고 눈을 맞췄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바이오리듬 그래프 아십니까?”
유윤기 박사가 물었다.
“대략.”
“지성, 감성, 체력을 가리키는 세 개의 사인 곡선이죠? 20세기의 이론인데 21세기에도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치구요.”
“우주의 각 차원은 마치 바이오리듬처럼 서로 다른 주기로 움직이면서, 수백만 년 또는 수천만 년을 주기로 서로 교차하거나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수백만 년? 수천만 년?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의미다.
맥이 탁 풀렸다.
“모두가요?”
그래도 꾹 참고 물었다.
“아닙니다. 2개 이상의 차원이 근접하거나 교차할 수 있지만, 동시에 몇 개의 차원이 그렇게 되는지는 추정일 뿐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뭐 제대로 밝혀낸 것은 차원이 많다는 것뿐이네.
“그 교차한다는 것도 추정 아닌가요?”
다시는 원래의 차원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되자 짜증이 나서 말이 퉁명스럽게 나왔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리고요?”
“또한 이것은, 바이오리듬처럼 평면 위에서 중앙 라인, 즉 제로점을 기점으로 사인 곡선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4차원 공간에서 중앙 라인 자체도 일정한 주기를 가지지 않은 사인 곡선입니다. 그리고 그 사인 곡선도 항상 시간의 흐름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회전하거나 뒤로 돌아가거나 합니다.”
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 말을 요약하자면 혼돈 속이라는 거다.
이야기가 또 계속되었지만, 혼돈이 혼돈을 더하고, 혼돈이 서로 뒤 섞이고 또 연속된다는 말을 주야장천 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라고?
“우리는 여기를 외부에는 R존이라고 말하고, 게이트는 R게이트라고 칭합니다. 용어를 그렇게 알고 들으시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네, 그러죠.”
이제 혼돈 이야기가 끝날 것인가?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R게이트로 진입한 타임리터너가 차원의 근접 또는 교차 시에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타임리터너?”
“R게이트로 진입한, 그리고 이곳으로 귀환해야 하기에 타임(Time)과 되돌리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리터너(Returner)를 이어 붙인 의미입니다.”
“좋아요. 왜 그런 거죠?”
한국어로 대화하면서, 막상 중요한 의미를 담은 용어는 영어를 사용하네.
21세기 그때, 중요한 용어를 영어로 사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우선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포인터를 우리는 ‘불루썸 포인터(Blossom Pointer)’라고 하고 줄여서 ‘썸포인터’라 합니다.”
이 작명은 무슨 의미야?
꽃이 피는 지점, 그런 뜻인지 모르겠지만 21세기에서 자주 쓰이던 ‘썸 타다’ 그런 거와 비슷하게 들렸다.
용어는 용어일 뿐이지만.
“썸포인터에서 각 차원은 차원의 성질,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에 동화 현상, 저희는 ‘호모페놈(Homophenom)’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이죠.”
“호모페놈?”
“호모지나세이션(Homogenization) 퍼나미논(Phenomenon)이 합성된 용어입니다.”
별 중요하지 않은 것을 설명하고 있네.
사전적 의미로 보면 Homogenization은 동질화, 균질화 그런 의미이고, Phenomenon은 현상이라는 의미를 합친 것이라는 소리인데, 동화 현상을 그냥 영어로 표현한 것뿐이다.
“아까, 말하길 수백만 년이나 수천만 년 주기로 스쳐 지나간다면, 다시는 그 이전의 차원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인가요?”
이들이 긴 설명을 할 때,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것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물었다.
“갈 수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이게 무슨 소리야?
“어떻게요?”
목소리가 올라갔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대부분 정형 또는 비정형 사인 곡선인데, 썸포인터가 생긴 서로 다른 차원이 아직은 너무 멀리 멀어진 게 아닙니다.”
“그럴 수도…… 그렇겠군요.”
이해는 안 되지만, 느낌은 팍 왔다.
“한 개의 차원은 서로 다른 방향과 서로 다른 주기의 사인 곡선에 따라 움직이는데, 다른 차원 역시 동일합니다. 그러니 적어도 한번 썸포인터가 발생하면, 그로부터 수백 년 이내에는 썸포인터가 여러 차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
이제 제대로 이해가 된다.
그렇지, 사람이 달려서 스쳐 지나가도 일순간에 지나가 버리는 것은 아니니까.
두 사람이 몸과 팔을 마구 흔들면서 조금 다른 속도로, 방향도 조금 다른 곳으로 가더라도, 흔드는 팔이 여러 번 부딪칠 수 있다는 의미다.
거기에 팔을 흔드는 방향과 거리가 제 마음대로라는 것이, 사인 곡선처럼 서로 다르다는 의미이니 제대로 해석한 것이 맞다.
단지, 사람이 아니라 우주의 시간이니까, 그 찰나라는 것도 수십 년이나 수백 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뭐?
그리고,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거지?
솔직히 지금까지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도 감추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설명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는 어느 시점에 그 생각이 들자, 이야기하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
“그런데 여러 차원이 있다면, 그것들은 서로 일치하는 것 아닙니까?”
태영은 달이 2개 있던 그 차원에서 몽골을 멸망시켜 버렸고, 왜국도 멸망시켜 버렸으니, 원래 태영이 살던 차원이 그 영향을 받는 것 아닐까 해서 물었다.
“아, 그건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생각하시는 것처럼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거 이상하네. 어찌 그럴 수 있지?
“왜요?”
“시간의 축과 궤도의 영향을 받아서, 비동기형, 즉 서로 다르게 발전해 나가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다중 차원이지 평행 차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 그 말은 이해가 된다.
다중과 평행은 전혀 의미가 다르다.
다중차원은 차원이 많아서 수많은 지구가 있어도 각각의 차원이 각각 발전하고, 평행차원은 동기화되어 있어서 동일한 흐름을 유지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다중차원이면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맞다.
“그래요?”
“그런데, 어느 정도까지는 강제 조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유추해 보고 있습니다.”
“서로 다르게 발전하는 것과 강제 조정이라는 의미가 뭔가 사고를 유발시켜서 일치시킨다, 뭐 그런 것 같은데요?”
“저희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차원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수백만 년 또는 수천만 년 떨어져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에는 그 행성만의 고유한 형태로 진화하고, 발전하는 거죠.”
“그런데요?”
“그러다가 서로 스쳐 지나가는 시기가 되면, 양쪽의 차원이 동질화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지요. 바로 호모페놈처럼.”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차원은 서로 각각 고유의 특성대로 발전하다가 두 차원이 맞닥뜨리면 비슷하게 같아진다, 뭐 그런 의미 같다.
그것을 바꿔 말하면, 태영이 왜국을 멸망시키고, 몽골을 멸망시켜도 원래 태영이 살던 그 차원에는 변화가 없다는 소리다.
에이, 뭐가 그래?
짜증 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