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365
010. 어긋난 반발(2)
[…….]태영의 중얼거림에 위니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동생도 똑똑해?”
[동생은 다릅니다. 동생은 반에서도 하위에서 맴돌고 있습니다.]“특이하네. 동생도 반발인가?”
[동생은 중2인데,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합니다.]“아무튼 그렇다면, 집도 없을 것 같은데?”
[분식집에 딸린 작은 방 하나가 있고, 거기서 셋이 살았습니다.]“가출은 언제?”
[올해 초에 가출했습니다.]“알았어. 안재희 아버지 관련 부분 조사를 좀 해 두도록 해.”
[네, 마스터.]안재희 가족은 그 집 주인에게 고마워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애들은 모를 수 있다.
그 집 주인은 안재희 아버지 회사의 직원이었다.
회사가 망해서 대표의 가족이 길거리로 나앉게 되었다.
공짜로 살 수 있는 집을 내 주었으니 고마운 사람이 맞지.
거기다 분식집이라도 할 수 있는 장소인데.
***
“잘 잤어?”
눈을 부스스 뜨고 몸을 일으키는 누나.
머리는 완전히 까치집이다.
“아, 여기가 우리 집이 아니구나.”
“그래, 호텔이야.”
“지금 몇 시야?”
“열한 시.”
“으악, 세, 세상에 깨우지 않고?”
“백조가 급한 일이 뭐가 있어?”
“야, 그래도.”
“일요일에다 급한 일도 없는데, 잘 자는 사람을 왜 깨워?”
“일요일…… 그렇구나.”
누나가 종종거리며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누나가 맞는데, 왜 귀여워 보이지?
누나가 잠에서 깨어나기 이전에 태영은 필요한 일들을 처리했다.
화장실 천장의 돈을 꺼내서 오토바이 퀵으로 병원 원무과에 보냈다.
금액은 2천만 원.
대포 폰 1번으로 원무과장과 통화를 했다.
사정이 있어서 나설 수가 없으니 안재희를 잘 치료해 달라고.
돈이 남으면 환자에게 전해 주라고 했다.
환자가 물으면 답해 줄 말이 있어야 한다고 이름을 알려 달라고 했다.
치료를 해도 장애가 남으면 태영이 손을 써야 한다.
그래서 에뒨이라고 답해 주었다.
안재희는 자신을 폭행한 사람이 국회의원인 것을 밝히지 않을 것이다.
밝히면 유재구와의 관계도 밝혀야 할 테니까.
똑똑한 애니 입을 다물 것이다.
압수한 폰은 모두 GPS 기능을 Off시켰다.
각각의 폰에 있는 모든 전화번호를 최신 폰 한 개에 옮겼다.
신형 폰과 대포 폰 2개.
그 외는 USIM을 분리해뒀다.
혹시 쓸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USIM을 제거한 폰은 공장 초기화시켰다.
그리고 숄더백에 넣어 화장실 천장에 올려 두었다.
염력을 이용한 물건의 이동은 정말 편리하다.
“아, 개운해. 잠도 편히 잤네.”
누나가 세면 후에 깔끔한 모습으로 나왔다.
“나가자. 아침 먹고 오늘은 부모님에게 가자.”
“그래, 소식도 전해 드리고.”
“누나 차 있어?”
“당연히 없지. 면허도 없는데.”
“백조일 때, 면허라도 따 두지 뭐 했어?”
“그럴 돈이 어디 있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데.”
뭐, 그렇기는 하네. 이해한다.
그 시간, 인터넷에서는 난리가 났다.
너튜브에 올라간, 국회의원의 폭행 동영상 때문이었다.
2분을 넘지 않는 짧은 길이다.
길이가 짧아서 용량도 작다.
퍼 나르기가 편해서 빠르게 다른 곳으로 전파되고 있었다.
***
일요일.
“너는 대체, 뭐 하는 놈이야?”
유재구는 수석 보좌관을 비롯한 비서들을 모두 불러냈다.
수석 보좌관 심원석은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방음이 좋지 않아서 큰 소리를 내면 안 된다.
밖에 있는 다른 보좌관들이 들을 수 있다.
그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죄송합니다.”
“죄송? 지금 이게 죄송으로 끝날 문제야?”
“…….”
“내가 국회의원 못 하면 너도 실업자 된다는 말 흘려들었어? 백수로 살고 싶어?”
‘아, 씨바. 그나저나 이 새끼들은 왜 연락이 없는 거야?’
심원석은 주먹들에게 그놈을 잡아 오라고 의뢰를 했다.
잡으면 동영상이 든 스마트폰을 압수할 수 있다.
그것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이틀 전의 밤에는 7명의 인원이었다.
또, 보스가 포함되지 않아서 당했다고 생각했다.
어제 낮에 불러서 시킨 일당은 보스가 포함되어 있다.
보스가 직접 15명 정도를 데려가겠다고 했다.
틀림없이 해결될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아직 소식이 없다.
“그거, 내릴 방법을 찾아봐.”
“…….”
동영상 이야기다.
‘내릴 방법이 어디 있어?’
‘한국 지사가 있다지만 미국 회사인데.’
‘네가 해 봐. 방법이 있는지.’
속으로는 욕지기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마음속의 고함일 뿐 입 밖으로 낼 수는 없다.
“그 새끼 애비가 대출한 농업 종합 자금 회수는 어떻게 된 거야?”
“지금 진행 중입니다.”
“그런 것 하나 빨리 처리하지 못해?”
“그게, 법에서 정한 규정이 있어서 무조건 회수하지는 못하는 모양입니다.”
“하! 병신 새끼들, 제대로 하는 일이 없네.”
“…….”
‘씨파, 입 다물고 있어야지.’
“내 아들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그 새끼는 왜 버젓이 살아서 돌아왔는데?”
또 시작이다.
저 레퍼토리는 지겹지도 않나?
“그 새끼 부모들에게서 아들을 빼앗지 못하면 재산이라도 빼앗아야지.”
대체 그 사람이 뭘 잘못했는데?
“그런 것 하나 제대로 못 해?”
유재구의 눈이 빨개지고, 눈물이 고이는 게 보였다.
‘씨바, 아들이 증발했으니 이해는 한다.’
‘그래도 그렇지…….’
아들의 생사조자 모르기는 한다.
부모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이 3백이 넘는다.
어떤 사람은 자식을 잃었고, 어떤 이는 남편을 잃었다.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도 많다.
그들이 나라를 원망하고, 군을 탓하기는 한다.
어떻게 해서라도 찾아내라고 모여서 시위도 한다.
그렇다고 살아서 돌아온 사람에게 저렇게 직접적으로 해를 입히지는 않는다.
“오늘은 일요일이어서 업무를 보지 않으니, 내일 업무 시작 시간이 되자마자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뭐가 되었거나 핑계를 대고 이 방을 빠져나가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그 수밖에 없다.
‘씨바, 그래도 돈 가방 회수 이야기는 안 하네.’
자신이 생각해 봐도 맞다.
돈 가방에 정신 쏟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유재구도 지쳤는지 손짓으로 나가라고 했다.
자신이 일어설 때, 유재구는 소파에 털썩 소리가 나도록 앉았다.
심원석은 조용히 의원 사무실 문을 벗어났다.
[전원이 꺼져 있어 삐 소리 후…….]종료 버튼을 거칠게 눌렀다.
새벽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몇 번을 걸었는지 모른다.
“아, 썅.”
어제 낮부터 일당에게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
“아버지는요?”
집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가 점심을 준비 중이었다.
“어서 오너라. 하우스에 가셨다.”
“제가 다녀올게요.”
태영은 말을 하고 곧바로 비닐하우스로 향했다.
전화를 해도 되겠지만, 찾아 나섰다.
‘이것아, 오면 온다고 미리 연락을 해야지. 너희들 점심은 생각도 않고 있었는데.’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들렸다.
‘그래서 한우 사 왔으니까, 우리 오늘 고기로 포식 좀 해 보자. 엄마.’
누나의 말소리도 들려왔다.
태영은 천천히 하우스 쪽으로 접어들었다.
길게 뻗어 있는 여러 개의 비닐하우스.
귀를 기울였지만, 하우스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만 들린다.
~하아~
그 사이에 들려오는 긴 한숨 소리.
태영이 아버지에게서 들어 보지 못한, 한숨 소리다.
아버지의 한숨 소리가 들렸던 방향으로 걸어갔다.
일부러 기척을 내면서.
“아버지, 저 왔습니다.”
“…….”
들려오는 대답이 없다.
“아버지?”
“……어. 응? 태영이냐?”
두 번째 불러서야 고개를 돌리며 대답을 한다.
아버지는 손으로 엉덩이를 툭툭 털며 일어섰다.
5월이어서 추운 날씨는 아니다.
그래도 아무것도 깔지 않고 그냥 흙바닥에 앉아 계셨던 모양이다.
“네, 어머니가 점심 준비 다 되었답니다.”
“그래, 가자. 복학 신청은 했니?”
“복학은 신청 기간이 따로 있어요. 8월에.”
씁쓸함이 배어 있는 아버지의 웃는 표정에는 표현하기 어려운 무엇이 있다.
고개를 끄덕여 태영의 말을 알아들었음을 표했다.
아버지는 환하게 웃는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태영이 보기에는 쓴웃음이다.
“어서 와요. 서영이가 한우를 3킬로나 사 왔네요.”
집 안으로 들어서자 식탁 위에 수저를 놓던 어머니의 말이다.
식탁에는 음식이 이미 다 놓여 있었다.
“그래? 좋기는 한데, 돈도 없는 놈이 무슨 한우야?”
“글쎄, 얘가 이렇게 쓸데없는 짓을 하네요.”
“쓸데없는 짓 아니라니까요.”
누나의 항변이다.
“봐요, 저렇게 아무 걱정 말라고 하는데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것인지.”
“걱정은 무슨 걱정?”
“걱정이죠.”
“한우 한번 먹는다고 큰일이야 있겠냐만, 그래도 넌 실업자 아니냐?”
“서영이가 밑도 끝도 없이 서울로 다시 이사 가자고 하는데, 얘가 회사에서 잘리더니 갑자기 이상해진 것인지. 참.”
두 분의 대화에 태영은 웃음이 나왔다.
같이 있을 때, 놀라지 않게 이야기하자고 했다.
이유는 말하지 않고, 슬며시 한마디 던져 둔 모양이다.
“엄마는, 내가 회사 잘려서 이상해진 거 아닌데. 태영아 네가 이야기 좀 해.”
누나는 갑자기 태영에게 화살을 돌렸다.
“누나가 뭔가 이유가 있어서 그렇겠죠.”
어머니는 태영의 말에 힐끗 쳐다본다.
“이유는 무슨 이유? 네가 사는 그 좁은 집에 네 아버지랑 나랑 가서 숨도 못 쉬고 살라고?”
그리고 누나에게 말했다.
“그럼, 큰 집으로 이사 가면 서울 가실 거예요?”
“큰 집? 네가 무슨 재주로 큰 집으로 이사를 가?”
“가실 거죠?”
“지금 사는 그 쥐구멍만 한 곳도 보증금조차 은행 대출받아서 간신히 들어가 사는 주제에.”
어머니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는 듯 눈을 흘긴다.
“그럼 엄마가 큰 집을 한 채 사면 되겠네, 뭐.”
“이것아, 그럴 돈이 있으면 이러고 살겠냐?”
“누나 복권이 1등에 당첨되었다고 하네요.”
이래서는 이야기가 겉돌기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질렀다.
“뭐?”
“뭐어?”
잠깐의 침묵, 그리고 깜짝 놀라 소리친다.
두 분의 시선이 바로 누나에게 돌아갔다.
“얘, 내가 산 게 아니고, 네가 사서 내게 선물한 거. 말은 똑바로 해야지.”
“뭐어?”
“뭐라?”
이번에는 태영에게 두 분의 시선이 돌아왔다.
“이래서 내가 점심 먹고 난 뒤에 이야기하려 한 것인데.”
식탁 위에 풀어 둔 한우 봉지가 그대로 있다.
식탁에 놓으려던 수저도 그대로 손에 든 채다.
어머니는 태영과 누나를 번갈아 보신다.
1등이 3장이나 된다는 것을 알면 대체 어쩌려고?
그리고 아버지 것과 어머니 것도 1등인데.
“아, 아. 그래 맞다. 지금 우리 점심 먹으려는 거지.”
어머니가 서둘러 수저를 놓았다.
전기밥솥 뚜껑을 열어 놓은 채 밥은 푸지 않고 심호흡이다.
고개를 돌려 태영을 한번, 누나를 한번 번갈아 쳐다본다.
“흐음.”
아버지는 식탁에 앉는 대신 가스버너에 불을 붙였다.
어머니는 여전히 밥그릇과 주걱을 손에 들고 있다.
“너, 그거 진짜 맞지?”
진정시키느라, 숨을 깊이 쉬고는 태영에게 물었다.
“네, 맞아요.”
“복권 당첨되었다고, 너 복학 안 하거나 취업 안 하고 대충 살 생각 하는 거 아니지?”
“아, 참. 그걸 왜 저에게 물으세요. 누나에게 물어야지.”
“네가 산 거라며? 그리고 누나에게 선물한 거라며?”
“네, 그러니까요. 누나 이름과 주민 등록 번호까지 써져 있으니, 확실하게 누나 거 맞아요.”
지금 두 분 부모님의 행동이나 표정.
1등 당첨이라는 것은 확실히 충격적인 모양이다.
“서, 서울에 집값 비싼데…….”
“걱정 마세요. 비싸도 돈은 충분할 것 같으니까.”
“나도?”
식사가 다 끝나고, 정리까지 한 후에 말했다.
아버지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지갑을 열었다.
손에 들린 복권.
“야, 야, 야, 야, 이게 이게 말이…….”
아버지는 태영과 어머니와 누나와 복권을 번갈아 보았다.
“맞아요. 엄마도 어서 꺼내 보세요. 모두 같은 번호, 다 같이 1등이라니까요.”
난리 법석이 났다.
“너, 이거 번호 유출 같은 거 아니지?”
조금 진정이 되자 어머니가 물었다.
“어머니도 참, 복권 번호가 어떻게 유출이 돼요? 추첨은 어제 했고, 내가 이걸 드린 날이 언제인데?”
“그, 그래. 그 말은 맞는데…….”
“그렇지 않아도 내가 물었어요. 이거 살 때, 생각하기 귀찮아서 같은 번호로 쭉 쓴 것 아니냐고.”
“그런 거야?”
누나의 말에 어머니가 아무 의미 없는 확인을 한다.
”네, 맞아요.”
***
“누나는 그거 찾으러 모레, 수요일에 나와 같이 가. 그때까지는 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진정이 되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시간이 지나자 여유가 생겼다.
“그럴까?”
두 분은 오늘은 전혀 놀라지 않으신다.
식탁에 앉아 태영과 누나가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계신다.
“그래, 월요일에는 복권 1등 당첨된 사람들이 다들 찾아와서 기다려야 된다니까, 느긋하게 가.”
“어? 그런 것도 알아?”
“조금 찾아봤어. 그리고 당분간 누나는 취업 생각은 하지 말고, 아버지 어머니 보살펴 드리면서 좀 쉬어.”
“왜? 복권 당첨되었다고 그 돈 펑펑 쓰면서 놀라고?”
“아니, 조금 쉬라는 거지.”
“왜?”
“취업을 해도 좋지만, 혹시 사업할 생각 있으면, 다음에 내가 괜찮은 사업 아이템 하나 줄 테니까.”
“사업? 근데, 아이템이 뭔데?”
“아, 나중에.”
“야, 말해 봐. 미리 좀.”
“두세 달 걸릴 거니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좀 기다려 봐.”
“에잇, 치. 너 진짜 이상해.”
“누나, 나 다녀올게. 아버지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다녀오너라. 조심하고.”
“네.”
집을 나서서 주민 센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서울과 달리 시골은 면사무소까지 길이 제법 멀다.
대략 2.5킬로.
일반 사람들처럼 부지런히 걸었다.
PC방에 가서 운전면허 시험을 신청하면서 같이해도 된다.
하지만 버스를 타려면 어차피 나가야 한다.
그래서 신청을 하고 가려는 것이다.
“위니.”
[네, 마스터.]“폭행 동영상 반응이 어때?”
[조회수 110만 회입니다. 관심 폭발적이고 댓글은 이미 2만 건을 돌파했습니다.]“괜찮네.”
지금은 댓글을 볼 방법이 없다.
물론 볼 필요도 없다.
누구나 보면 알 수 있는 현직 국회의원의 폭행 동영상이다.
[다른 것 더 올립니까?]“아니, 조금 더 반응을 보고.”
급할 것이 없으니 빨리 올릴 필요가 없다.
[신문과 방송 소식 알려 드릴까요?]“조사만 해둬.”
“아, 유재구의 동영상을 보고 유재구를 옹호하거나 합리화해 주거나, 변명하는 글들 있지?”
[네.]“그런 유형의 기자 회견, 대담 프로, 너튜브 방송 진행자들 가능한 한 조사해. 과거 행적과 만나는 사람, 그리고 동선까지.”
[넵, 마스터.]주민 센터에서 주민등록증 분실 신고와 동시에 재발급 신청을 했다.
다시 나오는데 3주가 걸린다고 한다.
제법 오래 걸린다.
끝말로 대개는 1주, 늦어도 2주 안에 나온다고 하는 것이 위안이 된다.
2부